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3화 〉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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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의 정신은, 검의 마력에 호응하여 자아를 되찾은 해골 검사의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그가 보여주는 환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게 암전되어있던 시야는 서서히 빛을 되찾으며, 세피아 색으로 보였던 풍경은 서서히 원래의 색으로 돌아간다.
"...스...!"
그 때,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클레온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리스!"
"...뭐야, 솔리나인가."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클레온은 조금 당황하지만
이곳은 경비대의 막사인가.
이내, 자신이 '리스'라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어째서 조금 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어색해했는가에 대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른 소녀 '솔리나'는 6살이나 나이가 어린 자신의 여동생이다.
건방지게도 자신을 '오빠'같은 호칭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는 녀석이지만.
솔리나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를 잃은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오고 있었다.
리스는 경비대의 대장이 될 정도로 실력 좋은 검사가 되었고, 솔리나는 신성 마법과 검술 양쪽에 재능이 있어, 곧 왕도의 성기사단 시험을 보러 가게 될 예정이었다.
"누구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설마 일레누 씨?"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진심으로 당황한 것인지, 리스는 자리를 박차면서 솔리나에게 소리쳤다.
솔리나는 그런 리스를 조금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뿐이다.
"정신 차려 리스. 일레누 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 마음의 치유를 목적으로 이 마을에 왔다고 이야기했잖아."
"...나도 알고 있어."
리스는 조금 분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며 솔리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일레누와 그녀의 동료가 리스가 사는 마을에 찾아온 것은 1년 전의 일.
어딘가의 귀족 아가씨인 듯한 일레누는 남편과 함께 모험하던 중, 남편이 병으로 일찍 죽고 상심하여, 여행을 멈추고 요양을 위해 이 마을에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확실히, 리스가 사는 마을은 영맥이 흐르는 곳 위에 만들어져서인지,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삶도 풍요로운 장소이기에 귀족들의 요양처로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다만, 1년의 세월이 지나는 사이에 일레누는 더더욱 수척해지고, 주변의 동료도 그런 그녀를 걱정하는 것이 보였다.
"...알고 있다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데? 뭐, 확실히 일레누 씨는 완전 미인이고, 거기에 뭔가 병약해 보이는 느낌이어서 보호해주고 싶다는 건 알겠지만."
솔리나의 말에 리스는 한껏 입을 다물었다.
"... 삐친 거야?"
"... 내가 너야?"
그래도 대답은 해주는 리스.
솔리나는 안심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의외네. 내가 알고 있는 리스의 취향과는 좀 거리가 되는 인상인데, 역시 미인은 취향마저도 초월하는 건가?"
"그러니까, 별로 나는 일레누씨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니까."
리스는 결국 마지못해 이야기 하며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은 조금 불안해 보이는 듯했다.
"... 그럼 뭔데?"
솔리나가 조금 놀란듯한 표정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자, 리스는 아차 싶은 듯이 자신의 입을 한 손으로 가렸다.
거기서 무언가 확신을 얻은 듯이 솔리나가 얼굴을 들이밀자, 리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춤거리면서도 다시 입을 여는 것이었다.
"... ...네가 이상한 곳에 이야기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날 뭐로 보고. 빨리 말해봐."
믿으라면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는 솔리나
그 제스쳐 덕분에 더더욱 신뢰도는 떨어져 버리지만, 리스는 그런 여동생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것이었다.
"동쪽에 있는 고대의 무덤 유적. 알고 있지?"
"물론이야. 마을의 어르신들이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은 그곳이잖아? 과거에 엄청난 악당이 거기서 끔찍한 의식을 벌이다가, 용사에게 베여서 쓰러졌다는 곳."
평화로워 보이는 이 마을.
하지만 땅에 영맥이 흐르는 곳은, 늘 그 영맥의 힘을 노리는 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고대에 한 강력한 강령술사가, 이곳에서 사자의 군세를 일으키려다가.
우연히 지나가던 용사에게 의식을 방해당하고, 본인은 봉인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 봉인이 다시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를 위한 장소를 만든 것이 지금의 마을의 뿌리가 되었다고.
이 마을의 경비대는, 감시를 위해 남은 용사의 동료의 후예이다.
─라는 것이, 이 마을에 전해져 오는 전설이다.
