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화 〉 추락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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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가 조종하는 화염의 리빙아머는 그 거대한 몸집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불타오르는 손과 다리를 마구잡이로 휘둘러 클레온을 공격해왔다.
그것만으로도 성가시기 짝이 없는데, 거기에 더해 대마법사 수준의 매직 캐스터인 라일라의 마법이 보조되어 들어오면 숙련된 투사라고 하더라도 1:2의 싸움을 강요당해서는 승기가 없었다.
그 리빙아머의 주먹에 맞고 날아가 벽에 처박힌 채, 벽돌의 밑에 깔려 버린 듀라한.
"듀, 듀라한 씨! 괜찮으세요!?"
엠마는 우선 듀라한을 그 밑에서 끌어내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그 사이에 클레온은 혼자서라도 라일라와 정면에서 맞서 싸우며 둘의 발을 묶어본다.
공중에 떠오른 화염구는 딱히 영창을 할 필요도, 마법의 이름을 외칠 필요도 없이 손가락을 튕기거나,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생성된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와 땅에 닿으면, 폭발을 일으키며 흙먼지와 함께 충격파를 일으키니 거리를 크게 벌리지 않으면 완전히 피하기도 힘든 공격을, 숨 쉬듯이 쏟아내니 상대하는 처지에서는 골치가 아파져 온다.
그렇기에, 정답이라고 할 방법은 마력 먹는 검을 이용해 폭발시키지 않고 화염구 자체를 흡수해 버리는 것.
클레온의 팔이 한번 휘둘러지면, 검은색의 선이 허공에 그어지면서, 그 경로에 있던 화염구들은 마치 공기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면서 클레온이 손에 든 대검에 빨려 들어간다.
"그 검, 뭐야! 언제 그런걸...! 치사하잖아!"
라일라가 지팡이로 클레온을 가리키면서 외치면, 동시에 대검으로 채 쳐내지 못한 화염구가 땅에 닿으면서 커다란 폭음이 울리고.
그을린 정장의 바지를 손으로 툭툭 쳐내면서 클레온은 혀를 차면서 대답한다.
"너야말로, 손대중이란 걸 모르는 거냐...!"
분명, 사역마로 만든다고 했는데 거의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 그녀의 행동에, 클레온은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라일라 플레임워치다.
누군가에게 손대중이라는 것을 한다는 생각 따위는 일찍이 접는 것이 좋겠지.
한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은 하늘에 떠오른 라일라를 바라본다.
치마 사이로 속옷이 보일락 말락 하는 광경은, 까마득한 옛날 같았던 그때의 싸움을 떠올린다.
처음으로, 전력으로 라일라와 정면에서 겨루었던 숲에서의 일.
당시의 클레온이 이길 수 있던 이유는, 그가 라일라에 대한 모든 것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승리 패턴을 확립해 두었기에 정면 승부에 임했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도발과 편법이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그녀의 마력을 고갈시키는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마력은 생명력과 같다.
마력만 충분하다면 어떠한 공격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방어막을 펼칠 수 있고, 위험해지면 짧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공간 도약할 수 있는 마법사들조차 있었다.
하늘을 날면서 마법을 쏟아 부으면, 땅 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사직에게 있어서는 그렇게나 가증스러울 수가 없었다.
"흥, 아픈 꼴을 당하는 게 싫다면 얌전히 내 사역마가 되, 라, 고옷!"
라일라가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면서 손을 하늘로 뻗으면, 클레온의 머리 위에 커다란 마법진이 펼쳐진다.
붉은 색의 마법진에 보이는 것은, 사슬과 매, 그리고 인간의 장기를 형상화한 기하학적인 문양들.
이 마법은, 클레온도 잘 알고 있는 마법이다.
표면에서, 불타오르는 화염의 창날이 튀어나온다.
"프로메테우스 게이트!"
라일라의 외침과 동시에, 만들어진 화염창들이 땅을 향해 비처럼 쏟아지면 클레온은 대검을 들어, 풍차의 날처럼 회전시키면서 자신의 몸을 뒤덮었다.
