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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38화 (338/506)

〈 338화 〉 윌헬미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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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달빛은 사람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인들은, 달의 여신이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넣기 위해서 달빛을 내리쬐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마법사들은, 달빛이 마력을 활성화 시켜,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어느쪽이 진실이건 간에 해가 저물어 어두워야 할 밤을 부자연스럽게 밝게 만드는 그 빛이, 위화감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엠마는 라일라와 베아트릭스의 부탁대로,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었다는 신호가 오면 마을을 떠날 수 있도록 채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남은 것은, 일레누와 함께 이 저택에서 두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겠지.

문득, 창 밖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바라보며 엠마는 클레온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분명, 그날도 이렇게 밝은 달빛이 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달빛의 밑에서 자신과 클레온, 그리고 일레누는 서로의 운명에 강하게 엮이게 되었다.

묶여버린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낼 기회가 있긴 했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세 사람은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거기에, 라일라와 베아트릭스가 찾아왔고, 다섯 명의 운명은 하나의 줄기로 엮여서 어디까지나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했었는데...

"일레누..."

몸이 쇠약해져서, 이제는 식사조차 혼자서 힘들어진 일레누의 생활을 보살피는 것은 역시나 엠마였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녀의 옆을 지켜왔지만, 클레온과의 이별 뒤로 점점 약해져만 가는 그녀를 볼 때마다, 엠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웠다.

그녀를 위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했다.

허나, 일레누는 원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한 명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춰있지 않기를.

흡혈귀라는, 다른 존재의 생명을 먹어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괴물의 피를 이어받은 자신 때문에,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의 영혼에서 열기가 사라지지 않기를.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은 괴물인 자신 혼자로 충분하니까.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은 듯했다.

하지만­ 엠마 자신은...

"...으응. 그런 것은 나중에."

달빛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부정적인 생각을 해버리는 자신의 볼을 두들겨서 정신을 차리는 엠마.

준비를 모두 마쳤으니 혹시라도 일레누의 몸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그녀가 있는 방으로 향한다.

"일레누? 일어나 있어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대답이 들리지 않자 잠든 것으로 생각해 문을 열어젖히면.

그 안에는 열어젖혀 진 창문, 그리고 펄럭이는 커텐

너머에서 쏟아져 오는, 눈 부신 달빛.

"...일레누?"

그리고,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

엘마는 순식간에 전신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끼며, 저택을 뛰쳐나갔다.

달빛에 이끌려서 광기에 휩싸인 것은, 누구일까.

001

윌헬미나가 묻혀있는 유적의 중앙.

각각의 위치에 결계석의 설치를 완료한 일행이 모이면, 그 자리에는 왕국의 감시관이라는 올빼미 가면의 소녀도 함께였다.

리스와 라일라는 노골적으로 불편하단 얼굴이 되지만, 그런 두 사람을 말리면서 솔리나는 가방에서 화려한 장식이 된 단도를 꺼내 들었다.

느껴지는 마력이 상당한 것을 보아, 그것도 마도구의 일종인 것처럼 보였다.

"그건 또 무슨 마도구야?"

"윌헬미나의 봉인을 해제할 도구에요. 그녀를 봉인했던 용사의 유품이라는 것 같아요."

"흐응... 그러고 보니, 그 용사의 성검은? 그게 있으면 윌헬미나를 봉인하는 게 더 쉬워질 텐데."

라일라의 질문에, 솔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그 성검의 행방은 지금 묘연하다는 것 같아요. 용사의 유품도, 왕실에 기증되어 있던 것을 가지고 온 거라..."

"뭐, 성검이 있어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 없나."

성검을 사용 가능한 것은, 성검에게 선택받은 용사뿐.

새롭게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이야 하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새로운 용사가 탄생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너무 희망적인 관측이겠지.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것을 끌어모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잠시. 질문이 있습니다만."

그 때, 손을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내는 감시관.

