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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00화 (400/506)

〈 400화 〉 승전 행진(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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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그럭, 덜그럭. 마차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소리 하나 나지 않고, 흔들림조차 없이 나아가는 다른 마차들과 다르게, 마법이 걸려 있어서 말이 끌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멜리아가 타고 있는 마차는, 귀족들의 마차보다도 훨씬 흔들리면서, 또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클레온은, 그 마차의 옆을 따라 걸으면서 신경을 곤두세운다.

행진을 구경하는 시민들이 던지는 꽃잎과 꽃가루가, 걸을 때마다 발에 밟힌다.

이 모든 것들은, 아멜리아가 아닌, 아멜리아의 앞쪽에서 걸어가고 있는 다른 귀족들이나 왕족들을 위해 뿌려진 것이다.

땅바닥에 떨어지고 남은 꽃가루는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면서 부서진다.

시야를 방해받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앞서 가는 그들이 대체 무엇을 했다고 이렇게까지 찬사를 받아야만 할까.

오히려, 꽃을 받아야 하고, 감사의 인사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멜리아일 터이다.

그런 것도 모르는 채, 그저 그녀의 앞길을 꽃잎으로 더럽히는 시민들에게, 클레온은 답답한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 사실을 입에 담는 것이 용서되지 않는다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그의 머리와 귓속에는 라일라로부터 전달되어 들어오는 정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별탈 없이, 행진은 무사히 진행되고 있었다.

아멜리아를 향해 침을 뱉거나, 막말하거나, 돌을 던지는 인물도 없었고.

다만, 아멜리아를 호위하고 있는 클레온을 향한 욕설이 들려오기는 했다.

흑마의 일족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클레온은 생각하면서 무시했지만.

그리고­ 램파트와 이야기했던 모험가의 지원이라는 것도, 결국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느정도 예상은 한 바였지만, 그의 인망으로도 행진의 호위에 참여해주는 모험가가 없을 정도로 왕국 기사단, 귀족들에 대한 모험가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이겠지.

문득, 클레온의 머릿속에 오전에 스투쿠프와 나누었단 대화가 떠올랐다.

'이 나라는 그렇게까지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다'

현인의 조언인지, 노인의 망언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이 클레온에 있지는 않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백성들과 귀족들.

그리고, 모험가들.

얼핏 보면, 아무런 문제 없이 흘러가는 안녕에 가득 찬 삶이었지만 조금만 안을 파고 들어가 보면 왕도는 악마에 의해 노려지고 있고, 모험가들과 왕국군들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었으며.

귀족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음모를 꾸며 실각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적이라는 것은, 바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마물이라던가, 악마라던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인간 전체를 위협하는 적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무서운 것은,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적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적들이다.

왕국의 국민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적은 누구인가.

반역자의 피를 이어받은 아멜리아인가.

아니면­

[하나... 둘... 우와, 세는 게 귀찮을 정도야. 생각보다 많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녀석들이.]

그때 클레온의 머릿속을 가로지르면서 라일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서, 인파의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건물의 옥상에서 옥상으로 이동하는 인물을 빠짐없이 체크 중인 라일라.

그녀는, 질렸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클레온에게 자신이 확인한 암살자로 생각되는 이들의 위치 정보를 계속해서 발신하고 있었다.

[그런 감각이 있었으면, 애초에 암살자가 되지 않았겠지. 게다가, 왕녀 암살이라니. 왕족의 암살은 역사상으로도 몇 년간은 없던 사건이야. ...그야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단번에 암살자로서의 명성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뭐, 그만큼. 넘어가야 할 장벽이 많겠지만.]

라일라의 말이 끝난 순간, 클레온의 머리속에 보내지던 정보 중, 암살자 두 명의 위치 정보가 사라진다.

[라일라. 방금 두 명이 사라졌는데.]

[걱정하지 마. 놓친 게 아니라 처리한 거니까. 배틀 메이드의 활약이야. 1포인트­ 아니, 두 명이니까 2포인트 적립이네.]

[...무슨 포인트야?]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이 머리속에서 태클을 걸면, 그녀는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것이다.

[그야 물론 이번 일에 대한 공헌도야. 마지막에 가장 포인트를 많이 획득한 사람이 순서대로 클레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야.]

[... 처음 듣는 이야기다만.]

클레온 본인도 금시초문인 라일라의 발언에, 당황하여 대답하면 라일라는 깔깔 웃으면서 되돌려 주는 것이다.

[클레온에게 거부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 참고로 묻는 거지만, 지금 가장 포인트가 높은 건 누구야?]

[그야 물론, 하늘의 지휘관으로서 모든 것을 살피고 있는 나지. 적을 한 명 발견할 때마다 1포인트. 클레온에게 정보를 보낼 때마다 1포인트야.]

