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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61화 (361/506)

〈 361화 〉 부족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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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분명히, 그 '쩌억'하고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딱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알레시오스의 얼굴이 아니라면, 더는 남아있는 흡혈귀는 없었으니까.

그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그림자에도, 일레누나 아까 전의 흡혈귀처럼 균열이 생긴 것이다.

"저 녀석..."

클레온은 그런 그의 변화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까 전의 싸움으로 알게 된 것은, 저 얼굴의 그림자가 사라지면 일어나는 것은 그 영혼이 가지고 있는 자아와 기억이 완전히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림자의 가면을 쓰고 있을 때의 그들은, 어딘가 기계와도 같았다.

움직임은 딱딱하고, 절도 있었으면서 위협적이었지만 어딘가 감정적인 면이 빠져 있었다.

전투에서, 그런 기계적인 움직임이 늘 불리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감정을 죽이고 싸움에 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커다란 메리트겠지.

필요 이상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여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다만­ 마력을 이용한 전투에서, 감정이라는 것은 결코 완전하게 배제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마력은 영혼과 강하게 연결되어있어, 감정에 의해 증폭되거나 약화한다.

자아가 깨어나 분노나 호승심 같은 것이 되살아나면, 그 역시 이 이상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흡혈귀이며, 이 안에 존재할 때 마음이 꺾이지 않는 이상 무한히 재생하는 존재이다.

감정을 손에 넣어서 빈틈을 보이는 것으로 죽을만한 녀석은 아니란 것이다.

"성가셔지겠는걸..."

"그 전에 쓰러트리면 돼, 멍하니 있지 말고. 너, 화염 계열 마법 쓸 수 있지?"

일레누는 클레온에게 슬쩍 시선을 돌리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패를 확인한다.

아까 전의 싸움에서 발동했던 '플레임 버스트'나 화염의 사슬을 불러내는 마법들을 비롯해 이 세계의 라일라가 쓸 수 있는 마법에, 클레온의 마력이 허락되는 범위의 안에서라면 클레온도 화염 계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재생을 막는 데에는 화염 계열만큼 효과가 좋은 게 없으니까. 되도록이면 클레온, 너는 화염 마법으로 녀석의 상처를 지져줘."

"이거면 되나?"

클레온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레이피어의 표면에 붉은색의 화염이 씌워진다.

무기 위에 화염 속성을 덧씌워, 공격한 곳을 불태울 수 있도록 하는 화염 부여 마법이다.

"재주 좋네. 라일라 같아."

"그 녀석의 마법 맞아."

"...아─"

클레온의 대답에 일레누는, 무언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알레시오스를 노려본다.

어째서일까, 그 시선은 클레온조차도 날카로운 가시처럼 찔러왔다.

"그 짧은 시간에 손을 댔다. 이거지."

"... ..."

일레누의 그런 중얼거림을 애써 못 들은 척 하면서, 클레온은 자신의 검에도 화염을 덮는다.

알레시오스 역시, 두 사람의 무기에 화염이 덮이는 것을 보더니 공세보다도 수세에 중심을 두는 자세를 취하면서 자리에 선 채 두 사람의 공격을 기다렸다.

"...간다 일레누, 타이밍을 맞춰."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일레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쳐 하늘로 솟아오른다.

알레시오스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 잠깐 허공으로 올라간 순간, 클레온의 검이 반원의 궤적을 그리면서 땅을 강하게 내려쳤다.

"스칼릿 웨이브!"

본래는 마법사들이 지팡이에 마력을 담아 휘두르는 궤적 대로의 마력파를 발생시키는 마법.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에 의해 마법이 날아가는 속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법보다 속도가 느리고, 지팡이를 휘두르기까지 해야 하는 수고가 있는 마법이라 잘 사용되지 않지만­.

마법을 발현시키는 매개체가 지팡이가 아니라 검이고, 또 클레온의 근력까지 더해지면.

눈에 잡히지 않는 속도로 날아가, 웬만한 화염의 마법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적을 향해 접근하는 마력 머금은 일격이 된다.

게다가, 면이 아니라 선의 형태로 날아가는 마력은 상대방의 방어막을 돌파하는 데에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

클레온으로서는 평소에 사용하는 날아가는 참격에, 화염 마력을 더한 것과 다를 바가 없이 느껴지지만, 다른 마법사가 본다면 '뭣'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다른 느낌의 마법이 된다.

지표면을 타고 전방을 향해 질주하는, 상어의 지느러미와도 같은 붉은 화염의 마력은 그대로 알레시오스에게 쇄도한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하늘로 돌린 것이 화가 되어, 알레시오스는 검을 내림과 동시에 마력 벽을 펼쳐 방어하는 것에 조금의 시차가 생기고.

