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94화 (394/506)

〈 394화 〉 야옹

* * *

000

이오나와 클레온은, 정보기관의 서점에서 빠져나오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행진이 시작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그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참을성을 잃은 암살자들이 두 사람을 덮쳐올 수 있었다.

다행히, 이곳에는 아직 클레온을 노리려는 성급한 살수는 없는 듯했다.

"... 기사단에 관해서, 트로메이아 가문에 직접 상담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루루 님이나... 오렐리아 님에게."

이오나는 밑에서 말했던 내용이 신경 쓰이는 듯, 클레온에게 그렇게 조언한다.

하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만약 두 사람이 무언가 가능했다면, 라비타가 나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 않았을 거야. 귀족 연합이 원하는 구도는, 내가 트로메이아 가문과 유착되어 있고, 이번 행진에서 무언가 사고가 일어나는 것. ...오렐리아 님이 나를 두둔해 주신다면, 그게 바로 귀족 연합의 노림수라는 거야."

조금 매정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일개 모험가가 귀족 공작가의 저택을 드나든다는 것 자체가 귀족들 사이에서는 좋지 않은 소문이 흐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제의 일로 한꺼번에 클레온에 대한 정보가 왕궁 내에 풀린 것이겠지.

"...어쨌든. 아루루도 오렐리아 님도. 지금 이 일에 정치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야. ─뭐. 가장 중요한 건 아멜리아의 안전이지만. 혼란이 일으키면 반드시 그 혼란을 이용하려는 녀석들이­ 푸읍!?"

풀썩!

클레온이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던 도중.

무언가, 따뜻하고 물컹거리는 것이 클레온의 머리 위로 떨어져 그의 시야를 가린다.

"꺄악!?"

이오나 역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클레온을 덮치자, 놀란 목소리를 울렸지만­

클레온이 굳어버린 채 서 있는 모습과, 그의 머리 위에 떨어진 것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적의 공격인가?"

"아, 하하!"

클레온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오나의 웃음소리만이 돌아오는 것에 의문을 느낀다.

그리고 이오나가, 클레온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에 달라붙은 것을 떼어내면­

냐­옹.

하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클레온은, 그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를 머리로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거지?"

"아무래도 골목의 옥상에서 옥상으로 이동하다 떨어진 것 같네요."

이오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확실히 서점의 옥상과 바로 옆 건물의 옥상은,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잘만하면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이 녀석은, 실패했다는 것이지만.

"길고양이 인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 고양이를 바라본다.

녀석은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로, 눈은 호박색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혀를 낼름 거리며, 클레온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응? 아니요? 누군가가 기르는 고양이 같아요."

이오나는 그런 고양이의 몸을 살피다가, 목에 걸려있는 작은 금속 펜던트 같은 것을 발견한다.

털의 밑에 묻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은 것이겠지.

"주인의 이름은 씌어있나?"

클레온의 질문에 이오나가 조심스럽게 펜던트의 뒷 쪽을 살피면­ 그곳에는 흐릿하게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그 감촉으로 어떻게든 읽어 보려 했지만, 여러 가지 언어를 읽고 쓸 줄 아는 이오나로도, 이 문자의 의미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샤앗!"

그리고, 그렇게 펜던트를 만져지면서 몸이 당겨지는 느낌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지, 그 녀석은 싫은 목소리를 내면서 이오나의 품에서 뛰어내려 클레온의 발밑으로 간다.

"아... 미움받아버렸네요."

이오나는 아쉽다는 듯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하지만, 클레온도 자신의 발 밑으로 온 고양이를 슬쩍 바라보는 것이었다.

"주인에게서 도망친 건가. 아니면, 떨어진 건가..."

"털의 관리는 상당히 잘 되어있고... 몸도 건강해 보이는 걸 보니, 제 생각에는, 도망친 건 아닌 것 같아요."

클레온 역시, 고양이가 자신의 얼굴을 덮었을 때, 불쾌한 냄새가 아닌, 비누에 의한 향긋한 냄새가 났다는 것을 기억하며, 이 고양이가 주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녀석이라고 추론한다.

"어떻게 할까요? 제가 주인을 찾아서 데려다 주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오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고양이에게 다가가려 하면, 고양이는 그대로 클레온의 발 뒤로 숨어 버린다.

"...아무래도, 이오나 혼자서는 힘들 것 같네."

"...네. 흑."

어딘가 슬픈 목소리를 흘리는 이오나, 클레온은 자신의 발에 달라 붙은 고양이를 집어 들어, 이오나가 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녀석의 목에 달린 펜던트를 본다.

