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0화 〉 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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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가 떠나간 베아트릭스의 집.
아직까지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베아트릭스는 멍하니 클레온의 무릎에 머리를 놓은 채였고.
메이드와 듀라한은 그런 베아트릭스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 클레온은 갈라테아를 살피면서 이야기한다.
"라일라도 돌아가 버렸고... 베아트릭스도 이 모양... 우리만으로는 도저히 일레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인원과 장비가 필요해."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메이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은 듀라한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오. 두 사람이 동료가 되고 싶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군."
"당신은... 어떤 입장인 거지? 그 투구 밑은..."
듀라한이 기억의 일부를 되찾은 결과, 매장의 대상이 되었었다는 이야기는 조금 전 메이드가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도, 기억을 되찾은 것은 자력이라고 이야기했다.
듀라한은 본래, 망령과 유령보다도 정령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사령술에 의해 되살려진 언데드들과는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다면, 생전에 그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오? 설마, 색골 마검사의 마수가 나에게도 뻗으려 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듀라한은 그런 클레온의 관심을 웃으면서 농담을 하는 것으로 흘려버린다.
마치, 쓸데없는 탐색은 불필요하다. 라고 돌려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적 없어."
클레온도, 그런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가볍게 대답할 뿐이었다.
"뭐, 나의 입장은 '재밌는 쪽'에 붙는다. 야."
"...재밌는 쪽?"
"그래. 이 변함없는 세계의 수백 년. 모두가 비정상인 곳에서 어이쿠, 말이 좀 헛나왔군. 모두가 기억이 없는 곳에서, 나만 '진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야. 하하. 내가 알고 있던 부부가 자아도, 기억도 없는 채로 그저 멍하니 떠도는 것을 볼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 거라 생각해?"
클레온은 그 말을 듣고, 어째선지 남 일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데미우르고스와의 싸움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 때의 자신에게는, 베아트릭스와 리오메스라는 아군이 있어주었지만.
이 세계에서, 기억을 되찾은 채로 그것을 다시 잊는 것도 불가능하고.
분명, 괴로웠을 것이다. 외로웠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 한 번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는 것은 가능했을지 몰라도, 그것을 스스로 잊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나라는 존재가... 죽음의 여신의 권속으로 있는 것보다도 더 재밌어. 보인다는 건가."
'재밌다'라는 것은, 지루함, 변하지 않는 상황의 타파에서 발생하는 쾌감의 일종이다.
즉, 그녀는 클레온의 존재로 발생하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거지. 뭐, 내 정체는 그다음에 알아도 상관없잖아? 적어도, 내 기억에 너라는 존재는 없어. 마검사 군."
"그렇다면... 너는 베아트릭스와 라일라와는 다르게, 우리와 모험을 같이한 사람은 아니란 거네."
클레온의 말에, 메이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일행은 일레누, 저, 클레온. 그리고 베아트릭스와 라일라. 이렇게 5명이었죠."
더더욱 정체가 불분명해지는 사실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지만, 듀라한은 옆구리에 껴 두었던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야기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확실한 건, 나는 이 영역에서 네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두 번째 동료라는 거야. 마검사 군."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믿도록 할게."
듀라한은 클레온의 대답에 고개를 기운차게 끄덕인다.
정확하게는, 손에 들고 있는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인 것이지만.
"좋아. 그럼 믿어준 것에 대한 대가를 내야겠지. 나라는 동료가 더해졌으니, 다음은 장비인가?"
"...무언가 있는 건가?"
클레온의 질문에 듀라한은 손을 휘둘러, 허공에 마력으로 그려진 지도를 보였다.
간략하기는 하지만, 영역 전체의 대략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영역의 규모가 작은 만큼, 지도도 작은 것이다.
"이 영역은 북쪽의 대성당. 동서의 공동묘지. 그리고... 남쪽에 있는 막사가 있어."
"...막사? 군대도 없는데?"
클레온의 의문에 듀라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 영역에서 큰 역할을 가지고 있는 장소는 그녀 죽음의 여신님의 강한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어. 대성당과 저택은 말이야."
"... 그렇다면 공동묘지와, 막사라는 곳은?"
"그야, 영역에 끌려 들어올 때 여신님이 있었던 땅이지."