이런 전설 같은 것, 어느 마을을 가도 비슷한 것이 있는 법이다.
이 마을은 용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마을은 성녀에 의해 구원받았다.
등등...
유적이 먼저인지, 마을이 먼저인지. 지금의 마을 사람 중에서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저,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대로, 유적을 감시하고, 그곳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왔을 뿐.
"...최근, 그 유적에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 발견되어서, 경비대 안에서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어."
"뭐...!? 그럼 큰일이잖아!?"
"쉬잇. 목소리가 커... ... 마을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경비대만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리스는 잠시 한숨을 내쉰 뒤
"아무래도, 일레누 씨 인 것 같아. 유적에 출입하고 있는 건. 경비대에서 조사한 결과, 유적에 사람이 출입하기 시작한 흔적은 1년 정도 된 것 같았어. 일레누 씨가 마을에 찾아왔던 타이밍과 비슷해."
"하아!?"
리스의 말에, 솔리나는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를 내었다.
"무슨 바보 같은 말이야!? 일레누 씨는 요양 중에 나와 놀다가 쓰러질 정도로 체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진정해. 내가 말하는 건, 일레누 씨를 비롯한 그 동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일레누의 동료들 이라는 말에 솔리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우선, 일레누. 귀족 아가씨에, 원래는 모험가였던 것 같지만, 남편을 잃은 슬픔에 지금은 쇠약해져서 햇볕 밑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병약한 몸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메이드. 엠마. 쾌활하고 밝은 사람이다. 예의 바르기도 하고. 일단 이 사람은 아니겠지, 도저히 그런 일을 할만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약하고.
나머지라고 한다면
타오르는 듯한 붉은 사이드 테일의 머리카락이 특징인, 마법사 라일라. 아카데미에서 죄를 지어서 쫓겨난 추방된 마법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늘 투덜대고 다가오는 사람에게 쌀쌀맞지만, 마법의 실력만큼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들었다.
그리고, 라일라의 친구라고 하는 베아트릭스.
이 쪽은 일단 몸매가 엄청나서 솔직히 말하자면 솔리나는 부러움 밖에 느끼지 않는 대상이었다.
...몸매의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엠마와 비슷하게 밝고,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마검사라고 했지만, 검을 쓰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법사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후보는 한 사람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설마, 라일라 씨 인 건가?"
"너도 그렇게 생각해?"
리스의 말에, 솔리나는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일레누와 일행들이 나타난 타이밍과, 유적의 흔적이 생기기 시작한 타이밍이 비슷하다는 것일 뿐.
"...어떻게 할 거야?"
"좀 더 조사해 봐야지. 부하들 몇 명에게 라일라 씨를 감시하라고 이야기를 할 생각이야. 물론, 일레누 씨와 그 주변인물들도."
솔리나는 잠시 침묵했다.
리스는, 마을의 경비대의 대장이라는 지위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사안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심증만으로도 사람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까지 해서 '역시 아니었습니다'라면, 리스에 대한 다른 경비대원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상대는 그 라일라다.
이쪽에 감시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면, 여차하면 자신들에게 역으로 무언가를 해 올 가능성조차 있었다.
"...잠깐 리스. 감시하기 전에, 내가 좀 조사해 봐도 될까?"
"...뭐? 네가?"
솔리나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리스는 눈을 크게 뜨면서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라일라 씨랑 이야기를 좀 해볼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걸 허락할리가 없잖아."
여동생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리스.
당연한 반응이었다.
"생각해 봐, 상대는 추방당했다고는 하지만 그 아카데미에서 수석 자리를 맡았던 대마법사야. 오빠처럼 마력 감응력이 꽝인 사람이 다가가 봤자, 상대방이 감시한다는 걸 눈치채면 환영 같은 걸로 속여 넘길게 분명하다구."
"윽..."
아픈 곳을 찔러오는 여동생의 말에 리스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녀의 말대로, 리스는 요즘 여동생뿐만이 아니라 일반인과 비교하더라도 마력 감응력이 정말로 없는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마법이 일어나기 직전에 발생하는 마력의 요동침을 혼자서 눈치채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대지의 은총과도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마력 감응력이 없다는 것이 꼭 단점이 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첫 번째. 마력압에대한 거의 완벽한 내성이다.
