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1화 〉 승전 행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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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던 왕도의 겨울 축젯날.
그날의 유난히 기온이 낮아서, 왕도의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오지도 않고, 다들 집의 안에서 난로의 온기를 느끼며 지내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식탁을 감싸고, 새해의 포부를 이야기하거나, 앞으로의 건강을 바란다.
귀족들의 경우, 만찬회를 열어 귀족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다.
그리고 그런 만찬회가 끝나, 해가 지고 나서 어두컴컴해진 밤하늘의 밑
마력등의 길이 이어진 곳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머니! 저 쪽에 여자아이가..."
금발의 여자아이 입고 있는 복장을 보아하니, 귀족의 자재로 보이는 소녀가 어머니의 손을 이끌고 골목길로 들어선다.
나이는 10살 정도일까, 귀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푸른색의 수정 귀걸이를 하는 소녀가, 그녀를 잡아 이끌면
그곳에는, 잘 보지 않으면 모포에 둘러싸인 쓰레기로 보일 것 같은 소녀가, 땅바닥에 움츠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심한 상처... 어디서 이렇게..."
그녀를 발견한 소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조심스럽게 살피다가 몸에 나 있는 피멍들을 보고, 숨을 삼켰다.
"어, 어머니... 그 아이, 손가락이..."
소녀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머니는 여자아이의 손가락을 보고 참담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새파랗게 변해버려서, 혈관이 터져버린 그 아이의 손가락은 약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동상을 입어 괴사해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 당장 신전 아니, 저택으로 옮기는 게 좋겠네요. 오늘은 축제날이라, 신전의 사제들도 상주하고 있지 않을 테니. 주치의를 불러서 치료하게 하죠."
"네...!"
"윽... 으..."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면, 모포의 아래에서 죽어가고 있던 여자 아이가, 두 사람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신음 비슷한 것을 흘렸다.
그러자, 소녀는 무릎을 구부리고, 자신의 외투를 그녀에게 덮어주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괜찮아. 지금 구해줄게."
"... ..."
여자아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반짝이는 두 눈과, 머리카락을 가진, 새하얀 드레스의 소녀가.
마치, 하늘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신의 사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001
갑작스럽게 나타난 암살자와 클레온의 대결은, 양쪽의 존재에 공포심을 느끼고 도망치던 이들의 발을 멈추게 할 정도로 치열하고, 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양상을 보였다.
분명, 공격자일 터인 암살자는, 양팔에 달린 소드 브레이커 형태의 리스트 블레이드를 들고 수세로 일관하면서, 클레온의 시간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클레온 역시, 그런 그녀의 노림수가 시간을 끄는 동안 다른 암살자가 도착한다고 하면, 협공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깨닫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가신 것은, 분명 암살자일 터인데, 꽤나 정통적인 검술을 사용하는 그녀의 기술이다.
암살자 중에서도 보기 드문, 정면에서의 전투를 문제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루베라'와 비슷한 수준의 검사라고 할 수 있겠지.
"큭..."
[배틀 메이드의 경계를 비집고 들어온 만큼의 실력은 있는 것 같네... 미안, 클레온. 지금 그곳에 도와주러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머리속에서 라일라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격돌로 흐트러졌던 호흡을 되돌리며 클레온은 갈라테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녀의 검이 갈라테아에 부딪힐 때마다 들려오는 갈라테아의 비명과 금속음은 혹시라도 마검의 날이 나가지 않을까 걱정하게 한다.
그런 클레온을 보면서, 암살자는 재밌다는 듯이 낮고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가면을 쓴 그녀 클레온은 일단 그녀를 '약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녀는 암살자 특유의 민첩하고 기괴한 몸놀림에, 완벽하게 자신의 검술을 융화시켜, 상당히 성가신 궤도로 검을 휘둘러왔다.
검의 궤적에 남는 특유의 잔상이, 클레온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거리의 조절에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 종류의 마법이 부여된 장비일까, 아니면 일종의 기술일까.
