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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49화 (349/506)

〈 349화 〉 개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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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영역, 세계수의 땅.

몇시간 전, 에딘을 쓰러트리고 넘어온 다른 영역의 전사들­ 즉, 아멜리아를 포함한 클레온의 동료들은 다시 한 번 세계수의 앞에 모여 있었다.

물론 그곳에 모인 것은 그들뿐 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길을 열어줘야만 하는 영역의 지배자, 위그드라실도 함께이다.

짧지만 확실한 휴식, 그리고 위그드라실이 펼친 회복 결계의 영향으로 일행의 몸은 대부분 회복되어 있었다.

물론, 치료가 가능했던 것은 회복할 수 있는 부류의 상처, 그리고 흉터뿐.

카시우스의 몸에 흉측하게 남아있는 이차원의 마력에 의한 침식이 만들어낸 뒤틀림, 그리고 오염은 그의 몸에 그대로 남은 상태였다.

"카시우스 전하, 몸은 괜찮으신가요?"

"걱정하지 마. 이렇게 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는걸. 이제는 익숙해 졌고... 나을 수 있는 상처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카시우스가 걱정되는 아멜리아에게, 카시우스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뒤틀린 반신이었지만, 눈동자의 빛은 아직 잃지 않은 상태로.

저 멀리를 내다보는 현명한 눈을 간직한 채였다.

"그렇지 않아요.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분명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희망적인 관측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아멜리아의 좋은 점이겠지.

카시우스 역시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멜리아를 제외한 이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모두들, 그의 몸은 더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또 한 사람, 그레이를 제외한다면.

"헤르메스. 카시우스 전하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검까?"

블랙아웃 슈트를 해제해서, 원래의 탐정복장으로 돌아온 그레이.

그 힘을 각성하기 전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늘 긴 머리카락을 가리던 빵모자를 뒤집어쓴 상태에서도 머리를 드러낸 상태가 되어 허리까지 내려오는 회색의 머리카락을 감추지 않았고.

완전히 자리 잡은 정체성 때문에, 소년보다도 소녀에 가까운 육체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겠지.

이제는 '그녀'라고 불리더라도 위화감 없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펜던트를 육체로 삼은 헤르메스는 그녀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한다.

[이차원의 마력에서의 회복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로 된다. 고대의 세포 재생 기술을 이용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지만. 현대의 치유마법, 혹은 의술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 고대의 기술은 헤르메스의 전매특허 아님까. 그러면, 돌아가서 같이 치료할 방법을 찾아보는 검다."

그런 천진난만한 그레이의 말에, 아멜리아도 고개를 끄덕이면, 카시우스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볼을 긁었다.

그리고, 그런 그레이의 목에 걸린 채 알게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 헤르메스.

[...노력은 해보도록 하지.]

그렇게, 카시우스의 몸에 관한 이야기는 마무리되면 그들의 시선은 위그드라실의 아바타­ 사람의 형상을 한 세계수의 화신으로 향했다.

그녀는 처음 봤을 때와 변하지 않는 자비로운 미소를 보인 채, 일행을 배웅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위그드라실 님. 클레온을 탈환해 오겠습니다."

프레이야의 말에 위그드라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시선은 프레이야의 옆에 서 있던 페루루카에게 향한다.

페루루카는 자신을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조금 놀란 시선을 지으며, 앞에 서 있던 시프의 뒤로 숨어들어 가지만, 위그드라실은 그런 그녀를 향해서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야기한다.

"프레이야... 그리고, 여러분들의 시련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절계 추방 영역 전체의 운명이 걸린 시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죽음의 여신의 영역... 망념과, 사자(死者)의 땅에 대체 무엇이 잠들어 있기에 그런 거야?"

시프가 그렇게 질문하면,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영역의 지배자들이자 창조자들이 사라진 지금, 이 추방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다름 아닌 눈앞의 세계수 위그드라실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와 비등하거나, 조금 아래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서리 여왕과 죽음의 여신.

천둥군주 역시 그들에 버금가는 강한 힘을 가진 지배자였지만, 여기 모여있는 이들에 의해 쓰러져, 사라졌다.

으뜸가는 힘을 가진 위그드라실이 말하는 시련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어째서, 그 정체를 말하지 않는 것일까.

