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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13화 (313/506)

〈 313화 〉 기억 재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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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여신의 치료를 받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 클레온.

본래, 이 세계라는 곳은 죽음의 여신에 의해 만들어진, 언데드들을 위한 세계.

살아있는 언데드 취급인, 죽음의 여신을 제외한다면 생자의 출입이라는 것이, 또 생자가 이곳에서 잠에 든다는 것 자체가 처음인 영역이었다.

살아있는 자가 가지고 있는 생기는, 죽은자인 언데드들에게 있어서는 참을 수 없는 자극적인 향을 가진 기운이다.

죽음의 여신이 자리를 비우면, 그녀를 두려워해서 물러나 있던 여러 언데드들­

특히, 물리적인 장벽을 손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영체 계열의 언데드들은 클레온이 가지고 있는 흑마력과, 그 생기에 이끌려서 하나둘씩 그가 누워있는 방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죽음의 여신에 의해 자아를 빼앗기고, 본능으로만 활동하고 있는 존재들.

소리하나 내지 않고, 클레온이 있는 방의 벽을 통과하여 그가 누워있는 침대 주변으로 모여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공허한 눈으로 자신들의 영역에 찾아온 손님을 내려다보았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영역의 주민에 관해서는 내버려두는 것이 죽음의 여신이었지만.

영역에 생자를 받아들인 적이 없으니, 언데드들의 본능을 무시한 것일까.

몰려든 망령들 중 하나가, 손을 뻗어서 클레온의 피부에 닿으려 했다.

그 손에는, 수상한 빛이 깃들어 있었는데, 그것은 언데드들의 능력 중 하나인 라이프 드레인이었다.

라이프 드레인은 텅 비어있는 언데드가 생기를 채우기 위해 사용하는 능력 중 하나로, 생자의 생기를 피부를 이용해서 흡수하는 것이 가능한 능력이었다.

비록 죽음의 여신의 치료를 받아 조금은 회복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환자인 클레온이 그를 둘러싼 망자들로부터 라이프 드레인을 당하기 시작한다면.

그대로 미이라가 되어 절명하고 말겠지.

하나의 망자가 그것을 시작하면, 다른 망자들도 거리낌 없이 라이프 드레인의 마력이 담긴 손을 뻗어왔고.

그들의 손가락이 클레온의 피부에 닿기 직전.

[무슨 짓을 하는 거죠?]

조용하지만, 확실한 의지가 느껴지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면 모든 망자의 움직임이 멈추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끝에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망자 특유의 반투명한 다리를 가진, 전신을 감싼 메이드 복의 여성 망령이 있었다.

이 망자들의 영역에, 죽음의 여신과 무스를 제외한다면 완전한 자아를 가진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망령들을 손쉽게 컨트롤 하기 위해서는, 여신과 언데드들을 연결할 중간관리직이 필요했고.

생전의 이름,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자아 일부를 죽음의 여신에게 속박당한 채로 하휘의 언데드들을 제어하는 사령탑과 같은 존재의 언데드들이 있었다.

그녀는 밴시라는 종류의 언데드로, 자신처럼 물리적인 육체를 가지지 않은 망자들을 제어하기 위해 죽음의 여신으로부터 메이드장이라는 지위를 내려받은 언데드이다.

둥근 테의 안경을 쓰고, 전신을 빠짐없이 감추어 예를 갖춘 흰색의 에이프런과 검은색의 기조의 인너를 갖춘 시녀복.

손에 장갑을, 흐릿한 다리에는 긴 타이츠 양말과, 구두가 보일 정도로 전신을 감싼 외견에도, 가슴과 엉덩이, 허벅지 부분의 굴곡이 천 위로도 드러나는 것은 그녀가 발군의 프로포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

검은 색의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위에는 카츄샤를 단정하게 착용하고, 주인으로부터 내려받은 검은색의 리본을 목 부분에 매듭지은 채.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눈빛은, 차갑게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관리 휘하의 망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분은 주인님께서 데리고 오신 손님이십니다. 당신들 같은 저급한 망령들 따위가 쉽게 닿아도 될 존재가 아니지요.]

