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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69화 (369/506)

〈 369화 〉 동족 포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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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이 그날, 쿠온과 함께 쓰러트렸던 요그토스는 어디까지나 과거에 소환되었던 파편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그런 분신체들은 파괴되더라도 본체에 영향이 가는 일은 없다.

이차원의 틈에서 넘어와, 분리되어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허나 시간의 포식자 요그토스는 다르다.

그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시점을 초월한 존재로서 '어떤 곳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능성이 역으로, 요그토스를 취약하게 만든다.

어디에도 있다는 것은, 모든 분신체가 즉 본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받는 모든 분신체의 공격은 본체에 피드백된다.

─물론, 그는 세계 포식자이다.

과거에는 절계 추방영역에 빠져서, 다른 영역들을 집어삼키고 승화한 존재.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하여 무한하게 자신을 복제하고, 다른 존재를 집어삼켜 자신으로 만든다.

그런 그를 막아낼 수 있는 존재가, 다시 한 번 이세계의 틈으로 추방할 수 있는 존재는 과거의 태양왕과 그 군대를 제외하면 없었던 것이다.

그 때 조차, 태양왕의 부하들을 죽이고 그 시체를 흡수하여,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쿠온이 태양의 성검의 힘을 빌려서 요그토스를 퇴거시켰을 때.

분신이 입은 막대한 피해­ 소멸에 가까운 피해를 회복할 여유도, 겨를도 주지 않고 쿠온과 클레온은 그 존재를 이세계의 틈으로 퇴거시켰다.

게다가─ 어느 한 가지 이유 덕분에. 요그토스는 다른 시간선으로 그 상처를 날려버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가 어디서 운이 다했느냐고 묻는다면, 클레온과 그의 동료들과 엮여 버렸다는 것 그 자체겠지.

"큭... 젠, 장... 빌어먹을..."

요그토스는, 태양의 성검이 발화시킨 불을 그대로 몸에 붙인 채, 재가 되어가면서 이차원의 틈을 방랑했다.

다른 세계로 찾아가서, 무엇이라도 집어삼키지 않으면.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소멸해버린다.

불타는 부분을 잘라내면, 그 부분이 분신체가 되어 본체에 곧바로 불이 옮겨붙는다.

태양의 불꽃은 그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반드시 그 업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

걸어갈 때마다 조금씩 그의 몸은 재로 변하고 있었으며 힘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 하하... 이럴 때, 그 녀석과 만난다면... 최악이지만..."

"호오. 그것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친애하는 요그토스."

"... ..."

혼잣말을 누군가에게 들렸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 보다도 섬뜩한 감정이, 요그토스의 등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리고, 그곳에는 흰색의 정장을 입은 노신사가 서 있었다.

"뱀...!"

"이런이런... 저는 당신에게 동포로서의 예의를 치러주었는데. 당신에게는 그런 것이 없나 보군요. 당신도 저를 '요르문간드'라고 불러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정하지 않았습니까."

"누가... 네 녀석에게..."

노신사의 말에, 요그토스의 실루엣은 크게 일렁거리며, 그 모습을 비틀었다. 그 모습은, 날개를 뻗어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새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흠. 도주, 입니까. 하늘로의 도망이라니, 저에 대한 조롱일까요."

요르문간드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실크햇의 챙을 잡고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쿵. 하고 땅을 찍자­

그 지팡이의 끝에서부터, 거대한 뱀이 몇 마리나 나타나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요그토스를 쫓아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기껏해야 점프이다. 하늘에는 손이 닿지 않는 것이 '뱀'이라는 생물이다.

"크, 흐흐... 네놈의 몸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하늘을 손에 넣는 것은 불가능해!"

요그토스는 하늘로 날아오른 뒤, 자신을 잡지 못해 추락하는 뱀들을 향해서 검의 칼날같이 날카로운 깃털을 날려서 죽여버렸다.

땅에 내려꽂힌 뱀들은, 그대로 비명을 내지르며 꿈틀거리다가 죽어버렸다.

이대로 조금 더 올라가서 어딘가에 숨어 버리면, 요르문간드는 자신을 쫓아올 수 없다.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카타르시스가 요그토스의 머리를 채우며 그를 조롱했다.

"그럴지도."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뒤쪽에서 들어오는 목소리.

섬뜩한 기색에, 요그토스의 몸이 180도 회전하여 뒤쪽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독을 품은 어금니의 전모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입을 연 채로­

요그토스를 집어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커다랗게 입을 연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거대한 뱀의 형태였다.

"히, 익!"

