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91화 (391/506)

〈 391화 〉 광암

* * *

000

두사람의 대련이 끝나면, 그것을 구경하던 배틀메이드들이 우르르하고 몰려와 클레온과 라비타를 둘러싼다.

라비타가 진 것을 믿지 못하는 이들, 라비타와 마찬가지로 클레온에게 흥미가 생긴 이들, 아니, 클레온 보다도 클레온이 들고 있는 마검에 흥미를 느낀 이들.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진 두 사람의 주변에, 루베라와 유스테스는 클레온에게 다가갈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라비타! 진짜로 라비타가 진거야?"

"그래그래. 너희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잖아?"

"그야 그렇지만..."

라비타의 말에 무언가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의 메이드들.

그만큼, 그녀의 실력은 메이드들 사이에서도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었다는 것이겠지.

일부 메이드들은 그런 라비타와 클레온을 번갈아 보면서,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승부를 가른 것은 역시 마지막에 순간이동이네. 대장의 눈은 절대적이지만, 눈으로 궤적을 쫓을 수 없는 공격은 역시 대장의 천적인가."

"1:1의 승부에서는 그렇겠지만, 평상시에는 우리가 대장의 주변에 있으니까. 우리가 대장의 머리 뒤에 달린 눈이 되어주면 되는 거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네. 하지만 놀랐어, 루베라 말고도 그런 식의 이동이 가능한 사람이 있을 줄은."

"아, 그건­"

루베라가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메이드들의 말에 끼어들려 하지만­

"잠깐잠깐! 아까 네 검, 활로 변형했었지!? 그것도 마검의 힘인거야!?"

"페이트. 그렇게 검에 달라붙으면 실례에요."

"아니, 너도 돋보기를 들고 달라붙어 있잖아. 티파니..."

클레온의 마검에 달라 붙어 그 힘을 조사하려는 듯한 몇몇 메이드들에 의해 그 말이 막히면, 클레온은 그들의 앞에서 갈라테아를 치워버리지도 못한 채 곤란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 끄, 끈적거리네...]

결국, 참을성의 한계에 도달한 갈라테아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클레온의 검은 빛을 내면서 그 형태를 검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바꾼다.

"자, 자! 떨어져! 그 이상 달라 붙으면 성희롱으로 고소할 테니까!"

자신에게 달라붙는 메이드들을 손과 협박으로 떨어트려 놓는 갈라테아.

갑작스럽게 형태가 무너진 뒤, 재구축하여 클레온의 옆에 나타난 미녀의 모습에 메이드들은 오오~하고 감탄의 목소리를 낸다.

어딘가 익숙한 듯, 놀란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역시 바리사다도 그렇고, 마검은 인간의 형태를 취할 수 있구나."

메이드 중 하나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라비타가 들고 있는 아무르를 가리키면서 이야기한다.

"그건 성검도 마찬가지야. 그녀의 성검도, 힘의 각성을 했다면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을 텐데?"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라비타는 어깨를 으쓱하고 이야기한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검은 원래 제 검이 아니에요. 지금은, 서로 뜻이 맞아서 힘을 빌리고 있을 뿐. 원래 주인이 아닌 제 앞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겠죠."

"그 부분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 더는 추궁하지 않도록 하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라비타는 가볍게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크흠."

그리고, 이제서야 상황이 좀 진정된 듯하자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루베라.

그녀의 기침 소리에, 주변에 있던 메이드들의 시선이 한번에 그녀쪽을 향한다.

"...이걸로 됐겠죠? 이 이상 방해한다면 다음에는 저랑 대련하셔야 할 겁니다. 여러분."

웃는 얼굴도 아니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루베라의 목소리에, 메이드들은 하나둘 달라 붙어있던 클레온과 라비타의 곁에서 떨어져 나가며 슬금슬금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라비타는 여전히 서서 클레온과 미소를 지은 채 마주 보고 있자, 루베라는 이야기한다.

"...라비타 당신은?"

"나는 클레온이랑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걸. 안될까?"

언제나의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물어오는 라비타를 바라보며 루베라는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젓는다.

"...당신은 저를 포함한 메이드의 대장이니, 저보다 권한이 높죠. 당신이 이야기하고 싶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됩니다."

"아, 아아~ 루베라 삐지지 마! 내가 미안해! 둘이서 이야기하게 해줄 테니까!"