메이드 망령의 이야기에 망자들은 주인의 분노가 내려올 두려움을 느끼고 부들부들 떨더니, 일부는 방을 곧바로 빠져나가 도망친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이들은 그녀에게 말없이 불만을 표출한 채, 생자의 생기를 흡수하는 것을 정당화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망자들의 반항 따위는 손쉽게 무력화 할 수 있는 것이 그녀와 같은 '관리자'의 힘이었다.

그녀가 안경을 낀 채, 망자들을 노려보자, 그녀가 관리하는 이 방의 안에 있는 천들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자신과 주인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한 망자를 그대로 구속했다.

물리적인 육체가 없음에도 그들을 손쉽게 묶어버리는 이 천들은, 역시 죽음의 여신의 힘이 깃들어있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그 천들은 반항적인 망자의 사지를 각각 붙들더니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겨서­

그대로 망자를 갈기갈기 찢어 흩어져 버리게 한다.

영적인 육체가 손실된 망자는 또 수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재생하지 못하리라.

그런 처벌을 눈앞에서 본, 나머지 망자들은 역시 메이드장에게 겁이 먹은 듯이 그 방에서 재빨리 퇴각하여 사라지는 것이다.

[흥...]

어리석은 발악을 한 망자들을 향해 코웃음을 치면서, 늘어났던 천들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메이드장.

그리고, 망자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조금 한기를 느낀 것일까 이불을 당겨서 불편한 자세로 자는 클레온에게 가까이 가서.

자신의 마력을 이용하여 주변 온도를 원래대로 되돌리고는, 잠이 든 클레온을 바라본다.

[... ...]

이 영역에서 깨어났을 때, 이름도 역할도 없이 떠돌던 자신에게 '메이드 장'이라는 직책을 부여한 죽음의 여신.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망자의 관리였지, 죽음의 여신의 생활 주변을 보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단일 개체로서 완성된 존재, 잠을 잘 필요도, 음식을 취할 필요도 없었고, 의복은 마력으로 이루어졌으며 웬만한 것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었다.

그저 부여된 직책에 어울리는 모습을 취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던 메이드 장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방문객들­ 무스와 클레온 덕분에 수백 년 만에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 대로의 일을 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충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언데드.

살아있는 생자의 생기에 이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침대에 가까이 온 순간, 자신도 모르게 클레온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녀가 만약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존재였다고 한다면 그 순간 라이프 드레인으로 클레온의 생명력을 흡수했겠지만, 그녀는 굴러다니는 망자와는 다른 존재였기 때문에.

스스로 흡수를 억제하고는, 자신의 행동에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 ...읏..."

하지만, 망자의 차가운 기운은 라이프 드레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생자에게는 낯선 감촉이었다.

클레온은 얕은 잠에서 깨어나, 흐릿한 시선의 너머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메이드장과 눈이 마주쳤다.

"...루베라...?"

비록, 얕은 잠이었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피로가 쌓여있던 클레온의 흐릿한 정신과 시선 너머로.

메이드복과 흑발이라는 조합은, 자연스럽게 눈앞의 존재를 루베라로 오인시켰다.

하지만 이내, 메이드가 두 발정도 물러나 자신을 향해 허리를 숙여오는 것을 보고는 클레온도 서서히 정신이 각성하여 그녀가 루베라가 아닌, 언데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면을 방해하여 죄송합니다, 손님. 저는 이 영역에서 메이드 장의 역할을 맡은 여신님의 시종입니다.]

"아니, 괜찮아. 내가 어느 정도 잠들어 있었지...?"

[2시간 정도입니다. 손님은 이 영역에서 유일한 생자이시기에, 다른 언데드들이 손님의 마력에 이끌려서 찾아온 것을 말리다가...]

메이드는 송구하다는 듯이 계속해서 허리를 숙인 채였고,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고마워, 당신이 없었으면 그대로 다른 언데드들의 포션이 되어버릴 뻔했네."