강자끼리의 싸움에서, 특히 마력은 중요한 자원이다.
강자가 주변에 퍼트리는 위압감은 그저 분위기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마력이 퍼져 나가면서 주변인물을 짓누르는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 마력압이라는 것도, 결국 마력을 느낄 수 있기에 느껴지는 것.
이전에 나타난 강력한 마물 무리의 우두머리가 내뿜는 마력압에, 경비대의 대원들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할 때.
리스만 혼자 움직여서, 방심하고 있던 우두머리의 목을 베어버리는 것으로 무리를 쫓아내 버린 적이 있다.
두번째는, 마력의 잔향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을 추적하는 기술에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 시설에서는 반드시, 환영 마법을 사용하는 적에 대비해, 마력의 잔향을 추적하는 기술을 가진 마법사들을 배치해 놓는다.
그런 추적자들의 추적에서 '마력만이라도' 추적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꽤나 커다란 장점이기도 했다.
물론, 물리적으로 들키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허나, 리스는 어디까지나 검과 체술을 단련한 '일반 강자' 수준의 인간이다.
라일라와 같이 실력의 차이에 벽을 몇 개나 끼고 있는 듯한 상대방과 맞서게 되면, 부질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여서, 리스를 대신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그의 여동생, 솔리나를 제외한다면.
솔리나의 재능을 두고, 마을의 어르신 중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만약, 솔리나가 계시를 받는다면 성녀가 될 것이고, 솔리나에게 성녀가 찾아온다면 용사가 될 것이라고.
같은 부모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인데, 한쪽에 마력에 대한 재능이 모두 쏠린 듯 했다.
분명, 이 작은 마을에서 지내는 것보다 큰 곳에 가서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받는 것이 그녀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리스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역시 안 돼. 솔리나, 이건 장난이 아니야. 경비대가 아닌 너를 이 일에 끼어들게 할 순 없어."
단호한 리스의 목소리에 솔리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혹은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바보같은 소리하지 마! 정말로 라일라 씨가 유적을 뒤지고 있어서, 거기서 위험한 녀석을 일으켜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걸 막는 게 경비대의 일이야. 너는 곧 왕도로 가야 하는 몸인데 위험한 일에 들이대지 말고 컨디션 관리에 힘써."
"하아!?"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매의 시선이 부딪히면,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내, 팽팽하게 이어지던 기 싸움의 실이 끊긴 것은, 솔리나가 휙 하고 몸을 돌려서였다.
"솔리나!"
"두고 봐! 내가 반드시 유적을 무단출입하고 있는 인간을 알아낼 테니까!"
당찬 목소리를 내며, 경비대의 막사를 박차고 나가는 솔리나.
리스는, 그런 여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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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나가 막사를 나서서 향한 곳은, 바로 마을의 광장이었다.
막 정오를 지난 지금 시간대라면, 분명 그곳에 '그녀'가 있을 터였다.
광장의 분수대의 앞, 벤치에는 양산을 쓰고, 검은 상복과도 같은 드레스를 입은 백발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아까 전까지 남매의 입을 오르내리던 '일레누'이다.
"일레누 씨!"
"... 솔리나."
일레누에게 기운차게 말을 건 솔리나,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평소와 같은 조금 탈력된 목소리이다.
과거에는 은의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수많은 마물을 썰어온 실력자라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만들어져 있었고, 수척해진 볼은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동정심을 일으켰다.
하지만, 창백한 피부와 눈부시게 빛을 반사하는 흰색의 머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빛나는 '붉은 눈'이, 마치 매료의 마안 처럼 상대방을 바라볼 때, 그 눈동자의 안으로 시선을 집중시켜 알 수 없는 매력을 불러일으켰다.
일레누는, 이 마을에 오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서, 이 시간대만 되면 분수의 앞으로 와서 앉아있었다.
피부가 약하기에, 해의 빛을 직접 받으면 안 되는 것을 이유로, 늘 커다란 양산을 쓰고 있었지만.
이런 변화 없는 시골 마을에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성이 나타나면 당연히 마을 주민들의 자극이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그녀에게 말 거는 것은 물론, 노인들부터 어린아이까지 상심한 그녀를 위로해 주려고 했다.
