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화 〉 궤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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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이 최후까지 숨겨두었던 비장의 카드란, 자신의 영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쐐기 묠니르를 핵으로 하여.
지금까지 만들었던 자신의 모든 창조품들.
공방에 전시되었던 무기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수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에인헤야르들.
그리고, 요새 안에 보관되어있던 각종 희귀한 금속들부터 시작하여, 공중요새 발할라 그 자체까지.
그 모든 것을 거대한 하나의 갑주로 승화시켜,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 조종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인철일체(人?一?).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서 내보냈던 모든 것들을,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여 그것들과 하나가 된다.
에딘은 자신의 피부를 감싸는 모든 차가운 금속의 덩어리들이 자신의 몸과 같이 감각이 통하는 것을 느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드래곤 스케일로 만들어낸 푸른 비늘의 갑주도 원래는 이 합체에 포함되어 있어야 했지만...
이미 드래곤 스케일 갑주에 관한 지배권은 없어져서, 아멜리아에게서 갑주를 떼어내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지. 그래, 상관없고 말고."
압도적인 거대함.
초월자가 된 것만 같은 전능감.
발할라의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하고 나면 수백 년은 다른 영역을 향한 침략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마지막의 조커로 남겨두었던 것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이제는 눈앞의 건방진 벌레들을 전부 죽여버리는 데에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거대한 주먹 집채만 한 크기의 강철 덩어리가, 인간의 팔 부분에 해당하는 형상을 이루며 손을 쥔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공방이라는 빈껍데기의 발판 위에 서 있는 아멜리아와 일행들을 향해 운석과도 같이 내려 꽂히는 것이었다.
"너, 너무 큰검다!"
그레이의 말대로, 손가락 하나가 거기에 서 있는 인간 한 명 정도의 크기인 주먹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면 모두 식은땀을 흘린다.
그래도, 공중에 떠있는 발판 위에 서 있는 지금, 저렇게 커다란 주먹을 회피해낼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힘으로 쳐내던가, 그대로 붙들어서 버티던가.
"하아아앗!"
아멜리아의 마력이, 그녀의 망치에 집중되었다.
처음부터 마력으로 이루어진 망치에, 추가로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하면, 당연하게도 마력에 호응하여 그 망치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내 그 망치의 크기가, 강철 거인 에딘의 주먹의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해지면.
아멜리아는 그 망치를 휘두르는 것으로, 에딘의 주먹을 쳐낸다.
"굉장하네...!"
시프 역시 그 광경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한번 쳐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은 에딘이 다른 쪽의 주먹을 내리친다.
"전부를 아멜리아에게 맡길 수만은 없어. 무언가 방법이"
클레온의 말에 시프가 손을 뻗으면, 마창 궁니르가 검은 마력을 휘감은 채, 떨어지는 주먹을 향해 날아갔다.
강철의 거인에게 있어서는 이쑤시개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창은 휘감은 마력을 중심으로 수많은 까마귀의 무리를 내보내면서 떨어지는 주먹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다.
"그레이!"
"아, 알겠슴다!"
시프의 말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챈 그레이는 제자리에서 도움닫기를 하더니.
슈트의 위를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가속해, 거신의 주먹을 향해 강력한 킥을 날렸다.
오토마타가 아닌 그 육체는, 그레이와 접촉한 부분에서 흘러들어 간 마력에 의해 폭발을 일으키며, 잠깐이나마 주먹의 형태가 무너지고 궤도가 어긋나게 되지만.
이내, 그런 것들은 묠니르의 무한에 가까운 마력에 흠집도 주지 못한다는 듯이 순식간에 재생해버리고 말았다.
"쪼끔 모자란검다!"
"제,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골렘에 마법 부여를 해서...!"
그레이의 분투에도 공격이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자, 다음 순간 페루루카의 머리카락색이 새하얗게 물들며.
그녀의 마력을 있는 대로 소환된 골렘 클레온에게 쏟아 붇는다.
몸이 절반 정도 망가져 있던 메탈 골렘은, 그 마력을 부여받아 몸을 재생하는 데에 성공하더니, 그대로 날아올라 양팔로 거신 에딘의 주먹을 받아낸다.
"으으읏...!"
골렘이 힘을 발휘할 때마다 그녀의 마력은 빠르게 빠져나갔고, 그런 그녀의 각인이 밝게 빛나고 나면
"[이런 이런, 막무가내로군 이 노예는. 네 육체가 파괴되면 나도 죽게 되니까, 조금 더 현명하게 마법을 사용해라.]"
