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99화 (399/506)

〈 399화 〉 관찰

* * *

000

"행진 쪽은 이제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야."

손에 들고 있는 망원경으로, 왕성 주변을 살피던 유스테스가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루베라에게 이야기했다.

이 두 사람은, 유스테스가 배틀 메이드에 들어온 뒤로 루베라가 교육 담당을 맡아, 그대로 2인 1조로 행동하는 일이 많아졌다.

루베라도 유스테스에 관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은 뒤로 무리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버린 유스테스를 제어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겠지.

루베라는 그런 유스테스의 말을 들은 뒤에도 잠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은 채 조금 전에 클레온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는 것이었다.

"...루베라?"

그런 루베라에게, 괜찮으냐는 듯이 말을 걸어오는 유스테스.

루베라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유스테스를 돌아본다.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건물 위에 서는 것은 매우 익숙해졌나 보군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절부절못하던데."

루베라가 말한 듯, 지금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왕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은 종탑.

올라가는 것도, 다른 건물의 옥상을 통과해서 올라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발을 헛디디면 곧바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직선 추락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한 임무가 많은 배틀 메이드들의 특성상, 밤에든 낮에든, 지상을 이동하는 것보다 옥상 위를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배틀 메이드에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유스테스는, 능숙하게 옥상에서 옥상 사이를 뛰어다니는 다른 대원들을 보면서도.

자신은 실수해서 땅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늘 안절부절못했던 것이다.

물론, 그녀에게 있어서 걱정거리는 그런 추락뿐만이 아니라­

"그, 그렇지만. 이런 곳에 서 있는 동안 아래서 누가 올려다본다고 하면..."

유스테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메이드 드레스의 미니스커트 부분을 꾹 누르면 루베라는 짜게 식은 눈으로 그의 그런 소행을 바라보는 것이다.

"행동이고 생각이고. 이제는 남자였다는 자각도 없어졌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네요."

"윽..."

정곡을 찌르는 루베라의 발언에 유스테스는 보이지 않은 칼날에라도 찔린 듯이 몸을 주춤 인다.

그러다가 발을 헛디디면 떨어질 뻔 하겠지만, 제대로 벽을 붙잡고 있는 덕분에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유스테스. 당신, 남자로 돌아갈 생각은 있는 거겠죠?"

"... ... 아, 응. 물론."

"그 침묵이 당신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습니다만..."

루베라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자신을 향하면, 유스테스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황급히 돌리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끝으로 감으면서 이야기한다.

"그, 그런 쓸데없는 의심은 그만둬 루베라. 나는 악마들을 쓰러트리고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그 과정에서 얼마 존재하지도 않았던 남자다움을 순조롭게 잃어가고 있는 듯합니다만..."

루베라의 말을 유스테스는 '크, 크흠.'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발뺌하듯이 이야기했다.

"포, 폭언이야. 증거 있어?"

"아, 클레온."

"어디!?"

망원경을 들어 올리고 루베라가 바라보던 방향을 살피려는 유스테스.

하지만, 곧 '핫'하고 스스로 정신을 차리면서 망원경을 얼굴에서 떼어냈을 때는,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클레온이 이 근처에 있을 리 없잖습니까. 지금쯤이면 아멜리아 왕녀님의 곁에 있을 텐데."

"으으~~읏!"

눈물이 핑 돌아서 고일 정도로 큰 수치심을 느낀 유스테스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으면, 루베라는 그런 그에게 조용히 이야기 한다.

"별로. 괜찮습니다. 남성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애써서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더라도. 지금 모습도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유스테스 자신도, 그 일에 관해서는 여러모로 생각하는 것이 많은 것인지, 루베라의 조언을 듣고도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남자로 있든, 여자로 있든 간에, 나는 나라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내 남자인 부분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루베라는 그 말에 조용히 생각한다.

'그건 다른 메이드들 사이에서 끼어 지내다 보니까, 그녀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지만... 일단은 조용히 넘어가 둘까.'

"어, 어쩌면. 이게 점점 내가 클레온에 대한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어가고 있다는 과정인 걸까?"

"그런 걸 저에게 물어봐도... 저는 남자에서 여자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루베라의 단호한 대답에 유스테스는 다시 한 번 분한듯한 목소리를 흘리지만.

"...하지만, 뭐. 당신이 말한 대로. 당신은 어떤 모습이건 당신인 채로겠죠. 그렇다면 정말로. 어떤 성별로 있는가를 선택하기보다는, 어떻게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 있을 것인가?"

