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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06화 (306/506)

〈 306화 〉 용과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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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의 새로운 형태는, 그녀의 일족이 가진 힘이 용의 마력을 통해 발현한 모습이었다.

세인트 프린세스가 아닌, 드래고닉 프린세스(?)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지.

손에 쥐어진 용의 힘이 담긴 거대한 전투망치는, 휘두를 때마다 벼락이 튀어 올랐다.

"하아앗!"

그 거대한 망치를 가볍게 휘둘러, 무거운 일격을 내려치는 아멜리아.

눈앞의 소녀가 갑작스럽게 용의 힘을 다루는 것에 놀란듯한 에딘은, 그녀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바보 같은...! 너 같은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 용의 힘을 다루다니!"

대륙의 절반 이상을 지배하고, 그대로 갔으면 대륙의 패자가 되었을 자신.

태어날 때부터 전쟁과 파괴, 그리고 창조의 권능을 부여받았다고 가신들에게 칭송받았던 진정한 군주인 자신조차, 용의 저주를 받은 직후에는 수 년 동안 자신의 공방에서 걸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계집은 그 힘을 마치 자신의 힘인 것처럼 다루며, 자신보다도 더욱 망치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가.

에딘의 입에서 빠드득하는 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그의 분노와는 무관계하듯, 아멜리아의 망치가 휘둘러졌다.

그녀의 공격은 아까까지 클레온과 교전할 때와 비교하면 더욱 날카롭고, 정교한 일격이었다.

'용의 힘이, 바람이 알려주고 있어... 상대방의 호흡을... 에딘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그녀의 힘의 매개체가 된 백룡 아스테로페테스는 단순한 번개의 힘을 가진 용이 아니었다.

그녀는 위대한 천공룡의 일족으로 기후 일부를 다루는 것이 가능한 용.

그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능력이 번개를 불러일으키는 힘이었고, 에딘에게 깃든 저주가 그 힘의 일부였을 뿐.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부르고, 번개를 일으키는 '바람의 원소'의 가장 원초적인 힘에서 파생한 모든 힘을 부리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아멜리아에게 깃든 힘도 그녀의 힘 중 일부였기 때문에, 아멜리아가 날씨를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에딘보다 더 원본에 가까운 힘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본래 저주로서 깃든 힘을 강제로 끌어내서 사용하는 에딘과.

용의 힘을 올바르게 정제한 결정으로부터 힘을 끌어내, 그것과 자신의 신체를 동화시킨 아멜리아로서는 힘의 소유주로서의 격이 차원을 달리했다.

게다가, 머리와 등에서 솟아난 뿔과 날개.

비록 마력으로 이루어진, 실체 없는 환영이었지만

아멜리아가 원한다면 도약과 함께 크게 날갯짓 하는 것으로 비약적으로 그 도약력을 높이거나 짧은 시간을 활강하는 것이 가능했고.

뿔은 아멜리아의 마력제어를 보조하여, 마치 자신의 것 처럼 백룡의 마력을 다룰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에딘은 그런 현실을 부정하듯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묠니르를 휘둘렀다.

짧은 손잡이였지만, 순수한 근력만으로 비교한다면 용의 힘을 빌린 아멜리아보다도 그쪽이 위일 것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아멜리아가 휘두르는 망치의 단점은, 그 크기이다.

물론 파괴력은 상당하겠지만, 무기를 휘두를 때는, 반드시 예비동작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상대적으로 무기가 짧고 작은 묠니르 쪽이 그것이 더 적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노려야 하는 것은 용의 머리를 닮은 추 부분이 아닌, 그녀의 양손에 붙들린 손잡이 부분이었다.

먼저, 아멜리아가 에딘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그의 어깨를 노리고 망치를 휘둘렀다.

상대적으로 타격점이 좁은 머리를 노리는 것보다, 몸통을 노리는 것은 확실하게 맞추기 위해서이겠지.

실제로, 그녀가 휘두르는 무기 정도의 질량을 가졌다면, 어디를 공격하더라도 박살 나는 것은 똑같을 테니까.

