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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81화 (381/506)

〈 381화 〉 골동품점

* * *

000

클레온은 저택에 있는 자신의 방에 돌아가, 오랜만에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그다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가장 안심되는 자신만의 공간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클레온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보니, 페루루카를 비롯한 네 사람은 제대로 엘레시아에 도착했을까.

루티와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도록 편지를 넘겨주었지만, 그 전에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걱정하더라도 지금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함께하고 있는 시프를 믿을 수밖에...'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대로 천천히 눈을 감고 잠이 들려고 하면­

부스럭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자신의 침대로 누군가가 기어들어온다.

클레온이 슬쩍 이불을 들어 올려보면, 어느샌가 방에 들어온 '릴림'이었다.

"릴림... 오늘은 사샤랑 같이 자지 않는 거야?"

클레온은 잠이 들기 직전이었기에 조금 나른 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릴림은 조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클레온의 팔에 머리를 올리더니 이야기한다.

"파파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

──

순간, 클레온은 자신의 정신이 이차원의 틈 너머로 사라졌다가 돌아온 듯한 충격을 느꼈다.

아아. 이것은, 들은 적이 있다. 이전에 램파트에게서.

램파트가 술자리에 어울려 달라고 하여 함께했더니, 꺼이꺼이 울면서 딸에게서 '아빠 냄새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던가.

길드의 모험가는 육체노동자이니, 임무의 여하에 따라서는 확실히 이런저런 냄새가 몸에 붙기는 하지만.

램파트는 클레온이 알기에도 꽤 깔끔한 부류에 속하는 모험가였다.

심한 녀석들은, 마물의 피를 뒤집어쓰고도 그대로 길드에 돌아와 자리에 앉아 술을 퍼마시는 녀석들도 있었으니.

임무를 마치면 제대로 몸을 닦고, 주기적으로 목욕, 하다못해 매일 샤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주변인들에게도 위생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인가.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어린 시절에 싫어도 주입받은 클레온도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의외로, 그런 부분에서 엄격한 것은 탈체크였기에 훈련이 끝나고 땀 범벅이 되면 그에게 끌려가서 강제로 욕조에 처박힌 적도 많았다.

다만, 램파트의 딸이 맡았다는 것은, 아마 그런 냄새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남자들에게서 나는 특유한 냄새.

특히 나이가 들수록 난다고 하는 그런 종류다.

참고로, 클레온은 집에 돌아와서 모두와 이야기를 한 뒤에는 욕조에 한 시간 이상 들어가 있었다.

실수로 잠들었던 것이지만.

─어찌되었던.

릴림이 말하는, 자신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소리에 클레온은 정신에 커다란 데미지를 받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렇구나. 미안, 릴림. 그러면, 오늘은 쿠온이랑..."

"황금의 용사의 냄새."

클레온의 말을 중간에 자르면서 릴림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 클레온의 충격은 기우였다는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다시 한 번 입을 다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걸렀기 때문에, 모두에게는 말하지 않은 것이다.

몸이 영혼을 떠나 있을 때 보았던, 릴리스와 레시아의 모습에 관한 것은.

그런데도, 릴림은 자신에게서 나는 그 냄새만으로 클레온이 레시아와 만났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녀를 만났을 때의 클레온은 육체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영체였음에도.

"... ..."

"파파, 괜찮아? 괴롭힘당하지는 않았어?"

릴림은 걱정되는 눈빛으로 손을 뻗어 클레온의 얼굴을 만졌다.

그리고, 상처를 입지는 않았는가, 이곳저곳을 살피는 것이다.

"아, 아아. 괜찮아. ...그녀와는 싸우지 않았어."

"...그렇구나. 다행이야. ... 황금의 용사. 싫어."

릴림의 말에 클레온은 눈을 감으면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가 레시아에 가지는 싫은 감정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더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기억을 잃기 전, 마검 황제의 곁을 지키던 반려자로서의 릴림의 감정이 아직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이겠지.

자신에게서 카인을 앗아간 존재.

릴림은, 레시아의 존재를 증오한다.

하지만. 릴림은 또한 동시에 레시아의 딸이기도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릴림은 레시아의 딸인 릴리스의 복제.

유전적으로 릴리스와 거의 같은 존재인 릴림.