얼빠진 목소리를 내면서 날개를 퍼덕거리며 그 입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요그토스가 있는 곳은, 더는 하늘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적어도­ 요르문간드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그의 입이 콰직! 하는 소리를 낼 정도로 강하게 닫히면서 요그토스의 반신을 뜯어먹었다.

게다가, 그 부분은 태양의 성검이 붙여둔 불꽃이 존재하지 않는 반신이다.

"끄아아아아악!!"

"동포를 포식하는 순간은, 언제나 달콤하군요. '클레온'을 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내며, 어느샌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요르문간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불타 죽어가는 요그토스를 바라본다.

이제, 요그토스는 고통과, 존재의 희미해짐 덕분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이걸로 수천 년은 조용히 지내야 하겠지요. 자아도 희미해져 가니, 당신이 제대로 '세계'를 찾아서 힘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르문간드는 그대로 자신의 실크햇을 벗더니, 그것을 요그토스의 잔해에 씌웠다.

마치, 마술을 하는 것처럼, 실크햇의 뚜껑을 툭 하고 지팡이로 건드리면­

잠시 뒤, 실크햇을 잡아든 곳에는 불이 꺼진 채 마치 슬라임 처럼 꿈틀거리는 요그토스만이 있었다.

이제는 몇개 남지 않은 눈알을 희번뜩 거리면서 어디로든 도망가려고 움직이는 그이지만, 작아진 몸집으로 필사적으로 움직여도 멀리까지 갈 수는 없었다.

"오오. 꽤나 귀여운 모습이 되었군요. '그녀'가 본다면, 분명 기뻐할지도 모릅니다. '한입에 집어먹기 좋을 것 같다'. 고..."

요르문간드는 손뼉을 치며 요그토스를 내려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턱시도 상의가 흔들린다.

"하지만, 동포의 연이라는 것은 쉽게 끊을 수 없는 법. 그 상태로 살아남는다면, 언젠간 또 볼 수 있겠지요. 그때는, 조금은 '품성'이라는 것을 갖추길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수평으로 지팡이를 그으면 마치 아까 전의 요르문간드처럼 공간이 아가리를 벌리며 다른 곳으로 통하는 통로를 열어젖혔다.

"...하지만, '중심 시간'의 축인가... 요그토스. 당신도 운이 없었군요. 그와 만나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그는 통로 너머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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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그토스는 자신을 소환하는 모든 소환자의 소환에 응하고 있었다.

미약해진 자아에서도, 살아남고 싶다는 의지는 명확해서, 소환에 응해서는 그 주변의 있는 것을 모두 삼키고, 소환자를 먹은 결과 몸을 유지하지 못해서 이차원의 틈으로 퇴거하고.

그것을 반복하며 어느 정도는 힘을 회복하였다고 생각한 순간에, 발밑이 꺼지면서, 몸이 절반이나 잘려버린 것이다.

당연히,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것도 있었지만, 이성조차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보이는 것은 자신을 이렇게나 엿먹인 '클레온'의 존재이다.

'저 녀석만, 저 녀석만 없었으면!'

같은, 저주에 가까운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면서 우선은 가까이 있는 먹이를 집어삼켰다.

오랜만에 섭취한, 영양소 가득한 고기는, 그에게 '식사'의 환희를 되찾아 주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는 곧바로 그 영양소가 독이라는 것도 동시에 깨달으면서 이성을 잃었다.

몸 안에서 날뛰는 살점과 엉망진창으로 섞이면서 요그토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며 그의 모습을 강제로 변형시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혀를 찬다.

"요그토스... 쿠온의 성검이 없으면, 저 녀석을 어떻게­"

그 때 요그토스를 퇴거시킬 수 있던 것은, 역시 쿠온이 그 때 각성하여 태양의 성검의 용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의 요그토스는 이성은 없을 지언 정, 그 때 상대했던 요그토스와 비교하더라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였다.

"클레온!"

그 때, 뒷쪽에서 들려오는 라일라의 목소리.

클레온이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프레이야나 시프등이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에 즐비했던 피의 분신들이, 알레시오스가 쓰러지면서 모두 사라진 것이다.

덕문에 포위망은 뚫렸지만­

"...모두 엉망인걸."

"뭐, 그렇지."

하늘을 활공하면서 날뛰는 요그토스를 위에 둔 채로, 일행은 마치 현재 상황을 부정하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이내, 그 박쥐가 눈에서 마력의 광선을 발사해서 지상을 불태우기 시작하면, 일행은 입을 다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이성이 없는 덕분에 공격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다간­

"...프레이야."

