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1화 〉 거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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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 플레임워치...?"
클레온의 입에서 익숙한 발음이 흘러나왔다.
그 이름을 입에 담은 것은, 수십 번, 수백 번으로는 도저히 세어낼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 보다도 더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은, 메이드의 쪽이었다.
"라일라, 당신... 기억이"
"아아... 착각하지 마. 기억은 없어. 어디까지나, 이름만 가지고 있을 뿐. 마법사에게 있어서, 그 영혼에 새겨진 '진명'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까. 나는 내 나름대로 방법으로 그걸 찾아냈을 뿐이야."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사이드 테일을 만지작거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런 그녀의 대답을 들으면, 메이드는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눌린듯이 조금 몸을 움츠리면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그 방법으로 자기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거기까진... 못해. 그리고, 나는 그다지 내 기억에는 관심이 없어. 기억을 잃기 전에 사용할 수 있던 마법들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마법원리주의자와 같은 말을 하는 라일라의 발언에, 클레온도 메이드도 조금은 질린 듯이 입을 다물었다.
뭐, 그것보다 클레온은 사실, 이제 아픔이 가시질 않아서 입을 벌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이대로, 네가 묘지에 묻혔다가 좀비 같은 걸로 되살아나는 것을 봐도 무방한데. 사실 그렇잖아? 이 세계에서는 죽으면 언데드가 되니까 굳이 치료할 필요는 없고."
"아, 안 돼요! 죽으면, 곤란해요..."
메이드가 그렇게 말하면서 라일라의 손목을 다시 붙잡으면 라일라는 클레온에게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역시 날 도와줘야겠네. 뭐,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야.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고, 네 기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면 되니까. 내 생각에, 전문가가 아닌 네 말을 듣는 것보다 네 기억 속에 있는 마법이 일어나는 장면을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어때?"
클레온은 라일라의 그런 말에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될 이유는 없었고, 자신도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다만, 한가지 경고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기억을 보다가 놀라 자빠지지 말라고."
"하아?"
클레온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라일라 플레임워치가, 클레온 자신이 알고 있는 라일라 플레임워치 그러니까 지금쯤 왕도에서 자신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그녀와는 다른 소녀라는 것을.
일레누와 모험을 다닌 세계에서도... 어떤 인연에서인가 그녀와 만났고.
그 과정에서, 그녀도 모험의 일행이 되었다. 그런 이야기겠지.
얼마나 질긴 인연이냐...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클레온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면, 라일라는 그런 클레온의 양쪽 볼을 한 손으로 꾹 누르며 입 부분을 붙잡았다.
"혹시 나쁜 놈 아니야 이거?"
어딘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라일라의 발언에, 메이드는 클레온 대신에 고개를 휙휙 저으면서 대답한다.
"그, 그렇지 않아요! 확실히 조금 어둡고, 차가운 인상이고, 가끔가다가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착한 사람이에요!"
"아니, 앞의 단어 때문에 대변해 주는 게 아니라 욕하는 것 같이 되어버렸는데..."
메이드의 말을 들은 라일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돌려 공방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벽장의 안을 열면, 지하에서 파내서 다시 전시해 놓은 듀라한의 머리와 눈이 마주쳤다.
"손님이라도 왔나?"
"장식품은 조용히."
그녀(듀라한)의 말에 라일라는 짧게 대답한 뒤, 치유약의 재료가 될만한 것들을 하나둘 찬장에서 꺼내 들었다.
"세계수의 잎, 화염돌, 만년설의 결정... 육체 재생의 묘약은 이걸로도 어떻게든 되려나..."
들리는 재료들의 이름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기에, 클레온도 메이드도 긴장하지만, 이내 덜컹하면서 벽장의 문이 닫힌다.
"...설마 지금부터 약을 만드는 건가요?"
메이드가 라일라를 보면서 질문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뭔가, 문제라도?"
"어, 얼마나 걸리나요!?"
"글쎄... 지금부터 달이기 시작한다면 효력이 있는 포션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3시간은 걸리려나."
휴윽, 하고 메이드의 입에서 스트레스 가득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세, 세 시간이면 클레온이 죽어버려요!?"
"아, 그렇지. 이 녀석은 언데드가 아니니까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하는구나. 몸만 재생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라일라는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는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귀찮네... 그러면, 뭔가 다른 방법으로 시간을 좀 벌어야겠는걸."
그렇게 말하면서, 라일라가 꺼내 든 것은 공방의 벽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던 커다란 삽이었다.
