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2화 〉 잠입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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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 아니, 두 언데드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어딜 보더라도, 클레온이 알고 있는 베아트릭스와 라일라의 관계는 아니었고.
오히려, 서로에 대한 적대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눈앞에 있는 전혀 다른 인상의 베아트릭스이겠지.
포근한 인상의 부드러운 미소, 예의 바른 태도에 주변을 늘 신경을 쓰는 배려심이 가득한 눈빛.
그러면서도, 언제나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듯한 가련함이 뒤섞인 소녀야말로, 클레온이 알고 있는 베아트릭스라는 소녀였다.
차원의 틈에 빠져버리기 직전까지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으니, 클레온으로서도 잘못 기억하고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어떠한가.
날카로운 눈빛에, 틈을 보이지 않는 차가운 표정.
그리고, 어딘가 상대를 비웃는 듯한, 비틀어진 입꼬리에, 건조한 눈동자.
무엇보다도 몸의 여기저기에서 풍겨오는 피 냄새.
라일라가 비교적 자신이 알고 있던 라일라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한다면, 베아트릭스는 그것과는 완벽히 정 반대로 평소의 그녀에게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 있었다.
이것도, 기억을 잃고 자아를 억제당한 영향이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 분명 그것만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전에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어서, 죽은 뒤에도 그 성격이 유지될 정도로.
베아트릭스라는 소녀의 존재가 뒤틀릴만한 사건이 있지 않은 한.
게다가, 그런 그녀의 성격이 원인일까, 이 세계의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는 그다지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서로 마주 보고, 인사말을 건네고 나서부터 몇 분째.
상대방의 눈을 노려보면서 말을 아끼던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차가운 분위기만을 유지할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직장 동료 같은 관계는 아닌 것 같은걸...]
클레온의 그런 생각이, 사념을 타고 라일라에게도 흘러간 것인지, 라일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텔레파시로 답해왔다.
[그야 그렇지. 우리는 서로가 눈엣가시니까. 하는 일은 비슷하더라도, 입장이 다르거든]
"이렇게 서로 노려보는 데에 사용되는 시간만큼 무의미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데스 나이트."
클레온에게 대답하면서, 입으로는 베아트릭스에게 말을 건네는 라일라.
그녀의 말을 들은 데스나이트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급할 이유가 있을까 리치. 우리들의 세계는 가만히 놔두더라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오히려, 그렇게까지나 시간을 신경쓰는 네가 이상하다고 보는데."
"나는 너와 다르게 여신님으로부터 특.별.히. 명을 받아서 하는 일이 따로 있어서야."
라일라는 베아트릭스의 말에 열이 받았는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답했다.
"그 이야기는 수백 년 들어서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겠지. 마법의 연구가 이 영역의 변화를 가지고 온다면, 그것은 이 영역의 규칙을 깨트리는 것이고"
베아트릭스의 왼손이, 허리춤의 검집으로 내려갔다.
클레온은 그것을 보면서 긴장하고 말았지만, 라일라는 익숙하다는 듯이 당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며 검집에서 검이 살짝 빠져나오는 소리.
그것은, 위협이었다.
"네가 '마법의 개발'을 명받았듯이, 나에게도 내려진 명령이 있지. 규칙을 깨트리는 자를 향한 심판을 하는 것."
즉, 죽음의 여신은 이 세계가 무언가를 원인으로 변화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고, 그 대리자로서 베아트릭스 데스나이트를 세워둔 것이다.
라일라는 마치 자신이 조금이라도 일을 일으키면 바로 베어버리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베아트릭스를 아니꼽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탁자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다.
"...정말 무의미하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꽉 막힌 녀석이 내 시간을 낭비하는걸 봐 주고 있어야 한다니."
"... ..."
두 사람 사이의 살벌한 분위기에 클레온은 자연스럽게 어깨가 좁아진다.
무엇보다 바로 얼마 전까지, 같은 얼굴을 한 두 사람이 사이좋게 딱 달라붙어서 지내는 것을 본 참이었다.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 온도차이 때문에 클레온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이내, 라일라의 말이 이어졌다.
"─라고, 하고 싶지만. 뭐, 좋아. 늘 이렇게 싸우는 것도 무의미하고. 서로 해야 할 일을 하기 전에... 내가 선물을 준비했어."
"...선물이라고...?"
어떻게 받아들이더라도 수상할 수밖에 없는 라일라의 말에 데스나이트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여차하면, 칼을 뽑아서 건네지는 선물을 베어버릴 기세인 그녀.
클레온은 순간이지만 위기감지 스킬이 발동하는 것을 느끼고 뒤로 물러나려다가
"어딜 가."
라일라가 자신을 들어 올리는 감각에 '이거 놔!'라고 외치려고 한다.
하지만
"냐아!"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귀여운 고양의 울음소리였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평범하게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고양이 소리밖에 내지 못하게 된 것을 알게 된 클레온은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
원흉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 육체를 되살려서 마력을 부여하고 있는 라일라의 소행이겠지.
