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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41화 (341/506)

〈 341화 〉 악의 계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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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거리는 몸, 불타오르는 안광.

윌헬미나의 사령술에 의해 현현한 클레온의 그림자는 어딜 봐도 불완전한 형태로 나타났지만, 그 의지, 투기, 그리고 전투의 기술만큼은 원본에 필적 되는 듯 알레시오스를 몰아붙인다.

손에 쥔 것은 몸의 연장선처럼 뻗어나온 칠흑의 검.

그 형태를 보면, 라일라도 베아트릭스도 그리워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마검사 녀석...! 망자면 망자답게, 명계에 처박혀 있어라...!"

"──!"

알레시오스의 당황함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들리면, 그에 호응하듯이 클레온의 영체가 더욱 격렬하게 반응하며, 마치 검은 불꽃처럼 몸의 표면이 이글거렸다.

마력이 증폭되고, 칠흑의 검은 더욱 흉악한 형태가 되어 간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대로 알레시오스 채로 일레누를 베어버릴지도 모를 정도였다.

"무슨... 영혼인 거야 대체...! 엄청나게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잖아...!"

클레온의 그림자를 불러낸 윌헬미나 조차도, 마법진과 동시에 자신의 마력을 쉼 없이 빨아들이는 클레온을 보며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굉, 장해...!"

그런 와중, 솔리나는 수세에 급급해진 알레시오스와, 그를 밀어붙이는 클레온의 검술을 보고 잠시 넋을 놓았다.

클레온이 시간과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몸의 구멍을 막을 정도로 치유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관통당한 안쪽이 멀쩡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따.

"솔리나, 괜찮아!?'

겨우 여유가 생긴 리스가 솔리나에게 다가와, 그녀의 몸 상태를 살핀다.

피는 멎었지만, 마력의 소모가 돌아오지 않는 그녀의 몸은 그 이상 회복될 수 없었다.

"솔리나... 젠장, 대원들도...!"

리스는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보려 하지만, 마법과 마법이 부딪치는 이런 거대한 싸움에서, 말 그대로 일반인인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되어 있었다.

이 이상 시간을 끌수록,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질 뿐.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해라, 리스...! 너는 이 땅을 지키는 감시자의 후예...! 그리고 솔리나의 오빠잖냐...!'

리스는 잠시 자신이 손에 든 마력 먹는 검과, 땅에 떠오른 붉은 마법진을 번갈아 본다.

용마의 마법진.

마법진 위에 존재하는 이들의 마력을 녹여버리는, 대 마법사용 마법진이라고 아까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마법진이라는 것도 결국은, 땅 위에 새겨진 문양에 마력을 흘려 넣어 만들어진 술식.

즉, 하나의 마법이다.

흡수될 마력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리스는, 이 위에서 움직일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 윌헬미나가 불러낸 영체조차, 이 마법진의 영향을 받아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스는, 자리에서 일어서, 검을 들고 마법진의 위에 박아 넣는다.

파직! 하고, 검과 마법진의 문양이 닿는 순간, 거대한 리바운드가 그를 덮친다.

마력 먹는 검의 한계를 뛰어넘은 마력량이 흐르고 있는 마법진을 그대로 꿰뚫는 것에 대한 대가였다.

"크윽...!"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에서 마법진에 마력 먹는 검이 꽂히면.

당연하게도, 마법진은 침입당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붉은 스파크를 튀기면서 리스의 몸을 덮친다.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몸을 타고 흐르는 신경 하나하나에 마력의 거부반응이 흘러들어오면서 안쪽에서 몸이 실시간으로 찢겨나간다.

반발력을 억제하기 위해, 마력 먹는 검을 잡고 있는 손의 피부가 찢겨나가면서 피가 터져 나왔다.

솔리나는, 그런 오빠의 행동을 보고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를 내질렀다.

"리스! 그만 해! 그런 식으로 하면, 네 몸이...!"

하지만, 리스는 멈추지 않았다.

잔혹한 이야기이지만, 그는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그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교했을 떄.