"... ...?"

그리고 클레온은, 그 펜던트의 재질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거기에 잡히는 것은, 어젯 밤­ 암살자들의 집 아다만트에서, 마지막 자비라는 명목으로 건네받은 '아다만타이트 코인'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클레온의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자신들이 아다만트의 수장과 대화하기 전, 커튼에서 걸어나온 여성.

그리고, 그녀를 이끄듯이 앞장서서 걸어가는 검은 고양이였다.

"...너, 어제의 그 녀석인가..."

클레온은 또다시 우연이 겹쳤다는 사실에 묘한 느낌을 받으면서 고양이를 들어 얼굴을 마주했다.

고양이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었지만, '냐­'하는 울음소리를 내뱉는 것이 마치 대답처럼 느껴졌다.

"클레온은 그 고양이와 아는 사이인 건가요?"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할까... 어제 본 적이 있는 고양이 같아. 이 녀석이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는 '아다만타이트'라는 재질로 된 물건이야."

클레온의 말에 이오나는 놀란 얼굴이 되어 대답한다.

"아, 아다만다이트요?! 엄청난 희귀 금속이잖아요! ...실수로라도 고양이의 목에 거는 장식품으로 쓸만한 물건은 아닌데..."

"뭐. 그만큼 이 고양이가 소중한 녀석이라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 녀석이랑 떨어진 주인도 지금쯤 상당히 슬퍼하고 있겠는걸."

클레온의 말에, 이오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 하지만, 행진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그 안에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 부분이라면 걱정하지 마. 어제 이 녀석을 봤을 때, 같이 주인을 봤으니까."

클레온의 말에 이오나는 다행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찾는 데에 큰 힌트가 되니까요. 인상착의를 수소문해서­"

"아... 아니. 그건 좀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다만트에... 그것도 주인과 직접 단둘이서 대화를 할 정도의 인물을, 수소문해서 찾는다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니까...'

클레온은 차마 이 고양이의 주인이 암살자­ 암살자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깊은 연관을 가진 인물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바로 직전에, 암살자와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러면 다른 방법이?"

"뭐.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하늘의 눈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지만."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조용히 눈을 감고, 마력의 통로로 이어진 동료 중­

가장 하늘 높이 올라가 있는 '하늘의 눈'에게 목소리를 건넨다.

[라일라. 부탁이 있어.]

[흐응­ 그 손에 들고 있는 고양이의 이야기려나? 여기까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주인이라도 찾으려는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하는 라일라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뭐, 좋아. 그 정도의 여유는 있는 법이고. 선행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주인은 어떤 사람이야?]

[마주친 건 잠깐이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갈색 머리카락에, 이 근방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어.]

클레온이 그런 모호한 말을 건네자, 라일라는 크게 한숨을 내쉰다.

[또 다른 특징은? 아무리 하늘에서 왕도를 내려다보고 있어도, 그런 걸로는 찾기 힘들어.]

[아­]

클레온은 잠시 고심하는 듯이 생각하다가.

[...가슴이 쿠온만큼 커.]

[... ... 흐으으으으응.]

클레온의 말에 지옥에서 끓어 오르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라일라.

순간 클레온도, 그에게 안겨있는 고양이도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렇습니까~ 그 정도로 특징이 확실하면 바로 찾을 수 있겠네요~]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에 클레온은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우선, 자신이 어제 보았던 기억의 이미지를 라일라에게 그대로 보낸다.

그러면 라일라도 잠시 침묵했다가­

[... 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키는 작은데 저렇게 큰 건... 먹은 게 전부 가슴에 갔다는 소리!?]

[... 진정해 라일라.]

클레온은 그녀의 발광에 가까운 목소리에 작게 대답하지만, 라일라는 흐으으음... 하고 무언가를 고민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다가­

[동방국 출신이네. 이 사람.]

[동방국...?]

클레온은 라일라의 말에 잠시 의문을 느꼈지만, 이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리오메스와 미염공의 나라인가.]

[어쩌면, 그들의 친인척일 수도 있지. 동방국에서 이 왕도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이거나, 무역상인 정도이지만.]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든. 찾게 되면 이야기해줘.]

[물론이야. 하지만, 고양이가 있다면 나보다도 더 적임인 사람이 있을 거야.]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아'하고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깨닫는다.

[이쪽은 너한테 접근하는 녀석들이 있나 감시하는 걸로도 바쁘니까. 뭐, 일단 찾기는 하겠지만.]

