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4화 〉 메아(아멜리아) 17살의 소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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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랜턴의 불빛만이 비치는 어둑한 방의 침대 위.
오늘은 바깥의 달이 밝아, 원래라면 창문을 통해 달빛이 비쳐 와야 했지만, 운 나쁘게도 구름이 낀 상태였다.
어쩌면, 세인트 프린세스로서의 그녀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깊은 달이, 그녀의 치태를 보지 않겠다고, 구름 사이로 숨은 것일지도 모른다.
달의 마성은 사람을 미치게 하기도 하지만, 왕도의 깊고 어두운 밤을 비추던 빛이었으니까.
이미 서로의 몸을 애무하면서, 땀과 타액, 그리고 각종 액체 때문에 축축해진 침대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른 채로 누워 클레온을 바라보는 아멜리아.
두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거칠어진 호흡은 축축함과 열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타인과의 성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육욕에 매혹된 채 음부를 뻐금거리는 그 모습은.
클레온으로서는, 자신의 주변이 여자아이가 성장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환경이었을까 하고 조금 복잡한 심경이 되지만.
그녀 본인은, 클레온이 언제든 자신의 위에서 몸을 겹칠 수 있도록, 약의 힘을 빌려 잔뜩 긴장했던 몸의 힘을 풀었다.
방금 전의 행위로 조금 입안이 말라왔지만,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몸의 갈증보다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갈증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덕분에.
'빨리 와줘♡' '방치하는 거 싫어...♡' '질질 끌지 말아줘...♡'하는 시선으로 클레온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레온은 그런 입가를 엄지로 슬쩍 훔치었다가.
침대의 옆에 놓여있는 물병을 들고는, 그것을 들이켰다.
'지금...?' 하고 아멜리아는 조금 서운한 듯한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클레온의 얼굴이 자신과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면.
그의 손이 아멜리아의 허리 뒤로 돌아가, 몸을 끌어당기고.
이윽고, 두 사람의 입이 마주치면서, 클레온이 마셨던 물이 아멜리아의 입안으로 옮겨갔다.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전달하는 듯이, 밤 기온에 의해 조금 차가워졌던 액체가 아멜리아의 입으로 들어갔다.
아멜리아는 처음에야말로 조금 놀랐지만, 이내 물이 턱밑으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열심히 그의 입맞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목과 입술을 적신다.
"베에...♡ 쥬릇...♡"
그 과정에서, 혀를 섞고, 어쩔 수 없이 서로의 타액을 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응...♡ 후읏...♡ 츄─....♡♡"
평범한 물일탠데, 어째서인지 조금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사랑하는 이로부터 건네받은 물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조금씩 몸 위로 흘러 떨어지는 물방울에 몸을 움찔 떨면서도 메말랐던 곳이 다시 습기를 띄었다.
"푸...하...♡"
이내, 길고 끈적했던 키스가 끝나면, 아멜리아는 혼자서 물을 들이켰을 때보다도 조금 작은 소리로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벌겋게 상기된 아멜리아는 클레온이 이런 일을 한 것이 의외라는 듯이.
클레온은 자신이 했지만, 조금 부끄러운 짓이었다고 생각하는 듯이.
그리고, 이내 먼저 입을 연 것은 클레온 쪽이었다.
"...탈수 증세가 올까 봐."
"...그, 고마워요... 저, 저도. 싫지는 않았어요."
아멜리아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런 키스 버릇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잠시, 앞으로도 물을 마실 때마다 클레온에게 부탁해볼까 하는 부끄러운 생각도 해보지만.
이내 고개를 붕붕 저으면서, 다시 한 번 클레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응. 수분 보급도 완료... 몸의 긴장도 거의 사라졌어요. 물 덕분에 정신은 멀쩡해졌지만... 페르디아의 약효는 남아있는 것 같구요."
아멜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입가를 손으로 가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제 앞에서 그렇게... 어른스럽게 있지 않으려고 해도 돼요... 클레온."
그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솔직히 아까부터 눈앞에 보이는 그의 물건은 수컷의 욕망에 솔직하게 발기한 채로 껄떡이고 있었다.
거기서 풍겨오는 농후한 수컷의 냄새도 그렇고, 클레온이 몇 번이고 자신의 몸을 키스 도중에 쓰러트리고 싶어하던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클레온은, 자신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이 구해낸 아이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인생을 비틀어 버린 아이인 아멜리아를 다치게 하는 것만큼은 클레온에게 있어서도 금기 중의 금기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어디까지고 어른 스러우려 한다.
