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4화 〉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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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그리고 조용히 일어난 일이었다.
마치 그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서 있는 그 인물의 검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 …!?”
하지만, 그 자리에서 가장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검을 찔러 넣은 장본인인 듯했다.
분명, 자신은 아멜리아 왕녀를 노리고, 행동에 옮겼을 터인데.
어느샌가, 아멜리아는 철창의 바깥에 나와 있었고, 그 대신 그녀의 자리에는 그녀의 호위인 흑마의 일족이 있었으니까.
[클레온…!? 클레온!]
갈라테아의 목소리가 클레온의 이름을 부른다.
그의 생명력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큭…”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공격을 받은 클레온이었다.
왜곡이다.
방금 것은, 루베라와 그 파트너인 마검 바리사다가 사용하는 ‘사상의 왜곡’ 능력이다.
본래라면, 루베라의 그 능력은 자기 자신의 몸, 혹은 바리사다를 대상으로만 발동이 가능한 것이었지만.
각성 뒤 훈련을 반복한 결과,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 타인의 몸을 대상으로도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였다.
클레온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아침에 그녀들의 훈련장을 찾아갔을 때 혹시라도, 만약의 사태가 있다면 아멜리아를 지키기 위해.
자신과 아멜리아의 위치를 뒤바꾸는 왜곡을 사용해달라고 루베라에게 부탁해 두었던 것이다.
클레온이 신호를 보낸 순간, 루베라는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능력을 발동시켰고.
그 결과, 클레온과 아멜리아의 위치가 뒤바뀌면서, 클레온이 아멜리아 대신에 검에 꿰뚫린 것이다.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클레온! 지금 갈 테니까, 조금만 버 큭…!?]
클레온의 귀에, 루베라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그것은 곧 무언가의 충격으로 막혀버리고 만다.
“... …”
습격자는 서서히 힘이 빠져서 무너져 내리는 클레온의 몸을 바라보다가, 이내 침착하게 그에게서 검을 뽑아낸다.
촤악! 하는 소리가 들리며, 그의 피가 땅바닥에 흩뿌려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급소가 아닌 곳이었기에 즉사는 하지 않았지만.
털썩! 하고 무겁게 주저 앉는 클레온을, 아멜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째서, 자신이 바깥에 나올 수 있었는가.
마치, 클레온과 자신의 위치가 뒤바뀌듯이.
[크, 클레온… 거짓말이지…? 무슨, 짓을 한 거야…!]
다시 한 번 귀에 들려오는 라일라의 목소리, 하늘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던 그녀는, 클레온의 몸이 쓰러진 것을 보고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클레온은 제대로 열리지 않는 입 대신, 머리속으로 어떻게든 정신을 짜내며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라일라… 아멜리아를 데리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너를 버리고 갈 리 없잖아! 기다려, 지금]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며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뭐야 너는!? 방해하지… 클레온! 클레온!!]
다음 순간, 라일라 마저도 무언가에 방해를 받은 듯 그의 이름을 외치다가
서서히, 목소리가 사라져 간다.
[라일라? 라일…]
그녀의 이름을 불러도, 각인의 힘으로도 닿지 않는 그녀를 향한 마력의 통로.
클레온의 얼굴은 더욱 심각해져 가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그의 몸 상태였다.
심지어, 그 짧은 순간 상황을 재판단한 습격자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멜리아가 앉아있는 철창의 바깥으로 이동했다.
아무런 전조 없이, 그저 마력이 조금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반응마저 없었으면 클레온이 그 순간, 그것을 눈치채고 아멜리아와 자신의 위치를 뒤바꾸는 것은 불가능했겠지.
“아멜리아…! 도망, 쳐…!”
클레온이 쥐어짜 낸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면, 아멜리아는 주춤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습격자를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타아앗!”
하지만, 그 직후, 아멜리아의 뒤에서 누군가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와, 그대로 습격자에게 충돌했다.
커다란 충격이 울리면서, 아멜리아가 연기 너머로 본 것은
“그레이!”
“뭐하는 검까! 이 나쁜 녀석!”