[알았어. 우선, 부탁할게.]

클레온이 라일라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조용히 눈을 뜨면­

클레온의 앞에는 이오나와­ 이오나의 곁에 서 있는 또 한 명의 소녀.

머리 위에 갯과의 짐승 귀를 움찔거리면서, 잔뜩 기합이 들어간 표정으로 클레온을 올려보고 있는, 태양 노을과 같은 머리카락색을 가진 여자아이.

사샤가, 서 있었다.

"클레온 씨! 도와드릴게요!"

"부탁할게, 사샤."

"사샤 양의 사냥꾼의 각인은, 흔적을 시각화해서 볼 수 있었죠...! 그러면 확실히, 고양이의 주인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이오나의 말에 사샤도 '네!'하고 크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이 사샤에게 고양이를 들어 보이면, 사샤는 눈에 불을 켜고­말 그대로 사냥꾼의 각인 덕분에 빛나는 눈이 되어 고양이를 바라본다.

그런 사샤의 눈에는, 클레온과 이오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고양이 주인의 흔적이 보이려 하는 것이겠지.

그 사이에, 이오나는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사샤 양이 왔으니, 저는 아까처럼 왕도를 돌아다니면서 감시를 계속할게요. 그 아이한테 미움받은 것 같고."

이오나는 후후하고 웃으면서 고양이를 바라본다.

고양이는 그런 이오나를 여전히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고마워 이오나. 그럼, 나중에 또."

"네. 클레온. 부디 무사하세요."

이오나는, 클레온에게 손을 흔들면서 골목길을 나섰고, 그 사이에 고양이의 흔적을 눈에 확실히 각인한 사샤가 허리를 편다.

"흔적이 보여요, 꽤나 짙은 흔적이니까... 이 흔적을 따라가면 분명히 이 고양이의 가족과 만날 수 있을거에요!"

"안내를 부탁할게, 사샤."

"네!"

사샤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 발짝, 발을 내디딘 순간.

그녀의 귀가 크게 움찔, 하더니,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 다시 클레온을 바라본다.

클레온은 그런 사샤의 행동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지만, 이내 그것이 사샤가 아니게 된 것을 눈치챈다.

덕분에, 클레온의 품에 들려있는 고양이마저, 겁을 먹고 클레온의 품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후우­"

"...루벤."

클레온은 갑작스럽게 사샤의 몸을 차지하고 겉으로 튀어나온 루벤을 바라보면서 목소리를 낮춘다.

"에에잇! 뭐가 고양이냐! 그런 고양이보다 이몸이 훨씬 귀여운 것을!"

그리고­ 갑작스럽게 클레온의 허리로 뛰어드는 루벤의 행동에, 클레온은 재빠르게 들고 있던 고양이를 머리 위로 올리는 것으로 대처한다.

"...루벤. 별로 이 녀석을 기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주인을 찾아 주려 하는 것뿐이야."

"알고 있느니라! 하지만 클레온 님이여. 그 고양이에게서는 조금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우유향과 비누 냄새 밖에 안 나는데."

클레온의 대답에 루벤은 버럭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야! ... 야수의 정령 신인 이 몸보다도, 훨씬 농후한 자연 마력의 냄새이니라. 평범한 고양이갸 그런 냄새를 몸에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느니라."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잠시 무언가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녀석에게서는, 일반적인 수준의 마력밖에 안 느껴져."

"그렇다면 원인은 그 녀석의 주인이겠지.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야. 그 주인이 클레온 님에게 적대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루벤은 클레온에게 떨어져서, 클레온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다.

"그것은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무언가일 테니."

"... ..."

이내, 루벤이 눈을 깜빡, 하더니.

"어라? 저..."

다시, 사샤로 돌아온 그녀에게 클레온은 이야기한다.

"루벤이 할 이야기가 있어서 잠시 몸을 빌렸어. 걱정하지 마."

"그, 그랬군요! 정말, 루벤 님도. 몸을 빌리실 땐 미리 한 말씀 달라고 얘기 드렸는데..."

사샤는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기합을 넣고 몸을 돌린다.

"...이쪽이에요, 클레온 씨!"

그리고, 클레온을 이끄듯이 한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며, 그를 고양이의 주인에게 인도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무언가...?'

클레온은 루벤의 말을 잠시 머리에 담아두었지만­

어차피 그런 존재들은 지금까지 너무 많이 만났던 탓일까.

무뎌진 감각에 고개를 저으며, 사샤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