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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82화 (382/506)

〈 382화 〉 아다만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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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승강기를 타고 내려온 곳은, 지상의 낡은 구조물에서는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또 고급스러운 주점이었다.

작은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반짝이는 것은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마력등의 빛과 그것을 반사하는 술잔들이다.

주점을 이용하고 있는 손님들 역시 각양각색이다.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나이가 지긋한 노인, 이 시간에는 집에서 자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소녀.

귀족도 깜짝 놀랄 정도로 예의를 갖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가씨, 다가가는 것조차 용기를 쥐어짜 내야 할 것 같은 험악한 인상의 거한.

하지만,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그들 역시 암살이라는 한없이 어둠에 가까운 일에 발을 들여놓은 '범죄자' '이상자'라는 것이다.

페르디아도 루베라도, 이 공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느껴지는 팽팽하게 당겨진 보이지 않는 긴장감에 몸을 경직시켰다.

아마,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 정립된 '규칙'이다.

그 규칙이 깨지는 순간, 긴장감은 칼날로 바뀌어서 모든 방향에서 자신들을 찔러올 것이다.

"자, 그럼..."

암살자가 아니어서일까, 그런 두 사람과 다르게 클레온은 조용히 시선을 옮겼다.

이곳이 모험가 길드와 비슷한, 암살자들을 위한 알선소라고 한다면 그 의뢰를 제공하는 공급자.

즉, 암살 의뢰의 흐름을 잡고 주도하는 직원이 있을 것이다.

길드의 접수원이나, 루티와 같은 길드 마스터에 해당하는 인물의 존재이다.

"어떻게 할까. 각자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아볼까?"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도 페르디아도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클레온에게 고개를 돌려 끄덕인다.

[될 수 있으면 저희끼리의 대화는, 각인을 통한 것으로 하도록 하죠. 어디에 아멜리아 암살 의뢰를 받은 암살자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야기하는 것으로 목적을 들키면, 찾아내는 것이 힘들어질 겁니다.]

루베라의 말에 클레온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 페르디아와 루베라는 각자 주점의 안을 이동하여 이야기를 나누어간다.

클레온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동한 것은­ 고급진 술들이 즐비하게 늘어진 카운터.

가면을 쓴 정장의 바텐더가, 조용히, 그리고 부지런하게 손을 움직이며 앞에 앉아있는 손님들을 위해 술을 따른다.

그리고, 클레온이 카운터 자리에 앉자 클레온에게도 다가와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것이다.

"어서 오세요. 암살자의 집, '아다만트'에. 직접 뵙는 것은 처음이지만, 잘 부탁합니다. 마검사 클레온."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성.

입고 있는 정장이 몸의 라인을 제대로 들어내지 않고 있었기에, 남성이라 생각했었지만, 예상보다도 높은 목소리에 놀란 것과­

그녀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 나를 알고 있는 건가."

이내, 생각을 끝낸 클레온의 질문에 바텐더는 대답한다.

"네. 몇 번인가, 당신을 대상으로 하는 청부가 들어 왔습니다. 아, 지금도 있습니다. 현상금은 300만 골드. 놀랍게도, 현재 현상금이 최고 금액은 아닙니다. 이전에는 더 높았던 적도 있었어요."

"의뢰주가 누군지는 몰라도 할 일 없는 녀석이로군..."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바텐더는 가면 밑에서 웃음을 터뜨린 듯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필연적으로 당신 같은 분들은, 활약하면 그 반동으로 원망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말하더군요. 당신이 바깥에 나올 때면 늘 주변에 당신만 한 실력자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노리기가 힘들다고. 자고있을 때를 노리려 해도, 어찌된 일인지, 매일 같이 밤을 돌아다닌다고요."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아아. 하고 알겠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안심해주시길. 이 안에 있는 분들도, 당신에 관한 것은 알고 있겠지만. 싸움을 걸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허리에 있는 그 마검이 무서워서라도 말이죠. 후후. 게다가 당신에게 의뢰를 거는 이들은, 대부분이 암살자들 사이에서도 그리 평판이 좋지 않은 이들인지라."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클레온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입니다. 엘레시아의 사건으로 당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회귀자'들. 우드녹커 가문의 사업 동료였던 자들. 아카데미 원로회의 지지자였던 이들. 아, 최근에는 귀족 나리들 중에서도 당신의 목에 돈을 걸곤 하더군요."