그레이는 블랙 아웃 슈트를 몸에 걸친 채, 가속한 발차기로 습격자를 가격했다.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을 갖춘 습격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반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는지 그대로 팔을 교차하여 발차기를 막는 것으로 대응한다.
덕분에, 습격자가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가 바람에 불듯이 벗겨지면
그 아래에서,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 당신, 교황님의”
그 얼굴을 알고 있던 것은, 그레이와 클레온.
클레온 역시, 그레이가 그녀의 후드를 벗긴 것을 보고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뒤
‘역시’라는 얼굴로 쿨럭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베라스톨…!”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다리에 힘을 주어보지만, 털썩! 하고 몸에 힘이 빠져 버리면서 다시 쓰러지고 마는 클레온.
다음 순간 클레온의 허리춤에 있던 갈라테아가 검에서 인간의 형태로 바뀌어 클레온의 상처를 살핀다.
앞에서부터 뒤쪽까지, 날카로운 검에 꿰뚫린 그의 상처는 끊임없이 피를 쏟아내고 있었고, 쇼크에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게다가, 무언가가 일행 사이의 마력 통로에 간섭하여 그들의 통신을 방해하고 있는 것마저 느껴졌다.
“마력의 흐름이 엉망진창… 이래선 마법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불가능해…! 너! 클레온에게 대체 뭘 한거야! 그 칼”
[독이다. 마검.]
그레이의 목에 걸려있던 헤르메스가 이야기한다.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몸에서 그의 혈액 외의 다른 액체성분이 검출되었다. 아마, 검에 독이 발라져 있던 것 같군.]
“독…!”
[지금 당장 그를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생명 신호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헤르메스의 말에 갈라테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스스로의 손을 구성하는 마력을 풀어헤친다.
그리고, 재구성된 그녀의 손은 마치 갈라테아의 본모습 아름다운 마검의 칼날과도 같았으며.
그 마검으로 철창의 주변에 펼쳐진 장벽을 깨부수기 위해 휘두르는 것이었다.
“큭…!”
몸을 깎아내는 듯한 고통.
아까 전, 크리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암살자가 사용하던 소드 브레이커에 당하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몸의 뼈 부분을 노출 시켜서, 그대로 무언가를 향해 강하게 내려치는 것과 같은 고통이 갈라테아를 덮쳤다.
그 사이, 그레이는 베라스톨로부터 아멜리아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전이 능력은 껄끄럽지만… 속도 승부라면 지지 않는 겁니다!”
그녀가 이야기하듯, 그레이의 반응속도는 베라스톨의 전이마법에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레이의 공격을 막기만 하며, 오직 아멜리아만을 노리는 듯한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은, 그레이가 그녀의 이동하는 장소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아멜리아는 자신이 이동하면 오히려 그레이의 예측에 방해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 자리에 멈추어 클레온과,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는 갈라테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에게 펜던트가 있더라면…
적어도 지금 클레온을 가두고 있는 결계 마법을 부술 수 있을탠데…!
하지만, 성령의 힘은 마력의 매개체가 없는 지금의 아멜리아에게는 내려와 주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그저 한 사람의 무력한 소녀일 뿐이라고.
아멜리아는 사무칠 정도로 깨닫는다.
‘이 성기사… 이상한 검다… 자기 의지가 없는 것 같슴다…’
그 사이에, 그레이는 베라스톨의 이상함을 깨달았지만, 그렇기에 아무런 감정 없이 아멜리아를 죽일 수 있는 것이라 판단한다.
적어도, 클레온을 철창에서 나올 수 있게 해서, 그를 대피시킬 수만 있다면
[그레이. 본 개체의 임시 육체였던 황동 쥐의 마력핵을 폭주시켜서, 철창을 향해 투척할 것을 추천.]
“뭐, 뭠까!? 기념으로 챙겨둔 그걸 버리란 검까!?”
[그것으로 철창의 결계를 파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레이는 그런 헤르메스의 말을 듣고 끄응 하고 목소리를 내었다가 주저 없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헤르메스의 원래 몸을 꺼내 들었다.
