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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58화 (358/506)

〈 358화 〉 파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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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충돌이 일으킨 섬광이 사그라지기 시작하면, 클레온은 자신의 발밑에 고여있던 핏물이 모두 증발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에 까지 그 여파가 미친 것일까, 검게 타올라 버린 바닥은 마치 가뭄이 일어난 대지와도 같이 쩌억하고 갈라진 흔적이 보였으며.

감각이 거의 무뎌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 마력의 벽을 펼치고 있던 손바닥 역시 새까맣게 타버려서,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기라도 한다면, 그 부분의 껍질이 전부 부스러기처럼 흩어져서 떨어져 버릴 것이다.

‘... 영체라서 다행이군.’

이것이 현실의 육체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행을 느끼면서, 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옆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흡혈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마력의 벽을 펼쳤던 일레누가 서 있었다.

손바닥이 새까맣게 그을린 것마저, 클레온과 같았지만.

그녀는 클레온과 다르게, 다른 육신은 가지지 않은, 말하자면 영체가 본체와 다름없는 존재이다.

급소를 당하거나 한 것은 아니더라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 리 없었다.

“일레누! 손…!”

클레온이 그녀를 걱정하여 그녀의 손을 지적하면, 그녀는 그런 클레온에게서 물러서면서, 손의 그을림 따위는 그 자리에서 재생한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조금 전 자신들을 공격한 흡혈귀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 곳이다.

“─하­ 하하…”

그 때, 날카롭고 높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일레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의 끝에서였다.

클레온이 당황하여 그쪽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아까까지 자신들과 대치하고 있던 트윈테일의 흡혈귀가­

그 얼굴을 뒤덮고 있던, 소용돌이치는 그림자와 같은 표면이.

쩌적, 쩌억. 하고, 새겨졌던 금의 크기를 키워나가다가─

이내, 커다란 소리를 내며, 그녀의 얼굴은 마치 도자기의 파편처럼 그 표면이 깨져나가며,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원래의 얼굴이 드러난다.

“하하하! 그래! 이거다! 망각과 어둠 속에서도 절대로 꺼지지 않는, 살육의 광연에 대한 쾌락!”

초승달 처럼 찢어진 입꼬리가 귀에 걸릴 것만 같이 길게 늘어진다.

그리고, 경박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높은 웃음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지면서 귀를 때리면.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클레온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자아를 각성한 원인을 찾는다면, 역시 싸움 속에서, 그녀의 영혼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일까.

태도나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그녀는 클레온 이상의 전투광임에 틀림없었다.

성가신 녀석의 자아를 깨워버렸다고 클레온은 생각하면서 우선은 경계를 풀지 않으며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트윈테일의 흡혈귀는 하아… 하고 크게 숨을 내쉬면서 웃음을 갈무리하고.

날카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적개심을 섞은 듯한 눈빛으로 클레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봐라. 거기 흑마의 일족.”

“...뭐지?”

갑자기 지명 당한 것에,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네 녀석, 꽤 하는구나. 내가 살던 시대에 살고 있었더라면, 나의 권속으로 해주었을 것이야.”

“미안하지만 나는 누구의 부하도 될 생각이 없어서 말이야.”

클레온의 그런 대답에, 그녀는 검지로 입을 가리면서 쿡쿡대며 웃어 보였다.

“그래, 그래 보이는군. 반골의 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누군가의 밑에 들어갈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 …”

그렇게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럴 거면 대체 그런 말은 왜 꺼낸 것이냐는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 클레온.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분명히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이런, 귀족인 몸으로 이름을 대는 것을 잊고 있었군.”

“아니, 필요 없다. 어차피 너와 만나는 건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

철벽같은 클레온의 말에, 그녀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호오?’하고 반응했다.

“내가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는 건 이 녀석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엄지로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일레누를 가리키자, 그녀의 발이 휘익 하고 움직여서 클레온의 정강이를 찬다.

“크윽!?”

갑작스러운 공격에 반응하지 못한 클레온이었지만, 흡혈귀는 그런 클레온과 일레누를 보더니 재미있다는 듯이 히죽거리면서 이야기한다.

“그 타락한 용사의 딸인가. 그 계집도 재밌는 존재이지.그 개자식을 위해 준비된 그릇치고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만…”

“닥쳐. 그 망할 자식보다 일레누가 훨씬 나아.”

