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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68화 (268/506)

〈 268화 〉 모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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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에, 레밀리아는 황급하게 이슈탈의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 재밌는 일이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공방으로 들어간 이슈탈.

레밀리아는 그녀가 하는 일의 상세는 파악하지 못했었지만, 무슨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그녀의 방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슈탈님…. 괜찮으십니까?"

방의 가운데, 소파에 등을 기댄 이슈탈.

피로에 지친 얼굴에, 심각한 마력 손실, 그리고 어딘가 공포에 질린 듯한 눈.

레밀리아는 심호흡을 하는 자기 주인에게 질문했다.

"...물론이야, 문제없어."

이슈탈은 잠시 호흡을 고른 뒤,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레밀리아에게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이슈탈이 느끼고 있는 감정, 그것은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일종의 상실감이었다.

자신의 영혼의 조각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은 물론이오, 그것을 회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당했기 때문이다.

이 상실은, 조금의 휴식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강렬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입에 담은 것은 일종의 허세이다.

레밀리아 역시, 이슈탈의 태도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유능한 종사라는 것은, 주인의 언행에서 그 진의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레밀리아는 이슈탈이 `더 이상 물어보지 마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에 대해 더 이상 깊게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래. 시행일이 곧인데 지금 발목을 잡힐 수는 없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슈탈 본인도 조금은 안도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만약 클레온이 자신들의 거점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소멸시키지 않았더라면.

내일 당장이라도 배틀 메이드들과 유폐 왕녀, 그리고 클레온 본인이 이곳에 들이닥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냥 져줄 생각은 없지만, 커다란 계획의 내부에서 보자면 엄청난 손실이 있을 것이다.

"레밀리아. 내일은 알베인과 함께 사교 파티에 참석해 줘."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만 했다.

알베인, 자신과 협력하고 있는 세토스의 친아들이자, 새로운 실험체로 적합한 인간.

제1호 실험체라고 할 수 있는 포츈에 대해서는 결말이야말로 원하는 형태가 아니었지만 개량된 `블랙 메이커`의 효능에 관해서는 불만이 없었다.

인간을 악마로 바꾸는 약이라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실현해낸 것이다.

포츈의 경우, 거기에 더해 자신의 힘을 부여하여 `서큐버스`라는 형태가 되었지만.

잘만 조절하면, 파괴에 특화된 힘을 가진 악마나, 환각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 악마로 인간을 전생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알베인에게 되어줬으면 하는 것은 악마가 아닌….

"귀족 자제 중에 걸맞은 후보는 있었나?"

"네. 알프와 포츈이 클럽에 잠입하여 모아온 자료 중에. 적절하게 손을 써서 그와 접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눈치 없는 머라우드 영감이 동행하려 할 거야. 세토스의 충실한 시종이지. 그 본성은…. 뭐, 그에 관해서는 내가 해결할게."

이슈탈은 불평하듯이 세토스의 오래된 충실한 집사에 대해 불평한 뒤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에게서 건네받은 물건은? 그쪽은 네게 일임하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레밀리아에게 질문하는 이슈탈.

레밀리아는 그녀의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벽의 너머 어딘가.

자신이 이슈탈과 손을 잡은 이유가 있는 곳을 향해 눈길을 돌린 뒤.

어딘가, 애잔한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문제없습니다. 곧 깨어날 겁니다."

이슈탈은 그런 레밀리아를 보더니, `흐응`하고 흥미로운 듯이 한 번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이야기를 끝낸 뒤에 소파에 몸을 눕히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쉬어야겠어. 포도주 한 병과 노예를 둘 보내줘."

"...알겠습니다. 흑마의 일족이면 괜찮겠습니까?"

"그래."

레밀리아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슈탈.

그녀에게 있어서 흑마의 일족에 대한 것은, 자기 양아버지의 동족임과 동시에, 형편 좋은 마력 생산 원일 뿐이었다.

레밀리아는 그런 이슈탈의 작태를 보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이야말로, 지금 아스타로테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힘이며, 없어서는 조직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그리고, 이미 자신에게는 그녀의 도덕성을 운운할 자격이 없을 만큼 그림자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에 그 이상 대답하지 않고, 순순히 그녀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001

"웃... 여긴..."

포츈은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약 냄새,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와 청결한 침대.

어두운 벽돌로 만들어져 있는 벽으로 된 방에서 그녀는 홀로 눈을 떴다.

"이곳은..."

"아, 눈을 떴군."

어딘가, 고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와 그곳으로 눈을 돌리면, 그곳에는 흰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은, 흰색의 수녀복이지만 그것이 그녀의 본성을 전부 감출 수는 없다는 듯.

포츈은 가지고 있는 마력 탐지 능력으로, 눈앞의 그녀가 인간이 아닌 `신성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다, 당신은..."