일제히 그녀에게로 시선이 돌아가면, 라일라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질문에 대답해 줘야 할 의무는 없는데."

"이 유적의 지면... 이곳저곳에 파헤쳐진 흔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마을의 경비대 측에서 이 유적에 사람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감시관의 말에 솔리나와 리스는 낭패라는 얼굴이 되어 잠시 눈을 마주친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적의 봉인이 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마물들의 소행입니다. 실제로, 유적지 주변에 서식하던 오크나 고블린을 찾아내서 이미 씨를 말려둔 상태이니까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마물들이 어질러 놓은 것치고는 굉장히 깔끔하군요. 게다가, 정확하게..."

감시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땅을 구둣발로 슥슥 문지른다.

조금만 문질러도, 바로 밑에 묻혀있는 유적 지하의 기둥 같은 것이 표면에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꽤 정확하게, 봉인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파헤쳐 두었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라일라는 감시관의 말을 듣다가, 쏘아붙이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감시관은 그런 라일라를 바라보면서 대답한다.

"아니오. 그저, 듣던 상황과 달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 유적 자체가 그녀를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봉인의 핵심이 되는 기둥 부분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윌헬미나가 깨어나더라도 그 힘이 많이 약해지겠죠."

"그건... 좋은 거 아닌가?"

베아트릭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감시관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라일라의 머릿속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었다.

'엠마­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엠마의 안에 남아있던 흡혈귀의 소행이야. ...봉인을 풀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유물을 찾아내려 했던 것도 아니라... 봉인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어째서지...?'

라일라의 예상으로는, 엠마의 안에 있던 흡혈귀의 목적은, 윌헬미나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엠마의 몸으로 윌헬미나의 봉인을 풀어봤자, 순식간에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것이 결말이었을 터.

그렇기 때문에 그 힘의 일부가 담겨있는 유물이라도 손에 넣을 생각이었나 하고 생각한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라일라 플레임워치. 표정이 굳어있습니다만. 기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런 걸로 기뻐하지 않아. ...애초에 아까 내가 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잖아.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야? 감시를 하고 싶은 거라면 하늘에서 내려다보지그래? 내가 올려보내 줄 테니까."

"저는 여러분께 힘을 빌려 드리지는 않습니다만, 방해도 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보는 것으로만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자신의 손에 끼운 반지의 보석이 반짝이면, 감시관 소녀의 표면에 얇은 마력의 보호막 같은 것이 펼쳐진다.

'...자신의 몸의 주변에 결계를 친 건가? 아니, 뭔가 달라... 좀 더 이질적인 마력의 느낌...'

라일라는 어딘가 불쾌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마법을 바라보다가, 이내 더는 그녀의 페이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이 솔리나를 돌아봤다.

"그럼. 시작하자. 윌헬미나가 일어나면, 그 뒤에 곧바로 리스가 검을 꽂는 거야."

모두, 각오를 마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솔리나는 용사의 유품인 단검을 뽑아, 자신의 손가락 끝을 베어내어 피를 묻힌다.

"성스러운 것은 올바른 길의 위에. 부정한 것은 잘못된 길의 밑에. 끼워 맞추고, 끊어내어,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나의 피는 그대의 부름에. 그대의 혼은 신의 뜻에."

솔리나의 영창이 이어지며, 단검에 묻어있던 피가 방울져서 지면에 떨어지면­

마치, 땅에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마법진이 있었다는 듯이, 솔리나의 피와 마력에 반응하여 유적의 내부에 청록색의 불빛이 달린다.

'사령술 특유의 마력불 반응...!'

라일라는 곧바로 자신의 주변에 마력의 보호 결계를 펼친다.

윌헬미나가 나타나자마자 자신들에게 공격을 날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땅이 진동하고, 마력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흙이 떨어져 나가면서, 지하에 묻혀있던 기둥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기둥들의 사이에는 돌판으로 되어있는 바닥 위에 거대한 구가 얹혀져 있었다.