클레온이 단호히 그렇게 말하자, 흡혈귀는 참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상처 입은 존재들끼리 서로의 상처를 핥아내는 것이로구나. 그것 또한 필멸자들의 특권이지.”

“... …”

명백한 조롱에 가까운 말에, 클레온이 다시 한 번 자신의 검을 만들어내려고 하면.

다음 순간, 클레온보다도 먼저 움직인 것은 상처의 재생은 아까 끝낸 일레누였다.

미끄러지듯이 가속하여 뛰쳐나간 그녀의 세검은, 검신에 붉은 마력을 휘감은 채로 흡혈귀의 미간을 노리는 듯이 뻗어 나간, 날카로운 일격.

하지만, 공격받은 흡혈귀는 오히려 차갑게 웃으면서 전이를 행한다.

“일레누! 뒤!”

클레온이 그렇게 외치지 않았으면, 일레누는 그대로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번뜩이는 궤적이 살기를 담고 그어지기 직전, 일레누는 몸을 앞으로 굴려서 그것을 피해냈다.

“하하, 아까까지 싸우고 있지 않았나? 너희들.”

공격을 헛맞춘 흡혈귀가 마른 웃음과 함께 불평한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야. …적어도 나는.”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도 대답해주면서 자신도 다시 싸움에 돌입하려는 클레온.

손바닥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지만, 어차피 상처가 이보다 심해지진 않을 것이다.

머릿속의 이미지를 마력으로 붙잡아 구현화 한다.

현실에서도 갈라테아 말고 다른 검도 이렇게 바로바로 꺼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같은 쓸데없는 잡념을 털어내면서.

뒤쪽으로 몸을 돌리며, 두 자루의 검을 들어 보이지 않는 공격을 틀어막는다.

"헤에, 역시 감이 좋네."

바로 직전까지 일레누의 레이피어와 대치하고 있던 그녀가, 바로 클레온의 등 뒤에서 낫을 휘두르고 있었다.

"당신이야말로... 그렇게나 마력을 쏟아부었는데도 쌩쌩한 걸 보자니 마음에 들지 않는걸..."

"후후."

클레온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로 클레온의 어깨를 발로 차면서 뒤로 뛰어오르는 흡혈귀.

역시, 전이 계열의 능력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심지어 아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다가, 이쪽에 선공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능력의 숙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성가시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접 몸 안에서 칼날이 튀어나온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겠지.

"하하. 머릿속에서 어떻게 하면 나를 쓰러트릴 수 있는지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게 보이는 얼굴이야."

"그렇게까지 사람의 기분을 잘 안다면, 사라져 주는 게 어때...?"

클레온의 질문에 그녀는 낫을 어깨에 걸치면서 대답한다.

"그건 어렵지. 이렇게나 즐거운 싸움은, 그 동족 사냥꾼과의 싸움 이래라서 말이야. 좀 더 즐기게 해줘."

"이쪽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네 즐거움에는 관심이 없어."

클레온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해결책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한 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영역을 펼쳐서 방어에 집중한다면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이라면 수십 분을 이어나가더라도 문제가 없었다.

물론, 일레누와 그녀와는 다르게 클레온의 마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방어로 맞이하는 결말은 패배뿐이다.

"아~아~. 고민하는 얼굴. 내 앞에서는 현명한 적들은 모두 그런 얼굴을 했지. 그럼, 조금 시간을 줘볼까?"

완전히 클레온을 가지고 놀고 있는 그녀.

일레누가 그 사이에 그녀에게 공격을 재개하지만 클레온은 제한된 체력과 마력을 현명하게 써야만 했다.

그렇다고 공세로 전환하기에는, 역시 전이 마법이 성가신 것도 있었지만­

가면이 깨지고 나서, 자아와 함께 이성도 생전의 것이 된 것일까.

얼핏 보면 싸움 자체를 즐기려는 듯 대량의 빈틈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자세이지만.

그녀 역시 클레온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변에 얇은 마력의 막을 펼쳐두었다.

클레온의 마력이 '경보장치'라고 한다면, 그녀의 마력은 '함정'이다.

흡혈귀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 큰 낫이라는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싸움에서는 불리한 무기.

게다가 틈밖에 보이지 않는 자세와, 방심한 것처럼 보이는 태도.

마치, 아름다운 꽃에서 피어오르는 달콤한 향기.