"...폭거다..."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어 라일라에 대한 감상을 내뱉었다.

섣불리 머리로 떠올리는 것 보다, 차라리 이렇게 입으로 말해버리는 편이 라일라에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클레온!]

[─ 설마 들린 건가 라일라?]

라일라의 귀가 생각보다도 고성능이었다는 사실에 클레온은 경악하면서 그녀의 부름에 대답하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배틀메이드들이 다른 곳에서 싸우는 동안 생긴 빈틈으로 다가오는 녀석이 있어.]

클레온은 그 말에 곧바로 얼굴을 굳히면서, 허리춤에 걸려있는 검에 손을 건다.

[암살자로 보여?]

[으­응. 어떠려나. 아멜리아를 향해서 직선으로 걸어오고 있으니까. 암살자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그녀에게 목적이 있는 것 같지만 말이야. 경계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레이.]

[이쪽에서도 확인 했슴다. 초로의 여성. 겉으로 보기에는 맨몸. 로브를 뒤집어쓰거나 하고 있지는 않았고, 무기로 보이는 들고 있지 않슴다. ─아, 아님다. 손에 조금 낡은 핸드백을 들고 있슴다. 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를 암기에 조심임다.]

클레온은 그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눈에도 행진을 구경하는 인파의 사이로 아멜리아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노인을 본다.

몸에 걸친 것은, 검은색의 조금 고급진 코트. 머리 위에는 근사한 중절모를 쓴 그녀의 얼굴은 세월의 풍파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주름이 지어져 있었지만.

젊은 시절에는 틀림없이 미인이었을 것이다.

물론, 행진 대열에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올 수 없도록 처져 있는 통행금지선의 앞에 멈춰선 그녀는, 중절모가 만든 그림자가 서린 얼굴을 들어 올린 채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멜리아."

"네?"

클레온이 아멜리아를 조용히 부르면, 아멜리아도 그 목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돌린다.

클레온이 슬쩍 고개를 돌려, 턱 끝으로 그 노인을 가리키면 아멜리아의 시선도 그녀로 향했다.

"너를 보러 온 것 같아. 이런 질문을 네게 하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지만, 아는 사이인가?"

클레온의 질문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처음 뵙는 분이에요. 밤의 순찰에서도 뵌 적은... 하지만 저 정도의 연세를 드신 분이시라면 어쩌면... 어머님과는 아는 사이이실지도 몰라요."

아멜리아의 모친 사리엘.

이 나라의 전 왕비였으며, 후에는 아멜리아처럼 남동생의 반역 죄에 책임을 지고 유폐 당한 채로 생을 마감했다.

반역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리엘 왕비는 지금의 루시우스와 비슷할 정도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오렐리아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왕국과 제국의 전쟁은 왕국민들의 마음속에 전쟁에 대한 강한 반발심, 그리고 공포심을 심었고.

반역이라는, 같은 편끼리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싸움을 일으키려 한 사리엘의 남동생과, 그 혈육인 사리엘은 순식간에 왕국의 백성들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는 그 누구도 사리엘의 이름을 입에 쉽게 담거나­ 담는다고 하더라도 좋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주변인물들에게서 좋지 않은 눈초리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연장선으로, 아멜리아 역시 그 이름을 환호성에 섞어 부르는 것이 불가능한 상대였다.

아멜리아를 보러 온다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겠지.

물론, 그 목적이 선한 이유라는 것에 한정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다음 순간, 클레온은 그녀가 자신의 핸드백에 손을 넣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재빠르게, 허리춤에 가져간 검 손잡이에 힘을 넣어서 그것을 뽑아들어, 그녀가 다음에 행할 행동­

암기를 투척하거나, 연막탄을 터뜨리거나, 혹은 마법을 사용하여 아멜리아를 노리거나.

어느 행동이든 놓치지 않고 대응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면­

그녀의 손과 함께 핸드백에서 꺼내져 나온 것은 녹색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꽃다발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내려 놓으며, 행진의 관객들이 넘어갈 수 없는 선 너머에 넘겨 두었다.

마치, 그 꽃은 누구에게도 밟히지 않고, 오직 아멜리아만을 위해서 바쳐지는 것 같았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조금 충격받은 듯, 손에 넣으려던 힘을 빼고 만다.

아멜리아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예상 밖의 행동에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앞을 지나쳐갈 때쯤이 돼서야, 다시 한 번 입을 열면서 아멜리아는 클레온에게 이야기했다.

"...그 꽃은,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꽃... 이라고 들었어요."

의자에 앉은 채, 손을 마주한 채.

조심스럽게, 그리고 옛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처럼.