생물로서의 본성, 종으로서의 욕망에 완전히 솔직해지지 못한다.
사샤, 라일라나 쿠온과 7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내면서 몸을 섞을 때는 없는 일이었다.
세 사람은 클레온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주고, 클레온도 그녀들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주니까.
"그러니까... 부탁해요, 클레온...♡ 제 처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당신에게 드리고 싶어요...♡ 특별 취급받는 건... 공평하지 않으니까. ...평등하게, 저를 떨어트려 주세요...♡"
아멜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내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끄츄읏...'하는 끈적한 소리가 자신의 비부를 벌렸다.
수컷에게 암컷이 보일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굴복의 자세였다.
'지금부터 이곳을 범해주세요' 부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물론 아멜리아도 그 행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얼굴은 붉었지만.
하지만, 이런 행위가 클레온의 자제심을 깎아내리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수컷인 부분을 자극해서, 이렇게나 유혹해온 암컷의 쪽이 잘못되었다고 머릿속에서 합리화시킬 정도로 이성을 녹여내는 것이다.
클레온은 그런 아멜리아의 양쪽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어딘가 죄책감 서린 표정이었지만, 그의 인내심도 한계에 가까운 듯했다.
"...♡ 응, 저도... 한계에요...♡ 클레온 씨는 나쁘지 않으니까...♡ 저를, 여자로 만들어 주세요...♡"
타이밍 좋게, 달을 가리던 구름이 사라지며 바깥에서 은색의 달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녀의 하얀 피부가, 달빛을 반사하면서 반짝이고,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너무나도 몽환적인 그 광경.
역시, 달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아멜리아...!"
"꺗...!♡"
아멜리아의 어깨에 올려진 팔에, 그대로 힘을 넣은 클레온이 그녀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대로, 그녀의 몸의 위에 겹쳐지는 클레온의 몸.
뜨거운 육봉이, 아멜리아의 배에 닿았다.
한껏 쌓인 성욕을 폭발시키듯이, 클레온은 그 상태에서 능숙하게 허리를 움직여.
이내, 귀두의 끝을 그녀의 음부에 밀착시켰다.
그 순간에서, 잠깐 클레온의 허리가 멈추면.
아멜리아는 요염히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클레온 전용, 암컷 구멍에 넣어 주세요...♡"
노골적인 도발 아니, 유혹과 함께 클레온의 삽입을 재촉했다.
허리를 슬쩍 움직이면서, 끄쥭, 하는 소리가 들리며 귀두의 끝 부분이 살짝 삽입되면.
쥬프...♡ 하고, 첨단을 빨아들이듯이 반응하는 음부.
이번이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욕심 많게 남성의 물건을 탐한다.
그리고, 오늘이 '위험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아멜리아는 한껏 기대를 품으면서.
이내, 자신의 안으로 서서히 파고들어 오는, 그 물건에 의해 몸의 안쪽을 꿰뚫리는 듯한 감각과 함께.
"응...♡ 웃...♡ 하아♡ 클, 레온...♡"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처녀를 잃었다.
쾌감과 함께, 고통이 아멜리아의 몸을 관통했다.
"아으윽...!"
어쩔 수 없는 신음과 순결의 상징인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본 클레온의 허리가 잠깐 멈추었다.
당연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아멜리아는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이대로 행위가 계속되었다면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멜리아... 괜찮아?"
"...네, 괜찮...아요... 조금, 쓰라리긴 하지만..."
아멜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눈을 감고, 몸의 마력을 이용하여 상처의 부분을 아물도록 치유술을 사용한다.
조금 치사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대로 행위가 늦어지면서 달아오른 분위기가 애매해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아픔이 가시고 나면, 자신의 안에 클레온의 물건이 반쯤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물감과 함께, 페니스를 조이는 자신의 질벽이 만들어내는 쾌감.
클레온이 애무로 최대한 적시고, 약도 먹어둬서 다행이라고 아멜리아는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도, 그녀의 비부는 서서히 그 크기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허리를 움직인다.
이내, 가장 안쪽까지, 한계에 가까운 위치까지 그 육봉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응...♡♡"
가볍지만, 달콤한 신음이 흘러나오며, 아멜리아는 몸을 떨었다.
자궁에 가볍게 닿은 클레온의 물건, 가만히 있기만 하더라도 그 열기와 단단함이 몸의 깊숙한 곳까지 전해져 왔다.
몸의 가장 안쪽부터, 가장 바깥까지 모두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때, 아멜리아의 눈에서 어째서인지 눈물이 흘렀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액체의 존재에, 클레온은 조금 놀란 듯이 아멜리아를 내려보았다.
