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화 〉 토벌
* * *
000
에딘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한다면, 커진 몸에 비해서, 그의 인식 범위는 그렇게까지 넓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곤충처럼 예민한 촉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계의 몸과 연결된 그의 오감은 대부분을 시각과 청각에 의지한다.
눈 앞에 떠오른 수많은 경고가 붉은색을 보이면, 에딘은 고함을 내지르며 그것들을 전부 치워버린다.
그 자신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겪어온 수많은 전쟁.
1:1의 결투이건, 수백이 전투를 벌이건 간에, 언제나 전장을 압도하는 것은 압도적인 수와 크기였다.
그렇기에, 그가 가지고 있는 이 비장의 무기는 결코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대지 거인이라는 지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보다도 더욱 거대한 산을 뛰어넘는 크기.
수천의 대포와, 수백의 미사일. 그리고 모든 것을 태워서 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가능한 뇌전의 창까지.
비록 이 형태가 되면 묠니르는 동력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고 하지만, 이 병기의 위력은 단순한 광역 파괴를 목적으로 한다면 묠니르의 이상이었다.
과거, 그와 그의 군세가 드래곤 아스테로페테스와 결전을 벌였을 때.
아직 살아있는 몸을 가지고 있던 그의 부하들의 대부분은,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에 전의를 잃고 그 자리에서 도주하려 했었다.
그런 녀석들은, 자신이 직접 대가리를 깨부숴서, 남은 부하들을 강제적으로 전장에 머무르게 했었다.
생명체는 본능에 따라, 자신보다도 거대한 적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
그렇기에 이 거신을 마주한 대다수 적들은, 이 압도적인 크기에 전의를 잃고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떠한가.
마법같은 것을 다루는 계집년들이나, 가증스러운 세계수의 괴물이.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휘하는 것은 바로 직전까지 자신의 침략전쟁을 도우던 배신자와,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거슬리는 흑마의 일족이다.
거대한 몸뚱아리를 채우고, 힘이 퍼져 나가던 흐름의 곳곳이 파괴되는 것을 느꼈다.
이제 거신에 남아있는 마력 기관은 몇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딘은 자신의 패배를 상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묠니르에는 추방 영역 안에 존재하던 다섯 영역의 영혼과 마력, 그 힘을 모두 흡수한 상태이다.
그리고,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묠니르와, 에딘이 가진 저주마저도 힘으로 바꾸는 기술력.
거기에다가 아직, 사용하지, 미미르 녀석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강력한 마지막 수단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와라, 버러지 같은 놈들아...! 전부 불태워서 이 황야에 뼛가루를 뿌려주마...! 그다음에는, 네놈들이 가진 쐐기를 전부 이용해서 만든 무기로, 추방 영역 전부를 번개로 지져버릴 테다!"
쩌렁쩌렁한 윽박지름이 그가 지배하는 영역 전부에 울려 퍼졌다.
산이 흔들리고, 지반이 떨려왔다.
지맥에 숨어있던 광맥이 그의 부름에 응하듯이 기둥 지어 솟아올랐으며, 거신이 땅을 디딘 부분은 왕의 분노에 겁을 먹은 듯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진동은 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를 진동시킨다.
마력의 날개로 하늘을 활공하던 아멜리아는 격동하는 기류에 휘말리듯이 비틀거리다가, 겨우 잔해 중 하나에 올라탈 수 있었다.
에딘 역시, 가장 주의 시 하는 적은 바로 그녀였다.
시야에 가장 잘 들어오는 두부의 주변을 알짱거리면서, 일행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는 무기들을 박살 내고 다닌다.
게다가, 양손에 하나씩 망치를 들고 덤벼드는 그 모습이 건방지기 짝에 없었다.
하나는,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용의 머리를 형상화한 듯한 뇌전의 망치.
또 하나는, 서리 여왕으로부터 선사 받은, 얼음 수정의 마력 일부를 받은, 늑대의 얼굴을 가진 망치.
아멜리아는, 거신의 머리 주변을 떠다니는 염소 전차들의 포위를 뚫기 위해 몇 번이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노려야 하는 것은, 가장 높은 곳.
