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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73화 (273/506)

〈 273화 〉 회색 잠입

* * *

000

시간을 조금 되돌려, 클레온과 쿠온이 엘카이로에 가 있던 도중.

그레이는 세토스 트로메이아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북방지역으로 간다는 것은, 필시 그의 아들인 알베인과 관련된 일이리라.

조금 추운 지역이기에, 옷도 따뜻하게 준비해서 입고, 파트너인 쥐 형태의 기계 골렘 헤르메스에게도 빙결을 대비한 외피 부품을 장착시켰다.

"북부 지역으로 가는 것은 처음임다."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너에게는 그렇겠지]

맨몸으로 마차의 뒤를 쫓는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인 이야기이다.

세토스경의 마차의 뒤를 쫓기 위해 그레이가 선택한 방법은 설원 위에서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마도부상차(???上?)이다.

마도석을 코어로 사용하여 만들어진 1인용의 탈것으로, 지상을 조금 뜬 상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또한, 체력에 한계가 있어서 지치는 말을 대신하여, 마도석의 마력만 충분히 공급해 준다면 하루는 거뜬히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물론, 그런 물건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제작에는 최첨단 마도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각종 희귀한 재료들이 필요하다.

아카데미에서도 아직 설계이념만이 잡혀있는 물건이고, 실제로 제작된 모델은 시작품에 불과할 정도의 물건을.

그레이는 어째서인지, 이미 완성된 상태로, 그것도 아카데미의 물건보다도 훨씬 뛰어난 성능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헤르메스가 부착해둔 위치 추적기. 제대로 작동하고 있슴다."

그레이는 설원의 위를 달리는 부상차에 붙어있는 화면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세토스 경을 감시하고 있던 헤르메스가 마차에 미리 `편익의 반지`의 개량형을 만들어 붙여둔 덕분에 상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따라갈 수 있었다.

진로를 보아하니, 역시 알베인이 갇혀 있는 북부의 노동시설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듯했다.

[북부에는 세토스경의 추종자들로 가득하다. 허투로 행동했다간 곧바로 의심받아서 큰일로 이어질 수 있어.]

헤르메스는 세토스의 뒤를 쫓아 왕도를 나선 그레이를 걱정하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무리 `백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괜찮슴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슴다. 탐정이니까!"

하지만, 그레이는 그런 헤르메스의 걱정을 기우정도로 생각하는 것인지, 손에 잡은 부상차의 핸들의 레버를 돌려 속도를 높였다.

"헤르메스도, 아무리 추가 외피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안쪽이 망가져 버릴검다. 조금이라도 빨리 북부의 마을에 도착해서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는 검다."

[걱정은 고맙다만, 그럴 필요는 없다. 너도 알다시피, 나의 몸은 골든 티타늄이다. 빙결에 대한 대비는 완벽하게 끝마쳐져 있어.]

그렇게 대답하는 헤르메스는, 그레이의 어깨에서 눈을 반짝이며 저 멀리에 있을 세토스 경의 마차 쪽을 바라본다.

그 황동과 기계의 눈빛에는, 어째선지 지워지지 않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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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땅. 얼어붙은 대지.

거대한 난방 시설의 건설로 인해 조금은 사람이 살만한 장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척박한 장소였다.

초창기 왕도에서 이주하기 위해 데리고 왔던 동식물들은 전부 얼어 죽었고, 현지에서 조달하지 않으면 식량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

또, 이렇게나 주변이 온통 흰색인 장소에서, 사람의 왕래도 드물고 변화도 적다면.

부족한 자극 덕분에, 이주민들은 매일 같이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몇 안 되는 자극이라고 한다면.

이따금 후송되어 오는 죄수들의 마차에 돌을 던지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휘황찬란한 마차를 타고 오는 귀족이나 왕실의 가신들을 살갑게 맞이하는 이벤트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은, 그중에서도 후자의 일이 일어났다.

마차에서 내린 것은, 왕실의 문장이 떡하니 박혀 있는 의복을 입고 있는 왕실의 중신.

세토스 트로메이아.

형인 퍼시스와 함께, 왕국의 방위와 안전을 책임지는, 명망 높은 귀족이었다.

"세토스 님! 어찌하여 이런 곳까지 직접…!"

도시의 책임자 되는 관리가, 직접 나와서 그를 맞이하면 세토스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곳은 왕국의 땅이고, 자네들도 왕국의 시민들이지. 그리고, 나는 왕국의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일하는 사람이고. 그런 곳이라면 내가 가서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확인 해야겠지."

세토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머리를 숙인 관리의 어깨를 두드린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은, 그리 온화한 것이 아니었다.

