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0화 〉 예정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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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나와 리스는, 일레누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보며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약해져서 더는 걸어 다닐 수도 없게 되었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다르게, 지금의 그녀에게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력하고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걸음걸이 또한 어딘가 비틀거리기는 하여도 땅을 내디딜 때마다 전해져오는 진동.
저 작은 몸 안에, 대체 얼마나 되는 힘을 담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라일라 씨 어떻게 된 거죠!? 어째서 일레누 씨가 이곳에...!"
"저건 일레누가 아니야! 일레누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건, 그녀의 안에 있는 흡혈귀의 힘...!"
라일라의 말에 리스도, 솔리나도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일레누 씨가, 흡혈귀...?"
"정확하게는, 담피르에요. 인간과 흡혈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인간의 이성을 지니고, 흡혈귀의 능력을 갖춘 존재들이죠."
베아트릭스의 설명을 듣고, 솔리나는 그녀가 늘 양산을 쓰고 다닌 이유가 연약한 피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떻게 하지 라일라...? 흡혈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지만, 저 몸은 틀림없이 일레누의 몸이야. 그녀를 상처 입히는 건..."
"알아, 나도 생각하고 있어..."
라일라도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머릿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흡혈귀를 상대하는 법이라면, 이미 조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에도 나와 있었다.
'흡혈귀의 진명과 함께, 그의 힘을 흡혈할 것.'
즉, 흡혈귀를 완전히 죽일 수 있는 것은 오직 같은 흡혈귀뿐이고.
지금 여기서 그것이 가능한 것은 윌헬미나 뿐이다.
그 때, 일레누 아니, 그녀의 몸을 빌린 알레시오스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이야기한다.
"그렇게 긴장한 표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랜만이로군, 윌헬미나."
"그 말투... 역시, 알레시오스...! 어째서, 네가 여기에... 그리고 그 모습은...!"
"아아, 이 육체 말인가? 사랑스러운 나의 딸이지."
그의 대답에, 솔리나는 거듭 충격을 받았다는 듯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중얼거렸다.
"일레누 씨가... 용사 알레시오스의 딸...!?"
"전 용사지. 지금은 그저 미치광이 흡혈귀일 뿐이야."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알레시오스는 비웃는 얼굴로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그녀의 몸을 빼앗는 것을 노리고 있었군, 당신...!"
"그래. 반의 힘으로 나의 몸을 흡혈귀로 변화시켰지만, 그것은 불완전한 전생이었다. 지금까지 사냥한 흡혈귀들의 힘을 담기 위해서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했지."
알레시오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탐욕과 광기의 물든 표정으로 주먹을 쥐어 보인다.
"흡혈을 통해 동족을 만들어, 그 몸을 빼앗는 방법도. 권속을 길러 내 최종적으로 그 육체에 갈아타 보는 것도 시도했지만,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 했다. '진성'이 아닌 흡혈귀의 힘은, 어디까지나 모조품에 불과한 것이다."
800년이 넘는 세월, 알레시오스는 어떻게 해서든 윌헬미나가 가지고 있는 힘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 수많은 인간을 희생시켰다.
그 과정에서, 윌헬미나가 연구했던 자료들을 몇 번이고 되짚어보고, 그리고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나의 피를 이어받은 그릇을 만들어내면 된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 그 그릇이 가지는 잠재성은 무한에 가까웠지. 시행착오는 있었다... 수많은 '모체'가 망가졌지만... 이 몸의 모체는 성공이었다. 그 뒤, 그녀가 나를 다시 찾아오게 하려고, 눈앞에서 모체를 파괴했지만 말이다."
사람을 그저 그릇과, 그 그릇을 낳기 위한 태반 정도로 생각하는 사고방식.
역겨울 정도로 괴물에 가까운 그 모습에 솔리나도 리스도, 악의를 가진 흡혈귀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에게 있어서 흉측한 적이 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리스는 지금 당장에라도, 손에 들고 있는 마력 먹는 검으로 알레시오스를 베어내고 싶었지만.
그 육체는, 어디까지나 알레시오스가 아닌 일레누의 것이었다.