비싸보이는 액세서리를 잔뜩 두른 여성이 인기척 드문 뒷골목에 들어서 있는 것만 같았다.

허나, 그녀의 주변에 퍼져있는 마력은 그녀가 뿜어대는 그 모든 유혹을 농축해낸 듯한 강렬한 것이다.

영역에 들어간 순간, 안개보다도 작은 입자로 퍼져 있는 마력에 닿게 되면­

그녀가 일부러 노출한 틈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는 공격자의 몸은, 달라붙는 마력이 끈끈하게 잡아당겨 정신도, 육체도 둔해진다.

비록, 그 간격이 0.01초 이하의 짧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생사를 건 승부에서는 영원과도 같이 긴 시간이다.

빠르고 정확한 일레누의 공격이 가볍게 막힌 것도, 그런 그녀의 마력이 원인이겠지.

'그렇다고 원거리 공격을 하면, 전이 능력에 의해 모두 피해질 뿐이고.'

원거리 근거리를 모두 해결하는 그녀의 능력.

라일라와 같이, 그녀의 전이를 무시하고 광범위한 공격으로 강제적으로 공격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동료가 함께였더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타임아웃이야.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클레온의 머리속 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다시 움직인다.

일레누와의 공방이 마치 장난이었다는 듯,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졌던 그녀가 클레온을 향해서 대낫을 휘두르려 한 그 순간.

"플레임 버스트...!"

클레온을 덮고 있던 마력의 장막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모든 방향을 향해 화염의 폭풍이 터져 나오며 흡혈귀를 덮쳤다.

"큭?!"

갑작스러운 클레온의 마법에 당황과 동시에 때를 맞춰서 전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 그녀는, 화염과 열풍에 휘말려 표면이 새까맣게 타오른다.

그리고,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나타났던 방향을 중심으로 하여, 뒤편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역시...!"

처음으로 유효한 공격에 성공한 클레온은 주먹을 쥐면서 날아간 흡혈귀를 바라보았다.

이 세계의 법칙에 따라, 금방 재생이 가능한 흡혈귀는 콜록 하는 기침 소리를 내면서 연기의 안에서 몸을 일으킨다.

"너무하네, 그런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말하지 그랬어."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따로 대답하지 않는다.

그 자신도, 이 안에서 라일라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실제로 쓰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을 것이다.

추방 영역의 안에서도 라일라의 마법을 쓰는 데에 평소보다도 큰 마력이 필요했는데, 그녀와 더 멀어진 이 심상 세계의 안에서라면, 대체 얼마나 많은 마력이 있어야 할까.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 다른 세계의 라일라와 몸을 섞는 과정에서 그녀의 몸에도 각인이 새겨진 덕분에­

그녀의 힘을 빌려, 라일라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방금 그 '플레임 버스트'는 리치 라일라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지 못한 트윈테일의 흡혈귀.

그녀의 전이는 공격이 닿기 전에 자동으로 발동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그녀의 인식하에서 발동하는 능력이다.

눈으로 보고 대응하기 전에 공격이 닿아 버린다면, 문제는 없는 것이다.

'같은 수가 두 번은 통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클레온은 곧바로 검을 만들어서, 날아간 흡혈귀를 향해 뛰어들어갔다.

이번에는 소모 마력을 줄이기 위해 한 자루만을 준비한 상태였다.

"하아앗!"

전력을 담아 휘두르는 클레온의 검.

어딘가, 평소보다도 감정적인 검은 허공을 베어낸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런 검으로는­"

당연하게도 전이로 클레온의 공격을 피해낸 그녀.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에 무언가가 닿았다고 느꼈다.

"아...?"

그것에서 열이 느껴진다고 느낀 것은 당연하겠지.

"블레이징 체인...!"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주변 일대를 전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출현한 '불타오르는 사슬'.

클레온이 남은 마력을 거의 모두 긁어모아, '그녀'가 전이해버릴 공간이 남지 않도록 마치 거미줄처럼 나타나는 화염의 연쇄다.

"이, 이 녀석...!"

닿은 부분은 살에 달라붙어, 더 먼 곳으로 전이하지 않으면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클레온이 이 마법을 유지하기 위한 마력마저 전부 사라질 때까지 고통과 연소를 견디던가­

아니면, 여러 번 사슬에 닿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이를 반복하여 이 거미줄을 빠져나가는가.

