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5화 〉 암살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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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달의 빛을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가 생겼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클레온은 갈라테아를 뽑아들어 상대가 휘두르는 거대한 도끼를 받아친다.
부축하고 있던 루베라는 자연스럽게 클레온의 어깨에서 떨어지지만, 비틀거리면서 자리에 서 있는 정도의 의식은 있는 듯했다.
카가가각! 하는, 귀를 시끄럽게 때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눈앞에 뛰어들어온 것은 아까까지 루베라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거한의 모습이었다.
클레온이 자신의 도끼를 받아낸 것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짓지만, 이내 식은땀을 흘림과 동시에 입꼬리를 올린다.
"어이! 지금이다!"
그런 목소리가 들리면, 아다만트의 건물 그림자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클레온을 향해 날아들어 왔다.
'두 명째 인가.'
클레온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한 손을 들어 올리면서, 마력의 벽을 펼친다.
갈라테아를 잡고 싸우는 것은 오랜만의 감각이었지만, 역시, 그녀가 곁에 있어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하면.
휘두를 수 있는 힘의 양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물론 마력의 제어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한 형태를 갖춘 마력의 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그 벽은 가볍게 자신을 향해 날아온 석궁용 화살을 튕겨낸다.
"이, 이 녀석..."
그 공격이 막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그림자 속의 인물은, 재빨리 석궁에 두 번째 화살을 장전하지만
땅의 위를 기어가는 뱀과 같이, 자세를 낮추고 질주한 검은 돌풍이 그대로 그 암살자를 향해 돌진했다.
뱀의 숨소리와 비슷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면, 검은 머리카락의 다발 끝에 달린 창날이 그림자가 들고 있던 석궁을 잘라내 버리면서
촉수처럼 꿈틀대는 머리카락은 밧줄처럼 단단하게 암살자의 몸을 묶었다.
"꺄, 악...!? 뭐, 뭐야 이거...! 기분 나빠!"
아무래도, 석궁을 들은 쪽은 여자였던 것 같다.
페르디아는 그런 그녀를 끌어당겨서 길 쪽으로 넘어지게 한 뒤에, 한쪽 발로 그녀의 등을 밟았다.
"바, 바보 같은...!"
클레온과 대치하고 있던 거한은, 자신의 파트너가 그렇게 쉽게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시선을 돌렸다는 것은 곧 싸움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쩌적, 하고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면.
갈라테아와 충돌한 상태였던 거한의 도끼에 금이 간다.
"뭐, 뭐야!?"
거인이 당황하여 도끼를 떼어내려고 몸에서 힘을 빼며 뒤로 물러나려 한 순간
뻗어온 것은, 클레온의 손이었다.
앞 쪽으로 도약하며, 손을 펼쳐서 거한의 머리를 붙잡은 클레온은.
그대로 무게를 실어서 암살자를 뒤로 쓰러트리며 그의 위에 올라탄다.
동시에, 팔을 강화하여 그의 머리를 지면에 내려 꽂아 버리면, 단단한 돌바닥이 파일 정도의 충격이 일어났다.
다만, 남자도 그 체격에 맞게 튼튼한 것인지, 머리 뒤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기절하지 않은 채 씩씩 대면서 클레온을 바라봤다.
"제, 젠장... 이렇게 강할 줄이야..."
"의뢰가 시작되는 것은 행진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아니었나?"
클레온이 달을 등진 채로 그를 내려다보며, 무표정하게 물어보자, 거한은 '흐흐'하고 웃음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어차피 네 녀석은 죽을 목숨이다... 그렇다면 그게 조금 빨라져도 상관 없잖냐...!"
"그런가. 그럼 너도 다른 암살자들보다 빨리 가더라도 상관없다는 것이겠지."
클레온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흑마력의 흐름이 어깨를 타고, 거한을 잡고 있던 손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것이 마법의 준비동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한도, 겁에 질린 표정이 된다.
"젠장! 놓아라! 이 자식...! 죽여버리겠어!"
"멍청이가."
다음 순간, 클레온의 팔에서 마력의 파동이 터져 나오면, 그대로 남자의 눈은 흰자를 보이면서 입에서 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동시에, 페르디아도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제압한 여성의 목을 졸라 질식시키는 것으로 그녀의 정신을 잃게 했다.
