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34화 (334/506)

〈 334화 〉 범인

* * *

000

클레온이 마검을 들고, 거대한 곤봉을 든 오우거를 향해 달려나갔다.

땅을 울리는 내려치기, 그것을 재빠르게 구르기로 피하고 나면­

"인페르널 프리즌!"

불타오르는 화염의 울타리가, 오우거의 몸을 감싼다.

그리고, 점점 조여오면서, 피부를 태우고 그 안을 태워내려고 하면­

또 한 마리의 오우거가 하늘에 떠있는 라일라를 향해 거대한 바위를 던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마력으로 방어한다 해도, 저 질량을 그대로 받아내면 라일라의 몸은 터져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바위는 순식간에 수백 조각으로 쪼개졌다.

"어딜...!"

손에 검을 들고 있는 베아트릭스가 쪼개진 바위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잠깐! 그렇게 부수면 아래 있는 엠마가 위험하잖아!"

아래쪽에서 들리는 일레누의 목소리.

확실히, 깨져나간 바위의 조각이 아래로 떨어지면, 엠마가 숨어있던 곳이 드러난다.

"괘, 괜찮아요! 이, 이 정도는 피할 수 있으니까!"

3년이 넘는 시간, 일레누, 클레온이라는 괴물 같은 강함을 자랑하는 두 모험가의 여행에 어울린 엠마는 어느샌가 도주와 회피, 그리고 숨는 실력만큼은 수준급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작정하고 숨거나 도망치면, 마물도 사람도 그녀를 찾는 것이 매우 힘들어 보였다.

"일레누!"

"알고 있어!"

클레온이 외치면, 일레누는 그의 의도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레이피어를 들고 앞으로 뛰쳐나간다.

바위를 던진 오우거의 다리를 받침대 삼아 뛰어오르면, 순식간에 흉측한 두 눈을 레이피어로 꿰뚫어 버렸다.

[GRRRRAAA!!!]

비명에 가득 찬 포효가 울려 퍼지면, 일레누의 레이피어에 서슬 퍼런 마력이 머금어졌다.

그것은, 클레온이 손에 들고 있는 마검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치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인력에 몸을 맡겨 돌진한다.

""크로스 세이버!""

호흡을 맞추기 위해, 미리 정해둔 부끄러운 기술명을 외치는 것도, 이제는 버릇이 되어버린 듯 완벽한 호흡으로 만들어진 일섬.

클레온의 검과, 일레누의 검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발생한 가속을 이용하여, 두 사람은 두 마리의 오우거의 목을 동시에 절단한다.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그리고 엠마도.

이번에도 무사히 의뢰를 마칠 수 있었던 사실에 기뻐하며.

커다란 오우거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일라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져서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제발, 이쪽이 꿈이길.'

라일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떴다.

어제는 대체 몇 시까지­ 아니, '어제'라는 표현은 잘못되었겠지.

자정을 넘기고, 새벽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기절하듯이 잠이 든 것을, 라일라는 떠올렸다.

몸을 혹사하듯이 밤을 새우는 버릇을 고쳐준 사람이 없어졌으니, 그녀의 생활 습관은 또다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밍기적 거리는 몸짓으로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면, 자동으로 마법이 걸린 물건들이 날아와 그녀의 몸을 치장한다.

머리를 빗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세수까지.

신뢰의 증거로 그 녀석에게 한쪽을 넘기고, 자신에게는 한쪽 밖에 남지 않은 리본으로 머리의 왼쪽을 묶어주면, 평소대로의 라일라의 완성이었다.

오늘도 즐겁지 않은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면서, 난장판이 된 공방 겸 자신의 방의 안을 걸어나가 문을 열면, 버터와 밀가루가 구워진 듯한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방 안의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마력으로 꾹꾹 누르면서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가보면, 탁자 위에 차와 구워진 토스트를 늘여놓은 베아트릭스가 보였다.

"좋은 아침, 베아..."

"좋은 아침이라니... 벌써 11시 반이야. 라일라 치고는 꽤 일찍 일어난 거긴 하지만..."

"어디에 갈 예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몇 시에 일어나도 괜찮잖아."