꽤나 낡고 녹이 슬어 있었지만, 무언가를 묻거나, 꺼내기에는 아직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삽을 메이드에게 휙 던지면, 메이드는 그 삽이 클레온에게 맞지 않도록 당황하면서도 제대로 붙잡아낸다.
"무슨 짓이에요...!? 삽... 삽으로 시간을 벌라는 건가요?"
"틀려. 가져와 줬으면 하는 게 있어. 이 바깥의 공동묘지에서, 적당한 시체를 하나 골라와 줘."
그녀의 말에, 메이든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은 뒤, 삽과 라일라를 번갈아 보았다.
"묘, 묘를 파내라는 건가요!?"
"그래. 자주 하던 일이잖아?"
라일라의 말을 들은 메이드는,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아가 약했고, 기억조차 애매했던 그녀였다면 업무 중 하나인 다른 간부 언데드들을 보좌한다는 것 때문에라도 별말 없이 라일라의 부탁을 들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생전의 기억, 그리고 자아와 함께 죄의식 같은 감정까지도 한꺼번에 되살아난 상태였다.
그것이 평범하다면 평범한 것이겠지만, 눈앞의 리치 라일라와 같은 존재에게까지 그것을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였다.
"그걸 안 하면 그 녀석이 죽어."
"... 알았어요.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건지 들어도 될까요?"
"아 응, 그러네 . 이 녀석의 영혼을 일시적으로 담아놓을 그릇으로 쓸 거야."
"...임시의 육체라는 건가요?"
"엄청 불안한 소리가 들렸는데..."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코웃음을 치면서 이야기한다.
"영혼이 없는 육체의 시간을 정지시켜서, 네 영혼이 상처 입는 일없이 육체를 보존시킬 뿐이야. 그렇게 걱정이면 3시간 이 악물고 버텨보던가."
"... 아아, 그렇네, 너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다는 걸 이제야 떠올렸어..."
클레온은 마치 처음 만났던 시절의 라일라와 재회한 것 같아서 한숨을 내쉰다.
"그, 그러면 갔다 올게요!"
그런 두 사람의 말다툼을 듣는 것 보다, 빨리 클레온을 위한 새 몸을 구해 오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 메이드는 재빨리 삽을 들고 라일라의 공방을 빠져나갔다.
결국, 집 안에 남게 된 것은 두 사람뿐.
라일라는 클레온의 비아냥을 듣더니, 약재료들을 마녀의 솥에 집어넣고, 마법을 이용해서 불을 지폈다.
"...그래서, 넌 뭐야?"
그리고, 관심 없는 듯한 무심한 말투로 클레온에게 질문하는 것이었다.
"내가 뭐냐고?"
"그래. 이 영역의 주인인 죽음의 여신이 갑자기 데리고 나타난 녀석... 정황상, 추방 영역 바깥에서 왔다는 건 알겠는데. 그런 것치곤, 메이드와도 인연이 있는 것 같고"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뜸을 들인다.
클레온은, 시야는 막혀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라일라의 표정이 떠오르는 듯했다.
분명, 묻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겠지.
"내가 널 알아보는 게 신경 쓰이는 건가?"
"누, 누가...! 애초에, 너 같이 수상한 녀석... 메이드가 지금까지 날 도와준 게 아니었다면, 들여보내지도 않았을 거야."
"바깥 세계의 마법 지식 때문이 아니었나?"
그런 지적에 라일라는 윽, 하고 손을 멈추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정말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하네... 당신, 분명히 인기 없겠지."
클레온은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다가, 라일라에게 대답한다.
"...여신에게 감정과 자아를 제한당하고 있는 것치고는 꽤나 감정이 풍부한 것 같은데."
"그건 당연히 내가 마법사니까. 마력은 인간의 감정에 의해 커다란 기복을 가지는 걸, 여신님도 알고 있으니까. 나에게 어느 정도의 감정을 허락한 것 뿐이야."
라일라의 대답을 들은 클레온은 조금 실망한 듯이 중얼거린다.
"뭐야, 그런 건가. 나는 또, 네가 너무 자아가 강해서 여신의 제약 같은 걸 안 받은 줄 알았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이 세계를 구축한 건, 여신님의 힘이고. 그 힘 아래에서 우리들은 그녀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으니까."
"복종... 말이지. 메이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도 그녀와 동료였던 것인데 말이야."
라일라는, 따악, 하는 소리를 내면서 솥을 젓는 중이었던 주걱으로 솥을 한번 쳤다.
