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1화 〉 비늘 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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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고 있던 통신용의 마도석을 강하게 쥐어, 박살 내 버린 에딘.
그리고 그런 에딘의 뒤에 서 있던 카시우스와 아멜리아는 그 너머에서 들려왔던 클레온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에딘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붉게 물들었으며, 얼굴에는 곳곳에 핏줄이 선 채로 극도로 분노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분노하면 당연하게도 주변에는 벼락이 몰아치는 것이었고 카시우스가 방어의 마법을 펼쳐 막아내고 있지 않았다면 마력을 쓸 수 없는 아멜리아는 위험했을 것이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자식! 감히, 나를 모욕하고 굴린마저 죽여!?"
클레온이 그를 능멸한 것과, 자신의 애완 멧돼지(기계)가 죽어버린 것이 동등한 선의 죄라는 듯이 이야기하는 에딘.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멜리아는 조금 전의 장면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클레온이 대신해 준 것에 대해 약간의 통쾌함 마저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 클레온의 조금 낯간지러운 대사를 들으면 얼굴이 붉어진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딘은 클레온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이 받은 듯했지만.
카시우스는 그런 에딘을 보며 능글맞게도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는 강하기 때문에, 상대한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요. 굴린에 관한 것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군주님."
"닥쳐라!!"
간이 부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카시우스의 도발이었지만, 에딘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노성을 내지르고.
일직선으로 날아 꽂히는 번개.
하지만, 카시우스가 펼친 마력의 방어막은 생각보다도 단단한 것이어서, 그 번개로도 뚫리지 않은 채 자신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었다.
"진정하시지요. 하지만 방금 걸로 보셨겠지요. 그는 마검사이지만, 마검이 없더라도 훌륭한 전사입니다. 붙잡아서 영혼을 뽑아내어 당신의 전사로 쓸 수 있다면, 이 지겨운 전쟁을 끝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겁니다."
카시우스의 말에 에딘은 거칠어져 있던 호흡을 조금은 진정시킨 뒤에, 손에 쥐어서 박살 난 마도석의 가루를 땅에 흩뿌렸다.
"네 녀석의 진짜 속셈은 뭐지? 저 녀석에게 내 목을 베게 하여서 나에게서 탈출하는 건가? 그리고 내 망치를 들고 서리 여왕에게 가져다 바치는 것인가?"
에딘의 질문에 카시우스는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설마요. 저는 서리 여왕과는 만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을 노리고 이 요새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들 각 영역의 대표로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당신이 쓰러지면, 그들이. 그들이 쓰러지면, 당신이. 이 추방 영역을 벗어나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겠죠."
카시우스의 대답에 에딘은 침음성을 내고 잠시 생각에 잠기지만, 아멜리아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클레온과 그 일행들을 마력으로 흡수시킬 생각인가요?"
"그들이 패배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클레온이 가진 마력이라면, 지금의 묠니르에 더해 차원의 문을 열 수 있게 될 거야."
아멜리아는 주먹을 쥐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말로 카시우스는 그런 것을 꾸미고 있는 건가?
아니, 아까 전 그는, 클레온과 싸우게 되는 것이 계획의 최종 단계로 돌입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 최종 계획이 그저 카시우스와 아멜리아 두 사람이 원래의 세계로 귀환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카시우스는 훨씬 더 총명하고,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금 엉뚱한 면은 있더라도, 사람이 자신을 신뢰하게 하는, 본능적인 '선함'을 지닌 존재였다고 믿고 있으니까.
가면을 뒤집어쓴 카시우스의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밑에서 미소를 지소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었다.
그것이 에딘이 자신의 말을 믿어줌으로써 조금 더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미소인가.
아니면 그저, 계획대로 에딘과 클레온이 싸우게 되어 어느 한 쪽을 희생시켜 차원의 문을 열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대한 미소인가.
"네 녀석은 나마저 도구로 쓸 생각이로군."
에딘의 말에 카시우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네 속셈을 다 모른다고 해서, 네가 원하는 대로의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겠다. 잊지 않았겠지. 너는 나와의 계약 때문에 이 세계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이 영역에서 오랫동안 지낸 네 녀석은, 이미 나의 노예들과 다를 바가 없는 존재다."
에딘의 손이 무언가를 움켜쥐듯이 움직이자, 카시우스는 자신의 목을 조이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붙잡힌 듯, 살짝 공중으로 떠오르는 그의 몸.