라일라는 그렇게 말한 뒤, 머리를 긁적이면서 거실의 소파에 무거운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푹신한 감촉이, 침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몸을 감싸면, 조금 전까지 멀어져갔던 수마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졸리면 찬물에 세수라도 하고 오는 게 어때?"

베아트릭스의 충고에 라일라는 '우웅...'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 적당하게 졸릴 때의 기분 좋음을 어째서 일부러 깨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 대답은, 새로운 하루의 태양이 떴으니까. 야.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게 침대와 소파를 왕복하는 것으로 보낼 생각이야?"

라일라는 '아하하...'하고 마른 웃음을 내뱉으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탁자 위의 빵 한 조각을 자신의 쪽으로 가져온다.

"앗."

베아트릭스는 '적어도 손을 쓰라구'라고 옆에서 잔소리를 해오지만, 무기력 모드의 라일라에게 있어서는 소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마력을 이용하면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라일라... 그러다가 소가 되어버린다구?"

"소...?"

베아트릭스의 말에 라일라가 스윽, 하고 친구의 전신을 살폈다.

이 마을에 오고 나서 부턴, 눈에 띄는 붉은 제복을 옷장 안에 집어넣고 수수한 평민의 여성 의복을 걸치게 된 베아트릭스.

다만 그런 장식도, 프릴도 거의 달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음에도, 가슴 부분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있어서, 어떻게든 허리를 졸라맨 덕분에 가슴에서 허리까지 팽팽하게 이어진 사선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나면, 라일라는 참지 못하고 한소리 하게 되는 것이었다.

"...베아 같은?"

"누가 소라는 거야!"

빼액 하고 베아의 노성이 퍼지면, 라일라는 미리 한쪽 귀를 막고 그 반응을 흘려보낸다.

그런 친구를 보면서 베아트릭스의 한숨이 흘러나오면, 잠깐 두 사람의 사이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째깍째깍 거실에 장식된 시계가 하염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라일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슬쩍 눈을 뜨면서 마지막 한 조각의 토스트를 베어 물고 있는 베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베아."

"응...?"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가 된 라일라에게, 베아가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훑어내면서 돌아보면­

"슬슬 나가봐야 할 시간 아니야? 오늘은 학당에서 아르바이트라며?"

"──앗!?"

너무 느긋하게 있던 것이 원인이었을까, 마을에 있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인 학당에서 임시 교사로 일을 하고 있는 베아트릭스의 출근 시간이 코앞까지 닥쳐 있었다.

"느, 늦겠다! 미안 라일라! 그릇 좀 치워 줘!"

베아트릭스는 허둥지둥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토스트를 입안에 꾸겨 넣고는 곧바로 집을 박차고 나섰다.

이런이런, 하고 한숨을 내쉰 라일라는 누운 채로 접시만을 움직이려다가­

'...가끔은 몸을 움직일까.'

절대로 소가 될까 봐 걱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운동 부족이 심해졌다는 자각은 있는 것인지,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접시를 집어들고 주방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주방의 설거지통에 접시를 넣더니­

휘릭, 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면 수세미와 세제가 자동으로 움직여 접시를 닦아내는 것이었다.

결국, 중요한 부분은 마력으로 해결해 버린 라일라는 몸을 돌려 슬쩍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정오까지는 시간이 있었지만, 엠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엠마도 여관으로 일하러 나갔을 시간인가.'

엠마, 베아트릭스, 일레누, 그리고 라일라.

여자 넷이서 지내는 이 작은 저택에서 평소에 생활비를 벌어오고 있는 것은 베아트릭스와 엠마, 두 사람이다.

일레누는 클레온을 잃은 뒤로 흡혈하지 못해서 몸이 쇠약해져 있는 상태.

게다가, 흡혈의 부작용은 지워지지 않아, 강력해진 흡혈귀의 피가, 그녀에게서 햇빛에 대한 저항력을 빼앗아 갔다.

무기력증에 빠진 라일라와 일레누를 대신해서, 그 두 사람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노동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라일라는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의욕이 샘솟지 않는 자신을 혐오한다.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라일라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마법사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연금술사이기도 했다.