"아, 아멜리아. 미안, 역시 아팠나?"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삽입한 페니스를 빼내야 하나 하지만, 이내 아멜리아는 클레온의 손을 붙잡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드디어, 드디어 클레온과. 이어질 수 있었어요...♡ 그게, 기뻐서, 그러는 거에요."
"...아멜리아."
언젠가의 과거.
아직 유폐의 탑에서 지낼 때의 그녀가, 평범한 행복을 손에 넣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모험가로서의 명예라던가, 왕족으로서의 권위 같은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그 상대와 마음을 나누고, 가족을 이루고.
햇살이 쏟아지는 창문의 밑, 침대에서 눈을 뜨면.
그 사람과 다정한 아침의 인사를 나누면서, 아이를 깨우러 갈 수 있는.
그런, 행복.
자신의 사명을 위해, 자신이 짊어진 업 때문에.
그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 아멜리아는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클레온의 손을 꽉 잡아 자신의 볼로 가져갔다.
클레온의 손가락에도, 아멜리아의 따뜻한 눈물이 묻었다.
그 손에 얼굴을 기대며, 아멜리아는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클레온. 설령, 이것이 한순간의 꿈과 같은 행복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이내, 아멜리아는 클레온의 손을, 손가락을 교차하며 마주 잡았다.
양 쪽의 손을 그렇게 붙잡으면, 평소에 손을 잇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가깝게 그의 맥박이 느껴졌다.
아멜리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 클레온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앗♡ 웃...♡ 거, 거기...♡"
팡, 팡...♡ 리듬감 있게 허리가 움직이면, 클레온과 그녀의 허리가 부딪힐 때마다 소리가 울렸다.
손은 여전히 소중하게 이어진 채로, 클레온이 피스톤 운동을 이어갈 때마다 강하게 잡아오는 그녀의 손.
또, 남김없이 안쪽을 조여오는 그녀의 질내의 감각에, 질퍽한 허리놀림을 이어나갔다.
"클,레온의 페니스...♡ 저의 아기방을...♡ 콩, 콩... 때리고 있어요...♡ 이거, 기분 좋아...♡"
아멜리아도, 포르치오를 자극당하는 것에 충분히 중독되었다는 듯이, 달콤한 교성을 이어나갔다.
쾌감과 마음, 모든 것을 교환해 나가는 두 사람의 행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디에선가 아멜리아는 그와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바로, 아이를 가지는 것.
위험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는 모르지만 페르디아가 환약에 섞어 둔 '배란을 유발하는 효과' 덕분에.
클레온이 가장 안쪽에 페니스를 끼워 넣은 상태로 거침없이 사정하면, 분명히 그의 아이를 가지고 말 것이다.
손목에 걸려 있는 쿠온의 선물이, 사실 풍요와 다산의 효과가 있는 물건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클레온, 응...♡ 조금 더, 격렬하게 해도...♡ 돼요...♡ 그리고, 안쪽에...♡ 안쪽에 내 주세요...!♡♡"
말을 이어나가고는 있었고, 원하는 대로 행위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깊게 생각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클레온이 기분 좋은 곳을 찔러줄 때마다 마음과 몸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리면서 '웃♡' '하앗♡'하고, 신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눈 앞에서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으며, 클레온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무너져 버린 얼굴은, 이미 쾌감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몸 전체가 클레온이 주는 기분 좋은 것에 끈적하게 절인 상태였다.
가능하다면, 클레온도 자신처럼 기분 좋은 상태이기를.
"미안, 해요...♡ 클레온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와 주세요...♡ 츄...♡ 키스, 키스...♡ 키스 해요...♡ 잘자요의 키스가 아니라♡ 아까처럼... 연인이 하는 것 같은 걸로...♡"
그리고, 아이처럼 졸라오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클레온도, 그런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이었는지, 강하게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녀가 말한 대로, 이제 두 사람의 사이에 어른과 아이의 '잘자요'의 입맞춤은 있을 수 없었다.
남은 것은, 번식욕과 애욕으로 가득 찬 행위 속에서 이루어지는 어른의 키스이다.
"응...♡ 츗♡ 츄읏...♡ 하아♡ 베♡"
안쪽을 찔리면서, 더욱, 더더욱 클레온의 모든 것을 요구해오는 아멜리아의 욕심에 답한다.
이대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가장 안쪽, 서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연결된 상태에서.
아멜리아는 이제, 클레온을 놓지 않겠다고.
클레온은, 아멜리아를 절대로 행복하게 하겠다는 마음만으로.
