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97화 (397/506)

〈 397화 〉 행진으로 (수정됨)

* * *

000

클레온과 사샤가 사람의 무리를 헤쳐나가면서 향한 곳은 아스타로테의 피해자들을 모아놓은 수도원의 근처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지 않는 곳이면서 동시에 왕도의 안에서도 침입자에 저항하는 결계가 펼쳐진 곳이다.

어찌보면, 이 왕도에서 암살자들의 위협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왕성까지의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기 때문에, 조금 휴식을 취하기에는 최적인 장소이겠지.

정신없이 이동해서 도착한 후 결계의 안에서 사샤가 한 이야기는 클레온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다.

"...내가 아니라 동료를 처리해도, 50만?"

"네... 클레온 씨가 마무리한 암살자 씨가, 그렇게..."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한다.

아무래도, 새벽에 안내된 방으로 이동하던 도중 암살자들 몇을 처리한 것이 의뢰자들의 초조함에 불을 붙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이기는 했지만.

[라일라.]

[알고 있어. 지금 다른 사람들에게도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으니까, 초조해하지 마. 클레온. 우리들도 충분히 강하니까.]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조금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 뒤 사샤에게 이야기한다.

"사샤. 쿠온과 합류해 줘.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같은 곳에 모여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클레온 씨는요?"

"나는 슬슬 왕성으로 가지 않으면. 행진이 시작될 테니까."

클레온의 그런 말에 사샤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샤의 어깨를 두드려 준 뒤, 클레온은 몸을 돌려 왕성으로 향한다.

'역시, 이번 일이 끝나면... 세 사람을 다른 곳에­'

그렇게 생각하면서 왕성을 향하는 골목을 돌려고 한 다음 순간.

"어머, 클레온! 찾고 있었어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부딪힐 뻔한 몸을 떼어내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다.

드레스 위에 코트를 걸친 그녀의 반짝이는 금발과 푸른 눈.

"...메르카."

왕국의 번견, 특무 수사관 메르카 알카디아스 후작이다.

"뭔가,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네요. 며칠만인데 말이죠."

"아아. 그렇지."

클레온에게는 메르카보다도 좀 더 길게 느껴지는 재회였지만, 그녀는 클레온의 허리춤에 손을 올리면서 이야기 한다.

가까운 곳에 얼굴을 붙여서, 조용한 목소리로.

"...아루루에게 들었어요, 암살자들에게 노려지고 있다면서요?"

"역시 특무 수사관... 정보가 빠른걸."

"후후... 섭섭한 소리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깝게 달라붙는 메르카가 입술을 볼로 가져다 대려고 하면­

"크, 흠..."

그녀의 뒷 쪽에서 기침소리가 울렸다.

클레온이 메르카에 의해 가려진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꺾어 그녀의 뒤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평소에는 보지 못한, 화려한 드레스와 갑주를 섞은 듯한 의상을 입고 있는 아루루의 모습이 보였다.

"...아루루?"

그녀 역시, 트로메이아 가문의 영애로서 행진에 참여해야 하는 인물이었기에,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왕성에 묶여있어야 했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클레온이 걱정되어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빠져나온 거야. 클레온을 무사히 왕성의 행진대열로 데려가려고 말이야."

"...그런거였나. 미안한걸, 일부러."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아루루는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쭈뼛하고 긴장하듯이 선 자세로.

손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자신의 손을 마주 잡았다가, 떼었다가, 허리 뒤로 돌렸다가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인상을 준다.

"... ...?"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지만, 메르카는 그런 아루루와 클레온을 번갈아 보다가­

메르카가, 슬쩍 클레온의 귀에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용히 그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처음 보는 옷이죠?"

"그렇군. 드레스인 것 같기도 하고, 갑옷인 것 같기도 해."

세인트 프린세스의 모습을 하는 아멜리아와 같은 예복과 실전용의 갑옷을 섞은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평소에는 귀걸이의 형태로 변신해서 동행하는 아론다이트를, 허리춤에 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기사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감상은 없나요?"

"... 다른 감상...?"

클레온은 메르카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아아. 하고 알겠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해."

"읏!?"