어느쪽이라고 하더라도, 본래라면 잡기술 정도에 불과한 속임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 본인이 가진 기본이 탄탄하다 보니, 잡기술을 섞어서 사용하더라도 틈이 생기지 않는 데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다시 한 번 거리를 좁히게 되는 클레온과 그녀.
카각! 하고, 귀를 찢는 듯한 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면, 역시 상대의 무기를 파괴하는 데에 특화된, 검에 불규칙한 문양을 그리듯이 만들어진 홈에 갈라테아의 도신이 고통받고 있었다.
그녀의 아파하는 목소리가 클레온의 귀에도 들려오지만, 그것보다도 클레온은 눈앞의 적에 집중한다.
"너, 평범한 암살자가 아니군. 그 검술, 왕국군의 검술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자 암살자는 놀란 듯이 조금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하고 꺾으면서 물어오는 것이다.
"헤에... 잘 알고 있네요. 조금 노력해서 배웠죠. 그러는 당신은, 제국 검술이군요. 역시, 검성 탈체크의 수제자."
"─너야말로 잘 알고 있는 걸. 제국 검술을 쓰는 녀석 따위, 지금 이 세상에는 몇 남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런 클레온 본인도, 딱히 정통적인 제국 검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레시아도 탈체크도, 그 근본에 있는 것은 제국에서 사용되던 검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어레인지된 것이다.
탈체크의 경우에는, 검투 노예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극도로 야생적인 감을 바탕으로 하는 방향성이 되었다고 한다면
레시아의 검술은, 누군가를 지키고, 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예리하게 스스로의 몸을 예리하게 단련된 칼 처럼 만드는 검술.
레시아에게 검술을 가르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그런 검술을 사용하는 것에는, 그녀의 스승이 레시아를 지켜주고 싶어했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와 비슷하게 눈앞에 있는 암살자의 검술은 왕국 검술을 기반으로 한 검술.
왕국의 검술은, 트로메이아 가문에서 긴 역사에 걸쳐서 고안한 검술서를 바탕으로 왕국군과, 왕국 기사들에게 널리 보급되었다.
물론, 일반 서민들에게도 검술서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할 수단으로 검술을 체득할 것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왕국 검술이다.
모험가는 물론이고, 아까 자신과 대련했던 라비타의 검술도 왕국 검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클레온이 그녀를 떨쳐내기 위해, 갈라테아의 검신에 마력을 두껍게 감았다가, 그대로 해방하여 만들어낸 마력압이 암살자의 몸을 덮친다.
하지만, 그녀는 클레온의 마력의 약동을 바라본 순간, 자신의 무기를 회수하여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뒤로 점프하여 가볍게 착지한다.
고양이 같은 몸놀림의 그녀는, 툭툭, 자신의 바짓자락을 털더니. 가면을 쓰고 있어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미소를 띠고 있을 것 같은 태도로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질문은 끝인가요?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별로."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그녀는 움찔하고 몸을 떨더니 리스트 블레이드의 검 등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살짝 잘못하면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잘려나갈 수 있을 텐데, 약지밖에 없는 손가락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익숙한 일인 듯했다.
"아하♡ 차갑네요... 하지만 저는 당신과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당신에 대한 흥미가 끊이질 않거든요."
"─아까 처음 만난 거겠지?"
클레온의 질문에, 그녀는 쿡쿡하고, 일부로라는 듯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직접 이렇게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에요. 하지만... 저는 당신을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이 왕도에 온 순간부터 지켜보고 있었죠. 트로메이아 가문과 상당히 가까이 지내는 것 같던데... 아루루 아가씨의 연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 그 고릴라 같은 아가씨에게 연인? 하하하!!"
'아루루 아가씨...?'
그녀가 아루루를 부르는 호칭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클레온.
하지만 그런 그가 사고를 더욱 깊게 할 틈도 없이, 그녀는 떠벌떠벌 이야기한다.