이내, 격렬했던 행위는 클레온 역시 한계에 도달하게 하였다.
"아멜, 리아..."
"...응♡ 안에, 내주세요...♡ 클레온♡"
클레온의 말의 의밀르 이해한 아멜리아가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이면.
이내, 클레온은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고
뷰으으읏♡ 뷰릇♡ 뷰르르릇♡
꿀럭...♡ 꿀러억....♡ 뷰프르르릇...♡
"~~~~♡♡♡"
점성을 강하게 띈 농축된 정액이, 클레온의 요도를 기어올라 아멜리아의 안에 흩뿌려졌다.
페니스는 튀어 오르면서, 그때마다 강하게 사정했고.
전신을 타고 흐르는 탈력감과 동시에, 아멜리아 역시 절정을 맞이한 듯 했다.
이전의 어떤 때 보다 강하게 손을 마주 잡은 채로, 귀두와 자궁구가 딱 달라붙은 상태에서.
꿀럭꿀럭 흘러나오는 정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받아내려고 했다.
꽤나 기력과 체력을 써버린 두 사람은, 그대로 전신에서 힘을 뺀 채 침대 위로 누웠다.
아멜리아가 밑에 깔리지 않도록, 옆으로 피해서 쓰러지고 나면.
아멜리아는 몽롱한 눈으로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배시시 미소를 지어 보았다.
자연스럽게 물건이 빠져나오면, 푸르릇, 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 쌓여있던 정액이 일부 쏟아져 나왔다.
클레온 역시, 조금은 지친 듯이 아멜리아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욕망대로 손을 뻗어 아멜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또 아이 취급인가요?"
아멜리아는 그런 클레온의 행위에 짐짓 화가 난 듯이 이야기하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멜리아. 고마워. ...절대로,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 ...♡"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가슴 안으로 파고들었다.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몸이 가까워지면, 땀을 흘린 서로의 체취가 강하게 두 사람의 코를 간지럽혔다.
암컷과 수컷의 향기.
커다란 유방이, 단단한 가슴에 닿는 감촉.
이내, 아래쪽에서 다시 힘을 되찾은 클레온의 물건이 아멜리아의 허벅지를 건드리는 듯 했다.
"... ..."
아멜리아는 그것을 보고 나더니, 이내 클레온을 바라보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 엉큼해요."
그날 밤, 아멜리아는 처음으로 지쳐 기절할 때까지 몸을 섞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임신할 수 있던 것이었다.
001
다음 날. 허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아멜리아는, 가까스로 침대에서 일어나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저택의 식탁으로 향했다.
라일라는 숙취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태이고.
쿠온은 어째서인지 평소보다도 조금 호화로운 아침 식사를 준비한 상태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샤는 그런 쿠온을 곁에서 돕다가, 아멜리아가 내려오자 얼굴을 붉히면서 가까이 오는 것이다.
"...메아, 괜찮아? 허리가 많이 아프지? 처음에는 다 그래..."
자신도 그랬다는 듯이 이해의 말을 건네오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멜리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요... 클레온은요? 아침에는 방에 없었는데..."
"손님이 오셔서 응접실에서 상대 중이야. 의뢰인가 봐."
그렇게 쿠온이 이야기하면, 마침 클레온이 식당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조금 심각해 보였다.
"...메아. 조금 이야기가 있어. 응접실로 와줄래?'
"...? 네. 알았어요."
클레온의 그런 말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를 따라 응접실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내 그 안으로 들어가면.
그곳에는, 왕국의 가신이 입는 복장을 걸친 초로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 퍼시스 경..."
그리고, 그것이 왕국의 방위 대신이었던 퍼시스 트로메이아라는 것을, 아멜리아는 알 수 있었다.
얼굴을 본 것은 몇 년만의 일일까.
"아멜리아 왕녀님. 정말로... 살아 계셨군요."
"어째서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저는 이제, 왕녀가 아니라 '메아'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멜리아가 그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면 퍼시스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푸욱 숙였다.
"이야기가 없으시다면, 저는 아침 식사의 준비를 도와야 해서."
"...기다려주십시오, 아멜리아님. ...긴히 전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자신을 아멜리아라고 부르는 퍼시스의 목소리에, 아멜리아는 조금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간신히 그것을 억누르고 퍼시스를 돌아보았다.
"...카시우스 폐하께서, 서거하셨습니다."
"... ...!"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왕가에 관한 관심을 거의 끊어버린 아멜리아라고 하더라도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전의 반란 이후, 병세가 악화하신 것이 원인으로... 사흘 전에, 왕성에서입니다. 아직 공표되지 않은 사항입니다."