그녀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또, 알고 있다고 해서 그녀에 대한 감정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슬픈 일이다. 가족끼리 증오가 존재한다는 것은.

"자자, 릴림. 하룻밤 지나면, 이 냄새도 사라질 거야."

"응..."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릴림에게도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준 채로 눈을 감았다.

릴림은, 레시아의 냄새가 싫다고 하였다.

하지만 클레온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그대로 서서히 수면의 늪에 가라앉는 것이었다.

001

클레온의 방은, 달빛이 잘 들어온다.

불을 끄고 있을 때면, 바깥에서 흘러들어오는 달빛 덕분에, 창문이 가려진다면 곧바로 방 안의 밝기가 바뀔 정도이다.

일부러 그런 방을 고른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밤에 습격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지.

클레온은 날카로워진 감각 속에서, 자신의 창문을 가리는 누군가를 눈치챈다.

릴림은 아직 자신의 팔을 베개 삼아 잠들어 있었다.

'얼마나 잔 거지? 1시간? ... 팔이 그렇게 저리지 않은 걸 보니 긴 시간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침대의 바로 옆에 기대어져 있는 갈라테아를 향해 슬그머니 손을 뻗는다.

그리고­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며 방의 창문이 열림과 동시에 안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을 향해.

검을 뽑아 휘두르려고 하면­

침입자와 클레온의 검이 서로 부딪히기 직전에.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멈춘다.

"... ..."

"──"

클레온도, 침입자도 침묵하고 있으면, 갈라테아가 입을 열었다.

[뭐야 루베라잖아. 괜히 일어났네...]

"괜히 일어났네는 아닌 것 같은데..."

눈 앞에 있는 루베라는 평소에 아멜리아와 순찰을 할때 입는 복장인, 배틀 메이드의 제복이 아니라­

이전, 클레온과 함께 잠시 탈체크와 싸울 때 입었던 몸에 달라붙는 재질의 암살자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검을 휘둘러서 반사적으로 뽑은 것뿐입니다. 걱정 마시길."

루베라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갈라테아를 손에서 놓는다.

그러자 갈라테아는 그 자리에서 인간의 형태로 변하면서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는 것이었다.

루베라는 그럼 바로 전에까지 침대에 누워있던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잠시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태평하군요. 자기 목에 얼마가 걸려있는지도 모르면서."

"암살의뢰인가?"

루베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제가 받은 건 아니지만요. 자다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반응이 순간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저택은, 바깥에서의 침입에 너무 무력합니다. 거처를 옮기는 걸 추천해요."

"안그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내일­ 아니 이제 오늘인가. 오늘의 퍼레이드가 무사히 끝나고 나면 이사를 할 생각이야."

클레온의 대답을 들은 루베라는 흠...하고 턱에 손을 올렸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트로메이아 가문에 신세를 지는 건 어떠한가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당신 성격에 그런 것은 거절할 것 같아요."

"잘 알고 있네..."

클레온의 대답에 루베라는 어깨를 으쓱인 뒤, 벽에 걸려있던 클레온의 외투를 잡아 그에게 던졌다.

"나갈 준비를, 아래에는 페르디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르디아가...? ...복장을 보아하니, 마시러 가자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군."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던 릴림을 내려보았다.

"모두에게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상관 없습니다. 당신이라면 각인으로 한번에 알릴 수 있을테니 시간도 들지 않겠죠."

"그거야 그렇지만..."

클레온은 한숨을 내쉰 뒤 외투를 몸에 걸치고 저택에서 자고 있을 다른 일행들에게도 루베라와 함께 외출하겠다는 연락을 넣는다.

그러자 돌아오는 것은 역시, 불안한 듯한 질문.

[어디에 가는 건데?]

쿠온이 그렇게 되물어 오면 클레온은 루베라를 바라본다.

"가는 곳은, 왕도 안에 있는 작은 '일 알선소'입니다."

"모험가 길드... 같은 곳인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클레온의 대답을 들은 쿠온은 조용히 '어째서?'라는 질문도 함께한다.

루베라는 그 질문을 듣고 조금 생각하다가, 클레온에게 전했다.

"내일의 퍼레이드­ 중에 일어날 해프닝을 최대한 사전에 막기 위해서. 죄송하지만, 쿠온 씨를 비롯한 여러분은 동행하기 어려운 장소입니다."