"거기에 듣자하니 그 검성 탈체크의 제자라는 이야기도... 이것은 꼭 한 번... 검을 겨뤄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마음을 주체하지 않고 달려왔답니다. 아아, 물론. 그 과정에서 300만이라는 거금을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네 목적은 일단 아멜리아는 아니라는 거로군?"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면 그녀는 다시 한 번 움찔, 하더니 크게 한숨을 내쉰다.
"뒷 쪽의 유폐 왕녀입니까. 네. 물론 그녀의 현상금도 받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 결계를 어찌하지 않는 이상 제가 그녀의 목을 벨 방법이 없으니까요."
스스로 아멜리아 왕녀를 공격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 버리는 그녀의 행동에, 클레온은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가 아멜리아를 공격할 생각이 없다면, 우선은 그녀를 뒤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조금은 부담이 덜해진다.
"하지만 귀족 나으리들도 여전히 호들갑이지요. 저 여자 아이가 왕이 된다고 뭐가 바뀐다고 하는 것일까요. 어차피 이 나라는 위대한 의지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데."
"──너, 추방 교단인가?"
그녀의 말에, 클레온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 하면, 그녀는 쉿, 하고 리스트 블레이드를 손가락 대신으로 하여 입 앞에 가져왔다.
"너무 큰 소리로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 마요. 그들은 자신들을 감추는 것에 민감한 조직이니까. ...뭐, 정확히는 저는 그들의 일원은 아니지만 조금 신세를 진 적이 있었죠. 그거야말로, 당신처럼 트로메이아 가문을 위해서 일할 때 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속이 뒤집힐 것만 같은 과거이지만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클레온은 아까 들었던 위화감에서 시작된 의혹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배틀메이드였군."
"정답이에요. 아까의 발언으로 눈치챘을 거로 생각했는데, 방금 이야기로 확신했나요?"
그녀가 배틀 메이드들의 포위를 뚫고 이곳까지 도착할 수 있던 것도, 아루루를 '님'이 아닌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도.
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또 원래는 트로메이아 가문의 시종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루루 아가씨의 연인이라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리 없잖아요? 저, 오렐리아 님을 암살하려 한 적이 있어서 다른 메이드들에게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임당하지만... 그보다도 당신에 대한 흥미가 이겼다고나 할까."
"그건 별로 기쁘지 않은 영광이로군. 이야기는 끝이다. 네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겠으니."
"제 쪽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요!"
다음 순간, 지금까지 수세로 일관하던 그녀가 허리춤에 정장의 코트 아래 숨겨져 있던 무언가를 터뜨렸다.
새하얀 연기가 치솟아 오르면, 그녀의 모습이 안개에 감춰지는 것처럼 흐릿하게 사라지고.
클레온은 재빠르게 입가를 가리면서, 그녀를 눈으로 좇는 것이다.
'연막...? 어느 쪽이든 성가시군. 갑자기 암살자다워져서...!'
다음 순간, 보라색의 마력광이 클레온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그녀의 몸이 마치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듯이, 클레온의 바로 앞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가면의 밑에는, 반짝이는 보라색의 눈.
아까까지 보이지 않던 그 속도에, 클레온은 혀를 차면서 곧바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미안 갈라테아, 조금만 참아...!"
사정 없이 도신을 긁어대면서 갈라테아의 몸에 상처를 입히려는 듯이 움직이는 그녀의 칼들.
"자아! 소중한 마검이 부서져 버릴 거에요! 언제까지 전력을 내지 않을 건가요!?'
"나는 너와 다르게... 때와 장소를 가리는 법이라서 말이야...!"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는 장소에서, 섣불리 힘을 썼다가는 그들마저 위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책임은 지신 뿐만이 아닌, 그가 호위하던 아멜리아에게도 전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암살자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클레온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나 소심하게 대처하면, 결국 지키고 싶어하는 걸 다 잃고 말 거라고요?"
속삭이듯이 이야기한 그녀가 다음으로 보인 것은
리스트 블레이드의 칼날의 표면에서 청 푸른색의 마력 빛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쩌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갈라테아의 몸이 갈라진 것은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큰 소리였지만.
