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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36화 (336/506)

〈 336화 〉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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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의 완전봉인에 대한 절차에 대해서 짚어보자.

그 용어가 설명하는 대로, 유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상 사태를 대비하여, 그 원인이 되는 모든 것을 봉인, 혹은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과거에는 불완전했던 봉인이라고 하더라도,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여러가지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욱 강한 봉인을 새롭게 덮어씌울 수 있는 것이고.

개중에는, 더는 불안요소를 남기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발견되기도 하는 것이다.

장소는 경비대 막사의 안.

솔리나는 성기사단­ 정확히는 상위 조직인 성자의 가호 교단에서 가지고 온 봉인용의 마도구라는 것을 꺼내 들어 보였다.

라일라조차 보는 것만으로는 원리를 파악할 수 없는 그것은, 각각 용, 새, 거북이, 그리고 호랑이와 비슷한 동물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큐브 형태의 물건이었다.

"이런 마도구... 처음 보는데."

"저도 에요. 성기사단 내의 마도구 연구팀에서 개발한 물건이라는 것 같아서. 봉인할 땅의 동서남북 방위에 놓으면 봉인을 위한 결계를 전개 시켜 준다고 들었어요."

"뭐야, 대단한 물건인 줄 알았는데 결국 결계석인가."

라일라의 조금 실망했다는 듯한 말투에, 베아트릭스가 꾸욱 하고 그녀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파앗!?"

아무리 그래도, 그 물건을 가지고 온 장본인의 앞에서 할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있던 시절에 들어 본 적이 있어. 대륙 동쪽에 있는 나라에서는 푸른 용, 붉은 새, 검은 거북이, 그리고 하얀 호랑이를 영험한 동물로 취급해서, 세계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흐응. 근거는 있는 물건이었다는 거네."

라일라는 베아트릭스의 말에 그런 거라면야, 같은 반응으로 이야기하고, 솔리나도 물건을 받아왔을 뿐 그 기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신기하단 표정으로 베아트릭스를 바라보면서 '헤에­'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저 결계를 치는 것 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겠지? 유적 안에 잠들어 있는 건, 흡혈귀에 리치라는 사기 같은 조합을 가진 녀석이라고?"

윌헬미나. 새삼스럽지만, 진성 흡혈귀라는 것만으로도 인간보다 월등히 높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존재인데.

거기에 더해 리치라는, 일반적으로는 죽일 수 없는 존재의 특성이 더해진다면, 적어도 군대를 데리고 와야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런 그녀를 쓰러트린 용사가 물론 규격 외의 존재이겠지만.

윌헬미나 역시, 라일라나 베아트릭스로서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다.

새로운 결계를 쳐서 봉인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완전 봉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그 안에 남아있는 위협은 그대로이며, 결계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효력을 일어가면서 약해져 가기 때문이다.

"물론이에요. 결계를 설치하는 건 어디까지나 첫 번째 단계. 이 결계는 봉인된 사령 술사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이 바깥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는 그물 같은 역할이에요. 그리고 성수(??)의 결계는 부정한 것의 힘을 약하게 만들죠."

"즉. 사령술사가 깨어나더라도 약체화하는 것이 가능하단 건가..."

"그건 어디까지나 깨어났을 때의 이야기잖아?"

라일라의 말에 베아트릭스가 의문이라는 듯이 이야기하면, 라일라는 끄덕이면서 그녀에게 돌아보며 설명을 해 주었다.

"말했잖아? 완전 봉인이라는 건, 그 원인이 되는 것을 완전히 없애버리거나 절대로 해제되지 않는 봉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응... 아, 그렇다면─"

베아트릭스도, 거기에서 알았다는 듯이 솔리나를 돌아보고.

"네. 사령술사­ 윌헬미나를 완전히 깨워서 더는 소생하지 않도록 그녀의 핵을 파괴하는 것이 제가 받은 임무입니다."

그런 솔리나의 당당한 대답에,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리치의 핵을 찾으려면 그녀를 깨워야 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무턱대고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같은 마법사로서, 상대방의 격이 자신들보다 위라는 것은 손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현존하는 마법사들과 비교하더라도 그 누구 보다도 위의 단계에 도달해 있는 대마법사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 존재를, 결계 하나로 억누르고 싸운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준비해온 수단은 결계만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솔리나는 손을 들어서 막사 안의 연병장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리스가 있을 뿐이었다.

