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화 〉 자유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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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헤야르.
본래, 그런 이름으로 명명된 천둥군주의 권속들은 생명체가 아닌 기계와 금속으로 된 육체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영혼은 지배자인 에딘과의 맹약으로 구속되어 육체가 파괴되더라도 발할라 안에 있는 천둥 용광로 안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육체를 부여받는다.
부하들이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을 싫어하는 에딘의 부하들인 만큼, 그들에게는 입이 없고, 이렇다 할만한 자유의지도 없었으며, 스스로의 의사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방법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눈앞의 상황을 보고도 판단을 하기 위한 자아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상태로 말하자면, 전신 마비의 상태라고 할 수 있겠지.
그들의 육체는 오로지 천둥 군주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릇이었으며, 그들의 영혼은 그 육체를 움직이기 위한 연료이다.
기꺼이 위대한 천둥 군주를 따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맹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속박된 상태로 에딘의 권속으로서 그에게 봉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천둥 군주를 두려워한다는 점 단 하나뿐이었고, 그것이 군주가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은 본래라면, 바로 옆에 있는 같은 처지의 동료끼리도 의사소통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수백,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육체를 사용하다 보면 싫더라도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고.
이제는 경계근무를 서면서, 농담을 따먹거나 끝말잇기를 하는 정도의 여유는 생긴 것이었다.
[이봐, 아까 뇌신의 창이 발사된 것 봤나?]
평범하게 주변을 경계하던 한 권속은, 자신의 건너편에 우뚝 서서 근무를 서고 있는 다른 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나는 이곳에서 몸을 움직이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도록 군주님께 명령을 받았으니까. 소리는 들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네.]
그는 아쉽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거대한 채굴시설의 한가운데.
주변에서는 시끄러운 굴착기의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에, 그들이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바로, 투구 사이로 흘러나오는 안광을 깜빡이는 것이었다.
짧게 반짝이는 것과, 길게 반짝이는 것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문자표를 공유하여, 자신들의 언어로 한 것이다.
본래라면 어딘가 글에 적어두지 않으면 긴 연습이 필요하고, 서로에게 그 뜻이 공유되려면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쉽게도, 그들에게는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었다.
특히 이곳에 서 있는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마치 석상처럼 고정돼서 지낸 지 50년이 가까이 지나는 병사들이었다.
아직 에딘에게도 의사소통 방법을 들키지 않은 두 권속은 군주의 정복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또 군주님의 화를 돋운 것 같군.]
[군주님은 늘 화가 나 계시지. 마치, 발정기의 오우거 같이 말이야.]
[이런... 막을 수가 없잖나.]
두 에인헤야르들은 웃었다. 웃음소리는 울려 퍼지지 않았지만.
[군주님도 걱정이 많으시지. 대체 누가 이런 곳에 들어온다고 이런 곳의 경비를 맡기는 것인지 원.]
[그 이야기는 벌써 331만 5623번 째라네 친구.]
[몇 번이라도 하게 되니까 어쩔 수가 없다고.]
살아있던 육체를 갖고 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린 두 사람이, 그런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바로 그들의 앞을 지나가는, 침입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양 옆에서 반짝반짝 거리는 안광을 바라보며 그레이가 움직이려 하는 것을 틀어막고 있는 페루루카가 있었다는 사실을.
'정말, 한 치의 틈도 없이 배치되어 있군... 게다가, 마치 우리를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투구의 안쪽을 반짝거리고 있어.'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프레이야의 등에 올라탄 채로 생각했다.
현재 일행은, 기척을 완벽히 지우는 클레온의 마법인 어둠의 장막을 펼치고, 프레이야의 등에 억지로 모든 이가 올라탄 상태였다.
단순히 수만 세어보더라도, 우트가르트를 제외한 네 명이 올라탄 상태이다.
프레이야도 무겁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녀의 넓은 몸통에 클레온이 제일 앞에 앉고 나면.
상대적으로 몸이 작은 그레이와 페루루카,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레온의 마법을 보조해줄 시프가 앉아있었다.
마법의 효과로 어느 정도 소리를 지울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프레이야가 전속력으로 달리게 되면 막을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살금살금.