에딘은 예정했던 대로 그런 그녀의 무기의 손잡이를 부수기 위해, 먼저 자신을 향해 휘둘러진 공격을 쳐낼 필요가 있었다.

손을 휘둘러, 망치를 향해 번개를 터뜨리면 백룡의 갑주 덕분에 번개에는 면역일 아멜리아의 본능적인 부분이 작용하여.

반사적으로 빛의 줄기를 경계하고 몸을 멈칫해버리고 말았다.

에딘은 그런 아멜리아의 미숙함을 비웃으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망치의 손잡이를 번개를 휘감은 묠니르로 후려쳤다.

까앙! 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멜리아가 들고 있는 망치의 손잡이가­

부러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멜리아의 망치는 에딘의 묠니르를 튕겨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멜리아의 마력이 가장 집중되어있는 무기, 그 손잡이는 아멜리아의 몸에 자라난 뿔과 날개와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부분이었다.

번개의 마력을 지닌 채 무기를 향해 휘둘러 봤자, 같은 번개의 힘을 지닌 무기로 내려쳐 봤자,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에딘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튕겨 나온 무기의 반작용 때문에 몸이 끌려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자세가 무너졌다.

아멜리아 역시, 자신의 무기를 노린 그의 행동에 조금 긴장했지만, 다음에 도래한 호기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노렸던 에딘의 어깨 부분을 내리쳤다.

콰앙! 하는 폭음에 가까운 천둥소리와 함께 에딘의 왼쪽 어깨에 벼락과도 같은 망치가 내려꽂혔다.

"크아아악!"

에딘의 비명이 울리면서, 그의 몸이 몇 번이고 땅을 굴렀다.

몸 전체가 바위와도 같은 강도를 지닌 드워프.

에딘은 다른 드워프 들과 비교하더라도 몸의 강도가 수십 배는 강한듯한 내구도를 자랑했지만.

아무리 그라고 하더라도, 아멜리아의 망치에 의해 얻어맞은 부분은 격통을 참을 수 없는 듯했다.

그리고 다행히, 클린 히트한 망치의 데미지에 비해서 에딘의 팔은 아직 멀쩡히 움직이고 있는 듯 했다.

다만, 피부에는 번개가 내리쳐져 까맣게 그을려 타버린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고통은 있어도 내부까지 그 충격이 침투하지 않은 것은, 과연 에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망할 년이...! 이 몸에 감히 상처를 내!?"

"... ..."

자신을 욕하는 에딘을 바라보며, 아멜리아는 말없이 자신의 망치를 바로 쥐었다.

악마들이나 에인헤야르들 에게는 손대중을 하지 않았던 아멜리아.

하지만, 눈 앞의 에딘은 살아있는 아인종이고 공격이 들어가는 곳에 따라서는 목숨을 앗을 수도 있었다.

그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아멜리아는 아직 분노에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에딘에게 공격이 명중한 순간, 힘을 억제하는 버릇이 남아있었다.

"굉장함다, 아멜리아...! 진짜로 드래곤이 된 것 같슴다...!"

그런 아멜리아의 심정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갑작스럽게 힘을 각성한 아멜리아와 에딘의 싸움을 지켜보던 그레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급격하게 상승한 마력 가용량을 확인... 확실히, 마력 수용체의 힘을 빌린 아멜리아 왕녀의 스펙은 상당하군.]

"우리도 도와야 하는 검다!"

두 사람의 공방에서 벌어지는 벼락 때문에 가까이 가는 것이 위험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레이는 아멜리아를 돕기 위해 뛰어들려 했다.

[잠깐 그레이. 진동 반응을 감지했다. 입구 쪽이다.]

그런 그레이를 불러서 멈춰 세우는 헤르메스.

그 목소리를 들은 그레이와, 주변에 있던 동료의 시선이 공방의 입구 쪽을 향하면.

공방의 입구가 열리면서, 주군의 위기에 들이닥친 에인헤야르들의 모습이 보였다.

"또임까!? 끈질긴검다!"