거신의 정수리 부분이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낮은 고도에서 비행마법을 사용하여 날아다니는 카시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반쯤 뒤틀린 몸은 이전보다도 마력이 훨씬 강해진 덕분에 비행 마법 정도라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 아난시의 알이라는 쐐기의 마력을 빌리는 것으로 마력에 대한 걱정 없이 방어 마법을 위주로 펼치면서 거신의 목 부분에도 틈이 생기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아앗!"
자신을 향해 날아온 거대한 포탄을,아멜리아가 쳐낸다.
그녀의 마음은 조금씩 급해지고 있었다.
거신과의 싸움에서 힘이 다된 동료들이 있는 것도 분명했고, 이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자신에게 힘을 나누어주었던 클레온의 부상이 아직도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각오를 다지고, 용의 마력이 담긴 망치를 공격에, 서리 망치를 방어에 나누어서 사용한다.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근육을, 뼈를 타고 팔에 흐르는 무거운 진동이 그녀의 몸을 흔든다.
저릿하는 감각을 무시하면서, 하늘로 크게 날아오른다.
마치 소용돌이와 같이 에딘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던 염소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아멜리아를 인식하더니 성난 물소떼처럼 아멜리아를 향해 돌진해 왔다.
허공을 달리고 있음에도, 다그닥 거리는 소리가 강렬하게 귀를 때리면서 다가오면 아멜리아는 눈을 부릅뜨고 타이밍을 맞추어서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호흡 한 번에 한 번의 휘두름.
마력으로 강화된 신체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움직임이었다.
다만, 발을 디뎌 몸을 지탱할 곳이 없다 보니, 염소가 충돌할 때 가해지는 충격으로, 아멜리아의 몸은 의도와는 다르게 정수리에서 더더욱 멀어져만 갔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해...!'
날개를 펄럭이며, 자신의 몸에 추진력을 더하려고 하지만, 몇 개의 마력포가 그녀의 몸을 노렸다.
비산하는 빛들이 궤도를 꺾어가며 회피기동을 이루는 아멜리아의 몸을 노린다.
그리고
"떨어져라! 건방진 계집!"
에딘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빛의 줄기가 그녀의 날개를 꿰뚫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어,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재생되기까지에는 시간을 요구했고,
"앗, 큭...!"
손에서 빛의 망치를 사라지게 하고, 떨어지는 도중에 어딘가에 매달리려고 손을 뻗어보지만.
그런 그녀를 노리고 달려드는 에딘의 권속들.
창과 뿔을 앞세우고, 그녀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쫓아온다.
아멜리아는 눈을 꼭 감고, 자신을 덮칠 고통에 대비하지만, 카시우스의 마력이 그녀의 몸을 보호하면서 떨어지는 것을 멈추고 달려들던 이들의 공격을 저지한다.
카카캉! 하고 귀를 때리는 높은 소리에 아멜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보호해준 카시우스를 돌아보았다.
"하아아─!"
이내, 무언가 높은 기합음이 들렸다고 생각하면 위에서부터 내려찍으면서 발차기를 선사하는 그레이.
그녀의 발차기는,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마찰에 의한 열기를 품고 붉게 달아올라, 아멜리아를 둘러싼 에딘의 권속들을 흩어주었다.
"그레이!"
"─아아아아아아!?"
그레이가 그대로 자신을 감싼 보호막에 올라탈 것으로 생각했던 아멜리아였지만, 그레이는 적들을 모두 물리쳤음에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보호막을 스쳐지나 아래로 떨어진다.
그녀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선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기합음이 당황한 목소리로 바뀌어서, 아멜리아는 떨어지는 그레이를 당혹한 표정이 되어 내려다본다.
"그레이!?"
아무리 블랙 아웃 슈트의 방어력이 있다고 하지만, 이 높이에서 떨어져서 무사할 리가 없었기에, 그레이도 아멜리아도 식겁하지만
"이런이런."
