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3화 〉 승전 행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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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성.
제국의 황제를 호위하며, 그의 명령을 받아 국가의 중역을 맡았던 인물들.
그들 한명 한명이 강력한 전사이며, 각자 맡은 바를 다 하며 제국과 왕국의 전쟁을 이끌었다.
전해지는 바로는, 제국의 황제가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던 사관학교에서, 황제가 이끌던 소대의 일원이었다던가.
정복의 베이를린.
전쟁의 오티스.
죽음의 휴티나.
기근의 폴투크.
그런 그들의 이름은, 제국뿐만이 아니라 왕국에도 널리 퍼져 있었으며.
왕국민들은, 그들을 악마의 신봉자, 혹은 악마 그 자체로 여기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이 가진, 제국 황제에 대한 이상할 정도로 깊은 충성심, 그리고 적인 왕국인에 대한 용서 없는 모습.
수많은 왕국인들을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같은 제국인들 사이에서도 존경과 공포를 동시에 받았던 인물들이다.
당연하게도, 왕국과 함께 제국에 맞서 싸우던 용사 일행들에게도 번거로운 상대였으며.
특히, 책략과 모략에 뛰어난 오티스에게는 여행의 초반부터 몇 번이고 방해를 당해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고, 레시아는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 살아남았다고 한다면, 그들 모두 전범 재판을 피할 수 없었겠지.
그 경우, 전쟁에서 죽는 편이 나았을 정도로 큰 벌을 받았겠지만.
제국의 황제의 편에 서서, 수많은 목숨을 모독한 그들에게는,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용사 레시아에 의해 쓰러졌다.
각자가 황제에게 명령받은 바를 다하며, 사람들을 슬픔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려오던 악인이었던 그들은.
그들에게 걸맞은 최후를 맞았다.
흑거성과의 싸움에서, 레시아는 용사로서 완성되어 갔다.
하지만 그들과 인연이 있는 것은 비단 레시아 뿐만이 아니다.
지금의 왕국의 국왕, 루시우스 칼데아리스가 왕으로 등극하기 전.
아직 세자이던 시절.
루시우스가 공적인 업무도 아닌, 사적인 목적으로 왕도인 엘케르도를 벗어나 있던 틈을 타 제국이 세자였던 루시우스를 납치한 것이다.
계획을 주도한 것은, 오티스.
당연하게도, 왕국에서는 세자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제국에서는 루시우스가 먼저 제국의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해왔다.
확실히, 그가 납치된 곳은 제국과 왕국의 국경이 애매한 곳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왕족을.
그것도, 다음 국왕이 될 왕세자를 납치하는 것은, 경우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제국은, 루시우스를 인질 삼아 왕국에 여러 가지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왕세자를 돌려받고 싶다면'이라는 것으로 시작하는 무리한 요구를, 왕국은 들어줘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귀족들은, 왕세자를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제국에 무력을 동원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과격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의 제국은, 새로운 황제가 옥좌에 앉아, 내부가 불안정한 국가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황제의 정책에도, 잃어버린 황금기로 돌아갈 수 없던 제국은, 더는 왕국에서 가상의 적국으로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겠지.
기사단을 보내, 왕세자가 붙잡혀 있을 곳으로 가서, 경비들을 제압하고 루시우스를 되찾아온다.
몰락해가는 제국의 군사력으로는 이런 일에 대해 어떤 대처도 하지 못할 것이다.
대륙의 패권은 왕국에 넘어간 지 오래라고, 제국의 젊은 황제에게 알려줘야만 했다.
그렇게 되어, 조직된 왕세자 구출대.
정예 왕국 기사 20명, 일반병 300명.
정보기사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그들이 향한 곳은 제국의 포로수용소.
왕국의 세자인 루시우스가 갇혀있다고 전해지던 장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참극이었다.
제국의 병사들은 왕국이 상정하던 것보다도 훨씬 강력한 병사들이었고, 최신예의 마도구로 무장한 채로 왕국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국 기사 20명 중 17명이 전사, 일반병 300명은 전멸.