그녀의 말에 메이드와 클레온은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클레온은 다시 한 번 지도를 바라보는 것이다.
넓이로 한다면, 시골의 조금 인구가 많은 마을 하나 정도의 면적일 것이다.
그런 면적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은 백 명 정도가 살고 있을만한 곳이다
그런 영역 하나를, 통째로 차원의 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면
그곳에서 살고 있었을 인간이, 몇 명이나...
"... 당신은, 생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지. 죽음의 여신 일레누가 어째서 이곳에 보내지게 된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이 땅을 통째로 차원의 틈에 던져버린 것인지. 알고 있는건가?"
"아니. 미안하지만, 그 부분은 기억이 애매해. 아마, 메이드 장도 같겠지."
"... 맞아요, 그전까지의 기억은 어느 정도 확실한데... 차원의 틈으로 던져질 부분만은 안개가 끼어있는 듯... 아니, 책에서 페이지를 뜯어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스스로 기억을 수복한 듀라한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 부분만큼은 여신이 감추고 싶은 기억이라는 것이겠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다면, 지금의 여신을 설득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막사에서 무장을 구할 수 있다는 거지?"
"맞아. 그곳에 남아있는 무기들 대부분은 녹이 슬어있지만, 쓸만한 물건이 있거든."
"...쓸만한 물건?'
클레온의 질문에 듀라한은 '그건 가서 확인해 봐'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다.
"좋아. 그럼 일단 막사로 향하자."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베아트릭스가 여전히 누워있어서 무릎을 방해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베아트릭스.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그동안 마력을 회복시켜 둬. 갔다 오면 한 번 더 봐줄 테니까."
"저, 정말인가요...? 선배..."
"물론이야. 너도 감각은 이미 알아낸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연습하면 가능해질 거야."
베아트릭스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면서 클레온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한다.
"네! 저,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배!"
"와아~ 여신님한테도 보인 적 없는 표정인데?"
듀라한이 그렇게 말하면, 메이드는 그녀에게 괜한 소리를 하지 말라는 듯 시선을 보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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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남쪽의 막사에 도착하면, 클레온은 낡아빠진 건물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막사라고는 해도... 경비대의 막사인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정규군의 막사와 비교하면 시설도, 안에 있을 장비도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되도록이면, 녹이 슬지 않은 무기가 손에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한 번 휘두르고 부러지는 무기로, 그녀와 싸운다니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한 일이다.
"걱정하지 마 마검사 군. 안쪽으로 들어가자. 훈련장 아니, 연무장이라고 하던가? 그곳에, 노리는 물건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서서 쭉쭉 나아가는 듀라한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 관해서는...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메이드는 클레온의 옆에서 이야기하면서 걱정이라는 듯이 손을 쥐었다.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나도 알겠지만 말이야."
"아니요. 그것도 그렇지만... 딱 한 번,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다지 없는 일이지만요."
"... 듀라한은 데스나이트와 비슷하게 무력이 강한 언데드니까... 실력이 굉장했겠지?"
"그게..."
메이드가 이야기한 것은, 클레온도 조금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사건은 자연으로 공동묘지에서 소생한 언데드가 리치의 실험 때문에 변이해서 거대한 플래시 골렘(육편 골렘)이 되어 폭주한 것이었다.
몇번을 베어내도, 불태워도 끊임없이 소생하는 플래시 골렘 때문에 여신의 힘을 빌려야 하는가 고민했을 때.
듀라한이 나타나,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막아서며, 그 골렘의 옆을 지나간 순간.
그 변이되어 부풀어 오른 골렘의 육체가 마치 가루처럼 흩어져 사라지면서 영혼만이 남아버렸다는 것이다.
"...그건 검술인가?"
"검에 손을 대는 것처럼은 보였어요. 뽑히는 것도, 휘둘러지는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으로 좇지 못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보지 못했다는 것일까.
어느쪽이 됐든,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마저도 상대하는 데에 애를 먹었던 언데드를 일격에 쓰러트렸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겠지.
"뭐야, 아직 여기 있었네. 안 따라오고 뭐 해?"
그때, 앞에서 들려오는 듀라한의 목소리.
아무래도 앞으로 갔는데 따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 돌아온 듯했다.
"미안. 조금 주변이 신경 쓰여서 돌아봤을 뿐이야."