이런 시골에서 필요로 하는 약이라면, 만들지 못하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마을을 돌던 다른 동료가 약의 주문을 받아오면, 거의 하루 만에 뚝딱 하고 높은 등급을 가진 약이 나온다.

약의 효능이 얼마나 좋은지, 소문을 듣고 옆 마을에서 찾아오는 일조차 있었는데, 라일라는 일단은 쫓기는 몸이기에 마을 사람들에게는 다른 마을까지 소식이 전해지지 않도록 입조심을 시키는 것으로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다.

물론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줄어들 테지만, 동료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보다야 나은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 라일라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라일라가 자신에 대한 소문을 싫어하기에, 대충 베아트릭스가 만든 것이라고 둘러대는 것도 있었지만.

라일라가 가진 그 가시가 돋친 이미지가, 그녀의 전문 분야인 파괴와 소각의 화염 마법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화염'이 가진 속성은 물론 그런 것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잿불에서의 재생'이라는 엄연한 긍정적인 면모도 있었지만.

마법에 대해 문외한인 이들이 바라보기엔, 그저 위험한 괴짜 마법사 정도의 인식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마을에 나가더라도 라일라를 향한 시선은 따가웠다.

일레누야 그렇다 치고, 다른 두 사람은 적극적으로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어떻게든 동료끼리 살아가기 위한 돈을 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라일라는 그런 다른 이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이 벌어온 돈을 축내는 거머리 정도로 보일 것이다.

...라고, 라일라는 어느 정도 자신의 '무기력'에 대한 당연한 이미지를 생각하며 자조의 웃음을 흘렸다.

거머리... 거머리라.

자신이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기 전, 원로회에게 외치고 간 말이지 않은가.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과거를 불러일으키고, 우울함은 씻겨지지 않아서 몸의 녹이 되어 쌓인다.

답답한 마음이 들어 문득 창 밖을 내다보면, 푸른 하늘에서 햇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레누를 괴롭히는 빛이기는 했지만, 인간에게는 필요 불가결한 존재였다.

그리고­ 문득 라일라는 생각했다.

'광합성이 필요해.'

언제나 어두컴컴한 공방, 창문조차 커튼으로 가려버리고 마력등에 의지해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일레누보다도 햇빛에 닿는 기회가 적은 것이 라일라였다.

어쩌면, 이 무기력증은 그런 햇살과의 관계 개선으로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근한 아침 해가 주는 기력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이전 어딘가의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마법 재료를 사러 가는 일 외에 밖에 나가는 것은 얼마 만일까.

라일라 플레임워치가 기분 전환을 위해 산책이라니.

그것도, 누구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서 말이다.

그 녀석이 들으면 관짝의 안에서 웃어 재낄 일이었다.

"이 시간이면 일레누는 광장에 있을 거고... 자, 이 의미 없는 또 하나의 날을 어디서 뭘 하면서 지내야 할까."

라일라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집을 나섰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라일라의 기분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001

그런 라일라의 기분을 망친 것은, 물론 눈앞에 있는 건방진 꼬맹이 '솔리나'였다.

꼬맹이­라고 라일라가 말할 수준은 아니지.

라일라도 기껏해야 19살의 소녀이다.

일행의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라일라. '솔리나'는 그런 라일라는 물론이고 일행 중 최장신인 일레누와도 비슷한 키를 가진 소녀였다.

다만, 그녀가 앉아있는 상태였다면 그래도 라일라 쪽이 눈의 위치가 높은 곳에 온다.

자신이 발하는 마력압에 억눌려 있었던 그녀가, 겨우 해방되고 나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라일라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일레누의 제지로 멈춘 것이었지만, 방금 하던 이야기를 떠올리면 라일라는 아직도 열불이 솟아올랐다.

"자, 그럼 다시 한 번 들어볼까? 내가, 무덤 유적에 가서 뭘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거지?"

"다, 다 듣고 있던 거군요..."

솔리나는 낭패라는 듯이 말끝을 흐리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래, 다 듣고 있었어. 그래서? 그 이야기를 왜 일레누에게 하고 있던 건데?"

