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8화 〉 행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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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왕도는, 아침부터 떠들썩한 분위기가 왕도 전체에 퍼져가고 있었다.
누가 왕궁에서 말을 세어나가게 한 것일까, 귀족들만 참여할 수 있는 전야제에서 카시우스가 했던 충격적인 발언에 관한 이야기가, 왕도에도 일파만파로 시민들 사이에서도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보이는 반응은, 귀족들이 보이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고.
반역자의 핏줄을 가진 소녀가, 왕위 계승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이 역시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좋지 않은걸. 굉장히 좋지 않아."
램파트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앞에 앉은 클레온을 바라봤다.
아침 일찍 모험가 길드를 찾아와서, 승전 기념식 행진 중의 경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던 두 사람이었지만.
바로 옆자리, 길드 내의 주점에서 아침부터 술을 퍼마시던 모험가 둘이 유폐 왕녀에 대한 험담을 넘어, 음담패설에 가까운 막말을 내뱉는 것을 본 클레온이, 손에 마법을 준비하려 하자.
램파트가 그 두 사람에게 물을 뿌려 쫓아낸 것은 바로 직전의 일이다.
램파트가 클레온이 일을 저지르기 전에 그 두 사람을 내쫓지 않으면, 둘은 목숨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며칠 동안 치료실 생활을 면치 못했을지도 모른다.
"클레온. 저런 녀석들은 무시가 답이라고, 옛날에도 가르쳐 줬잖냐."
그렇게 말하는 램파트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무언으로 답할 뿐이다.
다만, 조금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미간 사이에는 주름이 생겨 있었다.
"저런 녀석들이 따끔한 맛을 봐야 한다는 것 자체는 동감이다만... 유폐 왕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듣자하니 너, 어제의 전야제에서 그녀와 함께 있었다면서."
"그런 이야기까지 나도는 건가..."
클레온은 이마를 짚으면서 정보를 퍼뜨린 입이 싼 누군가를 원망한다.
'어쩌면, 추방 교단이거나... 아스타로테의 누군가일 수도 있지.'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왕도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요즘 귀족 아가씨들이랑 자주 다닌다 생각했더만... 설마 다음에는 아멜리아 왕녀님일 줄이야. 역시 방심을 할 수가 없구만. 우리 클레온 님은. 뭐, 가뜩이나 흑마의 일족인 너는 여러모로 눈에 띈다. 주변의 시선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 좋아.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너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 그래."
램파트의 충고에 가까운 잔소리에 클레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는, 이번 일의 흑막이 클레온 본인이 아니냐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한다.
흑마의 일족이라는 것은, 그 종족의 일원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런저런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법이었다.
물론 클레온은 이 20년의 세월 속에서, 그런 시선이나 인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지만.
본인이 익숙해지건, 익숙해지지 않건 간에 그 꼬리표를 보고서 행동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은, 성가신 일이었다.
클레온의 표정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 중인지 읽힌다는 듯 램파트는 한숨을 내쉬면서, 안경을 고쳐 쓴다.
"귀찮은 녀석들 때문에 이야기가 엇나갔지만... 원래 용건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지. 네가 발행하려는 의뢰는... '모험자들에 의한 행진의 호위 참가'라는 것이겠지?"
"그래. 이 정도로 일이 커졌으니, 분명 좋지 않은 녀석들의 시선도 집중될 거다. 지킨다면, 인원수는 최대한 많은 편이 좋으니까."
"뭐,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것은, 전략의 기본이기도 하니까."
램파트는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숨을 내쉬면서 턱을 괸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다지 좋은 인상은 없을 거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모험가들이 행진의 호위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아온 것이 바로 그 왕성의 귀족들과 왕족들이니까 말이야. '왕국 기사단만으로도 충분'이라는 것이 이유긴 하겠지만."
행진을 호위하는 것은 옛 전통에 따라, 왕국의 실력자들이 모여있는 집단인 왕국 기사단.
이전의 왕국과 제국의 전쟁에서 많은 수가 전사하였지만, 그들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전쟁은 레시아가 성검을 뽑아 용사가 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클레온. 너는 그 왕국 기사단이 가장 혐오하는 흑마의 일족이다. 자신들의 전통을 더럽히는 것은 물론이고, 그걸 주도하는 게 흑마의 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다."
물론, 대량의 희생자를 만든 것은 흑마의 일족 마검 황제에 의해 주도된 전쟁이 원인이었다.