"수도 수지만, 지하에서 싸우던 녀석들이랑 뭔가 다른데..."

클레온은 갑작스러운 적의 증원에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다른 적들을 보며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나타난 에인헤야르들의 몸에는 일렁거리는 푸른 빛의 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부분을 통해서 마력이 흐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일행들도 모두 손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잠깐... 저거, 그레이의 옷 위에 흐르고 있는 거랑 같은 거 아냐?"

시프의 말에 그레이는 자신의 블랙 아웃 슈트와, 에인헤야르들의 몸을 번갈아 봤다.

"어? 우왓, 진짬다! 표절당했슴다! 저작권 침해임다!"

그레이의 외침, 시프가 지적한 대로 에인헤야르들의 표면에 흐르고 있는 것은 블랙 아웃 슈트의 것과 같은 '어펜드 스트림'.

신체의 표면에 마력의 흐름을 생성시켜 그 몸 주변을 소영역화 시키는 기술이었다.

[설마, 관찰한 것으로 원리를 파악하고, 그 짧은 시간 내에 설계를 완성해서 새롭게 제작한 건가...]

헤르메스의 분석에 페루루카는 말도 안 된다는 듯한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레이가 활약하는 모습은, 에인헤야르들의 시야를 통해서 에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적과의 전투를 통해 더욱 개량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 특징인 기계 병사 에인헤야르들의 창조주인 에딘은.

블랙 아웃 슈트가 가진 방어력보다도, 그 표면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의 역할을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병사들 설계에 끼워 넣은 것이다.

물론,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의 슈트에 비하면 그 형태도 단순했고 성능도 열화판이었지만.

수가 많고 귀찮은 재생 능력도 여전했다면 여전히 성가신 적이었다.

그레이가 으으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아멜리아와 에인헤야르들을 번갈아 본다.

[천둥 군주는 아멜리아 왕녀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녀가 포위되지 않도록 저들을 막는 것이 좋을 것 같군.]

"...그럴 것 같슴다."

그레이의 말에 시프도 고개를 끄덕이면 기절해 있는 프레이야를 두고 몸을 일으켰다.

클레온 역시, 다친 팔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면­

"잠깐!"

페루루카가 그런 클레온의 몸­ 망가지지 않은 어깨를 눌러 그를 앉히게 했다.

"이미 부상이 심한 클레온 씨는... 얌전히 쉬어주세요...!"

그녀의 목에 있는 각인이 의지에 반응해 빛났다.

결곡, 클레온은 그녀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한 쪽 팔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전투에는 너무나도 큰 페널티였으니까.

차라리 프레이야처럼 기절해 버렸더라면, 모두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 필요는 없을 텐데.

한 편, 아멜리아도 새롭게 나타난 적이 신경 쓰였지만, 우선은 눈 앞의 강적과의 전투에 집중해야만 했다.

아까 전의 합으로 아멜리아의 무기가 상상 이상의 경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에딘이 고른 다른 전법은─

바로 몸을 돌려 미미르­카시우스를 노리는 것이었다.

허리를 이용한 몸의 회전과 함께 팔에 들려있던 묠니르가 직선 궤도를 그리며 똑바로 카시우스에게로 날아갔다.

"큭! 카시우스 전하!"

아멜리아는 그런 에딘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그 의도를 파악했지만, 그녀로서는 거기에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여, 묠니르를 멈추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카시우스의 목 위에 으깨진 토마토 하나만이 남을 테니까.

용의 날개를 펄럭이며 고속으로 비행하여 날아간 아멜리아.

옥좌에서 발생하고 있던 역장의 열어젖혀 진 틈, 바로 앞에서 멈춰 서면서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깡!'하는 소리와 함께 묠니르를 망치로 쳐내는 데에 성공한다.

"하아... 하아...!"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카시우스가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멜리아는 거친 호흡을 하지만, 진정하지 못하는 심장의 박동소리와 함께 에딘을 노려보았다.

두근, 두근 하는 그녀의 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샘솟았다.