클레온의 말에 아루루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메르카는 만족할만한 대답을 들었다는 듯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죠~ 저 복장은 '용사 예갑'이라고 불리는 갑옷이에요."

메르카는 알고 있다는 듯이 떠벌거리면서 이야기한다.

"용사 예갑..?"

"희귀한 재질로 만든, 그 용사의 전용 장비라는 느낌이에요. 드레스와 갑주를 합친 만큼, 여러 식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실전용으로도 충분한 뛰어난 물건이에요."

"흐음."

클레온은 메르카의 설명에 아루루를 위에서 아래로 바라본다.

확실히, 값나가는 드레스와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그곳에는 절대로 실전성을 배척하지 않은 설계자의 신념이 느껴졌다.

노출도가 조금 있긴 했지만, 아루루의 기술과 아론다이트의 방어력을 생각하면, 그 부분을 고려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루루는 이 드레스를 조금이라도 빨리 클레온에게 보여주려고 식장을 빠져나온 거에요."

"그, 근거 없는 헛소리는 그만 둬 메르카! ...지금은, 그런 농담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구."

아루루는 메르카의 말에 목소리를 높였다가, 다시 한 번 헛기침하면서 안정을 되찾고 클레온에게 이야기 하려 하지만, 메르카가 다시 한 번 끼어든다.

"정말, 쑥스러워 하기는. 클레온. 용사 예갑은 말이죠, 용사들이 식전에서 정장이나 드레스 차림인 도중에 습격 받아서 당하는 사고가 빈번해지자,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갑옷이 시초라고해요. 점점 디자인도 바뀌어 갔지만, 항상 전장에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용사를 보호하는 의상이죠."

"...그런건가?"

"네. 그리고­ 용사 예갑은, 용사가 결혼식을 할 때도 입는다고 하네요~"

"메르카!"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보면, 이전, 레시아도 비슷한 의상을 입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전투시에 입는 전신갑주와는 또 다른, 아름다운 의상이었다.

'그러고보니, 그건... 엘레시아에 있나? 루티가 보관하고 있으려나.'

그런 것을 생각하다보면, 아루루는 조심스럽게 클레온에게 이야기 한다.

"클레온, 혹시라도 안어울린다면 이야기 해 줘... 나도, 클레온의 의견이 듣고 싶으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굉장히 잘 어울려. 아루루."

"...응... 고, 고마워..."

어딘가, 쑥스러움을 최고로 전개한 아루루의 태도에, 클레온 자신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메르카는, 스스로 만든 분위기지만 너무 달달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는지 이야기 한다.

"자, 자! 이제 일 이야기를 해요. 옷 자랑과 칭찬은 이제 됐잖아요?"

"...메르카가 부추긴 거면서..."

"조용!"

메르카의 막무가내에, 아루루는 한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에게 이야기했다.

"클레온. 암살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어. ...왕도에 숨은 암살자들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찾아내는 건 어려울 거야."

"뭐. 적어도 이렇게 셋이 모여있는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겠죠.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메르카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며 두 사람에게, 동료들의 목에도 현상금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건, 이상하네요."

그리고, 메르카가 클레온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연다.

"뭐가? ...비겁한 수단이긴 하지만, 클레온을 정면에서 쓰러트릴 수 없다면, 그 동료를 노리는 건 이상하지는 않은데."

아루루의 말에 메르카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내 이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전략적으로는 말이죠. 하지만 알고 계시죠? 암살자의 집에서 발행하는 암살은, 그 존재가 '왕국의 평화에 위험이 되는 존재인가'라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저희와는 가치관이 다를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적어도 클레온과 아멜리아 왕녀님은 그렇다는 것이겠죠."

아루루는 그녀의 말에 조금 얼굴을 찌푸리지만, 그 정책이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아는 아루루는 이렇다 할만한 말을 내지 못하고 메르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클레온의 동료는 어떤가요? 만약 그들이 클레온과 동급으로 왕국의 평화에 위협이 되는 존재라면. 그들에게도 각각 300만의 현상금이 걸려야 하겠죠. ...아카데미 수석의 대 마법사나, 성녀가 겨우 50만이라니, 제가 암살자라면, 의뢰인이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지 욕하면서 떠날 거에요."

