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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70화 (270/506)

〈 270화 〉 잿빛 흔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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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평선 위로 올라오며, 조금씩 그림자 졌던 왕국의 새벽은 아침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일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고, 곧 다가올 승전기념일의 행사를 준비하는 주민들도 있는가 하면.

왕국 최대의 행사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일상을 최대한 열심히 보내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주민들의 사이에서, 클레온은 램파트와 함께 귀족 거리를 목적지로, 왕도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어제 구한 남자아이의 부모로부터, 클레온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보수라면 이미 램파트에 의해 전달받아, 메르카에게 건네주기 위해 맡아두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귀족이 부른다면 일단은 평민인 클레온으로서는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램파트와 함께 길가를 나아가면 주변 사람들이 램파트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언제나 얼굴에 띈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주민들과 이야기하는 램파트를 보고 있자면, 왕도에서 지내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램파트도, 엘레시아의 성질 급한 모험가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주민들로부터의 신임도 두터운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는 상대방의 출신이 어떻더라도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이라, 클레온에게는 어린 시절 몇 안 되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지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성격은 왕도에 온 뒤에도 바뀌지 않은 듯했다.

"램파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걸. 사람들이 잘 따라주는 것 같고."

"따라주는 건 아니야. 그냥….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인사를 하는 정도이지."

램파트가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하지만, 클레온은 그것도 굉장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과?"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클레온은 그런 그의 대답을 듣고서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사교력의 화신이로군."

"하하하."

클레온의 칭찬인지 아닌지 잘 모를 평가를 들은 램파트는 그저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만, 두 사람이 통하는 길은 원래 클레온의 집에서 바로 귀족들의 거리로 가는 길이 아닌, 조금 돌아 시가지를 통과해서 가는 길이었다.

"귀족나리의 저택에 방문하는 거다. 무언가, 선물이라도 하나 사서 가는 것이 예의겠지."

램파트의 말에, 클레온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쪽이 감사받으러 가는데도?"

"하하, 그런 것은 관계없어. 이쪽도 그쪽도, 체면치레라는 게 필요한 거다. 뭐, 평소에 귀족들이 받을만한 고가의 물건이 아니더라도, 맨손으로 귀족을 찾아가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는 거지."

그 말을 들은 클레온은 몇 번이고 빈손으로 트로메이아 가문을 방문했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

어찌 됐든, 그런 램파트의 조언에 따라 시장터로 들어온 클레온은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있을 귀족들이 애용한다는 예의 그 가게로 향하려던 도중.

문득, 무언가가 눈에 띄어 발걸음을 멈춘다.

클레온이 멈춘 것은, 길거리에 보따리를 늘어놓고, 각종 장신구나 골동품 같은 장식을 팔고 있는 젊은이의 앞이었다.

"어서 옵쇼 형씨! 모험가로 보이는데, 무언가 신경 쓰이는 물건이라도 있수?"

청년은 얼굴에 영업용의 미소를 띠며 실실거리는 태도로 자리에 앉은 채 클레온을 올려다보았다.

"왜 그래 클레온? 뭔가 신경 쓰이는 물건이라도 있나?"

"아­ 아니. 평소에 이 거리를 걸을 때는 못 보던 가게라고 생각해서."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청년은 어깨를 으쓱하고 까딱이며 이야기했다.

"그야, 저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하기 때문입죠. 오늘은 마침 왕도에 들렀을 뿐, 내일은 또 다른 곳을 향할 예정입니다."

청년의 대답을 들은 클레온은 그가 깔아놓은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대부분이, 마력을 약하게나마 띄고 있는 물건들로, 출처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물건들이다.

던전, 그리고 마물들의 서식처.

그런 곳에서 목숨을 다한 모험가들의 유품 같은 것이겠지.

기척을 숨기는 기술이나 마법 등을 통해 그런 곳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남긴 물건들을 회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클레온도 알고 있었다.

램파트도 같은 것을 생각한 것인지 조금 표정이 어두워졌다.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몸을 일으켜 품에서 금화를 몇 장 꺼내 들었다.

"여기 있는 물건, 모두 사도록 하겠다."

"아니... 정말이십니까? 형씨? 이런 말을 하기엔 뭐하지만, 여기 있는 것들 다 합쳐도 그 금화 한 장의 가격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요…?"