그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부터 향하는 곳에 있었다.

"차원문을 열어, 그 너머로 들어가게 되면. 여러분은 모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여신의 수족인 언데드들이, 여러분을 거부하겠죠."

"그 녀석들은 그냥 살아 움직이는 송장들이야. 나 참, 겨우 그 지겨운 세계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무스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불평을 내뱉었다.

한동안은 아멜리아에게 붙잡힌 채로,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로 있었지만, 위그드라실의 이야기를 듣고는 또 커다란 싸움에 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얌전해져 있었다.

덕분에, 아멜리아의 구속에서도 벗어난 채로 있는 것이었다.

"...제가, 도움이 될까요?"

페루루카의 말에, 카시우스는 대답한다.

"모든것은 필연... 우연이라는 것은 없고. 운명은 서로에게 간섭하며,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있어야만, 이 운명이 해결된다는 뜻이지."

"거기에, 클레온도 페루루카가 와주길 바라고 있을 거에요."

아멜리아의 상냥한 말에, 페루루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쥐었다.

"...기다려요, 클레온. 반드시, 저희가...!"

아멜리아의 각오가 다시 한번 다져지는 순간, 위그드라실은 차원문을 연다.

그 너머는, 그녀의 땅과는 정 반대의 죽음밖에 존재하지 않는 불변의 무덤이었다.

001

"...정말로, 선배는 여신님을 지키려고 싸우는 거겠죠?"

"그렇다니까요. 모두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쓰러트릴 수 없는 강력한 적이 있어서, 꼭 데스나이트 씨의 힘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윽... 그,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천천한 걸음걸이로, 동쪽 묘지에서 서쪽 묘지로 걸어오는 중인 두 사람.

여신이 만든 언데드 중에서도, 자아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권속인 메이드 장 밴시와 데스나이트는 클레온과 리치가 기다리고 있을 리치의 공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클레온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느 정도 멘탈을 회복한 데스나이트 베아트릭스는 문소리가 들렸을 때 선배가 되돌아온 것인가 하고 반가운 얼굴을 들어 올렸지만.

그것이 선배가 아닌 엠마라는 것을 깨닫고는 금방 실망한 표정이 되어버린 것은, 어찌 보면 그녀에 대한 실례가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어찌 되었든, 엠마의 설명에 고개를 세로로 끄덕인 데스 나이트는, 이 영역의 수호자로서, 여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선배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싫어하는 라일라라도 손을 잡을 각오는 되어 있었다.

거기에, 라일라가 약속한 고양이도 중요했다.

"그럼, 선배는 지금 리치와 함께 있는 건가?"

"맞아요. 결전에 대비해서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클레온이랑..."

베아트릭스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한다.

클레온은 마검사이고, 마력에 대한 것은 잘 알고 있을지 몰라도 마법에 대해서는, 분명히 리치인 라일라보다는 아는 것이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클레온에게 원하는 것이 단순한 마법에 대한 지식이 아니란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녀에게 클레온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베아트릭스는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불안함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메이드장 에마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조, 조금 서두르죠. 어쩌면... 우려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우려하는 일?"

"리치... 그 여자는 영악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빨리 걷기­ 아니, 거의 뛰기 시작하는 베아트릭스.

엠마는 그런 데스나이트의 행동에 당황해 하면서도, 어떻게든 페이스를 맞춰 그녀의 뒤를 쫓아간다.

언데드라서 숨이 차는 일은 없으니까, 뛰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몇 분에 걸려서 도착한 공방의 앞.

베아트릭스는 우선 마력시를 켜서, 겉에서 안쪽을 살핀다.

뒤에서 허겁지겁 쫓아온 엘마는, 갑자기 걸음을 멈춰선 베아트릭스에게 의문을 가지지만.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고, 눈에 불을 켠 채로 공방을 살피면­

안쪽에서 끔찍할 정도로 대량의 마력이 뒤엉킨 채로 녹아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베아트릭스는 확신했다.

"... ...!"

화르륵! 하고, 보랏빛의 불꽃이 그녀의 몸에서 솟아오른다.

"햐앗!?"

