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화 〉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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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도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 리오메스, 그리고 베아트릭스와 함께 왕성으로 향한다.
왕도의 중심 왕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근위병들이 지키는 관문을 지나야 하며.
입구를 통과할 때는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마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입장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리오메스가 있었기 때문에, 이웃 나라의 왕족을 위해 준비된 최고급 마차가 클레온의 숙소 앞에서 멈춘 것을 보고, 이전 아루루와 함께 탔던 마차보다도 화려한 그 외관에, 리오메스를 제외한 일행은 혀를 내둘렀다.
"우와 소재 하나하나가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것들 뿐이네."
특히 라일라는 마차를 만드는 데 사용된 목재, 금속, 그리고 이런저런 귀금속들이 전부 마도구의 재료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효력이 뛰어난 것들이었다.
"이것들은 전부 저의 고향인 동양 왕국에서 나는 재료들로 만들었답니다. 그곳은 영맥의 힘이 강한 덕분에, 땅은 좁더라도 영험한 재료들을 많이 얻을 수 있죠."
리오메스의 말에 라일라는 흐응 하고 조금 흥미가 생긴 듯이 말꼬리를 늘렸다.
"뭐, 리오메스의 고향도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 지금은 왕성의 파티니까. 베아트릭스, 이상한 귀족 녀석이 껄떡대면, 다리 사이를 차버려."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베아트릭스는 `아하하….`하고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그런 일이 없도록, 내가 옆에서 지켜주면 되는 거지?"
"잘 알고 있네. 뭐, 아루루와 메르카도 올테니까, 엄한 일은 안 일어날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라일라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된 듯한 클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면, 릴림이 다가온다.
"파파. 오늘은 일찍 와?"
릴림과 함께 협곡에서 돌아온 뒤, 클레온이 집에 일찍 돌아오는 날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아니, 오히려 엘카이로에서의 일 때문에, 집에 돌아오지 못한 날이 더 많다고 해야겠지.
인격을 봉인 당한 부작용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을 아버지로 여기는 릴림에게 클레온은 조금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 씁쓸한 얼굴을 하면서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니, 미안. 오늘도 늦어질 것 같아."
"...응..."
조금 실망한 듯한 릴림의 표정에, 사샤가 다가온다.
"릴림. 클레온 씨는 일 때문에 바쁘신 거니까, 어쩔 수 없어요."
"...알고 있어. 릴림도."
릴림을 달래주는 사샤의 말에, 그녀는 알고는 있다지만 기분은 잘 나아지지 않는다는 듯이, 잠시 입을 삐죽였다.
"그럼. 내일은 함께 외출하자."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릴림은 조금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사샤도 함께."
"저, 저도인가요? 저는 괜찮은데…."
"늘 릴림을 신경 써 주고 있잖아? 조금은 보답하게 해 줘."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사샤는 조금 머뭇거리다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어제처럼 쿠온에게 혼나지 않고 얌전히 있는 게 조건이야."
클레온의 말에 릴림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그건 사샤가..."
"리, 릴림...! 무, 물론이에요. 얌전히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릴림의 말을 가로막은 사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몸을 일으켜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베아트릭스는 클레온이 사샤와 릴림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는 조금 오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래?"
"아뇨. 선배는 이미 아버지구나…. 해서요."
"...하하. 설마. 아버지라고 불리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쓰게 웃으면서 그녀와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놀랐어요. 저 애는 그때…. 아카데미에서 이슈탈이라는 악마와 함께 행동하던 그 악마이죠?"
베아트릭스가 마차에 먼저 올라타서 물어보면,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교전의 습격을 받아, 혼자 있던 쿠온이 천사화를 하였을 때.
이슈탈과 그녀가 나타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탓에, 결국 훔바바의 출현까지 이어진 것을 생각하면.
검은 교전의 피해자였던 베아트릭스로서는 릴림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이 들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는 그런 기색은 전혀 없고, 단순히 어째서 그때의 그 소녀가 저렇게 변해버린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거기에 대한 건 가면서 설명해 줄게. 리오메스. 도착하면 우선 무엇부터 해야 하지?"
"너무 일처럼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강사님. 그저, 저희와 함께 파티를 즐기시면 돼요. 왕성의 회장에 도착하면 저는 우선 인사를 드리러 돌아다녀야 해서, 베아트릭스 양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답니다."
클레온의 진지한 질문에, 리오메스는 작게 웃으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둘이서만 보내라고 해도…. 사교 파티라는 것은 처음 경험해 보는데…."
"저, 저도예요."
클레온의 말에 동감하면서 베아트릭스가 고개를 끄덕이면 리오메스는 쓴웃음과 함께 이야기한다.