[어이! 무슨 짓이야!]
[조금만 참아. 날 도와주면 제대로 보답은 할 테니까.]
클레온이 항의하면 라일라는 텔레파시로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웃는 얼굴을 하며 검은 고양이를 베아트릭스에게 보여준다.
"짜안. 고양이."
"... ..."
베아트릭스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클레온과 라일라를 번갈아 바라본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시선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면, 라일라를 향해 '제정신인가?'같은 의심의 눈초리가 향하는 것 같았다.
[...이거 괜찮은 건가?]
[걱정하지마. 이 녀석이 귀여운 걸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조사해 뒀었으니까.]
"...제대로 언데드인가."
베아트릭스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냉정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래 맞아. 오늘 내 쪽에서 보고할 건 이 애뿐이야."
"추가 언데드인가... 그렇다면 제대로 '매장'했겠지?"
베아트릭스의 눈빛이 다시 한 번 날카로워지면 라일라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야."
[...매장이란 건?]
[언데드로 부활한 시체를, 다시 시체로 되돌리는 걸 말하는 거야. 언데드의 수를 늘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지. 묘지에서 언데드가 하나 일어나면, 이미 활동 중이던 언데드 하나를 시체로 되돌려서 묻어줘야 해.]
그것도, 그 변화 없는 영역을 위한 규칙이란 것일까.
의미가 있는가에 관한 의심은 끊이질 않지만, 신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이 두 사람도 거기에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쪽은 오늘도 새롭게 부활한 언데드는 없었다. 따라서 매장도 없었다."
베아트릭스는 비교적 냉정한 태도로 그렇게 대답하지만, 시선은 슬쩍슬쩍 클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양이가 신경 쓰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 고양이가 선물이라는 말의 의미는 모르겠는데. 동물계 언데드는 네 관리가 아닌가?"
라일라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이 베아트릭스가 질문하면,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맞아. 하지만 너, 가끔가다 몰래 우리 쪽의 묘지로 와서 동물 언데드들을 보고 갔잖아. 혹시 너도 동물을 길러보고 싶은 건가 해서."
"그, 그건..."
라일라의 말에 당황한 듯이 말을 더듬는 베아트릭스.
설마 보이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겠지.
[어이, 설마 나를 정말로 애완동물로 넘겨버릴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아니야.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집행용의 '마검'을 좀 확인하는 거야.]
클레온은 그 말에 잠시 사고가 얼어붙는 듯 했다.
베아트릭스 휴트러스는 자신의 세계에서도 마검사였다.
파트너의 이름은 아리아드네.
미궁을 만드는 능력을 갖춘, 규격외의 강력한 마검이다.
슬쩍, 클레온의 시선이 베아트릭스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검으로 향한다.
훌륭한 검이긴 했지만, 마검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즉, 지금 그녀가 차고 있는 검은 평범한 검.
[확인해서 어쩔려고?]
[당신이 마검을 눈으로 보면, 당신의 시야를 통해서 나도 마검을 확인할 수 있어. 마검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마도구 중 하나야. 저 녀석에게 보여달라고 부탁해도 수백년 째 거절당해서 말이야. 분석할 수 있게 확인만 해주면 돼.]
클레온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입에서 한숨이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으면서
"냐, 냐옹..."
평범한 고양이를 흉내 내듯이, 입에서 고양이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뭐. 만나서 늘 으르렁 거리는 것도 피곤하고. 당신도 애니멀 테라피를 경험해 보는 건 어때?"
베아트릭스는 조금 복잡한 심경의 눈으로 클레온과 눈을 마주쳤다.
그 안에 든 것이 인간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듯 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기를 몇 초.
"...알았어."
베아트릭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라일라의 제안을 수용했다.
[좋아. 계획대로네.]
라일라가 속에서 그녀를 비웃는 것을 들은 클레온은 조금 죄책감이 들었지만.
베아트릭스가 가지고 있다는 마검이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검은 어떤 물건이야?]
[그걸 모르니까 확인하라고 하는거야. 내가 알고 있는 건, 죽음의 여신님이 직접 하사한 물건이라는 것밖에 없어.]
라일라는 그렇게 클레온에게 이야기 하면서, 테이블 앞의 의자에서 일어섰다.
"자, 그럼 오늘의 일과도 끝났으니 슬슬 돌아가 볼까."
"그래... 내일, 또 이 시간에."
라일라가 조심스럽게 클레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본 베아트릭스는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으면서 라일라가 빨리 등을 돌려 자신의 공방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눈 앞의 고양이를 집어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딱히 이렇다 할만한 인사도 없이, 라일라는 몸을 돌려 테이블에서 멀어져갔다.
[그럼, 잘 부탁해. 돌아오면 무사히 몸이 완치되어 있을테니까.]