"... ..."

클레온이 루베라에게 들은 대답을 그대로 전달하면 일행은 모두 조용해졌다.

[알았어. 다녀와 클레온. 대신에 충분히 조심해야 해.]

쿠온은, 페르디아와 루베라를 믿는다는 듯이 이야기 하고, 이어서 라일라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빌려가면 제대로 반납해야 해. 잃어버리거나 망가트리면­]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책임을 지겠습니다."

[... 네 목숨 같은 건 필요 없어. 제대로 데리고 돌아오란 거야.]

라일라의 말을 들은 루베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클레온을 바라봤다.

[그 부분은 문제없을 거야. 그러면, 갔다 올게.]

클레온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각인을 통해 저택의 일행들 모두에게 전달되고.

갈라테아가 빛으로 화해 그의 허리춤에 걸림과 동시에.

루베라와 함께 저택의 창문을 통해서 바깥으로 나온다.

루베라가 말한 대로, 창문의 밑에는 페르디아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 역시, 평소의 복장이 아닌 처음 만났을 때의 암살자 복장을 입고 있었다.

"휴식중에 죄송합니다. 클레온 님."

"아니, 괜찮아."

허리를 숙여가면서까지 사과해 오는 그녀를 말리며, 클레온은 대답한다.

"우선, 이동하도록 하죠. 실수로라도 이 모습을 하는 것을 일반 시민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확실히, 두 사람 모두 몸의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그런 둘과 함께 다니는 클레온도 그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게 된다면, 이상한 플레이를 하는 중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컸다.

"... 감각이 이상해진 것 같지만, 이런 모습에 칼을 가지고 다니면 누가 보더라도 범죄자로 보인다는 겁니다."

루베라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가 대답한다.

"아아. 알고 있어."

"역시 클레온 님이옵니다."

페르디아의 말을 들은 루베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처에 있는 건물의 옥상으로 점프해서 올라간다.

마력으로 강화한 것이겠지만, 대단한 도약력이라 생각한다.

페르디아도 루베라의 뒤를 따라 뛰어오르려고 하면 클레온은 그녀에게 질문한다.

"... 페르디아, 정확히 어디로 가는 거지?"

"왕도에 존재하는 뒷골목과 귀족가의 경계. 그곳에 있는 골동품점입니다. 가게의 이름은 '아다만트'"

"...물론 평범한 골동품점은 아니겠지..."

클레온의 대답에,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골동품점 아다만트는, '암살자의 집'입니다."

002

과거, 인간의 세상에는 큰 영향력을 끼치는 두 신이 있었다고 한다.

기후를 관장하는 하늘을 신격화한 '하늘의 신'과 계절을 흐르게 하는 시간을 신격화 한 '시간의 신'이다.

시간의 신은 하늘의 신에게서 파생된 존재였기에, 시간의 신은 하늘의 신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따랐지만.

점차, 인간들에게서 오는 욕망을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간의 신은 하늘의 신을 몰래 습격하여 그를 죽이고 힘을 빼앗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의 신은 또다시 자신에게서 파생된 다양한 신들이 일으킨 반역에 패배해, 그 권위를 대부분 잃고 다른 신들의 눈을 피해 숨어 어둠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시간의 신이 하늘의 신을 죽인 사건.

이것이 바로, 인간의 역사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암살'이다.

시간의 신은 비록, 시간을 관장하는 힘을 잃어버렸지만, 그 후에는 '암살'의 신으로서 신앙을 얻게 되었다.

신격을 바꾸고 살아남은 그는, 신의 시대가 끝나고 교단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시대가 찾아올 때까지, 암살자들의 사이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죽음을 인도하는 자들'의 신으로서 군림했다고 한다.

그 전 시간의 신, 그리고 후에 암살의 신이 된 존재가 하늘의 신을 살해할 때 사용한 것이 '신기 아다만트'.

현존하는지, 아니면 후세의 창작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그런 기록이 남아있었다.

골동품 점 아다만트는, 그곳에서 이름을 딴 가게였다.

클레온, 루베라, 페르디아는 주택이나 건물의 옥상에서 옥상으로 뛰어넘어 다니면서, 왕도의 안을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건물 사이를 뛰어오를 때마다 달빛에 의해 가도에 그림자가 생긴다.