카시우스가 다시 한 번 손을 휘두르는 것으로 그레이를 받아내는 것에 성공한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멜리아, 이내 날개가 재생한 것을 확인하고는 카시우스의 방어막에서 벗어나서 그레이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괜찮나요 그레이?"
"무, 문제없는 검다. ...조금 지릴 뻔했지만..."
그레이의 말에 아멜리아는 곤란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고, 그런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카시우스가 내려왔다.
"아멜리아의 보호막 위로 떨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그러하지 않았냐는 듯한 그의 질문에 그레이는 대답한다.
"제 발차기로 보호막을 깨버리면 아멜리아 왕녀님이 다치지 않슴까!"
"... ..."
"... ..."
그레이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침묵하며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뭐... 뭠까,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제 말이 틀렸슴까?"
"아니... 그렇네, 네 말이 맞아."
카시우스는 그런 그녀의 말에 동의해 주면서도, 거신을 바라보았다.
그레이에 의해 망가져서 박살 난 염소들은 땅에 떨어졌지만, 거신은 요새 발할라로 만들어진 만큼, 내부에 자체적인 생산 시설이 있었다.
부품만 있다면, 그것들을 재조립해서 내보내는 것 따위는 알도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경계가 약했던 아랫부분에 비교해서 위쪽의 방어는 단단한걸."
"...다시 한 번, 위에서부터 공격해서, 정수리와 목을 동시에 노린다면..."
아멜리아의 말에 카시우스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슬쩍 팔을 들어 올리는 그레이.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시선이 그레이에게 집중되면, 그레이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좀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슴다."
"어떤 방법인가요?"
"그건"
001
자신의 권속들이 덮친, 아멜리아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어느샌가 이상한 옷을 입었던 계집도, 배신자 미미르도 모습을 감췄다고 생각한 에딘.
'그 계집은 내 권속들이 떨어트린 건가...'
아멜리아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나머지 둘의 행방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에게 일말의 불안감을 남겼다.
하지만, 이내 보이지 않는다면 끌어내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무기의 조준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다.
그곳에는 거리를 벌리고 물러나 있던 골렘과, 그 위에 올라탄 상태의 페루루카.
그리고, 잔해의 위에서 일행의 싸움을 지켜보던 프레이야가 있었다.
이미 아래쪽의 마력기관이 파괴되어, 그들을 노리는 것은 나중으로 하려 했지만.
"무력한 녀석들만큼 좋은 표적은 없지."
에딘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에게 무기를 발사하려 했을 때.
"천둥 군주나 되시는 분이 주의가 산만하시군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그쪽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하늘을 나는 카시우스가 주변에 몇 개나 되는 광채를 띄워놓은 채 웃어 보이고 있었다.
아난시의 알에서 공급받는 마력을 이용한, 직접 공격의 마법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에딘은 코웃음을 치며 그런 미미르를 바라보았다.
"그런 하찮은 마력으로는, 이 거신의 몸을 파괴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다. 멍청한 녀석."
에딘이 말한 대로, 그의 주변에 떠오른 마력의 구체들은 하나하나가 클레온의 마력 쇼크보다도 질이 낮은 공격 마법이었다.
아니, 마법이라고 부르기에도 창피한 그저, 마력을 뭉쳐놨을 뿐인 마력 덩어리에 불과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죠."
하지만 카시우스가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자, 에딘은 입에 떠올랐던 비웃음을 멈추고는, 모든 무기의 포문을 그에게로 향하게 했다.
"네 녀석의 그 잘난 예지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좋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것이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줘야겠군."
그의 마법 따위 자신을 꿰뚫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에딘은 그러므로 그에게 방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자신에게 일부러 약한 마법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시우스의 몸에도 마력이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이 그에게 속아 이 마법을 받아준다면, 오히려 자신의 거신이 박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그 전에 카시우스를 떨어트리기로 한 것이다.
끼기기긱, 하는 소리와 함께 병기들의 준비가 끝나는 것을 확인한 에딘.
회피할 여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카시우스를 향해서 화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막이 찢어져 나갈 정도로 강렬한 탄막이 형성되면, 에딘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을 선사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다음은, 그 이상한 옷을 입은 계집인가... 그 년은 내 병기를 멋대로 제어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 해부해서 확인해야겠군."
