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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55화 (355/506)

〈 355화 〉 징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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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의 번개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흰색­ 아니, 마력을 머금고 스스로 빛나는 은색의 장발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주인의 분노에 반응하듯이 치솟은 그것은, 날카로운 창날과도 같이 자신을 붙잡고 있던 주먹을 깨부수며, 구속되어있던 몸을 자유롭게 한다.

"네 녀석...!! 용서 못 해!!"

피를 흡혈하지 않았음에도, 분노로 자신의 안에 있는 흡혈귀의 힘을 끌어내는 페루루카.

솟구치는 마력은, 그녀의 눈동자와 같은, 루비의 진홍으로 빛나는 번개가 되어 저주를 구성한다.

본래라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에 간섭해서 그것을 이끌어내는 간접적인 저주.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서 발현된 마법은 그 모든 죄를 벌하는 듯한 신의 분노.

예로부터, 천벌이 내린다고 하였을 때 가장 많은 예술가에 의해 표현된 현상.

벼락, 번개로 칭해지는 그것은, 수십 개의 다발로 이루어진 스파크가 하늘로 한 번 치솟았다가, 거대한 기둥, 신의 철퇴가 되어 알레시오스에게 내려꽂힌다.

갑작스럽게 출력이 상승한 페루루카의 공격은, 알레시오스에게도 예상 밖이었는지, 동시에 잡혀있던 그림자도 함께 놓쳐 버리면서 크게 휘청거리는 것이었다.

"큭... 헛된 저항을... 그래 봤자, 너희가 의지하고 있던 저 녀석은 이미 죽었다...! 봐라, 저 출혈을...! 저 상처를...!"

알레시오스는 고통에 견디면서도 그렇게 말하면서 날카로운 꼬리로 쓰러진 클레온의 육체를 가리켰다.

등에서부터 배를 관통하여 뻥 뚫린 구멍.

가늘다지만, 페루루카의 팔 정도는 손쉽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터널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안에 보이는 끔찍하게 갈려나간 내장들을 바라보면, 페루루카는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말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눈앞이 깜깜해진다.

그것을 틈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알레시오스는 클레온을 꿰뚫은 것으로 그 위력을 증명했던 꼬리를 끌어와, 이번에는 페루루카의 몸을 노렸다.

아까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죽음과 피에 물든 창날.

"강한 척을 해봤자, 반쪽짜리인 네 녀석에게는 나를 막을 가능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다!"

알레시오스의 자만에 가까운 외침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콰르릉...!

공기를 울리는, 진동 소리.

대기를 찢고 흩날린 것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붉은 번개이다.

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졌던 자연현상에 가까웠던 그것과는 다르게, 명백하게 페루루카의 의지에 의해 형태를 갖추고 직선으로 날아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꼬리를 꿰뚫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흡혈귀가 특기로 하는, 마력을 녹이는 성질이 그대로 반영된 페루루카의 적뢰는 닿은 부분부터 알레시오스의 피부를 뚫고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닿은 부분에서부터 마치 독과 같이 퍼져 나가며 붕괴하는 알레시오스의 신체.

"네 녀석만큼은... 절대로... 절대로절대로절대로 절대로...! 용서 못해!!!"

비명과도 같은 분노를 담아, 번개의 출력을 상승시키는 페루루카.

알레시오스는 그것을 보고 당혹을 감추지 못하지만, 재빨리 자신의 꼬리를 잘라내어 붕괴가 몸을 타고 전해져 오기 전에 처리한다.

"계집...!"

물론, 전체에 붕괴가 퍼졌다고 하더라도, 일레누의 마력이 있다면 몸을 재구성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마력을 소모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더이상 얕볼 수 없는 적이 된 페루루카를 노려보며, 그녀와는 거리를 벌려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클레온!"

자력으로 피의 분신들의 포위를 뚫고 도달한 아멜리아.

알레시오스는 또 다른 적의 등장에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지만, 아멜리아의 시선은 알레시오스가 아닌 쓰러진 클레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보게 되는 것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 땅에 쓰러진 클레온의 모습이었다.

사고가 정지하고, 동공이 확장된다.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아멜리아는 알레시오스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채 클레온을 향해서 뛰어갔다.

자신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알레시오스는 눈을 찌푸리지만, 구속에서 풀려난 뒤 힘을 비축했던, 일레누의 그림자­ 다른 세계의 클레온의 사념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짜증이 나는 듯이 몸의 주변을 반투명한 피의 막으로 가로막아 버렸다.

"지겹군...! 언제까지 이렇게 무의미한 싸움을 되풀이할 거냐!"

"누가 할 소리를...!"