그리고, 그들의 잘려나간 목은 상자에 담겨 포장된 후에 왕도로 보내져 왔다.
물론, 루시우스 왕자의 탈환도 실패.
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깔끔한 패배에, 수많은 귀족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하루아침에 정예 기사 17명을 잃은 왕국으로서는 잃어버린 전력을 복구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살아남은 세 기사의 말에 따르면, 그 자리에는 제국의 흑거성이 모두 있었으며, 그들 한명 한명이 용의 기사 드레이크나, 용사 퍼시스와 맞먹는 강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제국에게 왕국을 공격할 명분을 주는 행위였으며, 제국과 왕국의 싸움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행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때, 루시우스는 제국의 수용소에서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용소에서 루시우스를 관리하는 일을 직접 담당하고 있던 오티스는, 참수된 왕국 병사들의 목을 직접 상자에 담는 일을 시키거나.
실수로라도 잠들지 못하도록, 침대에 묶어 놓은 채 이마에 일정 간격으로 물방울을 떨어트리는 고문을 가하거나.
때로는, 제국이 행하는 끔찍한 인체실험을 구경하도록 강제로 끌고 와, 눈꺼풀을 고정해서 그 참담한 모습을 바라보도록 했다.
루시우스에게, 제국의 두려움을 철저하게 각인시킨 존재가 바로, 오티스였다.
그런 루시우스가, 언제 정신이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가 망가지지 않았던 이유가.
수용소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아름다운 소녀 사리엘의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루시우스는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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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 그 흑거성의 오티스를 말하는 건가!?"
"바, 바보 같은 소리야! 그는, 분명히 용사 레시아님이 쓰러트리셨다고 들었는데...!"
시민들은 물론이고, 귀족들.
그리고 특히, 30년 전의 전쟁에서도 현역이었던 두 전설적인 귀족, 리겐트 공작과 퍼시스 경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풀지 못한 채, 망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기 넘치는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티스는 문득,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났다는 듯이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그들에게 인사한다.
"여어! 두 사람 다 늙었군! 하긴, 30년이나 지났으면, 젊었던 청년들도 아저씨들이 될 시간이지... 하하!"
퍼시스는 그런 그의 말에 주먹을 꽉 쥐면서 앞에 있던 리겐트에게 외친다.
"리겐트! 병사를 물려라! 기사들로 대처해! 이 남자는... 너무나도 위험하다!"
그런 퍼시스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리겐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사들을 지휘한다.
"아, 아아...! 드레이크 경! 폐하를 지키시게!"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말의 위에 있던 용의 기사는 루시우스의 바로 곁으로 이동한다.
이미, 그에게는 귀족 의회를 이끌어 트로메이야 가문을 실각시킨다는 목적은 아무래도 좋았다.
"너무한걸... 내가 젊다고 너희의 대화에는 끼워주지 않는 것인가."
오티스가 너무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은 다음 순간.
"하아앗!"
푸른 섬광이, 행진의 행렬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신성마력을 머금은 채로 휘둘러지는 강렬한 일격이었다.
쾅! 하고 거대한 충격이 터져 나오면, 오티스는 단검을 들어서 자신을 향한 그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다.
"...읏...!"
"아루루!?"
퍼시스 경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동시에 시민들 속에서도 환성이 터져 나왔다.
"아루루님!"
"분명 아루루님이시라면, 흑거성이라도!"
자신에게 들려오는, 시민들의 기대의 목소리.
하지만, 정작 아루루 본인의 마음은 그렇게까지 편하지 않았다.
명백한 왕국의 적인 눈앞의 남자를 쓰러트리기 위해 튀어나온 것은 좋았지만
자신의 기습적인 일격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한쪽 팔로, 단검 한 자루로 막아내는 오티스의 모습을 보면서 아루루는 식은땀을 흘린다.
