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화 〉 은빛
* * *
000
"... 자원 저장소에 침입자라고?"
아멜리아에 관한 것을 미미르에게 맡긴 뒤, 그는 자신의 공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요새 내부에서 발생한 이상한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고, 보고를 받은 에딘은 덥수룩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아까 전,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슴벌레 한 마리를 대포로 쏘아 죽였던 것에 이어서.
상승기를 통해 자신의 요새 내로 침입한 괘씸한 녀석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는 슬쩍, 자신이 분석하고 있던 얼음의 망치를 내려다보았다.
느껴지는 마력은 온전히 서리 여왕의 것이었다.
미미르가 회수해 온 소녀 그녀가 그 영역에서 여왕의 사주를 받아 넘어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노리는 것은, 자신이 다른 영역을 파괴하고 흡수한 마력과 영혼이 저장되어있는 망치, 묠니르이겠지.
허나, 에딘에게는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나 있었다.
첫 번째. 그 서리 여왕이 만든 물건치고는 평범하게 얼음의 마력을 담고 있는 전투망치라는 점이었다.
물론, 강한 무기를 다루기 위해선, 그 사용자에게도 그만큼의 실력과, 소양이 필요했다.
자신이 수백 년간 전투기술을 단련하고 나서야, 신기(??)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뇌전의 망치 묠니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것 처럼.
만약 서리 여왕이 본인의 권능을 잔뜩 담아서, 에딘을 치기 위한 무기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여왕 본인 정도일 것이다.
허나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그 여자애가 다룰 수 있는 수준의 무기를 내렸다 하더라도.
이 무기만으로 자신을 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서리 여왕이 모를 리 없었다.
"그 계집에게 무언가 특수한 힘이 있다는 것인가...?"
미미르가 잡아왔을 때,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아무런 특별함 없이 절계 추방 영역으로 던져지는 일은 없겠지만.
두 번째로, 역시, 자신이 만들어낸 걸작 중 하나인 하늘을 달리는 염소 형 오토마타를 제어할 수 있던 원인이었다.
에인헤야르와 다르게, 염소에게는 영혼을 따로 주입하지 않았다.
마도석에 써넣은 명령에 따라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기계라는 것이었다.
헌데, 그 염소는 제어를 탈취당한 것에 더불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이 그 세계에서 지낼 때, 그런 종류의 기술이나 마법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제어를 탈취당할 걱정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본인의 실수였으나.
이 추방 영역에서 오토마타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으니.
방심이 아닌, 필요하지 않은 비용을 삭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
바로, 뇌전의 창에 직격당한 그 계집이형체를 유지하고, 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뇌전의 창은 두꺼운 암석의 성벽에도 구멍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고출력의 병기였다.
이 공중요새 발할라의 안에서도, 묠니르와 더불어 손으로 꼽히는 강력한 무기이다.
아무리 서리 여왕의 가호를 받고 있던 소녀라고 하더라도, 뇌전의 창을 정통으로 맞아서 잿더미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잠깐... 그것을 쏜 것은 미미르 녀석이었지..."
평소에는 그 무기에 대해서, 요새를 다른 영역으로 옮기지 못하는 데, 유지보수를 하는 것 자체에 불만을 표하던 녀석이.
그녀를 생포하기 위해 비교적 위력이 낮은 대포로 쫓던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뇌전의 창을 발사했다.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미르는 그녀를 어딘가 감싸는 듯이 보였다.
자신이 직접 자기 손으로 죽이려고 했던 대상을.
"앞뒤가 맞지 않는군... 그 녀석, 설마..."
자신을 배신한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것인가.
분노가 치솟은 에딘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손을 뻗었다.
벽에 걸려 있던 그의 무기 묠니르가 날아와 손에 잡히면.
그에 공명하듯이, 그의 몸에서 번개와도 같은 전기들이 일으켜지며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가 만들어낸 전기를 흡수해서, 요새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설비들마저도, 허용량을 넘어가는 전기의 양을 흡수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쾅! 하고, 그의 망치, 묠니르가 휘둘러지면서 서리 여왕의 망치를 내리쳤다.
반개가 폭발하고, 동시에 사방으로 얼음 파편이 터져 나갔다.
강렬한 전기가 가지는 열은 그대로 튀어 나간 파편들을 녹이고 증발시키며 수증기를 일으켰고.
공방의 내부에서 발생한 폭발을 이상 사태로 감지한 시스템이, 환풍기를 가동하고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면서.
