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9화 〉 리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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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는걸..."
귀족들이 웅성거리며 각자의 말동무를 찾아, 조금 전에 있던 일에 관한 토론을 나누는 가운데.
그들 중 누구에게도 끼지 못하고, 붕 떠버린 자신의 처지에 혀를 차면서, 팔짱을 낀 소녀가 있었다.
귀여운 드레스를 몸에 걸치고, 머리를 땋은 금발 파란 눈의 소녀.
나이는 10살에서 12살 정도일까.
이런 파티에 참여하기에는 조금 어린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세상에서 가장 꼴사나운 용사 '알베인'이었다.
그녀가 여성의 모습을 한 것도 여러모로 깊은 사정이 있었지만, 본래 이 파티에 참여한 이유는 '카시우스'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파티장에 오고 나서는 그에게 다가갈 기회조차도 없었고, 옆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던 미염공이나
클레온마저도 카시우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끼어들 자신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연회장의 구석에서 구시렁거리면서, 자신을 이런 곳으로 데리고 와서 시간을 낭비하게 한 '레밀리아'에게 불평을 하는 것 정도이다.
차라리 남자의 모습으로 왔다면, 다른 여성에게라도 말을 걸었을 터이다.
특히, 아루루인가 하던 그 여성. 듣자하니 공작가에, 자신의 아버지의 형의 딸. 즉, 사촌이라는 것 같다.
물론 지금 자신이 알베인이라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되겠지만,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또, 그녀와 함께 다니던, 또 한 명의 여성은 처음 보는 인물이고 이름도 듣지 못했지만.
그 회색의 머리카락이나, 머리보다도 커다란 가슴은 분명 매력적이다.
어딘가 쿠온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클레온이 없어진 뒤에 다들 웅성 거리고 있었지만, 그들이 다시 나타나자마자 그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다시 카시우스에게 다가가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인 것 같았다.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 남자는 스스로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자신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을 한 카시우스를 알베인은 속으로 멍청이라고 생각하며 비웃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남자를 꾀어야 한다니, 이쪽에서 거절이다.
"어이, 레밀리아.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저 남자는 이제 친해져도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알베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종자로 같이 따라온 여성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턱에 손을 올린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레밀리아가, 알베인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중얼 거리고 있었다.
"...어이!"
결국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열이 받은 알베인이 큰 소리를 내고 나서야, 레밀리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알베인 쪽을 바라봤다.
"...뭡니까?"
"종자인 주제에...! 큭... '뭡니까?'가 아니야!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묻고 있잖냐!"
알베인의 높아진 언성에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더는 이곳에 있어도 가능할 건 없는 것 같습니다."
"... 젠장. 시간 낭비했군. 결국, 저 남자와 말을 섞지도 못했고."
알베인의 그런 말에 레밀리아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아아, 그건 괜찮습니다. 당신에게는 처음부터, 그를 유혹하는 일 따위는 기대하지 못했으니까."
"...뭐라고?"
지금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무례한 말에 알베인의 표정이 무서워지면 레밀리아는 알베인을 향해 조용히, 그리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애초에 당신이 카시우스 칼데아리스를 유혹하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장난하는 거냐...! 나는 네 녀석들의 말을 듣고 이런 꼴까지..."
발끈한 알베인이 그녀의 팔목을 잡으려 하면, 레밀리아는 반대로 알베인의 팔목을 붙잡더니 이야기한다.
"당신, 아까 전, 카시우스가 아니라 아루루 트로메이아나, 베아트릭스 휴트러스같은 여성들을 보고 있었죠."
"...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냐."
"... 우리들의 목적은 카시우스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카시우스에게 말 거는 것은커녕 여자나 바라보면서 시간이나 낭비했죠. 그것이 당신입니다.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죠."
레밀리아의 말을 들은 알베인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인지 얼굴이 벌게지지만, 자신을 잡고 있는 레밀리아의 완력은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잖냐! 그 녀석의 곁에는 늘 다른 귀족들이 가득 둘러싸고 있고... 중간에는 클레온도 합류했단 말이다!"