블랙 아웃 슈트에 흐르는 마력을 그 황동 쥐의 몸에 불어넣은 그레이.
하지만, 그 사이에도 아멜리아를 노리는 베라스톨의 공격을 방어하다, 그 충격으로 황동 쥐를 땅에 떨어트리고 만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떨어진 헤르메스가 아멜리아의 옆으로 굴러가면.
그레이는 식겁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아멜리아!”
“네, 네!”
헤르메스의 목소리를 함께 들은 아멜리아도, 받은 황동 쥐의 마력핵이 폭주 직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철창을 향해 있는 힘껏 그 쥐를 던졌다.
그러자
쾅!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일어난 거대한 마력 폭발.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철창에 펼쳐진 결계에 금이 가는 것을 본 갈라테아가 남아있는 마력을 거의 전부 쏟아부어 자기 자신을 철창을 향해 내려치면
콰직! 하고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결계가 깨지면서 철창의 안과 밖의 공간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갈라테아는 다시 검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클레온의 몸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서, 그녀에게 흘러들어 가야 할 마력도 적어진 탓에, 조금 전의 결계 파괴로 그녀 자신의 마력을 모두 소모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다만, 폭발의 여파로 철창도 터져나가,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생긴 것을 확인한 아멜리아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클레온이 있는 마차의 위로 뛰어갔다.
있는 힘껏 그의 몸을 끌어당겨 철창에서 꺼낸 뒤, 마차의 밑으로 내려 그의 이름을 불렀다.
“클레온! 괜찮나요!?”
“아멜… 리아…”
그의 몸을 부축하며 어떻게든 클레온을 꺼내려고 하는 아멜리아.
하지만, 그런 아멜리아를 베라스톨이 다시 한 번 노리려고 하면
“그렇게 두지 않는검다…!”
이번에도 그레이가, 그녀를 막아내는 데에 성공한다.
“아멜리아만 노리고..! 비겁한 녀석인검다! 그리고 그 말도 안 되는 전이 능력이 짜증 나는 검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검다! 헤르메스!”
[전이 능력의 패턴을 파악하여 마력 간섭을 하면 된다. …계산까지 3분 필요하다.]
“너무 김다! 1분 안에 하는검다!”
무리한 부탁을 하는 그레이의 말을 들으며, 헤르메스는 묵묵히 계산을 시작한다.
하지만, 1분은 클레온에게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클레온이 더는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감이 계속해서 아멜리아에게 몰려들면.
아멜리아의 눈에 문득 들어오는 것은, 앞쪽에서 일어난 오티스의 만행으로 도망쳐 온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뒤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상한 이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고, 아멜리아 왕녀가 철창의 바깥에 나와 있으며, 그녀의 호위였던 흑마의 일족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겁을 먹고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자신 혼자서는 클레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에 외친다.
“부탁이에요! 누군가…! 클레온을 도와주세요!”
하지만, 아멜리아의 외침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이미 행진의 ‘진입 금지선’ 같은 것은 의미가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가까운 곳을 뛰어가는 시민을 향해 손을 뻗어본다.
그 손이 시민의 손목을 붙잡으면 아멜리아는 이야기하는 것이다.
“제발… 부탁이에요…! 이 사람을… 구해주세요…!”
하지만, 아멜리아가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것에 소스라치게 놀란 시민은, 그런 아멜리아의 팔을 강하게 뿌리치며 외친다.
“마, 만지지 마! 더러운 반역자! 흑마의 일족이나 감싸고…!”
“... …!”
아멜리아는 충격을 받은 듯이 자신의 팔을 뿌리친 시민을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큰 절망에 물들어 있었다.
“애, 애초에 오늘 행진이 이상해진 것도 전부 너와 그 흑마의 일족 때문인 거 아니야!?”
“그래! 암살자들이 나타나질 않나… 죽었다는 제국 녀석이 부활하지 않나…! 젠장! 너희는 악마다! 이 왕국을 멸망시키려고, 악마가 보낸 첨병이 틀림없어!”