그것은 과거 윌헬미나를 봉인했던 봉인의 술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봉인의 핵이었다.

동시에, 윌헬미나에게 있어서는 관이기도 하다.

실제로 저 안에, 윌헬미나의 육체가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저 안에, 사령술사가..."

솔리나가 중얼거리면, 리스가 검을 치켜들며 경비대에게 명령한다.

"전원! 전투 준비!"

대장의 명령에 따라 곧바로 진형을 갖추는 경비대들.

그 때, 윌헬미나가 봉인된 구의 안에서 강력한 마력의 고동이 느껴졌다.

그 고동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마력압을 가하면서, 라일라, 베아트릭스. 그리고 솔리나의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윽...! 이건...!"

라일라가 지팡이로 겨우 몸을 지탱한 채 식은땀을 흘린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마력압으로 이렇게 압도된 것은,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솔리나, 괜찮아?"

"으, 응... 마력압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익숙해지니까..."

그런 솔리나를 바라보던 리스는,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마력 먹는 검을 뽑아들고 일행들 전부를 감싸듯이 앞으로 나섰다.

"잠깐! 너는 이 작전의 핵심이야! 지금 그 검을 다룰 수 있는 건 너랑 솔리나 뿐인데...!"

라일라가 괜한짓 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비키라고 손짓하지만, 리스는 검을 잡아들고 대답할 뿐이었다.

"이 검이 마력을 흡수하는 검이라면, 상대방의 마법도 어느 정도는 방어할 수 있을 겁니다. 그저 결계만으로 지키는 것보다 생존 확률이 훨씬 높아지겠죠."

"그건 그렇지만... 검을 잡고 있는 사람 본인에게는 충격이 그대로 전달될 거에요."

베아트릭스가 걱정하면서 이야기하면 솔리나가 대신 대답한다.

"알았어. 혹시라도 몸이 망가지면, 내가 검을 잡아서 대신 들어갈 테니까."

"그래."

라일라는 '이 바보 남매가!'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들을 보호하는 결계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마력을 더욱 끌어 올렸고.

다음 순간,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구의 천장 부분이 마치, 꽉 막혀있던 샴페인의 마개를 따듯이 하늘로 기세 좋게 높이 치솟아 올랐다.

봉인의 구 안에서 음산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오는 것을, 숨이 막히듯이 쳐다보다가­

휙! 하고, 손이 안쪽에서 뻗어나오는 것을 본 일행은 동시에 무기를 그쪽으로 겨누었다.

짐승이 낮게 울부짖는 듯한 '으어어어...'하는 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손이 부서진 구 일부분을 잡고 자신의 몸을 끌어 올리듯이 위쪽으로 기어 올라왔다.

마치, 좀비와도 같은 그것은, 몸에 고대인의 예식으로 만들어진 로브를 입고 있는 여성이었다.

사령술의 마력불과 같은 청록색의 머리카락을, 180은 되어 보이는 자신의 키의 두 배 정도 기른 듯했고.

피부는 창백하였지만 그래도 사람과 비슷한 살구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듯한 눈은 빠르게 여기저기 방향으로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고­

그런 기괴함이 하나로 합쳐져 있음에도, 그녀의 얼굴이 미인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저게, 윌헬미나... 사령 여왕을 꿈꿨던, 희대의 사령술사...!"

솔리나도,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잡았다, 폭력으로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의 앞에서, 그녀 역시 긴장과 두려움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 베아, 어쩌면 우리가 일레누보다 먼저 클레온과 만나러 가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그런 소리를 하는 건 라일라 답지 않아."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방금 전의 마력압 때문에 조금 전의가 꺾이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마력을 느낄 수 있는 경비대원 중 일부는 검을 손에서 놓칠뻔한 듯이, 부들대는 다리로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겨우었다.

오직, 마력압을 느끼지 못하는 리스만이 그런 공포심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으, 으..."

윌헬미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낮은 울음소리 같았고.