거기에, 그의 휘하에는 흑마의 일족만으로 구성된 마검 기사단.
그들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어떠한 잔혹한 명령도 따르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었다.
왕국의 시민들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왕국의 기사단과는 같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서로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동포를 그들에게 잃어가면서까지 싸움을 계속한 왕국 기사단들에게 있어서, 흑마의 일족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흑마의 일족이라는 것 만으로 악마와 별 다를바 없이 보이겠지.
"알고 있어. 물론 왕국 기사단이 괴물 같은 실력자들의 모임이고, 흑마에 일족을 싫어한다는 것도. 하지만... 그들의 인원수로 그 길이의 행진을 전부 호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거야. 암살자들을 앞에 두고 일반 병을 배치하는 것 보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험가들이 안전하겠지."
"그거야 그렇겠지만... 이 의뢰를 받아줄 모험가가 있을지에 대한 것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 ..."
클레온은 그의 말에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만큼의 인원을 모아주면 돼. 의뢰를 발주하기만 해 줘."
"... 알았다. 받아줄 만한 녀석에게는 내가 지명해서 의뢰를 부탁해보기도 하마. ...그다지 기대는 하지 말라고."
램파트의 말에 클레온은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는 거냐?"
"그래.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 ...오늘은 정말 긴 하루가 될 것 같은걸."
001
아멜리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방 안에 들어온 시녀들의 무리 때문에 둘러싸인 채로, 행진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적게 잡아 10명,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녀들의 수를 포함한다면 20명은 족히 될 것이다.
이렇게나 많은 시녀가 한꺼번에 아멜리아를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평소의 행진 준비에도, 이 인원수의 절반 정도만 동원되었을 텐데.
그들이 하는 것은, 아멜리아의 몸을 깨끗이 정화하고, 행진에 참여시키기 위해 몸을 치장시키는 것이었다.
반 강제로 옷이 벗겨질 때, 가슴에 피어난 수정 꽃의 봉오리를 들키면 어떻게 하지, 같은 생각을 하였지만.
그들의 눈은 그 꽃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시녀들은 아멜리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방에 딸려있는 욕조로 집어넣는 것이다.
뜨거운 물과 향유, 그리고 이런 저런 마법적 효과가 있는 약품 등을 이용해 아멜리아의 몸을 깨끗이 하고 나면, 기다리는 것은 머리를 묶고, 몸에 드레스를 걸치는 것이었다.
"...평소와 다르네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시녀 중에서도 조금 직급이 높아 보이는 여성이 이야기했다.
"카시우스 전하의 명령이옵니다. 오늘의 행진에는 이 드레스를 입어주셨으면 합니다."
아멜리아가 본 드레스는, 평소의 값싼, 그리고 거의 찢어지기 일보 직전의 얇은 드레스가 아닌
이차원의 틈 너머에서, 서리 여왕이 몸에 걸쳤던 왕족에 어울리는 드레스와 같이, 넓은 치마와, 코르셋. 그리고 몸을 꽁꽁 감싸는 것은 아니어도 충분히 왕족의 권위를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은 훌륭한 순백의 드레스이다.
그 드레스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전, 오렐리아에게서 어머니와의 추억을 들으며 그녀가 보여주었던, 아멜리아의 어머니가 어린 시절 몸에 걸쳤던 드레스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왕녀님. 실례하겠습니다."
"... ..."
시녀가 무감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손에 든 빗으로 아멜리아의 머리를 뒤에서부터 빗겨내린다.
하지만, 실례하겠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나 본지, 그녀의 조심성 없는 빗질은 아멜리아의 머리카락을 성의 없이 빗어 내리고.
그대로 한 갈래로 땋아내리면서, 머리 위에 티아라를 씌우는 것이었다.
머리 부분에 달리는 고통을 견디면서,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지만, 손을 꾹 쥐면서 참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매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 뒤에는 얼굴에 분을 바르고, 입술에 립스틱을 바른다.
어느 쪽도, 최고급의 화장품인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아멜리아에게는 어딘가 갑갑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치장일 뿐.
이 모습의 어디에도 '자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카시우스가 어째서 그런 말을 꺼낸 것인가에 대해 떠올린다.
클레온은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야기해 주려 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무정하다 라고 하기에는, 마치 아멜리아에게 진실을 전하면 그녀가 깊게 상처 입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만 같았다.
"...이것으로 준비를 마쳤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자신에게 준비된 마차 위에 올라타는 것뿐이다.