물리적인 공격으로 그녀를 구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까지 해서 흡혈귀의 힘을 바라는 이유가 대체 뭐야...!? 우리들은, 어둠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함께했잖아!"
윌헬미나가 증오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에게 외치면, 알레시오스는 순식간에 굳은 표정이 되면서 대답한다.
"그런 것은 나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 성검을 뽑기 전부터, 성검을 뽑은 후에도. 말했지. 나에게는 아무런 욕망이 없다고. 그저, 흘러가는 운명에 몸을 맡길 뿐이라고."
알레시오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손톱으로 스스로의 손목을 그어 보였다.
그러자, 대량의 피가 뿜어져 나오며,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일레누!"
"개자식...! 멋대로 남의 몸을...!"
베아트릭스와 라일라가 흥분하여 소리치지만, 일레누의 손목은 곧바로 치유되었다.
마치, 상처 따위는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반을 따라 흡혈귀를 사냥하는 것이, 젊은 시절 나의 운명이었다면. 그 뒤, 윌헬미나. 네가 그 힘을 얻은 것을 보고 나도 깨달은 것이다. 너희 둘과의 만남은, 나에게 영원한 삶을 가져다주기 위한 이끌림이었다고."
"어둠에 힘에 매료되어서, 영혼마저 검게 물들었구나... 알레시오스...!"
윌헬미나는, 분하다는 듯이 슬픈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그의 뒤틀림을 깨달았더라면 그를 어둠으로부터 멀리하여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바로 너희였다. 윌헬미나. 너희가 나를 거부하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내가 깨달은 운명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뭐가 운명이야...! 그저, 탐욕에 눈이 먼 거겠지! 일레누의 몸을 돌려줘!"
라일라가 그녀를 위협하며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자, 거대한 화염구가 공중에 수십 개나 떠올랐다.
하나만 하더라도 거대한 마물 하나를 통째로 태워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진 녀석들이 줄을 지어 나타나면, 솔리나도 리스도 숨을 삼키면서 그 장관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 상대가 되는 알레시오스는 라일라를 비웃듯이 입꼬리를 비틀며 이야기한다.
"너는 공격하지 못한다. 이 육체가 다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 육체와 함께 나를 멸하겠나? 그것도 방법이겠지. 가능하다면 말이야."
"큭...!"
알레시오스의 말대로, 일레누의 몸을 상관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한다면 아직 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알레시오스가 육체를 잃는다면, 그 뒤에는 윌헬미나가 그를 저지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육체에게 동료가 생기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특히 그 마검사... 방치했으면 내 계획에서 두고두고 걸림돌이 되었겠지. 지배의 각인이라는 힘을 사용하면, 이 육체 안에서 나의 자아를 완전히 가둬버릴 수 있었을 테니까. 다행히, 그 전에 죽이는 것에 성공했지만 말이야."
"뭐?"
알레시오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일라의 목소리가 울렸다.
"클레온이라고 했던가? 이 육체에게 무의미한 바람을 불어넣은 그 녀석 말이다. 이 육체에 피를 주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후에 방해될 것 같아, 그 녀석의 피를 빨아들일 때, 독을 주입했다. 말하자면, 클레온을 죽인 것은 바로 이 육체라는 것이지."
다음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뜩한 마력압이 일행 쪽에서 터져 나왔다.
윌헬미나마저도 놀란 표정이 될 정도로 강대한 그 마력은, 라일라의 곁에 서 있었던 베아트릭스에게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눈을 크게 뜬 채로, 허용할 수 있는 증오의 표현 범위를 넘어서 무표정이 된 그녀가 취한 행동은, 알레시오스에 지배당한 일레누를 향해서, 곧바로 마법을 시전한 것이었다.
푸른 색으로 불타오르는 화염의 검이, 춤추듯이 움직이며 일레누를 덮쳤다.
"베아!"
"네가... 네가 선배를...!"
그 정도로 분노한 것을 전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격양된 베아트릭스의 머리카락이, 마력과 감정에 반응하여 중력을 거스르고 떠올랐다.