어느 쪽이 더, 알레시오스를 막아낼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인가를.

"괜찮다...! 나 하나보다, 너희가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리스의 말에, 솔리나도,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력을 흡수당해 무릎을 꿇은 상태였던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도 비통한 표정이 되었다.

이미, 그의 눈과 귀, 그리고 코와 입.

보이는 모든 곳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리스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선천적으로 마력을 거의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 특이한 체질이었기 때문.

그에 대한 반작용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여동생인 솔리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더라도 우월한 마력량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마법진 안 에서, 리스는 움직일 수 있지만, 솔리나는 움직이지 못한다.

'내가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솔리나를,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두 사람이 만약, 능력을 둘로 나누어서 함께 가지고 태어났더라면, 양쪽 모두 이 마법진에 묶여서 쓰러졌을 것이다.

리스는, 자신이 마력에 대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지 못한 이유가, 이런 운명 속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너를... 반드시 지켜내 보이겠어...! 솔리나!!"

이내, 리스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하여 마법진을 향해 검을 꽂아 넣으면.

드디어, 마법진에 떠오른 문양에 금이 가면서, 그 틈으로 마력 먹는 검이 파고들어­

"리스!!"

솔리나의 비명.

다음 순간, 커다란 붉은 번개가 내려쳤다고 생각하면.

동시에, 마법진이 깨져나가면서 일행들을 압박하고 있던 마력 흡수의 고통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 대가로, 리스는 전신이 자신의 피로 붉게 물들 정도로 큰 상처를 입고.

이내, 철퍼덕하고, 비참한 소리와 함께 자신의 피 웅덩이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몸과 마력이 회복된 솔리나가 일어나 그에게 달려가, 치유 마법을 계속해서 시도해 보지만.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마력과, 몸의 심지가 리바운드 때문에 불타버린 리스의 몸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몸의 근육도, 안구도, 말라 비틀어져서 멀쩡하게 남은 것은 비교적 마력의 영향을 덜 받은 뼈뿐이다.

"어째서, 치유가...! 리스, 안 돼...!"

하지만, 그런 솔리나의 팔을 어떻게든 붙잡는, 리스의 손.

그리고, 그는 죽어가는 도중에도 여동생을 걱정하며 말을 남기는 것이었다.

"...괜찮아, 솔리나... 그 마력은... 알레시오스를 막기 위해서...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사용해..."

이내,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면, 중력에 따라 땅으로 떨어지는 그의 손.

솔리나의 표정에서 생기가 사라지면,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경비대의 대원들도 자신들의 대장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베아... 움직일 수 있어?"

"...어떻게든."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다는 듯, 베아도 라일라도 리스의 희생에 마음속에서 감사를 보낸 뒤, 눈앞에서 다른 차원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알레시오스와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마법진이 해제된 덕분에, 클레온의 몸을 구성하기 위한 윌헬미나의 마력도 다시 회복될 터인데.

클레온의 몸은 여전히 사지를 가진 그림자 인형처럼 보일 뿐이었다.

"윌헬미나. 저 그림자는 더 정교하게 못 만들어 내는 거야?"

"하고 있어……. 하지만, 불러내야 할 영혼의 크기가 너무 거대해서 마력이 너무 많이 필요해. 게다가 저 영체, 내 마력 사정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마력을 끌어다 쓰고 있잖아."

덕분에, 마법진이 사라지더라도 회복속도가 소모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가세하자, 라일라. 그렇게 하면, 클레온의 마력 소모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거야."

베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라일라.

이내, 두 사람은 동시에 각자 자신의 마법구인 지팡이와 검을 치켜들었다.

사령술로 불러낸 클레온에게, 말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의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적을 멸하는 본능을 따르고 있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정말로 클레온이라고 한다면.

자신들과 합을 맞춰 싸워왔던 기억이, 몸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그거'로 해볼까."

"'그거' 말이지. 알았어."

따로 무언가를 지정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은 동시에 각자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한다.