루베라의 말에 유스테스는 고개를 갸웃였다.

"지금의 당신을 포함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거기에 맞추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의도한 것이던, 그렇지 않든 간에 운명은 언제나 당신에게 선택을 강요하죠."

"... ..."

루베라는 장갑을 끼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제가 당신의 아버지 휴즈 후작 밑에서 일했던 것도, 그런 운명 속에서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었던 한가지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제가 잊지 않은 것은, 제가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검을 휘두르고 주인을 섬기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꽈악. 그녀의 주먹이 쥐어지면 그녀의 장갑의 가죽끼리 비벼지는 소리가 유스테스에게까지 들려왔다.

"저는 일족의 부흥을 위해... 직장과 동료가 바뀐 지금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유스테스. 당신이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용사로서, 백성의 평화를 지키는 것? 그게 아니면, 가까운 곳에 있는 동료들을 지키는 것?"

유스테스는 루베라의 말을 듣고,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 것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에게 누군가를 위해 사용할 힘이 있다면. 그걸 옳게 사용하고 싶어. 그 결과가, 누군가를 지키는 것으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말이야. 그를 위해서라면, 이 몸이 어떤 쪽이든 상관없어. 거기에─"

유스테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루베라를 보면서 이야기 한다.

"이 몸이 된 덕분에, 루베라. 너의 생각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그런가요. 유스테스 주제에 건방지네요."

루베라는 전 주인의 이야기를 그렇게 일축한다.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 한 거야."

"그런가요. 저도 진지하게 대답한 겁니다. 당신이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날에는, 정말로 유스티나로 개명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루베라는 유스테스를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알고 있나요? 여성이라는 생물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도 훨씬 질투심이 강하다는 것을. 당신이 제 것에 손을 데지도 모른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당신은 제 라이벌입니다."

"... 루베라의 것?"

유스테스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으면, 루베라는 훗 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제가 하는 말의 뜻을 모른다면. 당신은 아직 충분히 남자네요."

"그, 그래...?"

루베라의 말에 약간 안심했다는 듯이 웃어보이는 유스테스에게, 루베라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당신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클레온은."

"뭣...!"

당황해 하는 유스테스에게, 루베라는 등을 보이면서 건너편의 건물로 뛰어넘어갈 준비를 한다.

"자, 그러면 우리도 이동하도록 하죠. 저쪽에서 라비타가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까."

"...뭐라고?"

유스테스가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루베라는 조용하게 대답했다.

"...청소 시작이라고."

001

행진 마차의 대열이, 왕도의 대로를 향해 들어간다.

가장 앞선 곳에 있는 것은, 행진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거대한 마차.

마부가 존재하지 않는 마법으로 움직이는 마차의 위에 올라탄 것은,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행진에 모습을 드러낸 현 왕국의 국왕.

루시우스 칼데아리스이다.

"루시우스 전하! 만세!"

"왕도의 수호자이시자, 왕국의 주인이신 루시우스 전하!"

행진이 진행되는 대로의 경계선 너머에 선 국민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루시우스는 어두운 얼굴을 숨기지 않은 채, 지붕 없는 마차 위에 준비된 그의 의자에 앉은 채 백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가장 최근에 첩이 된 여성이 앉아 있었지만­

루시우스는, 그녀에게 조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마치 무거운 조각상처럼 얼굴을 굳힌 채로, 군주로서의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국민들 중 일부는, 그런 루시우스의 표정과 상태에 '역시 폐하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서만 하고.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왕의 건강상태를 의심하다니, 잘못하면 왕국의 병사들과 사이좋게 상담실로 들어가야 할 안건이었다.

"카시우스 왕세자님이셔!"

그리고­ 곧바로 루시우스의 마차 뒤로 따라오는 것은, 왕세자인 카시우스의 마차.

그의 아버지와 같은 마차에 타지 않는 것이 몇 년 만의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카시우스는 웃으면서 손을 들어 보였다.

지금, 그의 모습은 이차원의 침식 때문에 변형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의 조치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검게 침식된 반신을 가리기 위해, 목 아래부터는 살을 절대로 들어내지 않는 예복을 입었고, 손에까지 장갑을 착용한 상태이다.

얼굴의 반신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날개를 형상화한 가면을 착용한 채였다.

이것을 착용하지 않으면, 행진은 물론 방에서도 나올 수 없다는 신하들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착용한 것이었지만.

다만, 루시우스의 때와 다르게, 행진을 관람하는 일부 귀족들의 사이에서는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물론 이유는 어제의 일 때문이다.

