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9화 〉 목적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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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정하세요!"
"이거 놔! 저 망할 벌레 놈이 내 사냥감을 뺏어갔다고!"
주인을 잃은 천둥 황야에는 여전히 고함과 노성이 울러 퍼진다.
다만, 그 목소리의 주인이 에딘이 아니라, 무스가 되었을 뿐.
그런 그녀를, 아멜리아가 뒤쪽에서 붙잡아서 어떻게든 막아낸다.
뜨거운 열기를 띈 무스의 머리카락이지만, 아멜리아가 서리 망치의 힘을 이용하면 그녀의 열기를 버틸 수 있었다.
역으로, 무스는 그런 아멜리아의 마력 때문에 그녀가 가까이 오면 힘이 약해지는 것을 알고는 어떻게든 떨쳐내려고 하지만...
아멜리아가 강화되는 것에 반해, 무스의 힘이 약해진 덕분에 아멜리아 한 명 떨쳐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묶인 채 씩씩 거리고 있는 것이다.
무스가 분노를 표하는 것은, 물론 땅에서 튀어나오면서 에딘을 반으로 갈라버린, 거대해진 우트가르트 때문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그, 그리고 마찬가지로 에딘과의 싸움에서 추락사한 줄 알았던 시프마저도 데리고 돌아온 그를, 그레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곳저곳을 살핀다.
"어떻게 이렇게 커진검까? 벌크업임까?"
[그레이, 진정해라. 곤충은 벌크업을 하지 않는다.]
헤르메스의 태클에도 흥미가 멈추질 않는 그레이를 바라보며, 시프는 한숨을 내쉬다가 프레이야를 본다.
"그래서. 내가 없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클레온의 부상이 심해서, 페루루카에게 맡겨서 소영역 안에 넣어 두었었다. 그런데 전투가 끝난 뒤에 확인해보니까 클레온이 없어져 있었다는 거다."
페루루카는 제자리에 무릎을 끌어당긴 채 앉은 채로 얼굴을 무릎에 박고 끄윽 끄윽 하고, 목소리를 내며 엉엉 울고 있었다.
"저, 저 때문에 클레온 씨가 끄윽... 클레온 씨가 사라졌어요..."
그런 페루루카를 본 시프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이 모든 일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 틀림 없을 카시우스를 보며 이야기한다.
"뭐 좀 해 봐, 애가 울고 있잖아?"
"알고 있어. 조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
시프의 말에도 카시우스는 조용히 입을 다물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우선, 에딘을 쓰러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쐐기 '묠니르'를 회수하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원래는 클레온도 이 자리에 함께 있어야 했고, 자신이 본 미래에서 우트가르트와 시프는 등장하지 않았었다.
'내가 본 예지가 변화한 것인가, 처음부터 잘못된 예지를 본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결과적으로 올바른 결과를 낼 것인가 조차 의심되기 시작한다.
아무리 이차원의 마력으로 예지 능력이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완벽한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가 하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 때 였다. 페루루카의 울음이 뚝 멈추더니, 무릎을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표정은 울상에 어둡고 자신감 없는 쪽에서, 특유의 거만한 흘겨보는 눈으로.
그리고, 입꼬리는 묘하게 비틀려서, 거대한 우트가르트를 바라보더니 생리적으로 무리라는 듯이 '으'하고 말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내 제자 놈이 너무 슬퍼해서 잠시 내가 나올 틈이 생겼군. 그래.]"
"알레이스타..."
프레이야는 경계하는 눈으로 가만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녀의 팔에서 생겨난 화살이 그녀의 손에 걸리는 것이 보였다.
"[어이 어이,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나무 괴물. 우리는 아까까지 천둥 군주를 상대로 열심히 협력했던 관계잖아?]"
"우리가 협력한 건 네가 아니라 그 몸의 주인인 페루루카지."
시프 역시, 돌려받은 궁니르를 손에 쥔 채 알레이스타를 노려보았다.
"[평가가 박하군 그래. 지금부터 그 마검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야기해 주려 했더니만.]"
알레이스타는 한숨을 내쉬면서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얌전히 그레이에게 관찰당하던 우트가르트였다.