마치 원을 그리듯이 만들어지는 마력 먹는 검의 방어가, 꿰뚫어 불태우는 화염의 창을 먹어치운다.
"그 마법은 공격 방향이 일정하니까, 방어 수단이 있는 적에게는 통하기 힘들다고...!"
"아, 그래?"
다음 순간, 거대하고 육중한 강철의 주먹이 땅을 내려찍으면, 지면을 통과해서 흘러온 마력이 클레온의 바로 발밑에 마법진을 그려낸다.
"... ..."
클레온의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듯이, 바닥이 뜨거워지면 부글부글 용암이 끓는 듯한 소리가 땅 밑에서 올라왔고.
"인핸스 플레임 버"
마법이 완성되기 직전, 클레온은 자신의 발 밑에 마력으로 된 장벽을 발판처럼 깔면서 충격에 대비하여 몸을 움츠러트린다.
"스트!"
그와 동시에, 지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화염의 폭발.
그 충격파 때문에, 클레온의 몸은 곧바로 위로 떠오르면서 머리 위에 존재했던 화염의 마법진을 통과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 방향은, 단순히 수직으로 올라간 것이 아닌, 조금 앞에 있었던 라일라를 향해 돌진한 것 같은 형태가 된다.
물론, 그 데미지로 발 밑에 만들어 두었던 마력의 장벽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지만, 순식간에 자신과 거리를 좁힌 클레온에게 라일라는 놀란 듯 주춤하고.
클레온이 그런 라일라를 향해 손을 휘두르면, 라일라는 자신의 몸을 덮칠 격통에 대비해 눈을 질끈 감으며 양팔을 교차해서 자신의 몸을 지킨다.
팔이 날아가더라도, 언데드인 자신은 다시 붙일 수 있고, 고통에도 강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몸을 크게 베이는 경험 같은 것, 한 적이 없는 라일라로서는 그 미지에 대한 공포가,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곧이어 찾아와야 할 절단의 감각은 찾아오지 않고
콩! 하고 다음으로 느껴진 것은 이마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감각이었다.
"... ...?"
눈을 뜨면, 공중으로 떠올라 접근해 온 클레온이 검지를 튕긴 듯한 손가락을 취하고 있었고.
"자, 이걸로 내가 이긴 거지?"
같은 말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 ..."
라일라는 그런 클레온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빠직! 하고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마에 힘줄이 보일 정도로 험악한 표정이 되면
"리빙아머!"
"엇..."
라일라의 외침에, 주인의 감각이 차단되어 잠시 움직임이 멈추었던 리빙아머가 다시 몸에 화염을 휘감은 채 움직이면.
휘익! 하고 날아온 손이 클레온의 한쪽 다리를 붙잡는다.
"자, 잠깐!"
클레온의 외침도 허무하게, 곧바로 강력한 힘으로 끌려간 클레온이 처박히는 것은 훈련장의 지면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리빙아머는 클레온의 다리를 잡고 몇 번이고 패대기쳐서 그를 먼지떨이 하듯이 지면이 내동댕이치더니.
이내, 휙, 하고 손에서 놓아버리면서 벽으로 날려 버리는 것이었다.
엠마가 겨우 잔해를 치워서 일어날 수 있게 된 듀라한은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다가 자신의 쪽을 향해 날아온 커다란 물체와 부딪히더니 곧바로 다시 벽에 쳐박힌다.
"크, 클레온!?"
엠마도 날아온 것이 클레온이라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여 목소리를 울린 뒤, 리빙아머와 라일라가 있는 쪽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얼굴을 붉힌 채 씩씩대는 라일라가 하늘에 떠오른 채로 화를 삭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라일라! 너무 심하잖아요!"
"시끄러워! 저 녀석이 제대로 안 하니까 그런 거 잖아!"
라일라의 적반하장 발언에 엠마도 기운이 빠진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지만, 이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며 몸을 일으키는 클레온.