왕위 계승권을 아멜리아에게 넘기겠다고 이야기했던 것.

귀족들과 왕궁 내의 신하들 사이에서는 행진을 중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큰 소란 거리가 되고 있었다.

"... ..."

본래라면, 이 행진, 자신의 마차에 아멜리아를 태우고 싶었지만.

누구하나 찬성하는 이 없이, 전원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카시우스라고 하더라도 일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최소한, 아멜리아를 위해서 의자를 준비해주는 것 정도가 지금 그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자신이 아는 한 최고의 모험가인 클레온이 함께였다.

'왕궁 내의 혼란은 어느 정도 내가 예상한바. 아무리 그래도 수는 적지만, 분명히, 아담이 정해둔 왕궁의 룰에 의문을 품는 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아멜리아가 무사하면 좋겠다는 것이지만.'

만물의 아버지 아담의 계획이 자신을 중심으로 굴러간다면, 그 톱니바퀴를 망가트릴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아담 때문에 배척되고, 몰려난 아멜리아뿐.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무대 위로 끌어올려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아멜리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카시우스는 절대로 간과하지 않았다.

클레온과 그녀가 서로 알게 된 것이, 이런 운명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자신을 합리화시키면서, 그에게 아멜리아를 부탁했다.

'원래라면 한 명 더... 클레온 씨를 도와 아멜리아를 지켜줬으면 했지만 말이야.'

카시우스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선을 보낸 것은, 자신이 탑승한 마차의 바로 옆에서 말을 타고 행진을 보좌하여 나아가는 한명의 기사다.

이런 기념적인 식전임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 전신 갑주를 입은 기사.

그가 말에 탄 채,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창은, 드래곤의 뿔을 가공해서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강력한 무기였다.

갑주의 색은 붉은색을 기조로 한 뒤, 금색으로 덧땜질 된 화려한 색을 자랑했지만, 투구에 있는 양쪽으로 뻗어 위로 솟아오른 뿔이라던가­

마치, 곤충의 외골격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간다움을 철저하게 줄인 위압감을 주는 그 모습은.

왕국의 기사단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만이 부여받을 수 있는 칭호인 '용의 기사'[드레이크]를 수여받은 존재이다.

왕국 기사들은, 자신을 상징하는 심볼로서, 동물을 선택하여 자칭할 수 있었고, 많은 이들이 자신에 가까운 동물들을 선택하여 스스로의 이름으로 한다.

사자의 기사 라이오넬, 늑대의 기사 루프스, 거북이 기사 토터스. ... 때로는 도저히 기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 보이는 동물의 이름을 가진 기사마저 역사상에 존재했다.

기사들은 기사 작위를 받을 때, 이 이름을 함께 정하여 왕께 충성을 맹세하며.

기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죽게 되었을 때, 혹은 죄를 지어 기사 작위를 박탈당할 때.

이 이름을 포기하고, 한 사람의 왕국민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작명법은 어느정도 융통성이 있어서, 대부분은 기사들이 원하는 이름을 허락해주는 경우가 많으나­

용의 이름을 받는 기사, 드레이크는 한 시대에 단 한명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 이름을 원할 수 없다.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정점에 서는 존재인 '용'의 이름을 내건 만큼, 왕국의 기사 중 으뜸가는 실력을 갖춰야 했으며.

각종 시련을 극복하고, 왕국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한 뒤, 트로메이아 가문을 포함한 공작가를 포함하여 12 귀족 가문의 승인이 있어야만 비로소 용의 기사라는 이름을 받을 수 있다.

용의 기사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왕국의 지존인 국왕의 호위.

즉, 왕실 근위대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평소에는 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호위하는, 왕의 직속 근위 기사이다.

평소에는 국왕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왕이 참여하지 않은 어제의 사교 파티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덕분에, 왕궁의 경비대들은 그 자리에 있던 최고 책임자인 리겐트 경의 지시를 받았다.

"저, 저 사람이 용의 기사... 드레이크 경인가..."

"말을 타고 걷고만 있는데, 엄청난 위압감이야..."

시골에서 올라와, 처음으로 용의 기사를 마주한 백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레이크의 투구는, 그의 이명대로 용의 형상을 본떠 만든 것이라, 눈의 부분에서는 저절로 붉은 안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인간의 형상을 한 것 같은 감각에, 일반인들은 그를 바라보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시선이 이동하는 것은 왕족의 마차의 뒤를 따르는 또 다른 화려한 마차­

트로메이아 가문의 마차이다.

