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화 〉 꿈의 너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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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노랫소리.
아멜리아는 희미해진 정신의 늪에서 떠오르는 자신의 의식에서, 작지만 뚜렷하게 들려오는 상냥한 노랫소리를 들었다.
조금씩, 조금씩 몸의 감각이 돌아오면 누워있는 곳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마치 구름의 위에 있는 듯한 푹신함과, 따뜻함이었다.
그녀가 유폐되어있는 방의 침대는, 그야 물론 고급이었지만.
지금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와 비교하자면 노숙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자신도 모르게 비교해버리고 만다.
그 정도로, 얼어붙어 있었던 몸 전체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이불을 몸에 덮은 채 서서히 눈을 뜨면.
자신의 옆,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눈을 감은 채 앉아서.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선율을 콧노래로 읊어내고 있었다.
흐린 시야 속에서, 아멜리아는 그녀를 자신의 어머니와 겹쳐 보았지만.
이내 되돌아오는 정신과 뚜렷해지는 감각 속에서,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아까까지 자신을 환상의 세계에 가두었던 여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읏...!"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경계하며 상체를 황급히 일으키면.
노랫소리는 멈추고, 여왕은 눈을 뜨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일어났느냐."
"...여왕 폐하. ...이곳은..."
아멜리아가 주변을 둘러보면, 근처에는 허름한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자신이 누워있는 것은 일단은 인간을 위한 사이즈의 침대였다.
"이곳은,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방이다. 나의 육신은 옥좌를 떠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대도 알고 있겠지. 라고 여왕은 덧붙였다.
그녀의 그런 대답을 듣고 나면, 아멜리아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정리되는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정신을 잃은 동안, 아멜리아의 의식은 그녀의 육신에 머물지 않고, 함께 환영에 갇혀 있던 그레이의 것을 엿보았다.
정확히는, 여왕이 그레이에게 자신의 과거를 보여주던 때부터였지만.
그리고 거기서부터, 천천히 기억을 되짚듯이 자신이 보았던 환상
클레온과 함께 왕도를 떠나, 모험가가 되어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아멜리아 칼데아리스.
있었을지도 모르는 현실과 미래를 떠올리고 나면, 이불을 잡고 있는 작은 양손에 힘이 꾸욱 들어가게 되었다.
동시에 그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얼굴을 붉혔지만.
'루베라에게 영향을 받은 걸까요...'
두 사람의 정사를 지켜본 것은, 혹은 함께 있었던 일이 2번이나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우선은 콩닥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레이는 무사한가요?"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역시 신경 쓰였던 아멜리아가 여왕에게 그렇게 질문하면.
여왕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닫혀있는 방의 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그 문은 철컥하고 문 손잡이가 저절로 돌아가면서, 천천히 열린다.
바깥에는 팔짱을 낀 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그레이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던 것인지,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시선을 이쪽으로 주지 않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레이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헤르메스가 먼저 그것을 깨닫고는, 그레이의 볼을 찔러 그녀를 사고의 소용돌이에서 끄집어냈다.
[그레이. 아멜리아 왕녀가 깨어났다.]
"...앗. 정말임다..."
그레이는 인제야 문이 열려 여왕과 왕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눈을 두 세번 깜빡이면서 아멜리아가 있는 침실로 들어왔다.
"몸은 좀 괜찮은검까? 심박수도 장난 아니게 올라가 있었슴다. 뭔가, 좋지 않은 것이라도 본 검까...?"
아멜리아의 곁으로 다가온 그레이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가져가면.
다행히도 너무 차갑거나, 뜨겁지도 않은 평범한 감촉의 소녀의 이마였다.
"체온은 돌아왔슴다. 아까는 조금 높았는데."
"괘, 괜찮아요. 정신을 잃은 동안, 몸이 좀 나아진 것 같아요."
가슴이 쿵쾅대던 것은, 그녀가 환상 속에서 느꼈던 감정 일부가 현실에서도 피드백되었던 것이 원인이었으니까.
자신의 의무와, 행복을 저울질한 결과.
결국은, 의무를 선택한 아멜리아 칼데아리스.
