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5화 〉 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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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라일라에게, 클레온은 천천히 사정을 설명했다.
알레시오스가 남긴 유언때문에라도, 그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면 안 되었기에 그의 정체, 그리고 이름을 숨겨서 이야기해야만 했지만.
라일라는 총명한 소녀이고, 대충은 어떤 존재가 위험이 되는지에 대해 알아들은 듯해 보였다.
"여신님이 불태우려고 하는 살점이 그거였네... 그래서, 당신도 그 괴물을 없애고 싶다는 거지? 클레온."
"그래 맞아. 정확히는,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게 좋겠지만."
그 괴물이 가지고 온 비극에 끝을 내기 위해서, 그리고 이곳의 주민이 자신들의 기억과 강제로 이별해야만 했던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역시, 알레시오스를 소멸시키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
"네가 말한 방법은... 솔직히 조금 불안한걸. 여신을 제압하고, 그녀의 피를 취해야 한다니. 말하자면, 이 세계의 창조주와 붙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렇지."
물론, 절계 추방 영역 안에서의 창조주이긴 했지만, 괜히 '신'이라는 칭호가 붙어있는 것은 아니겠지.
분명, 지금 이곳에 모여있는 세 사람 모든 힘을 다 합치더라도, 죽음의 여신 한 명의 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클레온의 기억에 의하면, 지금 일레누가 가지고 있는 힘 대부분은, 그녀가 이 세계에 떨어지기 직전 윌헬미나로부터 넘겨받았던 흡혈귀의 힘들이었다.
"어쨌든, 클레온의 동료들이 이 세계에 올 때까지 준비를 끝마쳐둬야 한다는 거지... 좋아, 그럼 클레온. 나랑 같이 내 공방으로 돌아가자."
"아직 할 게 남았나?"
"머리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 무슨 소리야. 아까 만든 약이 조금 남아있으니까. 양은 적더라도, 그 정도의 상처라면 그걸로 괜찮겠지."
그 말에 클레온은 슬쩍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끈적한 핏물이 묻어 나오는 것에 입을 다물었다.
"드, 드디어 클레온의 상처를 걱정해 주는구나... 라일라."
엠마도, 도저히 중간에 끼어들어서 그의 부상에 대한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라일라가 먼저 말해준 것에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신기하네, 그렇게 피를 흘려댔는데도 기절하지 않는 걸 보면, 마검사 군의 몸도 정상은 아닐지도?"
"아아. 그건 아까 먹은 약의 효과가 남아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 사람에게 먹이는 회복약 치고는 약효가 좀 과했나?"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면서 마력시를 키며 클레온의 몸을 바라보면, 그녀의 예상대로 그녀가 만들었던 회복약의 효과가 그의 의식을 강제로 붙들어 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좀 예상 밖의 효과인걸..."
그녀가 흥미롭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듀라한은 그런 라일라에게 딴죽을 걸었다.
"아니, 위험한 거 아닌가? 기절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걸 강제로 깨워두는 거니까...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도 모르잖아."
"괜찮아. 지금부터 수리하면 되니까."
"적어도 치료라고 해줘..."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흥, 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코웃음을 쳤다.
"...다치게 만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엿보았던 네 기억 속에서... 그렇게나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녀석이 '치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윽..."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정곡을 찔린 듯이 대답했다.
확실히, 그녀가 말한 대로, 대부분은 클레온은 자기가 다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할 경우가 많았다.
물론 쿠온의 치유술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지만, 자기가 다치는 게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클레온이 자신의 본 실력이나 마력양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그런 각오를 하고 싸움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지.
"너, 언데드도 아닌데 그런 싸움을 계속하면 언젠가 죽어."
"...명심해 둘게."
동료들이 죽는 것보다, 자신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던 클레온이지만.
자신이 동료보다도 먼저 죽는다면, 이라는 만약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그에게는 라일라의 말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게 걱정해주는 걸 보니, 리치도 마검사 군이 드디어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하, 하아!? 그런 게 아니라, 그냥... ..."
듀라한의 말에 라일라는 얼굴을 붉힌 채 손사래를 치다가, 이내 말꼬리를 늘리며 중얼거렸다.
"죄 많은 마검사 군. 데스나이트에 이어서 이번에는 리치인가."
"놀리지 말아줘. 이 녀석이 원래 상냥하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맞아요! 라일라는 겉으로는 까칠 대더라도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에요!"
클레온과 엠마의 말을 들은 라일라는 머리카락의 끝이 불타듯이, 더욱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음대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듀라한은 그런 라일라를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더니, 라일라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사실은 나도 네가 매장당해야 했던 나를 구해줬을 때부터 심성은 나쁘지 않은 녀석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그건 어디까지나 흥미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래그래."
라일라의 말을 웃어넘긴 뒤 듀라한의 시선은 클레온을 향했다.
"마검사 군은 라일라와 함께 가서, 그녀와 준비해 줘."
"너는?"
클레온의 질문에 듀라한은 잠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끝은 동쪽의 묘지도, 서쪽의 묘지도 아닌 그 가운데.