그런 말을 뱉으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시민을, 아멜리아는 붙잡을 수 없었다.
툭, 하고 땅바닥을 향해 떨어진 아멜리아의 손.
머리가 멍해지면서, 자신을 감싸는 소음들이 전부 멀게만 느껴졌다.
“...내가, 클레온이… 악마…?”
그리고. 그들이 말한 것만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맴돌면서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모두가 자신들을 경멸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멜리아와 클레온, 그리고 루베라는 이 왕도를 지켜왔다.
아멜리아 자신은 유폐된 몸이더라도,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으며.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사랑했던 이 나라를, 그리고 백성들을 어머니와 똑같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몇 안되는 이해자들, 그 외는 모두 적과 같은 세계.
그런 세계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사명에 긍지를 가지고 싸워온 그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몽매함을 이유로 하더라도 용납받을 수 없는 증오였다.
아멜리아의 심장이 빠르게 뛴다, 자신을 향한 폭언, 평소라면 쉽게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해졌다고 하면 이상한 이야기였지만, 시민들의 자신을 향한 시선이 어떤지는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겪었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지키려고 했던 왕국은… 왕도는… 백성들은…’
그녀의 심장이 강하게 뛸 때마다, 그녀의 드레스의 밑 그곳에 감추어진 검은 수정 꽃에서 마력이 흘러넘친다.
“──아멜리아!”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그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레이가 아멜리아를 돌아보면
아멜리아의 가슴심장 부근에서 검은 마력이 꿀럭꿀럭, 검은 진흙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지키려던 것에 배신 당하고, 정의라 믿었던 것에 버림받았다.
소중한 이를 잃었으며, 자신의 무력함을 알았다.
이 세계는 상냥한 아멜리아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멜리아는 클레온과 약속한 것이다.
상냥한 클레온과 함께라면, 자신도 상냥한 사람으로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클레온마저, 상냥하지 않은 세계에 조롱당하듯이 쓰러졌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안 돼…! 클레온! 죽으면 안 돼요!!!”
아멜리아가 얼굴을 감싸면서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를 올렸다.
그레이는 그런 아멜리아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저 정도로 화를 내는 것도, 분노와 절망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이런… 그레이! 이곳을 벗어나라!]
그때,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레이는 하아!? 하고 외치면서 자신의 파트너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무슨 개뼈다귀 같은 말임까!? 왕녀님도 클레온도 이곳에 두고 어딜 가란검까!”
[이미 그런 수준을 넘었다…! 아멜리아 왕녀는… 위험하다!]
“──”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다음 순간, 아멜리아 왕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 진흙이, 그레이가 서 있는 곳의 바닥까지 흘러 넘친 것을 보았다.
진흙이 닿지 않은 것은, 아멜리아의 바로 옆에 쓰러진 클레온의 몸뿐.
마치 자아라도 가진 듯, 그것은 클레온의 몸의 비켜가며 사방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에 닿는 순간, 그레이는 자신의 몸의 위를 덮고 있던 블랙 아웃 슈트가 그곳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을 본다.
“윽?! 뭐, 뭠까 이건…!? 왕녀님이 한검까!?”
[벗어, 나라…]
당황해 하는 그레이,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감각과 함께, 헤르메스의 목소리마저도 약해지자 그레이는 다급한 마음에 그의 이름을 부른다.
“!? 헤르메스!? 헤르메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그레이는 어떻게든 아멜리아를 향해 다가가 그녀를 멈추려고 한다.
그러나 그 행동은 오히려 그레이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블랙 아웃 슈트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진흙에 직접 닿은 순간 그레이는 자신의 몸을 전부 관통하고 집어삼키는 듯한 오한을 느꼈다.
그것은, 검고, 어둡고,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탁류.
절망, 분노, 슬픔, 증오와 같은 검고 검은.
지금까지 아멜리아가 꾹꾹 눌러 담아서,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그녀의 진짜 마음이다.
그리고 그것에 닿은 그레이는 자신의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 진흙을 타고 흘러가 아멜리아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멜, 리아… 멈추는 검다..”