손에 쥔 아론다이트가 금이 가면서 깨지려고 하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양손을 모두 쓰고 있는 자신과 다르게, 그에게는 아직 한 손이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론다이트... 트로메이야의 성검을 휘두르고 있다는 건, 네가 퍼시스 경의 자식이로군. 흠, 여자인가. 나쁘지 않아. 실력도, 미모도... 황제 폐하께서 마음에 들어 할 존재이다. '용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야."
"큭, 네 녀석!!"
남아있는 한 손으로 자신을 공격할 것으로 생각한 그녀였지만, 돌아온 것은 모욕적인 문장뿐.
마치, 자신을 품평하는 듯한 그의 말에 분노한 아루루는, 곧바로 마력을 더욱 집어넣어 스스로 아론다이트를 과부하 시킨다.
그러자, 아론다이트는 쩌적, 쩌적하고 몸에 나 있던 금이 벌어지면서도, 가지고 있던 성검으로서의 절삭력을 증가시켜서
오티스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단검과, 아론다이트가 동시에 깨져 나가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퍼뜨리는 것이었다.
"아론다이트! 놓치지 마!"
다음 순간, 아루루가 그렇게 성검에게 명령하면, 사방으로 퍼져 나갔던 파편들이 허공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내면서.
그 하나하나가 또 다른 아론다이트가 되어, 오티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이런 능력이었지. 귀찮군그래."
오티스는 몸을 곡예사와 같이 움직이며, 종이 한장 차이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아론다이트들을 피한다.
그 중 일부는, 한 손에 들고있던, 남은 단검 한 자루를 이용해서 마치 날파리를 쳐내는 듯이 쳐서 깨트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파편이라 하지만... 아론다이트를 저렇게 쉽게...!'
아루루는, 그런 그의 실력을 바라보면서, 허공에 떠오른 채 사출을 기다리던 아론다이트 중 한자루를 붙잡았다.
'하지만, 과부하시킨 아론다이트라면, 저 단검도 깨트릴 수 있어!'
전광석화와 같은 연격을 펼치면서, 푸른 섬광의 궤적을 몇 개나 그어내는 아루루.
지금까지 갈고 닦은 검술의 모든 것을 발휘하면서, 눈 앞의 대죄인을 베어내기 위해서만, 온 신경을 쏟는다.
주변에 퍼져있는 파편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 일대는 아루루 트로메이야의 영역이 된다.
연격, 연격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연격.
공격의 횟수만이라고 한다면 벌써 수십이 넘어갈 터인데, 오티스는 그것을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은 채로 모두 받아내고 있었다.
"확실히, 퍼시스 녀석보다는 재능이 있는 것 같군..."
"아버지를... 모욕하지 마!"
그렇게 외치면, 아루루의 등 뒤로 6개의 거대한 아론다이트 파편이 생성된다.
주변에 퍼져있던 파편 그리고 그 이하의 수정 가루들까지 하나로 뭉쳐서 마치, 푸른 얼음의 날개 같은 형태가 된 그것은.
그대로, 회전하더니 거대한 랜스와도 같이 오티스를 향해 돌진한다.
오티스는 그 창들을 하나 하나 회피해가며, 각도상 피할 수 없는 것들만을 단검으로 쳐내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티스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론다이트를 손에 쥔 아루루가 뛰어오르면, 크게 하늘을 날아 창들의 궤도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녀가 이동한 곳은 바로 오티스의 뒤.
앞과 뒤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격, 누가 보더라도 피할 수 없는 공격에, 아루루의 눈이 반짝인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사자인 아루루도, 공격을 받는 오티스도 아닌.
몇번이고 오티스와 검을 겨룬 적이 있으며, 그의 위험함을 알고 있는 왕국의 영웅.
퍼시스 트로메이야였다.
"안된다! 아루루! 떨어지거라!"
그렇게 외치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어쩌면 조금 늦었을지도 모른다.
콰드득...!