덕분에,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화염의 일섬이, 알레시오스의 한쪽 팔을 반으로 잘라내며 그 표면을 불태운 뒤, 어깨까지 올라가서 사라진다.

거기에.

클레온의 공격이 그의 몸에 닿는 것과 동시에, 일레누는 먹이를 노리는 맹금류와 같이 하늘에서 직선으로 레이피어를 내리꽂으며 알레시오스를 덮쳤다.

강렬한 기세로 찔러 들어간 레이피어를, 알레시오스는 우선 자신의 레이피어로 방어해내지만.

한쪽 팔이 반이나 잘려나간 채, 한 손으로 휘두르는 레이피어로는, 일레누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허공에 마법진이라도 그리듯, 화려한 궤적을 남기며 불타오르는 검으로 알레시오스를 몰아붙이는 일레누.

"하아아앗!"

몇번이고,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알레시오스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뒤로 물러나게 되면서 차츰 그 방어를 막아내는 데에도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타오르는 상처 때문에 재생이 늦어져, 그녀를 뿌리칠 수단조차도 부족한 상태에서­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있을 리 없는 클레온 쪽을 향해 주의가 잠깐 돌아가면.

이미 아까 전, 검을 휘두르고 있던 자리에 클레온은 없었고.

알레시오스는 반드시 자신을 노리고 들어올 클레온을 견제하기 위해, 일레누와의 공방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자신의 불타오르던 상처 부분을 스스로의 검으로 절단하더니 멈춰있던 핏물이 다시 터져 나와 주변으로 흩뿌려졌다.

"큭, 이 자식... 재생을 무기로...!"

일레누는 갑작스럽게 흩뿌려진 핏물에 의해 아까와도 같은 가시들이 자신을 덮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날개로 스스로의 몸을 감쌌고.

그녀의 예상대로, 알레시오스는 자신의 피를 조종하여 전방위를 향해 날카로운 피의 가시들을 뿌려댔다.

날개 역시 그녀의 신체 부위기 때문에, 그곳에 가시들이 틀어박히면 고통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레누의 날개의 피막은 일반적인 피부보다도 훨씬 두껍고, 단단하여서 큰 상처가 되지 않는다.

이 공격을 제대로 대처해야 하는 건 클레온의 쪽이겠지만­

알레시오스는 흩뿌려진 가시로 인해 발생한 핏빛 안갯속에서 사라진 클레온의 몸을 찾다가­

이내, 툭. 하고 자신의 몸에 무언가가 닿는 것을 느꼈다.

알레시오의 시선이 그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옆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알레시오스의 늑골과 옆구리 사이에 손을 가져다 댄 클레온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가시들을 뚫고, 어디에서?

그리고. 아까까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어디로?

그런 의문이 알레시오스의 머릿속을 채웠지만.

그 답을 내릴 여유를 클레온은 주지 않았다.

'몸을 타고 흐르는 마력을 생명력으로 전환하여 상대방의 방어를 무너트린다.'

땅을 강하게 내리밟은 앞발을 중심으로 파문이 일어난다.

'방어가 무너진 상대를 향해 흘러들어 가는 생명력을, 다시 한 번 마력으로 전환한다.'

클레온의 오른손에서 붉은색의 빛이 강렬하게 터져 나오면, 그것이 마력과 생명력의 쌍방전환이 고속으로 이루어지는 데에서 오는, 마력 반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계를 뚫고, 몸의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 화염의 마력으로, 상대방의 몸 안에 직접적으로 마법을 발현한다.'

키잉­! 하는 맹렬한 소리아 함께 라일라의 마법 특유의 마법진이 클레온의 오른손 위에 펼쳐지면­

"우달근(???)...!"

아카데미에서 배워두었지만, 그다지 쓸 기회가 없었던 제자이자 친구의 기술이 클레온에 의해 어레인지 되어 터져 나왔다.

알레시오스는 자신의 옆구리를 통해 파고든 열기가 안쪽에서 팽창하면서­

물리적인 방어는 물론, 마력의 방어마저도 무시하고.

그저 순수한 마력이 내장을 엉망진창으로 짓이기는 것을 느낀다.

비틀 거리면서 클레온을 떨쳐내고, 몇 걸음 걸어가다가 주저앉는다.

몸을 파고 틀어온 클레온의 마력은 어디로도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하다가.

이내, 들어온 방향에서 직선으로 뻗어 나가, 반대쪽 옆구리를 통해, 화염 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몸의 안쪽을 숯덩이로 바꿔버리는 듯한 일격이었다.

"... ...!"

일레누는 조금 놀란 듯이 자신을 보호하던 날개의 틈새로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허공에 남아있던 피의 가시들이 형태를 잃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곧장 주저앉아 재생이 늦어진 알레시오스를 향해 달려갔다.

"이걸로 끝이다! 알레시오스!"