라비타는 루베라가 뾰로통한 얼굴로 이야기하자, 당황한 듯이, 아니면 그런 루베라의 태도가 예상 밖이었다는 듯이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별로, 삐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절대로 삐진 얼­"

갈라테아가 쓸데 없는 말을 하려고 하면 클레온이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유스테스는 속이 쓰라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멜리아 왕녀님에 대한 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클레온. 저희들 역시 당신처럼, 왕녀님을 지키기 위해 단련된 방패들이니까요."

그리고는, 악수하려는 듯이 클레온에게 손을 내밀면, 클레온도 그녀의 그런 손을 받아 잡았다.

부스럭­ 하고, 무언가 손에 종이 같은 것이 잡히는 것을 느낀 클레온은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이내, 라비타와 눈이 마주치면 그녀가 웃음을 짓자, 받은 종이를 그대로 손안에서 구겨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자 그럼 얘들아~ 대련으로 어지럽혀진 연무장을 청소하자~"

"뭐어!? 대장이 저 남자랑 어지럽힌 건데 왜 우리가!?"

볼맨소리들이 부하들에게서 튀어나오면 라비타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그들을 휘어잡는다.

"그럼 손님한테 치우게 할 거야? 군말하지 말고! 노라! 커다란 빗자루랑 쓰레받기 가져와!"

그런 그녀의 명령에 불평불만을 내뱉는 메이드들은 있을지언정, 명령에 거스르는 이들은 없었다.

"꽤나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 같아도, 통솔은 이루어지고 있는 건가..."

클레온이 순수한 감상을 내뱉으면 루베라는 이야기 한다.

"네. 모두 라비타의 강함을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이곳은, 웬만한 모험가 길드나 군대보다도 더욱 실력 주의가 강한 곳입니다. 라비타보다 강한 메이드가 들어오게 된다면, 그녀가 새로운 메이드장이 되겠죠."

"... 배틀 메이드는 아멜리아를 위해 5년 전에 조직된 거였지? 라비타 이전의 메이드장은?"

"없습니다."

클레온은 그녀의 대답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몇 년간은, 라비타가 이들의 리더일 것이다.

"...어쨌든, 몸에 문제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루베라. 어제는 그렇게나 마력을 쏟아냈는데­"

퍼억! 하는 소리가 들리며 루베라의 발차기가 클레온의 정강이에 박혔다.

클레온은 잠시 경직되었다가,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다리를 문지른다.

"괘, 괜찮나? 클레온."

"그, 그래... 방금 거는, 내가 나빴어..."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유스테스의 목소리에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온.

그런 클레온을 루베라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네, 덕분에 무사합니다. 와이어에 묶여있던 부분이 자국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페르디아가 약을 만들어 준 덕분에 마력도 충분히 회복되었어요."

"그건. 다행이군..."

클레온이 겨우 고통이 가신 다리로 일어서자, 루베라는 어젯밤의 일이 떠오른 듯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이야기했다.

"...그것보다도 지금 중요한 건 당신 쪽입니다. 암살자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움직이는 건 너무 위험해요. ...적어도 행진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는, 저와 함께 다니는 것이­"

클레온은 그런 루베라의 말에 고개를 젓는다.

"루베라도 다른 메이드들과 함께 아멜리아의 호위를 위한 준비를 해줘. 걱정 마, 일단은 혼자가 아니니까."

"...혼자가 아니야? 설마 갈라테아를 머릿수로 치는 것은 아니겠죠?"

클레온을 의심하는 듯한 루베라의 말에, 갈라테아는 조금 발끈한 듯이 이마에 '빠직'하고 힘줄이 솟아오르며 미소를 띤 채 이야기 한다.

"어머, 술을 마시고 뻗어버린 여자보다는 머릿수로 쳐도 될 것 같은데 말이야~"

"... ..."

그런 갈라테아의 말에 루베라의 표정도 순식간에 험악해지면, 유스테스가 그런 루베라를 뒤에서 붙잡아서 말리는 것이었다.

"지, 진정해 루베라. 지금은 동료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야."

생각보다도 침착한 유스테스의 태도에, 루베라는 자신의 행동이 조금 유치했다고 느낀 것인지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그, 그러면 다행이고... 하지만 클레온. 정말로 누군가와 함께 다니는 건가? 내가 보기에도 다른 사람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는데."

"그야, 어디에 누가 있는지를 들키면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야."

"오, 오오... 그런가?"

클레온의 말에 유스테스도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루베라는 여전히 불안한 듯, 클레온을 보면서 이야기 한다.

"클레온. 어제 당신에게 있던 일을 생각하면,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은 역시 추방 교단입니다. 또다시 당신을 이차원의 틈으로 던져버리는 일을 벌이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괜찮아. 거기에 대한 대항책도 생각해 두었어."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루베라에게 검지에 끼워둔 반지를 보여주었다.