물론, 개중에는 그녀의 곁이 비어있는 것을 이유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겁없는 남성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예의 바르게, 동시에 귀족의 권위가 가득한 눈빛으로 응시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일레누 역시, 처음에는 그런 마을의 주민들과 별다를 바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사정을 들으면서 그녀가 자신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조금이나마 그 얼굴에서 상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이야기하기 전보다 더욱더 큰 상실감을 느끼는 것인지, 한층 어두워진 표정이 되어 씁쓸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더는, 그녀에게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묻지 않기로 했다.
사람의 상처에 파고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오늘도 오빠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 온 건가요?"
"맞아요. 이제 그럴 수 있는 날도 얼마 안남았지만요."
"그렇죠... 솔리나는 곧 왕도로 가게 되니까..."
일레누는 조금 쓸쓸하다는 얼굴이 되어 이야기 했다.
자신의 이별이 아닌데도, 그런 얼굴을 하는 일레누를 보며, 역시 일레누는 악당의 무덤을 파헤칠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리스도 제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될 거고... 뭐, 제가 왕도로 떠나고 2주일이 지나면 여관의 아주머니가 도시락을 만들어 주시기로 했거든요."
"...곧바로 하지 않는 건?"
"역시, 여동생이 있어서 좋았구나~ 라고 생각하게 하게요."
솔리나의 장난을 들은 일레누는, 드물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의 이별은, 순간이 영원으로 변할 수도 있는 법이에요. 하나의 이별에, 후회가 없도록 하세요."
그런 경험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그녀 나름의 조언이겠지.
어찌 보면 부정 타는 말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레누의 사연을 아는 솔리나는 괘념치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일레누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솔리나는 입가에 띄웠던 미소가 순간 굳는 것을 느꼈다.
솔리나가, 일부러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일레누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일레누 씨, 마을 근처에 있는 무덤 유적에 대해선 알고 계시죠?"
"물론이에요, 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일레누의 대답을 들으며, 솔리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그럼, 그곳에는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뇨. 그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 이 마을에서 사는 것을 허락받는 조건이었어요."
일레누가 마을의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솔리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유적에 드나드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리스에게서."
"...설마, 제가 의심받고 있는 것인가요?"
그것은 예상 밖이었다는 듯, 일레누가 놀란 표정을 지으면 솔리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손을 저어 보였다.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일레누 씨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저도 리스도 잘 알고 있어요."
솔리나의 말을 들은 일레누는 무언가를 조금 생각하는 듯하다가 다시 한 번 솔리나에게 물었다.
"그럼, 제가 아닌 누군가가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군요."
"읏..."
일레누의 지적에 솔리나는 원래부터 말할 생각이었던 사실을 입에 담는 것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리스가 라일라와 접촉해서 '만약의 일'을 당하는 일이 있다면 돌이킬 수 없었기에.
그녀는 용기를 내서 입을 여는 것이었다.
"...맞아요. 일레누 씨. 사실은, 저와 리스는 일레누 씨가 아니라, 라일라 씨를"
"내가 뭐가 어쨌다고?"
다음 순간,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일레누의 시선이 솔리나의 뒤편으로 향하면, 솔리나는 등골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평상시와 같은 낡은 아카데미 제복차림의 라일라가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솔리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야기... 다시 한번 해 봐."
고압적인 라일라의 목소리가 들리면, 솔리나는 자신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마력압이었다.
'새, 생각보다 훨씬... 마력압이 강해... 이 정도야...? 실력의 차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솔리나가 어떻게든 몸을 돌리려고 하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쩔쩔 매고 있으면
"라일라. 그만 해. 그녀와 싸울 생각이야?"
"...조금 겁준 것뿐이야. ...방금 너, '그 녀석' 같았어."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솔리나의 몸에 가하던 마력압을 풀고는 머리를 넘겼다.
"...그래, 이제 말할 수 있겠지. 그래서, 내가 뭐가 어쨌다고?"
추방된 아카데미의 수석 마법사.
라일라의 붉은 눈동자와, 마찬가지로 진홍의 머리카락의 끝이 화르륵 하고 불타올랐다.
솔리나는, 어쩌면 자신이 오빠의 말을 들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후회하면서 입을 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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