"...하."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클레온이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바텐더는 클레온에게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자들­

즉, 암살 의뢰를 내건 의뢰주에 대해 말한 것이다.

"후후. 당신과는 앞으로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입니다."

"어째서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바텐더는 잠시 입을 다문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장본인에게서 듣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우선, 한 잔 드시죠.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미안하지만, 코인은 가지고 있지 않아."

"괜찮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여 주시죠. 이쪽의 '이프리트'는 어떻습니까? 아주 독해서 식도를 태워버릴 것만 같지만, 그 감각이 중독된다고 하는 손님들도 계십니다. 아아, 물론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중화해서 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클레온은 이프리트라는 술의 이름에, 이전 루베라에게 당했던 것을 생각해내며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눈으로 술병들의 라벨을 쫓다가­

문득, 신경 쓰이는 이름이 있어, 눈길이 멈추었다.

"드래곤 벨리..."

용의 계곡이라는 이름의 술병.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고향에 관한 것이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날개와, 언제 지상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거대한 바위들이 만들어낸 계곡.

그 아래, 빛이 아슬아슬하게 닿는 곳에 터를 튼, 흑마의 일족들의 마을.

지금은 이미,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곳이며, 루베라와 클레온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아아. 이 술이 신경 쓰이는 것인가요."

클레온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바텐더인 그녀는 술병을 꺼내 클레온의 앞으로 가져왔다.

"어째서 이런 이름인 것이지?"

"드래곤 벨리는 용의 계곡에 존재했던 작은 마을에서 생산되던 술이었습니다. 환경이 척박하니 생산량이 적었지만, 마니아층에게는 인기가 있는 술이었죠. 몇 년 전을 기점으로 단종되어, 지금은 구할 수 없게 된 술입니다."

클레온은 그 말을 듣고 '그렇겠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슬쩍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와 대화하고 있는 루베라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바텐더에게 이야기한다.

"그 술로 하지."

"알겠습니다. 일행분께도 준비해 드릴까요?"

"...괜찮은건가?"

"네, 물론입니다. 아, 물론 미성년자인 분께는 제공해 드리기 어렵습니다만."

페르디아에게는 미안하지만, 클레온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잔을 준비하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일행분들께는 클레온님께서 직접..."

"물론이야."

클레온은 그럼, 앉아있던 곳에서 일어나서 거한과 이야기 중이었던 루베라에게로 다가갔다.

거한은 루베라를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루베라는 그런 거한을 올려다보면서 당장에라도 죽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루베라."

클레온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루베라는 곧바로 몸을 돌려 클레온 쪽을 바라본다.

표정은 언제나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어이, 지금은 나랑 대화중이었­"

루베라의 뒤에 서 있던 거한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면.

"클레온. 뭔가 정보는 잡았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루베라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보여주고 싶은 것?"

"아아. 고향에 관한 거야."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금세 평소대로의 평정심을 되찾은 듯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설마, 정보보다 술을 먼저 찾다니."

"아­ 아니, 그건 아니야. 바텐더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잔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말이야. 마시고 나면, 제대로 정보를 들을 생각이었어."

클레온이 조금 당황하여 변명하면, 루베라는 피식 웃어 보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가도록 하죠."

클레온은 루베라와 대화하면서도, 그녀의 뒤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수치와 분노로 붉어져 가는 것을 보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루베라에게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의외로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클레온은 루베라가 자신의 뒤에 걸려있던 바리사다를 뽑아, 그대로 클레온을 향해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 바리사다가 휘둘러진 궤도를 피해 몸을 움직이면­

캉!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금속끼리 부딪힌 것을 원인으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아~아~ 막아버렸네."

연 푸른 색의 짧게 친 단발, 장난을 부리는 듯한 웃음끼 가득한 얼굴.

몸에 걸친 것은­ 가슴골과 다리를 크게 노출하는, 적나라한 검은 색의 드레스 의상.

손에는 드레스와 같은 재질인 것 같은 검은 색의 장갑을 낀 채로­ 사복검을 들고 있었다.

"... 이블린."

루베라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이블린 역시 사복검을 잡지 않은 손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것이다.

