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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43화 (343/506)

〈 343화 〉 계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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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재구축되어가는 일레누의 세계를 마지막으로, 클레온은 정신을 회복하였다.

눈을 떠보면, 엠마의 무릎 위에 머리를 눕힌 채로 누워있는 자신.

그리고, 사라져버린 해골검사와, 땅에 박혀있는 츠바이핸더.

그 츠바이핸더를 바라보고 있는 듀라한의 모습만이 보였다.

"클레온! 정신이 들어요?"

눈을 뜬 클레온을 본 엠마가 목소리를 울리면,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막사의 훈련장은 여전히 수많은 검의 묘비로 가득했고, 해골검사가 보여준 환상에서 모든 것을 알게 된 클레온은 머릿속에서 자신이 본 것을 정리한다.

일레누, 알레시오스. 솔리나, 윌헬미나.

얽히고 섥힌 싸움 속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명확한 기준 없이,

세계에 위협이 된다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을 이차원의 틈에 묻으려고 한 추방 교단.

게다가, 마지막에는 그 책임을 지겠다는 듯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어디까지고, 좋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며 클레온은 완전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검은 대검­ 아니, 마력 먹는 검을 바라보고 있는 듀라한에게 다가간다.

"일어났네, 마검사 군. 어때? 많이 알았어?"

"그래. 대부분."

클레온의 말에 흐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듀라한.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넌, 솔리나인가?"

"... ..."

듀라한은 머리를 손에 든 채로 클레온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마력 먹는 검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클레온의 시선은, 듀라한의 목의 위에서­ 그녀가 손에 품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그 투구 밑의 눈이, 그 검을 볼 때마다 슬퍼하고 있었으니까."

"... 그런가. 나도 눈치채지 못했어."

듀라한은 그렇게 말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머리를 자신의 목 위로 올린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마력의 실이 목의 상처를 봉합하고, 그 투구를 벗으면서 얼굴을 드러내면­

아름다운 백금발과, 푸른 색의 눈을 가진 솔리나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데드가 되어 있어서 창백해져 있었지만, 리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 눈 속에 원래의 솔리나에게는 없는 청록색이 섞여 있는 것을 보고 클레온은 입을 다물었다.

"아하하. 그 표정을 보면, 내가 단순히 솔리나가 아니라는 건 눈치챈 것 같네."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윌헬미나, 인가. 솔리나와 한몸이 된 건가?"

"그래 맞아. 솔리나는 자신을 심하게 탓하고 있었어. 언데드가 되는 그 순간까지 말이야."

리스를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 그리고 자신이 완전 봉인을 목표로 한 탓에 알레시오스가 행동을 개시했고, 또 추방 교단까지 불러와 마을 사람들 전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

마치, 세상이 솔리나를 저주하고, 그녀를 전부 부정하는 듯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의도와는 반대로 흘러가 버리고 말았으니까.

"자신을 부정하는 그녀의 생각을 하는 채, 그대로 언데드가 되는 것은 위험했어. 가지고 있는 신성마력이 반전해서, 폭주를 일으킬 수 있었거든. 성검이 용사가 죽었을 때 폭주하는 것 처럼 말이야."

"...그래서, 그녀를 억제하기 위해, 그녀와 하나가 된 것인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그곳에는, 기억속에서 보았던 리치 윌헬미나가 지니고 있던 세 개의 영혼의 그릇 중 하나인 보석이 이마에 박혀 있었다.

"그럼, 너는­"

"걱정하지 마. 어디까지나 몸의 주인은 솔리나. 이 몸 안에 두 개의 영혼이 함께 있어. 인격적인 부분은 나­ 윌헬미나 쪽이 조금 더 바깥에 나와 있지만 말이야."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윌헬미나와 몸이 합쳐지면서 솔리나의 의지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윌헬미나는 기억속에서 본대로 선한 인물이었다.

"내가 기억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도, 죽음의 여신인 일레누에 의해서 언데드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언데드였기 때문이지. 나는 그녀의 창조물이 아니니까 이 세계의 법칙을 적게 받는거야."

"저기... 그렇다면, 듀라한 씨와 클레온은 저희의 마지막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고 있다는 건가요?"

그 때, 조용히 클레온의 뒤로 다가온 메이드장 엠마의 말에 클레온과 듀라한은 서로를 바라본다.

듀라한이 어째서 클레온과 모두에게 직접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인지.

또, 엠마를 비롯한 언데드 들에게 가장 중요한 '죽음'과 관련된 기억을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봉인하려 한 것인지.