청년 본인도, 그 물건들의 성능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그의 말 만큼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불만 없이 물건을 모두 넘기기에는 조금 높은 값을 치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클레온."

램파트가 그런 클레온을 제지하려 하면, 청년은 냉큼 금화를 받아서 들고 보따리를 싸서 클레온에게 건넸다.

"아니! 어쨌든 감사합니다요 형씨! 물건은 제대로 드렸으니까, 잘 써 주십시오!"

그리고, 후다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 가는 청년의 뒷모습을 클레온과 램파트가 바라보다 보면, 램파트는 한숨을 내쉰다.

"그 물건들은 어떻게 하게?"

"모험가 길드에서 맡아줘…. 어쩌면, 유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클레온의 말에 램파트는 잠시 침묵하다가 클레온이 건넨 보따리를 받아서 들었다.

"이런 일은 원래 우리 모험가 길드가 해야 할 일이야…. 일반 모험가인 네가 할 일이 아니지."

램파트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들었다.

클레온이 건넨 금화와 같은 장 수였다.

"그러니까, 받아둬라 클레온. 네가 필요 이상으로 이런 일에 신경 쓸 이유는 없어. 내 체면도 있고 말이다. 하하!"

클레온은 그런 램파트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조용히 그가 건넨 금화를 받아서 들었다.

그런 클레온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램파트, 하지만 곧이어 손에 들고 있는 짐을 슬쩍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곤란해졌군. 이 짐을 들고 저택에 찾아갈 수는 없으니, 일단은 모험가 길드에 들려서 놓고 가도록 할까."

"아아. 그랬지…. 미안. 괜한 수고를 하게 해서."

"아니. 네가 아니어도 내가 했을 일이야. 시가지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이 발을 옮기려 한순간, 보자기에서 하나,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흘러 떨어졌다.

값싼 보석이 박혀 있는 로켓 펜던트처럼 보인 그것은, 땅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안쪽이 열린다.

덕분에 그 안에 들어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초상화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클레온이 조심스럽게 그 로켓을 집어 들면, 아쉽게도 잠금장치는 망가져서 다시 닫을 수 없게 된 것처럼 보였다.

"가호의 주문이 걸려 있는 부적이야…. 마력은 약해져 있지만."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거리면 램파트는 오랜 경험으로 그런 물건에 담겨있을 사연을 떠올리고는 저절로 슬픈 표정이 되었다.

한 가족의 가장이, 모험가로서 의뢰받고 나갔다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흔하디흔한 이야기였다.

운이 안 좋았거나, 실력이 부족했거나. 어쩌면, 치명적인 실수를 했거나.

변함이 없는 것은, 기다리는 가족들로서는 유품조차 찾지 못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것이겠지.

"...이건. 꽤나 녹이 슬어있군, 아마, 주인은 죽은 지 오래된 것이겠지."

램파트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그것을 바라보다 램파트에게 이야기했다.

"그냥 맡아두기에는 조금 그런데. 수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램파트는 조금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유족이 찾으러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그래도. 떨어트린 건 우리들의 잘못이니까. 걱정하지 마, 이런 걸 수리해줄 사람이라면 알고 있으니까. 내가 수리할게."

"...후우,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번에는 클레온의 호의­ 혹은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거로 생각한 램파트가 고개를 끄덕이면, 클레온은 그 로켓 애뮬릿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자, 그럼 네가 수리할 물건을 늘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모험가 길드로 옮기도록 하자고."

램파트의 농담 어린 말을 들으며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그들에게 물건을 판 청년이 조심스럽게 사라졌던 골목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스승님. 그에게 물건을 건넸습니다."

[그래, 잘했다. 너는 그대로 신전으로 돌아가 있어라.]

통신 마법으로 `스승`이라는 자에게 연락을 마친 청년은, 그대로 고개를 끄덕인 뒤,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웠다.

그것은, 동물을 형상화한 듯한 장식이 달려 있었고, 올빼미와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눈은 검은 보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당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이트."

청년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틈이 벌어졌다.

그것은, 전이용의 문으로 보였지만 그 너머는 일반적인 다른 장소가 아닌, `이차원의 틈`으로 보였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익숙하다는 듯이 몸을 풀고는 그 안으로 거리낌 없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문이 닫히면서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정적만이 남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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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램파트와 클레온이 찾아서 들고 간 것은 적당한 선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인이었다.