다른 말투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추가로 마법이 발동하여 골렘의 몸을 감싼다.
그러자, 골렘의 몸은 조금 떠오르더니 마력으로 형태를 변화시켜 인간형이 아닌 거대한 손의 모습을 취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허공에 떠 있기 때문에, 공격을 막아낼 때 발판을 파괴당할 위험도 적었다.
"[이편이 공격을 막고 쳐 내는 데에는 더 적합하겠지] 스, 스승님...!"
[공격의 궤도를 바꾸겠다]
그렇게 말한 골렘은 그대로 마력을 분사하더니 붙잡은 거신의 손의 궤도를 요새가 아닌 지상으로 돌려서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거신의 주먹에 붙어있다가 공방의 위로 착지한 그레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으으... 다리가 저림다..."
[상대와의 전력 차가 너무 심하다. 일시적인 후퇴를 추천.]
헤르메스의 냉정한 분석이 들려오지만, 클레온도 아멜리아도 전의를 잃지 않은 상태였다.
"저런 크기의 적으로부터 도망칠 방법은 없어. 이 영역의 안이라면 어디에 있더라도 쫓아올 거다. 골렘이 손을 붙잡고 시간을 좀 벌어주고는 있지만, 그것도 잠깐이야. 무언가, 대책이 필요해."
"그 말대로야."
클레온의 말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일행이 그쪽을 향하면, 그곳에는 가면과 거적때기를 벗는 미미르 카시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당신은 카시우스 전하였던 거군요."
클레온은 어느 정도 그 정체에 대해 예상을 했다는 듯이 이야기하며 변해버린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면과 로브의 밑 그의 모습은 아름다운 금발 벽안을 가진 미청년이었던 모습과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몸의 왼쪽 절반이, 마치 썩어버린 듯 검은색에 물들어 있었고 왼쪽 눈이 있는 곳은 뭉개지듯 한 모습이었다.
머리색도, 금발에서 흰색으로 탈색되어 버렸으며, 왼쪽 팔은 이미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저, 전하..."
아멜리아는 그가 살짝 보여줬던 침식된 부분에서, 그가 이차원의 마력에 침식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었지만.
생각보다도 심각한 모습에 조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역시 클레온 씨야. 내 정체도 눈치채고 있던 건가."
카시우스의 말에 클레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예상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정체였고 그 아래가 어떻게 되어있을지는.
설마, 이렇게나 변해 있을지는 클레온 조차도 알지 못했으니까.
"...그 표정은 예측한 대로네. 뭐. 지금은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나중에 하도록 하고 저 거신을 막을 방법이지."
"그런 게 있는 건가요...?"
아멜리아의 말에, 카시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1년 동안 그의 보좌관이라는 노릇을 하면서 이 요새와 에딘의 전력 그 자체를 철저하게 분석했어. 그가 저 힘에 대한 것을 유일하게 밝힌 것도 바로 나야."
카시우스가 그렇게 말한 순간, 골렘이 저지하던 거신의 손이 풀려났다.
"잔재주로 부리는 장난은 여기까지다! 빌어먹을 벌레놈들!"
우렁차게 터져 나온 목소리가 거신으로부터 발해지면, 그대로 철커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부담될 정도로 거대한 손가락의 끝에 구멍이 열린다.
"...카시우스 전하? 상대할 방법이 있다면 지금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클레온이 그 구멍을 보고 불안한 예감을 하고 나면, 카시우스는 말없이 침식되지 않은 쪽의 손을 펼쳤다.
"─일단 저 공격을 막고 나서."
그러자, 카시우스의 손에서 퍼져 나간 황금색의 마력이 일행 전체를 뒤덮는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다음 순간, 철커덩하는 거대한 금속음이 울렸다고 생각하면.
열린 손가락의 구멍에서 납탄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히이이익!!"
페루루카의 목소리가 비명과도 같은 울려 퍼지며, 흰색이 되었던 머리카락색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다.
사나운 소나기가 창문을 때리는 것과 같이, 수백, 수천에 가까운 탄환이 카시우스의 보호막을 때려댔다.
"잘 들어줘 클레온 씨, 그리고 모두들. 저 거대한 병기를 파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저건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말하자면 세계 그 자체야."
