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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72화 (372/506)

〈 372화 〉 낙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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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이 가면녀를 정리했나..."

하늘에 뜬 채로, 오랜 시간 팔의 한쪽을 올려서 마법을 준비 중이었던 라일라는, 지상의 싸움을 지켜보는 도중에도 마법이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력의 벽을 발판삼아 몇 번이고 가속하여, 이내 가면녀를 베어내는 데에 성공한 클레온의 막무가내 싸움 법을 바라보면서.

마법사들이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마력 낭비이다.

마력이라는 것은 마법으로서 형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사용법이다.

'마력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하여 마법이라고 칭한다.

저렇게나 대량의 마력을 가지고, 그 제어 능력도 함께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것으로 하는 것이 신체 능력의 강화와, 마력을 뭉쳐서 물리력을 발휘할 정도로 단단하고 두꺼운 벽을 만드는 것이라니.

─라고, 클레온과 만나기 전의 라일라라면 생각하고 있었겠지.

상대가 규격 외의 존재라면,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 역시 규격 밖의 일을 할 필요가 있었다.

마법사라면 상상하지 못할 수단을 역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조금 전의 전법이라면 상대가 마법사가 아닌 누구라고 하더라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클레온이 무사히 가면녀를 없애준 덕분에, 자신도 마법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그리고 라일라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발밑에서 요그토스와 어느 정도 대등하게 겨루고 있는 소녀­

아멜리아.

그녀의 대한 이야기는 클레온에게서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외견 그리고 풍겨오는 기색.

그녀가 일반적인 귀족과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라는 것은 라일라라면 보는 것 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몇 인물들이 그녀를 '왕녀님'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대충 정체는 눈치채고 있었다.

'특수한 힘을 가진 왕족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저 전투 능력은 이상할 정도야.'

라일라가 말한 대로, 아멜리아는 혼자서 얼음의 망치를 든 채 요그토스와 대치하고는 그를 혼자서 틀어막고 있었다.

유동체의 몸을 가진 괴물이기에, 형태를 강제로 고정할 수 있는 빙결의 공격도 확실히 유효할 테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가진 마력일 터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의 몸에는 마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대체, 어디서 마력을 얻고 있는 거지...?'

라일라의 마력시가 더욱 그 단계를 높이며, 아멜리아의 안쪽을 살핀다.

서서히, 서서히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이 조금씩 그녀의 기척을 바라보면­

'읏...! 뭐야, 이건...!'

라일라의 시선은, 그녀의 가슴팍에서 끊임없이 마력을 흘려대고 있는 검은 색의 보석 결정으로 향한다.

크기로 치자면, 손톱만 한 크기의 보라색 보석.

본래는 조금 더 큰 크기였을지도 모르는 그것은, 아멜리아의 피부에 박힌 채로, 그 위에는 상처를 숨기려는 듯 누군가의 환영 마법과도 같은 마력의 장막이 함께 걸려 있었다.

'클레온이, 한 건가?'

정확히는, 마법이 아니라 일종의 능력과도 같은 것이었고, 느껴지는 마력도 흑마력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인간의 후보는 좁혀진다.

게다가, 그 보석을 덮어내듯이 지배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상당히 무리해서 감추고 있었네. ...아니, 봉인한 건가? 저 상처가, 그녀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라일라의 총명한 머리는, 그 보석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머릿속의 도서관을 빠르게 뒤지지만.

일치하는 정보를 가진 물건을 찾아내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봉인을 했다고 하지만, 그 봉인은 더이상 쓸모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보석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더욱 들어가는 것을 정했다.

지배의 각인과 동화하고, 그녀의 심장이 있는 쪽으로 계속해서 파고들어 가서.

그녀의 부정적인 감정이라던 가를 먹고, 그녀의 신경계에 뿌리를 뻗는다.

그야말로­ 씨앗이었다.

그녀의 안에, 흑마력의 마력 기관을 만들어내는 씨앗.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녀가 원래 가지고 있는 마력의 성질이 신성 마력이고.

흑마력의 마력기관을 외부에서 이식 당하여 강제로 몸 안에 상반되는 마력의 생산 기관을 가지게 된다면.

그 반발력 때문에, 몸이 안에서부터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아직은, 흑마력을 만들어내지 않고, 무색무취, 그리고 아무런 특징 없는 마력만을 끊임없이 만들어서 아멜리아의 육체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강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이제 무리인가... 제어해서 진행을 늦추는 것 정도밖에 할 수 없어. 저 아이...'

라일라의 진단은 정확한 것이었고, 아멜리아는 자신에게 힘을 가져다주는 것이 서리 망치에 깃든 여왕의 가호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실체는, 그녀의 몸을 좀먹어가던 어둠의 씨앗이었다.

그 때, 요그토스가 크게 울부짖더니, 양쪽의 날개를 낫처럼 휘둘러서 아멜리아를 덮친다.