라일라는 베아가 이렇게나 분노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역으로 조금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그녀 역시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알레시오스는 그런 베아트릭스의 마법을 보더니, 조금 전, 자신이 땅으로 쏟아낸 일레누의 피를 조종하여 몸을 지키는 벽을 만들어냈다.
다음 순간, 윌헬미나가 마력을 끌어올리면, 그녀의 뒷 편으로 거대한 해골 형상의 마력의 화신이 나타난다.
"미안하지만 손님들. 저 녀석을 막지 못하면, 대륙에 엄청난 피바람이 불 거야."
그러니, 그를 공격하겠다는 것이었고, 라일라도,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됐다.
"알레시오스! 800년 전에는 나에게 질 뻔했는데, 그보다 약해진 몸으로 나와 이 인간들을 상대로 이길 생각이야?"
윌헬미나가 해골의 화신의 손에서 거대한 마법을 자아내자, 알레시오스는 그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질 뻔했다고? 그건 어디까지나 그때의 작전이었을 뿐이다. 보기 좋게 네가 걸려들어 주었지.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그에 대한 대비책도 이미 세워두었으니."
다음 순간, 일행이 서 있던 유적의 바닥이 붉은색으로 빛났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마법진과 같았으며, 유적과 반응하여 일그러진 마력반응을 만들어냈다.
"윽...!"
윌헬미나가 만들어낸 마법의 형상이 왜곡되며 흐릿해진다.
그것은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분노에 눈물을 머금을 정도로 격렬하게 마력을 내뿜던 베아트릭스도, 라일라도.
그리고, 솔리나마저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보유한 마력량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인 리스만이, 그 마법진의 위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용마(??)의 마법진...! 너, 내 연구를 멋대로...!"
"그래. 이 마법진 위에 있는 적들의 마력을 녹여버리는 마법진이다. 네가 일어났을 때, 그 성가신 마법 능력을 어떻게든 해야 했으니까. 철저하게 준비했지."
"어느 틈에, 이런 걸...!"
유적 전체를 감쌀 정도로 거대한 마법진을, 아무런 준비 없이 발동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경비대의 대원들조차 하나둘 자리에서 쓰러져 가는 상황.
라일라도, 마력 기관에서 마력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마력의 양에 당황해 하면서, 그가 준비한 이 마법진의 정체를 깨달았다.
"설마, 엠마의 몸을 빌렸던 진짜 목적이"
"그래! 일레누에게 나를 쓰러트리게 하여, 그 몸에 숨어들고! 이 마을에 정착하게 유도한 뒤, 그 시종의 몸을 조종하여 4년간 이 유적에 마법진을 새겼다! 경비대가 발견할 수 있는 흔적을 만들어, 유적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완전 봉인을 위해 일단 윌헬미나의 봉인을 해제하는 것까지! 너희들은 처음부터, 내가 만들어낸 무대 위에서 놀아났을 뿐이다!"
알레시오스의 말에 그곳에 모여있는 모두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번 일에 앞장을 선 솔리나가 받은 충격은 다른 사람들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내가, 유적의 완전 봉인을 주장하지 않았으면...!"
"정신 차려 솔리나! 그런 건 결과론이야! 저 개자식을 막으면 아무런 문제 없어...!"
"너희 같은 인간에게 그런 게 가능할 것 같나?"
일레누는 그런 리스를 비웃듯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 리스의 바로 앞에서 나타나며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분명, 리스가 들고 있던 마력 먹는 검보다 훨씬 얇은 검인데도 불구하고, 리스는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가까스로 그의 검을 막아내었다.
"리스!"
솔리나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울리면, 다음 순간 그녀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검을 뽑아 일레누에게 휘두른다.
리스가 말한대로 어떻게 해서든 그를 막아야만 했다.
마법사인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는 마법진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 것인지 호흡마저 고통스러워 지고 있었다.
"하아... 윽...!"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마력 손실, 베아트릭스도 아까 전의 마법이 사라진 지 오래였으며 땅바닥에 한쪽 무릎이 닿을 정도로 자세가 무너진다.
"베아!"
"괜...찮아, 그보다, 두 사람을 돕지 않으면..."
라일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솔리나와 리스의 싸움으로 눈을 돌렸다.