세토스는 곧바로 표정을 조금 진중하게 바꾸며, 관리에게 이야기한다.

"우선, 최근에 탈옥한 죄수가 한 명 있다고 들었는데…. 마약중독자에 살인자라고..."

"그, 그것은…."

관리는 갑작스럽게 창백한 얼굴이 되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세토스를 올려다보았다.

세토스는 그런 관리의 옆으로 가, 마치, 친한 친구와 함께하듯이 어깨동무를 걸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물론, 자네 혼자만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네. 그래도, 자네가 그 위치에 있는 것은,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지 않겠나?"

"마, 맞습니다."

세토스의 목소리에 섞여 있는 어딘가 가벼우면서도 확실한 위압감에 관리는 위축되었음에도, 그의 말을 인정했다.

"우선은, 조금 멀리서 와서 나도 조금 지쳤으니, 어디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세나."

"...알겠습니다. 세토스 님."

그리고 관리를 데리고, 마을의 중앙회관으로 걸어가는 세토스와 그의 수행원들을, 마을의 주민들은 환호성과 함께 맞이하는 것이었다.

조금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그레이는 조심스럽게 애마에서 내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 마을의 외곽에 있는 폐자재들을 쌓아놓는 곳 안에 숨겨 놓았다.

[조금 전의 관리와 세토스 경의 대화. 탈옥수라는 것은, 말발굽 산의 도적인가.]

"맞는 것 같슴다. 클레온 씨가 이미 퇴치했슴다만, 세토스 경도 모르지는 않을 것임다."

[그렇다고 해서, 죄수를 탈옥시킨 관리를 가만히 둘 수는 없지. 아스타로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관리는 조금 불쌍할 노릇이군.]

헤르메스의 말에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을로 나섰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부상차를 타고 있을 때 쓰고 있던 헬멧과 고글은 벗지 않은 채, 뒤에는 털이 복슬복슬하게 달린 망토를 입고 있으면.

짜리몽땅한 키 덕분에, 북부 지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작은 요정과도 같았다.

"우선은 세토스 경이 있는 마을 회관으로 가야 함다. 도청기를 붙여두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어려운 일임다만..."

[그들이 이야기할 내용은 대충 짐작이 된다. 관리에게 있어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탈옥수의 건…. 무마해 주는 것을 거래로 `알베인`의 신병을 넘겨받으려는 것이겠지]

헤르메스의 말에, 그레이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확실히, 그게 가장 그럴듯한 생각인 것 같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간에 세토스 경을 급습해서 알베인을 풀어주지 못하도록 혼내 주면 되는 검까?"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일의 경과를 조사해서 라일라 플레임워치에게 알리면 되는 것이다. 애초에, 세토스 경을 이길 수 있을 만큼의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아.]

헤르메스는 그레이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는 고개를 끼익 끼익 저으면서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면, 그레이도 입을 삐죽 내밀면서 대답한다.

"농담이었슴다. 세토스 경도 퍼시스 경 못지않게 무술의 달인이라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슴다."

[농담이었나... 미안하군, 지금의 나는 농담을 이해할 정도의 마력 리소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황동의 쥐 안에 들어 있는 인공 정령 인격의 인격은, 주어진 마력에 따라 계산 능력이나, 자아의 완성도가 변화한다.

작은 그릇 안에 주입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헤르메스의 지금 몸으론, 그레이의 `고도한 농담` 같은 것은 농담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이해력은 없는 것이겠지.

"그럼... 미리 죄수들이 있는 감옥으로 가서 조금 사전 준비하는 검다."

그렇게 말하며, 마을에서 걸어가려던 찰나, 뒤쪽에서 느껴진 살기.

황급히 그레이가 몸을 뒤로 돌리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마을의 풍경만이 보일 뿐이었다.

"...방금 건..."

[이상한 마력압의 흐름이 있었군. ...설마, 추적해 온 것을 눈치챈 건가?]

헤르메스도, 그레이도 방금 것이 우연이나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발걸음을 되돌려 숨겨둔 마도부상차로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감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알고 있겠지, 그레이.]

"...응. 이미 각오한 바야."

헤르메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레이의 어깨 위에 올라탄 상태로 사방을 주시한다.

자신들을 노리는 무언가로부터,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002

그리고 도착한, 북부 노동 지역의 감옥.

흉악한 죄수를 대량으로 가둬 놓은 덕분에, 경비 체재는 삼엄하고, 설비들도 왕도의 감옥에 비하면 훨씬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여기 안으로 들어가는 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슴다..."

