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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37화 (337/506)

〈 337화 〉 성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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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의 의식을 행하는 것은, 라일라, 베아트릭스, 솔리나.

그리고, 마을의 경비대 중에서도 자원을 받은 자들에 의해서 행해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경비대원 모두가 빠짐없이 임무에 지원했지만.

"사람이 많다고 해서, 각자에게 할 일이 돌아가는 건 아닌데 말이야."

라일라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베아트릭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만큼 고향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거겠지. 게다가, 상대가 사령술사라고 한다면, 언데드를 일으켜 세울지도 모르잖아? 인원수는 많은 편이 좋다고 생각해."

베아트릭스의 말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여전히 라일라는 무언가 걸리는 것처럼 보였다.

"뭐. 시체의 수가 늘어나서 상대방에게 재료를 공급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말이야."

"라일라!"

거침없이 상대와 현 상황을 비꼬는 라일라의 발언에, 아무리 친구인 베아트릭스라고 하더라도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라일라의 볼을 꼬집었다.

"괜찮아."

그 때, 두 사람의 뒷편에서 들려오는 일레누의 목소리.

베아트릭스와 라일라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조금 지친 얼굴이지만, 작은 미소를 지은 채 서 있는 일레누가 서 있었다.

"그것도 라일라 나름으로 다른 사람들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까. ...위험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하는 거지?"

"...일레누, 몸은 좀 괜찮아?"

일레누의 말에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라일라.

걱정하는 라일라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일레누는 대답했다.

"응.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몸이 좋은 상태야.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게 조금은 도움이 됐나 봐."

그녀가 말한대로, 일레누는 거의 2일을 꼬박 잠들어 있었다.

도중에, 호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지 않으면, 소리 소문도 없이 죽어버리지 않았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정작 본인은, 자고 일어나서 조금은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끼고 있는 듯했지만.

그런 그녀의 주변에 있는 이들로서는 가슴이 철렁해지는 것이었다.

이곳은, 일레누와 일행이 살아가는 저택.

마을의 모두는 경비대의 방침에 의해,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사태에 대비하여 피난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따라서, 자고 있으면 도망칠수도 없으니 억지로라도 일레누를 일으킨 것이었지만.

몸상태가 안좋은 것을 숨기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몸이 조금은 나아진 것인지.

일레누는 라일라와 베아트릭스에게 웃음만을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조금 슬픈 표정을 지으며­

"미안해, 두 사람 다."

"뭘 사과하는 거야? 일레누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잖아."

라일라의 말이 일레누는 고개를 젓는다.

"...내가, 피를 마시지 않는 바람에 이렇게 약해졌고... 그리고 위험한 싸움에 두 사람만을 보내야 해서..."

"뭐야, 그런 걸 신경 쓰는 거야? 걱정하지 마. 작전도 어느 정도 구상해 뒀고, 싸움에서 질 생각은 없으니까. 반드시 무사히 돌아올게."

라일라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이야기하자 베아트릭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피를 마시지 않는 것도, 사과할 필요 없어요. 만약 제가 일레누와 같은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저도 그렇게 했을 것 같으니까."

그녀가 피를 마시지 않는 이유는, 누군가의 생명을 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부끄러움을 받아주던 존재인 클레온이, 더는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다른 동료를 믿지 못한다거나, 그들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닌­

클레온만큼이나 소중한 동료의 피를 취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으니까.

"자, 어쨌든. 우리들은 지금부터 유적에 다녀올 테니까... 일레누는 엠마가 혹시라도 마음이 앞서서 뛰쳐나오지 않나 잘 감시해 줘."

"아하하... 알았어.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 라일라, 베아."

라일라의 농담에, 일레누는 작게 웃어 보인 뒤, 손을 흔들어 두 사람을 배웅했다.

그리고, 베아트릭스도 라일라도 오랜만에 몸에 걸치는 모험용의 의복을 걸치고 유적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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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예정되어있던 집합장소로 향하면, 멀리서부터 보이는 리스와 경비대들.

그리고, 갑주를 걸친 채 서 있는 솔리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헌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리스가 누군가와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야?"