바로, 알레시오스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클레온도 그것에 대해 말하기 힘들어진 것은 물론이고, 일레누의 기억을 되찾게 하는 것에 대해 그것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말할 수 없는 건가요? 클레온도, 듀라한 씨도."

"...미안, 엠마 씨. 지금은, 우리를 믿어줬으면 해요. 분명, 기억을 되찾아도 괜찮을 때가 올 테니까요."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엠마는 클레온의 손을 붙잡으며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괜찮아요 클레온.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더라도, 저는­ 저희는 클레온을 믿고 있어요."

"엠마 씨..."

...자신은 그녀와 여행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억 속의 클레온과 자신은 다른 인물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비단 자신뿐만이 아닐 것이다.

엠마도 어딘가에서는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클레온의 근본적인 부분은 다르지 않다고, 엠마는 믿고 있는 것이다.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인 뒤, 듀라한을 향해 돌아보았다.

"이 검, 빌려도 될까?"

"그 시험은 이미, '그'에 의해서 완료되었어. 네겐 자격이 있어, 마검사 군."

듀라한의 말에 클레온은 해골검사­ 리스를 떠올린다.

그가 가지고 있는 원한도 여동생인 솔리누와 비교해서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마을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 자신도, 여동생도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명으로서 간직했던, 지켜야 할 것을 모두 잃어버린 그의 마음속의 응어리짐은, 영혼에 강하게 뿌리박혔고.

그 결과가 죽음의 여신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난 채, 마력 먹는 검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

그가 자신을 인정했기에, 간직하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보여주었고.

그 기억을 본 클레온에게 마력 먹는 검을 맡기는 이유는 단 하나.

패배해버린 자신을 대신하여, 자신과 여동생의 복수를 해 줄 인물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클레온이 마력 먹는 검에 손을 가져다 대면­

긴 세월 동안, 땅에 스며든 경비대의 원한을 먹어 치운 마력 먹는 검은, 마치 마검처럼 흉흉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 주인이 가지고 있던 모든 원한을 이어받은 듯이 으르렁대는 검의 손잡이를 잡아서 땅에서 뽑아낸다.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며, 날뛰려고 하지만.

이내, 클레온이 그런 대검을 향해 마력을 흘려보내면 검은 서서히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길들였다... 라고 하는 것 보다, 마력에 담겨있는 클레온의 의지를 읽은 것이겠지.

리스가 알려준 과거의 진실을 보고, 클레온이 내린 해답.

흡혈귀, 알레시오스를 완전히 토벌하는 것.

마치, 마력 먹는 검은 그 소원을 이룰 때까지만이라도 힘을 빌려주겠다는 듯이 얌전해졌다.

클레온은 그 검을 등 뒤로 돌리면서 듀라한을 돌아보았다.

"...알려 줘. 어떻게 하면 알레시오스의 부활을 막고... 그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거지?"

"너는 그 기억을 봤어. 그렇다면, 흡혈귀를 완전히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들었겠지?"

듀라한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흡혈귀를 완전히 죽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흡혈귀뿐이라는 사실이다.

흡혈귀의 흡혈은, 단순히 육체의 혈액을 흡수하여 자신의 영양과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혈액이라는 것은 강력한 마법적 매개체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만큼, 산소를 운반하는 용도 외의 의미도 담겨 있다.

바로 가장 생명과 영혼의 근원에 가까운 정수라는 점이다.

즉, 흡혈귀가 혈액을 마신다는 것은 그 영혼에 간섭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단순히 흡혈하여 영혼의 자유를 빼앗아서 권속으로 하거나.

자신의 피를 나누어 주어, 자신과 동급의 동족으로 하거나.

─그리고, 동족의 피를 모두 흡수하고 그 힘을 자신의 안에 녹이는 것으로 동족을 완전히 소멸시키거나.

"...하지만, 네 육체는 솔리나의 육체야. 윌헬미나. 그 몸으로는 흡혈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맞아. 예리하네, 역시 마검사 군."

클레온의 지적에 듀라한이 고개를 끄덕이면, 클레온은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칭찬받은 것은 맏지만, 결국 흡혈을 할 수단이 없다는 것 아닌가?

"먼 곳에서, 동족의 기운이 느껴져. 섞여있는 것 같지만, 잠재력만큼은 훌륭해."

"... 섞여있는 동족... 페루루카인가!"

윌헬미나의 말에 클레온은, 천둥의 황야에서 만났던 담피르 페루루카를 떠올렸다.

일레누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곳에 끌려오면서 동료들과 떨어지게 되었지만, 각인의 힘을 통해 그녀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페루루카... 그게 그 동족의 이름이구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세계수의 영역에서야. 그러니까 황야에서는 철수한 것이겠지."