"크흑...!"
자신의 영역 내에서 영역의 지배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영역에 속한 존재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카시우스는 원래 이 영역 속의 존재가 아니었지만, 1년이라는 세월을 이 안에서 지내면서 영역에 동화되었기 때문에 육체 정도라면 에딘이 원하는 대로 고문하는 것이 가능했다.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 것은, 카시우스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있어서 도움이 되는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다음 순간. 카시우스의 목에 에딘의 문장이 새겨졌다.
"사슬이다. 너와 날 묶는 사슬. 네 녀석은 나를 도구 삼아서 이곳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겠지만, 나를 함정에 빠뜨린 녀석이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내가 죽으면, 네 녀석의 목은 전기에 지져져 그대로 구워질 거다."
"그, 그러면 그가 죽어버리고 말거에요...!"
아멜리아의 말에 에딘은 뭘 당연한 것을 말하느냐는 듯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걸 바라고 있기에 한 것이다. 만약 네년이 내 영역의 인간이었더라면, 네게도 같은 조처를 했을 거다. 하지만... 네 녀석에게는 더 어울리는 것이 있지."
에딘의 손이 풀리면, 카시우스는 허공에서 발버둥치던 것을 멈추고 땅바닥으로 떨어지듯이 내려오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목에 손을 올린 채 거칠게 호흡하는 모습을 본 아멜리아는 그런 그의 몸을 부축했다.
...원래부터 몸이 좋지 않은 카시우스가 이런 고문을 당한다면, 그는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네년을 그대로 싸우게 두더라도 어느 한 쪽이 손대중을 할 게 뻔하지! 너를 내 투사로 만들기 위한 장비가 있는, 내 공방으로 가는 중이다."
에딘의 말에 아멜리아는 긴장한 듯한 표정이 되어 주먹을 쥐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불의에 굴하지 않아요. ...클레온과 싸우게 되더라도, 결국은 당신을 쓰러트릴 겁니다."
"그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지금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얼른 일어서라 이 굼뱅이 녀석!"
에딘은 그대로 손을 다시 움직여 카시우스의 몸을 강제적으로 일으켰다.
카시우스는 비틀거리면서도 아멜리아를 바라본다.
뚫려있는 구멍 너머로 보이는 눈은 조금 지친 듯 했지만, 그래도 힘겹게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멜리아의 부축을 거절한 뒤 엉거주춤한 자세로 에딘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아멜리아 역시, 그런 카시우스의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카시우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아멜리아. 아까도 말했듯이 이제 거의 다 됐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원래의 세계 왕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너만큼은, 모두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카시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멜리아의 앞을 걸어갔다.
'대체,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 건가요...'
아멜리아는 조금 더, 카시우스를 믿고 싶었다.
아니, 믿지 않으면 안 됐다.
마치, 에딘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원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카시우스.
그가 시체가 되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만큼은 막아야만 했다.
001
클레온이 굴린을 쓰러트린 뒤에는, 계속해서 그레이가 장벽을 열어젖히고 나타나는 적을 물리치고 클레온이 또 방향을 지정하는 것으로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헤르메스가 반짝이며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클레온이 지정하는 루트를 따라 이동한 결과, 아멜리아의 목적지로 예상되는 곳을 파악했다. 이 요새의 최상층에 있는 천둥 군주 에딘의 공방이다.]
"천둥 군주의 공방...? 그곳으로 가서 대체 뭘 하려는 거지..."
클레온의 말에 프레이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천둥 군주는 전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장장이이자 기술자이기도 하다고 어머니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공방은 그의 머릿속에서 설계된 각종 흉측한 병기들로 가득하지. 그곳에서 싸움을 벌인다면, 조심해야 할 거다. 이 요새 안의 또 다른 요새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프레이야의 말을 들은 시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이지, 성가시네. 우리 영역을 침공했을 때는 에딘이 직접 나타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무기들이 있었거든."
시프의 말을 들은 페루루카도 고개를 끄덕인다.
참고로 그녀는 지금, 골렘 클레온의 손 위에 앉은 채로 법의 서를 살피는 도중이었다.
"어떤 무기가 있었지?"
"으응... 일단 인상에 크게 남았던 건, 꺼지지 않는 불이 붙는 폭탄이었지. 우리들의 영역은 대부분이 숲이었으니까 그걸로 여러 건물에 불이 옮겨 붙어서 말이야."