"오렐리아 님께 들은, 이야기에요. ...원래 녹색 꽃이라는 것은 굉장히 드물지만... 어머니의 고향에서는, 녹수정의 마력 덕분에 녹색으로 빛나는 꽃이 적지 않았다고... 그래서, 오히려 바깥­ 왕도로 나왔을 때 본 다른 꽃들을 보면서 신기해 했다고요."

"...확실히, 녹색의 꽃잎을 가진 꽃은 드물기는 하지."

클레온이 아멜리아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보통은 그러면, 마음에 드는 다른 꽃을 알게 되거나 하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자신의 고향의 녹색 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요. ..희귀하니까,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 ..."

비록,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의 가치관이, 자신의 좁은 세계관에서 한정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느꼈던, 그리고 배웠던 것들에 거짓은 없으며, 그 마음에도 거짓이나 꾸밈 따위는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히 저건 너와 네 어머니를 위한 꽃이야."

"...그렇군요."

아멜리아는 무언가, 조금 기쁜듯하면서도 쓸쓸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는데. 무언가 말이라도 전해주고 올까? 네가 직접 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클레온의 그런 제안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저나 클레온이 말을 걸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가."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에는 다시 한 번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사이에, 클레온이 라일라와 그레이에게 보고를 마치고 나면­

[그나저나 굉장하네, 배틀 메이드들의 철통 방어. 일 잘하는데? 벌써 몇 명이나 때려잡고 있어. 용케 방금 할머니를 지나가게 해줬는걸.]

라일라의 그런 말에 클레온은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다 대답한다.

[어쩌면, 그녀들은 노인에 대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매년 아멜리아의 호위를 했었을 테니 말이야.]

과연. 이라는 대답이 라일라에게서 돌아온다.

꽃을 꺼내서 내려놓는 노인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신속했고, 그리고 또 정확했다.

주변의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한마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에 꽃을 내려놓고 조금 아멜리아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탑승한 마차가 자신의 앞을 지나가게 되면서, 인파 속으로 사라져 모습을 감추었다.

도저히 처음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리고, 노인의 움직임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젊음이 느껴질 정도인 그녀의 신속함.

행진 때 마다 아멜리아는 무념무상으로 있었다고 하니, 설령 우연하게 보았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뭐, 어찌 됐던 배틀메이드들의 일 처리가 정확하다는 것의 증명이기도 했다.

[덕분에 이쪽은 아직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건, 루베라와 유스테스에게 추가 포인트가 들어가겠는걸.]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흐응 하고,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이어서 이야기한다.

[방금 그 사람은 아멜리아­ 정확하게는 그녀의 어머니의 지인이었던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가까이 올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암살자 중 몇명이 반드시 네게 가까이 올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아멜리아에게도 확실히 지지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으니 그것만큼은 다행이군.]

어쩌면, 카시우스가 이야기 한 대로, 아담이 정해놓은 법칙에 저항할 수 있는 인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대체 어떤 기준인지­ 어쩌면 혈통, 어쩌면 마력에 대한 저항력­ 어쩌면... 그저 운.

그런 불확실한 기준을 정의할 수 있도록, 표본이 모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클레온은, 슬쩍.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돌아보았다.

바닥을 내려다 보면­ 그녀가 내려놓은 꽃다발은, 누군가가 발로 밟아 버린 것인지, 뭉개져 버려 있었다.

복잡한 심경을 가슴에 품은 채,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아멜리아가 의자에 앉은 상태여서 다행이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아도, 꽃다발이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그 때였다.

다시 한 번 클레온의 귀에 라일라의 목소리가 날아 들어온 것은.

[뭐야 이 녀석...? 암살자인가...? 언제 이렇게 가까이­ 조심해 클레온! 인파에서 튀어나온다!]

그녀의 경고가 끝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왕성의 경비들에 의해 처져 있던 진입 금지선을 뛰어넘어, 하늘을 날듯이 점프해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그것은, 얼굴에 가면을 쓰고 점잖은 정장을 입은 채로.

그대로, 클레온을 향해서 무기를 휘둘러왔다.

마치, 번개와도 같은 빠르기로, 흩날리는 꽃잎들을 휘감은 채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손목에서 튀어나와있는 기다란 칼을 뽑아 그대로 클레온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리스트 블레이드... 또 그 녀석들인가!'

클레온은 라일라의 말이 전부 끝나기 전에 자신을 향한 살기에,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갈라테아로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뭐, 뭐야!? 암살자인가!?"

"꺄아악!"

행진을 구경하던 이들이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도망친다.

순식간에 인파 사이로 퍼져 나간 충격과 공포가, 시민들을 통제 불능으로 만들었다.

"클레온!"

