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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79화 (279/506)

〈 279화 〉 침략자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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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고대에 존재했던, 지면을 뒤덮고,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그 줄기를 뻗었던 거대한 나무들.

그들은, 대지의 영맥과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너무나도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던 탓에, 주변을 자신의 법칙으로 물들여, 덮어 씌우고 지배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의 세계라는 것은 꼭 반드시 인간의 세계와 겹치지는 않는 법.

인간이 일궈낸 인공물을 침식하여 망쳐버리는 세계수들의 영역이 인간들의 삶의 터와 겹쳤을 때, 인간은 자신들에게도 그 풍요의 은혜를 가져다주던 세계수와 적대하기 시작했다.

라는 것은, 이미 엘레시아에서 회귀자였던 그 미치광이와 싸웠을 때 설명을 들었던 내용이었다.

세계수들은 세계에서 추방되어 차원의 저편으로 날아갔고, 그 안에서 이차원의 마력에 오염된 결과.

닥치는 대로 세계를 파괴하고 침식해 버리는 괴물 절계수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슈라드셀'을 살아있는 숲에 소환하여 세계에 불러오려 한 회귀자의 계획은 반쯤 성공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유스테스의 용사로의 각성.

그리고, 클레온이 자신의 스승을 쓰러트리고, 동료들과 협력한 결과 절계수의 절반만이 세계에 소환되어, 그것을 불태워버릴 수 있었다.

그 때 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에, 1년은 더 지났다고 여겨질 정도였지만, 아직 수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클레온은 절계수가 보였던 그 압도적인 힘을 떠올리며, 위그드라실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수들은 이곳의 마력에 오염되어 미쳐버렸다고 들었는데."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위그드라실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세계에서 많은 시간이 흘렀을 텐데, 저희에 관한 것을 알고 있군요. 많은 동족이 자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증오와 분노에 몸을 맡겨 이성 없는 괴물로 바뀌어 가는 것을 저도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아직 어린나무였고, 증오와 분노를 배우기 전에, 괴로워하는 동족들을 바라보면서 슬픔과 동정을 배웠죠."

위그드라실이 그렇게 말하며 손짓하면, 그녀의 앞에, 조금 전 그녀의 몸을 구성했던 것과 같은 빛 무리가 나타났다.

빛무리는 뒤엉키고, 충돌하고, 이내 흩어지면서 반복하더니 클레온의 눈앞에 하나의 환영을 만들어낸다.

벌어진 차원의 틈으로 떨어져 가는 거대한 나무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의 몸을 침식하기 시작하는 이차원의 마력들.

그들은 하나같이 분노하고, 또, 자신들을 고향에서 내쫓아낸 인간들에 대해 증오를 표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그들의 사이에 있는 비교적 작은 나무 하나만이 빛을 내며 자신의 몸을 지키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하고도 또, 짙은 농도의 땅의 마력이었다.

자원 원소계의 마력은 이차원의 틈이 가지고 있는 오염된 마력과 서로 충돌하고 소멸하는 것을 반복하며 어린나무를 지켜줄 수 있었다.

"이게 당신이군. 위그드라실."

"맞아요. 다른 나무들은 세계에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것에 급급하여, 땅에서 빨아들인 마력을 곧바로 주변에 방출해 버리는 것을 반복했죠.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기에 아직 제 안에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었어요."

위그드라실이 한번 손을 휘저으면, 환영은 빠른 속도로 시간을 감아간다.

틈 사이로 떨어진 나무들이 비틀리고, 또 기괴한 형태로 바뀌어 가는 동안 위그드라실은 그들의 눈을 피해서 차원의 틈, 가장 깊숙한 곳으로 떨어졌다.

어디까지나 공허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곳에는 거대한 대지가 존재했다.

위그드라실은 곧바로 그곳에 뿌리를 내렸고, 그곳에 자신의 영역을 전개했다.

그것으로 이차원의 마력이 자신을 침범하지 않도록 결계를 펼쳤고, 전개된 영역의 속에 자신을 고향의 생명체를 본뜬 식물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의지를 갖추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위그드라실을 숭배하고 대지를 가꾸어 나갔다.

그 결과, 위그드라실은 이차원의 틈. 절계 추방 영역의 한구석에, 생명체가 살아나갈 수 있는 땅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당신은 운이 좋았어요. 무언가의 인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거의 무한한 공간을 지니고 있는 이차원의 틈 속에서도 제 영역 안에 들어올 수 있었죠."

위그드라실이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면, 두 사람 사이에 펼쳐져 있었던 환영은 사라져버리고, 다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클레온은 그녀가 말하는 '인연'이 무엇인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절계수'를 만난 적이 있어. 어떤 녀석이차원의 틈을 열어서 절계수를 불러들이려 했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위그드라실은 조금 놀랐다는 듯이 입을 가린다.