"다들 처음은 있는 법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 라일라 양이 이야기 한 것처럼 아루루 양도 있을테니. 그분과 함께 있으면 여러모로 배울 수 있을 테니까."
"저, 저 같은 사람이 아루루 트로메이아 님과 같이 있어도 되는 걸까요…."
어째서인지 매우 비굴한 태도로 이야기하는 베아트릭스.
아루루에 대한 선망은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집행과였던 그녀 역시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런 베아트릭스의 긴장한 모습을 보면, 역으로 클레온은 조금이지만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 그녀도 베아트릭스와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주면 좋아할걸?"
"그, 그런가요...? ...응. 선배가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네요."
클레온의 말에 베아트릭스가 고개를 끄덕이면 클레온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제 알겠다는 듯이 리오메스를 바라봤다.
"...그런 거였나."
"후후. 무엇인가요?"
클레온은 리오메스와 눈을 마주친 뒤, 생각을 정리했다.
갑작스럽게 리오메스가 베아트릭스에게 귀족 사회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그녀를 왕도의 파티로 데려온 것.
이번의 파티에는 분명,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도 많이 참가해 있을 것이다.
집행과에 대한 오해 정확히 말하자면 집행과 내부에서도 분열이 있었고 수석파와 차석파가 대적하는 상태였다는 것.
아카데미에 폐를 끼치고 있던 것은 차석파 였다는 사실을 아무리 이야기하더라도 한 번 박혀버린 집행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은 쉽게 불식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개중에는 집행과의 수석으로서 다시 대두된 베아트릭스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도 분명히 있다.
게다가 베아트릭스가 갑작스럽게 수석으로 앞으로 나서더라도 그녀는 아카데미 내부의 기반이 너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거기에, 베아트릭스가 아루루와 친분을 가질 기회를 만들어, 베아트릭스에 대한 주변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려 하는 것이었다.
리오메스 본인이 아무리 그녀의 편을 들어주어도, 리오메스의 과는 `성학과`.
아카데미에서 제일 이상한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자신보다도, 아루루와 친해지는 편이 베아트릭스에게 있어서, 앞으로의 아카데미 생활을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그녀는 판단한 것이겠지.
또, 리오메스는 사람의 마음을 이상할 정도로 잘 파악하는 사람이다.
리오메스는, 어쩌면 아루루에 관한 것도 신경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으로부터 모두 선망의 시선을 받는 아루루. 그녀에게 있어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녀를 편견 없이 대해주는 클레온 일행 정도이다.
소꿉친구였던 레일조차,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 검은 교전이라는 어둠에 물들었으니까.
하지만, 베아트릭스는 그 옛날의 라일라와도 친해질 수 있을 정도의 사교성을 지닌 소녀이다.
어쩌면, 아루루와도 금세 허물없이 지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고,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루루에게 있어서도 좋은 일이겠지.
리오메스는 클레온이 생각하는 것을 짐작하고 있는 것인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녀가 계획한 것, 그리고 준비한 것에 대해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역으로 눈치가 없는 행위이겠지.
"왜 그러신가요? 강사님."
리오메스는 다시 한번 클레온에게 질문했다.
"아니. 리오메스는 멋진 여성이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베아트릭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경우, 클레온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이겠지만.
"... ..."
정작, 그 칭찬을 들은 리오메스는 두 눈을 깜빡이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 채, 조금 놀란 얼굴을 할 뿐이었다.
조금, 어색한 침묵이 잠깐이나마 흘렀다고 생각하면.
리오메스는 헛기침을 한 뒤, 마부에게 신호를 보내 마차를 출발시킨다.
"정말이지. 갑자기 그런 식으로 칭찬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감사합니다. 강사님."
리오메스는 조금 작게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음담패설을 입에 담지 않고, 조용히 손을 무릎에 모은 채.
얌전하게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 그녀는, 정말로 양갓집의 규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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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뒤처지지 말고. 너도 이곳은 몇 번인가 다녔지?"
"으으... 어째서 내가. 이런 모습으로 이곳에…."
당당한 걸음걸이로 왕성의 복도를 걸어가는 금발의 여성.
붉은색의 드레스를 걸치고 귀에는 푸른색의 아름다운 수정 귀걸이.
허리를 쭉 펴고, 노출도가 조금 있는 드레스이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완벽한 육체의 각선미와 비율을 자랑하기 때문에 천박함보다도 일종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아루루 트로메이아.
수정검의 용사.
차기 트로메이아 가문의 당주이며, 동시에 왕국을 지키는 방패.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이 왕성에서 지금, 그녀보다도 작위가 높은 인물은 순수 왕족들밖에 없었다.
다만 그런 작위의 문제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아루루의 미모와 그녀의 실력.
그리고 그녀의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용사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그녀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는 그녀의 시종.