물론 그 곁을 클레온이나, 동료들이 지켜준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들을,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그들을 희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에, 그들을 어울리게 하는 형태인 것이 더욱 질이 나빴다.
"하지만, 그 의지는 누구보다도 고결하다. 자신의 힘이 필요한 일이라면, 스스로의 행복을 우선시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인간. 몇몇 인간들은, 그것을 위선이라 하지만. 설령 위선이라 하더라도 악의없는 위선은, 역시 선이니라."
하지만, 여왕은 아멜리아의 마음을 읽은 듯이 그녀에게 조언했다.
아멜리아가 조금 지친 얼굴로 여왕을 바라보면 여왕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어딘가 지금까지 보다도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대의 영혼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커다란 별과 같은 빛을 품고 있다. 허나 별이라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불태워서 주변에 빛을 가져오는 존재이니라. 절대로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
여왕은 그 손을 움직여, 아멜리아의 손 위에 겹쳤다.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영체였고, 진짜 육체는 옥좌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강한 의지는 느껴졌다.
"그대가 보여준 그 반짝임이, 짐의 마음에도 전해져왔다. 그대는 스스로의 가치를 훌륭하게 증명하였고, 정식으로 이 얼음의 왕국의 손님이 된 것이다."
아멜리아는 그녀의 말의 뜻을, 알 듯하면서도 모를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레이는 그런 그녀의 옆에서 볼을 부풀리며 이야기했다.
"손님이 되는 것 보다, 돌려 보내줬으면 하는 검다..."
그레이가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아멜리아라면 다른 왕족의 앞에서 이런 식으로 투정을 부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여왕은 그레이의 투정에, 그저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무례를 용서하듯이 대답했다.
"...물론. 손님의 대우는 다르지 않으면 아니 된다. 짐의 손님이 된 이상, 짐이 그대들을 책임지고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 주겠다."
여왕의 대답을 들은 그레이는 단숨에 텐션이 올라간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흥분한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임까!? 우리를 배터리로 쓰지는 않을검까!?"
"배터리?"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는 아멜리아지만, 여왕에게는 뜻이 통한 듯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으로서 인정한 이를 그런 식으로 대한다면. 이 나라의 평판이 바닥을 칠 것이다."
"...이차원의 틈인데 말임까...?"
그레이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평판을 신경 쓸 의미가 있느냐는 듯이 질문하였지만, 여왕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설령, 정말로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지도자로서, 그 명예를 더럽히는 일은 할 수 없으니라."
"그런검까...?"
그레이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아멜리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아멜리아는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그것보다도 그녀의 말의 진의를 신경을 쓰고 있었다.
[...설마, 다른 상위 존재의 지배 영역으로 보낼 생각인가? 이 둘을.]
"...다른 영역이라고 하는 것은..."
아멜리아가 조용히 여왕에게 질문하자, 그녀는 손을 휘둘러 눈앞에 9개의 원판을 얼음의 환영으로 만들어 보였다.
"이차원의 틈에는 9개의 영역이 존재한다. 각 영역은, '세계수'의 방식을 모방하여 만들어졌고. 쐐기 혹은 주춧돌이라고 불리는 것을 이용하여 이차원의 틈에 자신의 영역을 전개하여 유지하고 있다."
"9개나...! 그렇다면, 여왕님과 같이 강한 마력을 가진 존재가, 9명이나 있다는 거군요...!"
아멜리아가 놀랍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여왕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 번 그녀가 손을 휘두르면, 9개의 영역 중에서 5개가 깨져 사라졌다.
"아홉 영역 중에서, 다섯 영역은 이미 다른 영역의 지배자에 의해 멸망했다. 이 영역에 거대한 마력 수정과, 절대적인 방어력을 가진 이 성이 없었더라면. 이 서리의 왕국도 '그들'에게 흡수당했겠지."
[...그들. 이라는 것은, 남아있는 네 영역 중에서 하나인가.]
"그렇다.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오만한 난쟁이. '에딘'이 이끄는 천둥의 전령들이지."
[...에딘.]
헤르메스가 그 이름을 중얼거리면, 그레이는 잠시 표정이 굳었었다.
"...괜찮나요, 그레이?"
"괘, 괜찮슴다. ...어째서인지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것 같지 않슴다."