일레누의 몸을 지배한 알레시오스는, 두 사람을 가지고 노는 듯, 빠르고 우아한 검술로 두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다.
"윌헬미나, 당신이 그녀 아니 그를 흡혈하여서 그 힘을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거야?"
"그게 가능했다면, 벌써 했겠지만...!"
그리고, 마법사인 두 사람보다도 힘겨워한다면, 역시 마력으로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는 언데드인 윌헬미나이겠지.
그녀의 리치로서의 육체에서 마력이 점점 빨려나가면서 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라일라는 생각한다.
생각해 두었던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어딘가에 분명,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의 서고를 뒤진다.
생각해라, 이럴 때 클레온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클레온..."
라일라는 거기서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이 윌헬미나를 돌아보았다.
"윌헬미나! 당신의 사령술로, 불러내 줬으면 하는 인간이 있어! 영혼의 정보는 내가 제공할게!"
윌헬미나는 다급해진 목소리로 자신에게 부탁하는 라일라를 보더니,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라일라, 설마"
"그래, 그 설마야... 베아. 너도 좀 도와줘."
그리고, 자신의 허리에 달린 단도에서 손가락의 끝을 베어내 피를 꺼낸다.
라일라의 다음은, 베아가 같은 식으로 피를 뽑아내고, 윌헬미나는 빠르게 줄어가는 자신의 마력을 어떻게든 끌어모아 그 핏방울에 담겨있는 단서를 쫓아 명계의 너머에 있을 영혼을 불러내려 했다.
"시간이 좀 걸려... 마력이 모이기 힘든 상태니까. 제대로 불러내지 않으면 나오자마자 돌아가 버릴 거야."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라일라는 어떻게든 일어서서 알레시오스를 바라보았다.
"시간이라면, 우리가 만들면 돼."
"응...!"
베아트릭스도, 마법을 쓰기 어려워졌을지언정,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가자, 라일라!"
"그래...!"
그리고, 승리하지 못할 지언 정, 마지막 남은 희망을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듯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음...?"
알레시오스는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마력으로 이루어진 핏빛의 칼날이 나타나, 두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
라일라가 어떻게든 마력의 방벽을 만들어서 그것을 막아내지만, 대량의 마력이 또다시 빠져나가면서 그녀의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블레이즈 체인!"
"프로메테우스 게이트...!"
베아트릭스가 곧바로 푸른 화염의 사슬을 만들어 내 알레시오스의 몸을 구속하면.
다음 순간, 그의 머리 위에서 화염으로 된 창이 비처럼 쏟아진다.
허나, 알레시오스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그저 마력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끈질기군. 마법사들. 이 육체가 오랫동안 피를 마시지 못해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더라도... 꽤나 길게 버티지 않는가."
알레시오스가 지겹다는 듯이 이야기하며 틈을 보이자, 리스는 곧바로 검을 휘둘러 그 육체를 베어내려 들었다.
"하아... 너같이 재능 없는 인간이, 나의 그릇에 상처를 낼 수 있을리 없잖나. 일반인이면 일반인답게, 자리에 쓰러져 있어라."
그렇게 말하면서 간단하게 피로 만들어진 손을 그려낸 알레시오스.
거대한 손이 그렇게 말하며 리스를 위에서부터 짓누르면, 리스는 고통의 신음을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진다.
"대장님!"
"젠장, 이 괴물 녀석...! 일레누 씨의 모습을 하고...!"
그리고, 아직 움직일 수 있던 몇몇 대원들이 각자 검을 들고 알레시오스에게 달려들면
그는 그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다.
"안 돼! 도망쳐라!"
리스는 그런 부하들을 보면서 비명을 내지르지만, 이미 늦었다.
알레시오스의 몸에서 뻗어나온 핏빛 가시가, 자신을 노리는 대원들을 동시에 꿰뚫는 것이었다.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동시에 목을 꿰뚫린 그들은, 추욱 늘어지며. 이내 땅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네 녀석이 일반인이라면, 이 녀석들은 그 이하인가... 실망이로군."
"젠, 장...! 너 이 새끼!!!"