그녀가 지금까지 겪어온 싸움에서 적이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딱히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인트 프린세스로서, 그런 비열한 악마들을 꺾고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였기에 분노는 할지언정 그런 모습에 증오를 품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

드래고닉 프린세스의 아멜리아는 달랐다.

그녀와 결합하여 힘을 빌려주고 있는 것은, 에딘을 향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던 백룡 아스테로페테스.

아멜리아와 그녀의 감정이 동조하기 시작한 순간, 아멜리아는 몸의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 지는 검고 끈적한, '증오'를 느꼈다.

공기가 술렁이고, 아멜리아의 몸 주변에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에딘...! 당신이라는 사람은...! 수치심이라는 것은 없는 건가요! 싸움에서 무력한 자를 노리다니!"

아멜리아의 격양된 목소리에, 클레온도 카시우스도 조금 놀란듯한 표정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에딘은 어리숙한 전사를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렇게나 위대한 힘을 다루면서도 정신은 아직까지 애새끼로군, 계집. 너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기사들의 쓸모없는 명예를 건 결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자연스럽게 1대1의 구조가 만들어져, 서로 망치를 휘두르며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에 착각할 만도 했지만, 그렇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흐름상이었다.

"우리들이 하고 있는 것은 놀이가 아니라 전쟁이다. 침략하고, 탈취하고, 속여넘기고. 그리고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지."

그러면서 카시우스를 노린 것이 어째서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듯 이야기하는 에딘을 바라보며, 아멜리아는 머릿속에 남아있던 이성의 동아줄을 줄톱으로 서서히 갉아 먹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강렬하고, 파괴의 권화이기도 한 드래곤의 힘을 다루는 모습인 만큼, 쉽게 흥분하고 자신을 잃어 폭주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지금 아멜리아의 유일한 리스크이기도 했다.

"아멜리아!"

그 때, 아멜리아의 귀를 때리듯이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몸을 일으켜 격통이 여전한 팔을 누른 채 힘겨운 얼굴로 아멜리아를 바라보는 클레온이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자, 아멜리아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배하려 했던 감정의 물결에서 헤엄쳐 올라온 듯.

붉게 물들어가던 시야가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샌가, 그녀의 동공도 세로로 찢어져 있었지만, 클레온의 부름을 계기로 원래 인간의 형태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자신을 잃지 마. 힘과 감정에 먹히지 말고, 이성을 유지하고, 힘을 다루는 거야...!"

늘 폭주의 위험을 안고 사는 흑마의 일족의 마검사인 클레온.

그런 그를 지탱하는 것­ 레시아와 동료들과의 인연이 없었더라면 언제 자신도 전생인자를 이어받아 온 전대들처럼 폭주할지 몰랐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아멜리아를 지탱하면 된다.

"너는, 힘에 먹힌 저런 드워프와는 다르잖아...?"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무언가를 느낀 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반짝, 하고 아멜리아의 몸에 새겨진 지배의 각인이 살짝 빛을 낸 듯 했다.

다음 순간, 아멜리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한쪽 손으로 자신의 볼을 짜악! 하고 쳤다.

꽤나 큰 소리가 났고, 손이 떨어졌을 때 그 부분이 붉게 물든 것을 보아 상상 이상으로 강하게 친 듯했지만.

눈물이 핑 도는 아픔과 동시에, 그녀를 지배하던 모든 것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다.

"고맙습니다, 클레온. 이제 괜찮아요. 오히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 보이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녀의 말에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면, 에딘은 그대로 이번에는 부상당한 클레온을 노리려는 듯 몸을 돌려 되돌아온 묠니르를 던졌다.

"건방진 녀석들...! 지금 당장 박살 내주마!"

에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의 손에서 묠니르가 떨어졌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마력이 강하게 회전할 때 나는 '키잉­'하는 소리가 에딘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당황한 에딘이 몸을 돌리면, 아멜리아가 치켜든 망치의 추 부분에 마법진이 몇 겹씩이나 떠오르며 마력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착각.

"이 한 번의 휘두름. 신마저 벌하는 격멸의 일격이 되어라."