아멜리아의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클레온을 향해 내질러졌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철창 가까이 뛰어가려고 하는 그녀를, 클레온이 다른 한 손을 들어서 제지한다.

"아멜리아! 의자에 앉아 있어!"

카가가각! 하는 경쾌한 금속음이 들려오면서, 클레온의 검에, 암살자의 리스트 블레이드가 얽힌다.

[갸아악! 아파 아파!]

갈라테아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검을 붙잡은 것은, 그녀의 '소드 브레이커'처럼 생긴 칼날이었다.

"처음뵙겠습니다. 마검사 클레온. 저는 암살 집단 '네 손가락'의 집단의 수장입니다. 제 부하들이 당신 한테 많은 폐를 끼쳤더군요... 덕분에, 이렇게 보답하러 왔다는 것입니다."

도망치는 시민들을 뒤로하고, 가까이 달라붙어서 가면을 클레온에게 들이미는 암살자.

검은 머리의 안쪽이 핑크색으로 물든, 겉과 속이 다른 머리카락이 특징이었고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정장 복장에도 굴곡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오직 암살에 집중하기 위해 특화된 신체를 갈고 닦은 것이겠지.

클레온이 그녀의 약지를 바라보면, 분명히 다른 이들에게 없는 약지는 존재하고 있다.

다만, 그 외에 다른 모든 손가락이 절단되어, 그 단면을 불로 지진 듯 봉합되어있는 사실에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라이 따끔거리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검지가 리더인 줄 알았더니... 뭐가 네 손가락이냐. 평범하게 다섯 손가락이잖냐...!"

"저의 존재는 극비이니까 말이죠. 네 사람을 잡고 방심하고 있었군요. 하지만 제 공격을 막아낸 것은 칭찬해 드리겠습니다."

"암살자의 칭찬으로 기뻐할 정도로 떨어지지는 않아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여기서 베어 넘기겠다...!"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마력을 크게 방출하여 갈라테아의 힘을 개방하려 하면, 주변에 서 있던 무력한 사람 중 일부는 그 마력압에 겁을 먹고 땅바닥에 주저앉으려 한다.

"마, 마검... 마검 황제의 그것과 닮은...!"

"...큭...!"

클레온은 자신을 향한 다른 시민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마검의 출력을 약화해 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눈앞의 암살자­ '약지의 암살자'를 날려 버릴 만큼 모아두었던 마력이 채 발휘되지 못하고, 조금 거리를 벌리는 정도로밖에 방출되지 않은 것이다.

"...아하. 사람들의 눈이 신경 쓰이나요?"

"시끄러워. 너처럼 눈치 없는 것보단 낫지."

클레온의 말에 그녀는 웃음을 지은다.

"300만, 받아가겠습니다."

"──해볼 수 있다면 말이야."

001

"뒤쪽이 소란스럽군요... 무언가 사고라도 일어난 것일까요?"

오렐리아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퍼시스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루루."

"네. 제가­"

아루루가 그렇게 움직이려고 하면­ 그 때.

"괜찮습니다 아루루 양. 뒤쪽의 일은, 뒤쪽의 인원들이 적절하게 대처를 하고 있으니까."

"...리겐트 님."

트로메이아 가문의 마차 바로 뒤로 따라오던 리겐트 가문의 마차. 그 위에 올라타고 있던 리겐트가문의 당주가 아루루를 그렇게 불러 세운다.

"무엇보다도 카시우스 님께서 직접 지명하신 모험가가 호위로 붙어있지 않습니까. 그의 실력이라면 아멜리아 왕녀님도 무사하실 겁니다."

'이 능구렁이 너구리 노인이...!'

아루루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주변의 시민들의 웅성거림이나, 귀족들의 눈초리가 단번에 자신을 향하는 것을 확인한다.

큰일이야. 지금 섵불리 움직였다간, 오히려 클레온의 입지를 줄어들게 한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뒤는 그에게 맡기도록 하지요. 아카데미에서의 활약을 생각하면, 일개 암살자 따위가 어떻게 할 상대가 아니니까요."

"──바로 그렇습니다."

리겐트의 대답, 아루루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어떻게든 그들의 시선을 뿌리치고 합법적인 이유를 들어서 클레온의 곁으로 갈 방법을 생각하려 하는 것이었다.

만약 앞으로도 이런 암살자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동안, 자신이 그의 곁으로 가지 못한다면.

자신은, 바로 직전에 했던 약속을 깨버리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니까.

'클레온... 기다려 줘.'

마음 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아론다이트를 문지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또 하나 있었으니­

"... ..."

바로, 그녀의 앞에서 걸어가던 용의 기사­ 드레이크 경이었다.

그저, 조용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붉은 안광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곧 모두가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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