갑작스럽게 적의를 품은 베아트릭스를 바라보며, 엠마가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를 높이면 베아트릭스는 차갑게 웃는 얼굴로 엠마를 돌아보았다.

"제가 문을 열 테니, 잠시 뒤로 물러나 계세요."

"저기, 왜 한쪽 손으로 검을 뽑는 거에요!? 싸우러 온 거 아니니까요!"

"괜찮아요... 그저, 배신자를... 벨 뿐..."

"전혀 괜찮지 않은걸요!?"

폭주하려는 듯한 베아트릭스를 말리면서, 엠마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는 뒷걸음질치면서 나아갔다.

그 결과, 그녀의 등이 점점 라일라의 오두막의 문과 가까워지고.

이내, 쿵! 하고, 그 등이 문에 닿은 순간.

[앗♡ 클레온♡ 굉장해♡ 그거♡]

하고,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허름한 오두막의 문과 벽으로는 방음이 잘 안 되는 것이겠지.

소리에 신경 쓰는 사람 따위, 아니, 언데드 따위 몇 없겠지만.

엠마 역시, 전신의 체온이 싸악 하고 가라앉으면서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뭐, 영체인 밴시에게 체온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 어디까지나 비유였겠지만.

방금 전의 당황과, 당혹감이 전부 가볍게 날아갈 정도였다.

그리고, 베아트릭스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인다.

"미안해요 베아.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베아...? 저는 데스나이트­"

다음 순간, 엠마가 몸을 빙글 돌리더니, 돌려차기를 라일라의 방문에 꽂아버렸다.

콰앙!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정대에서 떨어져 나간 낡은 오두막 문짝이 땅바닥을 구르면.

안쪽에 가득 차 있던 열기와 마력이, 화악! 하고 쏟아져 나오면서 엠마와 베아트릭스를 덮쳤다.

마치, 사우나의 문을 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 뭐야!? 문이 폭발했어!"

문에는 등을 보인 채, 라일라가 벌거벗은 채로 클레온의 몸에 달라붙은 채로 목소리를 울리면.

앉은 채로 문쪽을 바라보고 있던 클레온과 엠마의 눈이 마주쳤다.

"... ..."

"... ...후후♡"

엠마의 상냥한 미소와 웃음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상냥함은 위장에 불과했다.

목표물을 사냥하기 전에, 보이는 방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일종의 카모플라쥬다.

"왜그─앗, 아앗..."

뒤를 돌아보고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라일라.

엠마의 뒤에는, 전신을 보라색 불꽃으로 감싼 채 한 손에 검을 들고.

그늘 진 얼굴에 붉은 안광을 띄우면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데스나이트의 모습이 보였다.

"두, 두 사람 모두 진정해! 이거에는 사정이 있으니까!"

라일라가 재빨리 클레온에게서 일어서면서 손을 휘저으면서 변명을 하려고 하자, 엠마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로 대답한다.

"네에... 사정은... 있었겠죠. 그렇게나 안에서 하얀 액체를 줄줄 흘려대고 있으니..."

"아니, 그 사정이 아니라!"

그런 라일라의 뒤에서, 베아트릭스와 눈을 마주친 클레온.

"선배..."

"... ..."

음산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베아트릭스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긴장한 듯이 침을 꿀꺽 삼켰다.

손에 들고 있는 검에까지 분노의 마력이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손에 들고 있는 갈라테아에...

"...응?"

클레온은 거기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용서 못 해요... 저를 안은 뒤에, 다음에는 리치인가요... 선배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좋은 건가요..."

"잠깐... 베아트릭스, 아니, 데스나이트! 검!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봐!"

클레온이 당황해 하면서 손가락을 들어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마검을 가리키지만, 데스나이트의 눈도, 귀도 이미 분노와 배신감에 의해 막혀 있는 듯했다.

"선배... 그런 걸로 저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요... 얌전히... 벌을 받아주셔야겠습니다... 각오를...!"

"메이드! 뭐라고 해서 이 바보를 막아 줘!"

풀이라도 잡아보려고 엠마에게 매달리는 라일라지만, 엠마는 그저 얼굴에 손을 올리고 웃을 뿐이다.