클레온의 말에, 메이드는 그때가 돼서야 허리를 들어 올리며 클레온과 마주하여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다행입니다. 혹시 무언가 더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제 쪽에서 준비를­]

그렇게 말하는 그녀와 클레온의 눈이 마주치자, 클레온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작게 벌린 채, 말을 이어나가지 못한다는 듯한 곤란한 얼굴로 잠시 있다가­

[...손님? 무언가, 하실 말씀이시라도...?]

메이드 장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클레온은 입을 감싼 채 놀란 자신을 진정시킨다.

"아, 아니야. ...이전에 본 적이 있던 사람이랑 꽤 닮아서..."

[저를... 말입니까?]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조금 멋쩍은 듯한 표정이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녀의 얼굴을 보고 떠올린 여성과는 깊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 인연이 있었기 때문일까.

이전 흡혈귀 퇴치의 의뢰를 받아 찾아갔던 마을에서, 마을의 내부를 조사하기 위해 주민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던 도중이었다.

함께 행동하는 담피르는 정보를 내놓으려 하지 않았고, 어찌어찌 수소문하여 찾아간 낡은 저택에서 자신을 맞이한 메이드가 있었다.

그 메이드는 어딘가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을 맞이해 저택의 안으로 들여보냈고, 그곳에서 클레온은 인간으로 의태한 흡혈귀­

마을의 입구에서 만났던 담피르의 생부와 만나게 되었다.

그 흡혈귀는 클레온을 세뇌라도 할 생각이었는지 아직 젊은 클레온에게 거짓된 호의를 베풀었었고.

그 때, 그의 밤시중을 들겠다면서 자신을 맞이하게 한 메이드를 보냈었다.

잠자리를 덮쳐진 클레온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그녀와 몸을 섞은 상태였다.

재빨리 그녀를 떼어낸 클레온은, 그녀의 태도에서 이상함을 느껴서 성수를 이용하여 그녀의 제정신을 되찾는 것에 성공했다.

그녀는 원래부터 저택의 메이드였고, 클레온을 대접한 흡혈귀가 메이드의 원래 주인을 죽이고 그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을 들은 클레온은

공격을 개시한 흡혈귀로부터 그녀를 호위하고 저택을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했다.

그 뒤는, 클레온이 자신의 계획을 망쳤다면서 책임을 지라고 따져온 담피르와 함께 흡혈귀를 퇴치했고 안전하게 아침을 맞이한 메이드는 클레온과 헤어진 담피르의 뒤를 따라갔다.

클레온은 그녀에게 책임을 지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메이드는 쓰게 웃으면서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것보다도, 담피르와 같이 다니면서 다른 흡혈귀들이 자신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것이었다.

아직 애송이 시절의 클레온에게 있어서, 자신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던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본 순간, 그 모습이 떠올라버려 약간의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아­ 그, 아무것도 아니야. 응, 다른 사람이겠지."

[그렇습니까...]

그런 클레온의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한 것인지 메이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말에 걸리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클레온의 이야기를 들은 뒤, 그를 다시 한 번 바라보면.

확실히 메이드장 쪽에서도 그에 대하여 무언가, 목에 턱 막히듯이 걸리는 점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저에게는, 생전의 기억이 없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그러하죠. 저의 주인이신 죽음의 여신께서, 그 힘을 대가로 기억을 잃으셨으니 그 영향이 영역의 주민인 저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메이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 머뭇거리다가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저 역시, 손님분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전에는 이런 경험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메이드 본인도, 스스로의 상태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클레온은 생각한다.

그녀와 만났던 것은 고작해야 수년 전의 일이다.

메이드는 죽음의 여신에게 수백 년 동안 봉사했다고 이야기했었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녀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메이드라는 것은 시간 적으로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우트가르트에 관한 것을 생각하면, 시간의 흐름이 상식적이지 않은 이 세계에서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어쩌면­ 이라는 가정이 클레온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면, 그는 메이드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은 건가?"

클레온의 말에 메이드는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기억이 없더라도, 지금의 주인을 섬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생전의 기억을 되찾게 되면, 오히려 생전을 그리워하게 되어 더는 이 영역에서의 생활에 버티게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생전의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떠올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그녀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이었다.