"...그런가, 무사하다면 다행이야."

클레온도 동료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들에게 연락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표정이 어두워진다.

"왜 그래요 클레온?"

엠마가 그런 클레온의 표정을 살피며 질문하면, 클레온은 대답한다.

"... 분명히, 담피르인 동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는 이미 위험한 싸움을 끝내고 다른 곳으로 향했어. 연락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설령 연락된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이곳에 불러도 되는 걸까?"

"뭐야, 그런 걸 신경 쓰는 건가."

듀라한의 말에 클레온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야, 동료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건, 당연하잖아."

"그말 그대로. 너에게 돌려줄게."

"... ..."

듀라한의 말을 들은 클레온은 한 방 먹었다는 듯 놀란 표정이 되어 그녀를 바라본다.

"뭘 그렇게 놀라 해? 같은 상황에서, 너는 자기 목숨이 아깝다고 멈출 거야?"

"...아니."

듀라한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웃으면서 클레온에게 대답한다.

"그럼,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녀석들이 하지 못할 거란 보장은 없잖아. 적어도, 내가 봤던 다른 세계의 마검사 군의 동료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 같았는걸."

다른 세계의 라일라, 베아트릭스, 엠마... 그리고 일레누.

분명, 그녀들이라면 그렇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페루루카와 시프는 만난 지 아직 얼마 되지도 않은 동료였다.

그녀들이 악하다거나, 진정한 동료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위험에 뛰어들려고 할까?

여전히 확신히 서지 않는 클레온을 보며, 듀라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검사 군은 걱정이 많네. 그럼, 나랑 내기를 하나 할까?"

"...내기?"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클레온이 그녀를 바라보면, 듀라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한다.

"그래. 만약, 마검사 군의 동료들이 마검사 군을 구하기 위해 이 세계로 찾아온다면... 내가 원하는 걸 하나 들어줘."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면?"

듀라한은 그런 클레온의 말을 듣더니 히죽이면서 이야기했다.

"그런 일은 없을걸?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마검사 군은 이곳에서 계속해서 지내야 할지도 모르는데."

"... ..."

"그래도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마검사 군이 해줬으면 하는 일을 하나 들어줄게. 좋지?"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말에 한숨을 내쉴 뿐이다.

"...별로 그런 건 없어. 동료의 마음을 가지고 내기를 하고 싶지도 않아."

"나는 있어.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라구. 마검사 군은 그저 동료들을 믿으면서 준비를 하면 돼."

듀라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려 성당이 있는 쪽을 바라본다.

"...일레누를 흡혈하기 위해선, 그녀를 제압할 필요가 있겠지."

"바로 그거야. 무기도 얻었지만, 아직 중요한 게 남았지. 리치와 데스나이트. 여신의 두 심복이 우리들을 방해하게 둘 것인지, 아니면..."

"설득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 것인지."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듀라한.

"우선은 데스나이트가 있는 동쪽 무덤으로 돌아가자. 그녀는 이미 반쯤 마검사 군의 편이 된 것 같으니­"

듀라한이 그렇게 말하며 한 발짝, 발을 내디딘 순간.

갑작스럽게 막사의 훈련장의 벽이 터져나가면서

화염에 휩싸인 주먹이 날아와 듀라한을 날려버린다.

"윌헬미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클레온은 등 뒤의 검을 뽑아들면서 윌헬미나를 날려버린 주인을 찾으면.

그곳에는, 클레온의 키의 두 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화염의 강철 갑옷이 서 있었다.

"리빙 아머...!? 어떻게 되먹은 크기야...!"

순식간에 그 정체를 파악한 클레온이 그 리빙 아머를 훑어보면.

그 어깨에는, 라일라가 올라타 있는 것이 보였다.

"라일라!? 무슨 짓이야!"

"너를 빼앗으러 온거야! 침입자!"

라일라는 손가락을 치켜들어 클레온을 가리키고, 그 표정은 독기를 품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표독스러워 보였다.

"네가 보여준 기억속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너라는 존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 당신, 나의 사역마가 되세요!"

"하아!?"

의미를 알수 없는 말을 내뱉는 라일라.

얼굴이 붉어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어쩔 수 없이 클레온은 마력 먹는 검을 손에 쥔 채, 불타오르는 리빙 아머, 그리고 라일라와 대치했다.

"진정시킬 필요가 있겠는데...!"

"라, 라일라와 싸우는 건가요?"

엠마는 클레온을 걱정하듯이 바라보지만, 클레온은 그런 엠마에게 시선을 보내, 떨어져 있으라고 이야기한다.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불태운 뒤 언데드로 만들어 줄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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