인간의 살을 찢고, 근육을 꿰뚫으며, 뼈를 깨부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티스는 방어를 포기한 채로 아루루의 검을 등으로 받아냄과 동시에, 그의 양쪽 팔, 양쪽 다리, 그리고 심장 부분에, 아론다이트의 파편이 만들어낸 창이 꽂힌다.
"... ..."
정적.
아루루는 물론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 귀족들. 그리고 왕인 루시우스 마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 공격을 받은 오티스 본인, 피할 수 없는 것을 직감하고 방어를 포기한 것이겠지만.
그 표정은, 경악도, 분노도, 고통에 일그러진 것도 아닌.
인간의 악의를 농축시킨듯한, 그런 사악한 미소였기 때문이다.
"아루루!"
그 때이다, 퍼시스 경이 뛰어와 아루루의 몸을 밀친 것은.
아루루는, 굳은 채로 자신의 검에서 떨어지지 못한 채 있었지만.
아버지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채 얼른 일어나 아버지를 올려다보려 했다.
"아버"
"아─ 뭐냐. 역시 감이 좋구만. 퍼시스."
다음 순간.
콰득.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퍼시스 경의 왼쪽 가슴에서, 검은색의 촉수 같은 것이 튀어나온다.
"─어?"
아루루의 입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면, 퍼시스 경은,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자신의 딸의 얼굴에, 자신의 피가 튀는 것을 바라보다가.
쿵...하는 소리를 내면서 마치 거목이 쓰러지는 듯, 땅바닥에 무너져 버리고 만다.
"아버, 지...?"
"퍼시스!!"
아루루의 망연자실한 표정, 그리고 동시에 리겐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쓰러진 퍼시스의 가슴을 꿰뚫은 것은, 오티스의 벌어진 상처에서 튀어나온, 무수하게 꾸물거리는 검은 촉수들이었다.
그것은, 마치 오티스의 몸을 채운 솜과 같이, 그의 상처 그의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드레이크 경!"
다시 한 번 리겐트 공작의 목소리가 울리면, 다음 순간, 거대한 화염이 오티스의 몸을 덮쳤다.
그것은, 왕의 마차에서 내려온 용의 기사가, 한 손을 뻗은 채 그 손끝에서 발하는 화염의 마법이었다.
"꽤나 훌륭한 마법이로군. 그것도 무영창으로. 허나"
오티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화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용의 기사에게도 촉수를 뻗으려 했지만.
이미, 그 자리에 드레이크의 모습은 없었다.
그는,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 속도로 이동하여, 어느샌가 오티스의 뒤로 이동해 있었고.
자신이 들고있던 물약을, 퍼시스 경의 상처에 부었다.
"드, 드레이크... 경..."
아루루는, 그런 용의 기사를 바라보다가, 서서히 퍼시스의 상처가 치료되는 것을 보고, 흐트러져 가던 정신줄을 되찾는 데에 성공한다.
"이봐, 무시인가?"
하지만, 무시당한 것에 섭섭함을 느낀 것인지. 오티스가 드레이크를 돌아보려 한 다음 순간.
자신의 몸이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붉은 직선을 그린 것은, 드레이크가 들고있던 붉은 창이었다.
자신의 하반신에서 꾸물거리면서 솟아오르는 촉수가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는 것을 보고, 오티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굉장하군! 이게 현대의 용의 기사인가...! 30년전보다 더한 괴물을 만들어냈잖아!"
하지만, 다음 순간.
오티스의 하반신이 재가 되어 사라짐과 동시에, 상반신에서 튀어나온 촉수들이 얽혀가면서 임시의 다리를 만들어낸다.
그 모습을 본 시민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지만, 오티스는 마치 먼지라도 털어내는 듯이 다리를 툭툭 치면서 이야기한다.
"나쁘지 않아. 전쟁하기에 좋은 상대로서 남아준 것 같아 다행이다. 이거라면, 레시아가 없는 지금의 왕국이라도 가치가 있겠군. 동포들에게도, 좋은 소식을 전달할 수 있겠어."