"그, 그저 사정을 좀 들어보려고 했던 거에요!"

"아하. 이 라일라 플레임워치가 최근에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지?"

라일라의 말에 솔리나는 더더욱 몸을 움츠러트리는 것이었다.

일레누는 솔리나를 밀어붙이는 라일라에게 조금 진정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그러면, 라일라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윌헬미나 워크러스."

"...?"

라일라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의 이름과도 같은 울림의 단어에, 일레누도 솔리나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날 의심한 거야...? 네가 말한 유적에 봉인된 '사령술사'의 이름이야."

라일라의 말에 솔리나는 매우 놀란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연스럽게 그녀와 눈을 마주 보고 있었던 라일라는 고개를 위로 젖혀야 한다는 사실에 이마에 핏줄이 생겨나지만, 일단은 솔리나가 뭐라고 말할지 지켜보기로 했다.

"어, 어째서 알고 있는 건가요!? 마을 사람 중 아무도 모르는데! 역시, 라일라 씨 그 유적에...!"

"내가 이 마을에 오고나서 가장 먼저 한 건, 촌장이 보관하고 있는 고대어의 서적을 깡그리 읽는 거였어. 이 마을에는 고대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그 안에 적혀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을 리 없지."

"그 책들을 다 읽었다는 건가요?"

솔리나 역시, 촌장이 보관하고 있던 고대어로 기록된 물건들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고대어를 읽을 수 없는 솔리나에게도 그 안에 적혀 있는 것은 그저 기어 다니는 지렁이 정도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고대어를 제외하면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야. 그저 이 마을이 생겨났을 때의 일지 기록 같은 것이지."

쉽게 말하지만, 고대어 역시 수준 높은 전문 지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카데미 수석이라는 자리는 역시 허투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솔리나는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내 구미를 당길만한 것은 적혀 있지 않았어. 유일하게 흥미로운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 윌헬미나라는 자가 흡혈귀였고, 원래는 용사의 동료였다는 거지."

"... 흡혈귀가, 용사의 동료?"

흡혈귀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은 일레누였다.

물론, 솔리나가 더 신경 쓰는 것은 그다음에 나온 단어, 흡혈귀가 용사의 동료였다는 사실이지만.

"그래. 윌헬미나는 용사의 동료였으며, 동시에 사령술사였어. 지금에야 사령술은 죽은 자를 노예로 부리는 사악한 마법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 고대에는 그렇지만도 않았거든. 사령술을 쓰는 사람 중에는, 죽은 자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아직 이승을 떠도는 영혼에게 조언을 받아서 동료들의 길을 밝혀주는 이들도 있었어. 고대에는 이들을 '영매'라고 불렀지."

과거, 그런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기에, 때로는 현자라고 칭해져 집단의 안에서 높은 위치에 앉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용사와 적대하게 된 거죠?"

솔리나의 질문에, 라일라는 원래 이야기하려고 했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용사의 동료는 윌헬미나를 제외하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는 것 같아. 그런데 모험 중에 그 동료가 죽어버리자, 윌헬미나는 그를 되살리겠다고 이야기 하면서 용사의 파티를 멋대로 빠져나갔어."

"... ..."

사령술이라는 것은, 죽은 자를 죽은 체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 죽은 자를 산 자로 바꾸는 마법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은 술사의 목숨과 등가 교환하여 이루어지는 최상급 성직자의 기적 정도이다.

그것 마저도, 엄청나게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발동은 물론 준비조차 금지되는 주문이었다.

"결국, 윌헬미나는 미쳐서 죽음의 군세를 일으키려 했고, 옛 동료를 막기 위해 찾아온 용사가 그녀를 베어서 유적의 무덤에 봉인했다. ...라는 것이 그 유적에 관련된 이야기 전부야. 정말이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전설이지만."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이야기, 등장인물과 직업만 바꾸면 대륙의 어디에나 퍼져있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실존하는 유적이 붙어있는 경우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이야기의 구성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였다.