순간적으로 몸을 마력으로 감싸서 전신의 뼈가 박살 나는 것은 막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정도의 중상은 입은 듯했다.
"치, 치료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엠마는 그런 클레온을 보면서 어쩔 줄 모르지만, 클레온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긴다.
"제대로... 말이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몸을 일으키는 또 한 명의 그림자.
물론, 라일라가 나타나자마자 리빙아머에 의해 벽으로 날아가 버린 듀라한이었다.
"아무래도, '말'만으로 설득해서 동료가 되는 건 무리인 것 같은걸. 그렇지 마검사 군?"
두 사람 모두, 아까와는 정반대로 흉악한 마력이 풀풀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이면서 각자의 무기를 들고 라일라에게 걸어간다.
라일라도 그런 두 사람의 분위기의 변화를 느꼈는지 조금은 긴장한 얼굴을 하며 지팡이를 겨눈다.
"흥. 인제야 진지해졌나 보네. 듀라한, 당신도 나를 방해해서 그 녀석의 편을 들 거라면, 두 사람 한꺼번에 내 사역마로 해주겠어!"
긴장을 감추려는 듯이 강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라일라.
하지만 그런 라일라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클레온과 듀라한은 서로를 시선의 끝에 두면서 대화한다.
"어느 쪽을 담당할래? 마검사 군."
"물론, 위쪽이야."
"그렇다면, 나는 아래쪽인가."
간단한 대화가 끝나면, 서로의 무기를 뽑아들며 자세를 취하는 클레온과 듀라한.
그러면 라일라는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두 사람의 태도에 다시 한 번 열이 받았는지 그녀 역시 마력을 끌어 올린다.
"멋대로, 역할분담 하고 있지 말라고!"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그에 호응하듯이 리빙아머가 몸을 젖히면서 몸에서 강한 화염을 분출하고.
그것을 신호탄의 대신으로 하듯, 지상에 서 있던 두 검사가 앞으로 튀어 나간다.
앞장 서는 것은, 듀라한이었다.
허리에서 뽑아낸 예장검이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휘둘러지면, 칼끝을 타고 흐르는 마력이 듀라한의 전방에 펼쳐지면서 그녀의 몸과, 그의 뒤에서 따라오는 클레온의 몸을 보호한다.
"눌러 찍어버려! 리빙아머!"
라일라의 명령대로, 커다란 주먹을 들어 올려 그대로 듀라한을 향해 찍어 내리는 그녀의 피조물.
단순한 마력의 덩어리인 마법도 아니고, 그저 물리력을 가진 공격인 것도 아닌.
마법과 물리력을 동시에 갖춘, 거대 질량의 무거운 일격.
그 무거운 공격이, 듀라한의 방어막에 부딪히면
그 방어막은, 라일라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손쉽게 박살 나며 산산이 조각나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흥! 별거 아니네!"
라일라가 그렇게 외치면서, 리빙아머의 주먹이 예장검에 부딪히며 그것을 부수거나, 녹여버릴 것을 생각하고 자신도 몰아붙이기 위해 다음 마법을 준비하지만.
그 때, 부서져 흩어진 마력이 허공에서 서로를 연결하더니 마치 거대한 줄처럼 바뀌면서 리빙아머의 팔을 구속했다.
한쪽 팔의 움직임이 완전히 봉인된 리빙아머, 그리고, 그 팔을 통해서 타고 올라오는 듀라한의 마력이 리빙아머의 다른 부분도 집어삼키려 하자, 라일라는 재빨리 준비했던 마법을 취소하고.
"블레이징 체인!"
똑같은, 구속형식의 마법을 펼쳐, 수많은 화염의 사슬들을 뻗어와 듀라한의 팔다리를 묶는다.
"지금 당장 놓지 않으면, 네 팔다리를 태워서 끊어버리겠어!"
경고하는 라일라, 하지만 듀라한은 마력의 구속을 멈추지 않고.
