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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64화 (364/506)

〈 364화 〉 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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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아군의 힘은 약해져만 가는데, 적은 강해져만 가는가.

페루루카는 서서히 고갈되어가는 체력과 마력에 숨을 헐떡이면서 눈앞에서 피로 물든 검을 털어내듯이 휘두르는 거짓된 여신의 모습을 보았다.

붉은 번개로 몇 번이고 내리찍더라도, 침식되는 부분을 잘라내서 방어한다든가,

혹은 동일한 질량의 마력을 부딪쳐서 필사적으로 본체에 공격이 닿는 것을 방어한다.

그 모습을 보면, 자신의 공격이 그녀에게도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겠지만­

기습적으로 사용했던 처음을 제외하면 제대로 맞지를 않으니, 그 공격이 빛을 발하는 일은 없었다.

다른 이들은 여전히, 기어 올라오는 핏덩어리들과 싸우고 있었고, 특히 아멜리아는 쓰러진 클레온의 육체를 지키기 위해서,

그레이와 함께 그 자리에서 비키지 않은 채, 거짓된 여신의 수하들을 상대로 분투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괜찮슴까? 아멜리아..."

옆에서 호흡이 흐트러진 아멜리아를 보며, 그레이는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고개를 돌려 그녀의 이마를 보면, 어느새 베인 것인지 이마를 타고 눈썹 위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려 한쪽 눈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마에 상처..."

그레이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그녀의 이마를 가리키면, 아멜리아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레이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블랙아웃 슈트의 내구력을 가지고도, 흡혈귀들이 가진 마력의 침식은, 물리적인 방어력을 꿰뚫고 들어와 그녀의 슈츠를 크게 손상했다.

그리고, 그곳을 베인 것인지, 그레이 역시 옆구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출혈량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아멜리아는 이야기한다.

"그레이도, 상처가 심해요. 지혈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멜리아가 가진 신성 마력이라면, 회복술의 하나둘로 이 정도의 상처쯤은 금방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멜리아는 자신의 안에서 신성마력이 회복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아까전, 클레온이 죽었다고 생각한 다음부터였다.

결국 회복마법은 사용하지 못한 채, 아멜리아는 출혈과 상처를 그대로 둔 채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정도로 죽을 그녀들은 아니었지만, 상처가 일으키는 고통은 반드시 두 사람의 발목을 잡으리라.

허나 지금 이곳을 떠날 수는 없었다.

왕녀와 탐정, 두 사람의 발 뒤에는, 몇 번이고 자신을 지켜 준 '그'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처를 입었다고 이 자리를 비키는 것은 그에게도 미안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검다. 근성으로 버티는 검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면서 크게 호흡을 하더니, 자신의 양쪽 볼을 톡톡 치면서 흐려진 정신과 흐트러진 기합을 다시 넣었다.

그런 그레이를 바라보며, 아멜리아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손에 쥔 망치를 꼭 쥐면서 쓴웃음을 짓는다.

"근성, 말이죠... 그레이는 그런 말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끈기는 탐정의 기본 덕목인검다!"

그렇다고 한다면, 인내심은 아멜리아에게 있어서 떼으랴 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유폐의 탑에서 세인트 프린세스가 되기 전까지.

탑을 벗어나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일 때마다, 자신의 의무를 떠올리면서 인내해왔다.

이마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뒤에서 쓰러져 있는 클레온의 상처가 오히려 더욱 위험해 보였다.

복부를 깔끔하게 관통당한 흔적.

헤르메스가 말하길 아직 클레온은 살아있었고, 상처도 조금씩이지만 치료되고 있다고 했으나...

내장이 흘러나오는 것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큰 상처다, 헤르메스의 제지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 모두 클레온이 죽었다는 것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겠지.

낫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출혈로 죽어버리지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는 아직 무사하다. 왕녀.]

그러면, 그런 아멜리아를 제지하듯이 헤르메스가 소리를 내었다.

"들었슴까 왕녀님? 클레온도 만만치 않게 맷집이 좋으니까. 금방 털고 일어날검다!"

"그, 그렇죠...?"

헤르메스를 거들면서 아멜리아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그레이.

[이대로 버려두는 것은 확실히, 세균 감염이라던 가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쓸데없는 말임다!"

헤르메스의 말에 그레이는 다그치듯이 이야기했다.

[긴장을 풀기 위한 내 나름대로 농담이었다만... 역시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군.]