자연스럽게 떠오른 아스테로페테스의 영창.

그녀의 힘뿐만이 아니라, 감정 일부를 물려받았을 때 머리속에 새겨진 힘이 격류에 휘말리지 않고도 그녀의 힘을 통해 발현된다.

공방의 하늘에,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우르릉, 쿠르릉, 하는 천둥의 소리가 멀리서부터 울려 퍼졌다.

거대한 마법진이 공방의 천장에 나타났다.

아멜리아의 팔이, 망치와 함께 움직이며, 지면을 향해 휘둘러진다.

이윽고­ 극한으로 압축된 마력이 해방되며.

마법진의 마법이 불을 뿜었다.

"라그나뢰크 저지먼트!"

섬광이 번쩍였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마법진에서 나타난 벼락의 비가, 에인헤야르는 물론이고 에딘, 그가 던진 묠니르를 벌하듯이 때려댔다.

"끄아아아악!"

에딘은 아까와는 차원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전격의 세례를 받으며 몸의 표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우, 우왓..."

그레이는 자신들의 눈앞에서 싸우던 에인헤야르들도 같은 벼락을 맞은 것을 보고 그들과 싸우던 것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현대 마법의 기준으로 본다면, 적어도 4티어의 마법이로군.]

대마법사 수준의 경지에 오른 라일라가 제대로 영창을 하고 나서야 발동하는 것이 가능한 대마법이었다.

이내 번개와 섬광이 그쳤을 때는, 에인헤야르들은 물론이고 에딘마저 땅바닥에 쓰러진 광경이 눈에 들어왔을 때였다.

"...이긴건가?"

시프가 그런 목소리를 내자, 다음 순간, 에딘의 몸이 움찔거렸다.

"플래그를 세우니까...!"

"이게 내탓이야...!?"

페루루카의 질책에 시프가 억울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면.

검게 변해버린 몸을 가진 채, 에딘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의 분노한 목소리가 마치 지옥에서 끓어오르는 고함처럼 울려 퍼지자.

에딘의 작지만 두꺼운 몸뚱어리 전체에서 번개가 터져 나왔다.

아멜리아조차 그런 기세에 살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너 같은 계집 따위에게... 이 몸이...!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냐...!"

마치, 지금까지가 전초전이었다는 듯한 발언에 일행 모두가 황당해하면.

에딘은 벼락을 맞고 떨어진 묠니르를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리고, 주변에 흩어져있던 파괴된 병기들, 에인헤야르들의 갑주들을 전부 묠니르를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이내, 드워프 에딘의 몸이 그것들과 달라붙어 하나가 된다.

거대한 철의 거인이, 일행들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공방의 천장을 뚫고 일어섰다.

"... 어쩐지 이렇게 될 것 같더라...!"

시프의 말에 페루루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레이는 그런 에딘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뭔가, 클라이맥스라는 느낌임다...!"

"감탄할 때가 아니야...!"

"...아멜리아."

어느샌가 클레온이 아멜리아의 곁에 다가와 있었다.

남아있던 힘을 거의 모두 넘겨준 그였지만, 조금의 시간 동안 회복되어 있었다.

"...괜찮아요. 아직, 싸울 수 있어요."

"...그런가. 그렇다면, 조금만 더 부탁할게."

그런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가까운 곳에 새겨진 마력의 각인이 그녀의 몸을 조금 더 회복시켰다.

"...클레온."

"응?"

아멜리아는 벽에 등을 기댄 클레온을 불렀다.

"...고마워요. 아까­"

그런 아멜리아의 말을 클레온은 미소를 짓는 것으로 멈추었다.

"─이야기는 나중이야."

"...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아멜리아는 심호흡을 하고 일행들의 사이에 서서 에딘을 올려다보았다.

에딘은, 그런 일행을 개미와도 같이 내려다보았다.

"지지 않아요... 저희들은!"

아멜리아가 의지를 굳히며 목소리를 높이면.

에딘은 그런 아멜리아를 비웃듯이, 주먹을 내리치는 것으로 전투를 재개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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