그러자, 솥에 마력이 돌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 있던 재료들을 마력과 함께 융화하기 시작했다.
"그만. 그런 기억에는 관심 없어. ...그나저나, 너도 잘도 말하네. 몸이 생각보다 멀쩡한가 봐?"
"아아. 사실, 가만히 있으면 정신이 몽롱해져서... 슬슬 위험할지도..."
그렇게 말하면서 점점 작아지는 클레온의 목소리.
"자, 잠깐. 그렇게 죽어버리면 약속한 바깥 세계의 마법 지식을 못 받잖아! 언데드가 되면 너도 기억이 전부 날아가 버린다고!"
당황한 라일라는 황급히 다가와서 클레온의 볼을 때려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게 하려 했고.
그 순간, 공방의 문이 열리면서 메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져왔어요! 새 몸!"
"잘했어! 이리 가져... 잠깐, 그거"
마침 타이밍에 맞추어서 돌아온 메이드를 바라보며, 라일라는 목소리를 높였다가도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의 정체를 바라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메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면,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 시간이 없으니까 다른 시체를 찾아오기에는 조금 늦고... 잘 들어 뺀질남. 지금부터 네 몸에서 영혼을 꺼내서... 메이드장이 가지고 온 유해에 옮길 테니까. 조금 어지럽더라도 참으라고."
라일라는 정말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메이드장으로부터 그 시체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리치. 강력한 마법사이자 사령 술사이기도 한 그녀의 마력이 텅 빈 육체를 채워나가면서.
흉흉한 빛과 함께, 클레온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001
클레온이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4분 44초가 지난 뒤였다.
"하아...!"
상반신을 벌떡 일으키면서, 마치 막혀있던 기도가 뚫린 듯한 목소리를 내는 클레온.
"아, 일어났다."
"다, 다행이에요..."
클레온이 일어난 것에 라일라는 뚱한 반응을 보이지만, 메이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제대로 영혼이 옮겨진 건가...?"
클레온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을 찾으려고 하면 낡은 의자에 걸터앉은 채 창백해진 인상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다만, 엄청나게 높은 곳에 있었고... 크게 보인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 ..."
무언가, 이상했다.
감각은 예민했고, 몸은 가벼웠지만,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정상적으로 크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이, 라일라. 이건 대체"
그 때, 뒤쪽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붙잡아 들어 올리는 감각.
조금 차가운 여성의 손이, 배와 등에 닿은 클레온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어이, 그쪽이 아니라 이쪽을 봐."
라일라의 목소리에 정신이 팔려,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뭐,엇...!"
그리고, 라일라가 들고 있는 작은 탁상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클레온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비친 것은, 노란색의 눈을 가진 전신이 검은 털에 뒤덮인...
고양이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감각에도 문제는 없는 것 같고. 뭐, 일시적인 육체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
"아니, 감수하라고!?"
클레온의 비명이 터져 나오면, 바동거리는 그의 짧은 팔다리가 거울에 비치면서 자괴감이 들 뿐이었다.
"미, 미안해요 클레온... 저도 될 수 있으면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여성의 육체는 좀 아닌 것 같고, 남성의 육체는... 그, 대부분 성한 것이 없어서... 그나마 그게, 가장 괜찮았어요. 이, 일단은 수컷인 것 같고요."
메이드의 말을 들은 클레온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다시 한 번 살폈다.
그녀가 말한 대로, 고양이의 육체 자체에는 거의 문제가 없었다.
털에 흙먼지가 조금 묻어있다는 것을 빼면.
"묻혀있는지 수백 년이나 지났을 텐데..."
"그거야, 이 세계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인 세계니까. 기본적으로 묘지에 묻힌 시체들은 부패하지 않아. 뭐, 남자들의 육체가 성하지 않은 건, 대부분이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이니까 그렇겠지만."
클레온은 그런 라일라의 설명을 듣고는 미묘한 표정이 질문한다.
"...라일라, 이것도 세 시간만 참으면 되는 거겠지?"
"그래, 몸을 치유하고 나면, 네 몸에 영혼을 되돌려 주고. 약속했던 대로 지식을 받을 테니까. 그때 까지는 그 몸으로 참아."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가면을 다시 덮었다.
"...어? 어디 갈 건가요?"
"슬슬 일과 시간이야. 그 솥. 메이드 장이 잘 휘저어 줘. 세 시간."
"아, 네... 네!"
