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7화 〉 천둥 황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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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르!!"
강철의 요새 안에서 거친 노성이 울려 퍼졌다.
수염을 허리까지 오도록 기른 그 인물의 키는 1m를 조금 넘을 정도로 단신이었지만.
갑주를 벗어던지고, 우락부락한 팔뚝이 드러나는 상반신에는 인간의 것과는 태생부터 다른 돌덩어리와도 같은 단단하고 부풀어 오른 근육이 덕지덕지 달라 붙어 있었다.
싸움과, 전쟁과, 그리고 망치질을 위해서 만들어진 육체라는 것이다.
걸을 때마다 발밑에는 우르릉, 하는 짐승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천둥소리가 울렸으며.
불꽃이 튀며 전기가 흘러나오지만, 그것들을 흡수하는 특수하게 제작된 바닥은 전기를 주변에 퍼뜨리지 않고 그대로 지면으로 흡수해 버렸다.
무엇이 그의 분노를 일으킨 것일까, 콧김을 씩씩 내뱉어 낼 때 마다 푸른 색을 넘어 흰색으로 빛날 정도로 강렬한 불꽃을 내뿜는 그의 안광은.
그가 문을 깨부수고 들어간 방의 안에, 책을 보며 조용히 앉아있는 인물을 향해 있었다.
"오늘도 건강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로군요 폐하."
그 인물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드워프를 바라보면서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몸에는 거적때기와도 같은 모포를 걸치고 전신을 감추고 있었고.
얼굴은 전부를 뒤덮는 철 가면을 쓴 채였기에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다만, 유일하게 구멍이 뚫린 것은, 오른쪽의 눈이었다.
그곳에는 신성한 지혜의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당장 네 녀석의 그 잘난 주둥아리에, 내가 직접 망치질을 해서 땜질을 해버릴 수도 있다 이 망할 개자식아!"
무엇에 그리 화가 났느냐는 듯한 남자의 태도에, 폐하라고 불린 드워프는 길길이 날뛰면서 남자에게 다가가 짧은 검지를 그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완전히 헛수고였다! 네 녀석이 이야기해 준 곳에서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어! 어떻게 된 거냐!"
"그러니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에딘 폐하. 제가 한 것은 어디까지나 예측. 이 미미르도, 미래를 완전히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요."
진정하라는 듯이,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찻주전자에서 차를 따르는 미미르.
그는, 천둥 군주 에딘을 앞에 두고, 그의 번개와도 같은 분노를 받으면서도 유일하게 말대답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의 역할은 에딘의 정복전쟁을 도와, 이차원의 틈에 존재하는 다른 영역들을 모두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미미르가 에딘의 군단에 합류한 지 1년이라는 세월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벌써 5개의 영역을 흡수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하는 오만한 마법사가 만들어낸 마탑.
수많은 인간을 잡아먹고, 이상적으로 진화한 거대한 식인 곤충의 숲.
이전에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거대한 바다.
서로를 불태우며 끊임없이 내분을 계속하는 화염의 땅.
드래곤을 배신하고 타락하여, 어두운 마법을 연구하는 검은 엘프 들의 늪.
이 중에서, 바다를 제외한 4 영역에는 그 영역을 만들어낸 상위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고.
미미르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에딘은 언제까지나 자신의 그 무한한 에너지를 단순한 약탈과 소규모의 침략에 낭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나 떨어진 이 수상한 녀석을, 에딘은 완전히 신뢰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능력만큼은 높이 사서 곁에 두고 특별한 취급을 해주고 있었다.
다른 자신의 부하들처럼, 살아있는 채로 분해해서 영원히 자신에게 복종하는 전기의 에너지 체로 만들지 않은 것은 그가 미미르를 어느 정도 총애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미미르가 가진 가장 큰 능력은, 마법이나 지혜보다도, 역시 예지 능력이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미르를 위해 건설된 이 탑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을 좀 올려다보더니.
스윽 스윽 하고 손을 휘저은 다음, 에딘에게 다음 침략할 영역과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며.
적군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에딘이었지만, 그는 타고난 침략자였으며 군대는 무한했다.
쓰러진 군단의 영혼은 그 자리에서 한 번 흩어지더라도, 에딘과의 영혼의 맹약 때문에 그의 영역 내로 되돌아와 새로운 강철의 육체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밟았던, 사막의 땅에서 발견해낸 옛 기술이 이렇게나 유용하게 사용될 줄이야.