"...확실히."

그녀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클레온의 동료 중에서도 가장 그 명성이 드높은 것은, 라일라 플레임워치.

아카데미의 수석 마법사인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마법사들은 드물었고, 또 그 악명은 아카데미를 통해서 대륙 곳곳에서도 퍼져 있었다.

이전에는 그 성격의 더러움으로 유명했다고 하면, 최근에는 아카데미에서의 일과 클레온과 함께 하면서 얻은 명성과 더불어.

그녀의 실력이 날로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50만의 보수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다.

"게다가, 클레온의 '동료'라는 표현도 애매해요. 일반적으로 클레온의 동료라고 한다면 당연히 저희도 포함되겠죠?."

"물론이야."

클레온은 메르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넓은 의미에서의 동료이죠. 같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 적이 있으며, 친분이 있는 관계…….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 보자면, 클레온의 동료는 엘레시아에서부터 함께 행동하고 있는 세 사람. '전 용사 파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

클레온에게 있어서 동료라고 한다면 엘레시아에서 인연을 맺은 이오나와 루베라, 페르디아. 아카데미의 베아트릭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아루루.

왕도에 와서라면 그레이도 있으며, 메르카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라일라, 쿠온, 그리고 사샤.

이 셋은, 다른 동료들과 비교하더라도 함께한 시간도 길고, 여러모로 복잡하게 관계가 엮인 이들이다.

삐그덕 거린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의 관계는 기적과도 같았지만.

클레온은 그들을 단순한 동료를 넘어, 가족과 가깝게 생각한다.

"귀족인 저희들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까지 노리는 것은 꽤나 위험이 있는 행위에요. 의뢰를 내건 사람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메르카는 머릿속의 사고를 마치고 클레온과 아루루에게 이야기한다.

"클레온의 동료를 죽이면 각각 50만이라는 의뢰는, 사샤, 쿠온, 라일라를 노린 의뢰. 물론, 진심인 것은 아니에요. 이 의뢰를 받는 것은 쓰고 버릴 패 수준의 질낮은 암살자들일 겁니다."

메르카는 손가락을 하나씩 펴가면서 천천히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허세를 부리는 것은 아니겠죠. '너희들, 지금은 괜찮겠지만, 조금만 더 눈에 띄면...' 이런 목적으로 터뜨린 의뢰인 겁니다. 그것도, 아다만트가 아닌 사적으로 발행된. 왕국에서도 허가되지 않는 암살자의 집을 통하지 않은 암살 의뢰."

"대체, 누가...?"

"글쎄요. 그런 일을 당당하게 해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세력의 독단적인 일일테지만... 그 목적은 분명해요. 클레온, 당신에게 경고하는 것이죠"

클레온은 메르카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이상 왕도의 정치에 관여한다면, 너 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의 목숨도 위험하다' 라고 말하고 있는 거에요. ...50만을 걸었다면, 그 이상의 금액을 거는 것도 당연히 생각해야겠죠."

"... ..."

클레온은 메르카의 말에 한쪽 눈을 감으며, 머리속의 생각을 정리한다.

메르카의 말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클레온의 목뿐만이 아닌,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 전부의 목이라는 것이 된다.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대체 누가, 어떤 원한으로 클레온과 그 세사람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일까요."

"──짐작 가는 바가 너무 많은걸."

클레온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메르카도 조금 쓴 약을 삼킨 듯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아루루가 잠시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어서 이야기 한다.

"세토스 작은아버지."

그녀의 말에 메르카도 눈을 가늘게 뜨면서 아루루를 바라본다.

"과연."

"응. ...트로메이아 가문이라면, 암살자의 집을 거치지 않더라도, 암살자들에게 독자적으로 의뢰를 열 수 있어. ...아버지는 그런 일을 싫어하시니까, 한 번도 그렇게 가문의 힘을 사용한 적은 없지만."

"게다가, 세토스 경이라면 클레온을 포함한 전 용사 파티에 대해 원한을 가질 이유도 충분하죠."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알베인의 복수를 하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정말로... 그의 몰락은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요."