수십에 가까운 에인헤야르들이 설치된 시설의 사이에서 중앙으로 통하는 길을 찾아가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레이는 몇 번이고 주변의 시설들이나 에인헤야르들이 신기한지 감탄사를 내뱉거나 움직이려 했기 때문에.
이제는 페루루카가 뒤에서 몸과 입을 붙잡고 틀어막은 상태였다.
"...어느정도 왔지...?"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거리면, 그레이의 펜던트가 반짝이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반쯤이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군.]
"...미안, 프레이야, 조금만 참아줘."
프레이야는 말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목 뒤로 땀 아니, 수액(??)이라고 하는 편이 올바를까.
어쨌든, 그런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클레온은 볼 수 있었다.
클레온의 등에 딱 달라붙은 우트가르트가 그 액체를 탐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제발, 자중해달라는 생각을 하면서 클레온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한편, 그런 클레온 일행이 자신들의 앞을 지나가는 것도 모르는 채, 두 에인헤야르는 이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질렸다는 듯이.
하루의 일과인 '그것'을 시작했다.
[드워프] [프... 프는 어려운데.] [그렇다면 푸도 괜찮다네] [푸...푸딩...] [딩고] [그게 뭔가] [동물이지. 개를 닮은.] [...없는 것을 지어내는 것은 아니겠지?] [고 라네]
그런 시답지 않은 끝말잇기를 계속해 나가던 도중.
그들, 그리고 클레온 일행은 하늘에서 무언가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릴 수 없는 그들은 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거리던 것을 멈추지만.
클레온과 일행들은 숨을 죽이고 길의 중앙에서 비켜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염소를 탄 다른 에인헤야르였다.
[너희들. 근무지 변경이다. 현재 채굴된 자원들을 가지고 상승기로 이동해라.]
[뭐라고!?]
[드디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건가!?]
염소를 타고 온 에인헤야르의 말을 들은 두 권속들은 자신들의 몸을 단단히 묶어두던 에딘의 지배가 조금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가만히 서 있느라 녹이 슬어버린 몸을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하늘을 날 것 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어째서 직접 명령이 안 내려오고, 너 같은 권속이 온 거지?]
[그러게 말이야. 원래는 발할라에서 직접 명령이 내려오는데.]
두 병사가 그렇게 의문을 표하자, 염소에 탄 전사는 대답한다.
[뇌신의 창을 사용해서 요새의 전력이 많이 감소해있다. 명령을 직접 내리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니, 조금이라도 절약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어이구. 절전이로군.]
[에코가 중요하긴 하지...]
그들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몇십 년 만에 움직일 수 있게 된 몸으로 채굴장에서 회수된 자원들을 일단 모으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움직이는 검다..."
"서, 설마, 우리들의 존재를 눈치챈 건가...?"
그레이와 페루루카가 불안한 듯한 목소리를 내면 시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랬으면 곧장 이쪽으로 올 텐데..."
"...잠깐."
클레온이 시프의 말을 듣고 조용히 있다 보면.
주변에서 느껴지는 발소리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이 시설 안에 있던 모든 권속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한꺼번에?"
"...크, 큰일이야... 그러면 움직이는 녀석들을 또 피해서 이동해야 한다는 거잖아...!"
시프도 사태의 심각성을 안 것인지 조금 떠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차라리, 마법을 해제하고 상승기까지 이대로 돌진하는 건?"
프레이야의 그런 제안에 클레온이 고개를 저었다.
"녀석들이 전부 움직일 수 있게 됐다면, 상승기까지 쫓아올 수도 있어. 역시, 조용히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인원을 분산시킬 수 있다면 접촉할 확률이 적어지겠지만, 클레온의 은신 마법은 우리는 사용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이곳에서 가만히 있더라도, 가까이 오는 녀석들에게 들킬 수 있슴다."
[그렇게 되면, 곧바로 포위되겠지.]
"그러면 끝장이잖아...!"
그 때, 우트가르트는 클레온의 등에서 떨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클레온의 눈앞으로 날아 이동했다.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차례로군. 클레온님.]
일행의 불안한 목소리를 듣던 우트가르트가 그렇게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우트가르트?"
시프가 갑작스러운 우트가르트의 언행에 또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는 듯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우트가르트는 시프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시프. 종족도, 태어난 세계도 다르지만. 나는 너와 함께 이 세계를 여행하고, 천둥 군주의 권속을 약탈하는 반란을 일으킬 수 있어서 즐거웠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녀석들은 염소라는 공중을 나는 이동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염소는 나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 즉, 은신마법에서 벗어나면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바로 나라는 이야기다.]