다행히도 갈라테아 자체가 부서진 것이 아닌
암살자의 리스트 블레이드가 발하는 냉기가, 마치 파도처럼 밀려들어 와 갈라테아의 칼날을 얼어 붙이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마법이 깃들어있는 검이었나...!"
"그야 물론!"
의기양양 하게 외치면서, 그녀는 마치 춤을 추듯이 양손의 검으로 클레온의 갈라테아를 밀어붙였다.
"당신이 궁금해하고 있을 제 목적을 이야기 해드리죠! 저의 목적은 첫 번째가 당신을 죽이는 것! 그리고 두 번째가 아루루 아가씨가 더는 검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엉망진창으로 부러져서... 더 이상 용사로서 싸울 수 없게 말이죠!"
"아루루가 너 같은 녀석의 원한을 살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클레온이 그녀의 춤에 어울리듯, 검을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들을 막아내면, 그녀는 스피드를 점점 올려가면서, 푸른 궤적을 남기는 검으로 클레온을 몰아붙인다.
"원한? 그렇게 보이나요? 하하! 그렇다면 당신도 상당히 멍청한 사람이네요!"
"암살자에게 만큼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클레온은 그녀의 일격들을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막아낸다.
왕국의 검술은, 힘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의 검술과는 다르게 흐름을 중요시한다.
자세와 자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동작의 틈을 없애는 것이다.
그녀의 검술은 그야말로 그 '연결'을 호흡이라도 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양손에 든 검이, 마치 그녀의 팔인 것 처럼 느껴졌다.
"아카데미에도 비슷한 녀석이 있었지. 네가 아루루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구해야 할 왕국의 사람들이 있는 한, 그녀는 절대 검을 아론다이트를 놓지 않아."
"... ... 크핫! 레일과 저를 비교하면 곤란해요!"
클레온의 말에 비웃는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검에서 얼음의 결정이 터져 나왔다.
[마력장벽!]
갈라테아가 그 모습을 보고, 아껴두었던 마력을 곧바로 펼치면서 클레온의 몸을 보호한다.
순간적이고, 한정적인 마력 장벽의 전개.
게다가, 몸에서 조금 떨어트려서 발현한 그것은 마치
"라비타의 마력 장벽...!? 하하... 정말 재밌네요...!"
결국, 자신의 마법이 막히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곧바로 몸을 떨어트린다.
한번 마력을 터뜨린 검은 마력을 잃어버린 듯 잠시 빛을 잃었다.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것 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우선은, 공세를 멈춘 것을 보니, 드디어 클레온에게도 다시 공세를 허락해줄 심산인 듯 했다.
그녀의 무기, 그리고 기술이 가까운 곳에 붙어서 상대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농락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면.
접근 자체를 막아버리면 된다고, 클레온은 생각하며 손에 들고 있던 갈라테아의 형태를 변형시킨다.
'마검이 활로...? 아아, 아까 '검지'를 쏜 것도 저건가.'
클레온의 무기가 바뀌는 것을 확인한 약지는 가면 밑의 표정을 조금 날카롭게 하면서 벨트에 끼워 넣어둔 도구 중 하나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실.
먼저 움직인 것은, 클레온의 쪽이었다.
눈에, 사샤의 것과 같은 사냥꾼의 각인이 빛났다.
[갈라테아, 화살에 마력을 평소의 절반만 넣어줘.]
[...그러면 위력도 속도도 떨어질 텐데?]
클레온의 말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원하는 대로 해주는 갈라테아.
그녀가 말한대로, 클레온의 활에 걸리는 마력의 화살은 평소의 것보다도 짧고, 제대로 날아갈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다음 순간, 클레온의 활에 걸려있던 화살이 놓이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치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화살이 날아간다.
"뭔가요 이 하품 나오는 화살은. 검지를 쏘았던 건 좀 더 굵고 단단한 것이었잖아요? 저도 그런 걸로 꿰뚫으려 해 주세요."
클레온의 공격을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녀는 그대로 리스트 블레이드를 휘둘러 클레온의 화살을 쳐낸다.