에딘은 그 무한한 군대를 믿고, 미미르의 헛소리를 믿는 변덕을 부려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수천 년에 걸쳐서 쓰러트리지 못했던 마법사를 죽이고 그 영역을 흡수하는 데에 성공하고 나면.
에딘은 미미르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나는 내 부하들이 나에게 쓸 곳 없는 말대꾸를 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미미르. 그래서 이곳에 오자마자 그 입이 달린 육체를 전부 빼앗아 버렸지. 네 녀석도 그렇게 되고 싶나?"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영영 저의 예지를 듣지 못하게 되시겠지요."
미미르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주장하며 에딘에게 대답했다.
에딘과 미미르 사이에서 날카로운 긴장감이 흐르며, 방에 달려있던 조명이 그에 반응하듯이 깜빡깜빡 거리고 있었다.
에딘은 그런 미미르의 뚫려있는 눈구멍을 바라보다가 허리춤에 들고 있던 짧은 망치를 높이 치켜들더니.
그대로 그것을, 내리쳤다.
물론 미미르가 아니라, 그들이 있는 방의 지면을 향해서였다.
엄청난 벼락이, 망치에서 터져 나오며 눈앞에서 밝은 빛이 터졌다고 생각하면.
이내 그 벼락도, 지면을 향해 흡수되어 요새의 전기 저장실로 흘러간다.
그러자, 깜빡이던 조명도 원래대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방 안에 불을 비춘다.
"네 녀석의 예측은 쓸모 있다. 전쟁에는 대부분 나를 만족하게 했지. 하지만 그 외에서는 계속 실망하게 하는 군. 너와 같이 고향에서 추방된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지 않았나."
에딘의 말에, 미미르는 들고 있던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시간과 장소는 어디까지나 예측이었을 뿐. 혹여나 그들이 다른 누군가와 '인연'을 가진 존재들이라면. 그들은 그 영역으로 떨어졌을 것입니다."
미미르의 말에 에딘은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이 절계 추방 영역에 들어온 지 수천년.
이 돌팔이 현자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이 세계로 추방된 드워프들은 대부분 자신의 영역으로 떨어졌다.
그 때 마다 그들을 자신의 부하로 삼아, 전기로 바꾸어 버린 것은 다름 아닌 에딘이었지만.
"어디로 떨어졌는지는 예측 가능한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역에는 떨어지지 않았겠지요. 남은 것은 세계수의 낙원, 서리 왕국의 설원, 그리고 망자들의 왕국입니다."
미미르의 대답에 에딘은 크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어느 영역도, 지금의 군대로 완전히 정복하는 것이 힘들어서 주기적으로 부하들을 보내 힘을 갉아먹는 선에서 그치고 있었지만.
세 영역 모두, 상위 존재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자신들의 힘이 약해지는 것 때문에 앞으로 또 수 백 년을 이렇게 소모전으로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진절머리가 나고 있었다.
그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역시 새롭게 추방되어 이 영역으로 떨어지는 동향의 존재들이다.
그 가면을 쓴 이상한 마법사들은 세계에 위협이 될만한 힘을 가진 존재들을 이 영역을 쓰레기통 삼아 집어넣고 있었다.
이 미미르도 그러할 것이고, 그가 예견한 새로운 존재들도 그러할 것이다.
상위 존재인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병사들을 계속 보내서 수색시키는 것이 좋겠지?"
에딘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참으며 미미르에게 조언을 요구했다.
미미르의 유일하게 보이는 눈은 웃으면서 자신의 군주에게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그들을 찾게 되면, 폐하께서도 이 영역을 벗어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아홉 영역의 싸움이 제대로 끝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영역의 지배자는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영역은 영역을 만들어낸 이에 의해 유지된다.
따라서, 에딘이 이 땅을 떠나게 되면 그의 강철의 요새는 물론이고 에딘에 의해 붙들려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부하들마저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자기가 나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를 답답하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젠장. 네 녀석에게 속아 넘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좋다. 하지만 네 녀석도 다른 영역을 흡수할 수 있는 다음 전략을 빨리 생각해 내는 게 좋을 거다.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폐하."
미미르의 대답에 에딘은 몸을 돌리고, 다시 한 번 번개를 동반한 걸음걸이와 함께 그의 방을 나섰다.
천둥이 지나간 방의 안에서, 현자는 조용히 읽고 있던 책을 다시 들어서 읽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운명의 흐름대로, 예지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001
"...기다려 주십시오, 위그드라실 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클레온에게 대지의 축복을 심어, 이차원의 마력의 침식을 막아낸 위그드라실은.