수증기로 인해 뿌옇게 변한 공방의 내부가 서서히 가라앉으면.
여왕의 망치는 조금 깎여나간 것 외에는 거의 흠집이 나지 않은 채, 그의 공방 안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 ..."
에딘이 힘 조절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망치가 무식하게 단단해서, 그의 분노를 받아내고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일 뿐.
"망할 애송이가... 살려준 은혜를 원수로 갚아?!"
에딘은 곧바로 자신의 요새 안에 명령을 내린다.
요새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은, 저장소로 가서 건방진 침입자들을 처리할 것.
그리고, 통로들을 전부 폐쇄하여 혹시라도 배신자인 미미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을 것.
오직 자신만이 요새의 통로를 여닫을 수 있도록 하여, 퇴로를 전부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본인은 직접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미미르에게 제공한 방으로 향한다.
누구도 자신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라.
천둥의 군주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는 번개의 흔적이 남았다.
001
격벽이 올라가면서 나타난 에인헤야르들은, 이미 클레온과 일행들을 빙 둘러서 포위하고 있었다.
손에는 각자 창과 방패를 든 채 본격적으로 일행을 제압하기 위해 나타난 듯.
진형을 맞추고 방패로 벽을 만들어 서서히 포위의 진을 좁혀왔다.
그들을 본 시프는 주먹을 꽉 쥐며 마창 궁니르를 던질 준비를 마쳤고.
페루루카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몸을 움츠러뜨리며, 조금 창백한 표정이 되었다.
그것도 그렇겠지, 두 사람은 저 에인헤야르에 의해 고향인 영역을 파괴당한 것이었다.
비록 그것이 거래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던 장소가 불타고, 금속이 부딪히는 군화의 진격 소리가 들리던 것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사라질 리 없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그 수였다.
자신 들의 주변, 발을 디딜 수 있는 부분은 전부 그들이 서 있었다.
"설마 이 요새 안에도 이 정도의 병력이 있다니..."
프레이야는 질린듯한 표정으로 활을 잡고 그들을 겨누었다.
다가오는 그들을 멈추기 위해 방패와 방패 사이, 틈으로 화살을 날려 보내면 곧바로 싸움이 시작될 것이었다.
"어떻게 할래. 전부 쓸어버리고 위로 올라갈까?"
"길게 끌면 천둥 군주와 싸울 체력을 온존하기 힘들어."
시프의 질문에 클레온이 짧게 대답하면 시프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돌파네."
클레온은 그레이 쪽을 돌아보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헤르메스는 잠시 침묵했다가, 빛을 내면서 목소리를 발했다.
[상부로 향하는 통로가 폐쇄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내가 제어로 강제로 열 수 있으니 문제는 없다.]
"방향은?"
[클레온이 서 있는 방향을 12시로 했을 때, 6시 방향이다.]
[저쪽인가.]
골렘이 손가락을 들어 자신이 서서 바라보는 곳과 정 반대 즉, 자신의 등 쪽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 네가 아니라 인간 쪽의 클레온이다.]
[음. 그렇군. 미안하다.]
"햇갈리네..."
스으읍, 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쓴웃음을 짓는 시프.
클레온도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보통은 클레온이라고 하면 나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
[나도 클레온이다.]
"못생긴 클레온임다."
[음...]
그레이의 말에 클레온은 침음성과 같은 것을 흘리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물론, 표정을 지을 만큼 얼굴이 디테일 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소울 이터 메탈로 연성된 골렘 '클레온'의 외견은, 낱알 낱알 하나하나의 금속들이 마력을 중심으로 서로 달라붙어서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인간과 같이 두 다리와 두 팔을 가지고, 목 위에 얼굴이 놓여 있었지만.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여느 골렘이 그러하듯이 인간을 흉내 낸 찰흙인형 수준의 이목구비만이 생성된 상태였다.
키는 6m 정도일까, 저장소 안이 넓지 않았다면 머리가 천장을 뚫어버렸을 것이다.
"수다는 나중에 떨어라. 점점 포위망이 다가오고 있어. 돌파한다면, 타이밍을 재서 순식간에 뚫고 나가야 한다."
일행의 농담 따먹기와 진지하지 못한 듯한 태도에 프레이야가 그런 말을 하면,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내가 선두에 서지" [내가 선두에 서지]
"... ..."
클레온과 클레온이 서로 바라보면, 프레이야는 더는 봐주기 힘들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분명 이름은 골렘의 자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원본이랑 성격마저 닮는 거야...?"