즉, 성당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준비를 해 둘게. '그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람의 힘'이 모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니까."
듀라한 솔리나의 몸과 하나가 된 윌헬미나의 이야기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곳에서, 적인 흡혈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일 테니까.
그녀의 지혜를 빌리지 않으면 분명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클레온은 예상했다.
듀라한은 그렇게, 클레온과 일행들에게서 멀어져 홀로 막사를 나섰다.
라일라 역시 그런 듀라한의 뒤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제야 깨달았는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머리가 붙어있었네?"
"이제야 깨달은 건가..."
"그야, 너를 사역마로 만드는 걸로 머리가 꽉찬 상태였으니까..."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온에게 손을 내민다.
"자, 그럼 우리들도 공방으로 돌아가자. 준비해야 할 게 많으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에 맞추지 못할 거야."
"그래. 후우, 쉴 틈이 없군."
클레온은 그런 라일라의 손을 잡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뭔가 도울 게 있을까요?"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과 라일라의 뒤를 따라오려는 엠마.
라일라는 그런 엠마를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이야! 메이드 장이라면 맡길 수 있는 일이 있지."
'안 좋은 일을 꾸미고 있을 때의 얼굴인데, 저건...'
클레온은 그런 라일라의 태도에 무언가 불안을 느끼면서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데스나이트에게 가서 사정을 전하고 우리를 도와줬으면 한다고 전해 줘! 내가 가면 분명 시비부터 걸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러고보니, 베아트릭스는 지금쯤 원래 상태를 회복해 있을까.
마검 제어를 실패한 충격에서 벗어나 있다면, 분명 강력한 아군이 되어줄 텐데.
"아, 그리고. 고양이 정도는, 내가 또 살려내 줄 수 있다고도 말이야."
"고양이, 말인가요? 알겠어요!"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엠마에게 조심하라는 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엠마도 막사에서 떠나고 나면 라일라는 이제 두 사람만 남은 상태에서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클레온을 돌아본다.
"...자, 그럼 우리도 공방으로 갈까.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아직도 남아있어."
마치, 탐정과도 같은 말을 입에 담으며 한발 앞서 나아가는 라일라.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뒤에서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녀의 보폭에 맞추어 따라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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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 막사를 벗어나 라일라의 공방으로 돌아온 클레온과 라일라.
허름한 오두막의 앞에는 땅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아직 이글거리는 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마, 리빙 아머를 일으킨 흔적이겠지.
"그러고보니, 리빙 아머는 회수해 오지 않아도 됐던 건가?"
"...그런 게 성당 안에서 싸운다고 생각해봐, 오히려 방해잖아? 리빙 아머를 움직이는데 마력을 쓸 바에야, 다른 마법에 마력을 쏟는 게 더 나을 거야."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은 함께 공방의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들렀을 때보다 훨씬 어지럽혀진 공방 안을 둘러보던 클레온에게, 라일라는 휙 하고 액체가 들어있는 약병을 던졌다.
"이건..."
"너를 치료했던 약이야. 남은 거지만, 머리의 상처는 그걸로 나을 거야."
형형색색으로 빛나면서 실시간으로 색이 바뀌는 액체를, 클레온은 조금 싫다는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이내, 몸을 낫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감고 그 액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달면서 맵고, 뜨거우면서 차가운 액체가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들어가면.
'윽.'하고 자신도 모르게 괴로운 목소리를 냈다가.
서서히, 머리의 상처가 치료되어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맛도 겉모양도 최악이지만, 효과 하니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약이었다.
"이 약만 좀 준비해 둬도, 싸움이 훨씬 편해지겠는걸."
"미안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야. 재료가 재료다 보니까."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찬장을 뒤지면서 무언가를 찾는 듯하다가, 이내 붉은색의 표지를 가진 마법서와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여깄네... 라일라 플레임워치의 마도서."
먼지가 잔뜩 쌓여있고, 매우 낡아 보이는 책이었지만.
라일라는 그 책에 묻어있는 것들을 툭툭 털어낸 뒤, 클레온에게 가까이 와 소파에 앉으라고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 책은...?"
클레온이 앉으면서 그녀에게 질문하면, 라일라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손가락으로 책의 표지를 쓸어내리면서 대답했다.
"말했잖아. 라일라 플레임워치의 마도서라고. ...말하자면, 기억을 잃기 전의 내가 쓴 책이란 거지. 여기에는, 내가 연구해 두었던 마법이 전부 기록되어 있어."
클레온은 자신의 세계에서도 라일라가 저런 것을 쓰고 있었던가? 같은 것을 떠올린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표지의 책을 본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연구하던 마법이란 것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던 마법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연구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마법도 있어. 대표적인 것이... 순수한 원소의 힘을 사용하여 발현시키는 마법... '화염'."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절계수와의 결전에서 라일라가 사용했던 마법을 떠올린다.
그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루티오스에게서 순수한 원소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용의 힘이 담긴 비늘을 빌려 왔었고.
그에 더해, 절계수의 몸 전체를 주문서로 만들기 위해서 그 위를 뛰어다니면서 검을 휘두르던 기억.