"...편익의 반지?"

"그래. 그레이가 만든 걸 라일라가 개량한 물건이야."

반지의 소유주끼리를 인도하여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고대의 마도구인 편익의 반지.

이전, 유스테스가 납치되었을 때도, 그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준 물건이었다.

"...다른 한쪽은 누가 가지고 있는 거죠?"

"칼리번. ...그녀가 가지고 있으면, 설령 이차원의 틈에 떨어지더라도 반지의 인도를 따라서 나를 쫓아올 수 있을 테니까."

칼리번의 힘은, 이차원의 틈에 구멍을 내서 스스로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공간의 절단 능력이다.

그 힘을 그저 신성 마력의 방출로밖에 사용하지 못한 알베인은 죽어도 모를 테지만.

그 힘이야말로, '추방 교단'의 능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능력이었다.

"...평소에도 가지고 다니면 되는 것을."

"칼리번은 우리 측의 비장 수야. 평소에 내가 성검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그 녀석들 추방 교단이 알아내면, '성검의 핵'을 이용한 무력화 방법에 당할지도 몰라."

"...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지금 당신을 보고 있으면, 조심성이 부족한 것인지, 과한 것인지 헷갈리네요."

클레온은 그런 루베라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나름대로의 준비는 전부 한 생각이야. 여기서부터는, 상대방과 나의 수 읽기지. 또 한군데, 가야 할 곳이 있어. 그 전에 루베라에게 부탁해 둘 것이 있어서 이곳에 온 거기도 해."

"...저에게?"

그리고, 클레온은 루베라에게 자신의 비장의 수 중 하나를 그녀에게 밝히며,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루베라와 유스테스의 얼굴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진심, 입니까?"

"물론. 진심이야. 어디까지 대비를 위한 작전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일을 각오하지 않으면 오늘의 긴 하루를 넘길 수 없어."

"...하지만, 클레온!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유스테스 역시 루베라와 마찬가지로, 그의 작전에 반대하는 듯했지만 클레온은 이미 결심을 굳힌 듯이 루베라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싫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내가 알아서 전력을 기울여야겠지. 하지만 루베라. 너도 아멜리아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나와 같을 거야."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주먹을 강하게 쥐고, 갈라테아를 돌아본다.

"당신... 클레온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작전을 생각해 낼 때, 말리지 않는 겁니까?"

"...나는 클레온의 검이고, 클레온과는 영혼을 나눈 사이야. 그의 의지가 나의 의지고. 나 이상으로 클레온을 걱정하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어."

갈라테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클레온의 어깨에 기대었다.

"클레온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나는 클레온과 함께해. ─게다가, 그 끝이 파멸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 ..."

루베라는 그런 갈라테아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루베라, 설마­"

유스테스는 그런 루베라를 바라보면서 식은땀을 흘리다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마지막의 마지막 수단입니다. 당신도 저도, 이런 걸 '작전'이라고 새우는 시점에서, 정상일 리 없어요."

"그래... 알고 있어."

클레온도 루베라의 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녀가 자신의 의도를 이해해 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럼. 가볼게. 유스테스도, 잘 부탁해."

"...물론이야. 이 왕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라도, 아멜리아 왕녀님은 목숨을 걸고 지켜내 보이겠어."

클레온은 그런 유스테스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몰라보게 믿음직해졌네."

"읏..."

유스테스의 심장이 크게 뛰면, 그녀의 허리춤에 걸린 미스틸 테인이 빛을 내며 반짝였다.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마력 기관에서, 그녀의 감정에 반응하여 대량의 마력이 생산되는 것이었다.

'지, 진정해라 유스테스...! 이런 칭찬 하나 받았다고 너무 호들갑이잖아...! 오늘은 클레온에게도, 모두에게도 중요한 날이야. 실태를 보일 수는 없어!'

"...괜찮나?"

"아! 무, 물론이지! 자, 루베라! 준비하러 가자!"

"자, 잠깐... 하아... 클레온, 당신... 암살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어도, 여자들의 추적에서는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

"... ..."

웃어 넘길 수 없는 저주 같은 이야기를 들은 클레온.

갈라테아는 훗 하고 웃으면서 클레온의 목 뒤를 쓸어내리고는, 다시 검의 형태로 돌아가 클레온의 허리춤에 걸렸다.

그녀가 쓸어내린 부분에서 소름이 돋은 것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 없던 클레온은, 빠른 걸음으로 배틀메이드들의 연무장을 나서는 것이었다.