"재미 하나도 없었슴다..."

그레이는 그렇게 구시렁대면서, 가까이 다가온 핏덩어리 분신을 향해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블랙아웃 슈트의 방어력으로는 보호받지 못하지만, 체내에 마력을 불어넣어 폭파시키는 공격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에 비해, 아멜리아는 서리 망치를 휘두르면 자연스럽게 핏덩어리들이 얼어붙기 때문에, 상성적으로는 굉장히 유리하였다.

적의 물량과 재생이 거의 무한하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면 말이다.

"어쨌든, 클레온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

그레이가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다물면서 거짓된 여신의 쪽을 보았다.

갑작스럽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압이 강해진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손을 내려보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그녀'외에는 모두 정리한 것 같군. 너희의 무의미한 저항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제 목소리는 단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알레시오스의 것과, 일레누의 것.

하지만, 그중에서도 알레시오스 쪽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네가 이제 일레누에게 당해주면 되는 것인데 말이야."

듀라한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알레시오스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를 돌아본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설령, 그녀가 살아 돌아온다 하더라도 무의미하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전원 죽을 것이니까."

"──!"

갑작스럽게 상승한 마력출력,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겉으로 나와 있는 죽음의 여신의 인격은 알지 못한다.

그저 안 쪽에 남아있는 영혼의 숫자와 질을 파악할 수 있을 뿐.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남아있는 영혼이 하나가 될 때까지는 알레시오스가 겉에서 방약무인의 극치를 달리며 힘을 휘두르는 것이다.

그리고, 족쇄라고도 할 수 있던 다른 영혼들이 일레누를 제외하고 모두 사라진 덕분에.

차지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몇 백 분의 1에서 2분의 1까지 줄어드는 것이었다.

"마법사 아가씨! 그림자! 떨어져! 지금 그 녀석은­!"

듀라한은, 그런 알레시오스의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는, 알레시오스를 저지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외쳤다.

다음 순간, 페루루카와 그림자를 노리고, 붉은 피의 파도가 일어나며 두 사람을 덮쳤다.

이상한 것은, 제대로 된 형태도 없는, 그저 붉은 물의 격류일 뿐인데도, 각종 무기의 형태로 하던 공격보다도 훨씬 위협적인 위압감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페루루카는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도 떨어진 체력으로 제대로 된 회피를 하지 못하여 그 자리에 발이 묶인다.

[우와아아아! 멍청한 제자 녀석! 빨리 피해! 저거에 닿으면 그대로 전신이 마력으로 분해돼서 흡수당한다!]

안쪽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알레이스타.

눈 앞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출렁거리면서 그대로 페루루카의 전신을 덮으려고 하는 핏물의 파도.

하지만 페루루카는 자신의 몸이 무언가에 강하게 밀쳐져 날아가며, 그 파도에 닿지 않고 간신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누가 자신을 구한 것인지,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바라보면 그곳에는 반신이 녹아내린 그림자가 서 있었다.

일레누에게서 뻗어나온 그것은, 물에 닿은 부분이 깔끔하게 녹아버리기 전에­

알레시오스가 했던 것 처럼, 스스로 몸을 반으로 잘라내서 그곳에서 붕괴가 타고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호오. 대신 죽어주려 하다니. 아니, 이미 죽은 녀석이니까 가능한 행동일까."

그가 취한 행동을 조롱하듯이 이야기하는 알레시오스의 힘은, 확실히 조금 전보다도 훨씬 위험해져 있었다.

지금, 그가 품고 있는 독은 닿은 순간 전신을 녹여버릴 수 있는 맹독이었다.

어설프게 가까이 갈 수 없게 됐으면서, 주변에 흩어진 핏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그에게 '사정거리'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녀가 만들어서 휘두르는 '검'에도 베이면 안 된다는 것이겠지.

똑같이, 조금이라도 베이면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말 것이다.

"그런 거... 어떻게 이겨야 하는 거죠...!?"

페루루카는 자신의 스승에게 도움을 구하려는 듯이 존댓말이 되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외친다.

[아­. 무리다. 지금의 너라고 하더라도, 저런 식의 막무가내 전환 효율을 자랑하는 능력을 갖춘 흡혈귀를 흡혈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무겁고 어려운 일이야.]

"그런...!"

클레온에게 약속한 것이다, 거짓된 여신­ 알레시오스의 피를 흡수하여 그를 이 세계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또, 나약한 생각.'