일레누의 레이피어에는, 아직 클레온이 만들어 준 화염이 남아 있었다.

알레시오스는, 몸에 난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으며 재생조차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지만.

그것을 또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클레온은 아니었다.

클레온이 다시 한 번 검을 꺼내면, 자연스럽게 그 검에도 화염이 달라붙었다.

일레누와 클레온,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본 채로 알레시오스를 향해 각자의 무기를 휘둘러­찔러 넣었다.

일레누는 알레시오스의 심장을.

클레온을 알레시오스의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두 곳에서, 동시에 화염이 피어오른다.

뻥 뚫린 가슴의 구멍과.

목이 베여서 떨어진 단면에서이다.

도저히 살아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상처를 입은 흡혈귀는, 그 자리에서 힘을 잃고 풀썩하고 쓰러진다.

"하아... 하아...!"

일레누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날개를 사라지게 했다.

쓰러진 알레시오스의 몸을 보다가­ 이내 클레온을 바라보면.

클레온의 왼쪽 팔이, 가시투성이가 되어 피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뭣...!"

"어떻게든 된 건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일레누의 드롭킥이 클레온의 복부를 강타했다.

쿠웅! 하는 소리가 공간 안에 울림과 동시에, 클레온도 일레누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가, 일레누가 먼저 일어나며 클레온의 팔을 가리켰다.

"뭐가 어떻게든 된 거야!? 너, 그 왼팔!"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가가려면, 최대한 마력을 죽이는 것이 좋으니까. 방어보다도 공격을 중요시해서 나아간 것뿐이야. 왼팔 하나면 싸게 먹혔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팔을 내려보는 것이었다.

"너...! 그렇게 나한테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했으면서...!"

"더 큰 상처를 입기 전에 싸움을 끝내려고 한 거야... 진정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다음 순간, 쿨럭 하고 입에서 피를 토한다.

"아."

클레온의 오른손이 움직여, 자신의 가슴께를 붙잡는다.

일레누가 막아두었던 낫에 의한 상처가 벌어진 것이다.

"... ..."

일레누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지면, 클레온은 억울하다는 듯이 손을 들어서 그녀를 제지한다.

"잠깐 기다려 일레누. ...이건... 드롭킥 때문이 아닐까?"

일레누의 분노의 철퇴가 다시 한 번 클레온을 덮치려 한 다음 순간.

두근! 하고, 두 사람의 심장이 동시에 크게 뛰어오른다.

클레온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검을 만들어 자세를 잡고.

일레누 역시, 심각한 표정이 되어 몸을 돌려, 쓰러져 있던 알레시오스를 바라본다.

몸의 재생은, 불꽃으로 막아두었다.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심장도, 뇌도 전부 본체에서 떨어트렸다.

일반적이라면, 마음이 꺾이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부서져서 흔적 조차 남지 않았을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간과하고 있었다.

아니, 염두는 해두었지만, 그 정도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알레시오스라는 추악한 인물이, 이미 어디까지나 인간임을 포기한 괴물이라는 것을.

쓰러져있던 알레시오스의 몸이 멋대로 움직이더니 검을 잡고 있던 오른손이 그의 불타오르는 목의 밑부분을 베어내고, 가슴 부분을 도려내어.

몸에서 불타고 있던 부분을 절개해낸다.

본래 인간이 되었다가 흡혈귀가 된 존재들은 말뚝을 박히면 안 되는 '심장'보다도, '뇌'를 중요시한다.

심장도 뇌도 재생할 수 있지만, 뇌를 파괴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뇌가 재생되었을 때, 그들은 과연 뇌가 사라지기 전의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멸자의 몸에서 불멸자가 된 이들이 겪는 고뇌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뇌가 당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겪으면서 제대로 재생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눈앞의 알레시오스는 그런 것은 없었다.

얼굴에 아직 그림자가 남아있어서, 자아가 각성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런 사소한 것은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육체 따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아가 있거나 없거나, 그는 그저 원하는 목적을 이룰 때까지 몇 번이고 몸을 수복한다.

"확실히, 그 때와는 다르군..."

알레시오스의 쪽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클레온도 일레누도, 혀를 차면서 그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검은색의 파편들을 바라본다.

"나의 준비된 그릇이여, 그리고... 방해되는 마검사... 너희의 싸움은 훌륭했다. 연계도, 전술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극도로 단련된 너희들의 기술도."

그리고 몸을 완전히 수복한 그는, 땅에 떨어져 있던 머리와는 또 다른 머리를 재생해내는 데에 성공하고.

그 얼굴에는 그림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나를 '토벌'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필멸자들이여."

검은색의 연미복에, 레이피어를 들은 붉은 눈의 귀족 흡혈귀.

알레시오스가 완전히 눈을 뜬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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