[그게 사실인가!]
갑작스럽게 날게를 펼치고 부웅! 하고 떠오르면, 옆에 있던 그레이가 '우왓!'하는 소리를 내면서 땅에 쓰러지듯이 주저 앉고 말았다.
"[그야, 이 빌어먹을 추방 영역에서 빠져나가려면, 그 마검사를 찾아야 하겠지? 그 녀석 없이 나간다는 이야기는 안할 것이고 말이야.]"
알레이스타는 그레이와 카시우스, 그리고 아멜리아를 돌아보면서 이야기했다.
"물론이에요!"
아멜리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카시우스 역시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클레온 씨가 어디로 갔는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도 합리적인 답이 나오질 않아서"
"[내가 볼 때 그 녀석은 여난의 상이 아주아주 강하게 껴있다. 어떤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뭐, 어찌 됐든 그렇다면 답을 말해도 되겠지. 그 마검사는 지금, 죽음의 여신의 영역에 있다.]"
알레이스타의 말을 들은 프레이야, 시프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죽음의 여신의 영역..."
프레이야의 그런 중얼거림에는, 그 영역에 대한 모종의 좋지 않은 감정이 느껴졌다.
"그 영역은 어떤 곳임까?"
자리에서 일어난 그레이가 얼굴을 내밀면서 시프에게 질문하자, 시프는 '으응'하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죽은 자의 영역이야. 너희들의 세계에서 보자면 '저승' '지옥'이랑 비슷한 개념일까...?"
"클레온 죽은검까!?"
그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알레이스타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아직 살아있다. 이 녀석의 몸에 새겨진 각인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말이야.]"
클레온이 죽는다면, 페루루카의 목에 새겨진 지배의 각인도 같이 소멸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에는 아직도 그 특유의 고리와도 같은 각인이 남아있는 상태였고, 지금 클레온이 죽어가던, 그렇지 않든 간에 그의 목숨 자체는 붙어있다는 이야기였다.
"죽음의 여신의 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서도 특이한 장소이다. 다른 모든 영역은 자신의 영역 안에 존재하는 영혼의 개수를 늘리고, 그것이 곧 영역의 힘이 된다. 어머니도 나와 같은 자식을 만들었고, 에딘 조차 드워프들은 물론이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이들의 영혼을 자신의 영역에 속박시켰다."
"우리들 다크 엘프는 번식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1년에 아이가 한 명씩은 태어났었지."
시프의 말에 그레이는 헤에 하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죽음의 여신의 영역은 영혼의 개수가 변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살아있는 존재가 없으니까.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망자와 언데드들 뿐.]"
"육체를 잃고, 영맥에 흡수되어야 할 영혼들이지만... 영맥이 존재하지 않으니, 흡수될 곳조차 없지. 그러니까, 그 영역은 영원히 성장하지 않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알레이스타와 시프의 설명을 들은 그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내 아멜리아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 추방 영역의 각 영역에 존재하는 지배자들이 목표로 하는 건... 추방 영역을 벗어날 힘을 얻는 것이었죠? 서리 여왕님은, 그런 분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아멜리아의 말에, 그녀에게 붙들려있던 무스는 힘이 추욱 빠진 듯이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야."
"아... 그, 저기"
갑작스럽게 자신의 말에 대답해 준 그녀에게, 아멜리아는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해 하는 듯했다.
"내 이름은 무스다.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우리들의 영역. 화염 투기장이 그러했지. 이 추방 영역은 우리에게 있어서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으니까."
"그런 곳이 천국이라고...?"
프레이야는 무스가 원래 존재하던 화염 투기장에 대해, 어머니에게서 배운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하는 말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화염과 유황, 용암이 흐르는 땅 위에 덩그러니 세워진 거대한 투기장.
매일같이 죽고 죽이고를 반복하면서 경기를 벌이는 투사들.
투쟁의 화로에서 태어나며, 부여받은 생명의 불꽃이 전부 꺼지면 소멸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그 끝을 모르는 투지를 불태워, 싸움의 열기만을 즐긴다.
세계수의 영역에 존재하는 모든 다른 위그드라실의 아이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프레이야에게 있어서.