클레온이 떠날 준비를 마치자마자, 그녀의 충실한 심복이며 자신이 만들어낸 첫 번째 생명체이기도 한 켄타우로스 형의 식물 생명체인 '프레이야'를 불렀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클레온과 함께 천둥 군주의 땅으로 향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프레이야는 위그드라실의 명령을 받는다.
에딘의 영역이나,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영역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를 지배하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위그드라실은 그러지 않고, 그들에게 각자의 자유 의지를 선사했다.
그것은, 자신이 절계수나 다른 세계수들 처럼, 무차별적으로 주변의 세계를 침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레이야는 자신의 의지로 위그드라실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다.
물론, 어머니에게 강한 충성심을 가진 그녀가 그럴 일은 99퍼센트 없었겠지만.
나머지 1퍼센트가 바로, 어머니인 위그드라실을 지킬 수 있는 이 영역을 떠나는 것이었다.
"제가 이곳을 떠나면, 누가 형제와 자매들을, 그리고 위그드라실 님을 지킨다는 건가요?"
프레이야의 말에 위그드라실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 프레이야는 저의 아이 중에서도 가장 강합니다. 프레이야는 저의 지킨다는 마음에서 태어난 이이이죠. 덕분에 조금... 의심이 많은 성격이 되어버렸지만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선, 조건 없는 신뢰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프레이야는 변명할 생각은 없다는 듯이 조금 침울한 표정으로 이야기했지만, 위그드라실은 그 말을 듣고 그녀의 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것은 마치 자상한 어머니가 딸을 달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는, 클레온에게 그가 동료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를 지켜주고 싶어요. 그러니, 제가 가장 신뢰하는 아이인 당신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위그드라실 님..."
프레이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이 땅의 아이들은 당신을 본받아 모두 강하게 자라났습니다. 프레이야, 다른 아이들을 조금 믿어주는 것이 어떨까요."
위그드라실이 거기까지 이야기하면, 프레이야는 어머니를 이길 수는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관계에 끼어들 수는 없었던 클레온은 옆에서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프레이야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기에 눈을 마주쳤다.
"...어머니의 이름에 걸고, 너를 지키겠다고 맹세하마. 클레온."
"고마워. 하지만 나도 그저 지켜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 위그드라실, 이 녀석은 내가 제대로 데리고 돌아올 테니까."
"뭣..."
프레이야는 클레온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위그드라실은 웃어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들자, 그녀의 몸을 구성하던 빛 무리 중 일부가 흩어지며, 허공에 원을 그렸다.
그것은 라일라가 여는 차원문과 비슷해 보였지만, 조금 더 유기적이었고, 그 너머로 보이는 땅의 풍경 역시 그다지 온화해 보이지는 않았다.
맑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황야와 같은 땅에 벼락이 떨어지고 있었다.
"저 너머가 천둥 군주 에딘의 영역인 건가."
"그렇습니다. 그 안에, 에딘이 지배하는 것과는 다른 존재의 영혼이 느껴집니다."
클레온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아 차원문의 너머로 각인의 존재를 쫓았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확실하게 아멜리아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너머에, 내 동료가 있는 것 같아."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건가...? 위그드라실 님께서 말씀해 주시던 인간과는 많이 다른 것 같군. 너는."
프레이야는 그런 클레온을 신기하다는 듯이 조금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차원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렇다면 지체하지 마라. 에딘의 땅은 침입자에게 가혹하다."
"걱정해 주는 건가."
클레온이 농담하듯이 이야기하자, 프레이야는 신경질을 내며 대답할 뿐이었다.
"네 녀석의 동료도 무사히 데려서 돌아오지 않으면, 위그드라실 님을 뵐 면목이 없을 뿐이야!"
가시를 세우고 뾰족한 태도를 지우지 않는 프레이야는 흥, 하고 몸을 돌린 뒤에 문을 통과해서 그 너머로 사라져갔다.
위그드라실은 그런 프레이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은 뒤에 클레온을 향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조심해서 다녀와 주세요."
"그래. ...고마워, 여러모로 배려해 줘서."
위그드라실이 클레온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아이까지 같이 보내주는 것은, 위그드라실의 호의가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이미 추방된 영역에 들어온 순간, 클레온은 그녀의 영역에 속한 자가 된 것이었고.