"... 네 오빠밖에 없는데."

"바로 그거에요!"

"오빠한테 그거는 좀..."

"아니, 정확히는 리스가 휘두르고 있는 검이에요..."

라일라의 쓸데없는 지적에 솔리나가 일일이 반응하면서 기를 죽이자, 곧바로 베아트릭스의 제재가 들어왔다.

다시 한 번 옆구리를 꼬집히며 인상을 찌푸리는 라일라.

솔리나가 리스를 바라보면서 손을 흔들면, 리스는 문득 이쪽을 바라보면서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는 것이었다.

잠깐의 순간,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는 리스가 손에 쥔 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법이 부여되긴 했지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양손검정도로만 보였다.

색이 검은 것은 특이한 사항이기는 했지만.

그런 라일라와 베아트릭스의 여전한 의문점이 표정에 드러난 것인지, 솔리나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재질 자체도 조금 특이한 성질이어서... 겉으로 느껴지는 마력이 거의 없는 것도 그 재질의 힘이기도 해요. 저 검은, 마력을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 솔리나의 말을 듣고, 라일라가 마력시를 이용해서 검의 주변을 살피자.

과연 솔리나가 말한 대로, 그 검은 주변에 있는 마력을 조금씩 끌어당기면서 검신에 닿은 마력을 삼켜서 내부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만 신기한 것은 그렇게 마력을 흡수하더라도 힘의 총량이라고 해야 할까, 검에서 느껴져야 할 힘의 증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삼킨 마력 또한 어딘가로 사라지거나, 소화되어서 소멸해버린다고 하는 편이 저 어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라일라는 과연 그런 것인가 하고, 솔리나의 의도를 눈치챘다.

"리치의 몸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러니까, 핵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더라도... 마력을 어떻게든 하면 잠깐은 행동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구나."

"바로 그거에요! 마력 먹는 검은 그것뿐만이 아니라 마법을 받더라도 검이 흡수해서 없애버릴 수 있어요. 그야말로 마법사들에게는 천적 같은 검이죠."

"...인정하기 싫지만, 그런 것 같네."

검과 결계에 의한 이중약화의 전법.

통하기만 한다면 윌헬미나를 자신들의 선에서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리라.

어느 정도 승산이라는 것이 보이고 나서야, 라일라는 안심했다는 듯이 솔리나를 바라보았다.

"마냥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나 보네."

"생각 없이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니까요."

3년 전 마을을 떠나기 직전에 있던 일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듯이, 솔리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성기사단에서 뭔가 좀 배운 모양인걸? 그런 곳이 체질에 맞나 봐."

베아트릭스는 비꼼 없이 순수한 의도로 그렇게 이야기했고, 솔리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조용히 질문하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뭐가?"

라일라는 어느정도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한차례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각오가 되어있느냐는 듯한 확인이기도 했다.

잠시, 세 사람의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고 생각하면­

"...일레누 씨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 뒤에는 어떻게 하실 거죠?"

"... ..."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라일라는 예상했던 질문 그대로였기에 말을 아끼는 것이고, 베아트릭스는 일레누가 죽는다는 현실이 가까워진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어 그 슬픔에 입을 다물었을 뿐이었다.

"...딱히 생각하신 것이 없으시다면. 저와 같이 왕도로 가지 않으실래요?"

"제정신이야? 나는 쫓기는 몸인데."

솔리나의 제안을 들은 라일라는 조금 타박하듯이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또 생각 없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있어요. ...라일라씨를 추적하고 있는 것은 아카데미의 집행과... 맞죠?"

그 명칭을 들은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는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원래 집행과라는 것은, 아카데미의 그림자와 같은 것으로 외부인은 물론이고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도 알려져있지 않다.

솔리나에게서 그 이름이 나오는 것은 둘에게도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성기사단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성기사단에도, 정보 수집을 위한 조직은 있어요. 그 사람들이 알려준 거에요, 라일라 씨를 쫓는 것은 아카데미에서도 문제가 있는 집단인 '집행과'라는 비공식집단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최근 '악마'와도 손을 잡은 것 같다고..."