"──"

클레온이 프레이야의 이름을 부르면 그녀는 조용히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클레온이 지금부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주먹을 꽉 쥐며, 클레온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다.

"아멜리아나 모두를 데리고, 위그드라실의 영역으로 돌아가. 이 녀석은 여기서 우리들이 어떻게든 할게."

"잠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클레온!"

시프가 그런 클레온의 말에 화를 내며 궁니르를 땅에 찍지만, 프레이야는 그런 그녀를 말리려는 듯이 팔을 뻗어 그녀를 저지했다.

"우트가르트. 페루루카를 업어줘."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우트가르트는 조용히 그녀를 자신의 등에 올려주었다.

"클레온, 씨..."

클레온을 붙잡으려는 듯 팔을 들어 보이지만, 페루루카는 정말로 힘이 다 빠진 듯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나도 갈 생각 없다고!"

그리고, 여전히 전투광의 면모를 불태우는 무스.

하지만, 아까까지의 전투에서 무한해 보였던 그녀의 체력 역시, 거의 다 되어서 불꽃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아니, 모두들 돌아가야 해. 우리들은 전부 다른 시간대의 존재들이야.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 만으로 요그토스에게 힘을 주고 있는거야."

"... ..."

클레온의 말을 들은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레이와 아멜리아가 조금 뒤늦게 달려왔다.

"자, 잠깐만요! 저희는 클레온을 구하러 온 거에요! 이렇게 또 두고 갈 순 없어요!"

"맞슴다! 맨날 자기 혼자서 뭐든지 하려고 하고...! 이번엔 인정할 수 없슴다!"

아멜리아와 그레이가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이면­

그녀들의 바로 옆을, 요그토스의 공격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녀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클레온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클레온.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다 들었다."

그리고, 그런 세 사람의 사이에, 프레이야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왔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같은 생각이다. 너를 혼자 두고 돌아갈 생각은 없어."

"──프레이야, 너마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그의 어깨에 무언가가 툭 하고 손을 올리는 감각이 있었다.

그곳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일레누의 모습이 있었다.

"... ..."

그리고, 클레온은 그녀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쉰다.

라일라와 베아트릭스는 그런 일행을 바라보다가, 저벅저벅 걸어가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흡혈귀에, 핏덩어리들에... 이제는 박쥐가 상대인가..."

"리치. 네 마법으로 지상으로 끌어내려라."

"무리. 네가 그 잘난 집행검으로 어떻게든 해보지그래?"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클레온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클레온. 너, 저 녀석에 대해 잘 알아?"

"어느정도는... 전에 싸워본 적이 있으니까."

클레온의 대답에, 베아트릭스는 눈을 반짝이며 클레온을 바라본다.

"역시 선배! 그럼, 약점 같은 것도 잘 아시겠네요?"

그렇게 질문해오는 베아트릭스에게, 클레온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불이랑 태양이 약점이야."

"─헤에."

그 대답을 들은 라일라는 입꼬리를 빙긋하고 올리면서 다시 한 번 시선을 올려다보았다.

"아쉽게도 이곳에는 태양이 없어. 뭐, 어느 추방영역에도 태양이 없지만."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검지의 끝에 불꽃을 붙이며 기하학적인 문양을 허공에 그렸다.

"하지만, 불꽃이라면 여기 차고넘칠 정도로 있지."

"...믿음직스럽네."

클레온의 대답을 들은 라일라는 '후후후'하고 웃더니 클레온에게 다가가서,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쳤다.

타액의 교환이나 혀를 섞지 않는, 간단하고 가벼운 스킨십 정도의 키스이다.

하지만, 그 키스가 그대로, 두 사람의 사이에 존재하는 마력통로를 열어젖혔다.

"─무무무 무슨!?"

의외로 반응한 것은 무스.

원래 불꽃으로 만들어진 몸이, 더욱 붉어진 듯이 반응하더니.

클레온과 떨어진 라일라는 이내 눈을 감더니 노래하듯 영창하는 것이었다.

그 영창은­ 언젠가 클레온도 들은 적이 있는 주문이었다.

"라일라."

"클레온, 제대로 기억해 줘야 해. 나에게, 저 녀석을 어떻게든 할 방법이 있으니까. 너희들! 모두 나를 도와!"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끝에서부터 화염으로 변해간다.

"이세계의 틈의 포식자 정도라면... 내 연구 성과를 보여주기 적당한 상대야."

그리고­ 이내 스스로 마법으로 변한 마도사의 힘이 해방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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