마력 뿐만이 아니라, 생명력, 체력이 함께 빠져나가는 것에 그레이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이윽고, 땅으로 쓰러지면서 진흙의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베라스톨은 다시 한 번 아멜리아를 노리려 하지만
카앙! 하고,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쳐낸다.
그것은, 식물의 줄기와도 같이 꿈틀거리는, 검은 마력의 진흙이었다.
아멜리아에게서 흘러나와, 그레이의 힘을 흡수한 그것은, 형태를 갖추고 아멜리아를 보호하려는 듯이 움직인다.
방금 전까지 서럽게 울고 있던 아멜리아는, 마치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인 것 처럼 뚝 하고 울음을 그치고 자신의 곁에 쓰러진 클레온의 몸을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검은 진흙에 의해 더럽혀진 그녀의 손이지만, 클레온의 몸에는 묻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클레온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얹으며 아멜리아는 중얼거린다.
“...─맞아요, 약속했죠. 클레온.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세상이 아무리 저희를 괴롭게 하더라도. 거기서 무너지고 부러지면… 그들이 원하는 바라고.”
클레온이 자신의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던 그 때.
그와 아멜리아가 나눈 약속의 조건.
그것은,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것.
자신의 약함을 탓하고, 어쩔 수 없다고 집어삼키는 것은, 부러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선 힘이 필요했다.
어째서 자신은 늘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런 일을 해도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데.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힘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복종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이다.
세인트 프린세스라는 허울 좋은 틀에 박힌 채 망치를 휘두르던 채로는, 클레온을 지킬 수 없다.
[그렇다면… 빼앗아라…]
아멜리아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한 편, 날아갔던 베라스톨이 다시 한 번 아멜리아를 노린다.
그녀에게는 위험을 감지하고 물러서서 포기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에스카에게서 명령받은 대로, 아멜리아를 죽일 때까지 그녀에게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클레온을 꿰뚫은 검을 가지고 아멜리아에게 달려든 순간.
아멜리아는 머리속의 목소리가 알려준 대로, 고대어의 주문을 읊었다.
“아페르티오플로리스”
다음 순간, 주변에 펼쳐져있던 진흙이 아멜리아를 향해 모여 들며 그녀의 몸을 감싼다.
그것은, 그녀의 몸을 뒤덮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마치 고치를 형성하듯이 동그랗게 물들었다.
클레온의 몸은, 그 충격에 의해 땅으로 떨어지지만, 몰려드는 진흙들이 그 몸을 받쳐 주었다.
베라스톨 역시, 진흙들에 의해 얻어맞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다리를 붙잡는다.
재빨리 전이로 벗어나려고 한 그녀였지만
베라스톨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녀를 감싼 진흙들이 그녀의 전이를 막고 있는 듯 했다.
“──”
이내, 아멜리아의 몸이 완전히 진흙 아니 마력의 구체에 둘러싸여 지면.
그 구체는,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맥박 하면서, 주변의 공기 중에서, 그리고 왕도의 지맥에서 마력을 끌어올려, 자신에게 흡수시킨다.
순식간에, 주변의 식물들이 새까맣게 물들어 마력과 생명력을 잃고 재가 되어 흩어졌다.
이 공간에 오래 있다면, 동물은 물론이고 인간마저도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흡수한 마력은 그대로 안쪽에 있는 아멜리아에게로 전달된다.
이윽고 그 검은 덩어리가 쩌억 하는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 생각하면.
질척한 액체에 둘러싸인, 가느다란 팔이 튀어나왔다.
마치 진흙을 굳혀 만든 도자기처럼 바스러지는 껍질.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튀어나오는 아이와도 같은 그것은 몸에 검은색의 의상을 걸치고 있었다.
연보라색의 머리카락을 사이드 테일로 묶고, 물기를 띈 붉은 눈.
그리고, 머리의 끝부터 발끝까지, 티끌 하나의 부족함이 없는 듯한 수려한 외모.
아직 앳된 모습의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붉게 상기된 그녀의 피부는, 어딘가 요염함을 내비쳤다.