그레이는 조금 멀리서 감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입구에 서 있는 건장한 두 간수의 사이에 있는 문을 돌파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감옥을 지키는 벽의 위에는 미약하지만, 마력으로 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만들어져 있어서 뛰어넘을 수조차 없었다.

[그렇지 않다. 이전에도 이곳에 들어온 적이 있으니, 그곳을 사용하면 돼.]

"오오... 역시 굉장한 검다. 헤르메스."

그 말을 들은 그레이가 헤르메스를 조심히 땅바닥에 내려놓으면, 헤르메스는 어느 방향으로 열심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작은 몸이기에 날렵하게 움직이던 그 기계 쥐를 따라가다 보면, 감옥에서 나오는 하수를 처리하기 위한 하수구로 통하는 구멍이 나온다.

"윽... 보기만 해도 냄새가 날 것 같슴다."

[그 부분은 참아라.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니까….]

조금이나마 맡는 냄새를 줄이기 위해, 그레이는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코가 닿는 부분까지 끌어 올린다.

그리고, 구멍에 덮여 있는 뚜껑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역시 감옥의 하수구답게 썩은 내가 진동한다.

"우웃..."

[독성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신체에 이상을 끼치는 정도는 아니다. 안내를 계속할 테니 이동하도록. 빨리 이동하는 편이 네 쪽에도 좋겠지.]

그레이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대한 숨을 참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 너머에 있을, 감옥 역시 그렇게 훌륭한 위생 상태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전진하다 보면.

하수도의 너머, 꺾인 길목에서, 붉은빛을 내는 무언가가 철커덩, 철커덩 소리를 내며 걸어 나온다.

"우왓...!?"

그레이는 그것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고 말지만, 헤르메스도 어딘가 조금 당황한 듯이 반응했다.

[저런 기계는…. 전에 왔을 때는 없었는데. 하수 처리용의 자동 인형인가?]

"뭐, 뭔진 모르겠지만…."

다음 순간, 전신을 드러낸 그것은, 하수의 안을 기다란 다리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붉은 수정의 눈에서 안광을 빛내고 있었다.

몸 전체는 강철로 이루어진 듯했지만, 하수의 밑에 존재하는 쓰레기 등을 꺼내기 위해서인가, 커다란 집게가 몇 개나 붙어있어서 철컹철컹 소리를 내며 개폐를 반복한다.

그리고, 명백하게 위협적인 기색을 끼치던 그 녀석은, 그레이와 눈이 마주치더니­

"하수도 내에 대형 유기체를 발견. 마력 변이체로 예상됨. 제거한다."

그리고, 몸통의 내부에 숨겨져 있던, 드릴이나 전기톱 같은 병기를 꺼내더니 그 전모를 보인다.

좁은 하수도의 내부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벽의 곳곳에 다리가 달라붙더니.

그대로 그레이를 향해 돌진해 오는 것이었다.

"우와아아앗!?"

[조심해라 그레이...! 아까 그 마력압을 내뿜던 녀석보다도, 이 녀석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헤르메스의 경고에 그레이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하수도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저, 저런 게 있는 곳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잘못임다! 갸아아악­!!"

하지만, 이미 제대로 된 상황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로 패닉에 빠진 그녀에게 전의 같은 것은 생겨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군...!]

헤르메스는, 정말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에서 뛰어내려, 그레이가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를 마치 버튼처럼 눌렀다.

그러자­ 펜던트에서 퍼져 나온 마력이, 그대로 그레이의 몸을 감쌌다고 생각하면.

다음 순간, 그레이의 몸은 이전 베라스톨에게 쫓길 때 보였던 가녀린 소녀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레이가 눈을 떴을 때, 한쪽 눈이 황동색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었다.

"헤, 헤르메스...?"

[분할 사고다. 그레이. 너는 육체를 움직이면서 시간을 끌어라. 그동안, 내가 녀석을 어떻게 할 방법을 생각해 내겠다.]

헤르메스의 원래 육체였던 황동색 쥐는 움직이지 않는, 고철처럼 변해 있었다.

그레이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불명이었지만, 그녀의 몸에 헤르메스의 인격이 들어간 것이었다.

하나의 육체에 두 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것은 본래 질병의 일종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육체와 사고의 분리, 그리고 별개의 작동이 가능하다는 메리트이기도 했다.

게다가, 헤르메스의 마력인격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레이의 육체도 강화되어 충분히 그 청소 기계로부터 도망쳐 다닐 수 있을 만한 속도를 얻었다.

"...알겠슴다! 탐정 그레이, 진실을 알기 전까지, 이대로 쓰러질 순 없는검다!"

[그래. 부디 부탁한다.]

하수도에서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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