"그리 겁먹지 말거라 인간. 나는 우투. 이곳은 왕도 내에 있는 수도원이다. 그대를 구한 `클레온`이라는 분이 너를 이리로 데려왔지."

그녀의 말에 포츈은 아까 전의 일들을 모두 떠올리고는 자기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클레온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녀의 몸 안에 있는 악마의 흔적을 이슈탈의 영혼과 함께 소멸시켰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녀의 피부는 화상을 입고 늙고 병들었던 예전의 몸으로 돌아갔을 터인데.

지금의 그녀는 머리카락 색이야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피부는 매끈하고 젊은 시절의 그 미모를 되찾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렇게 아까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으면.

따뜻한 기운이 자기 몸을 덮고, 거기서부터 새살이 돋아나 자기 몸을 치유해 준 것을 기억해내는 것이었다.

"...맞아, 그때 분명 나는…. 그의 도움을 받아서…."

클레온의 도움을 받아, 누군가에게 치료받았다는 것까지 떠올린 포츈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 그녀의 그런 행동을 우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인외의 존재가 저지한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나가는 것은 조금 뒤의 일이 될 것이다."

"어째서죠…? 그보다, 수도원이라니. 이곳은 대체…."

포츈의 말에 우투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알기로는 너도 아스타로테라 불리는 악마들의 집단의 일원이었다는 것 같은데. 이 수도원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면…. 너는 정말로 그들의 계획에 휘말렸을 뿐인 불쌍한 아이라는 것이로군."

우투의 말에 포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말한대로, 자신을 구해줬다고 생각했던 아스타로테는 사실 왕국에 커다란 위험을 불러올 존재이며, 악마를 숭배하는 집단이었고.

자신 역시 그녀들의 계획에 이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클레온과 이슈탈 본인의 입으로 듣게 되었었다.

그때 받았던 충격과 상실감을 생각하면, 아직도 어지러움이 가시질 않았다.

포츈의 침묵에, 우투는 그녀를 조금 딱하게 여긴 것일까.

새로운 신이 된 이후로 곧잘 인간들을 향하여 연민과 동정심이 들게 된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어머니`로서의 속성 덕분이겠지.

우투는 혼란스러워하는 포츈의 이마에 손을 올린 채 가볍게 그녀가 진정할 수 있도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포츈은 복잡하고 엉망진창으로 얽혀 있던 머리속의 고민이 조금은 풀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진정했느냐?"

"...네. 감사합니다, 우투님."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님`을 붙여서 경칭 하는 포츈을 바라보며, 우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간단하게나마 그녀에게 이 수도원에 관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아스타로테에게 피해를 입어, 여성이 되어버린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악마들과 싸우기 위해 트로메이아 가문이 준비한 곳이라고.

"트로메이아 가문... 그, 왕국의 방패라는 공작가 인가요?"

"그래. 인간들의 사회에 대해서는 나보다도 네가 더 잘 알겠지. 너 역시 아스타로테의 피해자이다. 아스타로테가 다시 너를 노릴 수 있으니, 그때 까지는 이곳에서 지내는 게 좋아."

우투의 말에 그녀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녀들과의 싸움을 돕고 싶어요…. 정말로 그들이 악마이고, 저를 이용해서 왕도와 사람들을 위협하려 했다면. 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요."

"그 기개는 훌륭하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네 마력과 몸 상태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야. 신성한 화염이 네 안의 부정을 전부 불태웠지만, 그와 함께 가지고 있던 마력들의 씨앗 역시 많은 수가 타버렸다. 네가 가진 `땅의 속성`의 마력과 `화염 속성`의 마력은 상성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지."

프로미스의 불꽃은 순수한 화염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안에 존재하는 조금이라도 오염된 모든 것을 불태웠다.

덕분에 그녀의 마력 기관 안에 있던 오염되긴 했지만, 그녀의 마력이라고 할 수 있던 부분도 소멸하여, 마력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이다.

"...그분­ 마검사. 클레온은?"

"너를 이곳에 데려다 놓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셨다. 내일은 오전부터 바쁘실 것이라고 하더군…. 자주 수도원을 찾으시니,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우투는 그렇게 설명하다 말고, 포츈의 눈빛을 살핀다.

"설마, 그 분께 연심을 품었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네!?"

포츈은 우투의 말에 조금 놀란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무엇보다 나이도 20이나 차이가 나는 청년인데요. 이런 아줌마는 눈에 들어오지 않겠죠. 그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던 거에요. 그리고, 미안하단 말도."

포츈의 변명 같은 말을 들은 우투는 `흐음….`하고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 분은 너무 많은 여성과 운명의 실로 엮여 있으니... 네 실을 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거다."

"그, 그런가요..."

우투는 거기까지 이야기하더니 방에 붙어있던 랜턴 불을 조용히 꺼트렸다.