그녀는 드디어 일행을 인식한 것인지, 그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으려다가­

미끄덩!

올라 타 있는 곳이 '구'의 형태를 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발판도 없이 발을 미끄러트려서 그대로 뒤로 넘어지면서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 ..."

모두가 침묵했다.

"아파파아... 뭐야아, 어디서 떨어진거야아, 나아...?"

그리고, 길게 늘어지는 말투를 내뱉으면서, 흙먼지 일으킨 곳에서 몸을 일으키는 윌헬미나.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다가 자신이 지금까지 서 있었던 봉인의 구를 돌아보고는­

"...아아, 그렇지이. 여기에 봉인되어 있었구나아, 나."

이제서야 사태를 파악했다는 듯이 손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들어있던 구를 만져본다.

"윌헬미나...!"

그런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마력먹는 검을 붙잡은 채로 그녀를 노려보는 리스의 목소리였다.

"오오... 너희들이 내 봉인을 풀어준거구나아... 고맙다고 해야 할까아..."

리스에 반응해서 다시 한 번 일행을 돌아본 윌헬미나는 키득거리는 얼굴로 잠시 주변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른 이들이 적개심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슬픈 얼굴이 되었다.

"뭐, 그럴리 없나... 보아하니, 나를 완전히 끝장내려고 온 것 같은데..."

"윌헬미나. 당신이 봉인된 지, 83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죽음이라는 해방이 내릴 것입니다."

솔리나가 성기사로서 그렇게 선언하자, 윌헬미나는 그런 솔리나를 잠시 바라보고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건 좀 더 빨리 와줬으면 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831년인가... 그 녀석은 벌써 죽었겠구나."

어딘가 조금 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는 윌헬미나.

그러더니,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린 청록색의 보석을 잡아 뜯더니, 그대로 일행을 향해 던졌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리스의 옆에 함께 서 있던 솔리나였다.

"무슨­?"

"그거, 내 핵이야. 그거랑 똑같은 보석이, 지금 나에게 두 개 더 있어. 그걸 전부 부수면 내가 소멸해."

"어째서 이걸 우리에게­"

"그야, 나는 싸울 생각 없으니까. 네가 말했잖아? 죽음이라는 해방을 주러 왔다고. 나는 그걸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너무나 긴장감이 떨어지는 그녀의 행동에, 일행 전원이 벙쩌있으면,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고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의자에 앉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두 개를 넘겨주기 전에 한가지 조건이 있어. 나를 봉인한 용사... 쓰레기 자식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 할 테니까,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줬으면 해."

옛 이야기를 들어주면 핵을 넘겨주겠다는 윌헬미나.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솔리나도. 심지어 리스마저도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솔리나는 자신이 잡은 핵을 강하게 쥐어 부숴버린다.

그러자, 콰지직 하는 소리를 내면서 윌헬미나의 몸에서 대량의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놀랍네, 정말로 핵이야."

라일라는, 어디까지나 방심을 시키려는 페이크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녀가 진짜 핵을 넘겨줬다는 것에 놀란 듯 했다.

"...어떻게 할까요?"

솔리나가 라일라에게 그렇게 질문하면, 라일라도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싸우지 않고 일을 끝낼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결말이야. 거기에, 과거의 진실을 알려준다잖아?"

라일라의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지만, 동시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쩌면 그 이상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고대인의 마법이라던가..."

라일라의 언행을 본 베아트릭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지식을 탐내는 라일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라일라의 의견에 찬성이야.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만큼 바람직한 일은 없으니까."

결국 솔리나도 고개를 끄덕이자, 리스는 뽑았던 검을 검집으로 되돌린다.

그것이, 협상을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라고 생각한 것인지, 윌헬미나는 웃으면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좋아, 말이 통해서 다행이야 미래인들. 이 할머니가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줄테니까, 잘 들으렴."

어디까지나 악역처럼 보이는 미소를 띤 채,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옛날 옛날에... 빌어먹을 '추방 교단'이라는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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