그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협력해 줄 이유는 그녀에게는 없었다.
"당신에게서는... 익숙한 빛을 느꼈습니다."
위그드라실은 그런 클레온의 시선이나 의도를 읽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것은 따뜻하기도 하지만, 매우 위태로운 빛이었죠. 제가 만들어낸 환상의 하늘이 아닌, 어둠만이 가득하던 이 땅에 지나가던, 별빛. 당신에게서도, 그 별빛을 느꼈습니다."
그녀의 추상적인 이야기에 클레온은 고개를 갸웃하지만, 위그드라실은 고개를 저었다.
"후후. 아니요, 아니네요. 당신은 당신이죠. 동향의... '친구'라는 것으로 해요. 저와 당신의 관계는."
"...나쁘지 않은걸."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자, 위그드라실도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은 그런 친구를 뒤로하고, 프레이야가 통과한 문을 따라 넘어가며 그 몸을 천둥 군주의 영역으로 옮겼다.
002
프레이야와 함께 밟은 천둥 군주의 영역은 위그드라실의 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펼쳐진 회색빛의 황야.
그리고, 멀리서 보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험난하고 높은 바위산들뿐.
드워프가 땅의 일족이라고 불리는 것은 정말이었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좋아서 그런 땅에 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 터.
어디에도 생명이라는 것은 느껴지지 않는 그 분위기에 클레온은 저절로, 허리에 찬 아론다이트의 모조품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여전히 기분 나쁜 장소로군."
클레온의 옆에 선 프레이야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은 그녀의 쪽을 돌아보았다.
어느샌가 머리에는 투구까지 쓴 상태로 완전무장을 마쳐서, 언제라도 누가 나타나더라도 싸울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이전에도 와본 적이 있나?"
"한 번뿐이지만. 도망치는 군주의 권속들을 추적하다가."
프레이야는 짧게 대답하더니, 손으로 인을 맺어서 클레온과 자신의 주변에 반투명한 마력의 벽을 만들었다.
"이걸로 벼락이 머리 위로 떨어지더라도 안전할 거다. 그래서? 네 동료는 어디에 있는 거지?"
클레온은 프레이야의 말에 마력의 감각을 뻗어, 각인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위그드라실의 영역에 있을 때보다 확실하고, 또 가깝게 그녀의 존재가 느껴졌다.
"...방향은 이쪽이야. 거리는 조금 되지만."
"그래. 그렇다면..."
프레이야는 그렇게 말하더니, 클레온의 등을 덥석 잡아서 자신의 등 뒤에 올라타게 했다.
"이렇게 가는 편이 더 빠르겠지."
"...괜찮은건가?"
아무리 그녀가 켄타우로스라고 하지만, 등 뒤에 사람을 태우는 행위는 굴욕적인 것이 아닐까 걱정한 클레온이지만.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
"이족보행의 이동속도로는 이 넓은 땅을 다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무사히 너와 네 동료를 데리고 어머니의 땅으로 돌아갈 거다."
프레이야는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온의 손을 자신의 허리에 놓게 했다.
"잘 붙잡아. 최고 속도로 갈 테니까."
클레온도 말을 타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장 없는 말은 물론, 켄타우로스를 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어디를 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그녀의 허리춤의 갑옷에는 손잡이와 같은 고리가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 부터 있는 것이 아닌, 나중에 덧대서 달아놓은 것만 같았다.
"...다른 이들을 자주 태워주는 건가?"
"그래. 아직 어린아이들은 특히 내 등에 타고 싶어해서 말이야. ...잠깐, 그건 관계없잖아."
프레이야는 괜한 말을 했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지만, 클레온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프레이야는 그런 클레온에게 반발하듯이 질주를 시작했다.
웃음을 터뜨렸던 클레온도, 강력한 진동과 함께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프레이야의 속도에 입을 벌리면 혀를 깨물게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흥. 조용해 졌군."
프레이야는 그런 클레온이 입을 다문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자, 잠깐... 프레이야."
하지만 이내, 클레온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입을 벌리면 다친다는 걸 자각한 것 아니었나?"
프레이야는 그런 클레온에게 말하지만, 클레온은 겨우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바, 방향이 반대야..."
"... ..."
프레이야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그것을 클레온에게 보이지 않도록 그대로 몸의 방향을 180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질주했다.
클레온은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점점 가까워져 가는 아멜리아의 기척을 느끼는 것이었다.
부디, 그녀가 무사하길 바라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