옷에는 메이드 복을 입고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그녀는, 어딘가 우울해 보였다.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루루의 시중을 들을 수 있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변의 다른 메이드나 집사들은 생각하겠지만.
정작, 본인은 이 장소에 대해 그리 좋지 않은 기억과 악몽…. 아니, 흑역사만이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 그녀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추태를 부린 적이 있었다.
다른 가문의 시종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자신보다 작위가 낮은 인물에게 폭언하거나.
철이 없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황갈색의 머리카락을 얌전하게 묶고, 녹색의 눈이 반짝이는 그녀의 이름은 `유스티나`.
아니, 본명은 `유스테스 후드녹커`.
대외적으로는 현재, 행방불명된 후드녹커 가문의 당주이며, 엄연한 귀족 자제이다.
하지만, 지금은 성별을 여성으로 바뀌어 트로메이아 가문의 배틀 메이드로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속은 트로메이아 가문의 시종이다.
"루베라를 데리고 오면 됐잖아? 그녀 쪽이 나보다 실력도 좋고... 나를 따라서 몇 번인가 이곳에 온 적이 있으니까."
"루베라는 급하게 용무가 생겼다고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왕녀님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아루루가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어 조용히 중얼거리자, 유스테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럼…. 클레온과도 관계있는 일인 건가?"
"글쎄. 적어도 클레온은 오늘, 이 파티에 참여한다고 했어."
"클레온이... 이 파티에!?"
그 말을 듣자마자 유스테스는 다급하게 허리를 펴고 머리카락을 정돈하면 주변을 둘러본다.
"... ..."
아루루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앞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이야기했다.
"그것보다도, 조심해야 해. 그 안에, 미스틸테인. 제대로 넣어 온 거겠지?"
"그야,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했으니까…. 그보다, 어째서야? 이런 파티에 아론다이트는 물론이고 미스틸테인까지..."
아루루가 가리켜 말한 것은, 유스테스가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이었다.
입장할 때는 갈아입을 여벌의 옷이 들어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정확하게는 안에는 유스테스의 성검이 들어 있었다.
"오늘 새벽.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차원문을 열어서 왕도 내에 들어왔어. 흑마력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으니, `악마`나 `아스타로테`는 아니겠지만... 때가 때니까. 조심하는 편이 좋겠지."
왕도의 방위 결계를 담당하고 있는 것 역시, 아루루의 아버지인 퍼시스 트로메이아가 지휘하는 왕성의 방위 기관이었다.
그런 아버지로부터, 결계를 깨지 않고 내부로 침입한 자들의 존재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아루루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부정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의 적에 대한 용사의 감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 자주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빗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유스테스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나는 시종으로서 온 게 아니라"
"그래. 다른 배틀 메이드들, 특히 루베라로부터 이야기는 들었어. 다른 메이드들과 함께 수련도 열심히 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신성 마력의 출력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유스테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그것은 유스테스만의 힘이 아니라, 그녀의 안에 생성된 결정의 힘 덕분이었지만.
어찌 됐든, 그것 덕분에 자신도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틸테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잘 부탁해. 용사 유스티나."
"으, 응... 아니, 나는 유스테스... 하아. 어느 쪽이든 좋아."
그녀의 말에 이름에 대한 것을 수정하려다가, 본명으로 불리면 주변에 정체가 들킬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유스테스는 어깨를 늘어트리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도중,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은빛의 머리카락과 잿빛의 눈동자.
그리고... 목에 걸려 있는 특이한 형태의 은제 펜던트.
입고 있는 옷은 메이드복이 아닌 귀족의 드레스였기에, 시종이 아니라 그녀 역시 아루루와 마찬가지로 귀족의 일원이겠지.
하지만, 그녀의 모습을 유스테스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느낀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발을 멈춰 세우고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 역시, 유스테스를 보더니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떠나가려던 찰나.
유스테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레이?"
그러자, 그녀는 유스테스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미소인 표정 그대로 대답한다.
"무언가…. 말씀하셨나요?"
"아, 아닙니다. 제가 사람을 착각했네요."
황급히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유스테스.
아루루는 그런 유스테스와,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복도를 걸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너도 왕성에 들락날락 거렸으니까. 어쩌면, 그때 본 적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아루루의 말에, 유스테스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그녀와 함께 복도를 나아갔다.
그리고, 유스테스와 지나친 소녀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깜짝 놀랐슴다…. 설마, 유스테스가 나를 알아볼 줄이야..."
[방심하지 마라. 용사들은 모두 감이 좋으니까.]
"...그래야 할 것 같슴다. 중요한 건, 대체 어디에 `그 가면 녀석들`이 잠입해 있는가 임다만…. 왕성은 여전히 너무 넓슴다..."
소녀 아니, 그레이는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주변을 둘러보고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왕성의 안에서,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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