포츈의 몸이 낫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휴식, 그러니까 잠이 필요했다.

"네가 바라는 활약의 장이 그리 멀지 않은 날에 찾아올 것이다. ...우리들도, 아스타로테와의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마치려고 하고 있으니까."

"...네."

우투에게 조용히 대답한 포츈은, 다시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자신이 알고 있던, 따뜻한 이들이 가득했던 아스타로테는­ 가짜라고.

이슈탈은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자신처럼 그녀들의 이상에 이끌려 모인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진실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됐다.

002

"또 다시 우리들을 찾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세토스경. 당신과의 계약은 이미 오래전에 끝맺음을 이뤘습니다."

동물의 가면을 쓰고, 로브를 뒤집어쓴 남성이 자신을 찾아온 세토스를 바라보았다.

왕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산속의 작은 신전을 거점으로 하여 모여있는 이들은 역사의 중요한 타이밍에 모습을 드러내 세계의 위협이 되는 이들을 처리해온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암살자`들인가 하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암살자 따위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죽음`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바로잡을 수 없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래, 예를 들면 죽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영맥에서 무한히 힘을 끌어올려 세계를 덧칠하는 거대한 나무라던가.

강대한 힘을 가졌고, 죽은 뒤에 성검이 폭주할 수 있는 `용사`라던가.

"그대들에게, 한 번 더 일을 부탁하고 싶네."

세토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은 채, 그들과 접촉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직 왕국이 아닌 대륙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런 그들이 제국과 왕국의 전쟁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레시아가 전쟁을 끝낸 지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것은 일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사명이지요. 우리들이 그때 당신을 도왔던 것은, 그것이 모두 `그분`을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네. 이번 일도 그러하다고 이야기하지."

세토스는 조용히 이야기하며, 품에서 초상화를 꺼내 눈앞의 남성에게 건넸다.

그 초상화에 그려진 것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지고 있는 조금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청년이었다.

"이 청년은..."

"최근 왕도­ 아니, 대륙의 곳곳에서 활약 중인 모험가. 마검사 클레온이라는 자라네."

그 말을 듣고 가면을 쓰고 있는 남성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아. 그때의 그 소년이로군요.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어줍니다. 아무것도 못 하고, 무력하게 우리들을 바라보기만 했던 소년이…. 지금은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모험가라."

"...그때?"

가면의 남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세토스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그에게는 클레온을 `추방`해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들의 수월한 계획의 진행을 위해서.

그리고, 자기 친아들 `알베인`을 위해서라도.

"...운명은, 얄궂기도 하죠. 그가 없었더라면, 당신의 아들은 지금보다도 훨씬 괴로운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데."

"...뭐라고?"

가면의 남자가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세토스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젓더니 그 초상화를 받아서 든다.

"이것이 정말로 `아담`의 뜻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 뒤의 일에 관해서는, 당신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전해두도록 하죠."

"물론일세. 그러기 위해, 공작가의 지위와 방위대 신의 보조관으로서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그러니, 그대들은 안심하고 그를 `추방`하면 되는 것이라네."

"추방이라..."

세토스의 말에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지?"

"아뇨. 당신들­ 대륙의 귀족들은 대대로 우리들과 협력해서 세계의 위협을 제거해 왔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부흥 이후로, 아담은 당신들의 손으로 넘어갔죠. 때로는 생각합니다. 아담의 계획이라는 것이 정말로 인간들­ 대륙을 위한 것인가."

남자의 눈빛이, 가면 너머에서 반짝였다.

세토스는 그 눈빛에 잠시 긴장한 듯 침을 삼키지만, 이내 물론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가면의 남자는 위압감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잘 됐습니다. 저에게도, 슬슬 마지막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당신과의 연락도 끝으로 하지요."

"물론일세…. 곧 대륙에는 영원한 평화가 도래할테니. 그대들의 힘을 빌리는 것도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야."

세토스의 말은, 무언가 확신이 있는 듯했다.

`그 평화가. 정말로 만인에게 평화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

남자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손을 펼치자 `이차원의 틈새`로 통하는 통로가 열리며 그 안으로 받아서 든 초상화를 집어넣었다.

"곧 승전기념일이었지요. 그때, 왕도에 찾아뵙겠습니다. 준비해 두시지요."

"...알겠네. 그럼, 그때 또..."

세토스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신전을 빠져나간다.

"이번 일이 내 마지막이니, 직접 따라와서 배우는 것이 좋겠군."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어둠 속,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인물에게 이야기한다.

그곳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로 로브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는 소녀였다.

"... 알겠습니다. 스승님."

조용히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감정해 보였다.

마치, 모든 것을 어딘가에 잊어버리고 온 듯했다.

스승은 그런 제자를 보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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