"괜찮으십니까? 클레온 님."
거한의 무게를 실은 도끼를 받아낸 클레온을 걱정하며 페르디아가 다가오면 클레온은 문제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발로 쓰러트린 거한을 발로 툭툭 건드려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녀석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군."
"실력과 판단력이 있는 암살자들이라면, 지금 클레온 님을 노려봤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오히려, 어중이떠중이들이겠지요."
클레온도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 처럼 노골적인 살기나 적의는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은 감지해낼 수 있었다.
"...루베라는?"
클레온은 아까 전, 전투를 위해 자신의 곁에서 떨어진 루베라를 찾으면.
아다만트의 입구 근처의 벽에 기댄 채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루베라는 저 상태이니, 계속해서 싸우는 건 힘들겠군."
"클레온 님. 아까 바텐더에게서 받은 것은..."
"주소와 열쇠였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메모 용지를 그녀에게 보여주면, 페르디아는 그것을 보고 잠시 생각한다.
"이 주소라면, 상업 지구의 여관입니다. 이곳에서라면, 클레온 님께서 머무시는 숙소나, 트로메이아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도 가깝습니다."
"... 설마 왕도의 지도를 벌써 다 외운 거야?"
클레온의 질문에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그녀는 우수했다.
"...그럼, 이 열쇠는 그 여관의 방 열쇠라는 거겠군."
"그런 것 같습니다. 열쇠에 호수가 음각되어 있군요."
페르디아의 말대로, 열쇠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잘됐군. 그렇다면, 루베라를 쉬게 할 겸 우선 그곳으로 가자."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다만트는 클레온 님을 적으로 정하고, 계속해서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
클레온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안심하라는 듯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설령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 둘이서 루베라를 지켜주면 돼."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페르디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검은색에서, 눈에 익은 분홍색으로 바뀌어 갔다.
보이지 않는 마력의 흐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통해 흘러가면, 클레온은 조금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티?"
"루티오스님께 빌린 힘입니다. 클레온 님을 지킬 수 있도록. ...이전에 복용했던 용혈의 힘이, 약하게나마 남아있는 덕분에..."
페르디아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심호흡을 한 뒤, 바람의 마력을 주변으로 퍼뜨렸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거리 내에서 저희들을 노리는 적들이라면 먼저 눈치채고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의 마법은 유동적으로 흐르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주인의 곁으로 돌아온다.
"굉장하네...!"
클레온이 순수하게 감탄하여 그녀를 칭찬하는 목소리를 내면 페르디아는 조금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한다.
"가,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클레온 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페르디아는 이 이상으로 기쁜 일은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서둘러서 여관으로 가자."
클레온은 이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진 루베라를 등에 업은 채로 페르디아와 함께 이동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비단 암살자들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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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 님!"
페르디아의 목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지면,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갈라테아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땅에 박아넣음과 동시에, 사방으로 마력이 흩날리면서
"쇼크 블래스트!"
주변 일대를 감싸는, 검은 마력의 뇌전이 터져 나왔다.
"그아아아각!"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이 골목길에 울리면, 클레온과 페르디아를 둘러싸고 있던 여섯 인영이 동시에 쓰러지면서, 하나만 남기고 재로 흩어졌다.
"요즘의 암살자들은 환영 마법도 배우는 건가..."
페르디아의 머리카락을 통해 몸이 구속되어있던 암살자.
마치 마술사와 같은 특이한 복장을 한 남자의 마력 기관은 방금 전 클레온이 사용한 마법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겠지.
갑자기 나타나 공중에서 6명으로 늘어났을 때는 조금 긴장했지만.
페르디아의 '공중에서 나타나다니, 붙잡아 달라는 거군요.'라는 말과 함께 뻗어온 머리카락이 동시에, 환영과 본체를 포함한 여섯 명을 붙잡아 땅에 처박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임이 봉인된 녀석들을 클레온의 마법으로 마무리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묶어두고 방치. 마법은 며칠 동안 사용하지 못할테니 위협은 되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클레온의 말대로, 어디에선가 밧줄을 꺼내서 암살자의 몸을 묶은 페르디아는, 그를 뒷골목의 벽에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거꾸로 매달아 놓을 필요는 없었는데."