물론, 그녀는 후자를 골랐다.

그녀의 움직임이 공중에서 멈춘 것을 본 일레누가 곧바로 레이피어를 들고 뛰쳐 들어왔기 때문이다.

클레온은 그녀가 이동하는 부분에서만 사슬을 지워 그녀를 보조한다.

'몇 번 더 닿는가도 하더라도, 몸 전체가 불타는 건 아니야... 이런 공간... 빠져나가면 그만...!'

흡혈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몇 번이고 전이하면서, 클레온이 펼친 거미줄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닿을 때마다 그 부분이 날카로운 실에 닿은 듯 불타며 잘려나가지만, 그녀는 이동과 함께 그것을 재생해가면서 클레온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조금만, 더...!'

공간에서 벗어나기까지, 앞으로 한 번.

그녀는 이전에 없는 절실함을 보이면서, 거미줄의 끝을 향해 손을 뻗고­

이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전이하여, 일레누와 클레온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한다.

"됐­"

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몸에 남은, 사슬에 닿아 탄 자국.

새까맣게 변해버린 그곳이, 일렁이더니­

그대로, 그 상처에서 사슬이 튀어나와, 그녀의 몸을 감았다.

"뭐­야!?"

"...이 세계의 라일라는 꽤나 터무니없는 마법을 생각해 내는군. 마법이 닿은 부위에서, 같은 마법을 발동할 수 있는 '각인'이라니."

클레온은 주변에 떠올랐던 사슬­

그녀를 칭칭 감아서 태우면서 동시에 구속하는 사슬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지게 한다.

마력의 소모는 극심했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큭... 이런 사슬, 전이로­"

그녀의 몸이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나면­

바로 근처에서 다시 한 번 그녀의 몸이 나타나지만, 사슬은 여전히 그녀의 몸을 묶고 있는 중이었다.

"어, 어째서!? 전이에 함께 가져올 수 있는 건, 내가 정할 수 있는데!"

"그 마법은, 네 몸에서 튀어나와 있으니까 다. 닿은 부분을 잘라내더라도 무의미야, 이미 사슬은 네 전신에 닿아 있으니까."

그야말로, 살의에 가득 찬 마법.

그 마법으로 대체 무엇을 하러 했던 것일까, 클레온은 그다지 상상하고 싶어지지 않지만.

클레온이 팔을 휘둘러, 마치 무언가를 잡아당기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

그녀의 몸은, 보이지 않는 밧줄에 끌어당겨 지듯이 클레온의 쪽으로 날아왔다.

"크읏...!"

어떻게든 전이로 멀어지려 하지만, 전이로 이동하는 거리보다, 다시 나타났을 때 끌려오는 거리가 더 길다.

"일레누!"

클레온의 목소리가 높게 울리면, 일레누의 날카로운 검이 은색으로 빛났다.

마력을 가득 담은 검을, 타이밍을 맞추어 정면을 향해 찔러나가면.

그와 동시에 핏빛 선혈이 튀어 오르며, 그녀의 레이피어가 흡혈귀의 심장을 꿰뚫는다.

"커흑...!"

심장은 마력 기관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위이다.

이곳을 꿰뚫리면 재생될 때 까지 전이는 불가능해진다.

그 다음 부터는 일레누의 무대라고 할 수 있었다.

클레온이 마력의 소모를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사슬이 사라지고 말았지만.

전이 할 수 없고, 심장이 꿰뚫린 흡혈귀는 그 자리에서 일레누의 검에 의해 몇번이고 베이고, 찔리는 것을 반복하여 벌집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성대도, 혀도 베여나가 더는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서도 죽지 못하고 재생과 베이는 것을 반복하는 그녀.

"...겨우 쓰러트렸나..."

클레온이 피곤해진 듯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이야기한 순간.

피곤죽이 되어가는 흡혈귀의 손이 어딘가를 향해 뻗어지고­

클레온은 그 끝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본 뒤, 일레누를 향해 뛰쳐나갔다.

"일레누! 피해!"

클레온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외쳐지면, 일레누는 고개를 돌려 클레온을 바라보고.

주인에게서 떨어졌던 대낫이, 허공을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와­

일레누의 검게 칠해진 얼굴에, 클레온의 선혈이 튀어 오른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상대하던 흡혈귀는 재가 되듯이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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