"그래? 평범한 막사라고 생각하는데... 적당히 하고 따라와 줘. 여신이 정신을 차리면, 곧바로 널 찾으러 올테니까."
그러면, 클레온은 일레누와 헤어지기 직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갑작스럽게 괴로워하던 그녀, 그리고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존재.
그리고, 그 그림자는 마치 일레누를 지키는 듯이 그녀를 감싸고 클레온을 적대했다.
"...듀라한, 너는 여신의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인형을 본 적이 있나?"
클레온의 질문에 듀라한은 입을 다물었다가 대답했다.
"아니.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는걸. 마검사 군이 나타난 것 자체가 특수한 상황이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신기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그 그림자는... 단순한 방어기제가 아니라, 일레누가 기억을 되찾으려고 하면 나타나는 것인가."
일레누의 기억의 봉인을 지키는 수호자이겠지.
다만, 휘두르는 마력의 힘은 일레누와 비슷한 수준의 심상치 않은 형태였다.
최악의 경우... 그 녀석과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겠지.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그 그림자가 휘두르는 힘이
"... 자, 생각은 거기까지. 연무장의 안으로 가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을 거야."
"...그 안에 대체 뭐가 있길래?"
듀라한의 의미심장한 말에 클레온이 질문하면, 그녀는 씨익 웃어 보이면서 대답했다.
"이 세계는 죽음과 망념의 세계.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뭐라고 생각해?"
역으로 질문해 오는 듀라한.
클레온의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레누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클레온이라는 침입자의 측면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이다.
죽음의 여신이야말로, 이 세계의 법칙이며, 그녀의 뜻을 어기는 존재야말로 위험한 존재이다.
"...설마, 저 안에도 있는건가? 또 다른, '여신에게 대적하는 자'가."
"정확하게는 조금 달라. 나처럼 대놓고 그녀에게 반역을 저지른다기보다는... 명령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겠지."
"여신의 명령을...?"
이 세계에 있는 언데드들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은, 여신의 힘이다.
즉, 그녀의 눈 밖에 나게 되면 언데드로서의 육체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어쩌면 더는 소생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아가 없이, 본능만이 남은 존재라면 자신의 목줄을 붙잡고 있는 존재를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정적의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이레귤러가 많이 발생하는 모양인데?"
"어째서인지 알고 있어?"
클레온의 지적에, 듀라한이 대답하면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추방영역 안의 세계라는 것은, 그 세계를 형성한 자의 의지와 기억에 의지하여 그 형태를, 그리고 법칙을 만들어낸다.
당연히,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죽음의 여신인 일레누의 정신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그 안에서, 그녀가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대상이, 자신의 권속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언데드 중에서 기억을 되찾는 존재를 '매장'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클레온이 없을 때도 언데드들 중 기억과 자아를 되찾는 이가 있었다는 것.
"...어쩌면, 일레누는... 기억을 잊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는 건가?"
언데드가 자아와 기억을 잃고 본능으로 행동하듯이, 일레누에게도 본능이라는 것이 존재할 것이다.
그 본능은, 기본적으로 기억을 되찾지 않도록 움직이지만.
클레온을 데리고 이 영역으로 돌아온 것이나, 리치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내도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마음 속의 더더욱 깊은 곳의 어딘가에서는, 진실한 기억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겉으로 드러내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데드들 중에서 일부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듯이 리치와 데스나이트를 써서 기억을 되찾은 언데드들을 매장하는 것은.
기억을 되찾았을 때, 일레누조차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클레온은 그런 불안한 생각을 가진 채, 막사 안의 연무장의 안으로 들어섰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 안에 세워져 있는 목제 허수아비들이다.
...너무나도 오랜 세월 속에서 다 해진 누더기를 몸에 걸치고.
그 몸통의 가운데에는 붉은색으로 표적의 표시가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메이드 장도, 이곳에는 들어와 본 적 없지?"
듀라한의 질문에 메이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이곳은 원래, 제 활동 영역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묘비와 같이 땅에 몇개나 틀어박혀 있는 녹슬어서 검게 변색한 철검들.
그 수가 수십 개가 되면 장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클레온은 듀라한이 무엇이라 하기 전에 천천히 걸어가서 부러지기 직전의 녹슨 검 중 하나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느껴지는 것은, 후회, 그리고 공포.