“──후우…”
그녀는, 마치 숨을 참고 있었던 것을 잊고 있었다는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 목소리, 그리고 그 얼굴에서 그녀가 ‘아멜리아 칼데아리스’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백금발의 머리카락과, 푸른 색의 눈은 어째서인지 사라져 버렸고,
몸에 걸친 것도, 검은 색의 노출이 심한 마치 서큐버스들이나 입을 듯한 의상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게다가,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늘 사용하던 거대한 전투망치가 아닌
사람의 목을 베어내는 데에 특화된 것만 같은, 거대한 낫이었다.
등에는, 박쥐의 날개와도 같은 형태를 보인 날개가 솟아나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진흙이 뭉쳐서 만들어진 형태일 뿐.
원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변해서 아멜리아를 지키거나, 적을 꿰뚫는 데에 사용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머리를 사이드 테일로 묶는 데에 사용된, 꽃의 형태를 한 검은 수정이었다.
그것은, 소용돌이치는 마력을 품은 채로 그녀의 전신에 끊임없이 흑마력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 …”
그리고 그녀의 눈은 곧이어, 자신이 붙잡은 베라스톨에게로 향했다.
붉은 눈의 안쪽, 끝없는 증오를 이끌어낸 그녀가 손을 뻗으면
베라스톨의 목을 양손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붙잡는다.
“네가… 네가 클레온을…!”
“커, 흑… 윽…!”
증오를 가득 담은 목소리와 동작으로 베라스톨의 몸에서 모든 힘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하면
이내, 베라스톨도 그레이 처럼 털썩, 땅에 쓰러져 진흙의 밑으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이미 아멜리아는 그런 베라스톨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아무말도 없이, 땅에 쓰러진 클레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신이 흡수한 생명력을 직접 불어넣어, 그의 몸을 조금 연명시킨다.
“...부족해.”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클레온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욱 많은 생명력이 필요했다.
“대체… 이게 무슨”
그 때, 이마에서 피를 흘리면서 도착한 것은, 유스테스였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머리카락부터 눈 위까지를 붉게 물들이며, 피를 흘린 그녀를 보면.
분명 바깥에서도 혼란을 틈타 클레온과 아멜리아를 노리려는 암살자들과 배틀 메이들의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도중, 유스테스는 발이 묶인 루베라가 열어준 길을 통해 와보니, 일어나있는 참상에 다물어진 입을 벌리지 못하다가
변해버린 아멜리아와 그녀의 손에 닿아있는 클레온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 아멜리아 왕녀님…? 클레온!?”
“아아. 유스테스. 마침 잘 왔네요…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아멜리아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스테스에게 이야기하면, 유스테스는 그녀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이게, 그 아멜리아 왕녀님인가…? 웬만한 악마들보다도 더 강한 흑마력의 기운…’
하지만 그 순간,
“후열에서 소란이 일어났대서 왔는데…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뒷 쪽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에 유스테스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더 이상 뒷줄의 소란을 무시할 수 없던 귀족들이 인제야 보낸 왕국의 병사들이 있었다.
“아, 아멜리아 왕녀? 뭐냐 그 모습은! 그리고… 카시우스님이 직접 지명한 흑마의 일족…! 설마, 둘이 이런 짓을 벌인 건가!?”
“그 그게…”
유스테스 본인도,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었기에, 무언가 변명하려 했지만.
“후후… 그렇다면요?”
마치, 자랑하듯이 웃어 보이는 아멜리아의 말에, 유스테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역시 흑마의 일족 같은걸, 그 반역자의 핏줄과 엮게 하니까…! 아멜리아 왕녀! 얌전히 그 장난 같은 마법을 풀고 투항해라!”
왕국군 중 하나가, 그 무기를 들고 가까이 가려고 하면, 아멜리아에게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마력에 유스테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 그녀에게 가까이 가지 마!”
유스테스의 말이 한 박자 늦었다.
왕녀에게 손을 뻗은 왕국군의 손목에 검은 진흙의 줄기가 뻗어와 휘감는다.
“으, 으아아아악!!”