"안녕, 루베라. 여기에 왔다는 것은... 내가 준 선물을 썼다는 거구나~"

클레온이 곧바로 검을 뽑으려 한 다음 순간.

철컥, 하는 금속음이 가게의 이곳저곳에서 들리면서.

주점 안에 있던 모두가 동시에 이블린을 향해 무기를 겨눈다.

그것은 창, 단검, 스틱 블레이드와 같은 근접무기부터.

석궁이나 활, 또는 권총으로 보이는 것들마저 각양각색이다.

심지어는, 바텐더마저도 손에 마법을 꺼내 든 채로 이블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아다만트의 안에서의 전투 행위는 금지입니다. 마담 이블린."

"룰 위반은 안했잖아? 이거는, 스승과 제자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그리고 그 마담이라는 호칭은 그만둬 줄래? 아줌마 같으니까."

클레온도 루베라도, 그리고 페르디아도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거두지 않으면 이블린은 이야기한다.

"그만두렴 루베라. 네가 여기서 나를 공격하려 했다는 걸 인정해버리면, 너희 전원이 아다만트의 암살자들의 표적이야. 쌍방 과실이 되니까."

조용히 중얼거리는 이블린의 말에, 루베라는 잠시 호흡하다가 검을 떼어내서 자신의 검집으로 되돌렸다.

"걱정하지 마. 오늘은 마시러 온 거고, 클레온의 뒷모습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나도 모르게 손을 댄 거니까."

"닥치세요."

루베라는 이블린의 말을 가볍게 끊어내면서, 클레온의 팔을 잡아당겨 바텐더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흥, 그렇게 그 남자가 좋나... 어머. 너는..."

이블린은 루베라를 시선으로 쫓다가, 루베라의 뒤에서 이블린을 노려보는 페르디아를 발견하고는 눈을 깜빡였다.

"살아있었네~ 다행이야. 그때 당했던 상처가 아직도 욱신거려서. 다음에 만나면 죽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곳에서 만나다니."

"... ..."

페르디아는 차가운 눈으로 이블린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어머, 대답은 안하는 거야? 괜찮아. 여기서는 아까도 말했듯이 싸울 수 없으니까. 나는 장래 유망한 어린아이를 좋아한단다. 키워주는 맛이 있거든."

"당신이 그런 감정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페르디아 순수한 감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하자, 이블린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면서 이야기했다.

"어른과 애새끼의 상하 관계를 철저하게 때려 박을 수 있는 것도. '예절을 가르쳐서 키워준다'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 그렇습니까."

페르디아는 그런 이블린을 잠시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클레온이 앉은 옆자리에 앉으려 했다.

"머리카락."

그 때, 이블린이 그녀에게 말하듯이 이야기하면, 페르디아의 몸은 움찔, 하고 잠시 멈추었다.

"에전에 봤을 때는 언밸런스였는데, 그 때 약을 쓴 덕분에 전부 자라났네. 그편이 어울려서 좋아. 네 기술도 완전한 상태가 될 테니까. 그걸 박살 내서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전부 잘라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너무 값싼 도발이라서, 대응할 가치가 없군요."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페르디아는 의자에 앉았다.

"마담 이블린의 행동을 사과드립니다. 클레온 님. 루베라 님. 그리고... 페르디아 님."

바텐더가 고개를 숙이면 페르디아는 그녀에게 질문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꽤나 오랫동안 활동한 것 같네요."

"네. 대전 후에 소속된 분 중에서는, 가장 활동한 기간이 긴 분이십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양의 아다만타이트 코인을 가지고 계셔서. 이 주점은 물론이고 암살자 세계에서도 꽤나 큰 영향력을 가지신 분이죠."

페르디아는 바텐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눈을 감아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클레온은 페르디아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바텐더가 어느샌가 따라서 건내준 잔을 바라보는 것이다.

"...클레온. 이건?"

"용의 계곡의 마을에서 만들어진 술이라는 것 같아. ...이제는 만들어지지 않아서 몇 남지 않았다고 하지만."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그 잔을 잡아 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바라보았다.

"...아아. 확실히, 어머니나 다른 어른들이 마시는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가? 나는 전혀... 어쨌든. 우리가 마을에 있을 때는 마실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으니까."

"그렇죠."

루베라는 그렇게 말한 뒤 클레온을 바라본다.