"뱀의 길. 나아가는 연옥. 유혹의 속삭임. 낙원의 추방."

"열려라. 나락의 구렁텅이. 36번의 죽음 끝에 도달한 파멸의 짐승."

두 사람의 영창이 노랫소리처럼 울려 퍼지자, 순간적으로 클레온의 영체가 멈추더니 힐끗,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치잇...! 마법사들이 회복했나...! 허나, 틈을 보이다니 어리석군 마검사...!"

알레시오스는, 그런 클레온의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레이피어를 휘두르지만.

클레온은 그런 그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검을 들어 레이피어의 궤도를 막아냈다.

"뭣...!"

알레시오스는, 자신의 공격 궤도가 읽혔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

"괴물 같은 녀석...!"

하지만, 그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순수 신체 스펙만으로 보자면, 영체인 클레온의 쪽이 실체가 있는 일레누의 육체보다도 밑이라는 것을.

클레온은 그저, 일레누의 검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알레시오스가 사용하는 검술은, 생전의 그 자신의 검술이 아닌, 일레누의 몸에 적합한, 그녀의 검술이다.

그녀의 검술이라면, 그녀와 함께 옆에서 싸워온 클레온이 알레시오스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검무를 추듯이 흘러가는 클레온의 공격.

바로 이어서 튕겨낸 일레누의 검을 구속하듯이 클레온은 자신의 검을 밀어붙이면서, 핸드가드와 핸드가드가 부딪히며 끼기긱 하는 거슬리는 소리가 울렸다.

"큭... 이 자식...!"

알레시오스가 어떻게든 그를 떨쳐내려고 하는 순간, 땅과 공기를 타고 흐르는 마력의 감각에 반응한다.

"인페르날 베인!"

"플레임 비스트!"

라일라가 발현한 마법은, 땅이 갈라지며 그곳에서 화염이 치솟는 광역을 감싸는 마법이다.

발이 땅에 붙어있는 한, 피하는 것은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알레시오스는 도약하여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화염의 기둥을 피해냈다.

허나, 공중으로 도망치는 것은 언제나 악수(?手)이다.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좋은 표적이자 먹잇감이 된 후의 이야기였다.

"덮쳐라!"

베아트릭스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알레시오스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푸른 화염에 몸을 감싼, 거대한 악어와도 같은 것이 있었다.

다만, 그 몸통이 훨씬 두꺼웠으며, 입은 하마와도 같이 크게 벌려지더니, 그대로 일레누의 몸을 입으로 붙잡는다.

지옥의 마수를 본떠 만들어낸, 마력의 형상체이지만, 푸른 화염은 알레시오스를 구속하여 땅으로 떨어졌다.

"크윽...!"

입에서는 침음성을 내뱉으면서, 몸을 덮치는 충격과 열기에 고통스러워 하는 알레시오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클레온이 검을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로 돌진해서 검을 휘두르려고 하는 클레온.

"─잠깐, 클레온!"

그런 클레온을 멈춘 것은 라일라의 외침이었다.

전투의 승자가 결정되기 직전의 순간.

클레온의 흑검이 일레누의 목에 닿기 직전, 정확하게 2mm를 남긴 상태에서 멈추면.

그 일대가 정적에 휩싸였다.

"...일레누의 목을 치는 것으로는 알레시오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 윌헬미나. 당신이 일레누의 몸을 흡혈해서 그녀의 안에 있는 알레시오스를 끄집어내 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알레시오스는 또다시 언젠가 부활한다.

정확한 순서를 밟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윌헬미나도, 마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인지 겨우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빌어먹을, 그만둬! 나를... 나를 흡수할 생각이냐! 윌헬미나!"

"...그래, 그렇게 해야지, 너를 멈출 수 있다면."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는 윌헬미나.

그녀의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나면, 다음 순간 그대로 쓰러진 일레누의 목에 틀어박혔다.

"알레시오스 토르발티... 동족의 규칙에 따라 그대를 봉흡한다...!"