아멜리아는 얼음의 망치를 치켜들어 그 공격을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콰앙! 하는 소리를 내면서 뒤쪽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역시, 몸을 통하는 마력은 많더라도 그녀 자신의 마력이 아닌 덕분에 제대로 제어하고 있지 못한 듯했다.

"큿...!"

아멜리아는 몇번이나 땅을 구른 뒤에, 손에서 망치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결국, 변신이 풀리면서 전신의 힘이 빠져버린 아멜리아는 부들거리는 팔로 다시 땅을 짚고 일어나 망치를 향해 손을 뻗으려 하지만­

라일라는 혀를 차면서 클레온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클레온! 가면녀를 정리했으면 저 괴물을 붙잡아 줘! 그 왕녀님은 결계 안에 넣어두고!"

라일라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 클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요그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겨, 결계 안으로 돌아가는 검다! 아멜리아!"

그리고, 쓰러진 아멜리아를 들쳐 없고 결계 속으로 돌아가는 그레이

아멜리아의 눈빛은 클레온을 향하며 힘에 부친 듯이 가파르게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미안하군, 한눈팔아서. 너도 나를 찾아온 부류겠지."

클레온은 뒤에서 덮쳐 녀석의 등 부분을 깊게 베어낸 마력 먹는 검을 휘둘러, 그 검신의 표면에 붙어있던 점액질들을 털어냈다.

땅에 떨어진 점액질들에서는 여전히 혐오스러운 눈알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마검, 사... 클, 레온... 관측 시간... 축..."

"...뭐라고 하는 건지, 일부밖에 모르겠군. 이렇게나 말이 서툰 녀석이었나?"

눈을 희번뜩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요그토스.

하지만, 육체의 성질이 불안정하고, 동시에 자아마저 짐승에 가까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음절의 연속이었다.

집중해서 들어 보려고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라일라가 마법을 완성 시킬 때까지 시간을 벌면 되는 거겠지?]

일레누는 어딘가 긴장한 듯한 얼굴로 클레온의 옆에서 이야기하고,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검을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주무르면서 이야기한다.

"전에 만났을 때는 여러모로 신세를 졌으니까 말이야. 쿠온은 이곳에 없지만... 라일라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걸로 끝이 아니라─."

그리고 이내, 한 호흡과 함께 마력 먹는 검을 위에서 아래로­ 일직선으로 내려 벤다.

마력 먹는 검에서 방출된 마력의 참격이 그대로 요그토스의 몸의 정 가운데를 갈라버린다.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타고 날아간 참격이 벽에 부딪히며 폭발을 일으키면서.

모래먼지, 흙먼지를 튀어 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가능한 많이 죽여보도록 할까."

[기운이 넘치나 보네...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저 녀석의 구성 성분 중 몇 퍼센트는 그 망할 자식이기도 하고.]

알레시오스에 관한 것은 아직 잊지 않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일레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은 휘둘렀던 검을 어깨 위로 올리면서 요그토스의 재생장면을 바라본다.

몸이 반으로 갈려졌던 부분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점액질이, 다른 쪽의 몸에 달라붙더니 마치 목공용의 접착제 처럼 서로의 몸을 당겨서 하나로 만든다.

"어째서 이렇게... 내가 만나는 적들은 죄다 '재상 괴물'인 걸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금방 당하니까? 클레온 너. 상대가 누구라도 일단 목을 날리면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

"... ..."

편견에 가까운 그녀의 말에 굳이 반론하지 않은 채 클레온은 손에 힘을 집어넣으며 각인을 통해 라일라의 힘을 불러온다.

파이어 인첸트.

조금 전, 일레누의 심상 세계의 속에서도 알레시오스에게 유효한 피해를 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마법 중의 하나다.

"...재생을 막는 데에는 역시, 화염이지."

[과거의 어떤 영웅은, 무한히 재생하는 목을 지닌 괴물을 불태워서 막았다고 하던가?]

"과거의 가르침은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법이지."

불타오르는 대검, 비록 그 불꽃 속에 있는 칼날이 순백이 아니라 칠흑이라고 하더라도.

화염으로 뒤덮인 양손검을 휘두르는 인간을 보고 있으면, 그는 어떻게 해서든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서 떨어트린 장본인인, 마검사 클레온과­

녹색의 머리를 가진 성직자이자 태양의 성검에 선택받은 용사. 쿠온이다.

두려움과 동시에, 떨쳐낼 수 없는 적개심이 그의 안에서 솟아올랐다.

이 이상, 저것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자신은 포식자, 그것도 세계를 몇 개나 포식해 온 포식자이다.

겨우, 검 한자루에게­ 그리고 그것을 휘두르는 필멸자에게.

만만하게 보여져도 되는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요그토스의 의지는 그의 안쪽에 남아있는 '알레시오스'의 미약한 의식에도 닿았다.

아직까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그의 의지가 알레시오스가 충동적으로 겉으로 튀어나와 클레온과 일레누를 향해 달려들었다.