그 말에 베아트릭스는 덜컹,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베아트릭스 역시, 아카데미에서는 집행과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의 의지 반, 타인의 강제 반이었지만.

"집행과가 악마와...?"

"네. 실은­ 왕도는 최근 대량의 악마에 의한 위협을 받고 있어요. '아스타로테'라고 불리는 악마 집단이 갑작스럽게 부상해서 왕도의 뒷골목을 장악하고, 대륙 각지에 퍼져서는 악마 숭배자들을 만들고 있는 거죠. ...성기사단이 최근 들어 힘을 불리는 데에 집중하는 것도, 마력을 흡수하는 검 같은 것을 만든 것도. 전부 악마를 상대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의 부산물이에요."

"어째서 거기에, 집행과가 연관된 거죠...?"

베아트릭스의 질문에 솔리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집행과는, 아스타로테와 손을 잡아서 '데미우르고스'라고 불리는 다섯 대 악마 중 하나를 불러내려 하고 있다는 게,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요."

"데미우르고스?"

라일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과거에 인류를 지배했던 악마들을 묶어서 부르는 명칭이었다.

그런 허무맹랑한 것을 불러내려고 하고 있다니, 집행과가 대체 뭘 원하는 것인지 라일라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베아트릭스는 손을 꽈악 움켜쥐더니, 솔리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 했다.

"...정말로 집행과가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면. 막아야 해요."

"물론이에요. 다만, 아카데미에서는 공식적으로 집행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저희가 요청하는 수사 협력에도 응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요. ...어쩌면, 아카데미와 교단 사이에서 커다란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베아트릭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라일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흥미가 돋는 듯했다.

"그야 그렇겠지. 그 원로회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도덕도 버릴 수 있는 인간들이니까. 이야기가 재밌게 흘러가는걸. 교단 대 아카데미라. 왕국은 물론­"

"...네, 물론, 왕국은 교단과 함께하죠. 왕도에 다가온 악마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교단일 테니까."

다만, 아카데미에는 많은 수의 귀족 자제들이 재학 중이기 때문에, 그 학생들이 인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왕국은 대놓고 교단을 지지하지는 않고,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물밑에서 교단을 돕는다는 것이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악마의 위협을 직접 제지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카데미보다 교단이었고.

왕국의 마음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악마들, 그리고 아카데미와의 싸움에서는 더욱 많은 힘이 필요해요.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성기사단에서도 마법사 부대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준비 중이고요. 두 분께는, 성기사단의 그 부대로 와주셔서 저희와 함께 대륙에서 악마를 몰아내는 싸움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솔리나의 개인적인 소망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세상을 지키는 싸움에 동참해줄 것인가를 묻는, 솔리나의 질문.

클레온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같은 생각을,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잠시 하지만.

"... 나는 상관없어. 아카데미의 원로회를 제거할 좋은 기회니까. 이렇게 된 이상, 전면전이라도 펼쳐줄게."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베아트릭스도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집행과가 거기까지 타락해버렸다고 한다면... 전 집행과의 수석으로서 그 사태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겠네요."

베아트릭스는 각오를 굳힌 듯이 이야기 하면서 솔리나에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두 분 모두...!"

솔리나는 그런 둘에게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물론 단순히 세계를 지키겠다는 숭고한 의지보다도, 개인적인 이유가 앞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의 강력한 마법사가 힘을 보태주는 것은 마음이 든든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리치와의 싸움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뒤의 이야기야. 알고 있겠지?'

너무 들뜬 것 같은 솔리나에게 제동을 거는 라일라.

퍼뜩 정신을 차린 솔리나는 '네, 네!'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 역시 리치와의 싸움을 향한 마음을 다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적의 완전 봉인을 실행하는 것은, 리스가 새로운 무기에 익숙해지고 라일라와 베아트릭스. 두 사람의 준비가 모두 끝나는 3일 뒤의 밤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마을의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봉인을 행하는 그 3일 뒤가­

미래를 이야기하며, 기쁨과 각오를 나누었던 라일라와 베아트릭스, 그리고 솔리나.

세 사람은 물론이고, 마을의 사람 모두의 운명이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최악이자, 최저의 날이 되리라는 것을.

모든 것을 묻어버리는 절망과 죽음이 모두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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