분명, 눈앞에 있는 리치 라일라 역시, 아까 전의 기억 읽기로 자신의 기억을 읽어냈을 것이다.
"사용하기 위해서 용의 힘이 필요하다는 건 이론상 정립되어 있었지만. 설마, 너와 엮이면 용의 비늘이 손에 들어왔다니. 하지만 기억을 잃기 전의 나는 네 기억 속의 용과는 만나지 못한 것 같네."
"루티 네가 말하는 용은, 한 도시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 바깥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거든. ...아마, 네 여행 속에서 그 도시에 들린 적은 없는 것이겠지."
게다가, 루티와 클레온이 다시 가깝게 지내게 되는 일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클레온이 엘레시아를 떠나는 것이, 분기된 세계의 조건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까.
"그래... 뭐, 좋아. 일단 이 마법은 나중으로 돌리고. 내가 진짜로 시험하고 싶었던 건, 이쪽이야."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마법서를 휘리릭 넘기더니.
이내 한 페이지를 펼치고 그 위에 적힌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마법적인 도형과, 전문 용어들이 나열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쪽'이라고 말해도, 알아보기 힘든데."
"뭐, 그럴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너도 알고 있는 마법이야. 네 기억 속에서 봤으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기면 종이 위의 문자들이 혼자서 춤추면서 재배열되고.
그때가 돼서야 클레온도 읽을 수 있는 단어가 되어 모습을 나타냈다.
그 마도서 위에 적혀있는 마법은 화신(아바타) 마법.
즉, 아카데미에서의 싸움에서 라일라가 처음으로 사용했던, 자신의 몸을 하나의 마법으로 바꾸는 마법사의 궁극적인 마법 중 하나이다.
"아바타인가..."
클레온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라일라는 그 페이지를 살피면서 이야기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몸을 마법으로 변환한다는 이론 자체는 이해하고 있고, 또 지금의 나라도 행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면..."
"마법에서 다시 실체 있는 육체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겠지."
"맞아. ...역시, 너. 그 마법에 대해 잘 알고 있네."
클레온은 그런 라일라의 말에 '대충은'이라고 대답했다.
"마법이 된 마법사를 물질적인 존재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것은... '쐐기'. 라고 적혀 있어. 하지만 그 쐐기가 대체 뭘 의미하는 것인지는 적혀있지 않아. 생전의 나도 모르고 있던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적지 않은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알아냈는데도 적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그녀는 덧붙이면서 중얼 거렸다.
"...하지만, '가설'이라면 있어. 이 마법의 쐐기라는 것은, 즉 마법사의 육체가 재구성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를 이야기 한다고 생각해. 단순한 도구라면 불가능하겠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육체의 형태, 영혼의 성질, 그리고 강렬한 추억. 즉─"
"마법사의 존재 그 자체를, 강하게 인식하고 또, 그 모습 그대로 되돌려 줄 수 있는 존재."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기억속의 라일라 플레임워치는. 아바타 마법을 사용했어. 분명, 네 덕분이라고 생각해."
"나 뿐만이 아니야. 그녀에게는, 나 말고도 친구와 동료가 있었으니까."
쿠온, 사샤, 그리고 베아트릭스까지. 모두가, 그녀의 쐐기일 것이다.
"...나는 이 마법을 연구하고 싶어. 아바타라면 여신이 태우려 하는 살점을 남김없이 태울지도 몰라."
"─그건..."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살점은, 흡혈귀의 살점이고.
흡혈귀의 힘으로밖에 완전히 소멸시킬 방법이 없다.
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였다.
"부탁해, 클레온. 당신이, 내 쐐기가 되어줘."
"...뭐?"
하지만, 이어서 나온 말에 클레온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 감정을 가지는 것이 허락된 것은 나를 비롯한 간부들 정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라는 존재를 전부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해. 어디까지나 '허락'된 것이지 완벽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니까. 우리에게도, 자아와 감정을 가지는 것에 어느정도 제한이 있어."
"그렇게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정적인데..."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젓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짜 인간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다는 거야."
"...그런가."
클레온은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 힘이 필요해. 클레온. 나, 당신이 나를 강하게 인식하는 방법이라면. 이미 생각해 놨으니까."
"무엇을"
다음 순간, 라일라가 몸에 걸치고 있던 로브가, 땅으로 미끄러지듯이 흘러내렸다.
그 안에는, 그다지 귀엽지 않은 속옷을 걸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라일라...씨...?"
갑작스러운 행위에 클레온이 당황해 하면, 라일라는 그대로 클레온에게 가까이 가서, 그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간다.
"어, 어차피... 데스나이트와도 이런 행위를 했고... 다른 세계의 라일라 플레임워치와도 했던 거잖아…? 이제 와서, 한 사람 추가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손은 잊기 어려운 라일라의 체온과 비슷할 정도로 뜨거웠다.
"자, 크, 클레온...! 나를 안고, 그 머릿속에 나라는 존재를 확실히 새기도록 해!"
마치, 달구어진 인두가 되려는 마냥. 자신의 몸을 클레온에게 들이미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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