에딘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머리 위를 돌아다니던 염소 중 하나가 이상한 거동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뭐지?"
원래라면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그 부분을 지켜야 할 염소 중 하나가, 무리를 이탈하더니 소용돌이의 중심 부분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오류인가...?"
에딘은 그렇게 생각하며 대상을 향해 명령을 재전달 하지만, 자신의 명령이 차단당한 것을 보고는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그리고, 도달하는 결론에, 황급히 다른 염소들에게 그 염소를 쫓도록 하지만.
"지금임다! 아멜리아!"
머리 위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염소 위에 올라 타 있던 아멜리아가 정수리를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용의 망치도, 날개도 보이지 않는.
'평범한 모습'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손에, 쐐기의 기능을 가진 서리 망치를 들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버티는 것도 불가능했고, 충분한 타격을 가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크, 하하하! 새로운 자살 방법인가?"
에딘의 지시를 받은 염소들은, 그레이가 타고 있는 제어를 탈취당한 염소가 아니라, 떨어지는 아멜리아를 일직선으로 쫓아갔다.
아까의 추격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에딘은 자신의 염소들이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딪혀서 그 뿔이 깨져나가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그들이 아멜리아에게 도달하기 직전, 아멜리아의 몸을 거대한 얼음 같은 것이 감쌌기 때문이다.
"뭐지... 얼음? 저건, 서리 여왕의..."
에딘의 판단은 정확했다, 염소들은 돌진을 멈추지 못하고 얼음에 부딪히고 깨지는 것을 반복하였고, 이내 얼음덩어리의 표면에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 얼음도 방어력이 부족한 것 같군! 이걸로 끝이다!"
이어서, 한 층 거대한 에딘의 권속이 아멜리아를 감싼 얼음에 닿았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얼음이 산산조각으로 깨져 나가면서, 그 안에서 아멜리아가 튀어나와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아까의 용의 힘을 몸에 휘감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마력의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뭐라고!!"
"역시, 제 예상대로임다!"
아멜리아의 그 모습은, 서리 여왕이 하사한 망치의 힘을 매개체로 변신한 모습이었다.
성희(세인트 프린세스), 용희(드래고닉 프린세스)에 이어서.
서리 여왕과 같은, 얼음의 마력을 전신에 휘감은 프로스트 프린세스라고 할 수 있겠지.
그 마력의 색을 잔뜩 머금은 덕분에, 전체적으로 하늘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본뜬 갑주와.
백금발의 머리끝에 감도는 약한 푸른 끼.
그리고, 머리 위에 쓰인 얼음 수정의 티아라.
"하아아아앗!"
아까와 달리, 입을 벌리고 더욱 흉포한 형상을 취한 얼음의 망치.
"안 돼!"
에딘은, 그녀가 공중에서 한 번 더 가속하여 자신이 올라탄 기체의 정수리를 노리고 망치를 휘두를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에딘은 직접 그녀를 붙잡기 위해 손을 움직여서 머리 위로 올리지만.
작은 소녀의 몸은, 거대한 손이 자신을 붙잡기 전에, 허공에 얼음의 발판을 만들어 박차는 것으로 한 번 더 가속했다.
"부숴지세요...!!"
그리고, 아멜리아의 소망이 담긴 목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회전한 그녀가 얼음의 망치를 거신의 정수리에 때려 박으면
쾅! 하고 거신의 몸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충격이 일어나면서, 안쪽에 있는 에딘의 몸도 진동에 휘말려 비틀거릴 수 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에딘의 비명이 그렇게 울려 퍼지면서, 정수리에 있는 마력 기관이 파괴되는 것과 동시에.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었겠죠."
아까 전에 들었던, 거슬리는 목소리.
거신의 목 부근에서 울리는 그것을 들은 순간, 에딘은 아까 전 자신이 공격한 것이 그가 만들어낸 환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몸 전체에 마력이 퍼져 있던 것도, 그가 실체가 아닌 마력으로 이루어진 환영이었기 때문이다.