다음 순간, 리스가 가지고 있던 마력 먹는 검이 번뜩이더니, 리스의 몸을 짓누르던 피의 손을 깎아내어 구속을 약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그가 몸을 일으키고 기습적으로 검을 위로 휘두르면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은 날아가는 참격이 알레시오스의 몸을 덮쳤다.
촤악! 하는 소리가 나며, 그 육체에서 피가 솟아오르면.
알레시오스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을 하며 그 검을 바라보았다.
"성가신 능력을 갖추고 있군. 상대방의 마력을 휘감아서, 그대로 방어조차도 무효로 하고 날아오는 참격인가..."
"하아... 하아... 큭...!"
"하지만, 그런 요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네 몸은 튼튼하지 않은 것 같군."
날아가는 참격을 한 번 행한 뒤, 몸이 삐걱거리는 리스.
마력을 휘감아 베어내는 것은, 두 세 번이 한계인 듯했다.
"하앗!"
하지만, 곧바로 이어져서 그의 몸을 노리는 성스러운 기운이 깃든 검.
성기사 솔리나가 신성 마력을 머금은 채 알레시오스를 향해 휘둘러졌다.
"이 쪽은 가능성은 있지만... 경험 부족. 그리고 훈련 부족이로군."
하지만,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만으로 그 검을 막아버리는 알레시오스.
솔리나는 그 공격이 막힌 것을 보며 어떻게든 그 방어를 뚫어내려고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검 때문에 필사적으로 힘을 넣어본다.
"봐라. 그렇게 전력을 실어서 공격하면, 필연 적으로 빈틈이 생긴다. '이곳'이라던가."
"안 돼!"
다음 순간, 알레시오스의 손가락이 솔리나의 배 위에 닿았다.
리스의 고함이 울린 직후, 핏빛의 창이 그 손가락에서 튀어나오면.
솔리나의 몸통이, 몸에 걸친 갑주와 함께 꿰뚫린다.
"솔─"
입에서 피가 튀어나오는 자신의 여동생을 보며, 리스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신성 마력은 역시 귀찮군. 이 몸과는 상극인가."
철퍽, 하는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지는 솔리나의 몸, 알레시오스는 치익 하고 조금 타들어 간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면서 중얼 거렸다.
"솔리나!!! 으아아아!!"
리스가 죽을 힘을 다해서 다시 한 번 검을 휘두르면, 알레시오스를 향해 또다시 날아가는 참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방심하지 않은 알레시오스는 그것을 가볍게 피해내고는 곧바로 쓰러진 솔리나를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 성기사. 지금 죽여둘까."
"커흑..."
벌어진 상처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며, 의식이 멀어지는 솔리나.
점점, 머리가 멍해져 가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그 구멍을 막으려고 치유 마법을 일으켜보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우선... 한 명."
알레시오스의 목소리가 그렇게 울리면서, 손끝에서 피의 창이 만들어지려 한 다음 순간.
검은 번개와도 같은 것이 날라오며, 그의 손을 튕겨낸다.
"...뭐지?"
큰 충격은 없었지만, 자신의 공격이 방해당했다는 것과,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다는 점.
방금 것은, 어느 계통의 마법이었던 것이지?
사고가 일순 늦어지면, 직후 돌풍과 함께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검은 그림자를 눈치챈다.
"뭐라고!?"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검을 세우며 그 그림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알레시오스.
"...!"
라일라와 베아트릭스가, 눈을 크게 뜨고 그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어디까지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인형과도 같은 형태였다.
겨우겨우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눈의 부분은 흰색으로 빛나며 손에는 검을 들고 있는 그것.
그것이 '영체'에 겨우 실체를 부여한 일종의 언데드라는 것을, 두 사람은 눈치챘다.
"하아... 하아..."
뒷 쪽에서 윌헬미나의 힘겨운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든 불러내는 데에는 성공했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녀의 질문에, 라일라는 대답한다.
"...저 녀석과 함께, 알레시오스를 막아야지... 하지만 지금부터는 전세 역전이야."
라일라의 말대로, 일레누 아니 알레시오스는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크윽... 죽어서도 나를 방해하는가... 마검사─ 클레온!"
명계에서 돌아온, 그림자의 주인의 이름을 부르며, 증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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