그러자, 그 검은 줄기에 닿은 왕국군의 몸에서 마력과 생명력이 빨려 나가며, 그의 몸이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져 간다.
“큭…!”
유스테스가 미스틸 테인을 휘둘러, 간신히 그가 죽기 전에 줄기를 끊어내는 데에 성공하면.
“뭐, 뭐야 저건…! 설마, 악마인 건가!?”
“젠장! 전원이 동시에 덤벼서 해치워라!”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부상자를 데리고 도망쳐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아멜리아 왕녀! 멈추세요!”
유스테스가 그들을 막아서려 했지만, 혼자서 열댓 명의 경비들을 방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검을 휘두르려 하더라도, 아멜리아는 유스테스의 성검을 유유히 피하며, 손에서 몇 개나 되는 검은 줄기를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철창과도 같이 엮이면서 자신을 노리던 이들을 모두 묶어낸다.
“으아아악! 뭐, 뭐야 이건!”
“살려줘!!”
하다못해 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던 병사들의 잘못된 판단은, 곧바로 그들을 파멸로 밀어 넣는다.
순식간에 미이라 처럼 생명력과 마력을 빼앗겨가는 병사들.
유스테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미스틸 테인을 빠르게 휘둘러, 마력의 바늘을 생성한 뒤, 다시 한 번 병사들을 덮친 줄기들을 절단해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빼앗긴 채로 목숨만 붙어서 땅바닥에 쓰러졌고, 그 힘을 흡수한 아멜리아의 마력은 조금 전보다도 더욱 거대해진 것 같았다.
“대체, 어째서 이런 짓을…!”
유스테스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공포를 느꼈다.
“클레온을 위해서에요… 클레온을 살리기 위해선, 많은 마력과 생명력이 필요하니까.”
그녀는 웃으면서 자신이 흡수한 힘을, 클레온에게 손을 대서 흘려보냈다.
그러자, 클레온은 쿨럭이면서도 다시 숨을 쉬면서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클레온!”
유스테스도 그 모습을 보고 클레온에게 다가가 그의 몸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으면
“하?”
다음 순간,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무언가가 유스테스의 몸을 쳐서 날린다.
“큭!?”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멜리아가 조종하는 마력의 진흙 줄기였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일격에 땅바닥을 구르는 유스테스.
미스틸 테인이 돕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진흙에 의해 흡수되었을 것이다.
“유스, 테스…!”
“클레온… 다행이야, 일어났군요…!”
그런 유스테스가 날아가는 소리에 완전히 정신을 차린 클레온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아멜리아는 그런 유스테스와 클레온의 사이에 서듯이 클레온을 끌어 안았다.
“아멜, 리아… 대체 무슨”
“저, 클레온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어요… 그 누가 우리들을 억압하고 떼어놓으려 하더라도… 거기에 맞서기로… 보세요, 이 힘이 있으면… 저런 좁은 탑에 갇혀 있을 필요도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멜리아는 품에 안은 클레온의 얼굴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속삭인다.
“...그리고, 클레온도… 저를 지키기 위해 더는 몸을 던질 필요가 없죠…”
“아멜리아, 내가 말한 건, 그런 쿨럭…!”
다음 순간 클레온의 아멜리아에게 안긴 채로, 피를 쏟으면.
아멜리아는 그런 클레온을 보고 눈에 생기를 없앤다.
그러고는, 자신이 가진 마력과 생명력을 더욱 나누어주고는 자신이 날려버린 유스테스를 일으키는 것이다.
“유스테스 씨, 부탁이 있어요.”
“큭… 아멜리아 왕녀님. 제발, 정신을…”
유스테스는, 무언가 잘못된 아멜리아를 원래대로 되돌리려 하지만, 아멜리아의 귀에는 다르게 들리는 듯 했다.
“... 저기, 유스테스 씨. 당신도 저를 반역자의 핏줄을 가진 왕족이라고 무시하시는 건가요?”
“─무슨?”
콰직!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녀의 날개 중 하나가 변형하여 땅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내 명령을 듣지 못하냐고 묻고 있는 거다. 유스테스.”