클레온의 말에 메르카도 고개를 끄덕이면, 아루루는 클레온을 향해서 이야기 한다.

"...어떻게 하지? 세 사람을 지켜 줘야 하는데."

"그 건에 관해서라면 문제없어요."

아루루의 말에 메르카가 집게손가락을 펼치며, V자를 보인다.

그러자, 클레온은 갑작스럽게 주변에서 인기척이 생겨났다가 멀리 떨어져가는 것을 느낀다.

"저의 명령 하나로, 수사관 휘하의 병력을 클레온의 숙소 주변에 배치해둘 수 있으니까요. 사샤와 쿠온이 그 안에 있다면, 지켜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거에요. ...뭐, 깔끔하게 권력 남용이긴 하지만요."

"...괜찮은 건가?"

클레온이 메르카에게 물어보면, 메르카는 피식 웃어 보이면서 대답한다.

"이제와서 그런 걸 물어보나요? 괜찮아요, 시말서를 쓰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무고한 암살의 위협에서 사람을 지키는 일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겠나요?"

메르카의 대답에 클레온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러면 이제 왕성으로 가도록 해요. 이 이상 늦어지면, 행진의 호위에 참여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

아루루와 클레온, 두 사람은 메르카의 말에 발을 움직여 왕성으로 나아간다.

아루루는 무언가 생각하는 것이 있는 듯이 클레온에게 말을 걸려다가.

이내, 머뭇거리며 손을 내리고는,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 작은 아버지를 막아야만 해. ...클레온을 지키려면, 그 방법 밖에 없어.'

그리고, 스스로의 각오를 다진다.

자신의 성검은, 왕국의 평화를 위해서 사용되어야만 한다고.

그리고 그 평화를 어지럽히는 존재가 친족이라고 한다면...

아룬다이트는, 설령 같은 피가 흐르는 상대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용사 예갑.

그것은, 과거, 용사가 귀족들의 정치적인 일에 휘말려, 식전에 초대되었을 때 암살자들에게 노려져 살해당한 일을 반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갑주.

용사 예갑을 걸친 용사는, 그 반성에 따라 어떤 위협에도 저항할 것을 의미하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루루가 오늘 이 갑주를 걸친 것은, 단순히 식전에 참여해서가 아니였다.

이 몸을 던져서라도클레온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귀족과 왕족들을 포함하여 클레온을 노리는 자들에게, 스스로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였다.

세 사람이 걸어가는 길의 저 앞 쪽에, 왕성에서 출발하기 위해 준비된 마차가 길게 준비되어 있었다.

"아루루는 앞쪽이에요. 저는 행진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클레온은 아멜리아 님의 마차겠죠?"

메르카의 말에, 클레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아루루. 또 보자."

"─네."

그리고, 다시 한 번. 잠깐의 이별과 재회를 약속하며 떨어지려는 순간­

아루루는, 이번에야 말로 손을 뻗어 클레온의 손목을 잡더니.

이내, 그를 끌어당겨, 클레온의 입술을 덮쳤다.

"...!"

"...후우..."

잠시, 붙었다가 떨어지는 두 사람의 얼굴.

메르카는 그것을 보고 눈을 찌푸리지만, 아루루는 입술을 검지로 닦으면서 클레온을 바라본다.

최근에 보았던 아루루의 눈 중에서도, 가장 힘이 담긴 눈빛으로.

"... 오늘의 나는, 클레온의 용사야. 클레온을 지키고, 클레온을 위해서 검을 휘두를게."

"... 믿음직스러운걸."

클레온 역시, 입술에 남은 감촉을 엄지로 닦아내면서 두 사람은 함께 몸을 돌린다.

[클레온.]

그리고, 아멜리아가 있는 마차를 향해 걸어갈 수록, 주변에서 살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얌전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이 많은 것 같아서 다행이군."

클레온은 그렇게 한숨을 내쉰다.

"...가자. 갈라테아. 오늘은 아주 긴 하루가 될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야]

갈라테아의 한숨 섞인 투정에, 클레온은 입꼬리를 올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