"하아..."
알베인의 변명을 들은 레밀리아가 한심함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녀는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클레온이었다면 그런 변명을 입에 담지 않았겠죠."
"뭐... 라고...!?"
레밀리아의 갑작스러운 클레온을 꺼내 들어 자신의 비교 대상으로 하는 발언에, 알베인은 이마에 힘줄이 크게 드러날 정도로 격양했다.
"클레온이 설령 당신의 입장이어서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고. 당신에게 들키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는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레밀리아 레이몬드는 본래 무인이다.
무인인 그는, 자신의 호적수를 인정하는 전사였다.
그것은 비단 무술 실력뿐만이 아니라, 마음가짐, 시련에 임하는 자세를 포함한 모든 것을 기준으로 한다.
"클레온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굴욕도 받아들이고, 어떤 위험에도 스스로 뛰어드는 남자입니다. 당신 같은 인간과는 전혀 다르죠."
"이... 망할 년이...!"
알베인이 지금 검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장에라도 뽑아들어서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베어낼 수 있느냐고 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슬슬 인정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클레온과 당신에게는 더는 좁혀지기 힘든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 입을 닥치지 않으면..."
"호오. 닥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휘두를 무기도, 저를 막을 힘도 없는 당신이. 아아. 그렇죠, 당신에게는 세토스 트로메이야라는 이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귀족 중 한 명을 친아버지로 가지고 있었죠. 잘 됐군요. 아버지가 권력자라서. 당신의 힘은 아니지만요."
레밀리아가 무표정으로 알베인을 모욕하면, 알베인은 분함을 식히지 못한다.
그야말로, 강제로 팔을 붙잡혀서 계속해서 레밀리아로부터 언어적인 능욕을 당하고 있어야만 했다.
"비참한 심정이라도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만... 그렇다면 한 가지를 더 말씀해 드리죠."
레밀리아는 알베인의 마음이 이미 엉망진창에 가까울 정도로 너덜너덜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게 이야기한다.
알베인을 끌어당겨, 그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속삭이듯이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아까 전, 당신들이 헤벌리면서 바라보고 있던 여성들. 아루루.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베아트릭스는 이미 클레온과 몸을 섞은 사이입니다."
"... ..."
고막을 기어들어오듯이 파고들어 오는 레밀리아의 목소리.
"두 사람 모두 아카데미의 우수한 학생이어서 말이죠... 클레온이 그곳에서 강사를 하는 동안에 엮이게 된 사이라고 하더군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실수로라도 당신이 파고들 여지가 없는 관계이죠."
"어, 어쩌라는 거냐...!"
알베인은 자신에게는 관계가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밀쳐내려 하지만, 그의 공동은 크게 떨리면서 동요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려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아, 물론 레밀리아는 그녀를 걱정하지 않지만.
"제가 당신을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는, 카시우스 왕자를 유혹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에게 '클레온과 알베인의 차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 뿐입니다.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던, 그 남자와 자신의 격차를."
"나와, 클레온의... 격차, 라고?"
레밀리아는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알베인에게 이야기 한다.
"네, 싫을 정도로 깊게 느끼셨겠죠. 그저, 그것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을 뿐. 당신으로서는 그를 이길 수 없습니다. 영원히. 그야말로, 다시 태어나지라도 않는 이상. 이미 그와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나, 나는..."
알베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레밀리아의 시선을 피하면, 레밀리아는 이어서 이야기한다.
"인정합시다. 이겨야 할 대상에게 패배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 나는 녀석에게 빼앗긴 것을 모두 되찾고 싶어...! 녀석을 이기고 싶단 말이다...!"
알베인의 말에 레밀리아는 속으로 '그가 당신에게 빼앗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요'라고, 생각하면서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의 첨병.
인간을 거짓으로 유혹해서 나락의 구렁텅이로 끌어당기는 존재였다.