“... …”
강한 어조로 자신에게 물어오는 아멜리아.
그야말로 왕족의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성군이 아닌 폭군의 그것이었다.
유스테스가 충격으로 조용해지면, 아멜리아는 싱긋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
“저는 지금부터, 클레온을 치료하기 위해 생명력과 마력을 모으러 돌아다닐 거에요. 그동안, 유스테스 씨는 클레온을 안전한 곳에서 보호해 줬으면 해요. 루베라와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멜리아의 말에 유스테스는 클레온의 상태와 아멜리아를 번갈아 본다.
─본래라면.
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 사명인 용사라면.
동료인 클레온의 목숨과, 지금부터 아멜리아가 행하려는 행위로 희생될 사람들의 수 비교했을 때 더욱 많은 쪽을 구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겠습니다, 아멜리아 왕녀님.”
“유스테스…!”
클레온이 그렇게 유스테스의 이름을 부르면, 아멜리아는 싱긋 웃으면서 클레온의 몸을 유스테스에게 건네준다.
“...큭…”
겉으로 보기에도 심해보이는 클레온의 상태에, 유스테스도 아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스테스, 그녀를, 막아야…”
“조용히. 클레온. …지금의 너는 네가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해.”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 한 유스테스는 아멜리아에게서 멀어져간다.
“윽…! 유스테스!!”
클레온이 목소리를 울리면, 유스테스는 그런 클레온을 벽에 밀어붙이면서 이야기 한다.
“진정해! 클레온! 그녀를 놔두면 위험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버리고 그녀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잖아!”
클레온은 유스테스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잘 들어 클레온. …그녀가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우선 네 몸이 치료되어야 해. 그러면, 그녀도 마력과 생명력을 흡수하는 일을 멈출 테니까. …그동안은 아루루 양과 루베라에게 맡기자.”
“... …”
클레온은 유스테스의 말에 자신의 상처를 손으로 만졌다.
피가 멈추지 않는 그 상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치유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럼. 신전으로 가자. 그곳이라면”
당연하게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신전이 가장 빨랐기 때문에, 대신전으로 가려고 하면 클레온이 유스테스의 팔을 붙잡는다.
“안 돼. …신전은 안 돼.”
“... …”
베라스톨을 떠올린 클레온.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더이상 신전은 믿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왕도의 의원도, 오늘은 열려있는 곳이 적을 거야. ...애초에 의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상처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정신이 혼미했던 가운데에, 갈라테아와 헤르메스가 하던 이야기를 들었다.
베라스톨의 무기에는, 독이 발라져 있다고.
문득, 그 사실을 떠올리면, 그레이가 자신들을 지키다가 아멜리아에게 쓰러진 것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도 라일라와 루베라 각인을 통한 통신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레이... 라일라... 제발 무사해 줘...!'
그를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의 몸을 치유할 필요가 있었다.
독 독에 관련된 지식이 풍부한 사람.
일반적인 독이 아니라고 한다면, 역시 이런 독을 사용하는 것은, 암살자들일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클레온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유스테스에게 건낸다.
“...이걸.”
클레온이 건낸 그것을 받아드는 유스테스.
“─이건?”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동전으로 보이는 그것에, 유스테스가 고개를 갸웃이면.
클레온은 이야기 한다.
“...골동품점, 아다만트로 가야 해.”
그렇게 이야기하며, 유스테스의 부축을 받는 것이었다.
"...골동품점 아니, 분명 평범한 곳은 아닌 거겠지. 알겠어. 위치를 알려줘. ...그 때 까지는 내 미스틸 테인으로 최대한 네 상처의 악화를 늦춰볼 테니까.“
"...유스, 테스... 고마워... 부탁...한다...“
클레온은 유스테스에게 이야기 하며, 다시 한 번 정신을 잃는다.
유스테스는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그를 등에 업었다.
여자가 되어, 몸이 줄어든 탓에 체격의 차이는 지금이 더 컸지만.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면, 어떻게든 그를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참아줘. 클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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