시프도, 그런 상황이 웃기다는 듯이 한마디 거들면 어디까지나 억울한 클레온은 골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네가 선두에 서면, 앞 쪽의 시야를 모두 가려버린다. 그러니, 내가 선두에 서지."
[그 말도 합리적이다만, 선두는 역시 가장 강렬한 공격을 받는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몸의 내구도가 높은 내가 가는 것이 맞다.]
"우와, 말투도 비슷한 검다..."
그레이는 조금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클레온과 골렘 양쪽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골렘이 일행의 가장 뒤쪽으로, 클레온이 가장 앞쪽으로 간다.
"...뭐야? 그렇게 끝이야? 결정된 거야?"
시프는 순순히 선두를 양보하는 골렘에게 의외라는 듯이 물어보았고, 골렘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시야를 가린다는 의견은 분명히 합리적이었고. 돌파에서 진형의 뒤를 공격하는 적을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내가 뒤로 가는 것이 맞겠지.]
"저, 저기... 일단은 내가 네 소환사니까... 명령은 내가 내리는 게..."
페루루카는 멋대로 움직이는 골렘에 조금 당황한 듯이 손을 작게 들어본다.
"아마, 내가 불러낸 사정령과 네가 만든 육체가 합쳐져서 완전한 지배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 같네. 일종의 통제를 벗어난 폭주 상태라고 해야 할까..."
시프가 이유를 분석해서 이야기하면, 다음 순간, 일행이 돌파 준비를 하는 동안 가까이 온 에인헤야르 중 하나가 창을 던져왔다.
"칫...!"
시프가 그것을 보고 궁니르로 쳐내려고 한순간, 그녀의 앞에 회색의 벽이 만들어지며 그 창을 막아냈다.
아니, 그것은 벽이 아니라 골렘의 커다란 손이었다.
[가자. 이 이상 시간을 끌면 난전이 될 거다.]
골렘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고 아론다이트를 휘두르며 헤르메스가 가리켰던 방향을 향해 돌파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푸른 색의 수정검이었던 아론다이트는, 클레온의 마력을 빨아들임과 동시에 검은색으로 물들어 본래라면 부러지는 것을 전제로 한 사용법을 한 성검에서, 금속을 뛰어넘은 강도를 가진 검으로.
그녀의 본래의 이명인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성검]에 어울리는 형태와 성능을 가진 검으로 재탄생했다.
마력을 휘감아 휘둘러진 성검은, 그 궤적에 검은 마력의 상처를 남긴다.
마치, 공간을 찢어발기는 짐승의 발톱 같은 그 흉흉한 마력의 현현에, 시프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고 쥐고 있는 창에 들어간 손의 힘을 강하게 했다.
'굉장하네... 흑마력의 양으로 치면, 나보다도 많을지도...'
게다가, 그 진한 마력의 잔향은 그대로 적을 향해 움직이면서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이었다.
프레이야는 클레온이 가까이 오는 적들을 막아주는 동안, 겨우살이의 화살을 동시에 3발 4발씩 장전하여 발사한다.
일격에 쓰러트리지 않으면 적응해서 진화하는 에인헤야르의 특성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아까보다도 훨씬 두껍고, 길면서, 또 살상력 높은 화살이 정확하게 한 발 한 발씩, 그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갑옷 내부의 번개령에게 날아가 꽂힌다.
물리적인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프레이야의 화살에는 강력한 땅의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덕분에, 그 땅의 마력이 번개령의 힘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안쪽에서부터 그들의 몸 전체를 잠식하여 파괴하는 것이었다.
한편, 헤르메스는 클레온의 싸움을 바라보며 그의 힘을 분석하고 있었다.
[상상 이상의 출력이로군. 전생 인자와의 결별을 통해, 더욱 강한 힘을 손에 넣은 것인가. 본래의 파트너인 마검 없이도 저 정도의 출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헤르메스의 분석에 그레이는 고개를 갸웃한다.
"클레온이 센 건 새삼스럽슴다. 것보다, 우리도 뭔가 해야 함다! 아까처럼 도망만 다니는 건 역시 모두에게 미안한검다."
그레이의 말을 들은 헤르메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목소리를 내었다.
[그레이. 네 육체는 그것으로 마지막이다. 그 육체마저 파괴되면, 너는 더는 너로 존재할 수]
"알고 있슴다, 그런 건... 몇 번이나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똑같슴다! 모두, 한 번의 인생, 한 번의 목숨을 걸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겨우 다른 사람들과 같은 출발선에 선 검다."