라일라가 신경 쓰여서 조금 발걸음을 서둘리 하여 그곳으로 다가가면, 리스의 앞에,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키는 라일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정도일까.

체격으로 보아, 소년, 혹은 소녀 수준인 것 같았다.

"누구야 이 녀석은?"

라일라가 손가락으로 그 로브를 가리키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인물은 라일라 쪽을 휙 하고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얼굴에 동물­ 올빼미를 형상화한 듯한 가면이 자리하고 있었다.

"... ..."

잠시 그 올빼미 가면과 눈을 마주친 라일라.

리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라일라에게 설명한다.

"...왕국의 '감시관'이라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봉인에 실패해서 윌헬미나가 풀려나게 되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왔다고..."

"감시관?"

처음으로 들어보는 직책, 그리고, 처음으로 보는 가면에 라일라의 고개는 저절로 갸웃해졌지만, 감시관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한 채로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솔리나."

"저도 처음 들어봤지만... 아무래도 정말인 것 같아요. 왕국 가신의 상징을 가지고 있었고요."

사실 확인을 위해 솔리나의 이름을 부르면, 솔리나도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이 되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라일라 플레임워치. 베아트릭스 휴트러스. 아카데미의 추적을 받는 마법사이자, 마검사 클레온의 동료."

가면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어딘가 침착한 인상의 소녀의 목소리였다.

"─너, 어떻게 클레온의 이름을..."

클레온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표정이 험악해진 라일라.

그녀가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모를까, 클레온과 함께한 것은 비공식적인 활동이다.

아카데미의 추적을 받고 있는 만큼, 클레온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으니까.

"...4년 전까지, 당신들은 저희들의 감시 대상이었습니다. 마검사가 죽은 뒤에는 아니게 되었지만."

"클레온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거야? 어째서 그런 일을­"

라일라의 질문에도 올빼미 가면의 감시관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은 벗어났던 운명의 궤도에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자면. 역시 숙명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 같군요."

"그런 어물쩡한 운명론으로 넘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라일라 역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며 올빼미 소녀를 추궁하자, 솔리나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리스도, 라일라도. 조금 진정해 주세요. 갑자기 나타나긴 했지만, 그녀가 왕국의 가신인 건 분명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왕국에서 움직여 준다는 보장이 된다는 것이니까요."

왕국과의 분쟁을 피하고 싶은 솔리나가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라일라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무슨 일' 말이지... 예를 들면 우리가 윌헬미나의 봉인에 실패해서 그녀가 부활하면. 왕국군을 끌고 와서 쓸어버린다든가? 처음부터 그러면 군대를 움직이지그래?"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왕국에도 큰 부담이 됩니다. 인력, 식량, 그리고 비용... 여러 가지 면에서 말이죠. 저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인원입니다."

비꼬는 듯한 라일라의 말에, 침착하게 대답하는 소녀.

잠시, 침묵이 흘렀다고 생각하면 리스가 끼어들어서 이야기했다.

"...어찌됐든. 저는 당신이 왕국의 감시관이건, 아니면 다른 존재건 간에. 유적의 안까지 들어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일어 일어날지도 모르고, 너무 위험합니다."

"걱정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저도 제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습니다. 걱정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당신들의 쪽이겠죠. 윌헬미나... 전설 속의 사령술사를 과연 시골의 경비대와 모험가들만으로 막을 수 있을지..."

어딘가, 오만한 태도와 그녀의 말에 경비대대원들은 혀를 차거나 했지만, 그녀를 공격하는 것은 왕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었기에 그 이상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자기가 직접 위험 지역으로 들어오겠다는 데 뭐하러 막아? 이 녀석에 신경 쓸 바에, 작전에나 신경 쓰자고."

라일라는, 그녀의 도발 같은 말을 더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았는지 혀를 차면서, 솔리나에게서 받았던 성수결계석을 꺼내 들었다.

라일라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붉은 새­ 주작의 결계석이었다.

화염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결계석이라고 하니, 라일라와는 딱 어울리는 결계석이다.