생자가 사자가 되기 전에 보았던, 최후의 순간이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는 유품.
"...설마. 묘지 같은 것이 아니라"
"그래 맞아. 이 연무장의 땅 아래에는, 경비대의 시체가 묻혀있어. 이 검은, 모두 그 경비대를 기리기 위해 박아 놓은 거야."
듀라한의 대답에 클레온은 조심스럽게 검에서 손을 떼었다.
외부인인 자신이 멋대로 만지고 있어도 될 물건이 아니다.
"슬픈 감상을 느끼는 것은 괜찮지만... 그보다는 무기지. 자, 저쪽을 봐."
듀라한은 클레온에게 말하면서 손으로 연무장의 가장 뒤편
그 곳에 꽂꽂히 박혀있는 검을 가리킨다.
주변의 다른 검들이 롱소드나 숏소드와 같은, 비교적 한 손으로도 휘두를 수 있는 사이즈의 검이었다고 한다면.
듀라한이 가리킨 검은, 그 검신은 조금 얇았지만, 양손으로 잡고 휘둘러야 하는 츠바이핸더류의 도검이다.
다만, 다른 검과 다르게 그 검은 녹이 슬어있을지언정 쓰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은한 빛을 띠고 있는 것이 확실하게 일반적은 검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법 부여가 되어있는 매직 아이템인가."
클레온의 말에 듀라한은 '휴우♪'하고 휘파람을 불어주었다.
긍정의 의미이겠지.
"네 말대로야.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강도를 유지하고 있지. 겉에 붙은 녹은 먼지 정도라 생각해."
마검에 비해서 그 급이나 힘은 떨어질지 몰라도, 마법부여가 된 검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하나 없는 지금의 클레온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감지덕지한 무기이다.
"가서 뽑아보는 건 어때?"
듀라한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그 검으로 가까이 걸어간다.
검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것은... 다른 검에서 느껴지던 것과 같은 후회와 망념.
그것에 집어삼켜 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클레온은 땅에 박혀서 자신의 키보다 조금 큰 검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듀라한이 말했던 위험한 녀석은 어디에 있는 것이지.
허나, 그런 의문은 우선 머리의 구석으로 치워두고.
검의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으면
덜커덕! 하는 소리가 땅 밑에서 들려왔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땅바닥에서 뼈다귀로 된 손이 튀어나와 클레온의 발목을 붙잡았다.
"큭!?"
갑작스러운 적의를 느끼며, 재빨리 발을 빼내려 하면 강한 힘으로 붙잡힌 발을 잡아 뜯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나 쇼크...!"
클레온은 자신을 붙잡은 손을 향해 검은 번개를 사출해서 충격을 입히는 것으로 어떻게든 그 손을 떨쳐내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땅에서 느껴지는 진동 때문에 크게 도약하여 뒤로 물러서면
땅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클레온보다도 조금 더 키가 큰 스켈레톤이었다.
몸에는 청동색으로 변한 체인 메일을 갖추고 있었지만.
흉흉한 안광 속에서는, 클레온을 향한 분노가 느껴졌다.
"설마 저 녀석이 네가 말한 그 위험한 녀석인 건가...!?"
"그래 맞아. 저 검을 지키고 있는 언데드지. 다른 명령을 내려도 땅에서 나오지 않고, 오직 검을 붙잡으려고 할 때만 나타나."
"...그럼, 저 검을 가져가기 위해선"
이내, 백골의 전사가 땅에 박혀있는 츠바이핸더를 뽑아들었다.
의사소통을 할 정도의 지능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생전의 본능만을 남겨놓은 존재이겠지.
"자, 무기를 위해서는 저 스켈레톤을 '매장'시킬 수밖에 없다고. 마검사 군."
"젠장, 결국 무기 없이 싸워야 하는 건가..."
"무기는 주변에 있잖아?"
클레온은 듀라한의 말에 혀를 차면서 자세를 잡았다.
상대가 죽음의 여신이 아니라면, 무기가 없더라도 싸울 수 있다.
"덤벼라 사골녀석...! 잠깐만 빌려 갈 테니까!"
클레온의 말과 동시에, 백골의 딸깍거리는 포효소리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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