마력으로 된 화살이지만 물리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의 검은 문제 없이 빠르게 화살을 쳐내지만
다음 순간. 클레온의 화살이 하나 더 발사되면, 그것은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져 나간다.
마치, 허공에 과녁이 있는 듯한 그 궤적에는 마이페이스인 그녀조차도 당혹함을 감출 수 없었다.
"... ..."
[클레온?]
분명 검이 주 무기기는 했지만, 사샤만큼은 아니더라도 곧잘 활을 사용하던 클레온이 두번 연속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화살을 쏘자, 당황한 목소리를 내는 갈라테아.
"이제와서 전력을 숨기려 하더라도 소용없어요. 제가 방심할 것 같나요?"
"전력을 숨겨?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클레온의 화살을 다시 한 번 암살자에게, 클레온은 이야기한다.
"나는 적에게는 손대중하지 않아."
'무슨'
약지의 그녀는, 클레온이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잠깐 사고를 정지시켰다.
자신이 튕겨낸 화살에, 무언가 트릭이 있다는 것인가?
황급히 리스트 블레이드를 교차해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그녀.
하지만 다음 순간.
"단순하군. 너."
클레온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클레온은 바로 정면에서, 그녀를 향해 검을 내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화살은?'
갑작스러운 무기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검등으로 갈라테아를 받아내는 그녀.
본래라면 소드 브레이커는 검의 날로 무기를 묶어서 우위에 서야 하지만, 그런 메리트를 전혀 발휘하지 않는 리스트 블레이드는 클레온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설상 가상으로, 마력을 잔뜩 머금은 일격에 무기에 금이 가는 것을 본다.
"말을 계속 걸길래, 이쪽에서도 조금 정보를 줘봤지만... 정보를 받아들여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
"... ...! 페인트였나...!"
설마, 클레온이나 되는 자가, 정말로 아무런 의미 없이 화살을 두번, 분명히 무언가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의미 심장한 말까지 덧붙이고 나면, 그녀로서는 떡밥을 물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클레온이 원하는 바였고, 그녀의 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커다랗게 베어낸다.
촤악!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클레온의 정면을 향해 피가 치솟았다.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과 함께, 몸의 앞부분이 베여져 나가면.
정장안에 숨겨두고 있던 갑옷도, 갈라테아에 의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면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새하얀 속살 위에 세겨진, 흉흉한 상처의 붉은 선.
그녀는 피를 쏟아내면서, 비틀거리고 뒤로 물러선다.
"커흑..."
"치명상까지는 아니어도, 움직이는 데 문제가 있겠지. 부하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보내주마."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꺼낸 것은, 메르카에게서 어느샌가 건네받은 수갑이다.
"... ...'"
클레온이 그것을 든 것을 보고, 뒷걸음질치면서 물러서려 하지만.
몸에서 쏟아내는 피의 양을 생각하면, 도망치지 않는 편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리라.
"...하하... 져버렸네요. 당신... 아루루 아가씨보다 강할 지도요."
"─과찬이군."
철컥, 하고 그녀의 손목에 걸리는 수갑.
클레온은 얼굴에 묻은 그녀의 피를 닦아내며, 부숴진 가면 밑에 보이는 어디까지나 평범해 보이는 여성의 얼굴을 바라보다 옆을 돌아본다.
그 쪽에서, 왕국 경비병들이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싸움을 돕지는 않고, 그 뒤처리는 하는 건가.'
그들도 위쪽에서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는 것이겠지만, 피곤해지는 일임에는 틀림 없었다.
'이게 시작이라 생각하면... 조금 암울해지는군.'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은 암살자를 뒤로하고 아멜리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 때
"클레온!"
자신을 부르는 암살자의 목소리에 몸을 돌린다.
그녀는 어딘가 분한 얼굴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크리스입니다. 제 이름..."
"...그래. 크리스."
"...당신의 아가씨... 잘 지켜낼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앞으로 고꾸라져, 피 웅덩이 위로 쓰러지는 암살자를 클레온은 잠시 바라보다가
역시, 그 자리에 내버려두고 아멜리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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