라일라의 그 말이 사시기를 바라면서, 클레온은 천천히 테이블의 위를 걸어가 베아트릭스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입에서 나오는 것은 고양이 소리가 전부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잘됐을지도 모른다.
만약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자신도 모르게 사람의 말을 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갔나?"
베아트릭스는, 시야에서 라일라가 안개 너머로 사라지는 것만을 기다리다가.
이내, 그녀가 완전히 모습을 감춘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클레온의 몸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은 오랜 세월 검을 잡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의 이곳저곳에 굳은살이 박혀 있어서.
빈말로도, 부드럽다거나, 만져지면 기분 좋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클레온은 무인으로서, 그녀의 그런 굳은살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 검을 휘두르며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수련한 것을 실천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빙의된 육체에 정신이 이끌리는 것일까.
베아트릭스를 손에 박힌 굳은 살을, 고양이가 핥아내면 베아트릭스는 조금 놀란 듯하면서도.
억제된 감정 내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작은 생명체에 관한 귀여움을 참지 못하고 고양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엑."
갑작스러운 베아트릭스의 포용에 클레온의 입에서는 고양이인지 사람인지 모를듯한 목소리가 삐져나온다.
무인에 가까워진 베아트릭스라고 하더라도, 몸의 프로포션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쿠온 다음으로 여성스러운 몸매를 한 그녀의 엄청난 가슴의 사이에 파묻히게 된다.
"숙소로 돌아가면 빗질을 해 줘야겠네. 리치 녀석, 이렇게 털에 흙이 잔뜩 묻어있는데도, 그대로 데리고 오다니.."
한층 기분이 풀린 듯한 태도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고양이의 등에 붙어있는 흙을 툭툭 털어내던 베아트릭스는, 그대로 품에 클레온을 안은 채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서쪽의 묘지와 그리 다를 바가 없는 풍경이 이어지는, 동쪽의 묘지의 사이를 걷다 보면.
안개 너머로, 그렇게 크지 않은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 라일라가 있던 오두막과 거의 똑같나.'
마치 거울에 대칭 시켜놓은 듯한 구조에, 라일라의 오두막에는 존재했던 주술적인 의미의 장식만 없을 뿐이었다.
"좋아... 오늘부터 여기가 네 집이야. 잘 부탁해... 고양아."
클레온을 집 안에 내려놓으면서 이야기하는 베아트릭스는, 클레온에게 무언가 이름을 붙이려다가 그만둔 듯 했다.
이 세계에서 이름은 의미가 있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죽음의 여신의 방침을 따르는 것이겠지.
라일라와는 다르게, 베아트릭스를 거의 맹신하는듯한 베아트릭스의 태도에는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제대로 안에 들어갔네. 어때, 마검처럼 보이는 건 있어?]
그 때, 클레온의 귓가에서 라일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질문에 클레온이 이곳저곳 고개를 돌려보면, 벽에 걸려있는 검은 천에 둘러싸여 진 무언가가 보였다.
길이나 두께를 보아, 한 손 검 정도의 사이즈이다.
[그럴듯한 것은... 하지만 천에 쌓여있어서 맞는지는 모르겠어.]
[일단 그걸 확인해 봐.]
라일라의 무리한 부탁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빗을 찾으면서 벽장의 안을 뒤지는 베아트릭스가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그런 클레온의 생각은 라일라에게도 전해졌는지, 라일라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 여자를 불러내는 것 따윈 어려운 게 아니니까. 녀석이 없어진 동안 네가 그 검을 확인해 보라고.]
다음 순간, 집 바깥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단순히 소리에서 멈추지 않고, 지면과 공기 중을 타고 전해져 오는 강력한 진동.
웃는 얼굴로 빗을 뒤지던 베아트릭스는, 갑작스러운 소리와 진동에 놀란 표정을 짓더니 클레온을 내려다보며 이야기 한다.
"미안, 빗질은 조금 있다가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방에서 나가버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클레온.
[뭘 한 거야...?]
[좀 큰 규모의 화염 마법을 썼을 분이야. 걱정하지 말고 검이나 챙겨 봐.]
완전히 명령조가 되어버린 그녀의 부탁에 따라, 클레온은 이곳저곳을 점프해 넘어가면서, 겨우 벽에 걸려있는 검에 가장 가까운 곳 같이 도착했다.
그리고, 점프와 함께 발톱을 펼쳐서 검을 감추고 있던 천을 잡아당기면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이 세계의 보물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저게, 마검... 뭐야, 생각보다 평범하네.]
라일라는, 그 왜소한 생김새 때문에 조금 실망이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클레온의 눈은 충격 때문에 흔들리는 동공이 멈추질 않았다.
왜냐하면, 그곳에 있던 것은.
검은 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마검.
그 생김새도, 느껴지는 마력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그의 유일한 파트너이자 영혼의 동반자.
'갈라테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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