그레이를 걱정한 아멜리아가 질문하면,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어째서인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
물론, 기대나 부끄러움으로 두근거리는 것이 아닌, 언젠가 느꼈던 '공포'에 의해서였다.
[그레이. 진정해라.]
"알고 있슴다... 후우..."
심호흡을 하면서 진정하기 위해 노력하면, 아멜리아는 여왕을 돌아보았다.
"...고대의 영혼을 잇는 자여. 그대의 안에는 '에딘'과의 인연이 보인다. 끝없는 생명의 연속 속에서, 어쩌면 그대가 잊어버린 과거에 그와 만났던 적이 있을 수도 있지."
여왕의 대답에 그레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헤르메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다. 너는, 이차원의 틈으로 날아가기 전의 에딘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이다. 지금의 너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야.]
그레이는 헤르메스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여전히 방금 그 감정을 떨쳐내는 것은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가는 것은 그 폭풍 군주의 영역이 아닌 다른 곳인가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여왕에게 질문하자, 여왕은 그것을 부정했다.
"아니. 그대들이 향해야 하는 곳은 바로 그 난쟁이들과 천둥의 땅이다. 에딘은, 5개의 왕국을 멸망시키고 흡수하면서 모은 영혼으로 강력한 무기를 만들었노라. 그 무기에 갇힌 영혼을 해방하고, 옥좌에 있는 마력 결정을 이용하면. 이 깊은 차원의 틈에서 그대들을 원래의 세계로 되돌려 보낼 '차원의 문'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그는 모은 영혼으로 곧바로 돌아가려 하지 않은 건가요?"
아멜리아의 질문에, 여왕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진의는 나도 알지 못한다. 에딘이 다른 영역을 침략하는 것은 머나먼 과거로부터 계속된 것이지만. 다른 영역을 완전히 멸망시킨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한 이 차원의 틈 속에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무언가, 그들의 영역에도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뭔가, 위험하지 않슴까? 그런 난폭한 난쟁이가 있는 나라로 가는 거라니..."
그레이는 조금 핼쑥한 표정이 되었지만, 아멜리아는 굳은 결의를 품은 채 여왕에게 이야기 했다.
"...알겠습니다. 천둥 군주의 땅으로 가서, 그의 무기를 가지고 돌아오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로군요?"
여왕이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면, 아멜리아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이런 와중에도, 아스타로테의 음모와 계획은 계속될 것이고.
자신과 클레온이 없는 왕도에서, 루베라나 아루루에게만 백성들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클레온의 실력은 의심하지 않고, 그를 믿고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상대적으로 몸이 약한 카시우스에 대한 걱정도 컸다.
"클레온과 카시우스 전하를 찾고, 에딘의 무기를 가지고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여왕 폐하."
"그대들의 여행길에, 서리 거인의 축복이 함께하길 빌겠노라. 허나, 떠나기 전에."
여왕이 손을 뻗자, 옥좌의 방에서도 들고 있던 지팡이가 허공에서 얼어붙듯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으로 가볍게 방의 지면을 찍어 내리면, 허공에 흩어져 있던 마력들이 한군데로 모이면서.
아멜리아의 앞에 그 형태를 갖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전투용의 망치였다.
푸른색의 반투명한 수정과도 같은 아름다운 얼음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망치는.
표면에 빼곡하게 마법의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늑대의 머리와 같은 형상을 띄고 있었다.
신성마력을 띄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멜리아가 세인트 프린세스로서 활동할 때 사용하는 그 신성한 순백의 망치와 같은 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나타난 것은, 무기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 위에, 푸른 색의 털가죽으로 만들어진 외투와 가벼운 마법의 갑주가 나타났다.
이것은 얼음이 아니었기에, 추운 환경에서는 그녀를 따뜻하게 해주었고, 입고 있던 드레스보다도 훨씬 확실하게 몸을 보호해 줄 것이다.
아멜리아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복장이 변한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로, 그대를 그 위험한 땅으로 보낼 수는 없었노라. 서리 거인의 가호가 깃든 무기와 갑주를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하여라.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가 지팡이를 휘두르면 이변이 일어난 것은 헤르메스였다.