영원히, 죽음의 여신을 섬기면서 이 공간에서 존재한다.

거기에 끝은 없고, 1년, 10년, 100년 그리고 수천년이 지나더라도 변함없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겠지.

혹여 다른 망자들처럼 자아가 없었더라면, 그런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영원을 인식한 채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면­

그 공포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스스로의 사고를 제한하고 있던 메이드였지만.

그녀는, 클레온의 말에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공포는 인간의 의지를 흔든다.

[... ─기억을 되찾을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메이드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당신이 나를 도와줬으니까, 나도 당신을 돕게 해 줘."

클레온의 말에 메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조금... 조금만, 당신의 마력과 생명력을 받게 해 주세요. 그 마력과 생명력을 매개체로, 영혼 속에 묻어둔 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까 전, 망자들이 라이프 드레인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그녀가, 이제는 스스로 클레온에게 라이프 드레인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대로 클레온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후련할지도 모른다.

기억을 되찾을 기회 같은 것은 앞으로 영원히 찾아오지 않겠지.

차라리 그렇게 된다면, 영원히 죽음의 여신의 곁에서, 그녀의 충직한 권속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찾게 된다면, 분명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있을 테니까.

하지만 클레온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메이드장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차가운 감각과 동시에, 몸 안에 남아있던 따뜻한 온기가 빠져나가는 느낌.

자신이 내쉰 숨을, 그대로 메이드장이 빨아들이는 듯했다.

그러면­ 메이드 장은 클레온에게서 받았던 마력과 생명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안에서 기억을 재구축한다.

공허한 눈빛 속에, 약간의 빛이 감돌기 시작하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것이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교성.

흔들리는 허리와, 몸의 안쪽을 자극해오는 쾌감.

잠이 든 남성의 위에서, 몇 번이고 헐떡이면서.

그저 주어진 명령을 위해서 스스로의 몸을 쓰던 기억.

[... 읏!?]

메이드 장이 떠오른 기억은, 클레온에게도 플래시백 되어 들어온다.

두 사람은 동시에, 떠올랐던 기억에 당황하여 손을 떼어냈고.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감돌았다.

"...방금 것은­"

[죄, 죄송합니다, 클레온. 방금 것은­ 제 기억인지, 당신의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조, 조금 자극적이어서...]

얼굴을 붉힌 채로 머뭇거리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말에서 클레온은 무언가를 눈치챘다.

"...지금, 클레온이라고­"

[...아.]

클레온의 지적대로, 자신이 들어본 적 없는 그의 이름을 스스로 이야기했단 것을 깨달은 메이드 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머리속에 떠오른 장면을 조금 되새겼다.

[...어, 어디까지나. 조금 전의 장면과, 손님의 이름이 머리에 떠올랐을 뿐입니다.]

"그, 그런가."

다시 한 번 어색한 침묵.

하지만 조금의 생명력과 마력으로 되살릴 수 있던 것은, 아마 클레온과 연관된 기억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인 기억이었을 뿐이다.

그 외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선­

메이드 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가, 이내 마음을 굳힌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실 수 있나요. 클레온. 그 뒤에­ 조금 더 소중한 기억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나는, 상관없지만─"

다음 순간, 클레온은 눈 앞에서 그녀의 의복이 푸른색의 불꽃에 의해 불타오르며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의복 속에 숨겨져 있던­ 기억 속의 그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아름다운 여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뭣, 잠깐­!"

[...클레온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기보다도, 이 방법이 좀 더 당신에게도 안전하게 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억속에 떠오른 정사를 재현하는 것으로, 생전의 기억을 떠올리겠다는 이야기였다.

[기억 속에서는­ 제가 당신을 덮치고 있었죠.]

그리고, 메이드는 그런 클레온을 침대 위에 눕히면서 조심스럽게 의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용히, 누워 있어 주세요.]

어두운 방 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눈은, 기억에 대한 간절함과 동시에­

기억을 떠올리면서 느꼈던 육신의 감촉에, 탐욕스러워진 듯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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