마차 위에 설치된, 마법 장벽을 걸어놓은 철창의 안에서 앉은 채.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는 백성이나, 매도의 목소리를 내뱉는 이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이 왕도를 한 바퀴 도는,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기만 하면.
평소와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클레온과 루베라와 함께 왕도를 지키기 위해, 이 탑을 몰래 빠져나가.
만월의 빛을 받으며, 성스러운 망치를 휘두르고, 어둠의 위를 걷는 생활이.
'그런 것을 해서, 네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머리속에 울리는 질문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목에 쥔 펜던트를 강하게 쥐었다.
"...? 아멜리아님. 죄송하지만, 그 펜던트는 벗으셔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시녀 중 한 명이 목소리를 내었다.
아멜리아는 '아...'하고 시녀와 눈이 마주쳤다가.
어쩔 수 없이, 목에 걸고 있던 은색의 펜던트를 벗어 장식 등을 보관하는 작은 상자에 넣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의 행진에도 이것을 착용하고 행진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했었지.
아멜리아에게 있어서, 펜던트는 어머니의 유품이자, 세인트 프린세스의 힘을 휘두르기 위한 매개체이기도 했다.
그것을 몸에서 떨어트리는 것은 정말로, 한 명의 소녀인 아멜리아 칼데아리스로 돌아가 버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 가시죠."
시녀 중 한명이 앞장서서 걸어가며, 아멜리아를 방의 바깥으로 이끈다.
이렇게, 자신의 발로 '올바른 문'을 통과하여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1년에 단 한 번뿐.
어제의 전야제 그녀에게 있어서는 며칠 전의 일이지만, 이 세계의 시간대에서는 바로 어제의 일이었지만.
평소와 같은 해였으면, 전야제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멜리아였다.
바깥의 세상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그녀에게 더는 남아있지 않았고.
마치, 처형대에 끌려가는 죄수의 심정으로, 시녀의 뒤를 따라간다.
아멜리아의 뒤를 따르는 시녀들 역시, 아무런 말도, 표정도 하지 않은 채로 그녀의 뒤를 따라가면.
복도를 걸어가다 마주치는 다른 시종들이, 쑥덕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내려가, 탑의 입구까지 나아가면
그곳에는, 호화로운 마차 위에, 감옥과도 같은 철창이 놓여 있었고
그리고, 그 안에는, 마치 옥좌와도 같은 고급진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 의자는, 마차에 고정되어 있었으며, 마차가 흔들리더라도 쓰러지거나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 자, 왕녀님."
시녀가 그녀를 마차로 올리며, 철창의 문을 열고 의좌의 앞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어딘가 조금 당황해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마차 안에 이런 의자가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카시우스 전하의 명령인가요?"
"네. 올해의 행진에서는, 이 의자에 앉은 채로 행진에 참여해달라는 전하의 지시가..."
물론, 나무판자로 된 바닥에 앉은 채 있는 것 보다는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은
아멜리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잠시 감았다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는다.
시녀는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철창의 바깥으로 나와 철창의 문을 잠그는 것이었다.
마도구의 힘으로 자동으로 목적지로 움직일 수 있는 말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면, 천천히 마차는 왕궁에서 준비되고 있는 행진의 대열로 향해 나아간다.
이대로, 행진의 가장 뒷자리에 참여하여 행진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게 되겠지.
뒤에서, 시녀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으로 자신을 배웅하는 것이 보였다.
허나, 그들의 그런 모습이 어디까지나 명령을 받은 것임을 아멜리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도 사람의 악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 클레온.'
그리고, 어제의 일을 떠올리면, 카시우스는 클레온에게 자신의 호위를 부탁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이렇게나 힘든 하루가 예상되는 동안 자신의 가까운 곳에 동료가 있어준다면.
조금은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아멜리아를 태운 마차는, 서서히 유폐의 탑에서 떨어져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멜리아를 바라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아멜리아 왕녀님이 탑을 나섰슴다. 이대로 몰래 따라다니면서 이상한 놈이 없나 확인하겠슴다."
[그래. 나도 지금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보고는 철저하게.]
"알고 있슴다!"
회색 쥐는 모자를 눌러 쓴 채, 사람의 수풀에서 수풀로 이동한다.
그녀가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레이를 비롯한 몇몇 인원들 외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공중에서 왕도를 내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절대로 지켜낼검다."
친구를 위해, 또 하나의 맹세를 세우는 소녀는, 마차를 놓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그 뒤를 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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