"아니요. 이 정도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클레온보다 페르디아가 더욱 자비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제 이 골목만 나서면 받은 메모에 적혀 있는 여관의 앞이다.
바리사다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서 루베라를 지탱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이었지, 술 취한 사람을 업고 이동하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밤공기를 받으면서 루베라도 조금은 정신이 드는 것인지, 어떻게든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는 된 듯 했다.
"클레온... 여기는..."
"조금만 더 참아. 금방 쉬게 해 줄 테니까..."
"네..."
술에 취한 덕분에 순순해진 루베라는 조금 신선했지만, 가만히 서서 감상할 시간도 없었다.
클레온은 그러면 루베라의 손을 붙잡고 골목을 빠져나가기 위해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가면.
승전 기념일의 전날인 덕분인지, 밤이 되었는데도 상업지구는 불빛으로 가득했다.
클레온은 사람이 많은 곳에 나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곧바로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건물의 간판을 확인했다.
'여관... 스틱스.'
"이곳입니다. 클레온 님."
"그래. 들어가자."
겉도 안도, 여타 다른 여관과는 크게 차이가 없는 곳이었다.
1층은 술집이었고, 2층과 3층은 손님이 묵을 수 있는 방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것은 바깥과 마찬가지로, 술집 부분의 테이블은 가득 차서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클레온이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아보려고 하면.
그런 클레온을 새 손님으로 생각하고 다가온, 귀여운 인상의 여성 종업원이 클레온에게 말을 걸었다.
"어서 오세요! 주점 겸 여관 스틱스에! 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1층의 테이블은 모두 차 있어서... 숙박할 수 있는 방만 안내해 드릴 수도 있는데요."
"...괜찮아. 열쇠라면 있으니까."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받았던 열쇠를 꺼내 종업원에게 보여주면.
그녀의 눈빛이 살짝 바뀌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와 주세요~"
인상 좋은 목소리와 함께, 클레온을 안내하기 위해 움직이는 종업원.
그녀의 뒤를 따라, 계단을 두 개 올라가 3층으로 향하면 떠들썩한 1층의 목소리도 서서히 작아지면서.
어두운 3층의 복도를 지나가, 가장 안쪽의 방으로 안내된다.
"이쪽입니다. 아다만트에서 오신 분이시군요."
"... ..."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종업원은 딱히 대답을 바라지 않은 듯 했다.
"이 방의 안에 있는 물건은 모두 손님께서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가지고 나가시는 것도, 새롭게 보관하시는 것도요."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레온은 우선 조용히 열쇠를 들어 문의 자물쇠를 해제했다.
그러면, 종업원 여성은 살짝 치마를 들어 인사를 하며 이야기한다.
"부디, 당신의 영혼에 신의 용서가 함께하기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멀어져가는 종업원을 바라본 클레온은, 페르디아와 함께 그 방의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안쪽에 보인 것은
"이, 이건..."
클레온도 페르디아도, 그리고 잠결이었던 루베라 조차도 안쪽을 보고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일단, 가구의 배치는 일반적인 여관방과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을 닫고, 방 안의 마력 등을 켜면, 주변에 보이는 것은 그 수를 세기가 힘들 정도로 가득한 각종 암살 도구들이다.
투척용의 단검이나, 특이한 형태의 암기들부터, 한 손으로 잡고 휘두르기에 적합한 검.
아까 전, 거한이 휘두르는 것 같았던 거대한 도끼와 비슷한 크기의 낫이나, 활, 석궁, 총기류.
"...여기는, 무기고 인건가?"
"아뇨, 무기뿐만이 아닙니다."
페르디아는 무언가 냄새를 맡은 듯이, 코를 조금 울리더니, 방 안의 벽장을 향해 다가갔다.
그곳을 열어젖히면, 각종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들이 들어있는 병이 진열되어 있었다.
루베라도, 비틀 거리면서 걸어가 방 안의 옷장 같은 곳을 열어젖히면 검은색의 몸에 달라붙는 재질의 옷들이 보인다.
그것들은, 특수한 재질로 되어있어서 일반적인 철로 만들어진 날붙이들은 쉽게 통과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이곳은, 특별한 임무를 받은 사람을 위해 제공되는 장소인 것 같군요."