카시우스의 말은 클레온과 아멜리아의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파괴 불가한 병기, 즉, 에딘에게 승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일까.
"무슨 소림까! 내가 아까 부수는 걸 못 본 검 까?"
그레이가 카시우스의 말을 못 믿는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카시우스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이마에는 보호막을 유지하기 위해 마력이 계속해서 소모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듯,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재생하는 것도 보았겠지. 저 거신은 5개의 세계를 흡수한 묠니르가 유지하고 있어. 오히려, 에딘은 그 힘에 휘둘리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즉, 저 거신을 상대하는 것은 5개의 세계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로군요."
클레온의 말에 카시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하지만 묠니르의 힘을 모두 끌어내는 저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목적이야."
001
카시우스가 이차원의 틈에 던져진 뒤, 앞뒤도, 위아래도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소피아로부터 배웠던 미래의 예지만큼은, 마치 그의 정신을 갉아먹듯이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래에 희망 따위는 없다는 듯이, 다양한 형태로 그의 절망을 만들어내는 예지들.
만약, 카시우스가 에딘의 침략행위를 거부했다면?
카시우스는 그 자리에서 에딘에 의해 목숨을 잃고, 에딘은 카시우스를 에인헤야르로 부활시켜 그를 복종시켰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흡수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영역들을 침략.
단 한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영역 자체를 멸망시키는 것으로 묠니르의 힘은 끊임없이 강해지고.
시간차로 도착한 클레온, 프레이야와 아멜리아, 그레이가 에딘을 막아보려 하지만, 4명으로는 요새 발할라를 함락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레이는 붙잡혀서 헤르메스를 빼았기고, 아멜리아는 푸른 비늘의 갑주에 지배당하며, 클레온은 그런 둘을 구하기 위해 무리해서 마력을 끌어올린 결과.
폭주하여 에딘의 영역을 시작으로 남은 다른 영역마저도 집어삼키면서 세계포식자의 일원이 된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 시간에 기생하는 정신체 요그토스와 같은.
카시우스는 그런 미래를 예지할 때마다 조건을 조금씩 바꾸면서, 자신의 예지 능력을 강화시킨 이차원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우선, 클레온과 일행들에게는 동료가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영역에 미리 손을 써서 생존자를 남겼다.
생존자들은 복수를 혹은 생존을 위해 에딘과 싸울 필요가 있었고, 같은 목적을 지닌 클레온과 아멜리아에게 힘을 빌려줄 것이다.
다음은, 드래곤 스케일의 갑주였다.
아멜리아와 그 갑주의 상성은 에딘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좋았고.
만약 클레온이 없는 상황에서 아멜리아가 그 갑주를 입은 채 폭주하다가
완전히 백룡과 동화해 버린 순간.
아멜리아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천공의 백룡 아스테로페테스가 증오와 분노를 휘감은 채 이 영역에 강림한다.
모든 제약을 떨쳐버리고, 자비마저 없어진 용은 에딘을 산채로 씹어먹어서 죽여버린 뒤, 묠니르의 힘마저 흡수해서 다른 영역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마룡으로 성장하게 된다.
계식룡(???) 아멜리아의 탄생이었다.
그 용은 이후 세계의 문을 열어젖히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모든 것을 불태우고, 집어삼키는 최악의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용의 영혼이 자유로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주를 파괴하면, 갑주의 힘이 폭주하여 자동으로 주변에 있는 최적의 숙주
아멜리아를 폭주시켜, 같은 결과를 일으켰다.
거기에서 필요해진 것이 바로, 클레온의 용의 반지였다.
클레온이 가지고 있는 반지는 용의 영혼과 교감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 힘을 이용하면 백룡의 사념을 정화하는 것과 동시에 아멜리아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묠니르에 관한 것이었다.
자신이 에딘에게 합류한 이상, 다른 세계가 침략당하여 묠니르에 흡수당하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강력해진 묠니르를 없애기 위해, 에딘에게 거신의 모습을 취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에딘이 묠니르를 순수한 무기로 사용하여 싸웠다면, 설령 에딘이 죽더라도 묠니르가 스스로 움직여 클레온 일행들을 죽여버렸을 것이다.
이미 묠니르는 수많은 영혼을 흡수하여, 마검사의 마검처럼 자아를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 상태였다.