세 사람은, 각인을 통한 텔레파시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암살자의 집이라는 것은... 암살자들에게 암살 의뢰를 알선하는 장소인 건가?]

[맞습니다. 클레온 님. 저도 선대­ 스승님께 들었던 것이어서 직접 가는 것은 처음입니다만.]

[저도입니다.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요.]

루베라의 대답을 들은 클레온은 잠시 침묵했다.

[역시, 퍼레이드 중에 아멜리아에게 암살자가 파견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아멜리아가 유폐왕녀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왕족입니다. 그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철창에 보호마법까지 펼치는 왕가가, 암살을 허용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루베라의 대답은 클레온도 같은 생각이었다.

퍼레이드에서 암살자가 날뛰게 되면 일반 시민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

왕과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그런 사태는 막아야만 하겠지.

오늘의 카시우스의 발언 덕분에 아멜리아를 위한 경비는 더욱 심해질 거고.

실제로, 클레온 자신도 카시우스에게 부탁받아 경비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므로, 더욱 주의해야 하겠지만요.]

그 때, 페르디아의 말을 들은 클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면 루베라가 그녀의 말을 이어받아서 설명한다.

[암살자들에게 있어서 왕족의 암살과도 같은 것은, 그야말로 성취하기 어려운 임무. 전설적인 암살자가 왕족을 암살하려다가 그 최후를 쇠꼬챙이에 전신을 꿰뚫려 죽는 일은, 역사상에서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전설로 만들고 싶은 암살자들이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죠. 특히, 자신감에 넘치는 젊은 암살자들이 그런 의뢰를 받아들이고는 합니다.]

[꼭 누군가 같군...]

클레온의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는 두 사람의 얼굴.

한 쪽은 지금 떠올린 것에 미안함을 느끼지만.

[아멜리아 왕녀님을 암살하는 의뢰가 발행된다면, 반드시 이 암살자의 집. 아다만트를 거칠 것입니다. 그 발행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그 의뢰를 받는지를 확인하면­]

[역암살이 가능해집니다.]

페르디아와 루베라의 말을 들은 클레온은 눈을 크게 뜨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 자, 도착입니다. 저 볼품없는 가게가 아다만트에요.]

루베라가 손가락을 들어,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작은 가게를 가리키면.

확실히, 겉으로 보기에는 볼품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손님 없는 가게였다.

다만, 알게 모르게 그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 중 몇 명이 가게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세 사람이 가게와 조금 떨어진 골목길 안에 착지하면서, 아다만트로 걸어간다.

앞장 선 루베라는 주머니에서 무언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동전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그건?"

"아다만타이트 코인입니다. 암살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증표처럼 사용된다고 하더군요."

"...그게 있어야 암살자의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

"입장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코인 하나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세 사람까지."

클레온은 그제야 다른 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입장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희 스승님께서는, 아다만트를 비롯한 암살자의 집과는 관계를 끊고 계셨던 것 같아서..."

코인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클레온은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두 사람과 함께 낡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루베라 역시 처음 오는 곳이었기에 조금 주변을 둘러보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이 눈을 감았다가.

이내, 점주로 보이는 노인이 앉아있는 계산대로 걸어간다.

"무슨 용무인가?"

노인이 조용히 그렇게 물어오면, 루베라는 조용히 코인을 들어 그에게 건네준다.

"낫을 보고 싶습니다. 수확해야 할 작물이 있거든요."

루베라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노인은 코인을 받아서 들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켜, 루베라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고 계산대의 뒤편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가게의 뒤편에는 커다란 승강기와 철문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노인이 그 승강기의 버튼을 조작하더니, 드르륵 하고 승강기가 올라오는 소리가 지하에서부터 들려왔다.

"낡은 암호를 쓰는구먼. 지금은 다르다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노인.

루베라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야기한다.

"...죄송합니다."

"새 암호는, 직접 알아내시게."

그리고, 노인이 세 사람을 밀어 넣듯이 승강기에 넣어버리면, 다시 한 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세 사람을 지하로 내려보내는 것이었다.

"새 암호인가..."

"루베라님. 얼굴을 붉히실 필요는 없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들어올 수 있었고."

"...붉히지 않았습니다만."

클레온과 페르디아는, 그런 루베라의 어깨를 양쪽에서 토닥일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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