"이걸 각 위치에 설치하고 나면, 모두 중앙에 있는 유적으로 진입하는 것. 그리고 윌헬미나를 깨운 뒤 리스가 가지고 있는 '마력 먹는 검'을 박아 넣는 걸로 약화시키고..."

"라일라와, 나. 그리고 솔리나와 리스 씨가 윌헬미나를 무력화시켜서 핵을 파괴하는 것으로 종료. 이죠?"

작전은 이전에 확인한 대로다.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우선, 상대가 고대의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기술이 그러하듯이 마법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한다.

고대에 존재했던 절대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보다도, 더 효율적이고 더욱 넓게 쓰일 수 있는 마법이 현대에 개발되기도 한다.

"현대인의 강함을 보여주자고...!"

라일라의 말에, 베아트릭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결계석을 설치해서 결계를 전개하고 나면. 모두들, 유적의 중앙으로 모여주세요. 리스는 경비대원분들의 지휘를 부탁해."

"...그래. 모두들! 작전은 파악했겠지! 나를 제외한 경비대원들의 목적은, 혹시라도 언데드의 군세가 일어났을 때, 그들을 막아내는 것이다!"

리스의 명령에 대원들이 기합으로 대답하면, 각자 맡은 바 위치로 향한다.

드디어, 작전이 실행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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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5... 1... 여긴가."

라일라는, 손에 주작의 결계석을 든 채로 하늘을 비행하여 날아가 정해진 위치에 도착했다.

결계석을 영맥이 흐르는 땅 위에 올려놓고,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우면.

결계석은 다른 결계석이 준비될 때까지 마력을 끌어올려 결계를 전개할 준비를 마친다.

그 때, 수풀에서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리면 라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소리가 난 수풀 쪽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표정으로, 지팡이의 끝을 겨눈 채 마력을 끌어올리는 라일라.

하지만 이내, 그것이 그저 평범한 새였고, 녀석이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라일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곳에는 시골답게 어디까지나 펼쳐진 맑은 하늘에 떠있는 별자리들이 보였다.

"... ..."

문득,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의 국자라고도 불리는 '북두칠성'이다.

그 별자리에 깃든 힘은, 과거 '성좌의 마법'이라고 불리는 마법으로 남아있었으며, 지금의 라일라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중에 하나였고­

지금까지, 한손으로 꼽을 정도로밖에 사용된 적이 없던 마법이기에, 단 한번을 제외하면 노렸던 적을 반드시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필살의 비술이었다.

어쩌면, 오늘 밤 그 마법을 사용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클레온...'

라일라는, 마음속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카데미에서 지시받은 것은, 담피르 일레누를 아카데미로 데려오는 것.

그것을 위해, 처음에는 클레온과 일레누에게 동료로서 위장하고 다가갔지만, 그 정체를 클레온이 눈치채는 바람에 그와 싸워야만 했었다.

결과, 클레온과 라일라는 1:1의 결투를 벌여서, 라일라는 성좌 마법까지 사용하고도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클레온은 라일라를 죽이지 않았고, 동료들을 속인 죄는, 동료들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 갚으라는 말과 함께 그녀와 여행을 계속했다.

그러던 도중, 라일라도 진정으로 일레누와 클레온을 동료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향할 리 없는 클레온의 마음을 원했었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완전히 전하기 전에 클레온이 죽어버린 것.

그녀의 안에는, 씻겨나가지 않는 후회가 여전히 마음의 안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적어도 클레온이 살아있는 동안에, 베아트릭스와 다시 만나게 된 것만큼은, 다행이었다.

"이제... 더이상 그런 후회는 안 해. 이번 일을 무사히 끝내면... 클레온, 네가 좋아했던 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늘의 별자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라일라는 손을 쥐었다.

손에 채 담기지 않는 수많은 별의 바다를, 라일라는 마음에 담는다.

그 순간, 하늘을 뒤덮는 반투명한 마력의 막.

네 개의 결계석이 모두 설치되어, 유적 전체를 뒤덮는 성수의 결계가 완성된 것이다.

라일라는, 하늘을 조금 더 바라보다가, 이내 각오를 굳힌 채로 유적의 중앙으로 향했다.

올빼미의 눈만이, 그런 그녀를 조용히 감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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