그 사이에, 뒤에서 따라오던 클레온이 그녀의 등 위를 뛰어넘어, 묶여있는 리빙아머의 팔을 밟고 한 번 더 하늘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제대로, 그 손에 마력 먹는 검을 쥔 채로.
"또 공중으로 뛰어올랐네...! 나처럼 비행 마법에 익숙하지 않은 네가 어떻게 공중에서 내 마법을 피할 생각이야?"
라일라는 미리 읽고 있었다는 듯이 크게 손을 펼치면.
마치 허공을 거울로 삼은 듯이 공중에 떠오른 클레온의 주변에 빼곡히 라일라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라일라의 지팡이 끝에 모인 마력은 그 하나하나가 허상이 아니라는 듯이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 ...!"
라일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클레온도, 이 마법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일라는, 클레온의 머리속에서 보았던 자신의 마법 중, 그가 모르는 마법을 골라낸 것이었다.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까지 비장의 패를 숨겨놓은 쪽.
"이걸로 끝이야! 프로미넌스 브레스!"
본체를 포함하여 16명의 분신이 동시에 강렬한 열광선을 클레온을 향해 발사한다.
열광선 하나하나의 굵기가 굵은 것도 있었지만, 상하 좌우를 포함하여 클레온이 회피행동을 취할 수 있는 모든 방향에서 그를 향해 강렬한 광선의 기둥이 다가오니 피할 수 있는 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잡았다...!'
마력 먹는 검의 흡수 용량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저 검은 그렇게까지 등급이 높은 아티펙트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클레온은 얌전히 이 화염 열선에 집어삼켜 지는 것이 결말이다.
라일라가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휘익! 하고 본체를 향해 날아오는 무언가를 보았다.
반사적으로 마력의 보호막을 펼쳐 그것을 막아내면, 라일라는 그것이 단순한 작은 돌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조금 전 클레온이 벽에 처박혔을 때 주운 잔해겠지.
어째서, 지금 이런 걸.
이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그녀의 사고에 빈틈이 생긴 그 찰나의 순간.
"마나 쇼크"
파직! 하고, 이마에서 무언가 저릿한 감각을 느꼈다.
낮은 위력이었지만, 몸 전체를 타고 마법이 달려나간다.
그와 동시에, 라일라가 전개해 두었던 분신도, 강력한 마법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
그리고, 라일라는 떠올린다. 기억 속에서, 다른 세계의 자신이 클레온에게 패배했던 순간의 일을.
"말했잖아. 내가 이겼다고."
'클레온이 말한 승리 선언은, 이런 것이었나!'
순식간에 마력이 제어불능에 빠지면서 마법의 소멸과 함께 마력이 타버려서 증발한다.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만지면, 그곳에서 자신에게 새겨졌던 '각인'이 파스스 하는 소리를 내면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클레온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접근했을 때.
이마에 딱밤을 먹였을 때.
거기에, 마나 쇼크를 발동시킬 수 있는 각인을 새겨둔 것이다.
다만, 라일라는 수준 높은 매직 캐스터.
마력을 풀회전 시키면서, 틈을 보이지 않으면 약한 마법 따위는 자동 방어로 막아버리지 않고 걸러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일부러 틈을 만들기 위해 돌 같은 것을 던진 것이다.
다음 순간, 몸을 지탱하던 비행 마법이 풀리면서 라일라의 몸이 중심을 잃고 떨어진다.
그녀의 마법으로 형태를 유지하던 리빙아머도 마찬가지이다.
관절부부터 분해되면서 붕괴하면.
라일라는 질끈 눈을 감아 몸을 덮칠 충격에 대비한다.
"휴우..."
하지만, 이번에도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무언가가 덥썩, 하고 자신의 몸을 받아낸 것이다.
슬쩍 눈을 떠보면, 전광석화처럼 날아온 클레온이 자신의 몸을 양 팔을 이용해서 받아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 이번에야 말로."
"... ...윽..."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침음을 내뱉고 싫다는 얼굴을 했다가...
결국 양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의 의사를 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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