"자, 여기의 어디에 내가 매력을 느낄만한 게 있을까? 사령술도, 흡혈귀도,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아. 윌헬미나는 죽기 전에 자신을 리치화 시켰다고 하지만... 리치가 되는 것도 나에겐 흥미 없는 이야기야."

영원을 누려서라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따위, 죽어버렸으니까.

같은, 자신의 고독을 자랑하는 듯한 문장을 목으로 삼키면서 라일라가 이야기 하면 솔리나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라일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의심...해서..."

"뭐, 나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는 잘 알았네. 오랜만에 바깥에 나오니까 바로 이 모양이야. 역시 집 안에 있는 게 나았어."

비꼬는 말을 내뱉는 라일라, 솔리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였다.

"...라일라, 그녀가 제대로 사과하고 있잖아."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일레누가, 라일라에게 한마디를 거들자,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그래 알고 있어. 정말이지, 말투가 그 녀석이랑 똑같아서 일일이 떠오르게 한다니까..."

그렇게, 불평불만을 한차례 쏟아내고.

"...그래서? 유적에 누가 들락날락 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조사해 줄 수 있는데."

"...정, 정말인가요?"

라일라의 말에 솔리나가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들면, 일레누도 조금 눈을 크게 뜨면서 라일라를 바라봤다.

"왜, 뭐."

"아니... 라일라가 솔선해서 다른 사람을 돕겠다고 한 게, 1년 하고 몇 개월 만의 일인 것 같아서..."

"가끔은 엠마나 베아트릭스의 집안일도 도와주거든...!"

라일라는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려다가도,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돌린다.

"어,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어디긴, 니네 오빠가 있는 곳이지. 너한테 이야기해 봤자, 거기에 가는 허락이 나는 것도 아니잖아?"

솔리나가 묻자, 라일라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확실히, 솔리나는 그냥 마을의 여자아이일 뿐이지, 경비대가 관리하는 유적에 접근할 수 있는 허락 같은 것을 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죠...! 그럼, 같이 가요! 분명, 리스도 한시름 놓았다고 좋아할 거에요!"

어떻게든 오빠의 도움이 되고 싶었던 솔리나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앞장서서 라일라를 이끌고 막사로 걸어갔다.

"오늘 좀 늦을지도 모르니까."

라일라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일레누에게 이야기 하면, 일레누는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보았다.

002

"안 돼."

"하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잠깐!?"

단박에 거절하는 리스, 너무나도 손쉽게 포기하는 라일라. 그리고 당황해서 비명 같은 목소리를 높이는 솔리나.

삼박자가 템포 좋게 이루어지면, 하나의 만담이 끝난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이내, 리스가 헛기침하면서 솔리나에게 말한다.

"분명, 신경 쓰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걸 말하고 다니고... 장본인을 데리고 와?"

어이가 없다는 듯한 리스의 반응에 솔리나는 '으윽...'하고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지만.

라일라는 고개를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우연히 들었을 뿐이야. 조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감시한다든가 하는 '무의미한'일은 삼가 줘."

"...당신이 유적에 흥미가 없다는 사실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이야기일 뿐. 저는 경비대의 대장으로서 마을의 위험이 되는 모든 일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리스의 말에, 라일라는 '이 꽉 막힌 녀석...'같은 것을 속으로 생각하지만, 일단은 참아주기로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에도, 어느정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짐작 가는 바조차 없는 라일라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누명으로 행동범위를 제한당하는 일이었지만.

어차피 공방 내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감시가 있건 없건 그녀의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라일라는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애초에 말이야. 어째서, 유적에 접근한 것을 인간으로 한정하고 있는 거야?"

"...무슨 뜻이죠?"

라일라의 말에 리스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강력한 리치가 봉인된 유적이니까, 당연히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맞는데... 그런 마력의 향기에 이끌리는 건 인간만이 아니란 소리야. 오히려, 마력에 민감한 마물들이 더하면 더했지."

"...흔적은 인간의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인간형의 마물 본 적 없어? 오크나, 고블린 말이야. 오크는 특히 아직 사령술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남아 있으니까, 확률은 높다고 생각해. 거기에 말야... 너희 같은 시골 경비대가 찾아낼 만한 흔적을, 내가 남길 것 같아? 나는 하늘도 날 수 있고, 웬만한 건 마력을 이용해서 움직일 수 있어. 내가 그럴 생각이었으면 하루 만에 유적을 다 돌아다니면서, 발자국도 손자국도 안남길 자신이 있다고."