"...그야 그렇지만... 설마!?"
"안 돼, 너무 위험하다."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그를 말리려고 하면, 우트가르트는 자신의 뿔을 교차시키면서 이야기했다.
[위험한 곳이야말로, 명예가 있다. 내가 이 목숨을 바쳐 클레온 님과, 그 동료의 길을 열어젖힐 수 있다면. 그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겠지.]
시프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를 붙잡으려 하면, 우트가르트는 전광석화의 속도로 이동하더니.
[작별이다. 동지여. 그리고 클레온 님. 나의 최후는, 영광과 명예가 함께했다.]
우트가르트는 날아올랐다.
날아올라, 커다란 날갯소리를 내면서, 클레온의 마법에서 빠져나갔다.
"큭...!"
"우트가르트...! 저 바보...!"
[나는 여기 있다! 천둥 군주의 권속 녀석들아!]
하늘로 날아오른 그가 그렇게 외치면, 주변 권속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 ... 프레이야."
"... 그래."
클레온이 프레이야의 이름을 부르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염소를 탄 이들이 먼저 하늘로 올라가 우트가르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지상의 병력들은 석궁 같은 것을 꺼내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린다.
우트가르트는 권속들의 공격 사이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날아다니면서 아름다운 최후의 비행을 시작했다.
덕분에, 지상의 권속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조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이야."
프레이야는 그 틈 사이를 조심스럽게 통과하며 누구에게도 닿지 않고 시설의 중앙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다.
"헤르메스. 어떤 것이 장악해야 하는 기계이지?"
[스캔 중이다. 잠시만 기다려다오.]
클레온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헤르메스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주변의 기계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직접 닿지 않으면 제어는 불가능했지만, 그 기능을 파악하는 것 정도는 떨어진 상태에서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우트가르트...!"
시프의 목소리가 울리면,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올라갔다.
자유롭게 쾌청한 하늘을 비행하던 우트가르트였지만, 그 주변에 나타난 새로운 염소와, 그것들이 모는 전차에 올라탄 에인헤야르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 천둥 군주의 권속들이여. 너희가 나의 고향을 멸망시켰을 때는, 이렇게 느리지 않았을 텐데!]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에인헤야르들이지만, 그 도발을 듣고 나면 어째서인지 더욱 집요하게 우트가르트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상승기로 올라가는 도중에 그를 불러들이면 돼. 헤르메스, 서둘러 줘."
"서두르는 검다...!"
클레온과 그레이가 그렇게 헤르메스에게 재촉하면, 잠시 뒤, 펜던트의 반짝임이 줄어들고
[찾았다. 상승기의 제어모듈이 부착된 기계는, 이곳에서 20m 떨어진 곳에 있는 계기판이다.]
헤르메스가 그레이의 손을 움직여서 가리키는 곳에는, 확실히 여러 가지 다이얼이나 레버가 달린 기계가 있었다.
"저거임까...! 가는 검다! 클레온! 식물 언니!"
클레온과 프레이야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레이와 함께 그 근처로 이동하면.
그레이는 재빠르게 그 기계에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그 손이 기계의 표면에 닿자마자 펜던트에 들어있던 헤르메스의 자의식은 그레이의 팔과 손을 통해서 그 기계로 흘러들어 갔다.
[장악 개시]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울리면, 빠르게 계기판에 붙어있던 마도석의 색이 황동 색으로 바뀌었다.
덜컹.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상승기 모두가 올라탈 수 있는 거대한 원판의 잠금장치가 해제되어 갔다.
[됐다. 이 뒤는 자동으로 움직일거다, 모두들 원판에 올라타라.]
헤르메스는 어느샌가 펜던트의 안으로 돌아온 것인지 그런 목소리를 냈고.
일행은 모두 함께 거대한 원판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모든 잠금장치가 해제되자 상승기가 천천히 위쪽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미 원판 위에 올려져 있던 금속들의 무더기 사이에 숨은 클레온과 일행은 우선 마법을 해제했다.
그리고 시프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거울을 이용하여 우트가르트에게 신호를 보내려 하지만.
