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39화 (339/506)

〈 339화 〉 윌헬미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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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용사 알세이오스는 흡혈귀이자 사령 술사인 악의 근원을 물리치고, 마을과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이 마을, 그리고 왕국의 수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적인 흡혈귀 사냥꾼, 용사 알세이오스의 전설은 이 마지막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퇴마의 성검, 그리고 동료와 함께 여행하면서 대륙 곳곳에서 흡혈귀를 퇴치한 전사이자, 사냥꾼이었으며.

그가 남긴 흡혈귀의 상대법은 지금까지도 현대에 남아, 흡혈귀를 사냥하려는 많은 이들의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트로메이아와 더불어 왕국의 역사에서 커다란 공을 세운 12 용사 중 한 명으로 칭해지기도 하며, 왕궁에는 그를 기리는 거대한 동상이 세워져 있기도 한다.

살아 생전, 흡혈귀를 대륙에 위협을 가져오는 마왕으로 규정하고 오직 인류를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둘렀던 용사.

─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그와 관련된 전설의 이야기.

그러한 전설의 이면에 숨겨진 것이 언제나 영광과 명예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알세이오스의 경우, 진실이 알려지게 되면 그의 후손은 물론이요 그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마물 사냥꾼들 역시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용사 알세이오스는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깨끗하지도, 또 용맹스럽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한 것도 아니었고, 겁쟁이인 것도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인간.

그저, 성검을 쥘 수 있었기에 용사가 되었고, 흡혈귀를 사냥하기 시작한 것도, 흡혈귀에 대해서 잘 아는 동료가 있었으니까.

알세이오스에게는 두 사람의 동료가 있었다.

한 명은, '윌헬미나'.

알세이오스와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으며, 영매의 가문에서 태어나 영혼의 힘을 다루는 능력을 갈고닦은 강령술사.

또 한 명은 '반'.

윌헬미나와 알세이오스가 성검을 찾는 여행을 하던 도중 만난, 사냥꾼의 각인을 가진 흡혈귀 청년.

운명은 세 사람의 길을 하나로 묶었으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동료가 되어 대륙을 여행했다.

여정의 끝에서 드디어 성검을 발견한 알세이오스에게 윌헬미나가 물었다.

"그 성검의 힘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어디에서 쓸 것이냐."

라고.

알세이오스는 대답했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운명이 나를 성검으로 이끌었듯이, 다시 한 번 운명에 맡길 생각이다."

용사답지 않은 대답이기는 하였지만, 그 다운 대답이라고 윌헬미나는 생각했다.

또 한 명의 동료, 반은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그 힘을 나의 동족들을 사냥하는 데 써서 인간들을 지키자."

반은 잔악한 흡혈귀들이 인간을 식량과 노예로 보고 그들에게서 동을 돌린, 동족 살해자였다.

알세이오스는, 반이 자신과 함께하게 된 것도 하나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그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반은, 흡혈귀인 만큼 흡혈귀의 약점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흡혈귀의 약점, 특징, 버릇, 은신처 등등...

본래라면 한명 한명이 도시 하나 따위는 손쉽게 전멸시킬 수 있는 진성 흡혈귀들의 수를 빠르게 줄여나갔다.

흡혈귀를 쓰러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흡혈귀의 피를 그들의 진명과 함께 빨아내어 봉인하는 것이었다.

몇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을까, 알세이오스는 성검을 손에 쥐고 흡혈귀를 사냥하는 용사로서 대륙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 뒷편에는 반이라는 동료의 그림자가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내기를 싫어하는 반은, 모든 공을 알세이오스에게 양보했다.

그것은, 윌헬미나도 마찬가지여서 그녀가 연구를 통해 알게된 새로운 흡혈귀의 퇴치법 같은 것도 알세이오스가 찾아낸 것이 된 것이다.

명성과 힘을 얻은 알세이오스는, 조금씩 탐욕스럽게 변해가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커다란 문제에 직면한 다른 두 사람은 그런 알세이오스의 변화에 집중할 틈이 없었다.