같은 영역의 존재와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 '전투'라는 위협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자신들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전투는 자신이 짊어지려 했으며.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런 프레이야에게 있어서, '전투'밖에 존재하지 않는 화염의 투기장은, 천국이 아닌 지옥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야 천국이야. 우리들의 영혼은 오직 전투에서만 불타올라. 그때만이 우리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야. 그걸 소멸할 때까지 무한히 즐길 수 있는 곳이야말로, 우리들의 이상향이지. 다른 영역이나... 이차원의 틈에서 나가, 서터님의 고향 차원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우리 같은 싸움에 미친 투사들은 그저 배척당할 뿐이다. 뭐, 그렇다면 우릴 배척하는 녀석들과도 싸우면 되는 것이지만."
"그래서, 이 틈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검까..."
그레이는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나의 고향이 사라진 뒤에는, 끝내주는 싸움을 한 번 겪고 말끔하게 사라질 생각이었어. ... 그걸 저 사슴벌레 놈이 방해한 거고!"
정서불안정의 무스가 다시 전의를 불태우자, 시프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엇다.
우트가르트는 그런 무스를 바라보다가 시프의 뒤로 숨었다.
"이야기가 딴 길로 새버렸네. 그래서, 클레온이 그 영역으로 끌려간 건 대체 뭐가 원인인 거야? 짐작 가는 부분은 있어?"
"[말했잖느냐, 여난이라고. 소영역의 주인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안에 있는 인간을 훔쳐낼 수 있는 건, '죽음의 여신' 뿐이다.]"
알레이스타의 말에 프레이야도 시프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의 여신이 클레온 님을 납치했다는 건가. 드디어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왔군. 이 강해진 육체로 그 여신을 반으로 조각내서, 클레온 님을 구출하면 되는 건가.]
"너무 성급하잖아, 우트가르트. 어쩌면, 치료하려고 데려간 걸 수도 있지. 상처가 심했다면서?"
시프의 말에 프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면 클레온을 찾으러 가요. 그와 함께가 아니라면, 이곳에서 나갈 수 없어요."
아멜리아의 말에 무스를 제외한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설마 거기에 나도 끼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 겨우 그곳에서 탈출했는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고?"
무스는 자신을 붙잡은 아멜리아에게 슬쩍 고개를 들어본다.
"하지만, 이곳에 혼자 남아있을 수도 없잖아요. 이제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아멜리아의 말에 무스는 끄으...하고 귀찮은 듯한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카시우스와 눈이 마주치면 검지로 그를 가리킨다.
"이봐! 반푼이 예언자! 네 녀석의 예언이 엉망이어서 이렇게 된 거니까, 책임지고 나한테 새로운 싸움을 가져와!"
"이런 이런... 확실히.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것도 내 책임인가."
카시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스에게 대답했다.
"알겠어. 하지만 이 뒤로도 우리를 얌전히 도와주는 것이 조건이야."
"그건 내가 정해 이 쫄보 새"
무스의 입을 아멜리아가 손으로 틀어막으면, 카시우스는 어깨를 으쓱한 뒤에 프레이야를 돌아보았다.
"죽음의 여신의 영역으로 가기 위해선, 위그드라실 님의 힘이 필요해."
"...알고 있다. 그분만이, 다른 모든 영역으로 통하는 문을 자유자재로 열 수 있는 분이시니까."
카시우스의 말에 프레이야는 자신의 일행을 전부 돌아보면서, 이들 전부를 데리고 영역으로 돌아가도 되는 것일까 고민한다.
클레온의 동료인 그레이, 아멜리아, 그리고 카시우스는 그렇다 치고.
흑마력을 다루는 다크 엘프인 시프, 거대해져 버린 우트가르트.
몸 안에 알레이스타가 남아있는 페루루카... 그리고, 가장 위험한 건 역시 화염의 투사인 무스이겠지.
그녀가 혹시라도 열을 내서 불이 붙으면, 숲과 주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클레온을 구하기 위해선, 그녀의 힘은 필요해."
카시우스가 프레이야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프레이야는 미간을 좁히면서 이야기했다.