"후후후♡"

우당탕 쿵탕 하는 소리를 내며, 라일라의 공방 안은, 휘둘러진 검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데스나이트가 정신을 차린 것은, 클레온이 양손으로 마검의 날을 정확하게 받아내서 그대로 마나 쇼크로 함께 감전되고 나서였다.

002

소파에 앉은 엠마와 베아트릭스 앞에, 대충 옷을 차려입고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있는 클레온과 라일라.

라일라의 사정 설명을 들은 엠마는 한숨을 내쉬며 대충 알겠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베아트릭스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검에 마력을 흘려 넣는 것이 가능했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 감격해 하고 있었다.

"...어쨌든,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은 만족했으니까. 목적은 달성이야."

라일라의 그런 말에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인다.

"대체 어떤 마법이길래 클레온이랑 그... 그걸 해야 가능한 건가요."

"굉장한 마법이지. 사람의 인연의 소중함이란 게 강조된..."

엠마의 질문에 라일라가 답하면­

"리치와는 좀 안어울리는 마법일지도 모르겠네요..."

베아트릭스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숨 쉬듯이 디스했다.

"시끄러워... 그러는 너야말로, 어느샌가 그 집행자의 검을 다룰 수 있게 됐잖아."

그런 베아트릭스를 바라보면서 라일라가 중얼거리자, 베아트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네 '엑'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면서 라일라를 바라본다.

"...알고 있었나요? 제가 이 검을 못 쓰는 거..."

"그야, 쓰는 장면을 한번도 못 봤으니까? 네 성격에 여신에게서 받은 물건을 처박아두고 있을 것 같진 않고. 뭔가 사정이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지."

베아트릭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또 멘탈이 무너진 듯 했다.

"괜찮아 베아트릭스. 그 검은 이제, 완전히 네 힘이 되어준 것 같으니까."

"...정말인가요? 선배?"

생각해보면, 자신이 갈라테아를 각성시켰을 때도 느꼈던 감정은, 배신감이라던가 하는 격렬한 감정이다.

어느정도 그렇게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면, 마검을 깨우는데에는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러니까, 소중하게 다뤄 줘. 좀 예민하거든, 그 검은."

그런 클레온의 말에, 대답하듯이, 갈라테아의 검신이 한 번 반짝인 듯 했다.

베아트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검을 겁집으로 되돌렸다.

그렇게, 어떻게든 안정을 찾은 라일라의 공방 안.

엠마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우선, 떨어져 버린 내 동료들과 합류를 해야겠죠. ...와준다면의 이야기지만."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팔짱을 낀 채로 대답했다.

"네 동료들 말이지... 거기서도 몇 명이랑 한 거야?"

"선배...!?"

베아트릭스를 자극하는 듯한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끄응 하고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감싼다.

"농담이야. 1명이든 10명이든, 바뀌는 건 없으니까. 뭐, 네 동료가 강했으면 좋겠네. 약하면 방해만 될 테니까 말이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그들이 없으면 지금부터 싸워야 할 상대를 이기지 못할 테니까."

페루루카가 없으면, 일레누의 안에 있는 알레시오스를 끄집어낼 수 없다.

듀라한­ 윌헬미나는 그녀들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러고 보니 듀라한은 어디로 간 거죠?"

"...글쎄?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어디로 간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저, 성당으로 갔을 뿐."

클레온의 대답에 데스나이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성당에는 늘 여신님이 계실 텐데, 혼자서 그곳에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괜찮아, 그 녀석은 그렇게까지 약하지 않으니까."

베아트릭스의 걱정에, 라일라는 일축하듯이 대답했다.

클레온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성당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듀라한의 준비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경 쓰였지만, 우선은 동료들이 이곳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려야만 했다.

003

듀라한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옥좌에 앉은 채 잠이 든 죽음의 여신­

그리고, 꿈틀거리고 있는 그녀의 그림자와.

옥좌의 뒤쪽에 보이는 거꾸로 된 십자가에서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 고깃덩어리들이다.

"역시... 그에 대한 기억을 찾으면 찾을수록 재생이 빨라지나..."

듀라한은 혀를 차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 예장검을 살점에 박아넣으며 자신의 신성마력을 불어넣었다.

"...시간을 끌지 않으면... 마검사 군의­ 클레온의 동료들이 올 때까지."

그리고,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혼자서 먼저,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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