시프의 말에 프레이야도 마음이 뒤숭숭해진 것인지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숲의 주민이었던 다크엘프, 그리고 숲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위그드라실의 권속들.
어느 쪽도, 불이 무서운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 둘은 혹시 나중에라도 라일라와 만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클레온은 시프에게 이어서 이야기해줄 것을 부탁했다.
"응. 아까 창고에서 봤던 대포 같은 것도 몇 종류나 있었고. 그중에는, 닿으면 살을 녹이는 물약을 쏘아대는 것도 있었어."
"...잔혹하군."
클레온의 말에 페루루카도, 그레이도 핼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용케 살아남은 검다..."
"나는... 숨어있었거든. 족장님의 명령으로 궁니르를 지키기 위해서."
그것이 마치 수치라도 되는 듯, 부끄러운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시프.
클레온은 그런 시프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어. 누구라도,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존재로부터는 숨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고마워 클레온. 하지만 역시 나같은 새내기 주술사보다도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해. 이 궁니르를 다루기 위한 존재로 말이야."
시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창을 바라보았다.
"...그 창은 정확히 어떤 물건이지?"
아까부터 시프의 의지에 따라 신기한 일을 벌이는 그 창의 존재에 클레온은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기회가 온 김에 그녀에게 물어보려 하고 있었다.
"이건... 우리들의 영역의 쐐기 같은 거야. 이 물건을 중심으로 영역이 펼쳐져 있었다고 보면 돼. 궁그닐은 영역의 지배자였던 족장님이 사용하던 거고... '마신의 뼈'를 가공해서 만든 창이야. 사정령을 불러서 빙의시킬 수도 있고, 흑마력으로 원하는 대로 궤도를 움직일 수도 있어."
시프의 말에 헤르메스의 대답이 돌아왔다.
[마신의 뼈. 오레이칼코스로군. 고대에 존재했던 돌연변이 괴수로, 인간, 엘프, 드워프가 힘을 합쳐서 쓰러트리는 것이 가능했던 거대한 마물이다. 그 잔혹함과 강함에 빗대어 마신이라고 칭했었지.]
"맞아. 그거."
헤르메스의 설명에 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족장에게서 들었던 설명과 같은 대답이었다.
"영역의 쐐기라는 건, 각 영역에 존재하는 건가?"
"응. 생명체일 수도 있고, 도구일 수도 있는데. 보통은 도구가 많지. 나의 세계는 '궁니르'가."
"저, 저희 세계는 이 '법의 서'에요. 정확히는 마탑과 법의 서가 한 쌍이었지만요..."
시프의 말을 받아, 페루루카가 대답했다.
자연스럽게 일행의 시선에 프레이야를 향한다.
"...우리들의 영역의 쐐기는, 이그드라실 님 그 자체이시다. 애초에, 그분이 없어진다면 우리들의 영역은 그대로 철거되어 사라지겠지. 서리 여왕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팡이가 그러하고. 이 세계라면 천둥 군주의 망치인 '묠니르'가 그러할 거다."
"잘 알고 있는검다!"
그레이의 말에 프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그드라실님께서는 가장 먼저 이 추방 영역에 뿌리를 내리고 영역을 만드신 분. 수천 년의 긴 시간 동안 추방 영역에 다른 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그들과도 교류를 시도했던 분이시다. ...모두가 모두, 위그드라실 님을 토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힘을 길렀지만."
"그 서리 여왕도 말임까?"
그레이는 의외라는 듯이 이야기하면 프레이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 때는 서리 여왕이 아닌 서리 거인들의 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눈보라를 몰고 오는 자. 만약 공존했다면 위그드라실 님의 영역은 식물이 살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버렸을 거야."
"얼음 속성은 풀 속성에 2배 데미지임다..."
그레이의 말에 프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응?'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시프가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우트가르트의 세계는, 뭐가 쐐기였던 걸까?"
사슴 벌레인 그의 세계는, 여러가지 식인 곤충들이 들끓던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그의 말로는 지능이 높은 벌레들에 의해 기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이겠지.
"프레이야도 모르는 건가?"
"그들의 영역은 너무나도 잔혹해서, 그리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그 영역에 대한 지식은 그다지 많지 않아. ...하지만"
프레이야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클레온에게 이야기했다.
"아난시의 알이 있다고 듣기는 했다."
"... ..."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아난시는 그 아닌시이겠지.