라일라의 자신 넘치는 대답에, 리스는 끄응...하는 소리를 내며 미간에 손가락을 올렸다.

확실히, 발견된 흔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같다'라는 것이었지, 확실히 인간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라일라와 같은 실력자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경비대 수준에서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 리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되면,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

라일라를 비롯한 일레누의 동료들과, 유적은 관계가 없는 것이고.

정말로, 인간형의 마물이 유적의 마력에 이끌려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면...

'...라일라 플레임워치를 상대해야 하는 것 보다, 몬스터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겠지...'

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끄러미 라일라를 바라보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대에서 인원을 꾸려서 유적의 근처를 조사해보겠습니다."

"그, 그럼 나도­"

솔리나가 손을 들자 리스는 솔리나의 손을 붙잡았다.

"아까 내가 한 말 벌써 잊은 거야? 여기에 네가 낄 필요는 없어 솔리나. 정말로 상대가 마물이라면, 경비대가 상대해야 하는 것이 맞아."

"하, 하지만 마물이 너무 강하면...?!"

"그런 마물도 상대해야 하는 게 우리들의 일이야."

리스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조용히 라일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협력 감사드립니다 라일라 씨.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너희가 죽으면 뼈는 주워서 잘 매장해줄게. 그 유적 근처에서 죽었다가 윌헬미나의 마력에 이끌려서 언데드가 되어버리면 꼴이 말도 아니게 될 테니까 말이야."

마치 놀리는 듯한 라일라의 말에, 솔리나는 매정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지만.

리스는 오히려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솔리나.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왕도로 갈 준비를 잘해 둬. 이건 오빠로서의 부탁이야."

"... ...리스..."

솔리나는 그런 오빠의 말에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이내, 주먹을 꽉 쥐더니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벌써 한 번 그의 말을 무시했다가, 자신도 그도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알았어. 그럼... 조심해야 해."

그렇게 말을 남긴 뒤, 솔리나는 막사를 나섰다.

하지만, 자리를 뜨지 않는 라일라에게 리스는 질문한다.

"... 무언가, 더 할 말씀이라도?"

"... 당신, 그렇게 혼자서 뭐든지 짊어지려고 하면. 금방 죽어. "

라일라는 어딘가,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녀의 표정은 막사에 들어왔을 때보다도 조금 더 어두워져 있었다.

"... ..."

리스는, 본인이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003

리스가 경비대원들과 유적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 날로부터.

그리고, 솔리나가 성기사단 입단시험을 위해 마을을 떠난 날로부터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유적의 주변을 조사하다 보면, 지금까지는 순찰만으로는 발견되지 않은 마물의 흔적 등이 있어서 오크가 숨어 사는 동굴이라던가, 고블린들의 마을이라던 가를 발견하고는.

그들을 상대하느라 시간과 인력을 소비하고, 또다시 유적을 조사하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었다.

라일라도, 너무나도 조사에 진척이 없자 경비대들 몰래 유적의 주변을 훑어보았지만.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은 발견되더라도, 마력의 잔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누군가 사람이 유적을 드나드는 것일까?

마물이라면, 더 짙은 잔향이 남아있어야만 했다.

마을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이런 마을에, 변화라는 것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일레누 일행이 나타났을 때처럼, 외부에서의 자극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일상의 되풀이였다.

"일레누...!"

베아트릭스의 슬픈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일레누의 병세는 더욱 악화하여있었다.

아니, 병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

어디까지나, 생물의 생명활동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결핍되어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을 뿐.

클레온의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피를 마신다면 분명 괜찮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레누는 한사코 그것을 거절하며, 그저 찾아오는 죽음을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 그리고 다른 일행들을 위한 것이라고.

일레누는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아트릭스도, 라일라도, 엠마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자신에게 묶여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제발, 일레누. 우리 중 누구라도 좋으니까 피를 마셔 줘..."