마찬가지로, 퍼시스 경과 오렐리아 트로메이아가 백성들이 볼 수 있도록 지붕 없는 마차에 탑승한 채로 앉아 있었고.

그 옆에, 말을 탄 채로 마차의 곁을 걷는 것은 아루루 트로메이아이다.

"아루루 님~!"

"1년 중에 용사 예복의 아루루 님을 생으로 뵐 수 있는 유일한 날...!"

아카데미에서 본 적이 있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아루루는 조금 얼굴을 붉히지만.

그런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용의 기사에게 머문다.

'드레이크 경... 당신은, 어느 쪽의 편이지.'

아군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겠지만, 적이라고 한다면 절망에 가까운 심정이 들 정도로 강한 존재이다.

아루루 트로메이아라는 유례 없이 강한 트로메이아 가문의 용사라고 하더라도, 1:1의 상황에서 용의 기사와 싸우는 것은 피하고 싶을 정도였다.

단순히 힘에서 밀린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 딱 한 번 용의 기사의 싸움을 구경한 적이 있을 때 본 바로는­

용의 기사는, 마치 클레온과 같은 싸움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육체 능력의 높음도 눈에 띄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상황을 제어하는 판단 능력,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거야말로 적의 힘조차도 이용하는 전사.

누구에게도­ 왕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투구의 밑을 보인 적이 없다는 미지의 존재인 드레이크 경을 아루루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레이크 경이 충성을 맹세하는 것은 오직 왕족뿐.

그것도, 국왕­ 루시우스에게 충성을 직접 맹세한 기사이다.

쉽게 생각하면, 루시우스의 의향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아루루는 생각한다.

드레이크 경은 그 존재가 가진 힘과, 위치 때문에 왕의 명령이 없는 이상 어떤 정치적인 싸움에 끼어들 수 없다.

다분히 트로메이아 가문과 귀족 의회 사이의 문제로 일어나려 하고 있는 파벌 싸움에, 그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킨다고 한다면.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침. 아루루와 같은 것을, 카시우스도 생각하고 있었다.

드레이크 경에게 말을 걸어, 아멜리아에 관한 것을 이야기해 보려 했지만.

용의 기사는 왕에게서 부여받은 권한 덕분에, 왕족인 카시우스의 명령이나 부탁을 거절하더라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시우스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곳을 떠났다는 일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왕국에 충성을 맹세한 몸. 이제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왕성 내의 정세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드레이크 경. 당신에게도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겁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기사를 내버려둔다.

부디, 이후에라도 적이 되지 않을 것을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선을 모으는 용의 기사 본인은, 어디까지나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얼굴을 감춘 채로.

또각, 또각.

말발굽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위아래로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채.

왕의 곁을 지키는 것이었다.

002

"후우... 슬슬 시작인가."

레밀리아가, 사람들의 사이에 섞인 채 행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안경을 낀 채 인간으로 완전히 의태한 이슈탈이 함께이다.

레밀리아의 중얼거림에 이슈탈은 조용히 하늘 위를 바라본다.

"있네. 아마, 라일라 플레임워치려나."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후후.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걸 레밀리아. 잊었어? 우리는 이번 행진에서는 어느 쪽도 공격하지 않아. 클레온도, 아멜리아도. 심지어 증오스러운 왕국의 귀족들마저도 말이야."

이슈탈의 말에 레밀리아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적의 적은 친구... 라는 말이 있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적의 적이 어떻게 친구일까. 적의 적은, 또 다른 적일 뿐."

아멜리아와 클레온을 적대하는 이슈탈. 그리고 똑같이 그들을 적대하는 귀족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슈탈은 그들과 손을 잡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이번에 있을 커다란 움직임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들의 몫을 무사히 챙길 수 있을까. 야. 이블린을 그에게 보냈던 것도 그런 이유이고."

"... ..."

클레온이 그 떡밥을 물어줬으면, 일이 조금 쉽게 풀렸겠지만 말이야.

라고 중얼거리는 이슈탈.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옆으로 로브를 뒤집어쓴 무리가 재빠른 몸놀림으로 인파를 헤쳐나가며 행진의 대열의 뒤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이루어질 거야. 지키는 쪽과, 노리는 쪽의 싸움은. ...그러다가 서서히 격해지고. 클라이맥스가 도래하겠지."

"관람석으로 가시죠."

레밀리아의 말에 이슈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그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클레온... 후후. 죽지 말아줘. 그래야, 거래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악마들은 인간을 속이고 나아가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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