황동색의 생쥐의 형태를 한 헤르메스의 등 뒤로, 얼음으로 된 새의 날개가 생겨났다.
"우왓!? 헤르메스가 생쥐에서 박쥐로 진화한검다! 아, 아니. 날개가 새 모양이니까 새쥐? 인가?"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긴 하는군.]
아무래도, 헤르메스가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듯했다.
"그 날개는 그대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나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전령의 역할을 그대에게 맡긴 것이기도 하다."
[...과연, 이 날개가 있는 동안에는, 여왕과 통신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저는 뭔가 없는검까?"
여왕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은 둘을 바라보던 그레이는, 이윽고 자기 차례가 왔다는 듯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그러자, 여왕이 지팡이를 들어 그레이를 가리키고.
그레이는 기대한 표정으로 팟, 하고 포즈를 취하지만.
이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검다...?"
[그레이. 뒤를 돌아봐라.]
헤르메스의 말에 그레이가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테두리를 가진 차원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설마, 저는 아무것도 없는 검까!?"
"괜찮아요 그레이. 그레이는 제가 지킬 테니까."
아멜리아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낸 뒤 조용히 그 망치를 들고 투지를 불태웠다.
"저, 정말로 믿음직스럽지만 그게 아닌검다... 저도 얼음으로 된 무언가가 가지고 싶었슴다..."
하지만 그레이는 축 어깨를 늘어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왕은 어느샌가 그런 그레이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대가 가진 능력, 지식은. 이 나의 힘을 빌리는 것보다도, 문 너머에 있는 천둥 군주의 땅에서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정말임까?"
조금은 못 믿겠다는 듯한 그레이의 말에 여왕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믿고 갔다오겠슴다. 헤르메스!"
그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날고 있던 헤르메스는 재빠르게 그레이의 어깨 위로 돌아왔다.
"...날 수 있게 되었어도 역시 그곳이 정위치인검까?"
[나는 것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레이는 그런 헤르메스를 슬쩍 바라본 뒤, 여왕이 연 차원문을 통과해 그 너머의 영역으로 건너갔다.
아멜리아도 심호흡하며 마음의 준비를 한 뒤에 차원문을 향하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여왕을 돌아보았다.
"...여왕 폐하. 제가 잠들어 있을 때, 흥얼거리시던 노래는..."
"...듣고 있었느냐, 조금 부끄럽구나."
아멜리아는 처음으로 그녀가 조금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면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자장가니라. 설원의 눈보라가 몰아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잠이 들지 못하면. 머리맡에 앉아서 불러 주셨었지."
여왕의 말에, 아멜리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비록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명, 아멜리아의 어머니도 그녀와 같이 아멜리아의 머리맡에서 자장가를 불렀던 것이다.
아멜리아는 어머니와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아멜리아가 말을 깨우쳤을 때 그녀는 이미 땅에 묻힌 뒤였으니까.
그렇기에, 아멜리아는 자신의 어머니가 유폐되었을 때 어떤 마음을 하고 있었는지 알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자신처럼 왕족의 의무를 다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고, 동생을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어느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여왕과의 대화에서 어머니의 자장가를 떠올리고는 주먹을 쥐었다.
분명, 자신의 어머니는 자신의 행복과, 무사를 바랬던 것이다.
스스로의 꺼져가는 생명을 느끼면서도 아멜리아의 곁에서 딸의 행복을 바랐다.
"... 여왕님께서는, 저에게 지금 이루지 못하는 행복에 대해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저의 지금의 행복에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아멜리아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어딘가 조금 성장한 미소를 여왕에게 보였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싸울 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싸움을 위해 옆에 있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 그들이 저를 알아준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아멜리아? 빨리 오는 검다! 굉장함다 여기!"
아멜리아는 이어나가던 말을 멈춘 뒤, 여왕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차원의 문을 통과했다.
그녀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여왕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희미해져 가며 육신이 있는 옥좌의 방으로 돌아간다.
"...그런가. 그대는,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 보다도. 훨씬 상냥한 영혼이로구나."
부디, 그 상냥함이 배신당하는 일이 없기를.
여왕은 긴 세월의 고독 속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경험한 인간과의 만남과.
그녀의 앞으로의 날에 대해 기도하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