귀족 부부가 술을 즐기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와인이라는 것은 비단 음주용만이 아닌 장식용이나 과시용으로도 사용된다.

귀족들에게 있어서, 질 좋은 와인은 일종의 자산이기도 했다.

다만, 그 집은 그다지 사정이 좋지 않은 집이었다 적당한 수준의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서 받는 물건을 기뻐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부부는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클레온과 램파트를 향해 연거푸 허리를 숙이며 고맙다는 이야기를 한 뒤,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저희 아들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이는 조금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방에서 쉬게 하고 있습니다."

"납치당한 충격이 클 테니, 그것이 정답일 겁니다.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클레온을 대신해 램파트가 이야기하면, 소년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도둑 길드의 녀석들이 집이 빈 순간을 노려서 들어오다니. 최근의 녀석들은 여러모로 대담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녀석들은 확실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지만. 거기에는 어느 정도 그들만의 `수지타산`, `계산`이 있을 겁니다."

램파트의 말에 귀족 남성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저희 아들을 노린 것도, 무언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확신... 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 쪽이냐고 하면, 일에 대한 자신감이겠지요. 거기에, 여러분이 그 시간에 집을 비운다는 것을, 일개 도둑들이 알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정보를 흘린 것입니다."

그 말은, 이전 클레온과 메르카가 이야기했던 것이었다.

램파트 역시, 클레온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달받고는 합리적인 추리라고 생각한 것이었지.

하지만, 그것을 그들에게 전달해야 할지는, 램파트에게 판단을 맡겼었다.

아까까지 놀란 표정을 하고 있던 남성은, 거의 경악한 표정으로 램파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정보를 도둑에게 흘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쉽게 믿지 못하는 듯한 눈치였다.

"실례지만…. 두 분께선 왕성에서 어떤 분과 일을 하고 계시는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째서 그것을..."

남성은 아무리 은인이라고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는 그다지 입을 열고 싶지 않은 듯 했다.

그것이 존경심에서 오는 것인지, 공포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인지.

램파트와 클레온은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일의 흑막이 아스타로테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알아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아스타로테와 관계없는 이들에게 `악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그 부분을 숨기고, 설득을 할 수 있을지.

"그것은…. 여러분들의 업무 시간이라던가, 여러 가지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이번 일의 흑막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인물…. 과연, 확실히 그런 것은 저희가 소속되어있는 왕성의 기관의 사람 중 몇 명이라면 알고 있겠지요."

그는 잠시 아내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저희는, 방위 대신 퍼시스경의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말단이고, 직접 싸우거나 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클레온의 표정은 당연히 놀라움으로 물들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이지만, 이전에 만났던 퍼시스경은 도저히 그런 일을 할 만한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그 아루루의 아버지이며, 선대 용사였던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악마와 내통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램파트는 의외로 냉정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서 이야기했다.

"과연. 퍼시스경과…. 그렇다면 당연히, 세토스경과도 일하고 계신단 것이군요."

"물론입니다. 두 분이 힘을 합쳐서 왕국의 평화를 지키고 계시니까요."

그 말을 듣고 나서, 클레온은 잠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확신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방위 대신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이 두 사람만일 리는 없었다.

꽤 많은 수의 귀족과 평민들이 그의 밑에서 업무를 보고 있겠지.

"...저, 혹시 그 두 분 중 한 분이 저희 아들을 노렸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뇨, 아닙니다. 아무래도, 흑막을 찾는 것은 조금 더 생각해야 할 것 같군요. 대신, 저택의 경비나, 침입을 방지하는 결계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램파트는 이 이상 파고들면, 오히려 의심받을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돌렸다.

"그, 그렇군요. 확실히, 다시 노려지지 않을 것이란 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가진 돈으로는 그런 대규모의 강력한 결계는..."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동료 중에 실력이 좋은 마법사가 있으니까요. 저도, 결계석에 관해서라면 지식이 있습니다. 돈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클레온은 그런 귀족의 걱정을 덜어내듯, 입을 열었다.

램파트는 그런 클레온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귀족들은 조금 감격한 듯한 표정이었다.

"어찌 되었든. 왕성 내에서 일하실 때에는 조심하여 주십시오. 혹시라도, 의심되는 인물이 있다면 저희에게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저희의 가족 같은 하녀를 해치고, 아이를 납치한 진범을 꼭 잡고 싶으니까요."