하지만, 페루루카는 이내 고개를 젓더니, 주먹을 꽉 쥔다.

손에 들고 있던 법의 서의 표지가 조금 구겨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클레온과 만나, 그에게 이것저것을 받게 되면서 조금은 자신을 바꿨다고 생각했던 페루루카.

하지만, 그가 곁에 없어지고 나면 자신은 여전히 울보에, 네거티브에, 변한 것 없이 약한 존재였고.

그런 자신에게 수치심마저 들었다.

그러니까 다시 만나서,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면 잊지 않도록 했었는데.

자신은 어디까지나 몹쓸 겁쟁이라는 사실만을 다시 느끼는 것이었다.

"이래선­ 안 돼."

[제자?]

"클레온씨가 돌아올 때 까지, 내가 그녀를 막을 거에요. 스승님. 죽기 싫으면 법의 서에서 쓸만한 마법을 알려 주세요."

[뭣! 이 녀석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격노하는 알레이스타의 질문에, 아멜리아는 조용히 대답했다.

"남의 인생을 망치고, 그 제자의 몸에 기생하는 나쁜 어른이죠. 하지만 제가 한 말은 사실이에요. 제가 죽으면­ 당신도 사라질 테니까요. 그렇죠?"

[크으으윽...!]

아멜리아의 단언에, 알레이스타는 그저 슬픈 목소리를 낼 뿐이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법의 서의 쪽에서 빛을 내며 페이지가 열어젖혀 진다.

법의 서의 안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

'차원 절개'이다.

이차원의 틈 어딘가로 통하는 통로를 열어젖혀, 그곳으로 공격을 흘려보내는 곳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통로의 입구를 상대방의 몸 위에서 닫아, 그 부분만을 깔끔하게 절단하는 것도 가능한, 방어와 공격 양쪽 모두 가능한 전천후의 마법이다.

다만 소비하는 마력이 높고, 상당히 고차원의 좌표계산이 필요한 마법이었다.

알레이스타도 그 부분을 걱정한 것일까, 제자를 향해서 외친다.

[법의 서에 있는 마법의 지식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실제로 쓰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

"시끄러워요 스승님! 좌표는 언제나 상대적이니까...!"

그 때­ 다시 한 번, 그녀가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한 알레시오스(죽음의 여신)이 닿는 모든 것을 분해하는 파도를 일으켰다.

[이번에야 말로 피해라!]

하지만 그녀는 양손으로 마름모를 만들더니, 그것을 벌리면서 자신의 좌표를 기준으로 차원을 통과하는 벽을 만들어낸다.

이내 허공에 구멍 같은 것이 열리면서 이차원의 틈 속 어딘가로 통하는 통로가 열리면­

그 쪽으로 쏟아지듯이 흘러들어 가는 붉은색의 액체가 페루루카에게 닿지 못하고, 그대로 콸콸 떨어진다.

[진짜냐! 이 녀석...!]

알레이스타는 생각보다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페루루카를 다시 보는 듯한 감탄사를 내뱉는것과 동시에.

[좌표 지정이 가능하다면, 그 마법은 무적이다! 자! 저 녀석의 머리를 떼어버리자!]

그렇게 외치면서 페루루카를 재촉하면, 페루루카 역시 그녀에게 쌓인 것이 많다는 듯이.

이번에는 열었던 마름모의 위치를 그녀의 목 위에 겹치듯이 발생하고.

"클레온 씨를... 돌려줘!!"

그렇게 외치면서 손가락을 튕기면 열렸던 문이 닫히면서­

거짓된 여신의 몸은, 머리와 목이 분리되어 버렸다.

"어...?"

놀란 것은 물론 페루루카 본인이었다.

무언가 저항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녀였기에 너무나도 쉽게 해결된 현실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을 때쯤­

"목을 날리는 것으로는 마음을 꺾일 거라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이미, 그런 물리적인 붕괴는 나에게 쓸모가 없다."

알레시오스는 기어코 다시 한 번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난다.

"큿..."

페루루카는 분하다는 듯이 아랫입술을 깨물었지만­

[아니, 잘됐다. 오히려... 저 녀석, 확실히 마력이 줄었다. 이대로 계속하면 이길 수 있어 페루루카!]

"...네! 기생 스승님!"

[그런 칭호로 날 부르지 말란 말이다!]

클레온이 깨어날 때 까지­ 앞으로 9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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