그런 묠니르의 자아를 흐릿하게 만들고, 힘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바로 거대한 거신의 형태가 되도록 에딘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신의 안에서, 살아있는 핵처럼 사용되는 에딘과, 묠니르를 동시에 공격하여 큰 피해를 주는 것만이.
이 거신을 멈추고, 에딘을 쓰러트릴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해답에 도달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수없이 많은 미래를 보기 위해, 반복, 또 반복하며 예지와 마력흡수를 계속했다.
카시우스의 모습은, 그런 반복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추방 교단에 관한 것.
그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음에도 추방 교단을 막지 않은 이유도 역시, 아멜리아를 위해서였다는 것을.
그의 입으로는 직접 이야기할 수 없었다.
분명, 아멜리아가 반대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맹세했다.
설령 자신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아멜리아와 클레온을 올바른 미래로 보낼 것이라고.
그것이, 마왕이라고 할 수 있는 마검황제로부터 세계를 지켰던 대현자 소피아의 제자이자.
사람보다 조금 특출난 재능을 하늘로부터 선사 받은 자신의 역할이라고.
카시우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002
"알고 있겠지만, 묠니르는 이 세계의 쐐기야. 그리고 쐐기에는 쐐기로 대항해야만 하지."
카시우스의 말에 시프는 자신의 궁니르를, 페루루카는 법의 서를 바라봤다.
"다섯 개의 세계 아니, 이 세계를 포함하면 여섯인가. 여섯 세계의 쐐기의 힘이 필요하겠지."
"그렇게 많이임까...?"
그레이는 주변을 둘러보지만, 궁니르와 법의 서를 제외하면 다른 쐐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그드라실의 세계의 쐐기는, 그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이야가. 그리고 서리 여왕의 세계의 쐐기는"
"...얼음 수정의 힘 일부를 가지고 있는, 얼음 망치 군요."
아멜리아의 말에 카시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직 네 개인데?"
시프의 지적에 카시우스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알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 알은 흰색이었지만, 표면에 거미줄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알이라기 보다는 작은 돌과 같았고, 그럼에도 상당히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지금, 카시우스가 사용하는 마력 일부는 그 알에서 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
"아난시의 알이야."
쿨럭, 하고 클레온이 헛기침을 했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아난시의 모습과, 그녀가 알을 낳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당신이 그걸?"
시프가 조금 경계하듯이 물어보자, 카시우스는 안심하라는 듯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영역을 찾아갔을 때, 우트가르트에게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고 해서 내가 맡아뒀을 뿐이야."
"... ..."
카시우스의 대답에, 시프는 알게 모르게 알 것 같다는 표정이 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클레온의 말에 카시우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곧, 올 거야. 그쪽에서도 이쪽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우리는 그때 까지, 저 거신의 체력을 좀 빼둬야 해."
카시우스의 말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은 부상 때문에 싸울 수 없는 자신의 몸을 분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아멜리아는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클레온은 늘 저와 루베라를 지켜줬어요. 이번엔, 제가 클레온을 지켜줄 차례에요."
아멜리아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눈을 바라보던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동료끼리 지키는 것에 차례 같은 건 없어. 한쪽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한쪽 팔로 싸우면 돼."
클레온은 그렇게 이야기 하며 부러진 수정검 아론다이트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괜찮겠어? 무리하지 않아도"
시프가 그렇게 이야기하려던 찰나, 몸을 어느정도 회복하여 정신을 차린 프레이야가 비틀거리면서 일으켰다.
"놔 둬. ...그 남자는, 그런 성격의 남자인 것이니까. 이성적인 판단보다도,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거지."
프레이야의 조금 신랄한 말에 클레온이 쓴웃음을 짓는다.
다음 순간, 납탄의 비로는 카시우스의 방벽을 치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에딘은, 다른 공격을 시도하려 하고 있었다.
바로, 아멜리아를 추격한 뇌전의 창.
카시우스가 일부러 위력을 약하게 만들어 놓은 버전이 아닌, 풀파워의 그것을 일행을 향해 조준 하는 것이었다.
"...저것도 이 벽으로 막을 수 있는 건가요?"
"아니. 여기서부터는, 각자 피해야 해."
클레온의 질문에 카시우스가 그렇게 대답하면 페루루카는 다시 한 번 비명 같은 것을 내지르고
다음 순간, 거대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일행을 향해 강렬한 뇌격이 쏟아졌다.
그것은 마치, 신의 분노와도 같은 빛의 기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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