"건배라도 할까요?"

"...좋을대로."

어딘가 조금 낯간지러워져서인지,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조금 퉁명하게 대답하였지만.

루베라는 그런 클레온의 태도에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글래스를 가볍게 부딪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술을 입에 가져다 댔고­

이내, 입에 들어간 술의 맛에 놀란 듯 손을 내렸다.

두 사람 모두 떨리는 손으로 잔을 내려보고,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야기한다.

"이, 이거..."

"...그래."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바텐더에게 말하는 것이다.

""물이잖아(요)...!""

"하하."

바텐더는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드래곤 벨리에서는 포도도, 술을 증류할 정도의 곡식들도 자라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알코올이라고는, 특별한 방법을 통해 가공된, 용의 계곡에서만 자라나는 나무 열매 정도이죠."

바텐더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드래곤 벨리의 병을 찬장으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그 알코올들은 시간이 지나면 전부 분해되어서 증발해버린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남아있는 드래곤 벨리들은 전부 그 알코올들이 사라져버린... 물이라고 합니다."

"...바텐더라지만 잘 알고 있네요."

"네. 이 술의 원주인에게 직접 들은 것이라."

바텐더가 그렇게 말하면, 클레온도 루베라도 자신들의 앞에 놓인 술잔을 바라보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클레온 님. 루베라 님. 괜찮다면, 다른 술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만."

드래곤 벨리를 마시고 기분이 나빠진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바텐더가 빠르게 대응하려고 하면 루베라는 손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괜찮습니다. 다만... 조금 생각하는 것이 있어서."

"...술의 원주인이라고 했지. 혹시, 우드녹터 후작인 건가?"

클레온의 질문에 바텐더는 고개를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과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셨으니까요.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클레온은 바텐더가 손을 들어보이며, 주점의 한쪽­

검은 색의 커튼이 쳐 있어서,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구석의 장소를 가리킨다.

"그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

클레온과 루베라는 잠시 그쪽을 바라보더니,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 커튼으로 가려진 장소로 다가가면­

그 커튼이 슬쩍 들어 올려지면서, 누군가가 바깥으로 나온다.

루베라보다 키가 조금 작은, 온화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갈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내린 그녀가 몸에 걸친 것은, 근방에서는 보기 힘든 양식의 복장이었다.

몸에 잘 달라붙는 재질인지, 쿠온에게 지지 않을 정도의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또, 한껏 노출된 허벅지 역시 이목을 끄는 것이다.

다만, 양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아, 맹인으로 보였으며, 덕분에 클레온과 살짝 부딪히고 만다.

"아아. 죄송합니다."

클레온과 부딪힌 여성이 조용히 목소리를 내면, 클레온 역시 그녀에게 사과한다.

"아니. 이쪽이야말로."

"... 그럼. 저는..."

그리고, 그녀가 손을 들어 보이면, 커텐의 옆에 앉아있던 작은 검은 고양이가 일어나, 마치 그녀를 이끌듯이 승강기 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클레온. 방금 그녀의 어딜 보고 있었죠?"

"아, 아니..."

루베라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당황해 하면서도, 커튼의 안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몸을 돌려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그곳에는 작은 테이블 위에 아다만타이트 코인이 몇 개나 올려져 있었고.

고급스러운 금수가 새겨진 소파에 걸터앉은 채, 입에는 담뱃대를 물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검은 머리, 검은 눈, 그리고 하얀 피부.

검은 머리카락이 마치, 바깥의 검은 커튼처럼, 그리고 비단과 같이 길게 늘어져서 커튼에 닿고서도 몇십 센티미터나 남을 정도로 길었다.

하지만 클레온도 루베라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며 말을 할 수 없었다.

"오, 왔나. 동족들."

그녀가 그렇게 자신들을 부르는 것으로, 그녀의 정체는 외견 그대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쪽 눈에 베인 상처가 있는 그녀는, 어딘가 리오메스와 비슷한 느낌의 복장을 한­ 페르디아 정도의 연령대의 소녀로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절대 그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백과, 마력의 깊음.

그리고­ 어딘가 편안해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와서 앉아라 애기들. 언니랑 이야기 좀 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입꼬리를 들어 올리면서.

그녀는 클레온과 루베라를 자신의 앞에 앉게 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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