에딘은 황급히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미 그의 팔은 머리 위로 올라갔던 상태.
아무리 빨리 움직이려 하더라도 목까지 내려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카시우스가 손에 들고 있던 아난시의 알에 마력을 집중하자.
실과 같은 얇은 마력의 선이 나타나더니 마치, 은사로 싸우는 암살자의 실과 같이 움직여서.
서걱, 하고 거신의 거대한 목 부분을 베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얇은 상처 따위 거신은 순식간에 회복해서 머리가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안 쪽의 마력 기관은 확실하게 충격을 입어, 파괴되고 말았다.
"이걸로 다섯... 남은 것은, 심장뿐이군요."
카시우스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리면 에딘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거칠게 호흡한다.
"크, 크크... 그래, 결국 너희가 나를 이기기 위해선, 심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네 녀석들로는 무리다! 너희들이 가진 어떤 병기를 가지고 오더라도, 불가능하지!"
"호오, 어째서죠?"
카시우스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질문하자, 에딘은 입꼬리를 비틀며 이야기했다.
"묠니르가 위치한 심장의 마력 기관은, 공중요새의 핵이었던 부분이다! 절대로 녹아내리지 않는 합금을 강제적으로 녹여서 만들어냈지! 비록, 다른 마력기관의 보조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너희로는 절대로 파괴하지 못할 거다!"
"화염 투기장의 불길을 이용한 것이겠죠. 이 추방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열기를 자랑하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래... 하지만 이제 화염 투기장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에딘이 자랑스럽게 그렇게 외친 다음 순간.
맑았던 하늘에, 마치 피로 된 것 같은 문이 쩌억, 하고 열리더니.
거기에서부터 유성이 떨어지는 듯, 화염에 휩싸인 무언가가 나타났다.
"저, 저건...!"
에딘은 거기에서,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자신이 멸망시켰다고 생각했던 화염 투기장의 화염을 몸에 휘감은 투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휴우, 겨우 내 차례네. 그 녀석, 돌아오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무스는 불타는 화염인 채로 허공에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금까지 보고만 있던 전장에, 지금부터 뛰어든다고 생각하면 가슴의 열기가 사그라지지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해도... 일격에 끝나겠지만 말이야."
까드득, 하는 쇠사슬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그녀는 목에 걸고 있던 단검을 몸에서 뜯어냈다.
"서터의 성물 레바테인이여... 나의 불꽃을 머금고, 세상을 집어삼키는 불길이 되어라!"
그리고, 그 단검을 자신의 몸에 꽂아 넣더니, 그 부분에서부터 단검과 무스가 융합하더니, 인간의 형태를 버리고 거대한 플람베르쥬의 형태가 되었다.
그 길이는 족히 4m는 되어 보였으며,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화염이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더더운다나, 마그마와 같은 것들이 뚝뚝 떨어져 그때 마다 닿는 부분을 빠르게 불태우는 압도적인 파괴의 화신이었다.
[아하하하! 최고다 역시! 이 검의 힘을 쓸 수 있다니! 살아남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무스는 허공을 춤추듯이 움직이며, 자신을 노리고 발사되는 에딘의 마지막 발악을 모두 몸으로 받아낸다.
피해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낼 때 마다 몸을 휘감은 화염은 더더욱 강해지며 이내 태양과도 같은 밝기로 빛나더니.
대각선으로 세워지며 거신의 심장 부분을 향해 내려꽂히는 것이었다.
"안 돼애애애!!"
에딘의 비명같은 외침이 들림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 검이 그 몸을 꿰뚫으면.
거짓말과 같은 침묵이 순간, 그 공간을 감쌌고.
다음 순간, 거대한 화염이 폭발하면서 거신의 몸을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윽...!"
프레이야도, 페루루카도 그 폭발의 섬광과 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뒤로 물러났고.
머리 위에서 염소에 타고 있던 그레이는 재빨리 아멜리아를 회수해서 머리 부분에서 떨어졌다.
그저, 무스의 웃음만이 울려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
그 웃음마저도, 뒤이어 발생한 거신의 몸 전체를 휘감는 폭발에 사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