페르디아의 대답에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방은, 본래 아다만트의 암살자들을 위해서 준비된 곳이다.
암살자의 집에 있어서도 중요한 임무에, 최상의 상태로 임할 수 있도록 각종 무기, 도구, 약과 독, 그리고 방어구까지 제공되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수준 높은 도구들이군요. ...특히 이 검은 옷... 갑옷 밑에 입기만 하더라도, 저격을 어느정도 막아줄 것입니다."
페르디아는 루베라가 열어젖힌 옷장 안에 있는 옷을 보면서 이야기한다.
"...바텐더... 그녀는 어째서 나한테 이곳을 알려준 거지?"
"글쎄요. 그녀도, 당신이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루베라가 그렇게 대답하면 클레온은 입을 다물었다.
"챙길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챙기자. 여기 있는 것들을 모두 사용해도, 적의 수는 우리보다 훨씬 많으니까."
"네. 클레온 님께서는 마검인 갈라테아 님이 계시지만... 이런 소형 암기들도 즐겨 사용하시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쓰시는 단검들도 괜찮으시지만, 이것들도..."
페르디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암기들을 몇 개 살피다가, 문득 루베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루베라는 아직 피곤함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인지, 침대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다.
그대로, 그 침대에 앉으려고 하면
"...! 루베라 님! 잠깐"
"...? 읏!?"
페르디아의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루베라가 침대에 앉자마자, 침대에서 굵은 와이어 같은 것이 튀어나와서, 루베라의 몸을 침대에 고정한다.
"루베라!"
"...큭! 뭐, 야... 이건...!"
루베라 본인도 당황하여 몸을 비틀지만, 그 와이어는 마력의 힘을 무효화 하는 것인지, 그녀의 몸을 단단히 고정하여 풀어내지 않는 것이었다.
클레온과 페르디아가 당황하여 그녀에게 다가가면, 페르디아는 재빨리 침대를 살핀다.
"...이런 곳에 침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심문용 도구였던 건가...!"
클레온의 말에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것도 꽤나 성질이 안 좋은 부류입니다. 가동하는 동력이, 묶인 이의 마력입니다. ...즉, 루베라 님의 마력을 고갈시켜야만, 이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력을...? 하아... 큭...!"
페르디아의 말을 들은 루베라는 어이가 없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루베라의 마력량을 생각하면, 온종일, 아니 며칠이라도 묶여있을 탠데, 그럴 시간은 없었다.
"침대를 부숴야 하나?"
"... 좋은 판단은 아닙니다. 루베라님의 마력 기관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루베라님의 마력을 고갈시키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페르디아는 조용히 옷을 벗었다.
"자, 잠깐. 페르디아...!?"
클레온이 당황하여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페르디아는 아까 전, 자신이 살피던 약병이 가득했던 벽장으로 가서, 어떤 약을 가지고 다가왔다.
"클레온 님, 이 약을."
"...일단은 어떤 약인지 물어봐 둘까..."
"마력 기관을 폭주시켜, 마력 감응력을 강화시키는 약입니다. 원래는 강제적으로 마법에 대한 감지력을 높이는 데에 사용되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복용하면, 그들 사이의 마력 통로를 크게 열어젖혀서, 마력을 흘려보내고 받아들이는 능력도 강해집니다만..."
페르디아는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몸이 고양되면서, 같은 약을 복용한 이들끼리 서로의 몸을 원하게 됩니다."
"그걸로 루베라의 마력을 모두 흡수하란 건가..."
클레온의 말에 페르디아가 고개를 끄덕이면, 루베라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깐, 진심입니까?"
"미안 루베라. 침대에서 벗어나면, 마력을 돌려줄게."
클레온은, 페르디아와 함께 그 약을 나누어 마시고, 그 뒤에 페르디아가 입에 약을 머금은 채 루베라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져가
"읍...!"
그녀의 안 쪽으로 약을 밀어 넣어,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것이다.
"최, 최악...!"
루베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과 클레온, 그리고 페르디아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마력의 통로가 열린 것을 느꼈다.
"큭... 하아...!"
그리고, 동시에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 클레온. 페르디아... 나중에, 두고 봐요..."
옷을 벗어버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루베라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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