그 놀라움에는, 어떻게 인간이 절계수를 만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는 의문도 함께였다.

그녀의 시선과 표정에서 그것을 읽어낸 클레온은 대답한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우선 소환되던 도중에 차원의 문을 닫아서 절반만 넘어왔다는 점. 그리고 운이 좋게도 절계수에 효과적인 마법을 쓸 줄 아는 동료가 있었다는 거지."

"그것은... 정말로 재난이셨겠군요. 고향은, 괜찮은 건가요? 소환되었던 절계수가, 많은 것을 파괴와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텐데."

"괜찮아. 거의 소환되자마자 쓰러트릴 수 있었으니까."

위그드라실은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동료분과 함께라니, 상당히 실력이 훌륭하신 분이신가 보군요. 성함을 여쭈어도 될까요?"

"클레온."

"클레온 씨... 군요. 당신과 만나게 돼서 기쁩니다. 앞으로도, 잘 지내봐요."

위그드라실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손을 내밀면, 클레온은 그것을 잡으려다가 잠시 멈칫하고 그녀의 말에 의문을 느낀다.

"...앞으로도?"

"네.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지만, 클레온 씨는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셔야 할 테니까요. 이차원의 틈에서의 생활은, 제가 되도록 보조해 드리겠습니다. 저의 동족이 고향과 당신에게 폐를 끼친 것에 대한 배상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책임감을 발휘하는 위그드라실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군. 나는, 원래 세계­ 그러니까 당신과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에요. 차원의 틈을 열어젖힐 수 있는 것은 아주 일부의 존재들뿐이고, 당신은 그런 힘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걸요."

위그드라실이 안타깝다는 듯이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위그드라실에게 물었다.

"당신 휘하의 존재 중에서도, 없는 건가? 차원의 틈을 열 수 있는 것은."

위그드라실은 클레온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분명 '그들'에 의해 노려졌을 테니까요."

"...그들?"

클레온이 그렇게 말한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천둥이 친다.

마른 하늘에 울려 퍼진 날벼락이라고 한다는 것은,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클레온과 위그드라실의 정신체가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곳에는 하늘을 나는 전차가 보였다.

"...뭐야 저건."

날개도 없는 염소와도 같은 것이 두 마리, 허공을 달리며 전차를 끌고 다니고 있었고.

그 위에는, 갑주를 입은 무언가가 탑승하고 있었다.

손에는, 번개를 일으키는 듯한 망치 형태의 무기를 들고 빠른 속도로 허공을 질주한다.

그리고, 그 수가 십수체는 되어 보였다.

기괴한 비명 같은 것을 내지르며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그들을, 위그드라실은 조용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잘 되었군요. 당신에게, 저들에 관한 것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빠를 것 같으니까요."

"저게 당신이 말하려던 '그들'인건가."

"네. 제 영역을 침범하여, 약탈하려고 하는 침략자들이죠."

이그드라실이 두 눈을 감은 채 양팔을 펼치면.

하늘을 향해 뻗어있던 거대한 나무의 가지가 넓고, 멀리 뻗어 가기 시작하더니, 하늘을 가리고.

그 위에서 쏟아지던 빛을 가려, 마치 밤이 된 것 처럼 세상은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바로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수많은 화살이 발사되어, 하늘을 나는 전차들을 떨어트려 버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클레온은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위그드라실에게 물었다.

"저들은 대체 어떤 존재인 거지?"

"천둥의 군주 에딘을 섬기는 자입니다."

"...에딘?'

클레온은 그 이름이 묘하게 익숙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이전에 라일라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것을 떠올렸다.

천둥 군주 에딘 썬더링비어드.

고대 드워프들의 군주였던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용을 토벌한 전설을 가진 신화속의 인물이었다.

드워프들이 이룩한 문명에 필요한 동력원을 위해, 전기의 힘을 가진 드래곤을 사냥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드래곤의 저주를 받아 타인과 닿을 수 없는, 몸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몸이 되었다고 한다.

그 뒤, 저주를 풀기 위해 해주법을 찾아 세계 곳곳에 병력을 보내 침략을 반복하다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벼락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고 하는, 그야말로 전설 속의 인물다운 일대기를 가진 존재였다.

실존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정말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몸이 된 것인가. 그리고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라일라는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설마, 에딘도 추방되어 이 차원의 틈으로 떨어진 것인가."

"이 세계에는 저희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 땅에 제 영역을 펼친 것처럼 일부 강한 힘을 가진 존재들은 추방 영역에 각자의 영역을 만들었죠."