형체 없는 육체를 조종하는 방법 따위, 그에게는 쉬운 일이라고 그는 자만했다.

예상대로 일레누와 이야기 하는 데에 집중한 클레온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방심한 것 처럼 보였다.

알레시오스의 몸이 클레온에게 닿기 직전, 바닥을 기어 겨우 도착한 목적지에서 본성을 드러내려 한 그 순간.

알레시오스는 일레누를 향해있던 눈동자만이 움직이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알레시오스에게는 영원하게 깊은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반응 속도라고 할 수 있었겠지, 클레온은 자신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며 자신을 덮치려던 요그토스의 머리를 짓밟았다.

"GURAAAMR!"

"방금 건 알레시오스가 한 건가? 진짜 요그토스는 그런 섬세한 움직임을 안 하니까 말이야."

굴욕적인 그 자세에 알레시오스는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클레온의 발은 마치 거대한 돌이 위에서 누르는 것 마냥 무거웠다.

도저히, 자신의 형체없는 육체로는 일으킬 수 없는 것 만 같았다.

"그 몸을 조종하는 게 익숙하지 않나 보군. 같은 재생 괴물이라도 계열이 다르단 건가?"

다음 순간, 클레온의 검이 허공을 빙글 하고 돌더니.

그대로 자신이 밟고 있던 알레시오스의 정수리부터 턱을 통과하여 땅에 꽂힌다.

그리고 베인 부분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점액질등은, 클레온이 부여한 화염 마법의 효과 때문에 불타서 허공에서 흩어졌다.

"생각보다도 쉽게 끝났군. 그 몸은 네 전문이 아니란 거겠지."

잊지 않고 자신을 향하는 클레온의 도발. 알레시오스는 어떻게든 움직여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그는 몸을 꿰뚫은 검을 절대로 놓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아까 전까지 듀라한과 솔리나가 '살점'을 봉인하기 위해서 버티고 있던 것과 비슷했다.

"이대로라면 움직일 수 없겠지. 그럼─ 라일라!"

클레온의 목소리가 울리면, 시종일관 지켜보고 있던 라일라는 그때가 돼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도망치려 할것이 뻔했기에, 요그토스가 묶여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최상의 결과네... 클레온."

그리고 그녀는 마력의 갈무리를 마치고 이내 낭랑한 목소리로 영창을 시작한다.

"하늘의 왕관! 회전하며 떨어지는 낙윤의 때! 나, 그대의 모습과 형태를 빌려 이곳에 그대의 권능을 재현하노니. 어둠이여,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거라!"

마법의 수준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영창.

본래, 화신 마법으로 마법 그 자체가 된 라일라에게는 웬만한 마법의 영창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이 마법에는 최소한의 마법 영창을 더하지 않으면, 제어가 불가능해질 것 만 같다고 여긴 것이다.

"태양이 싫다면서? 그렇다면, 직접 선물해줄게!"

그리고, 그녀의 마력이 전부 해방되면서 머리위에 떠올랐있던 화염구는 정말로 태양과도 같이 커졌다.

"괴, 굉장해..."

"이게 화신 마법의 힘인가...!"

시프나 프레이야가 감탄해 하는 사이에, 화염구의 성장은 멈추고.

요그토스는 그것이 곧 자신을 향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바닥을 벅벅 긁어대면서까지 클레온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지금까지 네가 쫓아다니는 도망자는 몇 명이지? 갑작스럽게 나타나 문명을, 세계를 먹어치우는 네 녀석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 이들. 네게 원한을 가진 존재도 많다는 것이지."

그리고 클레온은 손목을 비틀면서 불타오르는 검이 벌려놓은 상처를 더욱 깊게 했다.

"자기만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말로 생각한거냐...! 알레시오스!"

분노하며 그를 몰아붙이는 클레온.

"크, 클레온... 괜찮은 걸까요? 저렇게밖에 있어도­"

아멜리아가 결계의 바깥에 있는 클레온을 걱정하면, 헤르메스가 반짝이며 대답해 했다.

[문제없다. 화신 마법의 마법은, 의지를 갖추고 원하는 적만을 공격하니까.]

그리고­ 다시 라일라.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이 불러낸 화염구를 조종하여 밑으로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고고고고 하는 효과음이 들릴 정도로 절체절명의 시츄에이션.

"사라져라, 괴물 녀석...! 정말로, 이걸로 마지막이야!!"

그렇게 높게 선언하며, 라일라의 손가락이 튕긴다.

천천히 추락하던 화염구가 갑작스럽게 가속을 받더니 빠르게 지상을 향해 떨어지더니­

"썬 폴!"

라일라가 마법명을 외치는 순간, 정말로 태양과도 같이 밝게 빛나는 화염구가 폭발하듯이 요그토스를 집어삼켰다.

[KIIIII!]

낙일의 주문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어 간 요그토스의 몸.

그리고 그 안에서 몇번이고 불타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며

그의 몸은 정말로 재가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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