그레이는 자신을 걱정하며 말을 늘어놓는 헤르메스의 이야기를 끊었다.
그 작은 손으로 헤르메스가 들어있는 펜던트를 쥐면서 이야기 하면 그녀의 감정이 헤르메스에게도 전달되어 들어왔다.
그레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헤르메스였다.
물론, 하나의 존재에서 분리되어 나온 자아였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레이는 헤르메스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갔다.
인간의 육체 생명을 얻은 순간부터 조금씩 그 영혼은 바뀌어 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자신의 사명의 완수를 위해서라고 합리화를 하던 그레이는, 이제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립하여.
헤르메스라는 영혼의 쌍둥이로부터 자립하려 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어디선가 끼이이익, 하고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거대한 포구를 가진 대포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뭣! 실내에서 저런 병기를...!"
그 클레온조차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곧바로 손을 뻗어 마법을 시전한다.
"마나 쇼크!"
검은 마력의 번개가 일직선으로 날아가 대포를 조종하고 있는 에인헤야르의 몸을 꿰뚫지만, 그 포구에 모여있는 빛 무리가 사그라질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막겠다.]
"멈춰! 저 대포는 우리들의 마을의 결계도 꿰뚫었던 물건이야...! 네가 몸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골렘이 몸을 움직여 스스로를 방패로 하려고 하면, 시프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시프의 궁니르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 도중에서부터 까마귀와 같은 형태의 흑마력이 그 창을 감싸면서 있을 수 없는 궤도로 움직여 마치 비행하듯이 대포에 날아가 꽂혔다.
"됐다...!"
시프는 대포를 무사히 파괴했다는 생각에 주먹을 꽉 쥐지만, 클레온은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아직이다!"
클레온이 말한 대로, 대포의 빛은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였다.
궁니르가 날아가 꽂힌 것은, 대포를 보호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몸 전체를 방패로 쓰기 위해 대포에 달라붙은 다른 에인헤야르였다.
"윽...!"
주입한 흑마력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을 느낀 시프가 재빠르게 궁니르를 자신의 손으로 불러들이지만, 대포의 충전은 거의 다 끝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보도록 노력하지.]
결국, 골렘 클레온이 모두를 지키기 위해 일행과 대포 사이에 서려고 한 다음 순간.
"헤르메스!!"
그레이의 외침이 들렸다고 생각하면.
은색과 황동 색이 섞인 섬광이 전장을 달렸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질주한 그것은, 그대로 일행을 노리던 대포의 위로 이동하더니.
그대로 접촉한 부분에서 대포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그레이...!"
클레온은 그것이 그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은 오드아이가 되어 있었고, 평소에는 묶어서 모자 안에 숨겨두었던 잿빛의 머리카락은 풀어헤친 생머리가 되어 은색으로 바뀌어 있었으며.
입고 있는 옷은 평소의 그레이와 다른, 황동색의 머플러와 함께한 검은빛의 전투용 의복이었다.
어딘가 이질적인 그것은, 그레이의 전신을 틈 없이 감싼 고무와도 같은 재질이었으며.
몸의 이곳저곳에 그레이와 헤르메스를 상징하는 듯한 은색과 황동색의 라인이 그려져 있었다.
그 라인의 위로, 마력이 흐르면서 그레이의 신체능력을 향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뭐, 뭔가 굉장함다. 평소의 분할 사고랑은 좀 다른 것 같슴다."
[제한해 두었던 네 육체와 내 마력 제어의 능력을 모두 개방했기 때문이다.]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리면,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 대포에서 흡수한 에너지가 아직 이 배틀 슈트 안을 순환하고 있었다.
"하앗!"
그레이는 본능 적으로 그 힘의 사용법을 파악하고, 주먹을 쥐어 대포를 내리쳤다.
그러자, 흡수한 에너지가 주변으로 터져나가며 대포와 함께 주변에 있던 에인헤야르들을 날려버린다.
"좋아...! 이걸로 모두를 도울 수 있는 검다...!"
[...이 상태의 너는 신체능력과 마력을 100%의 효율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만큼 후유증이 있을 거다.]
"후유증? 괜찮슴다! 강한 힘에는 원래, 리스크가 따르는 법임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더이상은 참견하지 않겠다. 죽지 마라. 네가 죽으면, 곤란하니까.]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그레이는 양쪽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투지가 끓어오르면, 슈트에 흐르는 마력이 강렬하게 빛을 내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