다음 순간, 화살을 맞고 움직임이 멈춘 염소와 함께, 에딘을 섬기는 전사가 클레온과 위그드라실이 있는 장소로 떨어졌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모래먼지가 일어나면, 클레온은 곧바로 팔을 들어서 눈가를 보호하며 그들을 살핀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그 높이에서 떨어져서 무사할 리 없었다.

덜커덩, 철커덩하는 금속음과 함께, 추락과 함께 생긴 구덩이에서 전사가 기어 올라왔다.

몸에서는 간헐적으로 스파크가 튀어오르고 있었고, 클레온은 그런 전사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인간은 아닌 것 같군."

"저 안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순수한 번개의 덩어리가 안을 채워 움직이고 있죠."

전사는 모래먼지가 그치자마자, 위그드라실을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전쟁망치를 쥐어 잡았다.

클레온은 표정을 찌푸리며, 곧바로 움직여서 위그드라실과 전사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도와주시는 건가요?"

"그야 당신에게서는 아직 들어야 할 것이 많으니까."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위그드라실은 미소를 지으면서 클레온의 뒤로 다가가, 그의 목 뒤에 손을 얹었다.

갑작스러운 느낌에 클레온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그곳에서부터 클레온의 몸 주변으로 자연의 마력이 퍼져 나가, 몸의 움직임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제가 지금 당장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밖에 없군요."

"...충분해."

다음 순간, 전사와 클레온의 몸이 동시에 움직였다.

전사는 자신의 키와 비슷한 크기의 전쟁망치를 마구잡이로 휘둘렀고.

클레온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것을 피해내고, 땅을 강하게 내딛으며 전사의 배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전사는 충격을 받지만, 그와 동시에 번개가 터져 나가며 클레온의 손을 강타했다.

"큭..."

"그들은 충격을 받으면 곧바로 번개를 발산시킨답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조금 더 빨리 말해줬으면 했는데."

클레온은 마법을 쓸 수 없는 지금, 근접전이 강요되는 상황에서 직접 자신의 몸을 써야 한다는 것에 조금은 위험함을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 무기로 쓸만한 것은 없나.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짤그랑, 하고 자신의 귀에서 무언가가 부딪히는 것만 같았다.

다음 순간, 틈을 보인 클레온을 향해 달려드는 에딘의 전사.

가만히 서 있는 클레온은, 곧바로 그 망치에 얻어맞아 뒤로 날아가­

­는 일은 없었다.

클레온이 다음 순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푸른 색의 수정 검이다.

아루루에게서 빌려두었던 아론다이트.

다만, 그 안에서 아론다이트의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그 형태를 변형하는 기능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부러지게 되더라도, 원본이 곁에 없는 이상 재생과 복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그렇기에 클레온은 안에 자신의 마력을 흘려 넣어, 아론다이트를 강화한다.

푸른색의 수정검은 검은색의 마력과 섞여, 짙고 어두운 검푸른 색의 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검의 날도 함께 날카로워지며 클레온이 재빠르게 팔에 힘을 주어 녀석의 무기를 튕겨내고.

자루를 자른 뒤에, 녀석의 품으로 파고들어, 아까 자신이 주먹을 때려 박아 찌그러져 있는 부분을 향해 수정검을 찔러 넣었다.

강철과 별다를 바 없는 듯한 강도를 가진 녀석의 갑옷은 쉽게 수정검에 의해 꿰뚫리고.

그곳을 통해, 몸을 구성하고 있던 번개가 빠져나와 주변으로 터져나갔다.

다음 순간, 클레온은 자신의 몸이 무언가 강한 힘에 뒤로 끌려가는 것을 느꼈고.

이내, 폭발과 함께 그 갑주가 터져 나가면, 그 자리에는 재도 남지 않는 것이었다.

"...위험했군."

팔다리에 묶여 있는 식물의 줄기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이야기했다.

위그드라실이 손을 써서, 적의 갑주가 폭발하기 전에 클레온을 폭발 범위 바깥으로 끌어낸 것이었다.

"위그드라실 님!"

바로 그 직후, 다그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까 전 클레온을 공격했던 반인반마의 여전사, '프레이아'가 나타났다.

그녀는 위그드라실 쪽으로 떨어진 적을 쫓아 온 듯했다.

"괜찮으십니까, 위그드라실 님! 방금 그 폭발은..."

"저는 괜찮습니다. 클레온이 저를 지켜주었으니까요."

위그드라실이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아를 안심시키면,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앉아있는 클레온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히는, 뒤로 끌어당겨 져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었지만.

"...클레온이라는 것은, 혹시 이 존재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러고 보니, 위그드라실 님도 그와 같은 피부색을 취하고 계시군요."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저의 고향에서는 그들이 세계를 다스리고 있었죠. 그는 아무래도 이 세계의 존재들과는 다르다 보니, 조금이라도 안심시키기 위해 이 형태를 취한 것뿐입니다."