"당신이 진심으로 클레온을 이기고 싶다면,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정말로 우리와 함께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목숨 하나로는 너무나도 가볍지요. 육체, 정신, 혼... 당신이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나서야. 말 그대로 당신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에게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존재가."
레밀리아의 말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유혹보다도 달콤하게 들려왔다.
알베인은 그런 레밀리아의 말을 듣고는 큭, 하고 침음성을 내뱉은 뒤
잠깐의 고민 끝에 대답하는 것이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이미, 이슈탈과는 맹약을 맺었다. 녀석을 어떻게든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주겠다...!"
알베인의 그런 선언을 들으며, 레밀리아는 미소를 이어나갔다.
그 미소는, 비웃음이라는 것을 알베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001
"...아멜리아 님은?"
유폐의 탑, 비밀 통로 앞에 모여있는 다섯 명.
클레온, 그리고 그리운 얼굴인 아루루와 베아트릭스. 유스테스이다.
아멜리아를 데리고 탑으로 들어갔다 나온 클레온을 향해 아루루가 질문하면, 클레온은 조용히 대답했다.
"피로가 몰려온 것이겠지. 침대에 눕히자마자 잠들었어."
"그런가... 다행이야."
그들에게는 이곳까지 오면서, 이차원의 틈에서 있던 일에 대해 설명을 마친 상태였다.
그들 역시 추방 교단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는 듯했다.
그리고, 아멜리아와 함께하던 메이드 아마, 추방교단의 일원인 그녀에 대해 질문하면 그녀는 아멜리아가 사라지고 난 뒤 어느샌가 연회장의 안에서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영역에서의 싸움을 생각하면, 공간 전이를 이용한 것이다.
"...어쨌든, 선배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미안. 베아트릭스는 이곳에 귀족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파티에 참여했던 건데..."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베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클레온의 손을 꼭 붙잡았다.
"괜찮아요! 친구는 물론 많은 편이 좋지만. 지금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싶으니까요!"
베아트릭스의 건강한 대답에, 클레온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일이 묘하여졌는걸."
유스테스의 말에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깜짝 놀랐슴다... 돌아오자마자 그 왕자님이 이상한 말을 하니까..."
"─클레온은 그렇게까지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레이의 말을 받아서 아루루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 역시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그 표정은 역시 카시우스를 때려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하는 것이었다.
"카시우스 전하께 무슨 말을 미리 전해 들었던 것이겠지. 대체 그분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인지..."
"그가 말하길, 자신을 따르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아담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되었다는 것 같아. ... 대부분의 백성이나 귀족들이 아멜리아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유고."
클레온의 말에 유스테스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건 너무 비약적인 논리 아닌가? 아멜리아 왕녀님의 진실을 알고 있지 않다면, 반역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 반란이 일어났던 시절의 왕국은 아직 직전의 대전의 상처를 다 씻어내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솔직히 말해서, 카시우스 전하는─ 어딘가 초조해 보여."
클레온의 말에 일행은 모두 침묵했다.
아마, 전원이 같은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현명한 왕자라는 말을 들었던 그가, 이렇게나 성급하게 일을 벌인다는 것은 어딘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원인을 찾는다고 한다면 헬리온이 말했던 대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차원의 침식은, 그 강건한 탈체크마저도 돌이킬 수 없는 판단을 저지르게 했다. ...소피아의 가호를 잃어버린 카시우스도 어쩌면...'
클레온은 그런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것을 걱정하며 우선 한숨을 내쉬었다.
"클레온도 지친 것 같네."
"무리도 아님다. 클레온은 납치까지 당했었슴다...!"
아루루의 말에 그레이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자 베아와 유스테스가 놀란 얼굴이 되어 클레온의 몸을 더듬는다.
"괘, 괜찮아요 선배!? 이상한 일을 당한 것은 아니죠!?"
"강제로 덮쳐진다든가... 그런 일은 당하지 않은 것이겠지!?'