귀족이 고개를 끄덕이면, 클레온과 램파트는 일단은 이 이상의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 저택을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저택을 빠져나왔다.

그 때.

"잠깐, 모험가 형...!"

저택의 대문, 두 사람이 빠져나온 곳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클레온은 그 아이가, 어제 자신들이 구해낸 바로 그 납치된 소년이라는 것을 바로 기억해냈다.

"방 안에서 쉬고 있다고 들었는데."

"으, 응. 아버님과 어머님 몰래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가 있어서. 거길 통해서 나왔어."

꽤나 사고뭉치인걸, 하고 클레온은 속으로 생각하며, 무릎을 굽혀 소년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래. 몰래 빠져나와서까지 나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거군."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인다.

"머, 먼저…. 고맙습니다. 구해주셔서."

사고뭉치이긴 하지만, 예절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 아이였다.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자, 소년은 휴우, 하고 한숨을 한 번 내쉰 뒤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어제, 형이랑... 누나가 오기 전에. 사실은, 나를 도와줬던 사람이 있었어."

"...뭐?"

클레온 일행이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도둑들과 도중에 나타난 이슈탈의 환영, 그리고 구출해낸 소년 정도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다른 인물이 있던 흔적은 물론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정말이야?"

"으, 응. 나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 엮던 것 같아. 눈이 가려져 있어서, 얼굴은 보지 못했거든."

그리고, 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클레온은 더더욱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듯한 어려운 표정이 되었다.

"빠져나왔으니까 그 아이한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데…. 그 애가, 형이랑 아는 사이라고 했었거든."

"...나와?"

클레온은 자신과 알고 있는 인물 중에서 소년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에 관한 정보를 추려내기 시작했다.

사샤와 릴림은 어째선지 쿠온에게 혼나서 외출 금지를 당했었고, 아멜리아는 탑에 계속 있었을 것이다.

페르디아는 이블린과 전투를 벌였고, 그렇다면 남는 것은­

"아, 그리고 약간 특이한 말투를 썼었어. `슴다`. 라고..."

"...그레이."

클레온이 그레이의 이름을 담으면 램파트도 눈을 조금 크게 떴다.

"그레이라고? 하지만, 그레이는 며칠 전부터 행방불명이야…. 설마 혼자서 납치 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건가?"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사무소를 비우는 건 무언가 이상해…. 게다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도둑들의 아지트에 잠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았어."

도둑들의 아지트는 당연하게도 침입자에 대한 대책은 확실하게 되어있다.

함정을 돌파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클레온과 메르카처럼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거나, 실제로 도둑들의 일원이거나 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반드시 안에 있는 인물들이 침입을 눈치챌 것이고.

그렇다면 그레이가 소년이 있는 곳까지 당도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레이. 너는 대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클레온이 그레이에 대한 것을 생각해 내려고 할 때,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광장 쪽에서 울려왔다.

"...그녀에 관한 건 내가 더 찾아볼게. 고맙다."

"응...!"

소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클레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레이가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틀림없어…. 어쩌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지도 몰라.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되었다던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건가?"

"탐정이니까.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지. 어쩌면, 악마들일지도."

클레온의 말에 램파트는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레이는 우리 모험가 길드의 일도 여러 번 도와줬던 아이야, 그렇다면. 이번에는 우리들이 도와줘야겠지."

클레온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우선은, 눈앞에 닥쳐온 일을 조금 해결해낼 필요가 있었다.

"클레온, 너는 좀 있으면 귀족 파티의 동행인으로 참여해야 하니까 일단은 돌아가라. 그레이에 관한 것은 내 쪽에서 어떻게든 해보도록 하마."

"고마워, 램파트."

클레온이 감사의 뜻을 표하면 램파트는 피식 웃어 보였다.

"그레이에 관한 건, 별로 너 혼자 할 일이 아니란 거다. 클레온. 이것저것, 너무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지 마. 너도 동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한 적은 없나?"

클레온은 램파트의 말에 잠시 눈을 두세 번 깜빡였다가 어깨를 으쓱한다.

"레시아로부터 옮은 거지 뭐."

"크하하! 그렇다면 거의 병이로군."

클레온의 말에 램파트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리고는 발을 옮겨 모험가 길드로 향하는 길을 나아갔다.

클레온 역시, 숙소로 돌아가 베아트릭스와 합류할 필요가 있었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그의 뒤를 쳐다보는 `황동과 잿빛`의 눈이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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