"제발... 돌아와 우트가르트...!"
시프의 그런 신호를, 우트가르트는 눈치채지 못한 것인가.
계속해서 고속 비행을 이어나가면서 오히려 승강기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었다.
따라서, 에딘의 부하들도 그 쪽을 뒤따라 멀어져간다.
"우트가르트... 설마..."
클레온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이 주먹을 꽉 쥐지만, 다음 순간 나타난 거대한 공중요새에 의해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돌아갔다.
그레이와 페루루카는, 아까 전 자신들을 노리기 위해 나타났던 그 요새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원판의 크기에 맞춘 듯한, 요새의 밑바닥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상승을 계속하면, 이내 요새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요새는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적에 대한 반응도 개시했다.
그레이와 아멜리아를 떨어트렸을 때와 같이, 수많은 포대가 비행하는 우트가르트를 노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저 사슴벌레는 우리가 타고 다니던 염소보다 작고 빠른검다. 대포 정도로 맞출 수 있을 리 없슴다."
그레이도 주먹을 불끈 쥔 채, 우트가르트를 믿는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다음 순간, 그것이 형편 좋은 상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염소와 우트가르트의 차이는 최고속도라는 것도 있었지만.
기계와 생명체라는 것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염소는 기계인 만큼, 그리고 동력원을 요새인 발할라에서 공급받는 만큼.
발할라가 존재하는 한, 거의 무제한의 비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트가르트는 사슴벌레. 즉 생명체인 것이다.
하늘을 나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능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오랜 시간 뛰어다니면 지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비행시간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우트가르트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것은, 바로 그 한계가 찾아온 시점이었다.
다음 순간, 대포가 터져 나오면서 우트가르트는 그 폭염에 휘말렸다.
"우트"
시프가 그 광경을 보고 안대로 가려진 눈으로 우트가르트가 방금까지 있던 하늘을 바라본다.
폭음과 충격이 원판까지 전달되면, 땅이 흔들리면서 모두들 넘어질 뻔 하지만.
시프의 눈에 걸쳐진 안대가 스르륵 하고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시프..."
클레온은 그런 시프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른다는 표정이 되었다.
둘은, 각자의 세계가 멸망한 뒤, 이곳에서 만나서 천둥군주를 쓰러트리겠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함께 행동했다.
아직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클레온조차도, 그의 죽음에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녀는, 비교할 수 있을까.
"... 괜, 찮아... 각오는... 해 뒀었으니까...."
시프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벽에 손을 집고 고개를 떨궜다.
모두가 조용히,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위가 발할라의 그림자 때문에 완전히 어두워지면.
서서히, 자신들이 그 요새 안에 발을 들이는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자. 시프.복수는, 가능해."
"...응."
눈을 감고 있던 시프가, 두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의 한쪽에서는 룬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복수를 맹세한 다크 엘프가 보이는, 영혼의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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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트가르트는 비행 도중에 서서히 날개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 세계로 온 뒤에, 자신이 날아다니면 당연히 천둥 군주에게 들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드넓은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지 못한 것은 우트가르트에게 있어서는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원판이 상승하고 있군'
클레온과 시프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원판이 발할라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하면, 우트가르트는 슬쩍 그곳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자신이 그곳으로 돌아가면, 지금 자신을 추적 중인 이들마저도 그들을 발견하리라.
'최후의 비행은, 자유롭게. 인가...'
그렇기에, 그는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저, 하늘을 날면서 이 자유를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자신을 노리며 날아드는 대포들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한다.
곡예에 가까운 비행 속에서, 그는 자신이 원래 이런 식으로 정글의 사이를 날아다니던 것을 떠올렸다.
'이것으로, 소중한 동지들을 지킬 수 있다면.'
붉은 색으로 빛나는 우트가르트의 눈동자.
그는 한계를 뛰어넘은 속도로 비행하여,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기로 한다.
다음 순간, 자신의 몸을 덮치는 강력한 충격과 부딪히기 전에는.
'...맞은, 건가?'
어느샌가, 자신도 체력이 다 된 듯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겠지.
다행히, 떨어지는 도중 본 원판은 거의 요새에 다 도달해 있었다.
'여기까지군.'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문장이었다.
현명했던 사슴벌레는, 땅으로 추락한다.
자유로운 비행이었지만, 죽음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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