자신이 있던 세계에서, 아라크네였다가 거미 신으로 전생에 성공한, 자연의 정령신.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서방님이라고 부른다.
우트가르트도 클레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즉, 그 알은
"클레온. 인간이 다양한 취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너로부터 배우게 되는군."
프레이야는 클레온 때문에 인간에 대한 거대한 편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아, 아니야. 그건..."
"...하지만, 우트가르트가 그런 알을 가지고 다니는 건 보지 못했어. ...어쩌면, 아난시의 알은 영역이 사라지면서 파괴된 걸지도 모르겠네."
"...그런가."
클레온은 아쉬움 반, 그것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 반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큰 힘을 가진 건 역시 묠니르야. 그야 영역 5개의 마력과 영혼을 흡수했으니까. ...천둥 군주가 그 묠니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야."
"그 묠니르라는 망치를 조심하면 되는 거군."
클레온의 말에 시프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 한 가지 더."
그리고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푸른 색의 갑주."
"...푸른 색의 갑주?"
클레온은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 에딘의 권속들이 우리 세계를 습격했을 때 봤던 전사들은 대부분 이곳에도 있는 기계 병사들이었는데... 딱 하나, 이상한 녀석이 있었어. 푸른 색의 갑주를 입은 기사 같은 녀석이, 다른 꼭두각시들보다도 훨씬 강했던 거야."
"...누가 입고 있던 거지..."
시프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몰라. 하지만, 분명 제대로 된 꼴은 못 봤을 거야."
"어째서지?"
클레온의 질문에 시프는 과거를 떠올리는 듯이 시선을 돌리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갑주가 엄청난 양의 마력을 소모하는 물건이라는 것이 보였으니까. 그걸 입고 있으면 몇 분 만에 안쪽에 들어가 있는 게 무엇이든 말라 비틀어져서 산 채로 미라가 되어버릴걸?"
"...결함품이란 건가."
"그렇지. 갑옷인데 착용자의 생명을 빼앗는다니. 이상하잖아?"
시프의 말에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갑옷은 마치 귀신처럼 주변의 동족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했어. 만들어진 재질을 봐서는 금속은 아니라 무언가의 비늘 같았고."
시프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그 갑주가 자신이 있던 곳을 덮쳤을 때를 떠올렸다.
손에는 도끼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던 그 갑주는 붉은 안광을 빛내면서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싸워나갔다.
착용자의 목숨을 먹고, 벌이는 학살극은 시프에게 있어서도 악몽과도 같았다.
"...시프, 괜찮나?"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된 걸까, 시프는 자신의 궁니르가 떨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이야. 자, 이제 적에 대한 정보 분석도 끝냈으니 서둘러서 가자. 빨리 갈수록 천둥 군주가 준비할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래."
클레온과 일행은 다시 한 번 요새의 최상층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것을 알지 못한 채.
002
"...이곳이, 천둥 군주의 공방..."
아멜리아는 주변에 널브러진 각종 병기를 보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 되었다.
갑주들은 하나같이 강렬한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으며, 무기에는 정확히 그 효능이 떠오르지 않은 것부터 보기만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일에 특화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은 시작품이지. 하지만 이 안에서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녀석이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잘난 채와 같은 작품 소개를 시작하는 에딘.
"그런 건 됐어요. ...제가 뭘 하면 ?"
"...흥, 건방진 년. 좋아. 보여주지."
에딘이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자.
지면이 열리면서, 지하의 창고에 숨겨져 있던 갑주가 올라왔다.
"...푸른 색의, 갑주"
"그래. 이건 드래곤 스케일로 만든 물건이다."
드래곤 스케일. 말 그대로 용의 비늘을 이야기한다.
에딘에게는 용 사냥의 전승이 존재한다.
하지만 몇 마리나 되는 용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즉 눈앞의 갑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에딘에게 번개를 만들어내는 저주를 내린 용일까.
"자, 지금부터 이걸 걸쳐라."
"... ..."
그렇게 되면, 자신은 에딘의 명령으로 클레온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싫다라는 단어가 머릿속과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
"...아멜리아."
하지만 그런 아멜리아에게 카시우스가 조용히 이야기 했다.
아멜리아와 카시우스의 눈이 마주치고, 무언의 눈빛 교환이 이루어지면.
아멜리아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눈앞에 있는 푸른 갑주를 바라보았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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