적반하장의 태도로 외쳐대는 알레시오스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이 윌헬미나가 소리 지르면, 알레시오스의 시선은 다시 한 번 그쪽을 향했다.

"아아, 그렇지. 네 녀석이 억제하고 있는 나의 진짜 육신... 그것을 손에 넣으면 이 싸움을 모두 끝낼 수 있는데 말이야."

"칫..."

이번에는 자신을 표적으로 삼을 셈인가, 하고 윌헬미나는 어떻게든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는 신성마력의 장벽을 강화하여 시간을 벌려고 한다.

물론, 그런 알레시오스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그림자와 페루루카가 아니었고, 알레시오스를 저지하기 위해서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간과 알레시오스의 주의를 벌고 있는 사이 클레온에게 다가간 아멜리아.

들고있던 무기인 얼음의 망치마저 땅에 떨어트려, 변신이 해제되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클레온의 몸에 손을 가져간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 상처의 심각함이 더욱더 강하게 전달되어왔다.

깔끔하게 관통되어 내장이 흘러나오는 클레온의 복부를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을 찢어 덮으려다가.

그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본능 적으로 깨달은 아멜리아의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심장의 박동 소리는, 더욱 빨라졌다.

그 소리가, 그녀 자신의 귀에 들릴 정도였다.

'클레온이, 죽었다...'

그 문장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주변의 시끄러운 전투의 소리는 모두 묻혀버렸다.

이렇게나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성령과의 연결이 끊겨, 제대로 된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신성 마력을 어떻게든 쥐어짜 내서 그의 상처를 틀어막으려고 해본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죽어간다. 생명의 불이 꺼져간다.

루베라에게, 원래 세계의 모두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지?

더이상, 그의 미소와 마주할 수 없게 된다.

그의 등을 볼 수 없게 된다.

그의 손길에 닿을 수 없게 된다.

소중한 동료가, 친구가, 그리고­

쿵쾅대던 심장이, 순간적으로 그 박동을 가라앉혔다.

사고가 어디까지고 폭주해 나가던 순간, 닿은 하나의 진실에.

다른 어떤 이에게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숨겨오면서 감춰두던 감정에 닿으면서.

동경, 우정, 호기심, 신뢰에 감춰져 있던.

연모.

클레온과 만난 뒤, 그의 마음을 바라는 이들이 많았기에 일찌감치 그런 감정에서는 고개를 돌려 두고 있던 아멜리아.

게다가, 유폐 왕녀라는 자신의 신분이 그와의 관계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싫어...!"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잡으며, 작은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는, 평소의 다정하거나 유한 그녀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절망에 물들어 떨리면서, 욕망에 솔직해진 목소리.

벌어진 일을 되물리고 싶어하는, 미련에 젖은 목소리였다.

파직, 하고 그녀의 가슴께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듯한 그 현상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마력 결정'이 그녀의 어두운 감정에 반응하며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신성 마력은 반전되어 어둡고, 끈적한 흑마력으로 변해간다.

발의 끝, 손가락의 끝에서부터 검은색의 마력이 신체의 표면을 덮듯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백금발의 머리카락도, 서서히 보라색으로 물들어간다.

"──!"

포위의 벽 너머에서 싸우고 있던 다른 일행 중, 그레이와 시프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섬뜩할 정도로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찬 마력이 나타난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시프는 손에 들고 있던 궁니르를 꽉 쥐었고, 헤르메스는 빠르게 그레이에게 다음 행동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그레이. 아멜리아 왕녀에게 서둘러라.]

"읏...! 알겠슴다...!"

그 마력의 주인에 대한 짐작이 되어 있던 그레이는, 블랙 아웃 슈트로 전신을 감싸고 포위의 벽을 뚫고 아멜리아가 있는­

마력의 근원지를 향해서 뛰어갔다.

시간을 빨리 감은 듯한 가속으로 빈틈을 찾아 포위의 벽을 뚫고 나간 그레이는, 곧바로 그 두 눈으로 아멜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뭠까... 저거...!"

마치, 검은 꽃이 피어오르는 듯이 땅에서 솟아오른 검은 마력의 얇은 벽들이 몇 겹이나 되어서 아멜리아의 몸을 감싸려고 하고 있었다.

섬뜩한 무언가를 느낀 그레이는 지체하지 않고 아멜리아에게 달려갔다.

아멜리아가, 저 꽃잎들에 전부 둘러싸여 져 버리면, 어딘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구성 도중의 그것은 그레이가 손을 뻗어 잡아 뜯는 것만으로도 쉽게 뜯겨 나가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이미 어느 정도 변화가 진행된 아멜리아의 모습을 보고, 그레이는 숨을 삼키지만.