프레이아는 위그드라실의 그런 설명을 듣고 클레온에게 다가가 허리를 구부려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인간. 아니, 클레온. 위그드라실 님을 지켜주어서."

클레온은 그런 프레이아를 조금 올려다 보다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별말씀을."

"프레이아. 마을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피해는 가볍습니다. 조금 전, 위그드라실 님 쪽을 향해 떨어진 녀석을 제외하면 모두 공중에서 요격해서 터뜨리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몇몇 파편이 땅에 떨어져 건물 중 일부가 파손되었을 뿐입니다."

프레이아의 보고를 들은 위그드라실은 다행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에게 마을 모두를 도울 것을 명령해 되돌려 보냈다.

클레온은 에딘의 전사가 폭발한 폭심지 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에딘은 드워프이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신처럼 세계 하나를 만들어 버릴 만큼 강한 존재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차원의 틈에 던져진 이들 대부분은 그 마력에 오염되어 변이되어 버리죠. 하지만 극히 드물게 그 힘에 적응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들은 변이를 당하더라도 자아를 잃지 않고, 그 힘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가 되는 것을 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높은 차원의 존재?"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자, 위그드라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그녀의 나뭇가지가 펼쳐져 만들어진 밤하늘이 보였다.

"자유자재로 차원의 틈과 현세를 잇는 통로를 열어젖히고, 그 너머의 세계를 포식하는 존재... '포식자'들입니다."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두 존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하나는, 요르문간드. 신사의 모습으로 의태 하는 힘을 가지고, 더는 자신의 세계를 노리지 않겠다고 했던 남자.

또 하나는, 엘 카이로에서 보았던 시간의 괴물. 요그토스.

"그들이 당신의 세계를 노리는 이유는?"

"승화를 위해선 많은 영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 세계는 이 추방영역에 만들어진 세계 중에서도 가장 많은 생명과 영혼으로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받는 중입니다."

위그드라실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현실의 세계와는 다른 이차원의 틈 속이었지만, 그곳에서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싸움은 반복되고 있는 듯 했다.

클레온은 천천히 폭심지 쪽으로 걸어가, 땅에 흩어진 파편 중 일부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고철과 다름없었지만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금속이었다.

그리고 눈을 감아 다시 한 번 아멜리아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 각인의 힘을 불러일으킨다.

그러자, 여전히 아직 완벽하게 닿지 않는 곳에서 그녀의 존재가 반짝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동료를 찾을 수 있게 해줘. 당신의 영역이 안전하다면, 동료를 데리고 이곳으로 오고 싶어."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위그드라실은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라면, 물론 가능합니다. 이차원의 틈이 열린 직후, 당신을 비롯한 세 존재가 이 차원 영역의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습니다. 둘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마찬가지로 당신을 포함해서 서로를 찾고 있는 것 같군요."

"...다행이야. 아직은 무사한 것 같군."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위그드라실은 천천히 걸어와 클레온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들은 저의 영역 바깥에 있습니다. 이차원의 마력에 오염되지 않으려면, 준비가 필요해요."

"...준비?"

다음 순간, 땅에서 줄기와 덩굴이 솟아올라 클레온의 팔과 다리를 구속했다.

"잠깐, 이건 별로 즐겁지 않은 농담인데."

갑작스러운 위그드라실의 행동에 클레온이 식은땀을 흘리면 위그드라실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몸에 자연의 힘을 둘러, 침식으로부터 지키려는 것이니까."

그리고 다음 순간, 덩굴들이 클레온의 몸을 움직여, 거대한 나무­ 즉, 위그드라실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그 굵은 줄기로 데려갔다.

그 속도가 빨랐기에, 충돌한다고 생각하여 클레온이 눈을 질끈 감은 순간.

거짓말 처럼, 클레온의 몸은 그 줄기 안으로 스며 들어가듯이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느껴지지 않는 아픔에 클레온이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보면, 거대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으로 충만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는..."

"저의 안입니다. 클레온."

그리고,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위그드라실.

그녀의 모습은, 아까와 같았지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잠깐, 무엇을..."

"말씀드렸잖아요. 준비, 라고요. 인간에게 있어서도 식물에게 있어서도. 뿌리로 이어지는 것은 중요한 행위이죠."

위그드라실이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대자.

그의 몸에 걸쳐 있었던 의복들이 순식간에 이동하여, 땅으로 떨어졌다.

"... ..."

"저에게 모든 것을 맡겨주시면 된답니다. 클레온."

그리고, 위그드라실은 그 커다랗고 부드러운 몸을, 클레온에게 겹쳐오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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