"괘,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레이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하는 눈빛을 보내면 그레이는 입을 합하고 가린다.
"뭐, 뭐어... 클레온이 어디가서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지만... 조심은 해줘."
"아, 아아... 그래..."
클레온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달라붙었던 두 사람을 떼어내고, 몸을 돌린다.
그 쪽에는 자신의 숙소가 있는 방향이었다.
"몇일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네. 우선, 저택으로 돌아가서 모두와 만나고 싶어. 그다음에는"
"뜨거운 밤임까?"
"...조용히."
합.
"나도 가도 돼?"
"미안하지만, 오늘 있던 일을 오렐리아 님께 전해줘. 루베라에게는 내가 각인으로 연락을 넣어서 아멜리아님의 침실을 지키는 것을 도와달라고 할게. 나도 새벽에는 돌아올테니까."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유스테스가 덥석,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니, 미안하지만 클레온은 오늘은 아멜리아님의 방에 출입금지야. 그리고, 묵고 있는 숙소에서 나오는 것도 말이야."
"...그래. 그 편이 좋겠네. 그녀가 한 말 들었지? 이건 귀족의 명령이야."
클레온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속박하려 드는 두 사람에게 당황한 듯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선배. 아멜리아 왕녀님을 지키고 싶어하는 건 잘 알겠지만. 우선 선배도 휴식을 취해야 해요. 선배가 무리하면, 다들 불안해 할거에요."
그리고 베아트릭스가 그렇게 말하면 클레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알았어. 하지만 쉬는 건 하루야. 내일부터는, 정상업무니까."
"워커홀릭임다. 워라밸이란 거 알고있슴까? 클레온은."
"...처음 듣는걸."
그레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루루와 유스테스와 헤어진 세 사람은 그대로 숙소 쪽으로 걸어간다.
"그럼, 저는 이쪽임다. 클레온. 내일 퍼레이드에서 보는 검다."
그레이의 말에 클레온은 '아아. 그러고 보니.' 같은 생각을 하면서 아멜리아를 퍼레이드에서 호위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을 떠올렸다.
"...너도 올 생각인가?"
"물론임다. 친구를 지키는검다."
"...부탁한다. 그레이."
"믿고 있는 검다! 클레온!"
그렇게, 그레이가 웃으면서 손을 들어 올리면, 클레온은 그녀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가져가서 부딪혔다.
뒤를 돌아서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그레이를 지켜보던 클레온은, 다시 베아트릭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걸어간다.
낯익은 거리를 지나, 골목을 넘어가면.
꽤나 훌륭한 저택 하나가,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문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
"후후. 저는 조금 떨어져 있을게요."
"...심술쟁이인걸. 베아는."
"그런가요?"
입을 가리면서 웃는 베아트릭스. 그리고 클레온은 심호흡을 하면서 현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열어젖히면
"클레온!"
갑작스럽게 뛰쳐나온 인물들에게 깔리듯이, 뒤로 넘어지는 것이었다.
제일 밑이 갈라테아, 그 위가 쿠온.
그리고, 사샤와 릴림이 그 위에 올라타서 클레온을 무겁게 누른다.
현관문에서 졸린 표정의 칼리번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너, 너희들..."
클레온은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목소리를 내면, 사샤가 재빨리 일어나서 릴림을 치운다.
"괘, 괜찮으세요 클레온 씨!?"
"파파, 돌아왔어..."
"아야야..."
쿠온은 넘어진 것이 아픈지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가장 무겁게 클레온을 누르고 있는 걸 알아채고는 몸을 일으킨다.
"너희들 방해하지 마! 내가 나가려 했단 말이야!"
그리고 갈라테아가 양팔을 들어 올리면서 화를 내면,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너무 멀리 가지 마. 찾으러 갈 수 없잖아."
"...아아. 미안. 갈라테아."
클레온의 대답에 갈라테아는 볼을 부풀리며 클레온의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다른 말을 먼저 해야 하잖아?"
"─... 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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