흡혈귀의 힘을 너무나도 많이 짊어지게 된 반의 몸에 한계가 오게 된 것이다.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많이 발견했지만, 재생을 막고, 의지를 봉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그들의 피를 반이 흡혈해 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 이상, 무리하게 되면 그는 이성 없는, 흡혈귀조차 아닌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윌헬미나는, 더는 반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그들을 막을 수 있도록 반에게 제안했다.

바로, 자신을 흡혈하여, 흡혈귀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반이 그렇게 해 왔듯이, 이제 윌헬미나가 그를 대신하여 흡혈귀의 힘을 흡혈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흡혈을 통해 '권속'을 만드는 것과 '동족'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권속은 부하로서의 측면이 더 강한 존재들이었지만, 동족은 정말로 흡혈귀 그 자체, 그리고 힘을 나누어 준 흡혈귀와 가족이 된다는 의미가 컸다.

윌헬미나를 이성으로 사랑했던 반은 그녀가 자신과 같은 괴물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윌헬미나 역시, 반을 사랑했기에, 그가 혼자서 괴물로서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결국, 반과 윌헬미나는 동족이 되었다.

알레시오스는 처음에는 그것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흡혈귀가 되지 않으면 더이상 흡혈귀를 사냥하는 것은 힘들다는 윌헬미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알레시오스가 두 사람을 보는 눈이 바뀐 것은.

이전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보는 눈이 아닌, 어딘가 믿을 수 없는 존재를 의심하면서 바라보고, 함께 사냥했던 괴물을 바라보던 눈과 같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갑작스럽게 변화한 자신들에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윌헬미나와 반은 알레시오스를 도왔다.

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 것은, 그로부터 또다시 수 십 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전성기의 때를 지나, 늙어가는 몸.

순수했던 마음을 잃어가면서, 서서히 약해지는 성검의 힘.

명성도, 부도, 수많은 사람의 사랑도 얻었지만, 알레시오스는 자신을 쫓아오는 '시간'이라는 그림자에 질린 듯, 겁을 먹었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반'은 가지고 있었다.

용사 알레시오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사냥해 왔던 흡혈귀가 되려고 했었다.

그들의 강함, 그들의 불변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그들과 싸워온 그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용사 알레시오스가 반에게 부탁했다.

자신을, 반과 윌헬미나와 같은 '불로의 몸'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지만, 반은 거절했다.

일행의 활약으로, 이제 대륙에 흡혈귀는 몇 남지 않은 상태였고, 대부분은 인간들에게 손을 대지 않는 자들이었다.

굳이 알레시오스까지 자신들과 같은 괴물이 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반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알레시오스의 마음이 타락하여, 힘에 눈이 먼 상태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순수한 마음으로, 운명에 자신을 맡기고 여행을 즐기며, 사람들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꼈던 소년은 더이상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면­

알레시오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을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검이 휘둘러지면, 눈부신 섬광이 반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을 때 반은 윌헬미나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다음 순간, 그의 머리가 부서질 때까지.

윌헬미나는 도망쳤다, 용사이자 동료였던 알레시오스에게서.

그리고, 그녀가 남긴 연구의 결과물과, 반의 시체를 이용해서 알레시오스가 흡혈귀가 되었다는 것도.

알레시오스는 성검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타락한 용사가 성검을 휘두를 수 있을 리도 없는데.

하지만, 윌헬미나 만큼은 알고 있었다.

그가 모습을 감춘 것은, 새로운 육체에 익숙해진 뒤, 자신을 찾아와서 그 힘을 빼앗으려는 것을.

그렇기에, 알레시오스가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 윌헬미나는 그와의 싸움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녀의 시점에서도 더욱 고대의 옛 신전이 있는, 영맥의 위에 터를 잡고 그곳에 알레시오스를 멈추기 위한 여러 가지 마도구를 준비했다.

그 중 하나가, 거대한 구 형태의 봉인 관이었다.