"안 돼!!!"

알레시오스의 비명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일레누의 목에서 윌헬미나의 입으로 피가 흘러들어 간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는 솔리나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자신의 오빠의 시체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이걸로, 알레시오스는..."

라이랄가 사태의 해결을 눈앞에 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한 다음 순간.

휘익!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날아온다.

재빨리 클레온의 그림자가 그것을 쳐내면, 그것이 경비대가 사용하는 보급형의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모두가 당황하여 경비대가 모여있던 곳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눈을 붉힌 채 이성을 잃은 듯한 경비대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상태가, 이상해...!"

베아도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것인지 검을 잡고 모두를 둘러보고...

일행을 향해 검을 던졌던 경비대원은 입꼬리를 흉악하게 비틀면서 미친 듯이 웃어 보인다.

"훌륭하군! 설마, 서브 플랜마저 사용하게 할 줄이야!"

"설마­ 알레시오스...?"

윌헬미나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것을 바라보면, 주변의 경비대원들에게 광기가 전염되듯이 그들이 각자 광소를 터뜨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을의 방향에서부터 자신들이 있는 유적 쪽으로 인간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수는 100을 조금 넘기는 정도.

...마을에 남아있던 마을 사람들의 숫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설마, 너...!"

"800년이다, 윌헬미나. 이 계획을 준비한 것이... 일레누의 육체로 패배했을 때를 대비해 두지 않았을 리 없잖냐...!"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괴물!"

솔리나가 그렇게 외치자, 경비대의 몸을 빌린 알레시오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할 뿐이었다.

"간단하다. 그 여시종과 딸의 몸을 조종해서 마을의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에 내 피를 조금씩 섞어 두었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이다. 일레누 하나를 지배하는 것이, 마을의 인간들 전체를 지배하는 것보다 어려우므로, 어디까지나 서브 플랜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그의 비열한 미소를 보면서, 일행은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나약하고, 불완전하고... 지배당하기 위한 종족이지."

솔리나의 질문 아닌 질문에 그렇게 대답한 알레시오스.

그 때였다, 몸 안에서 알레시오스의 저주를 지워낸 일레누가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일으킨 것은.

"...여긴... 나... 그래, 갑자기 머리가 멍해져서... 안에 있던 '그것'이..."

아무래도 기억은 어느정도 있는 듯, 혼란스러움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며 머리를 부여잡는 일레누.

하지만, 이내 그런 그녀의 어깨에 무언가 감촉이 느껴지면.

그곳에는, 검은 그림자의 형태를 한 영체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클레온?"

얼굴도 없고, 말도 없지만, 그 영혼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챈 일레누.

재회의 감동도 채 나누지 못한 채, 매우 급해진 상황에서 라일라는 이야기한다.

"...마을 사람 전원을 태워야 알레시오스를 끝장낼 수 있다고...!? 누가 농담이라고 이야기해 줘...!"

"어떻게 안되나요...!? 윌헬미나 씨!"

라일라와 베아트릭스의 말에, 윌헬미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 때,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는 솔리나.

그녀는 더는 전의가 없는 것인지 손에 무기도 채 쥐지 못한 채였다.

"...알레시오스..."

그리고, 나지막이 원수의 이름을 부른다.

"알레시오스...! 알레시오스!!!!"

서서히, 분노가 커지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격양되어가면, 라일라는 그녀에게서 마력이 폭주하려는 징조를 눈치채고 그녀를 막으려 들었다.

"안 돼! 솔리나! 냉정함을 되찾아!"

그런 라일라의 제지마저 무색하게, 눈 앞에 서 있던 알레시오스가 달라붙은 병사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여 날려버리는 솔리나.

"솔, 리나...?"

일레누 마저, 그런 그녀의 분노에 위압 당한 듯 위축되면, 윌헬미나는 이야기한다.

"...방법은 있어.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커."

"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은 없어요. 이야기 해 봐요."

베아트릭스의 재촉에, 윌헬미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한 작전은­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비통한 얼굴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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