메이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약이 만들어지고 있는 마녀의 솥으로 다가가 커다란 주걱을 붙잡았다.
"그리고, 클레온. 너는 날 좀 따라와."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땅바닥에 무기력하게 서 있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왜?"
"고양이 조수를 얻은 건 처음이니까. 이참에 조금 써먹어 볼까 해서."
"조수...? 내가? 네?"
클레온은 라일라의 말을 듣더니 무언가 불안함을 느끼고는 뒷걸음질치려 했다.
하지만, 이내 라일라의 지팡이가 클레온을 가리키더니, 클레온의 목에 목줄이 연결된다.
"잠깐...!"
"고양이 산책시키고 올게."
"고양이는 산책 필요 없다고...!"
클레온의 그런 말을 무시한 채, 지팡이를 리드 삼아서 공방을 나서는 라일라.
메이드는 그런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마리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면서 열심히 솥의 안을 젓는 것이었다.
002
"하아... 막무가내로군.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건데?"
결국, 공방을 나서서 함께 걸어가는 라일라와 클레온.
클레온은 억지로 자신을 데리고 나온 라일라를 슬쩍 올려다보면서 질문했다.
그러자, 라일라는 그 표정을 가면에 가린 채로 대답한다.
"이곳은 서쪽의 묘지. 지금부터 향하는 건, 동쪽의 묘지야."
"대성당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의 묘지가 나뉘어 있는 건가."
"그래. 나는 이 서쪽의 묘지를 관리하고 있고 동쪽에는 또 동쪽의 관리인이 있지."
"그 녀석도 간부 언데드인가?"
클레온의 질문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녀석이지?"
"나와는 정반대의 타입의 인간이야. 우리들은 서로 묘지의 관리를 맡고, 혹시라도 묘지 내의 시체들이 스스로 언데드로 일어나지 않는가를 확인해서 보고 해야 할 의무가 있어."
내가 이걸 왜 너한테 말해줘야 하는지... 같이 투덜거리면서도 설명을 해주는 그녀.
성격이 더러운 것도 그녀 다웠지만, 이상한 곳에서 무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라일라 다웠다.
다만 그녀가 말하는 것은 클레온에게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 이 세계에서 죽은 존재는 '언데드'가 되는 것이지? 그러면, 왜 묘지와 평범한 시체들도 있는 거지?"
클레온의 질문에 라일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글쎄. 그건, 이 영역이 생성될 때의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여신님만 알고 있겠지."
"너도 모르는 건가."
"그야, 기억이 없으니까."
"신경 쓰이지는 않나?"
"별로. 그런 거에 신경 쓸 바에야, 마법의 연구에 더 몰두하겠어."
짧은 문답이 이어지면,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만약 일레 죽음의 여신이 명령한 대로. 언데드를 영원히 소멸시킬 수 있는 마법을 개발하고 난다면?"
그리고 역시 신경 쓰이는 것에 대해 그녀에게 질문하면 라일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클레온을 내려보지도 않고.
가면을 뒤집어써서 어떤 표정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조용히 걸어갔다.
'대답하기 싫은 것인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인가.'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 다 왔어. 저 녀석이야. 너는 조용히 있어, 내가 마력을 불어넣어 만든 육체니까 텔레파시로도 이야기 할 수 있어."
"... ..."
클레온은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경악한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성당의 뒷 편, 서쪽의 묘지와 동쪽의 묘지를 잇는 경계선의 중심에는.
마치 티파티라도 할 수 있는 듯한 낡은 정원 속의 테이블이 있었고.
그 앞에 놓인 의자에는, 망토가 달린 낡은 코트를 입고.
허리춤에는 칼을 찬 채, 긴 머리를 땋은 소녀.
어딘가 귀족 자제와도 같은 품위마저 느껴지지만, 그녀의 의복 곳곳에는 검은 피의 얼룩이 보였다.
클레온은 그 코트도, 그것을 입고 있는 소녀도 본 적이 있었다.
세월의 풍파와 함께 낡아버린 코트였지만, 그 코트에 붙어있는 인장에는 심판의 집행을 상징하는 '저울'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왔구나. 리치."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목소리마저, 그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 데스나이트."
서로를 언데드명으로 부르면서 탁자를 중심으로 마주 보고 앉는 두 사람.
클레온은 조용히 라일라의 의자 밑에 숨으며, 건너편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회색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원래라면 상냥한 인상을 가진 소녀.
'베아트릭스 휴트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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