거기에, 보험에는 보험을 들여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전생의 의식을 실행해,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서, 세 개의 보석에 영혼을 나누어 담았다.

그녀는, 흡혈귀이면서, 강령술사이고, 동시에 리치가 된 것이다.

매일 밤과 같이, 그녀가 머무는 유적에 마력의 불빛이 만들어졌기에, 벌써 주변에는 안 좋은 소문이 난 듯했지만, 알레시오스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그녀 역시 연구와 준비의 손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은 뒤, 알레시오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곁에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동물을 형상화한 가면을 쓴 인물이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추방 교단'의 일원이라고 소개하며, 알레시오스와 윌헬미나의 싸움을 지켜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관계없는 인간을 휘말리게 하고... 너, 정말로 떨어질 곳까지 떨어졌네."

윌헬미나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알레시오스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미 그는, 힘에 취한 채였다.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윌헬미나와 알레시오스는 그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3일 밤낮, 해가 뜨지 못하도록 마법을 펼친 윌헬미나에 의해 흡혈귀들은 달빛의 밑에서 춤추듯이 싸우면서 서로의 목을 노리고 검과 마법을 휘둘렀다.

사령술사인 윌헬미나는, 때때로 짐승의 언데드들을 일으켜 알레시오스를 방해했고, 위협적인 공격마법으로 그를 몰아쳤다.

더이상 성검을 쓸 수 없게 된 알레시오스는, 아무런 특징 없는 검을 사용했지만 강화된 신체능력과, 오랫동안 갈고닦은 검술 실력으로 윌헬미나에게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흡혈귀가 된 이후, 그 육체의 사용법에 관해서는 여전히 윌헬미나가 우세했으며.

더군다나, 리치화하여 영혼을 나눈 덕분에 치명상을 입더라도 육체의 손상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 조금씩 윌헬미나의 우세가 이어지며, 용사인 알레시오스는 밀려나기 시작했다.

윌헬미나의 마법에는, 어린 시절의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도, 사랑하는 이를 앗아간 적에 대한 증오가 더욱 가득했다.

복수의 사슬이, 드디어 알레시오스를 붙잡으면.

그의 몸은 그대로 봉인의 관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때, 알레시오스는 외쳤다.

"네 제안, 지금 받아들이마!"

다음 순간, 이차원의 마력이 윌헬미나의 몸을 감쌌다고 느끼면.

어느샌가, 구의 안쪽으로 자신을 끌고 들어가는 사슬이, 자신의 팔다리에 감겨 있었다.

아니, 바뀐 것은 마법의 대상뿐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위치였다.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한 윌헬미나.

하지만, 자신과 알레시오스를 향해 손을 뻗고, 반지를 반짝이며 마법을 발현시키고 있는 짐승의 가면­ 자신을 추방 교단이라 소개한 그를 바라본다.

윌헬미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알레시오스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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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헬미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전원의 시선이 자신들의 곁에 있는 올빼미 가면의 감시관으로 향했다.

이야기 속에 나왔던 '추방 교단'이라는 존재 역시, 그녀와 같은 인상착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일라가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오직 한 사람, 쉽사리 이야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방금 그 얘기가 정말이라면... 알레시오스와 그 성검이 사라진 건... 그가 흡혈귀가 되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인 건가...?"

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마을에서 유적을 수호하는 이유는, 그 안에 위험한 존재가 봉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계속해서 전해져 온 마을의 전설이, 거짓이었다.

평생을 그것을 믿으며 마을과 유적을 지켜온 리스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내가 봉인의 구 안에 봉인되는 바람에, 내가 가지고 있는 흡수한 흡혈귀의 힘을 가져가지는 못했을 테니... 언젠가 다시 노릴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지. 당시에는 알레시오스를 막고, 반의 복수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해서, 자살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윌헬미나는 자신의 손을 내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일행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전에, 거기 있는 추방 교단의 녀석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

"... ..."

자신을 가리키는 윌헬미나의 손가락을, 감시관은 조용히 지켜봤다.