"... ...오티스... 네 녀석...!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아루루가 다시 한 번 아론다이트를 들고 일어나지만, 오티스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우리들은 어떤 용서도 바라지 않는단다. 아가씨.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발밑에서부터 재가 되어 흩어져간다.
"바로, 우리들의 주인 되시는 황제 폐하의 명령뿐이지."
"...마검 황제는 죽었어!"
"아니,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지금도 느낄 수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나타난 것이지. 이 거짓된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에 말이야."
그의 말에, 아루루는 들고있던 성검을 꽉 쥔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혹시 클레온이라고 한다면
아루루는, 그들에게 이야기해야만 했다.
"클레온은 마검 황제가 아니야."
"아하하하!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
오티스는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루시우스를 가리켰다.
"하지만 말이다... 그가 이 나라에 실망할수록. 이 나라가 그를 박대할수록... 그는 우리들의 황제에 가까워질 것이다."
"──"
아루루는 그의 말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다음에는 다른 동포들과 함께... 이번에는 인사가 아닌, 진짜 '전쟁'을 하러 오도록 하마."
"기다려! 다른 동포라는 건, 설마 다른 흑거성도...!"
아루루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사라지는 오티스.
루시우스는 여전히 겁에 질린 채였고.
땅바닥에 쓰러진 퍼시스를 바라보는 드레이크와, 리겐트.
리겐트는 명령한다.
"...승전 행진은, 중지다. 폐하를 모시고 왕궁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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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소란이 먼 앞쪽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라일라로부터 전해 들은 클레온.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라일라가, 어떻게든 정리되었다는 사실과
행진이 중지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퍼시스가 쓰러졌다는 말에, 아루루가 걱정되는 클레온이었지만, 우선은 이 이상 행진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멜리아를 무사히 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요? 앞쪽은. ...모두, 무사할까요?"
"...라일라가 말하길. 이상한 남자가 나타나서 전투가 있었다는 것 같아. ...그 과정에서, 퍼시스 경이 상처를 입었지만 바로 조치해서 목숨에 지장은 없는 것 같고."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가 한숨을 내쉬면,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쓴 얼굴로 바라본다.
"목숨을 노려지고 있는 건 우리 둘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행진은 중지라는 것 같으니, 왕성으로 돌아갈 것 같아."
"...그렇군요. ...그러면, 클레온에게 걸려있는 암살 의뢰도 중지되나요?"
"──글쎄. 그건 좀 더 지켜봐야겠는걸."
클레온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거리를 돌아보았다.
아마, 역사상 오늘은 최악의 행진으로 기록되겠지.
땅 바닥에 흩어진 꽃가루에 섞인 핏물.
그리고, 겁에 질린 시민들의 표정과 자신, 그리고 아멜리아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
하나같이, 불쾌해서 어쩔 수가 없었지만, 클레온은 조용히 인내한다.
[...─뭐야? 이거...]
다음 순간, 클레온의 귓속에 들려 오는 것은.
조금 당황한 듯한 라일라의 목소리였다.
[...왜 그래 라일라?]
[아니... 뭔가. 이상한 녀석이 있어서. ...마법인가? 아니면, 추방 교단...?]
[추방교단이라고...!?]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말에 긴장하면서 다시 한 번 갈라테아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조심해 클레온, 무언가 빠르게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어. ...하지만 이동 경로가 무언가 이상해, 마치,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는 듯한]
클레온이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듯한 마력의 이동을 느꼈다.
시선이 향한 곳은 자신의 뒷 쪽, 철창 안에 앉아있던 아멜리아.
그곳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채, 한 손에 검을 들고 있는 누군가가.
아멜리아를 향해, 그 단검을 찔러 넣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파직, 하는 스파크가 튀었다고 생각하면.
아멜리아는 땅바닥을 구르듯이, 마차에서 굴러서 떨어져 내렸다.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없었던 탓이었겠지만. 자신의 몸이 철창의 바깥으로 이동되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어떻게든 시선을 돌려,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는
"... ...!"
검에 꿰뚫린 채 피를 토하는, 클레온의 모습이 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