"어째서 그것을 저에게 알리는 건가요. ...저는 더는 왕성의 사람이 아니라구요."
아멜리아는 조금은 매몰차게 이야기했지만, 퍼시스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카시우스 폐하는 자녀가 없으시고, 이전의 반란으로 대부분의 왕위 계승권을 가진 왕족은 목숨을 잃은 상태입니다. ...왕위를 계승하실 수 있는 건, 아멜리아 왕녀님밖에 없으십니다."
퍼시스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가책을 느끼는 것인지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아멜리아는 그런 퍼시스의 말에 격양하여 그녀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였다.
"반란을 일으킨 자의 조카였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시절을 유폐의 탑에서 살게 했던 왕실이. 이제 와서 저를 찾는다고요? 카시우스 전하께서 돌아가셨다면, 그것으로 칼데아리스 왕조는 끝입니다."
"...나라는 지도자를 필요로 합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 현명하게 왕국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멜리아 왕녀님 밖에 없으십니다. ...왕도를 지키는 세인트 프린세스로서 그림자에서 싸워오시며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했던..."
"7년 전에 그만둔 이야기에요. 지금의 저는 모험가이고... ... 누, 눈 앞에 있는 클레온의 부인이기도 합니다."
아멜리아의 이야기에 퍼시스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 카시우스 전하께서 스스로의 마력으로 악마들을 가둔 봉인이 풀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왕국은 악마들의 소굴로 화하여, 많은 이들이 희생될 것입니다. 악마들과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면, 백성에게 안심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제 말은 듣지 않으시는군요...! 저는...! 저는, 인제야 제 행복을 찾았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왕성으로 돌아오라고요...!?"
울분에 찬 아멜리아가 목소리를 높인다.
클레온도, 퍼시스도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아멜리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면서, 얼굴을 숙였다.
"... 비겁해요... 어른들은, 모두 비겁하다구요... 저는..."
"...왕녀님..."
아멜리아는 퍼시스의 부름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가진 힘으로, 대륙의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었다.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왕족으로서의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쥬.
세인트 프린세스의 사명.
얽히고 섥힌 키워드들이 아멜리아의 머릿속에서 짜증 나는 윤무곡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아...으..."
아멜리아는 이내 머리를 부여잡고 무언가를 생각한다.
문득, 창문으로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린 시절에 비해 몸도 성숙해졌지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백금발과 눈의 색은 바뀌지 않은 채였다.
누군가의 비명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를 맴돌았다.
붉게 물든 하늘이 눈앞을 물들인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과한 걱정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보더라도.
그녀의 안에 남아있는 '타인을 위해서'라는 마음 한 조각이 그것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멜리아."
그 때, 클레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런 아멜리아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클레온이 다가와 아멜리아를 품에 안아 주었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어디까지나 너를 도와줄 테니까. 그것이, 어디로 향한다 하더라도."
클레온의 목소리가 상냥하게 아멜리아의 등을 밀어주면, 아멜리아는 그런 그를 껴안은 뒤 소리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은, 엘레시아의 모험가.
섬광의 발큐리아.
그리고 동시에,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세인트 프린세스'
면류관을 뒤집어쓴 성인(?人) 왕녀이었다.
"──퍼시스 경."
아멜리아는 눈물을 닦아낸 뒤, 클레온의 품에서 벗어나 퍼시스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대관식의 준비를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퍼시스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짐을 싸야겠네."
"... 죄송해요. 클레온.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 될 거에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은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괜찮아. 네가 곁에 있으니까. 나는 언제나 강한 채로 있을 수 있어."
아멜리아는 그런 클레온의 대답에, 마주 웃어 보았다.
찾아온 행복이, 곧바로 해변가의 모래의 성처럼 쓸려나가는 도중에도.
그녀는, 결국 자신의 희생을 선택했다.
"클레온─"
그녀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했을 때.
"시련 속에서, 그대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어린 왕녀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먼 꿈속에서 들었던 목소리였다.
다음 순간.
세계가 깨져나갔다.
아니 거울이 깨져나갔다.
왕좌의 앞에서 몸을 숙인 채.
아멜리아는, 얼음의 거울을 보던 그때로 돌아와 있었다.
"...훌륭하도다."
그리고, 옥좌에 앉은 채, 박수를 치는 여왕의 모습을 본다.
아멜리아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해지는 의식을 느끼며.
그녀는 떠올렸다.
그에게, 뭐라고 하려 했더라.
환상은 얼음처럼 녹아버리고 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