"네가 여기 있다는 건, 너희도 수백 년 전의 녀석에게서 무언가가 전해져 내려와서겠지. 어째서 그 때 그 녀석을 도운 거지?"

윌헬미나의 질문에, 감시관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이내 조용히 입을 열어 그녀의 의문에 대답했다.

"알레시오스의 쪽이, 더 상대하기 쉬웠으니까."

"... ..."

그녀의 대답에 일행의 입이 다물어졌다.

"저희에게 있어서, 세상의 균형을 어지럽히는 존재는 누구도 다를 바 없이 적이며, 추방해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윌헬미나. 당신보다, 힘에 빠져 타락한 알레시오스 쪽이 더 상대하고 조종하기 편했기 때문에. 라고 말씀드리죠."

"하, 하하..."

윌헬미나는 그런 감시관 소녀의 대답을 듣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럼, 그 뒤에 알레시오스는 어떻게 됐지?"

감시관 소녀는 고민 없이 이야기했다.

"당신이 봉인된 것으로 열린 가능성의 속. 그의 존재가 우리들의 계획을 원만하게 한다는 것을 관측하였기 때문에, 그를 내버려뒀습니다."

"뭣...!"

솔리나의 눈이 커지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감시관을 바라봤다.

"세상의 균형을 어지럽히는 건, 구분 없이 적이라고 말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악인을 놔둘 수 있다는 거야!?"

"악인도, 도구로써 사용되면, 아직은 존재할 가치가 있습니다."

"...!"

소녀의 그런 대답에, 솔리나는 질렸다는 듯이 손을 꽉 쥐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다음 순간, 그런 소녀의 몸을 향해 두 개의 화염 구가 던져졌다.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면, 소녀의 몸의 두 세배는 되어 보이는 폭발이 두개 일어나서 그녀의 몸을 감쌌다.

갑작스러운 공격 마법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에는 라일라가 얼굴을 찌푸린 채 감시관 소녀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가장 적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 저 녀석인 거겠네."

"그렇다고 갑자기 공격하면...!"

그렇게 말하는 베아트릭스도, 주변에 공격 마법을 띄운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일라는 미간에 주름을 늘리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이 정도로는 안 죽었을 테니까..."

올라왔던 흙먼지가 어느정도 가라앉으면, 침묵한 감시관의 주변에 반투명한 막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력 보호막... 인 줄 알았지만, 아닌 것 같네. 역시, 당신들... 이차원의 틈으로 향하는 힘을 다루는 건가."

"그렇다면?"

"어리석고 겁없는 녀석들의 특권이지, 위험한 힘을 마구 써대는 건."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음 마법을 준비하면 혼란스러운 듯한 리스와 솔리나도 어떻게든 자세를 잡으며 추방 교단의 감시관과 대치했다.

하지만 그 때, 갑작스럽게 일행의 뒤쪽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압.

마치, 윌헬미나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인 그 위압감에 일행이 다같이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아름다운 달빛에 머리를 반짝이며 천천히 다가오는 여성이 있었다.

"...일레누...!?"

라일라와 베아트릭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면.

앞머리에 의해 가려져 있던 일레누의 눈이, 이내 고개가 들여 올려지면서 진홍색으로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윌헬미나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새로운 인물에게 고개를 돌렸다가.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알레시오스...!?"

윌헬미나의 부름에, 라일라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느끼고, 현기증과 함께 몸이 비틀거린다.

일레누의 원수이자 아버지인 흡혈귀.

그리고, 윌헬미나를 배신하고 이곳에 그녀를 봉인한 흡혈귀가 같은 인물이었고.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 이 장소로 돌아와 윌헬미나의 힘을 빼앗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다음 순간, 일레누의 몸이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가­

윌헬미나의 옆에서 나타나,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평소에도 사용하는, 은제의 레이피어였다.

윌헬미나는 황급히 몸을 굴려 그녀의 공격을 피하지만, 그 직후 자신을 공격한 검을 알아보았다.

"그 검은 설마­"

경악과 의심, 그리고 분노가 만연한 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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