"그것과 우리의 영역의 안전은 전혀 다른 이야기야. 제대로 제어할 수 있겠지?"
"아멜리아가 붙어있다면."
카시우스의 말에 프레이야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뒤 아멜리아와 무스를 바라보았다.
"... 알겠다."
"고마워."
카시우스의 대답을 들은 뒤, 프레이야는 위그드라실에게서 받아왔던 꽃잎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 꽃잎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그곳에서부터 커다랗게 나무줄기가 자라나, 허공에 원을 그렸다.
"...우리들의 고향에 초대한다. 이방인들. 내가 너희들에게 활을 겨누지 말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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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의 이야기를 들은 클레온은 죽음의 여신 일레누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메이드와 함께 방을 나섰다.
"일레누는 나 처럼, 기억을 잃고 있어요. 하지만 어렴풋이 클레온에게서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아서... 그러니까, 당신을 이곳에 데려와서 치료한 거죠."
"애초에, 어째서 기억을 잃은 거죠? 추방 영역에 사출될 때, 무언가 충격이라도 받은 것인가?"
클레온의 말을 들은 메이드는, 무언가가 기억날듯하면서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는 자신의 기억에 답답함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부분은... 아마, 아직 사라져 있는 제 기억 속에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일레누와 이야기를 하고... 당신에 대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걸어가는 복도는, 어딘가 눈에 익은 형상이었다.
길고 화려한 복도지만, 어딘가 어두침침한 형상.
몇 개나 보이는 문.
"...이 저택, 우리가 처음에 만났던 그 저택과 비슷한 것 같은데..."
"...아마, 맞을 거에요. 일레누 본인은 기억을 잃었지만, 성당도 그렇고... 아마, 그녀의 영혼에 새겨진 풍경이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겠죠."
클레온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희망은 있네요. 적어도 영혼에는, 우리들에 대한 기억의 흔적이 있다는 것이니까."
"... ..."
메이드는 그런 클레온의 말에 발을 멈추고, 클레온을 돌아보았다.
갑자기 멈춘 메이드의 태도에, 클레온은 고개를 갸웃하고 그녀를 내려다본다.
"...아뇨, 역시 같은 사람이구나. 해서."
메이드는 클레온의 시선의 의미를 느낀 것인지,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당신과 함께 여행한 '클레온'과 말인가요."
"네. 같이 여행을 할 때... '클레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몇 번이고 위험한 일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클레온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저희에게 희망을 보여줬죠."
메이드의 그런 말은, 클레온에게는 무언가 조금 낯간지럽게 느껴졌다.
본인은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격려하거나 하는 것이 특기인 것은 아니었다.
아마, 그쪽 세계의 클레온은 조금 더 밝은 성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는, 그런 클레온을..."
메이드는 거기까지 말하려다가, 핫 하고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멋쩍게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본인은 본인이라도, 당사자는 아닌데... 이상한 말을 할 뻔했네."
"... ..."
클레온은 그런 메이드에게 뭐라고 건넬 말을 찾지 못한 채, 몸을 돌리는 그녀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가요, 일레누는 아마 지금... 대성당에 있을 거에요."
"대성당... 혹시, 그 흡혈귀와 싸웠던..."
클레온의 기억속에 있는 그 대성당은, 이미 흡혈귀에 의해 타락하여 신성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흑마력의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서 싸웠으니, 흡혈귀가 그렇게 강력했지.
같은 것을, 이제 와서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맞아요. 그곳에는 역십자가 땅에 박혀있고... 그 곳에, 흡혈귀의 육편이 붙어 있죠."
"...흡혈귀의 육편!?"
그런 것이 있다면, 바로 없애버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하지만, 메이드는 그런 의문조차 예상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물론 일레누도 그 육편을 발견할 때마다 소멸시켜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샌가 재생해 있죠. 일레누의 대부분의 시간은, 그 십자가를 감시하면서 흡혈귀가 재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쓰고 있어요."
죽음의 여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딘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녀 조차도, 이 영역에 묶여있는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일레누가 기다리고 있는 대성당으로 나아갔다.
그녀를 지키고, 그녀를 묶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녀를 해방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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