001

"교황 예하. 식전의 준비가 끝난 듯합니다. 왕궁에서 마중을 나왔습니다."

대신전의 경비병이, 교황의 집무실 바깥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면, 성자의 가호 교단의 현 교황인 에스카는 문을 열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저도 준비를 거의 다 끝마쳤으니 금방 갈 것이라고 전해주세요."

상냥한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오면, 그녀와 말을 나눈 것만으로 마음속에 신앙심이 가득해진 경비병은 '네! 예하!'하고 기운차게 대답한 뒤 입구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분명, 교황은 집무실의 안에서 승전 기념일 행진이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기도를 드리고 있던 것이겠지.

경비병의 그런 생각과는 무관하게, 집무실의 안에는 약간의 피 냄새가 피어올랐다.

집무실의 안은, 엎어진 책상과, 땅바닥에 흩어진 혈액.

그리고, 엎어진 잔과, 땅에 떨어진 교단의 성서.

마지막으로­ 바닥을 구르고 있는 소녀의 모습.

교황 에스카의 전속 호위 성기사이자, 그녀의 제자이기도 한 성기사 '베라스톨'이다.

"아아아...!!"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입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 교황 에스카의 얼굴은, 평소에 교인들에게 보이는 인자한 모습도, 레시아나 클레온과 같은 가족 같은 동료에게 보이는 미소도 아닌.

분노와 증오, 그리고 질투심으로 일그러진 보기만 해도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모습 그 자체였다.

그것이 악마와 같이 흉측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전신을 뒤덮고 있음에도 그것은 마치 정당한 신의 분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모습은 정결했다.

그에 비해, 땅바닥을 구른 베라스톨은 케흑거리는 기침을 내뱉으며 겨우 얼굴을 들어 올렸다.

코에서 흐르는 핏물, 벌겋게 부어오른 볼.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럼에도, 그녀의 눈과 태도에서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 에스카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에스카 님...!"

"무엇을!?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어요... 그저, 당신이 저에게 당하는 것은 '화풀이'일 뿐이죠. 망할 영감...! 감히 클레온을 건드려...!?"

에스카의 분노가 향한 것은, 클레온을 추방 교단에게 처리하도록 부탁한 인물­ 세토스 트로메이아였다.

명목상 동맹이라는 입장 상, 지금은 그를 건드릴 수 없는 상황.

그리고, 클레온이 암살자들에 의해 노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움직일 수 없는 그 상황 자체에 굉장히 울분이 쌓여있는 듯했다.

"클레온... 가엽게도... 주변에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나락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어..."

에스카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양쪽 눈에서 눈물을 흘린다.

"동료... 친구... 그런 것들은 모두 무의미해... 진정한 가족 앞에서는 말이야... 클레온... 아아. 가여운 아이...!"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흘리다가.

뚝, 하고 그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러고는 에스카는 차가운 표정이 되어 베라스톨을 돌아보는 것이다.

"베라스톨. 오늘은 저의 호위를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무슨!?'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베라스톨은 당황한 듯이 반발했다.

하지만 곧바로 에스카의 손이 뻗어와 베라스톨의 이마를 잡으면, 에스카의 손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 읏? 오웃...? ??"

갑작스러운 빛에 당한 베라스톨은 머릿속을 직격하는 마력의 폭풍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입에서는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당신에게는 이 마법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충성심은 때로는 방해가 되니까요. 베라스톨. 당신에게 명령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에스카의 입술이 베라스톨의 귓가에 가까이 간다.

"클레온을 위험으로 몰아넣은 원흉... '아멜리아 왕녀'를 죽이세요. 이걸 사용하면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또 한 손으로 '작은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베라스톨의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네, 교황, 예하. 아멜, 리아, 왕녀를... 죽이겠, 습니다..."

뚝, 뚝, 끊기는,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이야기 한 베라스톨의 머리를, 에스카는 놓아준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모은 채 기도하듯이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미안해 클레온. 나도, 될 수 있으면 네 주변 인물들에게 손을 댈 생각은 없었지만... 아멜리아 왕녀는, 네가 엮이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야. 정치적으로도... 위치적으로도... 그러니까, 내가 지켜줄게. 클레온."

그리고 손을 뻗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향한다.

그곳에는 황금의 성검을 잡은 여성 용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모든 게 끝난 뒤엔, 레시아를 만나러 가자. 클레온...♡"

마음을 불태우는 '모성애'를 간직한 채, 에스카는 이야기한다.

클레온의 손을 잡고, 레시아를 마중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망가져버린 교황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