[그레이!]

"알,고 있슴다! 아멜리아 멈추는 검다! 그런 마력을 뿜어대면...! 마치 악마인검다!"

"...그레, 이..."

아멜리아는 푸른 색이었던­ 지금은 금색으로 물들어가는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그레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품에 안고 있는 것은 클레온의 육체.

그레이 역시 그의 상처를 보고 큰 충격을 받고, 머리카락이 거꾸로 치솟는 듯한 착각에 빠지지만­

[진정해라, 그레이. 너까지 통제 불능이 되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어. 그는 아직 살아있다. 거기에, 회복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해 두지.]

"──읏...!"

헤르메스의 냉정한 분석 결과에, 그레이 역시 잃어버릴 뻔했던 이성을 되찾으며 클레온에게 다가가, 그의 심장 부분에 얼굴을 가져가 귀를 대본다.

그러면, 느리긴 하지만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정말이야. 살아있어..."

"... ...엣...?"

그레이의 말에, 아멜리아 역시 놀란 얼굴을 하면서 그레이의 얼굴과 클레온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레이는 조금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다행이라는 듯한 얼굴.

클레온은, 복부를 관통당한 끔찍한 몰골임에도 전혀 괴롭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아멜리아. 클레온은 아직 살아있음다. 게다가, 헤르메스가 회복도 가능하다고 했슴다."

"그, 게... 정말인가요...?"

아멜리아의 질문에, 그레이는 양 손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헤르메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슴다...!"

"하, 하지만... 이렇게나 커다랗게 상처가 나 있는데... 제 회복 마법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회복 마법은 불필요하다. 두가지 요인으로, 그가 자가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겠다.]

그 때, 아멜리아에게 설명하겠다며 목소리를 내는 헤르메스.

[먼저, 그의 몸에는 이미 한가지 마법이 걸려있다. 몸과 영혼이 분리되더라도, 그 육체가 사망하지 않도록 강제로 생명을 유지하는 강령술의 일종이다. 다만, 육체와 영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게 막아주는 것뿐이며, 손상된 부분이 부패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 그렇다면 클레온의 영혼이 이미 이 육체 안에 없다는 것인가요!?"

"그게 죽은 거랑 뭐가 다른검까!?"

아멜리아와 그레이가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이면, 헤르메스는 곧바로 부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의 영혼은 가까이에 있다. 상황을 보아, 접촉으로 연결되어있는 그녀­ 죽음의 여신의 몸에 들어간 것 같군. 저쪽에서 날뛰고 있는 또 하나의 여신을 어떻게든 할 생각이겠지.]

"하지만 상처는 그대로 남는다고 했죠...?"

[그렇다. 하지만 클레온은 이미, 회복약을 복용한 상태인 것 같군. 조금씩이지만 상처가 자연 치유되고 있다. 그 속도가 치유 마법에 비하면 너무 느려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만... 이 출혈량에서도 빠르게 체내의 혈액을 회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회복약...?"

그레이가 고개를 갸웃하면, 아멜리아도 긴장된 표정으로 클레온의 몸을 바라보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클레온 역시 자신의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모르고 있었다.

헤르메스가 분석한 '회복약'이라는 것은, 이곳에 와서 라일라가 만들어준 특제의 치료약을 말하는 것이었다.

재료가 재료이며, 라일라의 마법약 제조 실력에 더해져.

그 귀한 것을 혼자서 전부 복용해 버렸으니, 몸의 상처를 전부 치유하고도 약효가 남아 클레온의 몸의 상태를 천천히 회복시키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 그것이 원인이 되어 클레온의 육체는 죽음에 이를 상처를 입더라도.

윌헬미나의 마법과, 라일라의 치유약 덕분에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가능해진 상태가 된 것이었다.

클레온이 회복할 수 있다는 말에, 아멜리아는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샌가, 변화하던 육체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레이는 그런 아멜리아를 바라본다.

'방금 전의 변화는... 분명히 이상했슴다.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슴다만...'

[그래... 하지만, 왕녀의 힘은 마력 결정체를 매개체로 발동하는 것이다. 그 정도의 흑마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매개체를, 그녀가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서로의 정신으로 목소리를 주고받는 그레이.

아멜리아는, 그런 그레이의 앞에서 일어서며, 떨어트렸던 망치를 붙잡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망치의 힘을 끌어 올리며, 클레온이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려는 듯 자세를 잡았다.

"...어쨌든! 클레온을 믿고 여길 지키는 검다!"

"...네!"

순간, 대악마에 범접할 정도로 섬뜩한 마력을 퍼뜨렸던 아멜리아.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 채로, 그레이와 아멜리아는 투지를 다시 불태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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