라일라 마저도 그렇게 부탁하는데, 일레누는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한사코 피를 거절하는 이유는, 물론 동료들의 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지만.

자신의 안에 아직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그것'의 존재를 여전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엠마는...?"

"... 방에 없었어, 또 일하러 나간 것 같아."

최근 들어서 조용히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진 엠마.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그저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일레누의 병세 때문에 우울해진 기분을 떨쳐내려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레누의 곁을 비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베아트릭스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물론 수척해진 엠마의 얼굴을 보면서 쓴소리를 하는 것보다도 마음이 먼저 아파져 오는 것이었지만.

"슬슬 일이 끝날 시간이니까, 내가 마중 나갔다 올게."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라일라.

베아트릭스도 고개를 끄덕이면, 일레누는 부탁한다고 이야기하고 세액 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그런 동료의 약해진 모습을, 라일라는 눈을 감으면서 몸을 돌리는 것으로 시선에서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밤공기가 쌀쌀한 마을을 걸어, 엠마가 늦게까지 일하는 마을의 여관으로 찾아갔다.

청소부터 세탁, 그리고 요리까지.

특기인 집안일을 십분 활용하여 일할 수 있는, 엠마에게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관의 여주인은 라일라의 방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이야기할 뿐이었다.

"엠마? 엠마라면 벌써, 몇 시간 전에 퇴근했는데."

"... 몇 시간 전? 늘 이 시간까지 일하는 것 아니었어?"

"아아, 며칠은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일찍 퇴근하고 있어. 뭐야, 몰랐던 거야?"

라일라는 그런 여관주인의 말에 갑작스럽게 오한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엠마의 태도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의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나 베아트릭스처럼, 무언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마법이나 무술을 단련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인간이다.

조금의 일탈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엠마가 일탈하는 장면은 솔직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 때 였다, 여관의 문이 열리면 경비대의 대원 중 한명이 보자기 안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덜그럭거리면서 가지고 들어왔다.

"아주머니!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배달받은 도시락통을 돌려주러 온 듯했다.

그러고보니, 엠마가 이야기했던 것 같았다.

원래는 경비대의 대장인 리스에게 배달되도록 솔리나가 부탁했던 것이었지만 도시락의 퀄리티가 좋아서 너도나도 여관에 부탁하게 되었다고.

엠마도 일이 늘어서 큰일이었지만, 요리하는 것도, 배달도 즐겁다고 말하던 것이었다.

"어휴, 너희들이 맨날 숲에 나가서 일하니까, 우리 종업원이 거기까지 배달하러 가야 하잖아."

"죄송해요. 유적 근처의 조사가 너무 오래 걸려서. 하지만 한창 힘들 때 웃으면서 오는 엠마 양을 볼 때마다 기운이 솟는다니까요?"

"엠마..."

라일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언가를 떠올린 것인지 황급히 몸을 돌려 여관을 뛰쳐나갔다.

'느껴지지 않는 마력의 잔향... 유적의 주변에서 모습이 보여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

아랫 입술을 깨물고, 비행 마법으로 날아올라, 유적의 주변으로 향한다.

숲에 나 있는 가도를 지나, 하늘에서 유적을 내려다보면서, 라일라는 주문을 외운다.

"천리안."

단순히 시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마법을 완성하면.

그녀의 눈은 자연스럽게, 지상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로 향했다.

"윽...!"

그리고, 그녀는 빠른 속도로 땅으로 내려가 자신이 발견한 그 인물에게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접근한 것을 느낀 것인가, 그녀도 능숙하게 도망을 치지만, 하늘을 날 수 있는 라일라에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라일라가 그림자의 손목을 붙잡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엠마!"

자신들의 믿음직한, '평범한 인간' 동료인 그녀가.

유적지 안에서, 손에는 커다란 삽을 든 채로 서 있었다.

"라일라...?"

그리고,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라일라를 보더니, 이내 눈을 크게 뜨며 그녀와 마주 보는 것이었다.

"너였던 거야...!? 이 유적에 출입하고 있던 게...!"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경악한 라일라의 목소리가, 유적의 공터에 울려 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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